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18화

Author: 김원호
그 말에 벽에 박혀 있던 다카야는 분노 때문인지, 수치 때문인지, 아니면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인지 고개를 픽 떨구더니 그대로 죽었다.

기타가와 신사의 제자인 다카야가 죽은 뒤, 고개를 돌린 윤구주는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진 야나가와 노아를 바라보았다.

“이젠 네 차례야.”

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 미소를 본 노아는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뭘 어쩔 생각이에요...”

그녀는 검은 고양이를 품에 안은 채로 두려워하며 말했다.

“귀무인의 복수를 하려고 온 거 아냐? 사람이 겨우 이것뿐이야?”

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

노아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말했다.

“우... 우리 아버지가 곧 화진으로 와서 당신에게 도전할 거예요!”

“아버지? 그게 누군데?”

윤구주가 물었다.

“우리 아버지는 기타가와 신사 최고의 검객 야나가와 류이치예요. 들어본 적 있죠?”

노아는 아버지의 이름을 대면 윤구주에게 겁을 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윤구주는 이렇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그런 보잘것없는 인물은 기억할 가치도 없어.”

그 말에 노아는 기가 막혔다.

“당신 정말 너무 건방지네요. 우리 아버지는 기타가와 신사의 최강자예요. 우리 아버지가 온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죽을 거라고요!”

노아가 계속해 말했다.

그런데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윤구주는 두 눈을 빛내면서 차갑게 말했다.

“그래?”

곧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기운이 노아를 압박했고, 노아는 그렇게 윤구주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게 되었다.

“노아 씨!”

주변에 있던 네 명의 부성국 사무라이는 노아가 무릎을 꿇자 다가가서 그녀를 부축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들이 나서기도 전에 윤구주가 손을 휘둘렀고, 네 명의 부성국 사무라이들은 피를 토하면서 멀리 날아가서 죽었다.

다른 부성국 사무라이들은 그 광경을 보고 겁에 질렸다.

아무도 감히 꼼짝하지 못했다.

윤구주는 네 명의 부성국 사무라이를 죽인 뒤 고개를 숙여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노아를 바라보았다.

“겨우 너 따위가 감히 내 앞에서 큰소리를 쳐? 당시 난 부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구주, 왕의 귀환   제819화

    다들 노아가 그 자리에서 죽을 거로 생각했는데 윤구주가 갑자기 손을 멈출 줄은 몰랐다.모두 어리둥절한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윤구주의 눈동자가 금빛으로 반짝였다. 그는 눈을 깜빡거리면서 겁에 질린 노아를 바라보았다.노아 또한 어리둥절했다.윤구주는 뭘 하려는 걸까?다들 궁금해하고 있을 때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너에게 내가 찾고 있는 게 있을 줄이야!”노아는 당황했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윤구주가 계속해 말했다.“내가 왜 널 죽이지 않은 줄 알아? 바로 이것 때문이야!”말을 마치기도 전에 윤구주는 갑자기 손을 뻗어 노아의 봉긋한 가슴을 잡았다. 순간 엄청난 금빛 현기가 노아의 몸으로 흡수되었다.“꺅!”노아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고 곧 일그러진 문양이 노아의 몸에 천천히 나타났다.그 문양은 빨간색이었고 마치 비늘처럼 하나하나 그녀의 몸에 나타났다.그리고 문양이 나타나자 방 안이 음기로 휩싸였고 이내 수많은 사악한 검은 기운이 노아의 몸에서 흘러나왔다.“아아아아!”노아가 비명을 지르자 쿵 소리가 다시 노아의 몸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곧 수많은 검은색 마기가 천천히 허상 하나를 이루었다.자세히 보니 그 허상은 머리에 뿔이 두 개 달리고 이빨이 날카로우며 눈은 하나뿐인 데다가 머리를 풀어 헤친 아주 흉포한 얼굴의 악귀였다.그 악귀가 나타나는 순간 그곳에 있던 사람들 모두 겁을 먹고 얼어붙었다.소채은 또한 겁을 먹었다.악귀는 곧바로 입을 쩍 벌리고 윤구주를 물려고 했다.“흥! 분신 따위가 감히 내 앞에서 설쳐? 죽으려고!”윤구주는 차갑게 코웃음 치더니 오른손으로 수인을 맺었다. 그 순간 팔뚝만 한 번개가 악귀 위로 내리쳤다.“악!”악귀는 비명을 지르더니 고개를 돌리고 도망치려고 했다.“도망치려고? 그런데 도망칠 수 있겠어?”윤구주의 눈이 빛났다. 그의 두 눈동자에 금빛의 연꽃이 나타났다. 그것은 화련금안이었다.금빛의 연꽃은 나타나자마자 곧바로 악귀에게로 향했다.악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연꽃에 공격당했고 곧 몸

