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는 드디어 한숨을 돌렸고, 옆에 있던 아내 유나 역시 마음을 한시름 놓은 것처럼 보였다. 유나는 마치 마음속에 있던 큰 돌을 내려놓은 듯한 여유로운 표정으로 시후에게 말했다. "여보, 그럼 켈리 선생님께 확실하게 답변을 드리고, 마스터 클래스에 참석하겠다고 말씀드릴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어서 연락해요. 그리고 여행 일정을 확정해주세요. 그럼 내가 시간을 조정한 뒤에 비행기 표를 예약할게요."유나는 고개를 연달아 끄덕이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바로 전화드릴게요!" 그녀는 곧바로 핸드폰을 들고 기뻐하며 집 밖으로 나갔다. 몇 분 후, 그녀는 매우 흥분한 상태로 돌아와서 시후에게 말했다. "여보, 켈리 선생님이랑 일정을 확정했어요. 28일에 출발하면 된대요!"28일이라는 날짜를 듣자 시후는 한결 마음이 놓였다. 경매는 25일에 열리기 때문에, 자신에게 경매를 마무리할 시간이 충분히 남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곧바로 말했다. "좋아요, 그럼 28일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스쿨 근처 호텔도 예약하죠. 28일에 출발합시다.""꺄~~ 정말 좋아요!" 유나는 기뻐서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말했다. "그럼 내일부터 난 우리가 가져갈 짐을 싸기 시작할 게요!"......사실, 시후는 미국에 가는 것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그의 외조부 일가가 미국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그들의 집안이 크고 영향력 있는 집안이기 때문이었다. 시후는 자신이 미국에 가게 되면 외조부 일가가 자신에 대해 알게 될까 두려웠다. 시후는 외조부 일가와 직접적인 원한 관계는 없었다. 하지만, 예전에 어머니가 아버지와 결혼하려고 양가 간의 갈등이 있었기에, 어머니는 외조부 일가와 약간 소원해졌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외조부와 외조모를 만난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게다가 나중에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시후는 박상철에 의해 보육원에 숨겨지게 되었고, 외조부 일가와의 연락은 완전히 끊어졌
시후가 유나와 함께 미국에 가기로 결정한 후, 유나는 곧바로 켈리 웨어슬러에게 확실한 답변을 주었다. 켈리 웨어슬러는 매우 빠르게 유나의 정보를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에 제출했고, 미국은 이미 오전 시간이었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도 빠르게 응답했다. 따라서 곧바로 유나의 이메일로 마스터 클래스 초대장이 도착했다.유나가 이메일을 통해 초대장을 확인하는 순간, 그녀는 감격에 겨워 거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 그녀는 인생에서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였던 이 일이 이렇게 쉽게 이루어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감격스러움 속에서 그녀는 시후에게 물었다. "여보, 두 사람이 나에게 이렇게 잘해주는 건 모두 당신 덕분이죠, 그렇죠?"시후는 아내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해서 놀랐지만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여보,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어요?"유나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엠그란드 그룹의 부회장님, 이룸 그룹의 송민정 회장님, 그리고 지금의 제니퍼 씨까지.. 그들 모두 나를 특히 신경 써주고 있어요.. 엠그란드 그룹, 이룸 그룹은 나에게 프로젝트를 맡기면서 매우 우호적인 조건을 제시했고, 마지막 제니퍼 씨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렇게 큰 별장을 디자인하라고 그렇게 많은 돈을 주면서.. 사실 그들은 일류 디자이너를 고용할 수도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나에게 프로젝트를 맡겼어요.. 내가 켈리 웨어슬러를 존경하는 걸 알고 그녀를 미국에서 그녀를 직접 초청하기까지 했죠..." 유나는 뒤이어서 말했다. "난 켈리 선생님이 이런 소중한 자리를 나에게 준 것 역시도 제니퍼 씨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이유 없이 나에게 이렇게 잘해줄 리 없으니.. 이건 분명 시후 씨 때문이겠죠?"시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마 내가 그녀에게 풍수를 봐준 걸 고마워해서 그런 것 같아요. 아마 나에게 신세를 진 것 같아서 고마움을 표현하려고 그런 거겠죠.."유나는 의문이 생겼다. "하지만 당신이 평소에 풍수를 봐주는 대가는 얼마 되지 않잖아요.. 제니퍼 씨는 이미 아빠에게 롤
