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토리 한조는 영상에서 국외 세력의 실제 정체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이는 시후의 지시를 따랐기 때문이다. 시후는 배호영을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나쁜 놈’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페이셔스 그룹의 전체 명성을 실추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계획에서 페이셔스 그룹은 여전히 배원중에게 경영을 맡길 예정이었고, 그룹 전체를 반쯤 무너뜨린다면, 나중에 그가 다시 경영권을 넘겨받아도 결국 문제투성이가 남아 엉망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장차 배원중 회장은 큰 돈을 들여 회춘단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기에, 이런 잠재적인 대고객에게는 최대한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했다. 이번 사건으로 배호영과 그의 아버지, 할아버지로 이어지는 이 가계도는 제거하고, 그들이 어떻게 배원중을 몰아내고 가문의 경영권을 빼앗았는지 폭로하면, 배원중이 명분을 가지고 다시 페이셔스 그룹의 통제권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이 영상은 빠르게 인터넷상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전 세계는 어제 일본의 한 소도시에서 충격적인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했으며, 모두가 이 사건의 내막과 후속 조치에 대해 주목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책임을 인정하는 누군가 나타나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일본에서 유명한 이가 닌자가 그 주체였다니. 외국 네티즌들은 이 사건을 대체로 흥미롭게 지켜봤지만, 일본 국민들은 충격을 금치 못하며 분노했다.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이가 닌자를 비난하며, 그들을 일본의 수치라고 불렀다. 심지어 누군가는 일본 전역에서 이가 닌자를 색출해 전부 체포하고 감옥에 넣자는 제안을 했으며, 일부 극우 단체들은 일본 최대의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구미에 이가 닌자를 추적해 처단하자고 촉구했다. 이는 일본의 배신자를 청산하고자 하는 명목이었다. 핫토리 한조와 핫토리 카즈오 부자는 인터넷상에서 쏟아지는 비난을 보고 가슴이 아파 거의 쓰러질 뻔했다. 한편 일본 국가안보보장국은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눈이 휘둥그레졌다. 원래는 첩보를
배한빈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는 말은 배해산을 더욱 깊은 고민 속에 빠지게 했다. 그는 견디지 못하고 배한빈에게 물었다. "우리가 이렇게 많은 인력을 동원하고, 막대한 현상금을 내걸었는데 아직도 단서를 찾지 못한 거냐?" "네... 아직 없습니다." 배한빈은 답했다. "우리 쪽 사람들과 뉴욕의 갱단까지 거의 뉴욕 전체를 샅샅이 뒤지고 있지만, 아무런 단서도 없습니다." 배해산은 분노하며 소리쳤다. "모두 쓸모없는 놈들 뿐이야! 특히 그 정보 요원들, 평소에 그렇게 많은 돈을 뿌리면서 키운 이유가 바로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인데, 정작 필요할 때는 아무 쓸모도 없잖아!" 배한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아버지, 이번 일은 정보 요원들 탓을 할 수 없습니다. 범인들이 너무 교활해서, 단 하나의 단서도 남기지 않았으니까요.. 정보 요원들은 흔적을 따라가고, 작은 실마리에서 답을 찾아내는 데 능하지만, 그 전제는 단서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 정보 요원들 뿐 아니라 CIA도 해결하지 못한 미제 사건들이 산더미입니다." 배해산은 문득 떠오른 듯 물었다. "그래, 경찰 쪽은 뭐라고 하던가? 그 제이크 한이라는 사람, 경감으로 유명하잖아. 그도 계속 수사 중이라는데, 왜 아직까지 아무 소식이 없는 거야?" "그건..." 배한빈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제이크 한에게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그와는 서로 안 맞는 것 같아서요." 배해산은 차갑게 물었다. "제이크 한이 Samson 그룹의 안충주와 친하다고 들었는데, 맞지?" "네, 맞습니다." 배한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와 안충주는 매우 친한 사이입니다." 배해산은 지시했다. "그럼 그 사람에게 전화 한번 해봐. 경찰 쪽에서 어떤 진전이 있는지 알아보자고. 만약 경찰이 납치범들을 찾아낸다면 문제없겠지만, 찾지 못한다면 호영이를 살리기 위해 납치범이 요구한 암호화폐를 먼저 넘길 수밖에 없을 거다.. 하지만 그 돈을 넘기고 나서도