  • 구주, 왕의 귀환   제820화

    검은색 브라에 핑크색 팬티를 입은 노아는 넋이 나갔다.“당신...”그녀는 깜짝 놀라서 말하더니 서둘러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뭘 하려는 거지? 내 몸을 원하는 걸까? 하지만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게다가 여자 친구도 바로 옆에 있잖아.’윤구주가 노아의 옷을 전부 벗기자 주변에 있던 부성국의 사무라이뿐만 아니라 소채은마저 넋이 나갔다.다들 윤구주가 뭘 하려는 건지 알지 못했다.모두 넋이 나간 상태였는데 윤구주가 갑자기 손을 뻗어 노아의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누가 네 몸에 주술을 건 것이지?”노아는 흠칫하더니 고개를 숙여 자신의 복부를 바라보았다.평탄한 그녀의 복부에는 원형의 빨간색 문양이 있었다.자세히 보니 그 문양의 중앙에 뿔이 하나뿐인 악귀가 그려져 있었다.그 문양을 본 노아는 얼이 빠졌다.“이게 뭐죠?”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자신이 옷을 입지 않고 있지 않다는 것마저 잊었다.주변에 있던 부성국 사무라이들은 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감히 노아의 몸을 볼 수가 없었다. 부성국은 규칙이 아주 엄격했고 만약 그들이 노아의 몸을 본다면 돌아가서 두 눈을 도려내는 형벌을 받을지도 몰랐다.노아가 경악하고 있을 때 윤구주가 말했다.“악귀가 빙의한 것뿐이야. 하지만 난 누가 이 악귀의 분신을 네 몸에 심어놓았는지가 궁금해!”윤구주가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노아는 넋이 나간 채로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힘껏 저으며 모른다는 걸 티 냈다.“정말 몰라?”윤구주가 다시 물었고 노아가 대답했다.“네, 정말 몰라요...”노아가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자 윤구주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윤구주는 귀신 들리게 하는 건 태허 경지 이상의 강자여야만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이 악귀 분신의 주인은 분명 아주 강력한 영혼일 것이다.그러나 윤구주는 그런 것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가 신경 쓰는 것이라고는 외뿔 악귀의 영혼이 어마어마한 한기를 발산한다는 점이었다.음기는 한기에 속했다.윤구주는

  • 구주, 왕의 귀환   제821화

    그렇게 윤구주는 기타가와 신사 아가씨의 몸에 생사인을 남겼다.동시에 윤구주는 그녀를 데리고 떠났다.용인 빌리지.이때 정태웅은 용인 빌리지 문 앞에 앉아서 중얼거리고 있었다.“저하 쪽 상황은 어떤지 모르겠네.”그가 중얼거리고 있을 때 세 명의 사람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정태웅은 그들을 보더니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저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정태웅은 흥분해서 달려오면서 외쳤다.“어라? 웬 낯선 여자랑 같이 오셨네요? 이 사람은 누구예요?”정태웅은 넋이 나간 듯한 노아를 보고 궁금한 듯 물었다.윤구주가 말했다.“이 사람이 내게 복수하려던 기타가와 신사의 아가씨야.”“네? 부성국 여자였어요?”윤구주의 말을 들은 정태웅은 흥분했다.“태웅아, 일단 이 여자를 가둬.”윤구주는 그렇게 말한 뒤 안쪽으로 걸어갔다.“구주야, 나 집에 가고 싶어.”소채은이 갑자기 뒤에서 말했다.소채은이 갑자기 집에 돌아가겠다고 하자 윤구주는 당황했다.“나랑 같이 산에 올라가지 않을 거야?”“응, 오늘 너무 피곤하거든. 돌아가서 쉬고 싶어.”소채은은 말을 마친 뒤 그대로 산을 내려갔다.소채은이 떠나자 윤구주가 말했다.“그래, 가는 길에 조심해.”소채은은 산을 내려가면서 입을 비죽이며 화를 냈지만 윤구주는 그런 것들을 전혀 몰랐다.윤구주는 노아를 정태웅에게 넘긴 뒤 혼자 방으로 돌아갔다.방으로 돌아간 뒤 윤구주는 손바닥을 살짝 펼쳤고, 그의 손바닥에서 섬뜩한 검은 기운이 천천히 피어올랐다.그 기운은 노아의 몸에서 나왔던 악귀 영혼이었다.하지만 이 영혼은 그냥 분신 중 하나로 기운이 아주 적었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방 전체가 음산해졌다.“좋아. 이 영혼은 평범한 약재보다 한기가 훨씬 더 강해! 만약 이 악령의 본체라면 천년초만큼 효과가 강할 거야!”윤구주의 눈동자가 반짝였다.현재 윤구주는 천년초를 하나 가지고 있었고 서남 고씨 가문에서 얻은 봉안보리구슬도 있었다. 그러니 윤구주에게는 천년초 두 개가 있는 셈이었다.하나만 더 있으면 체내의

