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옥.화물선의 뱃머리에 한 남자가 검갑을 메고 뚝하니 서 있었다.염구준은 가족들을 안전한 곳에 안배한 뒤, 쉴 틈이 없이 달려왔다.손태석의 안전이 달린 일이라 지체할 수 없었다.“극악옥, 가만두지 않겠어.”그는 해안선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도시 윤곽을 보았다.검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벽이 검게 그슬렀는데 누추한 곳에 타락한 음모의 냄새가 가득했다.이곳은 말 그대로 세계 각 나라의 범죄자들을 유배하는 감옥이었다.오래전에 관리자가 생긴 이후로 모든 치안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다가, 사고로 돌아간 후 다시 통제력을 잃고 온갖 죄악들이 판을 치고 있었다.이곳의 실세가 바로 적룡 존주였다.화물선에서 선장은 음식이 푸짐하게 담긴 식판을 들고 손녀에게 말했다.“아나, 저 선생님한테도 갖다 드려. 저기 뱃머리에서 하루 종일 서 있는구나.”아나는 자기 밥만 먹느라 바빠서 일어나지 않았다.“싫어. 먹고 싶으면 알아서 먹으라고 해. 꼴 사납게 폼잡고 있어.”“이 녀석아!”선장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꾸짖더니 어쩔 수 없이 직접 식판을 들고 염구준에게 다가갔다.가는 도중에 그를 태운 거라 서로의 정체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었다.극악옥은 워낙 위험한 곳이라 왕래하는 교통 도구가 극히 적었다.그러니 이곳에 오는 상인들은 평범한 인물들이 아니었다.“선생님, 식사하세요. 무슨 일을 하든 일단 배를 채워야 힘이 나는 법입니다.”선장이 미소를 지으며 두 손으로 식판을 건넸다.겉으론 친절해 보여도 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만약 염구준이 뱃머리에 서서 강력한 기운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선장도 이렇게 공손하게 대하지 않을 것이다.이 세상은 역시 어디를 가나 강자를 존경했다.“감사합니다.”염구준은 사양하지 않고 식판을 받았다.이번 목적은 손태석을 구하고 적룡과 흑풍을 제거하는 것이기 때문에 눈앞에 있는 노인과 극악옥의 세력 분쟁에는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별말씀을요. 더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극악옥에서 아는 것이 많을수록 명을
청해병원.“비켜. 어르신을 찾아올 거야.”공무적은 입가에 묻은 핏자국을 닦으며 호찬에게 부르짖었다.반보천인 무술인이 청해에 있었는데 흑풍 존주를 막지 못한 것이 치욕스럽기 그지없었다.그는 흑풍 존주의 습격으로 단번에 중상을 입었으니 나머지 부하들은 전혀 막을 방법이 없었다.일극 반보천인은 그 정도로 막강했다.쿵!“어떻게 된 일입니까?”염구준이 중환자실 문을 열고 나지막하게 물었다.장모와 장인이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얼마나 마음이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그래서 아내와 딸이 쓸데없는 생각을 할까 봐 데리고 오지 않았다.“에휴, 염 선생. 내가 잘못했어요.”공무적은 중상을 입은 몸으로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두 노인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것을 지키지 못해서 너무 미안했다.염구준은 이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아 단번에 그를 부추겨 세웠다.“울지 마세요. 지금 어디에 있어요?”“청해 부두로 가는 걸 누가 봤답니다.”공무적은 말하면서 나설 채비를 했지만, 염구준이 단번에 막아 나섰다.“방금 내가 말을 심하게 했어요. 나 대신 청해를 잘 지켜봐 주세요.”그는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시야에서 사라졌다.청해를 지키는 무술인들이 모두 부상을 입었으니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그들은 이미 최선을 다했으니까.“염 선생, 조심…”누군가 주의를 주려고 했지만 사람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청해 부두.갈색 피부에 몸이 건장한 남자가 계속 시계를 확인하더니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시간 됐어. 출발하자!”그런데 누군가 불쑥 튀어나와 제지했다.“리암 대장, 안 됩니다. 흑풍 존주가 안배한 시간까지 아직 15분이 있어요.”퍽!리암은 듣기도 귀찮아 한 주먹으로 그놈을 죽여버렸다.“죽고 싶으면 계속 주둥이 나불거려!”웅!선함의 기적소리가 울리면서 어선은 바다로 출발했다.용하에 무술인들이 엄청 많아서 1분이라도 지체했다가 죽을까 봐 겁이 난 것이다.“휴, 드디어 떠나네.”리암이 해안가를 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쿵!그런
