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결혼 5년째, 심지우는 변승현이 밖에서 사랑스럽고 매혹적인 애인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묵묵히 참는 길을 택했다. 그러나 그녀는 어느 날 자신이 친자식처럼 아끼던 아들이 변승현과 그 애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제야 그녀는 이 결혼이 처음부터 사기극이었음을 깨달았다. 애인은 조강지처 행세를 하며 변승현이 작성한 이혼 합의서를 들고 심지우를 찾아왔다. 그날 심지우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남편이 바람났다면 버리면 될 일이고 아들이 불륜녀의 자식이라면 다시 돌려주면 될 일. 미련 없이 사랑을 버린 심지우는 당당한 본모습으로 홀로서기 시작한다. 예전에 그녀를 업신여기던 친척들은 뒤늦게 후회하며 앞다투어 그녀에게 아첨하고 한때 그녀를 비웃던 재벌가 자제들도 뒤늦게 그녀에게 거액을 들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구애하기 시작하며 다른 여자 아래에 있으며 그녀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아이조차도 뒤늦게 눈물을 흘리며 그녀에게 애원했다. ... 그날 밤, 심지우는 낯선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 술에 취한 변승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우야, 그 사람 프러포즈 받아들이면 안 돼. 난 아직 이혼 서류에 사인 안 했어.”
View More“승현 씨 만나러 가요.” 주승희는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그녀의 눈가는 벌겋게 물들어 마치 방금 울기라도 한 듯했다. “엄마, 저 지금 안 가면 승현 씨를 심지우한테 뺏기고 말 거예요!” “무슨 일이야?” “나중에 돌아와서 설명할게요. 장씨, 차 준비해 줘.” 장씨는 재빨리 주차장으로 달려가 차를 끌고 나왔다. 주승희는 황급히 차에 올라탔다. 멀어져 가는 차량을 바라보며 임혜주는 뭔가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녀는 황급히 도우미에게 아이를 잘 돌보라고 일렀고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진태현의 개인 사무실에
진태현은 그런 변승현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정말 여자는 한번 독하게 마음먹으면 무섭네. 자궁 적출 같은 일도 조작하다니, 이건 명백한 의료 사기야.’ 진태현도 혼란에 빠졌다. ‘오늘 이 선택, 과연 옳은 일이었을까? 만약 나중에 들통나면 변승현 같은 사람은 제일 먼저 고은미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땐 고은미가 의료 민사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어. 하지만 지금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니 되는 대로 해볼 수밖에.’ 수술실에 있던 심지우의 상태는 안정되었다. 정 교수는 무거운 얼굴로 고은미를 바라보았다.
변승현은 제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엔 과거의 수많은 장면이 마치 필름처럼 한 컷씩 스쳐 지나갔다. 그는 설날 밤, 심지우가 몸이 안 좋다고 했던 날이 생각났다. 그땐 그녀가 기분이 안 좋은 줄만 알고 그냥 넘어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이미 임신한 게 분명했다. 그 후에도 몇 번 변현민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갈 때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배를 감싸곤 했었다. 그때 그의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했다. 주승희였다. 하지만 그는 지금 그녀의 전화를 받고 싶지
그때, 마이바흐가 응급실 입구에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춰 섰다. 진태현은 재빠르게 달려가 뒷문을 열었다. 변승현은 심지우를 안고 차에서 내렸다. “피가 나고 있어. 의식도 없고!” “일단 들것에 눕혀! 바로 응급실로!” 심지우는 바로 들것에 실렸고 의료진은 서둘러 그녀를 응급실로 밀고 들어갔다. 정 교수와 고은미가 뒤따랐고 진태현은 따라가려는 변승현을 막아섰다. “흥분하지 마. 옷에 피도 묻었고, 일단 내 휴게실로 가서 닦아. 거기 깨끗한 옷도 있으니까.” “필요 없어. 지금 당장 심지우가 진짜 임신한 건지부터 알아야
심지우는 어렴풋이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녀는 눈을 뜨고 싶었지만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서 도무지 떠지지 않았다. 변승현은 심지우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지고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는 걸 보며 점점 표정을 굳혔다. “유 비서, 조금 더 빨리 달려!” “알겠습니다, 꽉 잡으세요!” 유지현은 액셀을 깊이 밟았다. 검은색 마이바흐는 산길을 질주했다. 차 안에서 변승현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심지우는 여전히 두 손으로 배를 꼭 움켜쥐고 있었고 무의식중에 아프다고 중얼거렸다. 그는 숨이 멎을 듯했다
‘변승현이 어떻게 내가 여기 있는 걸 알았지?’ 그가 가까이 다가와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멈추자 심지우는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 “변승현 씨, 저를 미행한 거예요?” “북성에서 사람 한 명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 변승현은 우산 아래에서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이내 그의 시선은 그녀의 뒤편에 있는 불상으로 스쳐 지나갔다. “온주원을 위해서 꽤 애쓰네.” 그의 말엔 조롱이 섞여 있었다. “방금 아침에 습격당하고 벌써 혼자 산에 올라오다니.” 심지우는 그와 더 말 섞을 필요도 없다는 듯 차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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