  • 구주, 왕의 귀환   제822화

    “뭐라고요? 부성국 여자라고요? 저하께서 왜 부성국 여자에게 관심을 가지는 거죠?”백경재는 눈을 깜빡이면서 말했다.“관심은 무슨 관심이에요? 이 여자는 저하를 해치려고 했다가 잡혀서 온 거예요.”정태웅이 같잖다는 듯이 말했다.백경재는 그 말을 듣더니 서둘러 이마를 쳤다.“아아, 그렇군요! 그런데 저하께서는 왜 저 여자를 데리고 왔답니까? 바로 죽이지 않고요.”백경재가 또 물었다.정태웅이 말했다.“그건 저도 모르겠어요.”두 사람이 중얼거리고 있을 때 윤구주가 문 앞에 나타났다.“둘이 무슨 얘기 해?”정태웅과 백경재는 윤구주가 나타나자 서둘러 웃으며 말했다.“저하,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윤구주는 더 묻지 않고 방을 힐끔 보고 말했다.“안에 있어?”“네, 저하!”“문 열어.”“네!”정태웅은 서둘러 문밖의 자물쇠를 열었다.방문이 열린 뒤 창백하게 질린 얼굴의 노아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머리가 헝클어져 있었고 안색도 좋지 않았다. 작은 입술은 마치 큰 병을 앓은 사람처럼 말라서 갈라져 있었다.그녀가 입고 있던 기모노는 찢겨서 너덜너덜했고, 이따금 흰 피부가 보였는데 아주 매혹적이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윤구주는 그녀의 몸에 아무런 흥미도 없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뒤에 있던 정태웅과 백경재에게 말했다.“두 사람 먼저 나가 있어요.”두 사람은 그 말을 듣더니 서둘러 고개를 끄덕인 뒤 나갔다.그들이 물러난 뒤 윤구주는 기타가와 신사의 노아에게 시선을 옮겼고, 노아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그녀는 두 손으로 찢긴 옷을 잡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윤구주는 그녀를 힐끔 보더니 앉아서 물었다.“어쩌다가 악구의 주술에 걸린 건지 얘기해 봐.”“주술이요?”그 말을 들은 노아는 멈칫했다.“그래. 네게 걸린 악귀의 주술은 신혼빙의술이라고 불리는데 이런 빙의술은 순음지체여야 할 뿐만 아니라 깨끗하고 순결한 몸이어야 해. 그리고 이런 빙의술은 아주 어렸을 때 주술을 걸어둬야 해.”그 말을 들은 노아는 몸을 떨었다.

  • 구주, 왕의 귀환   제823화

    윤구주의 설명을 듣자 노아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부성국 사람으로 노아는 당연히 식신, 음양사 같은 것들에 대해 알고 있었다.하지만 소문을 들어보기만 했었지, 정말로 마주친다면 아마 머리털이 쭈뼛 설 것이다. 게다가 악귀 분신이 그녀의 체내에 있었다.야나가와 가문이 이 비밀을 모른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잠깐 침묵하던 노아는 창백한 얼굴을 들어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악귀 분신이 왜 제 몸에 빙의된 건지 알려줄 수 있나요? 저한테서 뭘 원하는 거죠?”“당연히 너의 육신을 얻으려고 그런 거지!”윤구주가 말했다.‘뭐라고?’그 말을 들은 노아는 당황했다.“놀랄 필요 없어. 네 몸에 기생해 있던 그 악귀 분신은 순음지체인 육신만이 버틸 수 있으니까. 일반인이었다면 이미 기혈이 쇠퇴하고 정혈을 전부 빨려서 미라가 됐을 거야. 네가 살아있다는 건 그것이 네 육신을 완전히 점령하지 못했다는 의미야. 그것이 네 육신을 전부 점령했더라면, 네 영혼은 그것에 삼켜졌을 것이고 네 육신은 그 악귀의 것이 됐을 거야!”그 말을 들은 노아는 순간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녀는 멍해져서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럴 리가 없어요.”노아는 자신이 어렸을 때 아버지가 부성국의 아주 유명한 음양사와 잠깐 왕래했음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노아는 너무 어렸었기 때문에 무슨 일인지 알지 못했다.그저 그 음양사가 그녀가 10살이 되기 전까지 종종 기타가와 신사로 찾아와서 아버지와 오랫동안 대화를 나눈 것만 기억했다.그 기억이 떠오르자 노아는 큰 충격을 받았다.“설마... 그게 전부 진짜였다고요?”몇 분간 넋을 놓고 있던 노아는 갑자기 윤구주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제발... 살려주세요! 절 살려주신다면 뭘 시키든 다 할게요!”노아는 눈앞의 윤구주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좋아, 똑똑하네.”윤구주가 말했다.“하지만 내가 살려주길 바란다면 누가 이 악귀 분신을 네 몸에 심어둔 건지, 그리고 이 악귀 분신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려줘야 해.”노아는 한참을