운석강화인 사건이 마무리된 후, 세상은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용하는 운석 2개를 얻고 과학기술이 급속히 발전했고, 염구준은 여유를 즐기면서 매일 아내와 붙어 다녔다.오늘은 염희주가 제경에서 돌아오는 날이라 맛있는 요리를 한 상 가득 준비했다.가족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게 먹고 있을 때, 손가을은 가족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한 가지 소식을 전달했다.“내일 안씨네 도련님이 결혼식을 올리는데 우리를 초대했어요. 내일 같이 가요.”그런데 손태석이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너희들끼리 가. 나와 네 엄마는 어르신들 모임이 있어.”솔직히 세 식구가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빠져준 것이다.“알겠어요.”손가을은 아버지가 보통 고집이 아닌 것을 알고 강요하지 않았다.천화시 안씨 가문은 서북에서 최고 명문가이자 용하의 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가문이었다.이번에 안씨 가문에서 큰도련님이 결혼을 하는데 수많은 거물들을 초대했다.결혼식 치르기 몇 시간 전부터, 저택 입구에 사람들로 득실거렸지만 안씨 가문에서 문을 닫고 있어서 전혀 경사를 치르는 분위기가 아니었다.“이게 무슨 일이죠? 손님을 초대하고는 문도 열어주지 않네요.”“서북에서 안씨 가문이 최고 명문가라고 해도 최소한 예의를 지켜야죠.”“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이만 돌아갑시다.”손님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돌아가려고 할 때, 한 차가 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춰 섰다.차문이 열리고 염구준 식구가 내려오자 현장에 있던 거물들은 전부 다가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손 대표님, 염 선생님. 오셨어요.”용하의 상업계에서 손씨 그룹의 영향력이 안씨 가문을 압도하니 사람들이 아부하는 것이었다.손가을은 안씨네 식구들이 안 보이자 미간을 찌푸렸다.“대표님들, 안씨 가문은 지금 어떤 상황입니까?”대가족에서 예의를 가장 중시하는데 누구도 손님을 받아주지 않는 것이 조금은 이상했다.“모르겠어요. 몇 시간이나 기다렸는데 문을 열어주지 않네요.”각 그룹의 대표님들은 고개를 저으며
“엄청 단단하네.”염구준은 물보라를 물리치고 마비된 팔을 툭툭 털었다.이토록 강력한 방어력은 정말 보기 드물었다.무지개 아래 두 그림자의 자세를 보아 아직 누가 이겼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구경꾼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해풍이 휘몰아치며 언덕을 강타하는 소리만 들으면서 조용히 결과를 기다렸다.“염구준! 날 죽이지 않으면 너를 죽일 것이다!”설리번은 방금 염구준이 일검으로 엄청난 힘을 발휘하여 체력이 바닥났으니, 이제 본인이 반격할 차례라 생각했다.“그렇게 자신 있어?”상대방의 도발에 염구준이 검을 지고 서서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전력으로 휘두른 검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제대로 보여줄 것이다.“하하하…”자신만만하던 설리번이 통쾌하게 웃다가 묵직하고 차가운 것이 가슴에 꽂인 것을 보고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촥촥!파괴되는 소리와 함께 단단한 피부가 부서지면서 온몸으로 확산되었다.“끝났어.”염구준은 다시 한 줄기 검기를 발사하여 놈의 몸을 완전히 부숴버렸다.“억울해!”설리번은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고 허공에서 먼지처럼 사라졌다.놈이 죽으니 운석강화인 사건도 마감되었다.성조국이 잘못을 뉘우치고 전 세계와 한 편이 되었기에, 강력한 국력을 소유한 그들에게 누구도 추궁하지 않았다.“비인간적인 실험을 하고 무고한 사람을 살해하다니, 죗값을 받아내야 합니다.”염구준은 인간 같지도 않은 시체를 보며 위엄 있게 외쳤다.“드디어 죽었다!”“무고한 사람들을 해쳤으니 죽어도 쌉니다!”“드디어 죽었네. 염 전주 덕분입니다!”현장에서 다들 환호성을 외치며 박수갈채를 쳤다.설리번의 악행이 들어난 순간부터 이런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무슨 자신감으로 전신전을 무너트리고 용하를 제압하려는지, 자신의 실력을 너무 과대평가했다.“깨끗이 처리하고 철수한다!”염구준이 손을 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그때 성조국의 총사령관 세 명이 입을 열었다.“염 전주, 잠시만요. 할 말이 있습니다.”“맞습니다. 얼마 걸리지 않아요.”염구준은 세 사람을 노려
