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의 말에 배유현은 온몸이 떨렸다. 그는 시후의 말이 얼마나 무게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시후가 자신의 할아버지가 10년 더 살도록 보장하겠다고 이야기한 이상, 그는 반드시 그 약속을 지킬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사실상 자신의 할아버지 배원중에게 회춘단 반 개를 선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더 중요한 것은, 시후가 할아버지의 수명을 10년 연장하는 유일한 조건이 돈도, 물질도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할아버지가 자신을 도와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 자리를 확고히 하도록 하는 것이었다!배유현은 속으로 되뇌었다. ‘은 선생님이 이 모든 걸... 다 나를 위해 준비하고 계셨다니...’ 이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시후를 바라보았고 깊은 감사를 담아 말했다. "은 선생님... 저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맹세해요. 앞으로 페이셔스 그룹은 언제나 은 선생님과 함께할 것이며, 은 선생님의 가장 굳건하고 믿음직한 동맹이 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사실 사회에서는, 내 자산이든 페이셔스 그룹의 자산이든 이미 정상급 수준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더 높은 세계로 눈을 돌린다면, 우리의 힘은 이제 겨우 입문 자격을 얻은 정도일 뿐이겠죠.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이 정도에서 만족하고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겠지만, 그렇지 않다가 더 높은 곳을 향해 성급하게 나아간다면 상상할 수 없는 위험에 맞닥뜨릴 수도 있겠죠."배유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은 선생님,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제가 알기로는, 물론 세계 곳곳에 알려지지 않은 은밀한 재벌가들이 많이 존재하지만, 페이셔스 그룹의 능력 정도라면, 세계 5위 안에 들지는 못하더라도 10위 정도에는 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현재 은 선생님의 자산 수준도 결코 페이셔스 그룹보다 낮지 않으니, 우리보다 강력한 존재는 극히 드물 텐데요?"시후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시후가 입을 열었다. "알다시피, 우리가 평소에 접하는 부자들이나 부유한 가문들을 보면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돈이 돈을 낳는 구조를 만드는 겁니다. 예를 들어, 유대인들은 타고난 상인 기질을 지니고 있어서 돈을 벌고 또 그 돈을 이용해 더 많은 돈을 버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그들은 돈을 오직 더 큰 부를 가져다줄 수 있는 곳에만 사용하려고 하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돈이 가장 우선이 되게 되겠죠.”그렇게 말한 시후는 잠시 이야기를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만약, 어떤 가문이 이미 많은 돈이라는 것이 단순한 숫자 놀음일 뿐이라는 본질을 간파하고, 그 돈을 진정한 의미에서 완전히 소모되는 방향에 사용하거나, 구체적인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영역에 쏟아붓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까?"“완전히 소모된다...” 배유현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곤 약간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은 선생님,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요. 조금 더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장 쉬운 예를 들어보죠. 로스차일드 가문이 보유한 10조 달러가 넘는 자산은 모두 가치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산업에 투자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광산이나 포춘 500대 기업의 주식, 혹은 직접 은행을 설립하고 그 은행을 통해 다른 기업들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고액의 이자나 기업의 지분을 받아내는 식이죠. 이렇게 하면, 그들은 돈을 쓰는 것 같아 보여도 결국 자산 전환의 한 형태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1억 달러의 현금을 가지고 있다고 치죠. 