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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Author: 김원호
고시연은 봉안보리구슬을 내놓는다면 윤구주가 고씨 일가를 용서해 줄 거란 걸 알게 되자 곧바로 내원으로 가서 아빠와 고씨 일가 사람들과 의논하려고 했다.

윤구주와 싸웠을 때 고준형은 죽을 뻔했었다.

만약 고시연이 사정하지 않았더라면 고준형의 시체는 이미 차게 식었을 것이다.

이때 내원에서는 고준형이 침대에 누워서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고시연이 안으로 들어오자 고씨 일가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고시연에게로 집중되었다.

“시연아, 괜찮아? 그 빌어먹을 자식... 널 괴롭히지는 않았어?”

한 고씨 일가의 중년 남성이 고시연이 안으로 들어오자 곧바로 물었다.

고시연이 외모가 아름답고 몸매가 좋다는 건 다들 알고 있는 일이었다.

윤구주가 대놓고 그녀를 잡아갔고 심지어 그녀를 종으로 부려 먹겠다고 했으니 고씨 일가는 당연히 그런 쪽으로 생각했다.

그들은 윤구주가 틀림없이 고시연을 농락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고시연은 이렇게 말했다.

“삼촌, 무슨 생각하시는 거예요? 그런 일은 없었어요!”

“진짜야? 그런 빌어먹을 놈이 왜 너한테 잘해주는 거래?”

고씨 일가 남자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이에요. 그는 제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주위에 있던 고씨 일가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고시연은 그 일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고준형의 곁으로 다가갔다.

“아빠, 어떠세요? 몸은 좀 나아졌어요?”

침대에 누워있는 고준형은 안색이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지만 그래도 조금 나아진 듯 보였다.

“난 괜찮아...”

“아빠랑 상의할 게 있는데 얘기해도 되나요?”

고시연은 잠깐 고민한 뒤 말했다.

“무슨 일인데? 얘기해 봐.”

“전... 할아버지께서 고씨 일가의 봉안보리구슬로 만들어진 팔찌를 윤구주 씨에게 줬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저희 집안은 괜찮을 거예요.”

고시연은 자신이 생각했던 바를 얘기했다.

그 말에 고준형의 안색이 달라졌다. 심지어 옆에 있던 고씨 일가 사람들 안색도 달라졌다.

“시연아,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그 봉안보리구슬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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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주, 왕의 귀환   제636화

    “그러니까!”다들 그렇게 말하자 고준형이 말했다.“시연아, 무서운 마음은 알겠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네 할아버지 곧 돌아오실 거야. 네 할아버지가 돌아오시면 그 자식은 틀림없이 죽을 거야!”그 말에 고시연은 심장이 철렁했다.“그리고 얘기하는 걸 잊었네. 난 이미 서울의 화진 4대 고대 무술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 연락했어.”‘뭐라고?’“남궁 가문에 연락했다고요?”그 말에 고시연은 눈이 휘둥그레졌다.“맞아. 우리 고씨 일가와 남궁 일가는 곧 사돈이 될 사이잖아. 게다가 남궁혁이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당연히 이 일을 걔한테 얘기해야지! 남궁 가문에서 사람을 보내면 그 자식이 아무리 강해도 틀림없이 죽을 거야!”그 말을 할 때 고준형은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남궁 가문!화진 4대 고대 무술 사문 중 하나인 남궁 일가는 문씨 일가, 두씨 일가, 반씨 일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오래된 가문이었다.4대 가문에 대한 소문은 차고 넘쳤다.그러나 아무도 4대 가문의 저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알지 못했다.누군가는 화진 4대 가문에 적어도 수십 명의 신급 강자가 숨겨졌다고 하고, 누군가는 4대 가문이 모습을 드러낼 때는 드물지만 사실은 화진의 명맥을 장악하고 있다고 했다.하지만 진실은 대체 어떠할지 아무도 몰랐다.그리고 고시연과 남궁 일가의 결혼 약속도 사실은 고씨 일가가 남궁 일가의 덕을 보려고 한 선택이었다.자신의 약혼자가 있는 남궁 가문 얘기가 나오자 고시연은 쓴웃음을 지었다.“됐어, 시연아. 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넌 그냥 이것만 기억해. 이 서남에서 우리 고씨 일가는 다른 사람을 괴롭혀도 다른 사람들은 절대 우리를 괴롭힐 수 없어! 두고 봐. 할아버지가 돌아오면, 그리고 서울의 남궁 일가 사람들이 오면 그 자식은 분명 죽을 거야!”고준형이 마지막에 말했다.고시연은 아버지와 대화를 마친 뒤 홀로 쓸쓸히 윤구주에게로 돌아갔다.현재 그녀는 윤구주의 종이었다.그래서 자유가 없었다.대전으로 들어가자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윤구주