  • 구주, 왕의 귀환   제824화

    윤구주가 노아 체내의 악귀 분신을 꺼내는 순간.부성국.오래된 음산한 대전 안. 고모를 쓰고 가리기누를 입은 음양사가 피를 뒤집어쓴 채로 대전에서 뛰쳐나왔다.그는 달리면서 외쳤다.“살려줘... 살려줘...”그러나 곧 무시무시한 검은색 음기가 신전에서 나오더니 손이 되어 부성국의 음양사를 콱 잡았다. 도망치던 음양사는 비명을 내지르다가 다시 대전으로 끌려갔다.처참한 비명이 신전 안에 퍼졌다.커다란 신전은 마치 지옥처럼 아주 짙은 피비린내를 내뿜고 있었다.대전 안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에 수십 명의 가리기누를 입은 부성국의 음양사들이 사방팔방에서 몰려들었다.그들은 귀신이라도 본 듯 하나같이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큰일입니다!”“스사노오님께서 깨셨어요. 그런데 갑자기 화를 내면서 시녀들을 전부 죽였고, 스사노오님을 공양하는 음양사들까지 전부 도륙했어요!”한 음양사가 짙은 피비린내를 풍기는 신전을 바라보면서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가장 앞에 서 있던 자들은 네 명의 부성국 노인이었다.그들은 눈빛이 강렬했고 수련의 기운도 아주 강했다. 만약 수련자들이 그들을 봤다면 그들이 적어도 태허 경지 이상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봤을 것이다.그들은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신전을 바라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젠장, 스사노오님은 1년 뒤에야 깨셔야 하는데, 왜 지금 갑자기 깨어나신 거지?”“모르겠습니다. 스사노오님께서는 깨신 뒤로 미친 듯이 사람을 잡아 죽이고 있습니다!”부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선두에 있던 백발의 음양사는 경외심 가득한 눈빛으로 눈앞의 신전을 바라보았다.“됐다. 스사노오님께서 깨셨으니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서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해 보자고.”말을 마친 뒤 그는 다른 세 명의 강한 음양사를 데리고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피비린내로 가득 찬 신전 안, 네 명의 부성국 음양사들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바닥을 흥건히 적신 피를 보았다. 그리고 그 위에는 20여 구의 갈기갈기 찢긴 시체들이 있었다.신전 중앙에는 아주 큰 신상이

  • 구주, 왕의 귀환   제825화

    신전에서 뿜어져 나가는 음기는 어마어마했다. 심지어 신전 전체가 음기에 휩싸였다.태허 경지의 네 음양사마저도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였다.“화진에 스사노오님의 분신을 소멸시킬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요? 설마 그쪽에서 신급 강자가 나타난 걸까요?”현장에 있던 네 명의 음양사들은 스사노오가 천 년 전 부성국에서 가장 강했던 인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스사노오는 몇 년 전 중상을 입었었고 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계속 이 신전에 신혼이 머물러 있었다.천 년 동안 스사노오는 줄곧 기생하기에 적합한 숙주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숙주를 찾으면 부활할 생각이었다.그동안 스사노오가 찾은, 그에게 가장 적합한 숙주는 기타가와 신사의 야나가와 노아였다. 그리고 예상대로라면 그의 분신은 1년 내로 노아의 신혼을 삼키고 그녀의 몸을 얻을 수 있었다.그런데 지난 천 년 간의 계획이 망쳐졌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어! 찾아내. 내가 직접 죽일 거야!”분노에 찬 목소리가 검은 안개 속 스사노오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스사노오님,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당장 기타가와 신사로 찾아가서 물어보겠습니다!”백발의 음양사는 말을 마친 뒤 신상을 향해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더니 조용히 물러났다.네 명의 음양사는 신전을 떠났다.선두에 섰던 백발의 음양사가 입을 열었다.“가와카미 씨, 지금 당장 저와 함께 기타가와 신사로 가요. 상황을 파악해야겠어요.”가와카미라고 불린 음양사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네!”“스사노오님이 예정보다 빨리 깨신 걸 보니 화진에 강자가 나타난 것 같네요.”백발의 음양사는 가라앉은 눈빛으로 먼 동쪽을 바라보았다....기타가와 신사는 부성국의 최남단 라쿠츠 섬에 있었다.만 평에 달하는 기타가와 신사는 아주 웅장했다.그 신사는 라쿠츠 섬의 최고 신사일 뿐만 아니라 부성국에서도 5위 안에 드는 신사였다.게다가 기타가와 신사에는 제자만 수천 명에 달했다.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기타가와 신사의 검도를 배운다.같은 시각