이때 집사가 급히 뛰어들어와 말했다. “회장님, 대표님, 제이크 경감님이 오셨습니다!” “제이크 한?!” 배해산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가 무슨 일로 온 거야?”집사가 설명했다. “도련님에 관한 일로 회장님께 직접 말씀드릴 게 있다고 하셨습니다.”배해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갑게 말했다. “그래 좋다! 마침 내가 연락하려 했는데, 스스로 찾아왔군. 안으로 모셔!”곧이어 제이크 한은 홀로 배해산의 서재로 들어섰다. 배해산을 보자 제이크 한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인사했다. “회장님..”배해산은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경감님, 내 손자가 납치된 지 이미 24시간이 지났어요. 경찰 쪽에서 단서를 찾았습니까?”“아직 없습니다.” 제이크 한은 솔직하게 말했다. “회장님께서도 사람을 동원해 조사 중이시니 아시겠지만, 상대는 단서를 완벽히 지워 버렸습니다. 마치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요. FBI와 NSA가 출동해도 24시간 내에 단서를 찾기는 어려울 겁니다.”이 말을 듣자 배해산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따져 물었다. “당신은 그렇게 대단한 경찰이라면서 사람이 실종되었는데도 못 찾아? 이런 상태에서도 우리 집에 찾아올 염치가 있습니까?”제이크 한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개의치 않고 말했다. “회장님, 제가 이번에 이렇게 온 이유는 뭔가 여쭤볼 것이 있어서입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우리 모두 정보를 공유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요. 어쩌면 이번 사건에 어떤 교차 단서가 존재할 수도 있지요. 만약 그렇다면, 그 단서가 이 사건을 해결하는 키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옆에 있던 배한빈이 물었다. “교차 단서가 뭡니까?”제이크 한이 설명했다.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단서들을 정리하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 교차점을 발견할 수 있을 때도 있습니다. 이 교차점을 찾으면 더 많은 단서를 발견할 가능성이 커지죠.” 그는 이어 말했다. “마치 제가 배호영 씨가 숨겨둔 금고를 발견했는데 비밀번호를 모르고 풀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러분은 그 금고의 존재
제이크 한은 친구 안충주와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상황을 대략적으로 분석해 두었다. 그들의 추측에 따르면, 미스터리의 인물이 배호영을 납치한 이유는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페이셔스 그룹을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도록 만들어 공개 처형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하지만 페이셔스 그룹의 배해산과 배한빈 부자는 납치 사건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에, 이 점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그래서 제이크 한의 말을 들었을 때, 두 사람 모두 그 말을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특히 배해산은, 자신이 회장직을 차지하기 위해 사용했던 수단이 떳떳하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아버지인 배원중의 행방을 찾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본능적으로 늘 불안했다. 그래서 그는 제이크 한의 말을 듣자마자 화를 내며 소리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로군! 우리 페이셔스 그룹은 당당한데, 대체 어떤 스캔들이 있어 그런 말을 하는 건가? 당신 같은 경찰은 납치범을 찾을 생각은 안 하고, 이런 터무니없는 소리를 늘어놓는 이유가 뭐야? 우리를 조롱하려는 건가?”제이크 한은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여러분들이 강제로 권력을 쟁취한 방식을 썩 좋아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렇게 온 건 여러분을 조롱하려는 목적이 아닙니다.” 그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했다. “제 생각에, 납치범은 일부러 배한빈 대표님이 길거리에서 매춘 여성과 키스를 했다는 스캔들을 먼저 터뜨린 후, 페이셔스 그룹에게 진실을 공개하고 여론을 엎을 기회를 일부러 준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그는 곧 목소리를 낮추며 냉정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 기회는 겉으로는 좋아 보이는 것 같지만, 실상은 위험하지요. 지금 전 세계가 배호영 씨의 납치 사건을 주목하고 있고, 자연스럽게 페이셔스 그룹에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만약 페이셔스 그룹에 정말 엄청난 스캔들이 있는 거라면, 지금 이 순간 그것이 공개되었을 때 페이셔스 그룹은 핵폭탄을 맞은