  • 구주, 왕의 귀환   제637화

    남궁 가문이라는 말에 윤구주는 눈을 빛냈다.그는 눈앞의 고시연을 덤덤히 바라보며 말했다.“계속 말해.”고시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아름다운 눈으로 윤구주를 직시했다.“화진의 4대 고대 무술 세가라고 들어봤어요?”윤구주는 피식 웃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고시연은 윤구주가 모른다고 생각해 말을 이어갔다.“4대 가문은 화진에서 가장 유명한 4대 가문이에요. 각각 문씨 일가, 반씨 일가, 남궁 일가, 두씨 일가죠. 4대 가문은 천 년의 역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저력이 대단해서 아주 독보적이에요. 현재 우리 화진의 새로운 왕 이황왕 알죠? 엄청난 무술 실력과 뛰어난 외모를 갖춘 이황왕이 바로 화진 4대 가문 중 하나인 문씨 일가예요. 그리고 제... 약혼자는 문씨 일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남궁 일가고요.”고시연은 4대 가문에 관한 일을 한꺼번에 다 얘기했다.윤구주는 그 말을 듣더니 고갤르 들어 아름다운 고시연을 보며 말했다.“그래. 남궁 일가에 시집가는 거군.”“맞아요. 이건 사실 정략혼과 다름없어요. 저도 할아버지 뜻을 이해해요. 우리 남궁 일가가 4대 가문 같은 천 년 가문이 되길 바라시는 거겠죠. 그래서 제가 남궁 가문에 시집가기를 바라는 걸 거예요.”고시연은 그렇게 말하면서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음? 그렇다면 사실은 남궁 일가에 시집가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거야?”윤구주가 고시연을 바라보며 물었다.고시연은 쓴웃음을 지었다.“저에겐 선택권이 없어요. 하지만 고씨 일가를 위해서, 할아버지를 위해서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해요. 상대방이 절름발이라고 해도 말이죠.”고시연이 다시 말했다.절름발이라는 말에 윤구주는 미간을 살짝 구겼다.‘고시연이 절름발이에게 시집을 간다니. 남궁 가문에 절름발이가 있었나?’윤구주는 그렇게 생각했다.고시연은 자신의 약혼자에 대한 걸 더 얘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갑자기 시선을 들어 윤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의 실력이 아주 뛰어난 건 알겠어요. 그리고 당신이 봉안보리구슬로 여자를 구하려 한다는 것

  • 구주, 왕의 귀환   제638화

    그가 다른 이들을 두려워한 적은 없었다.고시연은 윤구주의 정체를 전혀 알지 못했다.그녀가 말했다.“윤구주 씨, 너무 거만하네요. 이 세상의 모든 일이 당신 마음대로 될 것 같나요? 당신 마음대로 짓밟을 수 있을 것 같아요?”“그래. 난 이 세상의 모든 일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윤구주는 오만하게 말했다.“당... 당신...”고시연은 윤구주처럼 건방진 사람은 난생처음 보았다.혼자서 800년 된 고씨 일가를 점령하고, 심지어 지금은 남궁 가문도, 이 세상도 그의 안중에 없다고 한다.고시연은 너무 화가 나서 몸을 떨었다.그녀는 윤구주가 죽지 않기를 바랐기에 그를 설득해 빨리 고씨 일가를 떠나게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윤구주는 그녀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고시연이 씩씩대고 있을 때 윤구주가 말했다.“당신처럼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여자가 내 걱정을 해줄 줄은 몰랐어. 설마 날 좋아하는 거야?”“뭐라고요? 당신을 좋아하냐고요?”고시연은 그 말을 듣자 얼굴을 붉혔다.윤구주가 말했다.“아니야?”“당... 당신... 헛소리하지 말아요! 제가 왜 당신을 좋아해요? 당신은 우리 고씨 일가의 원수예요. 전... 전... 당신을 미워하기도 바쁜데 왜 당신을 좋아하겠어요?”고시연은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그렇다면 왜 내 걱정을 하면서 나더러 고씨 일가를 떠나라는 거야?”윤구주가 물었다.“그건... 그건...”고시연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렇다.그녀가 정말로 윤구주를 미워했다면 이 모든 것을 얘기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녀는 그저 서울에서 남궁 가문이나 할아버지가 돌아와서 윤구주를 죽이기를 기다리면 됐다.고시연 본인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지금 그녀는 심장이 두근대고 얼굴이 화끈거렸다.얼굴이 빨개진 고시연을 본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됐어, 장난은 그만 칠게. 피곤하니까 와서 내 어깨 좀 주물러 봐!”고시연은 어이가 없었다.또 어깨를 주무르라니, 정말 그녀를 종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 구주, 왕의 귀환   제639화