  • 구주, 왕의 귀환   제826화

    호쿠사이가 물러난 뒤 야나가와 류이치의 두 눈이 음산해졌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왼쪽 벽을 살짝 눌렀고, 쿵 소리와 함께 숨겨져 있던 거대한 문이 나타났다.숨겨져 있던 문이 나오자 야나가와 류이치는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거대한 밀실 안에는 흉포하게 생긴 신상이 하나 있었다.그 신상은 부성국에서 가장 유명한 스사노오 신상이었다.신상 아래에는 도자기 인형이 하나 놓여 있었는데 그 인형 위에는 노아의 사진이 붙어있었다.그것은 부성국에서 가장 유명한 기생술이었다.류이치는 안으로 들어온 뒤 우선 스사노오 신상을 향해 인사를 하고 난 뒤 자기 딸 사진이 붙어있는 도자기 인형을 바라보았다.“우리 기타가와 신사는 스사노오님께 수백 년간 충성을 다했어. 이제 1년만 더 기다리면 스사노오님께서는 정말로 깨어나실 수 있을 거야.”말을 마친 뒤 그는 손을 들어 인형을 만졌다.“노아야, 아버지를 탓하지 마. 아버지가 이러는 건 전부 우리 기타가와 신사를 위해서니까.”천 년 전, 기타가와 신사의 선조는 스사노오의 부하였었다.스사노오는 원래 부성국의 번왕이었는데 사람을 너무 많이 죽여서 사람들에게 산채로 매장당했다.죽기 직전, 부성국에서는 수백 명의 음양사를 동원하여 그의 원기를 전부 봉인했다.그런데 천 년 뒤, 스사노오가 다시 깨어날 줄은 다들 몰랐을 것이다.과거 스사노오를 따랐던 기타가와 신사에서는 주인인 스사노오를 보호했고, 심지어 자기 딸의 육신을 바치기까지 했다.류이치가 밀실에 있을 때 갑자기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야나가와 님, 밖에 누군가 야나가와님을 뵈려고 합니다!”류이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시간 없다고 얘기해.”“치히로 음양사님과 가와카미 음양사님입니다.”그 두 이름을 들은 류이치는 미간을 찡그리면서 몸을 돌렸다.“그들이 왜 온 거지?”류이치는 잠깐 고민하다가 물었다.“지금 어디 있는데?”“두 분은 지금 정전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좋아, 바로 가보자고.”류이치는 말을 마친 뒤 빠르게 밀실을 빠져나왔다.

Latest chapter

  • 구주, 왕의 귀환   제2032화

    “저하,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를 죽여야 합니까? 저자의 기운이 이토록 흉악한데 성수의 혈기로 진압할 순 없습니까?” 백호는 이미 싸우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안 된다. 너희 네 명이 함께라면 잠시나마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너희는 그저 성수의 정혈을 가졌을 뿐이니 마인을 완전히 없애려면 성수가 직접 나타나야 한다. 지금 이 세상에 성수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윤구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말을 마친 윤구주는 곧장 진요탑 쪽으로 향했다.백호와 임정설, 청해가 함께 가서 돕고자 했으나 장인 대진인이 그들을 가로막았다.“이 마인은 오직 구주만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국주님, 곧 전투가 시작될 터인데 서요산의 진법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 호법의 중임을 몇 분께 맡기겠습니다.”장인 대진인이 임정설에게 경건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좋다. 오늘 이 자리에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저 마인을 죽이고야 말겠다.” 임정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황자의 위엄을 한껏 드높였다.화진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면 임정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하지만 마기가 몰려와 서요산 전체를 뒤덮고 세상이 오직 흑백 두 가지 색깔만으로 변해버리며 그 끔찍한 살기가 강림했을 때 임정설마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떨렸다.“이 마인의 기운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이야.” 임정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마기로 가득 찼고 윤구주마저 그 기세에 눌리고 있었다.진요탑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실체가 되어 넘쳐흘렀다. 마기가 나타나자 서요산을 지키는 모든 검종 제자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어떤 제자는 순간적으로 십여 년을 늙어버렸다.수련이 부족하면 수명으로라도 채워야 하는 참혹한 상황이었다.웅웅.하늘에는 먹구름이 밀집했고 그 안에서 요괴의 번개가 끊임없이 터졌다.“이젠 영기조차 요기로 변하고 있다. 풍수 비술로 보건대 머지않아 이곳에서 요마가 출현하겠구나.” 임정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요산 외부에서 짙은 요기

