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블랙 드래곤은 뉴욕으로 천 명 이상의 병력을 보냈지만 여전히 제임스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성도민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고, 거의 매일 시후에게 전화를 걸어 사죄했다.하지만 시후는 성도민을 탓하지 않았다. 그는 단서라는 것이 일종의 연쇄 고리와 같아서 어느 한 고리가 빠지면 전체를 복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는 블랙 드래곤뿐만 아니라 미국의 CIA라 할지라도 모든 범죄자들과 사건의 전말을 밝히지 못할 때가 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임스는 뉴욕 케네디 공항에서 실종되었고, 블랙 드래곤이 그 공백을 메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의 행방을 쉽게 찾을 수는 없을 것이었다.이에 성도민은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냈다. 제임스가 뉴욕에 도착한 직후의 일정 시간 동안 공항에 드나든 모든 차량과 헬기를 조사하여, 이 교통수단의 소유주를 하나씩 확인하고 그가 제임스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후는 이 방법을 부정했다. 시후는 제임스가 뉴욕에 강력한 배후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을 것임을 점점 더 강력하게 느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가 이토록 완벽하게 사라질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도민이 교통수단을 조사하게 되면 아무리 은밀하게 하더라도 상대의 경계 체계에 걸리게 될 것이고, 이것은 결국 상대에게 경고하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시후는 제임스의 행방에 대해 그렇게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제임스가 평생 숨어 지낼 수 없으며 언젠가 다시 나타날 것이라 확신했다. 자신이 구석구석 뒤질 필요도 없었으며, 언젠가는 스스로 나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현재 블랙 드래곤은 뉴욕에 많은 병력을 배치해 두었고, 제임스가 모습을 드러내면 모든 연계자를 한꺼번에 잡아낼 수 있을 터였다.제임스는 현재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혜리를 겨냥해 설계하고 있는 계획을 착실히 진행 중이었다. 그는 매일 배호영과 함께 뉴욕 WF 호텔을 방문했는데, 모든 시간 동안 배호영과 함
잠시 이야기를 멈췄다가, 제임스는 계속해서 설명했다. “일단 목표 인물이 실내로 들어가게 되면, 보안 요원들은 먼저 실내 환경을 점검하여 도청기나 몰래 카메라 같은 장비가 있는지, 또는 안전상의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한 후 실내가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출입구를.. 보통 문과 창문에만 신경을 씁니다. 일반적으로 실내 운영 과정은 입구를 지키는 경호원이 있고, 실내에는 침실을 제외한 창문 근처에 경호원이 배치됩니다. 만약 1층에 창가 쪽 객실이라면 창문 밖에도 사람이 배치되지요. 그렇다면 외부에서 공격이 있으면 문 밖에 있던 경호원들이 가장 먼저 반응하고, 내부에 있는 사람도 즉시 알아챕니다. 우리가 창문을 통해 침입한다면, 1층에 있는 외부 경호원을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하고, 고층에 있을 경우 창문 가까이의 경호원과도 맞서야 합니다. 창 바깥에 있는 인원에게 손을 쓰면 실내에 있는 경호원들이 대응할 시간이 충분히 생길 것이고, 창문 주변에 있는 인원들에게 손을 쓰면 문 밖에 있는 경호원들이 즉시 지원하겠죠. 그래서 가능한 창문이 없는 공간을 혜리의 휴게실로 만들어 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창문이 없으면 경호원들도 경계를 늦출 것이고, 혜리가 휴게실 안에 있으면 경호원들은 문 밖에서만 경호를 할 것이기 때문에 작업이 훨씬 수월해집니다.”배호영은 곧바로 물었다. “어떻게 공격할 계획이지? 닌자들을 미리 내부에 숨길 수도 없잖아?”“물론 그건 불가능합니다.” 제임스가 설명했다. “닌자들을 종업원으로 위장 시켜 문 밖에 있는 경호원들을 조용히 처리하게 할 겁니다. 닌자들은 흔적 없이 사람을 처리하는 데 뛰어나니, 문 밖에 있는 경호원들만 조용히 제거하면 혜리는 완전히 우리의 통제 아래 놓일 것입니다.”배호영은 걱정스레 물었다. “닌자들이 경호원을 처리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거야? 그리고 문 앞에 몇 명이나 경호원들이 있을지 알 수 있나? 실수로 총을 쏘기라도 한다면 끝장인데.”제임스는 웃으며 말했다. “이곳은 도련님의 영역입니다. 모든 것을 결