말을 마친 후, 제이크 한은 명함 한 장을 꺼내 배한빈에게 건네며 담담하게 말했다. “만약 생각이 정리되고 저와 협력할 마음이 생기면 연락하세요. 남은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당신도 48시간이 지난 후 아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싶진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곧 은퇴할 예정이라.. 은퇴 전에 이런 미해결 사건을 남기고 싶지 않아요.”배한빈은 놀란 표정으로 명함을 받아 들며 무언가를 말하려 했으나, 제이크 한은 “그럼 이만 가보지요!”라고 말하며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제이크 한이 떠나자, 배한빈은 불안에 휩싸인 채 아버지 배해산에게 다급히 말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이 사건은 정말 이상한 것 같습니다!”배해산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지만, 그 안에 약간의 공포가 엿보였다. 그는 본능적으로 물었다. “그가 말한 천문학적 스캔들이 대체 뭐지? 아버지와 관련된 일인가? 그런데 내가 회장직을 차지한 방식은 기본적으로 합법적이었어. 법정에서 다퉈도 질 일이 없다고. 문제는 내가 아버지를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고, 몰래 그의 행방을 추적하며 기회를 봐서 완전히 처리하려 한 건데.. 이 일은 아직 성공하지 못했어! 설사 들통난다 해도 전부 부인할 수 있고, 큰 영향을 끼칠 만한 건 없을 텐데? 그게 어떻게 천문학적 스캔들일 수 있겠어?”배한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 정도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할아버지를 우리가 정말 처리했다면, 그 얘기가 나왔을 때 당연히 불편하겠지만, 우리는 아직 그 일을 성공하지 못했어요. 할아버지의 그림자조차 찾지 못했으니까요....”배해산은 의자에 앉으며 다소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제이크 한의 말은 무슨 뜻이지.... 한빈아, 혹시 내가 모르는 스캔들이라도 있나?”“저요?” 배한빈은 순간 긴장하며 말을 더듬었다. “그.... 그저 할리우드 몇몇 여배우들과 약간의 관계가 있었을 뿐입니다.... 그중 한 명은 유명한 감독의 아내였어요....” 그러더니 급히
“송재봉?” 배해산이 약간 의아한 듯 물었다. “송재봉이 누구지?”집사가 급히 설명했다. “송재봉 씨는 비즈니스 팀의 한 관리자입니다. 어제 회장님께서 콩코드 여객기를 구매하라고 하셨는데, 그 거래를 중개한 사람 중 한 명입니다.”배해산은 찡그린 얼굴로 물었다. “그렇다면 나에게 무슨 단서를 보고하려는 거야? 콩코드 여객기 문제가 해결되었다면 담당자에게 직접 가격을 협상하라고 하면 될 텐데, 굳이 나에게 보고할 필요가 없잖아.”집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회장님, 송재봉 씨가 호영 도련님과 관련된 단서가 있다고 했습니다!”“뭐라고?!” 배해산은 이 말을 듣자마자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어디 있지? 당장 데려오게!”집사가 급히 말했다. “바로 문 앞에 있습니다. 지금 바로 데리고 오겠습니다!”잠시 후, 비즈니스 담당자인 송재봉이 허둥지둥 서재로 뛰어들어왔다. 그는 배해산과 배한빈을 보자마자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회장님, 대표님, 저는 비즈니스 팀에서 일하는 송재봉이라고 합니다....”배해산은 그의 말을 바로 끊으며 차갑게 물었다. “호영이와 관련된 단서가 있다고 들었네. 어서 말해보게!”송재봉은 급히 말했다. “회장님, 도련님 곁에서 일하는 가정부 중 제시라는 여자가 조금 수상한 것 같습니다!”배해산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소리인가?”송재봉은 설명했다. “어젯밤 회장님께서 콩코드 여객기를 찾으라고 하셨을 때, 저는 프랑스 쪽과 연락을 취했습니다. 그러다 제시를 우연히 만났는데, 주말에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죠. 그때 그녀는 제가 밤 늦게까지 뭘 하고 있는지 물어봤고, 제가 회장님을 위해 콩코드 여객기를 구하고 있다고 대답했더니, 그녀는 콩코드 여객기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이야기를 하다 송재봉은 갑자기 자신을 한 대 때리며 다급히 말했다. “회장님, 모두 제 입이 문제입니다! 당시 저는 그녀가 페이셔스 그룹의 가정부라는 생각에 보안 의식이 조금 느슨해졌고, 회장님께서 일본으로 사람을 보
제시가 머릿속에서 온갖 엉뚱한 상상을 하고 있을 때, 집사가 여러 명의 관리자와 건장한 보디가드 몇 명을 데리고 방으로 들이닥쳤다. 집사는 배한빈의 아내에게 말했다. “사모님, 가정부 중 한 명에게 볼일이 있어 왔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배한빈의 아내는 집사가 페이셔스 그룹에서 꽤나 큰 권력을 가진 사람임을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 자신의 가정부를 찾아온 것은 분명 중요한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렇게 하세요.”집사가 인사를 하고 나서, 옆에 있던 관리자가 제시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여자입니다! 저 여자가 제시입니다!”이때 방 안에 있던 다른 가정부들은 모두 긴장해서 온몸을 떨었다. 그들 눈에는 집사가 이렇게 사람을 직접 찾으러 온 것은 분명 좋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제시만은 다르게 생각했다. 그녀는 분명 자신의 백마 탄 왕자가 자신을 데리러 온 것이라고 믿었다! 제시는 아마도 이 방을 나서기만 하면 머지않아 자신이 제임스의 아내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다음 번에 자신은 제임스 아내의 신분으로 페이셔스 그룹에 돌아올 것이고, 그 때가 되면 페이셔스 그룹의 가정부들 심지어 집사조차도 자신에게 공손히 예를 갖출 것이라 상상했다. 이 생각에 흥분한 제시는 말했다. “제가 제시입니다. 집사님, 무슨 일로 절 찾으셨나요?”집사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옆의 보디가드들에게 말했다. “데리고 가!”두 명의 보디가드가 즉시 앞으로 나와 제시의 두 팔을 거칠게 붙잡고 그녀를 끌고 나갔다.제시는 분노하며 몸부림쳤다. “뭐 하는 거예요? 아프잖아요! 다치면 책임질 거예요?”집사는 그녀에게 다가가 갑자기 뺨을 후려치며 화를 냈다. “집안의 은혜를 배신한 주제에 두려운 줄도 모르고, 오히려 여기에 대고 대놓고 떠들다니! 회장님이 널 어떻게 하실 지 두고 보자!”제시는 이 말을 듣자 온몸이 얼어붙었고 쉽게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왜 회장님이 자신에게 이렇게 하시는 지