지수연은 생각에 잠긴 채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 후 배유현에게 물었다. "아가씨, 그럼 여전히 회장님과의 식사는 유효한 건가요?”"우선 식사는 하지 않도록 하겠어." 배유현은 서둘러 말했다. "은시후 씨가 바쁜 일이 끝나면 나를 초대해 식사를 하겠다고 했으니, 할아버지는 예정된 시간에 맞춰 오시도록 해 줘. 만약 경매에서 회춘단을 낙찰 받지 못하면, 그때 내가 할아버지를 데리고 가서 은시후 씨를 만나게 해야겠어."……이틀 후.인천 공항은 새벽 4시부터 굉장히 바쁜 하루를 맞이하고 있었다. 평소 인천 공항의 하루 평균 항공기와 화물기, 비즈니스 제트기 이착륙 횟수는 1,500건 정도이다. 그러나 오늘은 인천 공항에 평소보다 약 300회 더 많은 착륙이 이루어졌다.. 새벽부터 대규모의 개인 제트기들이 쉴 새 없이 인천 공항에 착륙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 개인 제트기들은 예외 없이 모두 서울에서 열리는 회춘단 경매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었다. 경매 주최 측의 요구에 따라, 참석자들은 오늘 안에 인천에 도착해야만 했다. 또한, 그들은 착륙 이후부터 경매가 끝날 때까지 주최 측의 지시에 따라야 하며, 규정을 위반하는 어떠한 행위라고 있을 경우, 경매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래서 이 부호들은 인천 공항에 착륙한 후, 주최 측의 추가 지시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오전 10시, 인천에 착륙한 개인 제트기만 해도 이미 100대 가까이 되었고, 인천 공항의 주기장을 가득 채웠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심지어 주기 여건이 되지 않아 승객을 하차 시킨 후 주변 다른 도시의 공항으로 이동해 임시 주차를 해야 하는 개인 제트기들도 생기기 시작했다.이때, 인천에서 1,000km도 채 되지 않는 상공 1만 미터 위에서는 보잉 747을 개조한 개인 제트기가 인천을 향해 빠르게 비행하고 있었다. 넓은 기내의 내부는 이미 공중에 떠 있는 이동식 별장으로 개조되어 있었고, 비행기 앞쪽의 호화로운 응접실에는 두 명의 노인이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모두 머리
배원중은 말을 듣고 나서,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점괘를 부탁했더니, 노래 가사 같은 말로 얼버무리면 어쩌자는 건지..”"무식하기는!" 박청운은 작은 목소리로 외치며, 눈썹을 치켜세우고 물었다. "그저 조금 더 시적으로 설명한 것인데 무슨 노래 가사 같은 말이라는 건가?”배원중은 급히 말했다. "청운이! 그런 뜻이 아니네! 내 말은, 애매한 표현 말고 조금 더 명확하게 설명해 줄 수 없겠느냐는 것이었지."박청운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말 그대로, 분명하게 보이지 않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야. 이 일은 내적으로도 복잡하고, 외부 요인도 많아서, 변수가 매우 커. 상황이 매 순간 변화할 수 있기에, 이미 내가 점을 칠 수 있는 능력 범위를 넘어선 거라네.”배원중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탄식했다. "자네 조차 이 일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나는 더더욱 알 수 없겠군." 그는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감탄했다. "아, 벌써 오랜 세월이 흘렀어....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오는 것 같으이...." 박청운은 창밖을 한 번 보고 나서 그에게 물었다. "자네 조상님들은 고향이 어딘가?”배원중은 입을 열어 말했다. "우리는 강원도 토박이었지..”박청운은 감탄하며 말했다. "조상들이 강원도 분이셨군.. 자네는 이렇게 평생 미국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었는데 대단하군." 그리고 나서 박청운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도 이제 나이가 적지 않으니 내가 하나 물어보지.. 부디 불쾌하게 생각하지 말게.”배원중은 서둘러 말했다. "그래 물어 봐.”박청운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물었다. "자네 사후에 일을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 미국에서 영면할 것인지, 아니면 한국 땅에 묻힐 건지 말이야.”배원중은 쓴웃음을 지으며 한숨을 쉬었다. "이 문제는 내가 20~30년 전부터 생각하기 시작했지만, 지금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어.." 그리고 나서 배원중은 잠시 말을 멈춘 뒤 다시 말했