    윤구주가 눈을 감으라고 하자 고시연은 긴장됐다.윤구주는 뭘 하려는 걸까?설마 그녀에게... 그런 짓을 하려는 걸까?그녀는 지금까지 순결을 지켰는데 어떻게 감히 그런단 말인가?고시연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심지어 몸이 살짝 뜨거워지기 시작했다.비록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의 기다란 눈매는 윤구주의 명령에 따라 감겼다.고시연은 호흡이 빨라졌다.그녀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고시연은 두려웠다. 혹시라도 윤구주가 그녀에게 폭력을 휘두른다면 어찌한단 말인가?그렇게 고시연이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윤구주가 갑자기 손가락을 뻗어 그녀의 미간을 톡 쳤다.빛 한 줄기가 고시연의 미간을 뚫고 들어갔고, 곧 고시연의 몸은 감전된 것처럼 심하게 떨렸다.이루 형언할 수 없는 무한한 현기가 그녀의 기경팔맥 속으로 들어갔고 곧 그녀의 미간에 언뜻언뜻 보였던 화련금안 낙인이 서서히 흐릿해지기 시작했다.그리고 마지막에는 그녀의 미간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됐어. 이제 눈을 떠도 돼.”윤구주는 일을 마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고시연은 흠칫하며 눈을 떴다.그녀는 윤구주가 자신에게 그렇고 그런 짓을 할 거라고 생각했었다.그러나 윤구주는 그녀의 미간을 살짝 건드렸을 뿐이다.그리고 몸에서 느껴지던 작열감이 갑자기 사라지기까지 했다.고시연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윤구주가 말했다.“난 이미 너의 화련금안술을 풀어줬어. 넌 이제 자유야.”‘뭐라고?’“제게 걸었던 화련금안술을 풀었다고요?”고시연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그래.”고시연은 화련금안 낙인이 있었던 미간을 만지작거렸다. 몸속의 작열감도 사라진 걸 발견한 고시연은 당황했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왜... 왜 제게 자유를 돌려준 거예요? 절 통제해서 우리 고씨 일가를 위협하여 봉안보리구슬을 내놓게 할 생각 아니었나요?”윤구주는 피식 웃었다.“난 내가 원하는 걸 남을 위협해서 얻어내지 않아. 넌 인제 그만 가봐도 돼.”윤구주의 말을 들은

  • 구주, 왕의 귀환   제640화

    “지휘사님, 부성국 놈들이 실토했습니다. 부성국의 스파이들이 맞다고 합니다.”한 암부 구성원이 부성국 사람들을 추궁한 뒤 뚱뚱한 남자에게 보고했다.그 남자는 다름 아닌 암부의 둘째 정태웅이었다.그의 통통한 손에는 이쑤시개 하나가 들려있었다. 그는 이를 쑤시면서 말했다.“알아냈으면 됐어.”“그, 그러면 저놈들은 어떻게 처리할까요?”암부 구성원이 계속해 물었다.“제기랄, 당연히 저 자식들 전부 죽여야지! 이렇게 당연한 일을 나한테 묻는 거야?”정태웅은 욕하면서 말했다.정태웅의 부하들은 정태웅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기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겠다고 대답한 뒤 스파이들을 처리하러 갔다.정태웅은 부성국의 스파이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몸을 돌린 뒤 밀실 밖으로 향했다.밖으로 나온 정태웅은 크게 기지개를 켠 뒤 자신의 사무실로 차를 마시러 갔다.이때 암부 구성원이 갑자기 건물 안에서 달려 나왔다.“정 지휘사님, 조금 전에 누군가 정태웅 지휘사님을 찾는다고 사무실로 연락이 왔습니다.”그 말을 들은 정태웅은 바로 말했다.“날 찾는다고? 내가 무슨 시간이 있다고.”“알겠습니다. 그러면 전화 끊겠습니다.”부하는 곧바로 말을 마친 뒤 전화를 끊으러 가려고 했다.“잠깐...”정태웅이 그를 갑자기 불러 세웠다.“지휘사님, 왜 그러십니까?”부하가 멈춰 섰다.“그 사람 왜 날 찾는대?”부하가 대답했다.“이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지휘사님을 찾는다고만 하셨어요. 그리고 자기 성이 윤씨라고...”‘뭐라고?’윤씨라는 말에 정태웅은 그 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를 뻔했다.“세상에, 설마 저하인가?”말을 마친 뒤 그는 곧바로 부하의 팔을 잡았다.“전화는? 끊었어?”“아뇨... 사무실에 있어요.”부하가 말을 끝맺자마자 정태웅은 쏜살같이 자신의 사무실로 달려갔다.널따란 사무실 안, 정태웅은 안으로 들어간 뒤 아직 끊기지 않은 전화를 보고 빠르게 달려가서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저하! 저하 맞으세요?”“바보 같긴, 나 아니면 누구겠