제시는 이 손목시계를 너무 소중히 여겼기 때문에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다. 하지만 자신이 아직 가정부의 신분이기에 리차드 밀 같은 고급 시계를 차고 다닐 엄두는 내지 못했다. 그래서 주머니에 넣어 다녔는데, 이렇게 넘어지면서 바닥에 떨어질 줄은 상상하지 못 했다.배한빈이 이를 발견하자, 그녀는 급히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이... 이 시계는 제 친구가 저에게 잠시 맡겨둔 거예요...”“친구?” 배한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떤 친구야? 이름이 뭐지?”제시는 긴장한 나머지 대답했다. “저... 저... 이름을 말하기는 곤란해요...” 그러고는 급히 덧붙였다. “하지만 이건 저와 그 사람 간의 사적인 일이예요. 다른 사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배한빈은 계속 추궁하려 했지만, 배해산은 이미 인내심을 잃은 상태였다. 그는 냉랭하게 말했다. “이렇게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바로 귀를 잘라버려!”배한빈은 아버지의 명령을 듣자마자 자신의 아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 가정부가 자신의 아들이 납치된 사건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을 생각하자, 마음속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그는 즉시 보디가드 중 한 명에게 명령했다. “어서! 양쪽 귀를 잘라버려!” 그리고 나서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 다시 덧붙였다. “아니! 코까지 잘라버려! 얼마나 버티는지 두고 보자고!!”페이셔스 그룹의 보디가드들은 모두 죽을 각오로 충성을 맹세한 자들이었다. 그들은 망설임 없이 전투용 칼을 꺼내 제시를 향해 다가갔다.제시는 두려움에 질려 와와 울며 울부짖었다. 이 순간, 그녀는 제임스도, 제임스의 아내가 될 꿈도 잊어버리고 오로지 자신의 목숨을 보호하고 싶어 큰 소리로 울며 소리쳤다. “말할게요! 제가 말씀드릴게요!” 제시는 자신이 죽어도 버티겠다고 하다가 귀와 코가 없어지면 제임스가 결혼상대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제임스가 정말 배호영의 납치 사건과 관련이 있다면, 페이셔스 그룹은 절대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
말을 마친 뒤, 시후가 대답하기도 전에, 제이크 한은 화를 내며 말했다. “그거야 당연히 내가 억울해서 그런 것 아니겠어?! 나는 그 때 내 딸이 임신했다는 걸 막 알게 되었다고! 이제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가족들을 보러 가려던 참이었어! 그런데 그곳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고! 네가 나라면, 억울하지 않겠어?”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당신의 몸이 벌집처럼 총알에 뚫렸지만, 다행히도 머리는 맞지 않았다는 거야. 만약 그때 당신의 정수리에 총알이 한 발이라도 박혀서 뇌가 터졌다면, 당신은 진짜 완전히 사망했을 테니까.”제이크 한은 의아한 얼굴로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시후는 옆에 서 있는 거대한 냉동 캡슐들을 가리키며 평온하게 말했다. “당신 옆에 있는 이 스테인리스 캡슐들 잘 봐. 이건 전부 인체 냉동 보관을 위한 특수 장비들이야. 특히 저기 있는 ‘7번 캡슐’을 잘 보도록 해. 당신이 깨어나기 전까지 당신은 계속 저 탱크의 안에 냉동되어 있었던 거든.”제이크 한은 눈앞에 늘어선 스테인리스 캡슐들에 압도되어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냉동?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야?”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우선 당신은 정말 운이 좋았어. 습격을 당할 때, 그렇게 많은 무장 대원들 중 아무도 당신의 머리를 총으로 겨누지 않았거든. 그래서 당신의 뇌는 살아남았지.” 그는 자기 뒤에 있는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배유현 회장에게 감사해야 할 거야. 그녀가 당신을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로 옮겨 냉동시키지 않았다면, 당신의 시체는 이미 썩어 문드러졌을 거거든.”제이크 한은 그제서야 시후의 뒤에 몇 명의 사람들이 서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중의 한 명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 회장이었다!“허억......” 제이크 한은 갑자기 숨을 들이켰고, 입을 떡 벌린 채 시