배원중은 자신의 몸 상태가 거의 끝에 이르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 서울 방문에서 회춘단을 얻지 못한다면, 현재의 건강 상태로는 서울을 살아서 떠나기조차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이 자신의 생명을 늘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느끼며, 성공을 간절히 기도했다.비행기가 착륙한 후, 지상의 유도차가 비행기를 안세진이 미리 빌려 둔 한 격납고로 안내했다. 비행기가 완전히 멈추자, 비행기의 문이 열렸다.그러자 안세진의 부하 중 한 명이 승강 계단을 타고 비행기 문 앞으로 다가왔다. 승무원이 기내 문을 열자, 그 부하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가 배원중 씨가 탄 비행기입니까?"배원중의 수행원 중 한 명이 분노하며 말했다. "이봐, 말 조심해! 우리 대표님의 성함을 그렇게 함부로 불러?”안세진의 부하는 그를 무시하며 말했다. "대표님은 무슨, 당신 대표는 내 대표가 아니야. 난 여기서 참가 신청자의 이름만 알고 있다고. 지금 당장 배원중 씨에게 가서 우리의 초청장과 신분증을 가지고 나와서 직원에게 확인 받으라고 전해!"수행원은 젊은이가 이렇게 무례하게 말할 줄은 상상도 못했고, 당황하며 차갑게 물었다. "자네 그 태도는 뭐야?! 누구한테 말하는지 알고 있기나 한 거야?"안세진의 부하는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누구한테 말하는지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아. 하지만 우리의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너무 느리게 보고하면, 나도 우리 상사에게 바로 보고할 거야. 그때 당신 대표의 참가 자격이 취소되면, 우리 측에서 미리 경고하지 않았다고 뭐라고 하지 말라고."배원중의 수행원은 이 말을 듣고,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상대가 말단 직원 같은 느낌임에도 이렇게 건방지게 행동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이번 참석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그는 얌전히 말했다. "젊은이, 화내지 말고 잘 들어 보게. 내가 조금 전에는 아무런 생각 없이 말한 거니까, 너무 기분 상해하지
일반적으로 비즈니스에서는 고객을 극진히 대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말하듯이, 고객은 왕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를 할 때가 되면 고객을 최대한 편안하게 대접해야 사업이 번창할 수 있다. 하지만 시후는 이런 방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이 회춘단의 거래가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므로, 그의 태도가 어떻든 간에 부자들은 여전히 그에게 몰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시후는 이들에게 친절을 베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부자들은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아부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니 이들에게 아무리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해도, 그들은 감동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반대로 행동하여, 그들의 자만심을 눌러버리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평소에 높은 위치에 있던 부자들에게 남에게 지배당하고 명령 받는 느낌을 한 번 제대로 경험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에게 더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그래서 안세진의 훈련을 받은 이 직원들은 이렇게 비싼 고급 비행기를 타고 한국까지 온 부자들 앞에서 조금도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 그들은 무례할 때는 무례하게 굴고, 질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는 질책을 하기로 한 것이다. 배원중은 이렇게 먼 길까지 와서 회춘단의 경매에 참가하려고 하는데, 회춘단을 보기도 전에 라는 코드명을 먼저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불만을 드러낼 수 없었고, 웃으며 말했다. "젊은이, 아직 경매에 참여할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그러나 직원은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아까 말했지 않습니까? 일단 저곳으로 가서 우리 직원들에게 보고하고, 그들의 지시에 따르면 된다고. 다른 것은 물을 필요 없습니다!"배원중은 마흔 살이 된 이후로 아무도 자신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없었다. 이런 대우를 받자 그는 속으로 분노를 느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지금 남에게 부탁하는 처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