  • 구주, 왕의 귀환   제641화

    “저하! 군형 쪽 일이 다 처리되었으면 언제 서울로 돌아오셔서 저희랑 모이실 겁니까?”정태웅이 기대로 가득 차서 물었다.윤구주가 대답했다.“당분간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왜요?”정태웅은 조금 실망했다.“채은이 때문에.”“아, 그렇군요.”“태웅아,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는데 네가 나랑 같이 가줘야겠다.”윤구주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분부하십시오.”정태웅이 말했다.“화진의 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으로 가서 꼬맹이를 찾아.”‘뭐라고?’꼬맹이라는 말에 정태웅은 꽥 비명을 질렀다. 독 있는 뱀에게 물리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암부의 3대 지휘사 중 한 명인 정태웅이 그 이름을 듣고 이렇게 큰 반응을 보일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저하? 왜 갑자기 남궁 가문의 그 꼬맹이를 찾는 겁니까?”정태웅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걔를 좀 보고 싶거든.”윤구주는 고씨 일가에서 있었던 일들에 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하지만 저하, 지금까지도 남궁 가문의 어르신들이 협력해서 그 자식을 검의 감옥에 가두고 있는걸요.”정태웅이 말했다.“뭐? 누가 감히 걔를 가둔단 말이야? 뭐 때문에?”윤구주는 그 말을 듣자 버럭 화를 냈다.“당연히 저하 때문이죠!”정태웅이 말했다.“나 때문이라고?”“네, 저하! 잊으셨어요? 저하는 이미 사람들 마음속에서 저물었어요. 꼬맹이도 그렇죠. 저하께서는 모르시겠지만 저하가 죽음의 바다에서 죽었다는 걸 안 뒤로 꼬맹이는 홀로 창현국으로 쳐들어가서 병사들과 시민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부 죽였어요. 그래서 창현국에서는 한때 피가 강을 이루고 시체가 즐비했었죠.” “그래서 창현국에서는 군대를 보내 꼬맹이를 막으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어요.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창현국의 주인은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직접 화진으로 찾아와서 무릎 꿇고 애원했대요. 그래서 우리 군주가 남궁 가문을 보내 꼬맹이를 다시 데려왔대요.”“꼬맹이는 돌아온 뒤에도 여전히 불만이 가득해 설국과 부성국, 그리고 다른

  • 구주, 왕의 귀환   제642화

    남궁 가문의 검도 천재는 보기 드문 귀재이자 기린아라고 불렸다.같은 시각 차 한 대가 남궁 가문이 숨어 사는 골짜기에 도착했다.그 골짜기는 안개가 자욱하여 밖에서는 뿌옇게 보여 안이 잘 보이지 않았다.차는 골짜기에 멈춰 섰고 공처럼 굴러갈 듯한 뚱뚱한 정태웅이 차에서 내렸다.정태웅이 차에서 내렸고 그의 뒤로 두 명의 부하가 그를 따라 차에서 내렸다.“지휘사님, 여깁니까?”한 부하가 물었다.“맞아! 됐어, 넌 이제 가봐.”두 부하는 알겠다고 대답한 뒤 차를 타고 떠났다.고요한 산골짜기에서는 벌레 우는 소리도, 새가 지저귀는 소리도 없었다.그곳에 있는 것이라고는 손을 뻗으면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욱하고 기괴한 안개뿐이었다.정태웅은 안개 앞에 서서 눈을 가늘게 뜨더니 갑자기 짙은 안개를 향해 소리쳤다.“암부의 정태웅이 남궁 가문을 방문하러 왔습니다.”그 고함에 기괴한 안개들이 갑자기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곧 연한 노란색의 옷을 입은 두 무인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그 두 사람은 장검을 등에 지고 있었고 분위기가 남달랐다.그들의 내공은 대무사 절정 경지였다.두 사람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곧바로 정태웅을 향해 예를 갖췄다.“암부의 정태웅 지휘사님이셨군요. 오랜만입니다.”“하하! 남궁 가문에 절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정태웅은 두 명의 남궁 가문 사람이 그렇게 말하자 호탕하게 웃었다.“당연히 알죠. 당시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저희 남궁 가문에서는 암부와 여러 차례 협력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가문의 도련님은 과거 구주왕과 의형제를 맺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저희가 어떻게 정태웅 지휘사님을 모를 수가 있겠습니까?”검을 등에 진 남자가 말했다.정태웅은 그 말을 듣고 웃었다.“오늘 지휘사님께서는 갑자기 무슨 일로 저희 남궁 가문을 찾으신 겁니까?”얼굴이 긴 편이 남자가 물었다.“전 명령을 받고 남궁 가문 작은 괴물을 데리러 온 겁니다.”정태웅이 말했다.작은 괴물이란 바로 남궁 가문의 귀재 남궁서준이었다