제임스의 모든 계획은 배호영의 심장을 쿵쿵 뛰게 만들었다. 들어보니, 모든 것이 완벽하게 계획되어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슨 일이 터지더라도 자신의 집안이 소유한 WF 호텔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아 보였다. 결국 이 사건은 내부자에 의한 일이기에 모든 사람들은 문제의 원인을 크리스에게 돌릴 것이었다. 이렇게 생각한 배호영은 물었다. “그렇다면 크리스의 가족은 어떻게 되는 거지?”제임스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별다른 방법이 없지요. 모두 제거할 수밖에.. 닌자들이 크리스의 가족들을 납치해오면 바로 제 부하들에게 넘기시고, 사건이 벌어진 후 닌자들은 미국을 떠나는 동시에 크리스의 가족들을 모두 제거할 것입니다. 경찰이 크리스의 가족 시신을 발견하게 되면 닌자들이 입막음을 위해 그들을 살해한 것으로 생각할 것이고, 자연스레 제 이야기를 더 믿게 되겠죠.”배호영은 놀라서 되물었다. “가족들을 모두? 아이들이 4명이나 있지 않던가..?”제임스는 고개를 젓고는 손가락을 갈고리 모양으로 구부려 말했다.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 9명입니다. 제가 알아보니 크리스는 자녀가 많아 두 명의 가정부를 고용하고 있었고, 그의 부모님도 지난 달에 뉴욕으로 모셔 왔더군요. 그러니 총 9명이죠.”평소에 범죄를 서슴지 않는 배호영도 이 이야기를 듣고 다소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9명을 전부 처리한다고?”“물론입니다!” 제임스는 확고히 말했다. “한 명도 남겨둘 수 없어요. 그래야 이 거짓말이 완벽하게 성립될 테니까요. 모두가 죽으면, 사람들은 닌자들이 혜리를 납치했고, 중간에 무고한 이들을 잔인하게 죽였다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아무도 당신이 이 일에 연루되었다고 의심하지 않을 것이고요!”배호영은 이를 악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네 계획대로 진행하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물었다. “만약 경찰이 닌자들을 추적하면 어떻게 하지?”“상관없습니다.” 제임스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들을 태운 배를 대서양
마침내 승자가 된 이토 유키히코는 이가 가문을 여러 차례 압박해왔고, 이가 가문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가 가문의 힘이 크게 쇠퇴하자, 이토 유키히코는 위태롭게 변한 닌자 가문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며 손을 내밀고 있었다.이번 세대의 이가 가문 지도자 핫토리 한조는 이가 닌자의 미래를 위해, 이토 그룹에 순종할 수밖에 없었다. 핫토리 한조라는 이름은 실제로는 일종의 칭호로, 이가 가문의 수장이 자리를 계승할 때마다 본명을 핫토리 한조로 바꾸는 전통이 있었다.현재의 이가 가문 핫토리 한조는 조금 전 미국에서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전화 속의 낯선 사내는 그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건넸다. 그는 8천만 달러에 8명의 이가 닌자를 고용해 미국에서 임무를 수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비록 상대는 임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8천만 달러라는 금액은 핫토리 한조를 매우 흔들리게 만들었다. 마츠모토 그룹이 망한 뒤, 이가 가문의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졌고 지금은 이토 그룹에 굴복했지만 이토 그룹의 큰 신임을 얻지 못하여, 이토 그룹으로부터도 임무를 거의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가 가문은 최근 수익이 줄어드는 바람에 재정난이 점점 커졌고, 닌자들과 가족들, 그리고 양성 중인 닌자들까지 합하면 이가 가문은 수백 명을 부양해야 했다. 그러니 그들이 매일 지출하고 있는 비용은 천문학적인 수준이었다. 수익이 없다면 많은 사람들이 닌자 일을 지속할 수 없게 될 것이고, 결국 다른 분야로 빠져나가 가문에는 남아 있는 인재가 점차 소멸할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 8천만 달러짜리 임무는 핫토리 한조를 매우 흥분하게 만들었다. 이 돈이 들어오면, 이가 가문은 3년 동안 절약하며 버틸 수는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별다른 고민 없이 이 요청을 수락했으며, 유일한 조건으로 50%의 선금을 요구했다. 미국의 고객은 망설이지 않고, 한 시간 내에 4천만 달러라는 거액을 계좌로 송금했다. 동시에, 고객은 이틀 안에 뉴욕에 닌자를