박청운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이름은 박청운입니다."직원은 박청운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거만한 태도가 갑자기 극도로 공손해졌다. 그는 급히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박 선생님, 안녕하세요! 부장님께서 미리 말씀하셨습니다. 저희 VIP 중 한 분이시니 여기서 따로 등록할 필요가 없습니다. 잠시 후 차량에 먼저 타 주시면 호텔로 모셔 드리겠습니다. 호텔에서는 전담 직원이 숙박 절차를 도와드릴 겁니다." 박청운은 건방지던 젊은 직원이 자신에게 이렇게 공손하게 대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곧 시후의 사전 지시 때문임을 깨닫고, 시후에게 더욱 감사함을 느꼈다. 시후는 나이는 자신보다 훨씬 어리지만, 그의 운명을 보면 시후야 말로 최고로 위대한 존재였다. 물론 자신은 백세가 넘었지만 시후에게는 존경을 표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시후가 먼저 이렇게 노쇠한 자신을 챙겨주려는 마음에 그는 더욱 감동을 받았다. 이어서 그는 배원중을 가리키며 직원에게 말했다. "젊은이, 이분은 내 친구요. 내가 이 분의 등록을 마친 후 함께 호텔로 가고 싶은데.. 그게 가능합니까?”직원은 급히 대답했다. "박 선생님, VIP과 다른 경매 참가자들은 같은 건물에 머물지 않기 때문에, 굳이 기다리실 필요는 없으십니다."박청운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우리 둘은 사이가 좋으니, 같이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예 알겠습니다." 직원은 급히 대답했다. "박 선생님, 우선 차량에 올라타서 기다려 주십시오. 이분은 아직 해야 할 절차가 많고, 의복도 받아야 합니다."옆에 있던 배원중이 놀라서 물었다. "의복을 받아야 한다니? 무슨 옷인가요?"직원의 얼굴은 다시 차가워졌다. "부장님께서 경매 참가자들이 모두 복장을 통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전에 이미 키와 체중 등의 데이터를 확인했었는데요..? 등록 절차가 완료되면 두 벌의 맞춤 의복을 드릴 겁니다. 앞으로 며칠 동안, 경매가 끝날 때까지 이 복장을 착용해야 합니다."배원중은 속으로 불
배원중이 안세진이 준비한 차량을 타고 서울 시내로 향했을 때, 그는 매우 우울한 기분으로 왼쪽 뒷좌석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오른편에는 이미 백세가 넘은 박청운이 앉아 있었다.박청운은 배원중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웃으며 물었다. "원중이, 보아하니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은데."배원중은 무겁게 말했다. "기분이 좋을 수가 없지... 사실 비행기에서 내린 순간부터 짜증이 났다네!"박청운은 미소를 지으며 조언했다. "원중이, 이미 도착했으면 마음을 편하게 먹게.. 좀 더 침착하게 받아들이는 게 좋을 거야."배원중은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차 안에서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며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박청운은 그가 이런 차량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눈치챘다. 배원중이 평소 타고 다니는 차량의 좌석 하나만 해도 이 차 전체 가격보다 비쌀 테니 말이다. 그래서 박청운은 웃으며 배원중에게 말했다. "원중이, 이 차를 무시하지 말게.. 이건 그래도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현대차야.."배원중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현대라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이 차를 타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말이지.."박청운은 진지하게 말했다. "현대는 국내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는 기초를 다진 브랜드야. 또한,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이 지도자들의 전용 차량으로 사용되어 왔고, 그 때문에 한국인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지.. 주최 측에서 우리를 이 차로 데려가는 것도 그런 의도가 있을 거라네."배원중은 말했다. "그렇게 말하자면, 이 경매의 주최자는 애국심이 강한 사람인 것 같군.""그런 것 같아.." 박청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도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은 존중 받아야 하지 않겠나..”배원중은 말없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차량 행렬이 버킹엄 호텔에 도착했을 때, 호텔 전체는 이미 봉쇄되어 있었다. 출입이 가능한 버킹엄 호텔의 전용 차량을 제외하고는 모든 외부인은 출입이 금지되었다. 하지만 호텔 로비는 이미 사람들로
