마주 선 우리

마주 선 우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8
By:  은울림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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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면, 우리 오빠 동생 말고 남자 여자 할까?" 나은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던 남선우는 그녀가 졸업하는 날 미국으로 떠나 버렸다. 아무런 설명도 어떠한 변명도 없이 , 마치 우리의 약속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이.. 아론그룹 전 회장 '안세희'와 아론그룹 전 전무이사 '한바다 밀러'의 입양 딸 안나은. 무한한 사랑과 애정으로 자신을 키워준 부모를 위해, 아론가에서 꼭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6년 후 어머니 안세희는 78세의 나이로 사랑하는 딸 나은의 손을 꼭 잡은 채 세상을 떠났다. 슬픔에 잠식된 채 검은 상복을 입고 서있는 나은의 앞에, 그가 나타났다. 6년 동안 연락한 번 없던 남선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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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1. 남선우가 돌아왔다.

앙상한 뼈만 남은 메마른 가지에도 이 겨울을 잘 견디어 내면 또 다시 봄이 오고, 또 새로운 내일과 풍성한 다음이 기약 되어 있기에 두렵지 않은 것일 테지.

그러나 나은은 오늘 몹시도 두렵고, 슬펐고, 또 아팠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표현할 수는 없었다. 마지막일지 모를 그녀가 부디 평온하게 웃으며 떠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참고 견디어 내보려 한다.

아론서울병원 VIP실에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여 두 모녀를 바라보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터져 나오는 눈물도, 흐느낌도 최대한 절제하며 가는 목소리들에 집중하려 애쓰고 있었다.

"엄마.. 내 엄마가 되어 줘서 고마웠어."

엄마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편안해 보였다.

사랑하는 딸의 눈, 코, 입, 귀 어느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고이고이 가슴에 새겨 넣으려는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찬찬히 얼굴을 훑어 본다.

그리고, 그녀가 진심을 꾹꾹 담아 내어 놓은 마지막 말,

"우리... 딸... 사랑...해..."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띠---

"안세희님. 20**년 1월 10일 오전 10시 12분 사망하셨습니다."

"흐으...으...엄마..."

이번 겨울은 유난히 눈 소식이 적었다.

한 달 전부터 병실 안에서만 시간을 보낸 엄마는, 어느 날인가 창가를 보며 혼잣말을 했었다.

<올해는 눈 보기가 힘드네... 마지막으로 예쁜 눈 한 번 보고 갔으면 좋겠는데...>

그렇지만 한 달 내도록 엄마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창밖을 바라볼 여유조차 없었던 나은은, 아까부터 흩날리고 있었던 새하얀 눈 발을 눈치채지 못했다.

***

=아론그룹 전 회장 안세희, 78세로 영면. 장례는 회사장으로 간소하게=

=아론그룹 안세희 전 회장이 작고 하자, 전 세계 아론 직원 애도 이어져=

=(故)안세희의 유일한 직계 가족은 올해 26세가 된 딸 안나은=

아론서울병원 장례식장은 끊이지 않는 화환과, 애도의 발길로 어느 때보다 시끌벅적한 상황이었다.

안세희의 유일한 직계 가족인 나은과, 안세희의 조카이자 나은의 사촌 오빠인 안서후 회장 가족이 함께 자리를 지키며 손님을 맞았다.

"당고모, 방에 가서 좀 쉬다가 와."

파리한 얼굴로 눈물조차 제대로 흘리지 못하고 서 있는 나은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던 이준은 나은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지만, 나은은 가만히 이준을 올려다 볼 뿐이었다.

촌수로는 조카이지만, 나이는 자신보다 두 살이나 많은 이준은, 어릴 적 나은이 입양되어 올 때부터 친동생처럼 나은을 보살펴 주던 친오빠 같은 사람이었다.

나은은, 이준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따르는 편이었다.

평소라면 고갤 끄덕이며 방으로 향했을 그녀였지만, 지금은 텅 빈 눈으로 가만히 이준을 쳐다만 볼 뿐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머리가 고장 난 사람처럼, 전원은 들어오지만 기능은 멈춰버린 기계처럼.

*

자정이 넘어가니, 손님들의 발길도 뜸해지고, 시끌벅적했던 장례식장도 조금은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벽에 기대 앉아 가만히 영정사진을 바라보던 나은은, 미소 짓고 있는 엄마를 따라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리 엄마 좋겠다. 보고 싶었던 아빠 볼 수 있어서..."