  • 구주, 왕의 귀환   제643화

    “정태웅 지휘사님, 우선 저희를 따라 정양전으로 가서 어르신부터 뵙죠.”얼굴이 긴 편인 제자가 입을 열었다.정태웅은 그 말을 듣자 서둘러 손을 저었다.“이뇨, 아뇨. 우선 작은 괴물부터 보고 싶군요.”“네? 저희 도련님을 먼저 만나시겠다고요?”얼굴이 긴 제자는 당황했다.“맞아요. 아주 급한 일이거든요. 심지어 군주님의 명령이라서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정태웅이 그들을 구슬렸다.얼굴이 긴 남자는 정태웅의 신분을 알고 있었고, 암부가 화진에서 얼마나 큰 권력을 지니고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그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정 지휘사님께서 군주님의 명령을 받고 오셨다고 하니, 그러면 저희도 명령에 따르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두 제자는 정태웅을 데리고 남궁 가문의 뒷산으로 향했다.곧 큰 산 하나와 거대한 검 한 자루가 정태웅의 시야에 들어왔다.그 거대한 검은 큰 바위로 조각된 것으로 길이가 12척이 넘었다.그것은 산꼭대기에 꽂혀서 하늘 높이 우뚝 솟아 있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이것이 남궁 가문의 유명한 검옥이었다.소문에 따르면 검옥 안에는 보기 드문 검기가 있었다.그 검기들은 형태가 없지만 신급 강자라도 무턱대고 들어가면 검기에 심하게 다쳐서 죽을 수도 있었다.눈앞의 검옥은 남궁 가문의 천재가 갇혀 있는 곳이었다.곧 남궁 가문의 보초병 두 명이 정태웅을 데리고 검옥으로 왔다.이곳은 남궁 가문의 요충지지만, 검기가 너무 강해서 일반인들은 그곳에 감히 있을 수가 없었다.“정 지휘사님, 도착했습니다.”한 보초병은 감히 검옥의 거대한 석문 앞에 다가가지 못하고 멀찍이 서 있었다.정태웅은 눈을 가늘게 떴다. 눈앞에 있는 검옥의 문을 바라보는 순간, 보이지 않는 서늘한 검기가 그를 향해 돌진했다.검기가 가까워지는 순간, 정태웅의 옷소매가 바람도 없이 펄럭였고 곧 포악한 현기 한 줄기가 정태웅의 몸에서 흘러나와 검기가 가까워지는 걸 막았다.“젠장, 남궁 가문의 검옥은 아주 험악한 곳이라고 하던데 오늘 보니 확실히 남다르네.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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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주, 왕의 귀환   제2032화

    “저하,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를 죽여야 합니까? 저자의 기운이 이토록 흉악한데 성수의 혈기로 진압할 순 없습니까?” 백호는 이미 싸우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안 된다. 너희 네 명이 함께라면 잠시나마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너희는 그저 성수의 정혈을 가졌을 뿐이니 마인을 완전히 없애려면 성수가 직접 나타나야 한다. 지금 이 세상에 성수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윤구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말을 마친 윤구주는 곧장 진요탑 쪽으로 향했다.백호와 임정설, 청해가 함께 가서 돕고자 했으나 장인 대진인이 그들을 가로막았다.“이 마인은 오직 구주만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국주님, 곧 전투가 시작될 터인데 서요산의 진법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 호법의 중임을 몇 분께 맡기겠습니다.”장인 대진인이 임정설에게 경건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좋다. 오늘 이 자리에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저 마인을 죽이고야 말겠다.” 임정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황자의 위엄을 한껏 드높였다.화진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면 임정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하지만 마기가 몰려와 서요산 전체를 뒤덮고 세상이 오직 흑백 두 가지 색깔만으로 변해버리며 그 끔찍한 살기가 강림했을 때 임정설마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떨렸다.“이 마인의 기운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이야.” 임정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마기로 가득 찼고 윤구주마저 그 기세에 눌리고 있었다.진요탑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실체가 되어 넘쳐흘렀다. 마기가 나타나자 서요산을 지키는 모든 검종 제자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어떤 제자는 순간적으로 십여 년을 늙어버렸다.수련이 부족하면 수명으로라도 채워야 하는 참혹한 상황이었다.웅웅.하늘에는 먹구름이 밀집했고 그 안에서 요괴의 번개가 끊임없이 터졌다.“이젠 영기조차 요기로 변하고 있다. 풍수 비술로 보건대 머지않아 이곳에서 요마가 출현하겠구나.” 임정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요산 외부에서 짙은 요기