배유현이 자신에게 1천만 달러짜리 수표를 주겠다는 말에, 제이크 한은 본능적으로 손사래를 치며 당황한 채로 급히 말했다. “배유현 회장님, 저를 이렇게까지 도와주신 것도 모자라 돈까지 주신다니, 그건 절대 안 됩니다...”그러자 옆에 있던 안산 회장은 무릎을 치며 격양된 목소리로 외쳤다. “배유현 회장의 이 방법은 정말 기가 막히는군요! 빈틈이 없어! 완벽해!” 그러고는 제이크 한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말했다. “자네, 돈 걱정은 할 필요 없어. 배유현 회장이 자네에게 이 돈을 주는 이유는, 자네가 가족들 앞에서 이번 일을 잘 설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가 아니겠나. 그 덕분에 자네의 아내와 딸도 자네를 원망하기보다는, 자네가 얼마나 그들을 소중히 여기는지 느낄 수 있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모든 갈등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고!” 그는 말을 이으며 덧붙였다. “하지만 자네의 말도 일리가 있기는 하네. 배유현 회장이 자네 뿐만 아니라 우리 Samson 그룹까지 도와줬으니, 지금 이런 상황에서 배유현 회장에게 돈을 지불하라고 할 수는 없지. 그러니 이 돈은 내가 내도록 하겠네!”제이크 한은 급히 말했다. “회장님... 그건 더더욱 안 됩니다! 저는 회장님의 돈도 받을 수 없어요! 게다가, 제가 수입이 많지는 않지만, 가족 생계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제 아내와 딸도 돈을 크게 밝히지 않는 성격이라...”안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누가 자네 아내랑 딸이 돈을 밝힌다고 했나? 이 돈은 그저 자네가 가족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상징일 뿐이야. 그러니 수표를 들고 돌아가서, 아까 배유현 회장이 말한 것처럼 하나하나 다 설명하는 걸로 하게. 그러면 자네가 걱정하던 일은 단번에 해결될 거야. 그리고 이 1천만 달러는 아이의 미래에도 든든한 자산이 될 거다! 자네는 우리를 위해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어. 그러니 고마움을 표현할 기회를 우리한테도 줘야지.”이때 옆에 있던 시후의 외할머니가 얼른 말했다. “여보, 당신이 전에 말했었죠? 제이크 한 저 친구의 사위에
제이크 한은 난처한 듯 말했다. “사모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집에 돌아가면 아내와 아이에게 이 사실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 중이기는 합니다... 딸아이가 얼마 전에 임신 소식을 전했는데, 그 직후에 제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거든요...” 이 말을 하면서 그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안충주에게 물었다. “충주, 내 아내가 자네한테 연락하지 않았어? 뭐라고 말했나?”안충주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뭘 어떻게 말하겠어... 나도 그냥 모르겠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지... 은인은 자네가 죽었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하셨고, 실종됐거나 다른 여자와 도망쳤다고 하라고 했지만, 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해...”제이크 한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든 잘 생각해 봐야네. 집에 가서 제대로 설명을 못 한다면, 아내와 딸은 날 계속 의심할 테니까...”안충주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아니면 그냥 이렇게 말해. 강제 퇴직을 당한 게 마음에 걸려서 기분 전환 겸 여행을 다녀왔다고?”그러자 제이크 한은 민망한 듯 말했다. “그건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야...? 딸아이가 임신했다고 연락한 시점인데, 그 기쁜 소식을 듣고도 내가 퇴직을 당해 기분이 나쁘다고 여행을 갔다? 그건 너무 머저리 같잖아...”안충주는 혀를 찼다. “하아... 자네가 이런 중요한 시점에 실종된 후에 아무 소식도 없었으니, 게다가 딸이 임신한 중요한 시기에 말이야...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변명할 방법이 거의 없을 거야...”Samson 그룹의 다른 가족들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도 제이크 한의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이크 한은 아내와 딸과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고, 관계도 원만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딸이 임신 소식을 알린 그 시기, 제이크 한이 갑자기 사라졌고 제이크 한은 실상을 밝힐 수 없으니 그야말로 처리하기에 매우 곤란한 일이었다. 