나은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반복되어지는 사실 하나, '엄마가 떠났다' 그 것만이 유일했다.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터였지만, 그것이 슬픔의 무게를 줄여주지는 못했다.

***

[다음 날]

둘째 날 아침부터 해외 지사 임직원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아직 26살 밖에 안된 나은에게는 대부분이 낯선 얼굴들 이었다.

그런 나은 대신, 사촌오빠인 안서후 회장이 그 옆에서 일일이 이름과 직함을 불러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자, 사람들의 발길도 조금씩 뜸해지기 시작했다.

오늘도 늦게 까지 남아 있는 방문객들에 의해 사촌오빠와 새언니는 식당에 발이 묶였다.

나은이 걱정되어 식당을 빠져 나온 이준이 빈소로 들어가려던 찰라, 발길이 멈췄다.

"남선우... 이 시키."

"나 왔어."

순간 울컥하고 치밀어 오른 이준이 선우를 끌어 안았다.

6년 만에 돌아온 남선우였다.

예를 갖추고 꽃을 올리는 선우의 옆모습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서 있던 나은은 파르르 떨고 있는 자신의 두 손을 의식하지 못했다.

이준은 두 사람을 위해 일부러 떨어진 곳에 서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몸을 돌린 선우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나은과 눈을 맞췄다.

텅 비어 있는 나은의 눈을 마주하는 순간 선우의 두 눈이 조금씩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6년의 시간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