  • 구주, 왕의 귀환   제2031화

    도가는 인연이라는 두 글자를 대단히 중히 여긴다.그의 한 번의 인연, 한 번의 생각은 곧 만백성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윤구주가 정상에 오르자 앞서 온 다른 이들과는 달리 서요산 검종의 모든 이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깊은 존경을 표했다. 그들이 경배한 대상은 단순한 한 인간이 아니라 구주의 저하, 화진의 인황, 오방 천지의 주재자였다.“모두 일어나십시오. 제가 오늘 서요산에 온 이유는 오직 진요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진요탑 안의 마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문 씨 세가의 역심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마인을 죽여야만 문 씨 세가의 야심도 함께 근절할 수 있습니다.”윤구주는 서요산 검종의 모든 제자를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이번 서요산 행차의 목적은 바로 문 씨 세가의 역심을 뿌리째 뽑는 것이었다.검종 제자들이 앞장서 일행을 이끌었고 모두가 금정을 지나 뒷산으로 향했다.뒷산에 막 들어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얼굴을 스쳤다.후산 중앙에는 높이 오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 서 있었는데 그 산은 무려 구백구십구 개의 쇠사슬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다.이 쇠사슬은 그저 평범한 사슬이 아니었다. 절반은 땅속의 지맥과 연결되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늘 높이 떠올라 천지의 영기를 끌어모으고 있었다.이런 수준의 봉인이라면 설령 윤구주 자신이 여기에 갇혀 있다고 해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처럼 견고한 고진마저 지금은 마인의 사기로 조금씩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본래는 영기가 흘러넘치는 명산이었으나 지금은 온 서요산이 마인의 기운에 물들어 음침하고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 강렬한 악기운을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모두 얼굴을 찌푸렸다.솟구치는 사기를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찌푸렸다.최근 몇 대에 걸쳐 입종한 서요산의 제자들은 이런 마인의 사기와 요마의 위협 속에서 수련해야 했다.천지의 영기조차 마인의 기운에 오염되어 수련에 큰 지장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남은 현

  • 구주, 왕의 귀환   제2030화

    이 말을 듣자 모든 이들은 천 년 전 마지막으로 나타난 그 성인이 바로 서요산 검종에서 나왔음을 깨달았다.“짐은 서요산 검종의 선대 종주께서 우화등선하셨다고만 들었는데 그저 떠도는 신화 속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더니 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신 것이었군.” 임정설이 깊은 감탄과 함께 말했다.구백 계단 윤구주는 이미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하지만 그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백삼십 계단 사십 계단을 오르면서 윤구주의 발걸음은 오히려 더욱 가벼워졌고 그가 세우는 기록은 사람들의 상식을 계속해서 뒤흔들었다.구백팔십 계단을 지나 정상까지 겨우 십여 계단만 남은 그 순간 윤구주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구백구십구 계단에 이르러 결국 완전히 멈추었다.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것인가?모두가 숨을 죽이고 윤구주를 지켜봤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험일 터였다.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십여 분을 견뎌냈다. 사람들은 그가 언제 다시 계단을 오를지 초조하게 기다렸다.마침내 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습니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시험을 포기하지요.”말을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서는 순간 청석 계단 아래에서 강력한 영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고 곧바로 서요산을 감싸던 어둠의 기운을 깨끗이 몰아냈다.오랫동안 음울했던 서요산 상공은 순식간에 환해졌고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서요산의 모든 이들은 충격에 빠져 넋을 잃었다.그제야 그들은 윤구주가 왜 그토록 여유롭게 올라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서요산의 청석 계단이 가진 진법의 힘을 계속해서 억누르고 있었다.“참으로 대단하신 신위군요! 우리 서요산의 청석 진법마저 제압하셨다니! 마지막 한 걸음을 분명 넘으실 수 있었을 텐데 혹시 강제로 넘었다가 진법이 견디지 못해 영기가 새 나가고 진법이 무너져 진요탑까지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신 건 아닌가요?” 장인 대진인이

  • 구주, 왕의 귀환   제2029화

    도법의 깊이는 워낙 심오해서 임정설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쉽게 말씀드리자면 구주는 천지의 운기를 완전히 장악한 데다가 하늘이 직접 영광을 내리신 거죠.” 장인 대진인이 말했다.임정설은 이 말을 듣고 비로소 이해한 듯 말했다.“대진인의 말은 윤구주가 바로 하늘이 점지한 사람이라는 뜻인가?”“맞습니다. 우리 화진 사람들은 운명의 갈림길에 서면 본심에 따라 도법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깁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사는 다하고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윤구주는 분명 큰 복을 타고났지만 그 엄청난 복을 감당할 힘도 필요합니다.”대진인이 설명했다.말이 끝날 무렵 윤구주는 이미 육백삼십 계단을 거뜬히 올라와 있었다.한 걸음도 멈추지 않고 더욱 확고한 걸음으로 계속 전진했다.그의 발걸음마다 천지의 기운이 응축되었다.어느 순간 서요산의 계단조차 윤구주의 기세를 가두지 못했다. 그는 마치 천지를 밟으며 오르는 듯했다.곧이어 그는 칠백 계단마저 돌파했다.칠백 계단이란 천 년 전 서요산의 전성기에도 극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였다. 지금 만약 윤구주가 구주왕이 아니라 일반 수련자였다면 이 기록만으로 서요산 전체가 들썩였을 것이다. 만일 윤구주가 서요산에 입문을 원했다면 서요산은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그를 키웠을 것이며 서요산 검종의 다음 종주 자리는 당연히 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그러나 이미 칠백 계단에 이르렀음에도 윤구주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칠백오십 계단 팔백 계단 팔백오십 계단!그는 끊임없이 정상의 기록을 깨며 전설을 써 내려갔다.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윤구주 앞에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것 같았다. 이쯤 되자 장인 대진인조차 감히 그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자신도 과거에 겨우 칠백 계단에 그쳤으니 팔백 계단을 오른 사람을 감히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마치 천지를 흔들어 이 강산을 뒤엎어버리겠다는 기세였다.그리고 마침내 구백 계단에 이르렀다.“구백