“뭐라고?! 네가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그게...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야?!” 시후의 자기소개를 들은 제이크 한은 즉시 극도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얼마 전 나누었던 안충주와의 대화를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당시 Samson 그룹의 회장 안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안충주는 자신의 누이인 안예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생사불명 상태인 그의 외조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는 Samson 그룹 전체가 그 외조카를 찾기 위해 거의 전 세계를 뒤졌다고 했으며 어떤 방법을 써도 그의 행방에 대한 어떤 정보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그가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단지 시신을 못 찾았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Samson 그룹 사람들은 여전히 외조카가 분명히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믿었고, 단지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제이크 한은 자신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만나게 된 인물이,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자처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경찰 출신인 제이크 한은 첫 번째로 이 사실에 대해 의심부터 들었다. 그래서 그는 차분히 진정한 후에 이 일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가 분명히 이미 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당시 엘리베이터 문이 막 열렸고, 한 무리의 검은 옷을 입고 무장한 조직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에게 총을 쐈어... 그 놈들의 화력은 엄청났고, 거의 망설임 없이 나를 향해 총을 쏴댔지. 내가 의식을 잃기 전에, 최소 20~30발 이상은 맞은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난 이미 완전히 죽은 거야... 아무리 대단한 신이라고 해도 날 살릴 순 없을 거야...!” 그래서 제이크 한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이런 젠장, 이거 혹시 사후 세계인 건가?!” 그는 생각하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원래 사람이 죽으면 이런 상태가 되는 거야... 계속 꿈을 꾸고, 온갖 이상한 곳을 떠도는 거지... 그 다음
바로 이렇게 무한히 늘어난 타임라인 때문에, 제이크 한 경감은 지금 이 순간 눈은 떠 있지만, 여전히 끝없는 꿈속에 있는 듯한 혼미한 경지에 다다랐다. 그러던 중, 제이크 한에게 갑자기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이크 한 경감, 지금 나를 볼 수 있겠습니까?”이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제이크 한의 마음속은 요동쳤다. 참으로 이상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오랜 꿈속에 있으면서, 단 한 번도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끔 아내와 딸을 보기도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기도 했지만, 그 장면들은 마치 초창기 무성 영화와 같이 소리 없이 흘러가는 영상 같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처음으로, 실제처럼 생생한 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런데 이 목소리는 제이크 한에게 매우 낯설었다. 더 이상한 것은, 분명히 처음 듣는 목소리인데, 낯섦 속에 묘한 익숙함이 섞여 있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분명히... 어딘가에서... 이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다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지금 당장은 떠오르지 않아...’바로 그때, 그의 시각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제이크 한은 눈앞이 새하얗게 밝지만은 않았다. 이제 그의 시야로 주변에 우뚝 솟아 있는 스테인리스 강철 탱크들이 들어왔다. 이 풍경은 음산하고 기이하게 느껴졌다. 그 후로 시야는 점점 더 선명해졌고, 마치 김이 서린 욕실 유리창에 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이 불어 시야가 맑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문득 자신이 욕조보다 약간 큰 물탱크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리고 물탱크 옆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그 사람을 바라보다가, 너무 두려워 그 자리에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그의 기억은 마치 빛의 속도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가장 먼저 떠오른 기억은 바로 경기장을 나와 아내와 딸을 만나러 가려던 그 순간이었다. 그 때 자신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무장 괴한들에게 공격을 당했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