"나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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뚠뚠잉
뚠뚠잉
다른 소설들처럼 여주를 괴롭히는것도 없고 남주가 뒤늦게 깨달아 질질끄는것도 없고 적당히 일이 생기고 빠른 전개 너무 좋아요! 선우랑 나은이 서로에 대한 직진이랑 알콩달콩 사랑 너무 재밌게 보고 있어요!!!! 이대로 쭈욱 알콩달콩 해피엔딩 해주실거죠 작가님???...... 많이많이 빠른 업뎃 매일 기다리중임당...
2026-08-27 17:57:0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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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j
bsj
넘 달달하네요~~~ 에피소드도 길게 질질 끌고 가지않아서 좋아요 멋지다 직진선우!
2026-08-17 20:55: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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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제우스 (쭈)
TV 제우스 (쭈)
넘잼나요 설레고 사이다전개도 너무좋아요 답답하지않아서 더 좋아요 ㅎㅎ
2026-08-13 15:29:56
1
0
bsj
bsj
설렘주의보 작동~~~~~~~~~
2026-08-12 07:38:3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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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경
최미경
오랜만에 가슴 따뜻해지는 작품을 본것 같아요~ 앞으로의 전개가 어땋게 될지 모르지만 너무 만은 나은♡선우커플이 너무 만은 시련을 격지말기를~ 처음부터 만이 격었으니~~ㅎㅎㅎ
2026-08-10 10: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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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선우가 돌아왔다.
앙상한 뼈만 남은 메마른 가지에도 이 겨울을 잘 견디어 내면 또 다시 봄이 오고, 또 새로운 내일과 풍성한 다음이 기약 되어 있기에 두렵지 않은 것일 테지.그러나 나은은 오늘 몹시도 두렵고, 슬펐고, 또 아팠다.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표현할 수는 없었다. 마지막일지 모를 그녀가 부디 평온하게 웃으며 떠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참고 견디어 내보려 한다.아론서울병원 VIP실에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여 두 모녀를 바라보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터져 나오는 눈물도, 흐느낌도 최대한 절제하며 가는 목소리들에 집중하려 애쓰고 있었다."엄마.. 내 엄마가 되어 줘서 고마웠어."엄마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편안해 보였다.사랑하는 딸의 눈, 코, 입, 귀 어느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고이고이 가슴에 새겨 넣으려는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찬찬히 얼굴을 훑어 본다.그리고, 그녀가 진심을 꾹꾹 담아 내어 놓은 마지막 말,"우리... 딸... 사랑...해..."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띠---"안세희님. 20**년 1월 10일 오전 10시 12분 사망하셨습니다.""흐으...으...엄마..."이번 겨울은 유난히 눈 소식이 적었다.한 달 전부터 병실 안에서만 시간을 보낸 엄마는, 어느 날인가 창가를 보며 혼잣말을 했었다.그렇지만 한 달 내도록 엄마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창밖을 바라볼 여유조차 없었던 나은은, 아까부터 흩날리고 있었던 새하얀 눈 발을 눈치채지 못했다.***=아론그룹 전 회장 안세희, 78세로 영면. 장례는 회사장으로 간소하게==아론그룹 안세희 전 회장이 작고 하자, 전 세계 아론 직원 애도 이어져==(故)안세희의 유일한 직계 가족은 올해 26세가 된 딸 안나은=아론서울병원 장례식장은 끊이지 않는 화환과, 애도의 발길로 어느 때보다 시끌벅적한 상황이었다.안세희의 유일한 직계 가족인 나은과, 안세희의 조카이자 나은의 사촌 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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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늦어서 미안해