  • 구주, 왕의 귀환   제2028화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

  • 구주, 왕의 귀환   제2027화

    진인들은 말했다. 임정설이 만약 집념을 내려놓는다면 육백 계단까지도 오를 수 있을 거라고.장인 대진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집념을 놓는다면 더 이상 화진의 국주가 아니지. 바로 이런 끈질긴 의지가 있기에 그분이 화진 백성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다른 진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운명이란 그런 법이다. 아마도 집념을 놓았다면 임정설은 오백 계단조차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이때 임정설은 아직 남아 있는 절반의 계단을 바라보며 씁쓸히 미소 지었다. “어쩌면 여기서 멈춰야겠구나.”임정설은 다시 뒤를 돌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그가 자기 자식이자 동료처럼 여기는 윤구주가 과연 몇 계단을 오를지 궁금했다.깊은 생각에 잠긴 임정설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구주야 이제 네가 올라서 봐! 화진의 구주왕다운 실력을 보여줘! 적어도 나보다는 못하면 안 되지 않겠냐?”아래에 서 있던 윤구주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원래 그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국주의 바람이라면 흔쾌히 도전할 마음이었다.“명 받들겠습니다!” 윤구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계단을 밟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기 시작했다.구주왕이 등천로에 도전했다는 소식에 서요산 검종 전체가 술렁였다.검객은 물론이고 잡일을 돕는 제자들까지 모두 금정에 모여들어 그의 모습을 보고자 했다.심지어 하늘 위 어둑한 구름 사이에서도 한 쌍의 법안이 열렸다. 바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 환영이었다.임정설이 먼저 정상에 올랐고 장인 대진인을 포함한 일곱 진인과 서요산의 모든 제자들은 화진의 황자를 향해 몸을 숙여 예를 갖추었다.“모두 일어나시오. 그대들이 없었다면 화진은 이미 혼란 속에 빠졌을 것이오. 진정 국가와 화진을 위해 헌신한 것은 바로 그대들입니다.” 임정설은 화진의 모든 백성을 대표할 순 없지만 왕실을 대표하여 임 씨 일족의 지도자로서 서요산 검종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국주께서 과찬입니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묵묵히 힘썼을 뿐입니다. 화진의 백

  • 구주, 왕의 귀환   제2026화

    일곱 진인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들은 국주가 이미 등황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사백 계단은 쉽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과연 그들의 예상대로 임정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오르며 오백 계단을 가볍게 밟아 올랐다. “오백 계단을 밟으면 등황의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일곱 진인 중에서도 오직 장인 대진인께서만 과거에 오백 계단에 오르셨고, 현재 서요산에 살아계신 유일한 오백 계단 수련자이십니다. ” 한 진인이 감탄하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백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선임 도사님 그러면 그 도사님도 황자란 말씀입니까? ”“하하! 우리 서요산에서는 외부의 그런 칭호를 쓰지 않아요. 우리 사이에서는 그를 반신이라고 부릅니다.” 진인들이 웃으며 말했다.청해가 옆에서 덧붙였다. “서요산 검종에서 말하는 반선이 황자를 뜻하는 거야. 근데 그 서요산 반선 진짜 어마어마하게 강한 인물이거든. 예전에 곤륜 구역에서 귀한 영약 찾으러 들어왔다가 우리 빙신전 전주랑 빙황 두 명이 같이 상대했는데도 둘 다 거의 죽을 뻔했어. 결국 아사 신전한테까지 도움 요청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지.”“뭐라고?”백호는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그렇게 강한지 의문이 들었다.일곱 진인 중 가장 나이 많은 그 진인은 백호의 단순한 반응에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그가 바로 그 반선이었다. 다만 백호가 워낙 세상 물정에 둔감하여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놀라기만 하고 있었다.그사이 임정설은 이미 오백오십 계단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 단계에 이르자 임정설도 거의 극한에 도달했다.“역시 직접 올라와 봐야 이 압력을 제대로 실감하는구나! 오백사십 계단까진 무리 없었는데 오백오십 계단에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구나.”지금 임정설을 압박하는 것은 단순한 술도의 압력만이 아니었다.과거의 온갖 기억들이 마장이 되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일곱 진인은 모두 임정설의 기운이 혼란스러워진 것을 느꼈다.“장인 사형, 국주님께서 심마에 걸리셨군