  • 구주, 왕의 귀환   제2031화

    도가는 인연이라는 두 글자를 대단히 중히 여긴다.그의 한 번의 인연, 한 번의 생각은 곧 만백성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윤구주가 정상에 오르자 앞서 온 다른 이들과는 달리 서요산 검종의 모든 이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깊은 존경을 표했다. 그들이 경배한 대상은 단순한 한 인간이 아니라 구주의 저하, 화진의 인황, 오방 천지의 주재자였다.“모두 일어나십시오. 제가 오늘 서요산에 온 이유는 오직 진요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진요탑 안의 마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문 씨 세가의 역심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마인을 죽여야만 문 씨 세가의 야심도 함께 근절할 수 있습니다.”윤구주는 서요산 검종의 모든 제자를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이번 서요산 행차의 목적은 바로 문 씨 세가의 역심을 뿌리째 뽑는 것이었다.검종 제자들이 앞장서 일행을 이끌었고 모두가 금정을 지나 뒷산으로 향했다.뒷산에 막 들어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얼굴을 스쳤다.후산 중앙에는 높이 오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 서 있었는데 그 산은 무려 구백구십구 개의 쇠사슬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다.이 쇠사슬은 그저 평범한 사슬이 아니었다. 절반은 땅속의 지맥과 연결되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늘 높이 떠올라 천지의 영기를 끌어모으고 있었다.이런 수준의 봉인이라면 설령 윤구주 자신이 여기에 갇혀 있다고 해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처럼 견고한 고진마저 지금은 마인의 사기로 조금씩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본래는 영기가 흘러넘치는 명산이었으나 지금은 온 서요산이 마인의 기운에 물들어 음침하고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 강렬한 악기운을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모두 얼굴을 찌푸렸다.솟구치는 사기를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찌푸렸다.최근 몇 대에 걸쳐 입종한 서요산의 제자들은 이런 마인의 사기와 요마의 위협 속에서 수련해야 했다.천지의 영기조차 마인의 기운에 오염되어 수련에 큰 지장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남은 현

  • 구주, 왕의 귀환   제2030화

    이 말을 듣자 모든 이들은 천 년 전 마지막으로 나타난 그 성인이 바로 서요산 검종에서 나왔음을 깨달았다.“짐은 서요산 검종의 선대 종주께서 우화등선하셨다고만 들었는데 그저 떠도는 신화 속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더니 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신 것이었군.” 임정설이 깊은 감탄과 함께 말했다.구백 계단 윤구주는 이미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하지만 그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백삼십 계단 사십 계단을 오르면서 윤구주의 발걸음은 오히려 더욱 가벼워졌고 그가 세우는 기록은 사람들의 상식을 계속해서 뒤흔들었다.구백팔십 계단을 지나 정상까지 겨우 십여 계단만 남은 그 순간 윤구주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구백구십구 계단에 이르러 결국 완전히 멈추었다.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것인가?모두가 숨을 죽이고 윤구주를 지켜봤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험일 터였다.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십여 분을 견뎌냈다. 사람들은 그가 언제 다시 계단을 오를지 초조하게 기다렸다.마침내 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습니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시험을 포기하지요.”말을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서는 순간 청석 계단 아래에서 강력한 영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고 곧바로 서요산을 감싸던 어둠의 기운을 깨끗이 몰아냈다.오랫동안 음울했던 서요산 상공은 순식간에 환해졌고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서요산의 모든 이들은 충격에 빠져 넋을 잃었다.그제야 그들은 윤구주가 왜 그토록 여유롭게 올라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서요산의 청석 계단이 가진 진법의 힘을 계속해서 억누르고 있었다.“참으로 대단하신 신위군요! 우리 서요산의 청석 진법마저 제압하셨다니! 마지막 한 걸음을 분명 넘으실 수 있었을 텐데 혹시 강제로 넘었다가 진법이 견디지 못해 영기가 새 나가고 진법이 무너져 진요탑까지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신 건 아닌가요?” 장인 대진인이

  • 구주, 왕의 귀환   제2029화

    도법의 깊이는 워낙 심오해서 임정설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쉽게 말씀드리자면 구주는 천지의 운기를 완전히 장악한 데다가 하늘이 직접 영광을 내리신 거죠.” 장인 대진인이 말했다.임정설은 이 말을 듣고 비로소 이해한 듯 말했다.“대진인의 말은 윤구주가 바로 하늘이 점지한 사람이라는 뜻인가?”“맞습니다. 우리 화진 사람들은 운명의 갈림길에 서면 본심에 따라 도법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깁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사는 다하고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윤구주는 분명 큰 복을 타고났지만 그 엄청난 복을 감당할 힘도 필요합니다.”대진인이 설명했다.말이 끝날 무렵 윤구주는 이미 육백삼십 계단을 거뜬히 올라와 있었다.한 걸음도 멈추지 않고 더욱 확고한 걸음으로 계속 전진했다.그의 발걸음마다 천지의 기운이 응축되었다.어느 순간 서요산의 계단조차 윤구주의 기세를 가두지 못했다. 그는 마치 천지를 밟으며 오르는 듯했다.곧이어 그는 칠백 계단마저 돌파했다.칠백 계단이란 천 년 전 서요산의 전성기에도 극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였다. 지금 만약 윤구주가 구주왕이 아니라 일반 수련자였다면 이 기록만으로 서요산 전체가 들썩였을 것이다. 만일 윤구주가 서요산에 입문을 원했다면 서요산은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그를 키웠을 것이며 서요산 검종의 다음 종주 자리는 당연히 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그러나 이미 칠백 계단에 이르렀음에도 윤구주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칠백오십 계단 팔백 계단 팔백오십 계단!그는 끊임없이 정상의 기록을 깨며 전설을 써 내려갔다.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윤구주 앞에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것 같았다. 이쯤 되자 장인 대진인조차 감히 그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자신도 과거에 겨우 칠백 계단에 그쳤으니 팔백 계단을 오른 사람을 감히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마치 천지를 흔들어 이 강산을 뒤엎어버리겠다는 기세였다.그리고 마침내 구백 계단에 이르렀다.“구백