예전처럼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거리낌 없이 뻗어오는 선우의 손을 피해 뒷걸음질 쳤다.한 발짝 물러난 나은은 공손하게 허리를 굽혔다."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붉게 차오른 선우의 눈은 애써 모른 척 했다."늦어서 미안해..."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당신이, 그동안 연락한 번 없던 당신이, 6년 만에 나타나 하는 말이 '늦어서 미안하다고...'철썩 같이 약속해 놓고, 그 약속을 아무렇지 않게 깨뜨리고 가버린 당신이, 어떠한 설명도 없이 떠난 당신이... 이제와 늦어서 미안하다고..."늦은 시간이긴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럼, 식사 하고 가세요."다시 한 번 가볍게 고갤 숙인 후 나은이 먼저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허무하게 서 있는 선우의 풀린 어깨가 쓸쓸해 보여, 멀리서 바라보던 이준이 다가와 어깨동무를 했다."괜찮아?""안 괜찮아도 괜찮아야지. 그래야... 다시 시작하지.""진심이야?"선우가 곧 떨어질 것 같은 눈물을 꽉 붙잡고 이준에게 시선을 맞췄다."나, 돌아왔다 안이준.""고생했다...애썼어."선우는 나은이 들어간 방문을 쳐다보며 마음을 다잡았다.선우는 그 날 이준과 함께 장례식장을 지켰다. 그 다음날도 여전히 선우는 그 자리에 있었다.나은은 선우에게 일절 시선을 주지 않았다.오로지 사랑하는 엄마를 잘 보내드리기 위해 엄마와의 이별에 온 마음을 쏟고 있었다.선우도 더 이상 나은에게 다가가지 않았다.그저 한 공간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나은은, 모든 장례 절차가 마무리 될 때까지 흐느낌 한 번 없이 꾸역꾸역 참아냈다.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 만큼은 제 힘으로도 막을 방법이 없었으나, 모든 소리를 목구멍으로 꿀꺽꿀꺽 삼켜내며 버텨냈다.우연히 들은 기업가 사모들의 대화에 나은은 두렵기 보다 쓸쓸했다.4살부터 26살인 지금까지 끊임 없이 사람들의 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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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음을 굳게 먹고
선우는 이준의 질문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후회...해...""....""그런데, 또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깊은 한숨을 쉬어낸 이준이, 선우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천천히 고갤 끄덕였다.*"나은이가 3일 째 방 안에만 있다고요?"급한 마음에 대문에서 부터 뛰어 들어간 두 사람을 송집사와 사용인들이 맞았다."네, 3일 동안 식사도 안 하시고...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어요 이사님."장례식장에서도 이준이 끌고 가 강제로 먹여야만 몇 술 뜨던 나은 이었기에 그 후로도 3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제가 들어가 볼게요."이준이 나은의 방 쪽으로 몸을 틀자, 송집사가 이준을 붙잡았다."이사님. 그 쪽이 아니라... 전 회장님 방이요."머리를 한 대 얹어 맞은 듯 멍하게 송집사를 바라보던 선우와, 마른 세수를 하며 한숨을 쉬는 이준이 천천히 안세희의 방으로 걸어갔다.이준이 방문에 손을 가져가려는 순간.-흐윽...흑...-방 안에서 들려오는 흐느낌 소리에 일순 몸이 멈추고 말았다."3일 동안... 저렇게 서럽게 울기만..."마음이 아픈 송집사는 말 끝을 흐리며 눈물을 닦아 냈고, 손에 힘이 풀린 이준은 손잡이에 가져갔던 손을 내려놓았다.문 옆, 벽에 기대 고갤 들고, 시선을 천장에 가져간 선우의 목울대가 오르내린다.주륵.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눈물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장례식장에서는 그렇게 꾹꾹 참아내기만 하던 나은이, 제 엄마의 방에서 며칠 째 서럽게 울고 있는 모습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두 사람은, 가만히 문 옆에 서서 나은이 진정 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어느 누구도 그러자고 먼저 말하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똑똑똑.흐느낌 소리가 잦아들자 이, . 준이 방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안에서는 , .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 나은아, 오빠 들어가도 돼?" 잠시 후, 탁! 하고 문 손잡이가 돌아갔다. 퉁퉁 부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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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어떡하면 좋을까