  • 구주, 왕의 귀환   제2025화

    청해의 눈길이 자주색 도포를 입은 진인에게로 향했다.서요산검종에서 종주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명의 진인이 가장 높은 수련을 가지고 있으며 평소 종문 내의 모든 일은 이들 일곱 명이 책임지고 있다.기세는 마치 대강의 파도가 넘실대듯 깊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산과 숲처럼 무한히 이어져 있었다. 그의 수련은 깊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서요산 7대 진인의 수련이 극 신급 절정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 말이 너무 가볍게 들리네요. 귀하의 수련은 적어도 극 신급 절정 후반에 다다랐군요.”청해는 세 명의 진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몸을 굽혔다.“서요산의 전통은 천 년을 자랑하며 그 깊이는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반면 곤륜 구역은 스스로 신을 자처한 이후로 계속해서 내분을 일으켰습니다. 수련을 통해 세상을 떠난 후 도를 깨닫는다는 말처럼 곤륜 구역은 천하의 영기와 천물을 흡수했지만 제 생각에는 도를 얻지 못한 곳입니다. 지금 당신이 화진에게 올바른 수를 두는 것은 맞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극 신급 절정 후반도 절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한 진인이 답례하며 말했다.그때 몇몇 사람들은 서요산 검객들의 함성에 이끌려 사방을 살폈다. 백호가 사백 계단을 올라갔다는 소식이었다.“대단한데요. 서요산이 전성기였을 때도 사백 계단을 오른 이는 드물었어요. 우리 몇몇 진인들도 입문 시에 사백 계단을 넘은 적은 없었죠.”몇몇 진인들이 칭찬했다.이는 백호가 미래에 매우 큰 가능성을 지녔음을 의미했고 적어도 극 진경 후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극 진경 후반은 곤륜 구역에서 신전의 전주가 될 수 있는 실력이다.지금 사백 계단에 오른 백호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완전히 의지로 버티며 강력한 정신력으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강한 운명을 지녔다 해도 천지의 이치를 막을 수는 없다.사백오십 계단에 도달했을 때 백호는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의식을 잃은 것은 시험이 끝났다는 신호였고 백호는 곧 깨어났다.“겨우 사백오십 계단이라니

  • 구주, 왕의 귀환   제2024화

    서요산 검객들이 모두 그 무인의 정체를 궁금해하자 진인도 더 이상 뜸 들이지 않고 말했다.“저분은 구주왕 휘하의 화진 군신이자 국방부 대장 백호 장군이시다.”검객들은 모두 입이 벌어진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군신의 명성은 당연히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하는 영웅이었으니까.“정말 구주왕 휘하의 군신이라니!”“역시 저런 굳센 의지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어! 수많은 전장을 누빈 명장다운 모습이다!” 서요산 검객들은 백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현재 백호는 이미 삼백이십 계단을 돌파한 상태였다. 백호가 혼자 주목을 독차지하는 걸 본 청해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처음 백 계단은 청해도 육신의 힘으로 버텼다. 하지만 백 계단을 넘자 육체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워졌다. 그는 술법으로 대응하려 했지만 평소 쓰던 빙신전의 신술이 계단 위 술법에는 통하지 않았다.“역시 화진의 서요산 검종은 보통이 아니구나. 이 등천로에선 일반 술법이 먹히지 않으니 천지 영기에 대한 깨달음으로 맞설 수밖에 없겠어.” 청해는 몸을 감싸고 있던 현빙을 거두고 오로지 자신의 속성 영기로만 버티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막상 올라 보니 이 등천로가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실감했다. 이백 계단쯤 오르자 벌써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계단마다 한계를 시험하는 느낌이었다. 올려다보니 백호는 여전히 계단 위로 나아가고 있었다. 청해도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서요산 검객들도 청해의 수준을 알아보고 속삭였다. “저 이역인은 정말 대단한 내력의 소유자다! 기운이 이미 진인 급에 가까워! 극 신급 절정의 수련자임이 분명해!”이에 대해 진인은 신비롭게 꾸미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 “저자는 곤륜 구역 빙신전의 부 전주 청해다. 경지가 매우 높지. 지금 빙신전은 우리 화진에 귀속되었고 청해 역시 구주왕 휘하의 부하가 되었다. 얼마 전 서울 방어전에서 청현과 목숨까지 걸고 사투를 벌인 끝에 죽을 고비를 넘겼으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