“실력을 숨기지 말고 전부 발휘해!”염구준은 급하게 공격하지 않고 당당하게 도전했다.상대방이 아직도 건방지게 군다는 것은 분명 믿는 구석이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콸콸!아니나 다를까 파도가 일렁이더니 가지런하게 줄을 선 놈들이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었다.눈은 초점이 없고 몸만 건장한 것이 딱 봐도 운석강화인이었다.숫자는 대략 100명 정도 되었다.그 장면을 본 염구준은 안색을 굳히며 전신전의 정예병들을 후퇴하라는 손짓을 보냈다.지금까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이번 운석강화인은 초보 반보천인 실력으로서 품질이 최상급일 것이다.비록 반보천인 행렬에서 가장 약하지만 이 정도 숫자는 상대하기 꽤 까다로웠다.“염구준, 네가 아무리 강해도 혼자서 싸우는 수밖에 없어. 이 대군은 너를 위해 준비했으니까 실컷 즐겨!”설리번은 이미 승리한 것처럼 큰소리를 쳤다.그의 말처럼 반보천인 100명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내가 혼자라고 누가 그래?”전신전이 아니라도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 많은데, 혼자 싸울 리가 없었다.“하하하. 고작 애송이들 갖고 싸운다고? 대규모 작전에 쓸모 있겠지만 인간의 힘으로 반보천인과 싸우는 것은 무리야!”설리번은 전신전의 정예병을 훑어보며 하찮은 듯 비아냥거렸다.그때 우렁찬 목소리가 섬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전신전, 청룡 도착했습니다!”“나도 오래 기다렸습니다!”“성조국 3대 총사령관, 오늘 죄인을 척결하러 왔습니다!”“…”염구준의 뒤에 수백 명의 고수들이 강력한 기운을 뿜으며 하나씩 나타나는 것이었다.“너희들까지…”설리번의 미소가 싸늘하게 사라지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지금 그는 염구준뿐만 아니라 타국의 무술인까지 상대해야 했고, 심지어 조국인 성조국의 사령관들까지 싸워야 했다. 대중의 분노를 사면 이런 결말을 초래했다.“이제 충분하냐?”염구준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전 세계가 연합한다면 설리번은 꼼짝도 못하고 죽을 것이다.“악! 그럼 싸워보자!”폭주한 설리번이 명령하는 즉시 운석강화석 백
글쎄 염구준이 야자수 나무 아래에 누워 코코넛을 마시면서 설리번을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이 아니겠는가?심지어 비아냥거리는 미소로 대놓고 도발했다.“괘씸한 놈! 어디 가나 보네.”설리번은 두 주먹을 꽉 쥐고 눈에서 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지금 이 꼴이 된 것도 전부 저놈 덕분이었다.섬에 목표물이 나타나자 염구준은 바로 일어서서 검갑을 열고 삼척 청봉을 들었다.“한참이나 기다렸어.”그의 우렁찬 목소리가 넓은 수면을 타고 멀리 전해졌다.설리번이 성조국의 해안을 떠난 순간부터 염구준은 위성을 통해 그의 행방을 파악하고 미리 이곳에 도착한다고 예측한 것이다.“염구준! 사람을 너무 깔보지 마!”설리번이 외치자 수백 명이 갑판으로 올라와 일렬로 썼다.이것이 그의 마지막 정예병이었다.“웃겨. 생체 실험으로 운석강화인을 만들고 전 세계를 공격했으면서 그 죄를 용하에 뒤집어씌웠어? 네가 지은 죄목만 해도 수백 번을 죽였을 거야.”설리번은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역겹게 굴자, 염구준은 분노하며 추악한 죄를 거리낌 없이 털어놓았다.최근 운석강화인이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무자비한 학살을 벌인 탓에 백만 명이 넘는 무고한 사람들이 죽었다.그러니 모든 것이 설리번의 잘못이었다.“염구준! 꼭 그렇게 벼랑 끝까지 내몰아야겠어?”설리번이 상의를 벗어 던지고는 짧은 도끼 두 개를 들고 마지막 협상을 제안했다.손에 비장의 카드가 있어 일극 반보천인이라도 두려워하지 않았다.윙!“협상 같은 건 없어. 너 스스로 막다른 길을 선택했어.”윙!염구준이 검을 들자 맑은 검명이 울렸다.설리번은 명색이 사령관으로서 작전을 배치하는 데 일가견이 있으니 상대의 수법을 아직 알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전력을 다해 싸워야 했다.게다가 전 세계를 혼란에 빠트린 장본인이니 실력이 보통이 아닐 것이다.“상륙하여 염구준을 죽여라!”설리번이 손을 번쩍 들어 지휘하자 부하들이 항모에서 뛰어내려 섬으로 돌진했다.그들은 항모 외에 아무런 무기도 없으니 전투력이란 오로지 사람뿐이었다.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