어깨를 으쓱, 올렸다 내리며 정제된 표정을 지어 보인 나은은"안 괜찮을 건 또 뭐야. 그게 언제 적 일인데"하고 말했다.나은이 얼마나 아파했는지, 얼마나 고통스러워 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유림은 더는 묻지 않기로 했다.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SNS를 열어 본 유림이 순간 인상을 쓰며 휴대전화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왜 그래?"나은이 묻자, 유림이 머리를 갸웃하곤 나은을 쳐다보았다."온다예 장례식장 왔었어?""다예?.. 그러고 보니까, 다예를 못 봤네.. 바쁜 일 있었나 보지"유림이 휴대전화를 나은 앞으로 내밀었다.장례식 이틀째 날, 일본 여행을 갔던 기록이 날짜와 함께 고스란히 올려져 있었다.SNS를 하지 않던 나은은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사실 크게 타격감이 들지도 않았다."나는 호주에서 당일 날 기사로 바로 알았는데.. 장례식 이튿날에 여행을 갔네? 이걸 또 SNS에 올려 놓았네 얘가.. "사실 나은은 알고 있었다. 다예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고등학교 때부터 셋이서 늘 상 함께 다녔기에, 지금까지도 유림과 셋이서 한 번씩 만나오곤 있지만, 다예와 둘이서는 따로 만나지도 연락을 하지도 않는 어색한 사이었다."미리 계획된 거면 그럴 수도 있지 신경 쓰지 마"***"손님, 도착했습니다"여성 대리 운전기사가 눈을 감고 있던 나은을 향해 말했다.천천히 눈을 뜬 나은은 작게 미소 지었다."고생많으셨습니다"대리기사가 먼저 차량을 벗어나고, 깊은 한숨을 몰아쉰 나은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차 문을 열었다.평소보다 무리해서 마신 탓인지, 머리가 살짝 어지럽기까지 했다."후우..."정신을 바로 차리기 위해 머리를 흔들어 대던 나은이 대문을 향해 걷는데.."이제 술도 마시네"잊어 본 적 없는 목소리, 언제나 다정하게 제 이름을 불러주던 그 목소리에 우뚝 자리에 멈춰선 나은이었다.자신의 앞으로 다가와 선 선우를 올려다 보는 나은의 눈빛은 차가웠다."비켜"두 주먹을 꽉 쥐고, 최대한 냉정함을 잃지 않으려 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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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경영지원부 총괄 부장
"이게 전화를 안 받네""아론 화장품인가 뭔가에서 일한다고 하지 않았어?""찾아라도 가게? 그러다가 그 집 사람들한테 들키기라도 하면...""하..매정한 년. 그깟 푼 돈 좀 나눠 주는 게 뭐 그리 힘들다고. 은혜도 모르는 년"김미숙과 박형규는 사채업자를 피해 도망 온 모텔에 앉아 지난주부터 나은에게 줄기차게 연락을 해대고 있었다.그래도, 장례식 다 끝나고 마음 좀 추스릴 시간까지 주기 위해 일부러 늦게 연락 한 것인데, 이놈의 기지배는 첫날 이후로 답도 않고 전화도 받질 않고 있다.[다음 주]오늘부터 6층 마케팅 MD팀이 아닌, 8층 경영지원부 전략기획팀으로 출근하게 된 나은이 전략기획팀장실 소파에 앉아 차지웅 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음... 혹시나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해도, 너무 귀담아 듣지 마세요. MD팀에서 충분히 잘해 왔다고 전달 받았습니다. 저는 안과장이 잘 해 줄 거라 믿어요"30대 중반의 차지웅 팀장은, 젠틀하고 깔끔한 외모에 말투에서부터 신뢰가 느껴지는 인물이었다."감사합니다""이제 다들 출근한 것 같으니, 인사하러 갈까요?""네"팀장과 함께 사무실로 나가니 팀원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두 사람을 향해 집중되었다."다들 공지 확인하셨겠지만, 공식적으로 인사하죠. 오늘부터 우리 전략기획팀에서 함께 일하게 된 안나은 과장입니다""안녕하십니까. 안나은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나은이 군더더기 없는 자세로 고갤 숙이며 인사를 해오자, 팀원들이 박수를 치며 환영해 주었다.총 6명의 팀원은, 사원 1명, 대리 3명, 과장 1명, 차장 1명으로 구성이 되어 있었고, 오늘부로 나은이 합류함과 동시에 과장 2명으로 총 7명의 팀원이 꾸려졌다."안과장님 자리는 이 쪽 입니다"손명휘 차장이 제 옆자리를 가리키며 말하자, 나은이 미소와 함께 고갤 숙여 보이며 자리로 가 착석했다."아까 경영지원부 총괄 부장님이 부임하셨다는 공지 확인하셨죠?""네!"나은을 제외한 나머지 팀원들은 모두 확인한 사실이었다.전략기획팀이 소속 되어있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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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쉽지 않은 시작
"노과장님 국내 뷰티 트렌드 시장 동향 분석표 좀 받아 볼 수 있을까요?"메신저로 보낸 글을 확인 했음에도 20분 째 답이 없는 노정은 과장의 자리로 나은이 직접 찾아갔다.최대한 친절한 목소리로 부탁을 했건만."그건 왜요?"하는 답이 돌아왔다."시장 동향 분석 관련해서 팀장님이 시키신 일이 있어서요"쳐다도 보지 않고 컴퓨터 자판만 눌러대던 노과장이 손을 멈추고 팔짱을 낀 채 나은을 향해 몸을 틀어 앉았다."안과장님""네""그렇게 열심히 안 하셔도 되지 않나요?"천천히 눈을 감았다 뜬 나은이 고저 없는 표정으로 노과장의 눈을 똑바로 쳐다 보았다."그게 무슨 말씀이시죠?"픽~ 하며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더니,"어차피 별 노력 안 해도 얼마 안 있다가 차장 달 텐데.. 뭘 그렇게 애를 써요?"나은이 차가운 표정으로 내려다 보았다."누가 그래요? 제가 별 노력 없이 여기까지 왔다고?"다른 팀원들은 걱정이 한가득 묻어 난 얼굴로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고 눈치를 볼 뿐이었다.아니, 아무리 그래도.. 전 회장님의 따님이자, 현 회장님의 사촌 동생인데 저렇게 말한다고?정말 대담한 거야? 뭘 모르는 거야? 나중에 안과장이 솔의나라 대표라도 되는 날에는 어떡하려고...긴장감 속에 침을 꼴깍 삼키는 팀원들은 어떤 말도 보탤 수가 없었다 ."노정은 과장. 지금 뭐 하는 거지?"업무 보고 차 팀장실에 들어갔던 손명휘 차장이 언제 나왔는지 인상을 구기며 노과장을 쳐다보고 있었다.".....""따라 와요 노과장"노과장은 나은을 한 번 노려보고 손차장을 따라 탕비실 쪽으로 나갔다.*"노과장. 말을 왜 그런 식으로 해?""솔직히 열 받잖아요! 저 나이에 벌써 과장이 말이 돼요?""아론 집안 사람이야. 가업을 이을 사람 중 하나라고, 일반 사원들처럼 순차적으로 단계 밟아 올라가는 게 아니라, 총 책임자 되기 전에 교육하고 공부하는 과정이야""핏! 차장님. 그게 말이 돼요?""뭐?""안나은 전 회장님 친 딸 아니잖아요""법적으로 엄연히 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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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찾아갈 거야