  • 구주, 왕의 귀환   제2028화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

  • 구주, 왕의 귀환   제2027화

    진인들은 말했다. 임정설이 만약 집념을 내려놓는다면 육백 계단까지도 오를 수 있을 거라고.장인 대진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집념을 놓는다면 더 이상 화진의 국주가 아니지. 바로 이런 끈질긴 의지가 있기에 그분이 화진 백성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다른 진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운명이란 그런 법이다. 아마도 집념을 놓았다면 임정설은 오백 계단조차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이때 임정설은 아직 남아 있는 절반의 계단을 바라보며 씁쓸히 미소 지었다. “어쩌면 여기서 멈춰야겠구나.”임정설은 다시 뒤를 돌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그가 자기 자식이자 동료처럼 여기는 윤구주가 과연 몇 계단을 오를지 궁금했다.깊은 생각에 잠긴 임정설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구주야 이제 네가 올라서 봐! 화진의 구주왕다운 실력을 보여줘! 적어도 나보다는 못하면 안 되지 않겠냐?”아래에 서 있던 윤구주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원래 그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국주의 바람이라면 흔쾌히 도전할 마음이었다.“명 받들겠습니다!” 윤구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계단을 밟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기 시작했다.구주왕이 등천로에 도전했다는 소식에 서요산 검종 전체가 술렁였다.검객은 물론이고 잡일을 돕는 제자들까지 모두 금정에 모여들어 그의 모습을 보고자 했다.심지어 하늘 위 어둑한 구름 사이에서도 한 쌍의 법안이 열렸다. 바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 환영이었다.임정설이 먼저 정상에 올랐고 장인 대진인을 포함한 일곱 진인과 서요산의 모든 제자들은 화진의 황자를 향해 몸을 숙여 예를 갖추었다.“모두 일어나시오. 그대들이 없었다면 화진은 이미 혼란 속에 빠졌을 것이오. 진정 국가와 화진을 위해 헌신한 것은 바로 그대들입니다.” 임정설은 화진의 모든 백성을 대표할 순 없지만 왕실을 대표하여 임 씨 일족의 지도자로서 서요산 검종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국주께서 과찬입니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묵묵히 힘썼을 뿐입니다. 화진의 백

  • 구주, 왕의 귀환   제2026화

    일곱 진인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들은 국주가 이미 등황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사백 계단은 쉽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과연 그들의 예상대로 임정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오르며 오백 계단을 가볍게 밟아 올랐다. “오백 계단을 밟으면 등황의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일곱 진인 중에서도 오직 장인 대진인께서만 과거에 오백 계단에 오르셨고, 현재 서요산에 살아계신 유일한 오백 계단 수련자이십니다. ” 한 진인이 감탄하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백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선임 도사님 그러면 그 도사님도 황자란 말씀입니까? ”“하하! 우리 서요산에서는 외부의 그런 칭호를 쓰지 않아요. 우리 사이에서는 그를 반신이라고 부릅니다.” 진인들이 웃으며 말했다.청해가 옆에서 덧붙였다. “서요산 검종에서 말하는 반선이 황자를 뜻하는 거야. 근데 그 서요산 반선 진짜 어마어마하게 강한 인물이거든. 예전에 곤륜 구역에서 귀한 영약 찾으러 들어왔다가 우리 빙신전 전주랑 빙황 두 명이 같이 상대했는데도 둘 다 거의 죽을 뻔했어. 결국 아사 신전한테까지 도움 요청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지.”“뭐라고?”백호는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그렇게 강한지 의문이 들었다.일곱 진인 중 가장 나이 많은 그 진인은 백호의 단순한 반응에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그가 바로 그 반선이었다. 다만 백호가 워낙 세상 물정에 둔감하여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놀라기만 하고 있었다.그사이 임정설은 이미 오백오십 계단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 단계에 이르자 임정설도 거의 극한에 도달했다.“역시 직접 올라와 봐야 이 압력을 제대로 실감하는구나! 오백사십 계단까진 무리 없었는데 오백오십 계단에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구나.”지금 임정설을 압박하는 것은 단순한 술도의 압력만이 아니었다.과거의 온갖 기억들이 마장이 되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일곱 진인은 모두 임정설의 기운이 혼란스러워진 것을 느꼈다.“장인 사형, 국주님께서 심마에 걸리셨군