그리고 그중 5천만 달러로 뉴욕에 고급 저택을 산다면, 내 자산은 5천만 달러의 현금과 5천만 달러의 부동산으로 바뀌는 것뿐입니다. 만약 내가 그중 2천만 달러를 부동산에, 2천만 달러를 주식에, 2천만 달러를 유전 지분 20%에, 2천만 달러를 유명 화가의 그림에 투자하고, 그 후 남은 2천만 달러를 현금으로 보유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부는 곧 권력의 상징이다. 그러나 시후는 단 한 번도 돈을 중요시한 적이 없었다. 사실은 수많은 경험을 하면서 시후는 돈이란, 특정한 순간에는 전혀 쓸모없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배원중이 비록 거부라 해도, 결국엔 한 알의 회춘단을 얻고자 많은 돈을 들이려 했고, 심지어 자신의 큰 외삼촌 안충주 조차도 2조가 넘는 돈을 내걸고도 단 한 알의 회춘단을 얻으려 했다. 이론적으로 보자면, 이제 시후가 원하기만 하면 회춘단을 이용해 그는 이 세상의 모든 나이 많은 재벌들의 재산을 한곳에 모을 수도 있게 되었다. 그렇게 된다면, 그의 재산 규모는 곧 외가를 초월하게 될 것이며, 사우디 왕실을 넘어서 심지어 로스차일드 가문마저 능가하는 것은 문제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시후는 박상철이 자신에게 100억을 줬을 때, 그는 그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조차 몰랐다. 그러니 설령 로스차일드보다 더 많은 돈을 가지게 된다고 한들, 과연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무분별하게 회춘단을 판매하는 순간, 자신은 반드시 주목을 받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얻는 돈이 많아질수록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질투와 위협에 직면할 뿐이다. 그렇기에 시후는 진정으로 집중해야 할 것은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부 이상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판단했다. 오직 이러한 방법만이 알려지지 않은 강력한 존재들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유일한 방법이었다.이때, 옆에서 배유현도 마침내 시후가 진정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러자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 걱정 마세요. 앞으로 어떤 상대를 마주하게 되더라도, 제가 페이셔스 그룹에 있는 한 페이셔스 그룹은 언제나 선생님과 함께할 것입니다."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함께한다.... 어쩌면 이 일은 고난을 함께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함께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나
어차피 개인 비행기의 항공편 번호는 공항 대형 스크린에 표시되지 않을 것이었다. 풀사이즈 캐딜락 SUV가 시후를 호텔에 데려다 주었을 때는 이미 현지 시간으로 밤 8시가 다 되었다. 운전기사는 먼저 트렁크에서 커다란 캐리어 두 개를 꺼냈다. 이 가방들은 모두 유가휘가 그를 위해 준비한 홍콩 특산품이었다. 그 후, 운전기사는 다시 20인치짜리 작은 캐리어를 꺼냈다. 이 가방은 바로 시후의 개인 소지품이 담긴 가방이었다. 유미경이 선물한 파텍 필립 손목시계 역시도 시후는 이 가방에 슬쩍 넣어 두었다.호텔 벨보이는 시후가 세 개의 큰 캐리어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는 급히 짐수레를 밀고 와서 시후의 캐리어들을 올려놓고 그와 함께 최상층으로 향했다.이때 유나는 막 윤우선과 저녁 식사를 마친 참이었다.윤우선은 미국에 온 지 며칠 만에 이미 프로비던스라는 도시를 완전히 파악했다. 그녀는 이제 혼자서 산책도 하고 쇼핑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지에 거주하는 많은 한국인 여성들과도 친분을 쌓아 그들과 금세 친구가 되었다. 짧은 시간 만에 윤우선은 여러 모임에도 참석하기로 했다. 그녀는 먼저 한 무리의 중년 여성들이 조직한 줌바 댄스 팀에 들어가 매일 저녁 모임 장소에서 그들과 함께 노래에 맞춰 줌바 댄스를 추었다. 또, 한국인 중년 남녀들로 이루어진 운동 모임에도 가입해 매일 같은 운동복을 입고 프로비던스 거리를 걸어 다니는 활동에도 참여했다.윤우선은 직접 시간표까지 만들어 매주 월, 수, 금 저녁에는 줌바 댄스를 추고, 화, 목, 토 저녁에는 운동을 하며, 일요일에는 호텔에서 쉬면서 생활을 즐기기로 했다.오늘은 마침 그녀가 운동 모임에 참석하는 날이었다. 윤우선은 저녁을 먹은 후 입을 닦으며 유나에게 말했다. "유나야, 엄마 옷 갈아입고 운동 모임에 갈 건데, 너도 같이 갈래?""난 안 갈래요..." 유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여기 우리가 묵는 스위트룸에도 헬스장이 있잖아요. 걷거나 뛰고 싶으면 헬스장에서 하면 되는데, 굳이 단체