"어? 언제? 왜?"눈이 커진 동현이 다급하게 물어왔다.한숨을 푹~ 내 쉰 선우가, 찬찬히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기 시작했다.간간이 이준이 말을 보태기도 하며 그동안 선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털어 놓았다.두 친구는 말 없이 듣기만 했다.차마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어, 한 번씩 허공에 시선을 두고, 목울대를 오르내리며 가만히 선우의 이야기에 집중했다.기어코 손 바닥으로 제 눈을 흠치며 애써 참아보던 동현이 흐느끼며 울자, 선우가 피식 하고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웃었다."부탁 좀 하자 얘들아""말해"수호가 목을 가다듬고 담백하게 대답했다."특히 김수호. 나은이 한테는 내가 직접 말할 수 있게 해 주라..""하.... 나은이 많이 울겠네. 너 사라지고... 휴....아무튼, 알았어 유림이 한테 말 안 해. 대신 너무 늦지 마라. 나은이..옛날 그 나은이 아니다""어쭈! 시키가 나보다 우리 당고모를 더 잘 아는 것처럼 말하고 있네"이준이 발끈하자 수호가 푸스스 소리를 내며 웃었다.***책장 가장자리, 빨간색 소방차 장난감이 외로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늘 함께 자리하고 있던 파란 경찰차는 나은의 시야에서 어느 순간부터 사라지고 없었다.늦은 시간, 잠들지 못한 나은은 가을 학기 입학을 목표로 해외 대학원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다.안회장에게는 생각해 보겠다 말했지만, 부임해 온 경영지원부 총괄 부장이 선우라는 것을 안 순간, 마음을 굳혔다.유학을 떠나기 전까진,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할 작정이다.선우와 마주쳐야 할 일이 생긴다 하여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겠다.마치 몰랐던 사람처럼. 자신이 속해 있는 팀 부서의 총괄 부장이라는 직함 외에는 어떤 관계도 없는 사람으로.나은은 의자에 기대 눈을 감았다.그러다 문득 며칠 전 유림에게서 들은 말이 생각났다.나은은 휴대전화를 들어 어플을 깔고 가입까지 마쳤다.***다음 날.-대박, 안나은 진짜 가입했냐? 빨리 팔로우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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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식
언제 들어왔는지 탕비실 문 앞에 서서 일부러 문을 노크하며 인기척을 낸 차지웅 팀장이 나은을 바라보고 있었다."괜찮습니까?""아. 네.. 괜찮습니다"바지 주머니에 한 손을 찔러 넣고 서 있던 차팀장이 나은에게 다가왔다.그러더니 주머니에서 막대 사탕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기분 안 좋을 때, 도움이 되더라고요"포도맛 막대 사탕을 가만히 바라보던 나은이 두 손을 내밀어 받았다."감사합니다""이거 다 먹고 나와요"그 말을 남기고 탕비실을 벗어난 차팀장의 뒷모습을 나은이 멍하니 쳐다 보았다.손에 쥐어진 포도맛 막대 사탕을 보는데, 찌르르 가슴이 아파왔다.기억하고 싶지 않은데, 떠올리고 싶지 않은데,나은의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딸기맛 막대 사탕을 까서 입에 넣어주던 선우의 손길이, 미소 짓던 얼굴이 생각나 버렸다.선우가 사라지고, 쳐다도 보지 않았는데.."포도맛이니까.. 딸기맛 아니니까.."합리화를 하고는, 막대 사탕을 까서 입에 물었다.***"오늘 저녁에 회식 있는 거 다들 아시죠?"차팀장의 목소리에 김민석 대리가 물었다."오늘도 삽겹살 인가요 팀장님?""오늘은 특별히 안나은 과장 환영회를 위한 회식이니까... "팀원들의 눈빛이 반짝 거렸다.그 모습을 보고 차팀장이 웃음을 머금었다."제가 쏠게요 소로 갑시다!""예!!""우와!""안과장님 감사합니다~"한 것도 없는데 감사 인사를 받으려니 민망한 나은이,"그러엄~ 2차는 제가 쏩니다!""와!!"어느새 에너지 넘치는 나은으로 돌아와 있었다.차팀장은 그런 나은을 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큰 일을 겪고 아직도 많이 힘든 상황이었지만, 나은은 회사에서 만큼은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팀원들을 대했다.전략기획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은의 이런 성격 때문에 팀원들과도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단 한 명, 노정은 과장을 제외하고서.손차장이 업무 보고를 위해 팀장을 따라 팀장실로 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 비아냥 거리는 노정은 과장이었다."아니, 본인 환영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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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널 위해 그랬어