제임스는 이가 가문에게 약속한 8천만 달러를 두 번에 나누어 지급하기로 했다. 먼저 50%의 선금을 지급하고, 나머지 50%는 임무가 성공적으로 완료된 후에 지급하기로 했다. 또한, 제임스는 만약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사망자 한 명당 추가로 200만 달러의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핫토리 한조는 이번 임무를 반드시 성공시키기 위해, 자신의 외동아들인 핫토리 카즈오를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카즈오를 불러 상황을 설명한 후, "카즈오, 오늘 당장 믿을 만한 7명의 정예 닌자를 뽑아 가능한 빨리 미국으로 출발하도록 해라!"라고 당부했다.핫토리 카즈오는 다소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버님, 저희가 이미 이토 그룹에 충성을 맹세한 이상, 이 일을 하는 것을 그들에게 보고하고 허가를 받아야 하지 않습니까? 만약 우리가 독단적으로 행동한 것을 알게 되면 문제가 생길지도 모릅니다."핫토리 한조는 손을 내저으며 냉정하게 말했다. "이토 그룹은 신경 쓰지 마라. 이토 그룹 사람들은 우리 이가 닌자들을 전혀 존중하지 않아. 우리가 그들에게 충성을 맹세한 지 꽤 되었지만, 그동안 우리를 단 한 번 밖에 쓰지 않았고, 그것도 바로 블랙 드래곤과 맞붙기 위해 한국으로 갔던 그때 뿐이었다. 그 외에는 우리를 전혀 쓰지 않고 있어. 이렇게 가다가는 우리 닌자들은 굶어 죽게 될 거다!"그는 이토 그룹의 이토 나나코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말했다. "이토 그룹의 꽃이라고 불리는 이토 나나코 또한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단 말이야. 한국으로 출발할 때 그녀는 우리가 상대해야 할 적이 누구인지 말해주지도 않았다. 장소에 도착해서야 상대가 바로 악명 높은 블랙 드래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 그건 분명히 우리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나 다름없다!"그러자 핫토리 카즈오는 서둘러 말했다. "아버님, 그 일을 그렇게까지 해석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때 구름산에서의 LCS 그룹의 능력은 실로 대단했으며, 이토 아가씨는 그 능력을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이토 아가씨가 우
일단 재벌가들이 더 이상 닌자들을 고용하지 않고 비용을 지불하지 않게 되면, 닌자라는 직업은 생존 기반을 잃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이가 가문은 어떻게든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이 점을 깨달은 핫토리 카즈오는 표정을 굳히며 공손하게 말했다. "아버님, 이제야 아버님이 말씀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번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핫토리 한조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당부했다. "카즈오, 이번에 미국에 가면 반드시 조심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입국할 때 절대로 너의 원래 신분을 들키면 안 되며, 이토 그룹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어 그는 다시 말했다. "내가 너를 미국에 보내려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의 상황을 직접 확인하게 하기 위함이다. 닌자들이 일본에서 살아가기 힘든 환경이 되었지만, 미국이라면 상황이 나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상황이 괜찮다면 우리 이가 가문 전체가 미국으로 옮겨 가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어!""미국으로요?!" 핫토리 카즈오는 놀라며 말했다. "아버님, 미국은 매우 복잡합니다. 그곳은 다양한 이민자 집단들이 형성한 조직이 많고, 전투력도 매우 강합니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총기 사용이 흔하기 때문에 우리 닌자들의 장점이 크게 줄어들 수 있고요."“아니다.” 핫토리 한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모두가 총기에 의존하기 때문에 오히려 닌자의 독특한 장점이 더욱 돋보일 수 있지 않겠니? 그렇지 않다면, 미국 쪽 고객이 굳이 비싼 비용을 들여가며 우리를 초청하지는 않았을 거다. 이는 닌자가 미국에서 필요로 하는 존재임을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어. 그러니 네가 미국에 도착하면, 그곳에서의 시장성을 잘 확인하도록 해라.”핫토리 카즈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중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아버지!"......한편, 시후는 혜리와 함께 자선 만찬에 참석하기로 약속한 뒤, 아내 유나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정말이예요?!” 유나는 시후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 “여보, 혜리 측에서 정말로 당신을 뉴욕으로 불러서 풍수를 봐 달라고 했어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럼요, 나는 유명한 은 선생님이잖아요. 