윤우선은 객실 문을 확 열고 막 소리를 치려다 문 앞에 서 있는 시후를 보고는 순식간에 화난 얼굴이 밝게 변하며 흥분한 듯 말했다. "아이구, 우리 은 서방! 언제 돌아온 거야? 왜 미리 연락도 안 주고?"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하실 것 같아서 미리 연락 드리지 않았습니다."윤우선은 실눈을 뜨고 웃으며 말했다. "내가 다 알지! 분명 유나에게 깜짝 선물 주려고 그런 거지?!"객실 안에 있던 유나는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문 쪽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엄마, 시후 씨가 돌아왔어요?"윤우선은 얼른 고개를 돌려 안쪽으로 외쳤다. "딸, 은 서방이 돌아왔어! 빨리 와!" 그러면서 시후 뒤에 따라오고 있는 호텔 직원과 그가 밀고 있는 수레에 실린 세 개의 큰 캐리어를 보자마자 흥분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은 서방, 떠날 때는 짐이 거의 없었는데, 뭘 이렇게 많이 들고 왔어? 설마 내 선물 사온 거 아니야?"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대부분은 지인들이 준 특산품이에요. 그래도 장모님을 위한 작은 선물도 준비했습니다."윤우선은 선물이 있다는 말에 흥분과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윤우선은 요즘 시후가 풍수를 봐주고 돈을 쉽게 번다는 것을 알기에, 속으로는 ‘은 서방이 선물한다고 하면 최소 1천만 원 정도의 물건은 되겠지?’하고 내심 기대했다.시후는 직원에게 짐을 내려놓도록 하고 100달러를 팁으로 건넸다. 직원은 감사 인사를 하고 떠났다.그때 유나가 다가와 시후를 보며 기쁘게 말했다. "여보, 돌아올 거면 미리 말하지 그랬어요? 공항에 마중 나갔을 텐데!"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미리 말했으면 이착륙 때까지 계속 걱정했을 거잖아요. 그래서 서프라이즈를 하려고 했죠."유나는 시후가 돌아온 것이 너무 기뻤지만,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여보, 난 서프라이보다 공항에 직접 마중 나가는 게 더 좋아요. 다음엔 꼭 미리 말해줘요, 알았죠?"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알겠어요. 다음엔 꼭 말하는 걸로 할게
말을 마친 후, 윤우선은 잊지 않고 웃으며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서방, 자네가 이런 마음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이미 너무나 만족해. 그래도 제발 함부로 막 물건을 사지는 말아!”시후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장모님. 명심하겠습니다.”윤우선은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센스 있게 반클리프 아펠 이야기는 넘기고 재빨리 손에 든 보석함에 집중했다. 그녀는 보석함을 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며칠 전에 불가리에서 에메랄드 목걸이를 샀는데, 은 서방이 이번에 또 불가리 제품을 사주다니... 과연 어떤 제품이려나? 만약 같은 컬렉션의 팔찌라면 내 목걸이와 세트가 될 텐데, 그럼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겠어!’ 이렇게 기대하면서, 환한 표정으로 보석함을 열었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본 순간, 윤우선은 얼어붙고 말았다. “이... 이건......” 윤우선은 보석함 안에 고요히 놓여 있는, 낯익은 목걸이를 보며 당황한 듯 말했다. “이... 이거 에메랄드 펜던트 목걸이잖아?” 이 목걸이를 본 순간, 윤우선은 크게 실망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미 미국에 오기 전 같은 목걸이를 하나 구매했기 때문이다. 물론 윤우선은 허영이 가득한 인물이며, 이 목걸이는 아주 비싸고 우아하지만 똑같은 제품을 두 개 가지고 있어봤자 별로 의미가 없었다. 하나를 오늘 착용하고, 다른 하나를 내일 착용해도 남들이 보기엔 똑같은 목걸이일 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목걸이를 한 번에 여러 개를 착용할 수도 없는 법이기에 윤우선의 입장에서는 시후가 사준 목걸이는 아무것도 아닌 것과 다름없었다. 시후는 윤우선의 눈빛 속에 숨겨진 실망감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러자 그는 일부러 놀란 척하며 물었다. “장모님, 이쪽 방면의 제품들을 어쩜 그렇게 잘 아시는 겁니까? 저는 이 이름을 외우려고 해도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윤우선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이구, 그냥 대충 알아본 것뿐이야!” 그리고는 진지하게 덧붙였다. “아휴, 너희들도 모르겠지만,