"헉!"길다란 키에 똑 떨어지는 슈트. 아이돌 같은 미소년 이미지의 남자가 등장하자, 팀원들의 입이 벌어졌다.차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재빠르게 따라 일어난 팀원들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총괄 부장님 안녕하십니까?""안녕하십니까? 처음 뵙죠? 남선우 입니다"나은은 옆으로 선 채 시선을 아래로 두고 있었다.자신을 바라보는 선우의 눈빛이 느껴졌지만, 애써 모른 척 했다."부장님 이쪽으로 앉으시죠"손차장이 비워 놓은 자리를 가리키며 말하자, 선우가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고 자리에 착석했다.팀원들이 모두 따라 앉았고, 나은 또한 선우 맞은편에 앉았지만, 여전히 시선은 그에게 두지 않았다."안나은 과장님. 오랜만입니다"더 이상 봐줄 생각이 없다는 듯, 선우가 먼저 아는체를 해오자 놀란 나은이 번뜩 고갤 들었다.눈이 마주쳤다.길게 늘어뜨린 입술은 웃고 있었지만, 그의 눈은 한 없이 슬퍼 보였고, 그걸 알아차린 사람은 나은이 유일했으나 나은은 결국 모른척 눈을 내렸다."네"대답 또한 간결했다.*남선우 총괄 부장과 안나은 과장이 아는 사이라는 것에 대하여, 의아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현 아론 그룹 전무 이사로 전자 쪽을 대표하고 있는 선우의 부친에 대해 들은 바가 있으니, 아론 페밀리인 나은과도 연결 고리가 있겠거니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총괄 부장님. 제가 한 잔 따라 드리겠습니다"옆 자리에 앉은 손명휘 차장이 술병을 들고 몸을 틀자, 선우가 제지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술을 못해서요"선우의 말에 나은이 소리 없이 조소했다.저건 또 무슨 말인가 싶어, 어처구니 없는 듯 고갤 흔들다 제 잔을 들어 한 입에 털어 넣었다.20살 이후, 오빠들과 함께 술 먹는 모습을 내 눈으로 몇 번이나 봤는데, 무슨 믿기지도 않을 거짓말을 해대는 건지..나은의 앞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선우는 애써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마음을 다스렸다.고기는 별로 관심도 없는지, 줄기차게 술잔만 들이켜는 나은을 보는 선우의 마음이 썼다.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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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그래서...
자신이 부재했던 시간 만큼, 차갑게 닫힌 나은의 마음에 겁이 나기도 했다.‘날 보며 천진하게 웃어주는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남선우 20살]의과 대학에 진학한 선우는 드디어 기말고사 마지막 시험을 마무리하고 지친 몸으로 집에 들어왔다.수면 부족과 긴장감으로 인한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와, 식사도 마다하고 제 방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저녁 식사 시간이 다 되었는데, 아직도 침대에서 내려 오지 않는 선우를 걱정하던 엄마가 깨우러 가볼까 생각하던 찰라, 도어락을 해제하는 소리가 들렸다."응? 나은이 왔네?"선우의 동생 유리와 나은이 함께 집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이모~ 유리한테 책 받을 게 있어서 잠시 들렀어요""유리 넌 직접 가져다 주지 언니 힘들게""나두 그러려고 했는데, 언니가 급하게 필요하대서""네 맞아요 이모. 제가 오겠다고 했어요"유리와는 한 살 차이이지만, 재학중인 학교는 달랐기에 주말이나 방학기간이 아니면 만나기가 힘들었다.유리가 책을 가지러 제 방으로 들어가자, 선우 엄마 고운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급하게 휴대전화를 받으며 나은을 향해 말했다. "나은아, 선우 밥 먹으라고 좀 깨워 줄래?""선우 오빠 왔어요? 네!"일정하던 심장 박동이 갑자기 엇박으로 널뛰기 시작했다.시험 준비 때문에 주말에도 집에 오질 않던 선우가 와 있다니. 이게 얼마만인지...나은은 선우의 방문을 똑똑 노크 한 후, 살며시 문을 열고 침대 위에 시선을 가져갔다.진짜. 남선우가 있다.아직 해가 다 지지 않은 탓에, 창 밖에서 넘어 오는 빛이 선우의 모습을 분명하게 확인시켜 주었다.방문을 닫고, 천천히 걸어 침대 쪽으로 가 걸터앉았다.언제 봐도, 왕자님처럼 잘생겼단 말이지.."오빠, 선우 오빠.. 이모가 밥 먹으래."나은이 작은 목소리로 선우를 깨웠지만, 선우는 미동조차 없었다."많이 피곤했구나.."혼잣말을 하며 마치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 하듯 잠든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오늘, 학교에서 많이 억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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