내가 한국에 있다고 생각해서 혹시라도 내가 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마침 내가 미국에 있어서 강력하게 초대하더라고요.”유나는 매우 기뻤지만 약간 의아해하며 물었다. “여보, 그런데 콘서트를 열 때도 풍수를 봐야 하는 거예요..?” 시후가 웃으며 말했다. “연예계는 풍수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요. 집이나 회사도 풍수 배치를 잘해야 하고, 영화나 드라마도 촬영 전에 고사를 지내고, 투어 콘서트도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 첫 공연의 풍수를 잘 맞춰서 좋은 징조를 바라기도 하니까요.” 사실 시후는 가수들이 콘서트 전에 고사를 지내는지 잘 알지 못했지만, 유나의 의심을 잠재우기 위해 이런 핑계를 댈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유나는 별로 의심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여보, 꼭 혜리를 위해 풍수를 잘 봐줘야 해요! 이번 투어 콘서트는 은퇴 전 마지막이라 의미가 아주 크단 말이에요. 절대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해야 해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걱정 말아요, 여보. 최대한 잘 보도록 할게요.” 시후는 이어서 말했다. “아, 그리고 여보, 내가 뉴욕에서 풍수를 보는 데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11일 오후에 갔다가, 저녁에 돌아올 수 있을 거예요.” 유나는 물었다. “저녁에 돌아오는 건 너무 피곤하지 않겠어요? 3시간이나 차를 몰아야 하니까 너무 늦으면 뉴욕에서 하루 쉬고 오는 게 어때요?” 유나는 시후를 100%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후는 뉴욕에서 밤을 보내지 않기로 했고, 헬기를 이용해 왕복 시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이틀 후. 이가 가문의 핫토리 카즈오는 실력 있는 이가 닌자 7명과 함께 뉴욕에 도착했다. 그들은 뉴욕에
핫토리 카즈오와 일행들은 그 젊은 직원을 따라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연회장 안에는 직원 한 명도 보이지 않았고, 수리 작업이 진행되는 흔적도 없었다. 직원은 그들을 데리고 큰 연회장을 지나 몇 개의 빈 방을 통과한 뒤 문이 닫힌 방 앞에 멈췄다. 그 후, 그는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제임스 씨, 핫토리 씨 일행이 도착했습니다.” 방 안에서 제임스가 큰 소리로 말했다. “들어오세요!” 직원은 즉시 문을 열고 핫토리 카즈오에게 말했다. “핫토리 씨, 들어가시죠.” 이때 핫토리 카즈오는 방 안에 있는 제임스를 볼 수 있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지금까지 제임스를 본 적이 없었고, 언론에서 그의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그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다. 하지만 핫토리 카즈오는 그를 더 이상 살펴보지 않고 공손하게 말했다. “제임스 씨, 안녕하십니까. 저는 핫토리 카즈오라고 합니다. 이가 닌자 핫토리 한조의 아들입니다!” 제임스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핫토리 씨, 이가 닌자의 명성을 익히 들었는데, 오늘 드디어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핫토리 카즈오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제임스 씨!” 제임스는 미소를 지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핫토리 씨, 격식은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당신들을 뉴욕으로 초대한 이유는 한 사람을 납치해 주시길 부탁하기 위해서입니다.” 핫토리 카즈오는 즉시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제임스 씨 걱정 마십시오. 돈을 받았으면 아무리 어려운 재앙이라도 대신 없애 드리는 것이 우리 이가 닌자가 할 일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는 이어 말했다. “하지만, 목표 인물의 신원, 위치 등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조사와 작전 계획 수립을 미리 할 수 있습니다.” 제임스는 웃으며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렇게 복잡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3일 후, 11일 밤 이곳에서 자선 만찬이 열릴 예정인데, 그 때 목표 인물은 이 방에서 대기할 것입니다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