“집에 가고 싶으시다고요?!” 유나는 윤우선의 갑작스러운 반응에 당황하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엄마, 아빠는 해외에 계시고, 저랑 시후 씨는 미국에 있는데, 왜 집에 가고 싶다는 거예요?”윤우선은 다소 민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한국이 그리워졌어. 외국에서 생활하는 게 영 적응이 안 되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한국이 최고야... 그러니까 시간 날 때 항공권 좀 알아봐 줄래. 엄마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비행기 표 하나 끊어 줘.”유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어머니를 바라보며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우리가 보고 싶어서 잠도 못 자겠다고 했고, 혼자 그렇게 큰 저택에 있는 게 외롭고 견딜 수 없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미국까지 오신 거 아니에요? 근데 이제 겨우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으신 거예요? 한국에 가면 다시 혼자가 되시는 거잖아요? 다시 혼자 살아야 하시는 건데, 조금 있다가 또 외롭다고 미국에 오실 거예요?”윤우선은 급히 변명하며 말했다. “아이고, 엄마가 너희가 보고 싶어서 잠을 못 잔 건 사실이지. 그래서 이렇게 미국으로 왔잖아. 그래도 너희들 얼굴을 봤으니 이제 마음이 놓여서 자연스레 집으로 돌아가도 괜찮을 것 같아서 그러는 거야.”하지만 윤우선은 절대 자신의 딸에게 말할 수 없었다. 그녀가 미국까지 찾아온 진짜 이유는 외로워서도, 가족이 그리워서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윤우선은 그저 단순히 한국에서 쓸 돈을 다 써버렸기 때문에 미국으로 온 것이었다. 돈이 거의 다 떨어지자, 별장의 대저택에 혼자 있어도 비싸고 좋은 것을 먹는 것조차 힘들었다. 게다가 차고에 있는 롤스로이스 컬리넌이 아무리 멋지고 웅장해도, 기름 넣을 돈조차 없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하지만,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시후가 그녀에게 또다시 똑같은 에메랄드 목걸이를 선물했기 때문이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이제 그녀는 선물 받은 목걸이를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간 뒤, 그 중 하나를 팔아버릴
사실 시후 입장에서는 윤우선이 계속 여기에 머물면서 자신과 아내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처음에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윤우선을 미국으로 불러들인 이유는 바로 시후 자신이 홍콩으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아내를 혼자 두고 떠나는 것이 걱정되었고,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에 윤우선을 속여 불러들인 뒤 자신이 홍콩에 있는 동안 아내와 함께 있도록 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미국으로 돌아왔으니, 윤우선이 여기 머물러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지금 유나는 윤우선의 실제 재정 상황을 모르고 있지만, 시후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윤우선의 주머니는 텅 비어 있을 것이었고 만약 돈이 없다면, 그녀는 절대 미국을 떠나지 않고 유나가 교육 과정을 모두 마칠 때까지 버틸 것이 뻔했다. 그러니 가능한 한 빨리 윤우선을 미국에서 떠나게 하는 것이 지금 시후에게 가장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었다. 바로 이 때문에, 시후는 의도적으로 중고 시장에서 목걸이의 가치를 슬쩍 언급한 것이었다. 결국 시후의 이 말은 윤우선에게 ‘같은 목걸이를 두 개나 가질 필요가 없다’라는 점을 깨닫게 해주었고, 어차피 같은 목걸이는 한 개만 있으면 되니, 남은 하나를 몰래 팔아버려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라는 사실까지 상기시켜 주었다. 어쨌든 윤우선은 한 개의 목걸이를 팔고도 결국 여전히 같은 목걸이를 하나 가지고 있는 셈이 될 테니까 말이다.시후의 말 한마디가 결정적인 힌트가 되었기에, 윤우선은 즉시 귀국하고 싶은 마음이 강렬해졌다. 줌바 댄스도, 운동 모임도, 그런 것들은 모두 안중에도 없었다. 윤우선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당장 집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그런데, 유나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놀란 표정을 짓자, 윤우선은 참지 못하고 다시 말했다. “유나야, 엄마가 조금 전에 한 말은 전부 진심이야. 엄마가 너희들이 보고 싶어서 온 건 맞지만, 이제 두 사람을 다 만나 보았으니 더 이상 그리움이 생기기 않게 됐어.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집이 그리워지기 시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