  • 구주, 왕의 귀환   제2025화

    청해의 눈길이 자주색 도포를 입은 진인에게로 향했다.서요산검종에서 종주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명의 진인이 가장 높은 수련을 가지고 있으며 평소 종문 내의 모든 일은 이들 일곱 명이 책임지고 있다.기세는 마치 대강의 파도가 넘실대듯 깊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산과 숲처럼 무한히 이어져 있었다. 그의 수련은 깊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서요산 7대 진인의 수련이 극 신급 절정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 말이 너무 가볍게 들리네요. 귀하의 수련은 적어도 극 신급 절정 후반에 다다랐군요.”청해는 세 명의 진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몸을 굽혔다.“서요산의 전통은 천 년을 자랑하며 그 깊이는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반면 곤륜 구역은 스스로 신을 자처한 이후로 계속해서 내분을 일으켰습니다. 수련을 통해 세상을 떠난 후 도를 깨닫는다는 말처럼 곤륜 구역은 천하의 영기와 천물을 흡수했지만 제 생각에는 도를 얻지 못한 곳입니다. 지금 당신이 화진에게 올바른 수를 두는 것은 맞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극 신급 절정 후반도 절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한 진인이 답례하며 말했다.그때 몇몇 사람들은 서요산 검객들의 함성에 이끌려 사방을 살폈다. 백호가 사백 계단을 올라갔다는 소식이었다.“대단한데요. 서요산이 전성기였을 때도 사백 계단을 오른 이는 드물었어요. 우리 몇몇 진인들도 입문 시에 사백 계단을 넘은 적은 없었죠.”몇몇 진인들이 칭찬했다.이는 백호가 미래에 매우 큰 가능성을 지녔음을 의미했고 적어도 극 진경 후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극 진경 후반은 곤륜 구역에서 신전의 전주가 될 수 있는 실력이다.지금 사백 계단에 오른 백호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완전히 의지로 버티며 강력한 정신력으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강한 운명을 지녔다 해도 천지의 이치를 막을 수는 없다.사백오십 계단에 도달했을 때 백호는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의식을 잃은 것은 시험이 끝났다는 신호였고 백호는 곧 깨어났다.“겨우 사백오십 계단이라니

  • 구주, 왕의 귀환   제2024화

    서요산 검객들이 모두 그 무인의 정체를 궁금해하자 진인도 더 이상 뜸 들이지 않고 말했다.“저분은 구주왕 휘하의 화진 군신이자 국방부 대장 백호 장군이시다.”검객들은 모두 입이 벌어진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군신의 명성은 당연히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하는 영웅이었으니까.“정말 구주왕 휘하의 군신이라니!”“역시 저런 굳센 의지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어! 수많은 전장을 누빈 명장다운 모습이다!” 서요산 검객들은 백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현재 백호는 이미 삼백이십 계단을 돌파한 상태였다. 백호가 혼자 주목을 독차지하는 걸 본 청해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처음 백 계단은 청해도 육신의 힘으로 버텼다. 하지만 백 계단을 넘자 육체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워졌다. 그는 술법으로 대응하려 했지만 평소 쓰던 빙신전의 신술이 계단 위 술법에는 통하지 않았다.“역시 화진의 서요산 검종은 보통이 아니구나. 이 등천로에선 일반 술법이 먹히지 않으니 천지 영기에 대한 깨달음으로 맞설 수밖에 없겠어.” 청해는 몸을 감싸고 있던 현빙을 거두고 오로지 자신의 속성 영기로만 버티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막상 올라 보니 이 등천로가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실감했다. 이백 계단쯤 오르자 벌써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계단마다 한계를 시험하는 느낌이었다. 올려다보니 백호는 여전히 계단 위로 나아가고 있었다. 청해도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서요산 검객들도 청해의 수준을 알아보고 속삭였다. “저 이역인은 정말 대단한 내력의 소유자다! 기운이 이미 진인 급에 가까워! 극 신급 절정의 수련자임이 분명해!”이에 대해 진인은 신비롭게 꾸미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 “저자는 곤륜 구역 빙신전의 부 전주 청해다. 경지가 매우 높지. 지금 빙신전은 우리 화진에 귀속되었고 청해 역시 구주왕 휘하의 부하가 되었다. 얼마 전 서울 방어전에서 청현과 목숨까지 걸고 사투를 벌인 끝에 죽을 고비를 넘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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