따라서 제이크 한이 이번에 집에 돌아가면 아내와 딸의 원망은 피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안산 회장 역시도 미스터리한 은인의 정체가 누구인지 궁금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단호하게 말한 이상, 아무도 감히 그 뜻을 거스르려 하지 않았다.이에 안충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버지, 걱정 마십시오. 꼭 명심하겠습니다. 절대 선을 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버지, 저도 형님 말대로 절대 선을 넘지 않겠습니다.”그러자 옆에 있던 제이크 한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시후와의 약속대로 시후의 정체를 절대 누설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Samson 그룹 식구들이 하루라도 빨리 시후의 정체를 알아차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전 그는 안충주 앞에서 의도적으로 회춘단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안충주가 단서를 연결하여 생각하도록 유도하려 했고, 그렇게 하면 언젠가 안충주가 그의 조카 시후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정확한 힌트를 줄 수는 없었는데, 그건 시후와의 약속 때문이기도 했고 옆에 배유현이 있어 명확하게 힌트를 준다면 배유현이 그것을 알아차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과 오래 인연을 맺고 있었기에, 이들이 지난 20년간 얼마나 간절히 시후를 찾아 헤맸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 일에 엄청난 인력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었고, 전 세계를 뒤집다시피 하며 시후의 흔적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결국 인연이라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운명의 장난 같은 것이었다. Samson 그룹 일가는 그토록 많은 에너지를 들여 전 세계를 뒤졌지만, 정작 시후는 사건이 벌어졌던 한국에 그대로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Samson 그룹은 한때 시후가 그 정체불명의 조직에 의해 납치된 것이라고 의심하기도 했고, 한편으론 기적처럼 어딘가에서 그를 찾을 수 있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그들은 시후가 이미 오래전부터 곁에 있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
시후는 제이크 한을 살리기 위해서는 외가 식구들에게 일부 단서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제이크 한을 구한 건 본인의 선택이었고, 마침 멕시코에서 중소단의 핵심 약재를 얻은 것은 우연이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시후는 제이크 한을 살리는 방향을 택했던 것이다. 사실 시후는 단서가 드러나는 문제에 대해 그리 크게 개의치 않았다. 결국 외가 식구들은 자신의 적이 아닌 가족이고, 현재까지 드러난 단서는 퍼즐 조각 하나를 더 주는 수준일 뿐, 자신의 정체를 완전히 파악하려면 아직도 외가 식구들은 많은 것이 부족했기 때문이다.안충주의 추측은 Samson 그룹 전체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그러자 안태풍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형님, 이렇게 보니 그 은인은 우리와 인연이 꽤나 깊은 것 같은데! 그 때 형님이 한국에서 회춘단 경매에 참여했을 때 쫓겨났지만, 그분은 그 일을 알고도 우리를 도와주신 거니까. 뉴욕에서 우리를 구해준 걸 보면 말이야.”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경매장에서 한국의 송민정 회장은 누가 봐도 꼭두각시와 같은 존재였어. 현장의 중요한 결정들은 누군가가 이어폰으로 지시하고 있었고, 그래서 난 은인이 바로 경매장 무대 뒤 어딘가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고 생각 했어. 그리고 내가 회춘단을 낙찰 받기 위해 엄청난 금액을 제시했는데도 내가 경매장에서 쫓겨났다는 건, 송민정 회장 같은 인물이 절대 내릴 수 없는 결정이라고 생각 했어. 이룸 그룹의 자산 규모는 내가 제시한 금액보다 더 적을 테니까.”그러자 시후의 외할머니는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가족은 정말 운이 좋았어. 그날 그 은인이 옆방에 안 계셨다면, 우리 모두 큰 화를 당했을 거다...”안충주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 “어머니, 그 은인이... 혜리의 팬인 것 같은데요!”시후의 외할머니는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서는 그래도 케이팝 분야의 톱스타잖니. 은인이 동양인이라면 혜리 정도의 톱스타는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