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위탁 수하물 보안 검사는 기내 반입 수하물 검사 절차와 조금 차이가 있다. 기내 반입 수하물의 경우 승객이 직접 들고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지만, 위탁 수하물은 체크인 및 수하물을 접수 후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별도의 검사 구역으로 이동하여 보안 검사를 받기 때문이다.이 순간, 윤우선은 자신에게 닥칠 일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채, 두 개의 여행용 가방을 위탁 수하물로 맡긴 후 당당히 보안 검색대로 향했다.그녀를 몰래 감시하고 있던 여성은 윤우선이 짐을 맡기는 과정을 직접 확인하고, 수하물이 컨베이어 벨트로 이동하는 것을 본 후 안심한 듯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공항을 떠났다.윤우선은 에르메스 가방을 팔에 걸고 VIP 보안 검색대로 향했다. 윤우선이 퍼스트 클래스 탑승권을 제시하자, 곧바로 직원들의 친절한 응대를 받았다. 일반 승객들은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윤우선은 금방 보안 검색을 마치고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로 이동해 편히 쉬었다.한편, 그녀가 위탁한 두 개의 여행용 가방은 보안 검사 기계를 통과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만약 의심스러운 점이 발견되지 않으면, 수하물은 그대로 항공기에 실린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이 감지되면, 세관 및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이 즉시 수하물을 개봉하여 철저한 검사를 진행한다.일반적으로, 정교하게 숨겨진 밀수품들은 매우 은밀하게 위장되어 있다. 게다가 출국 심사는 입국 심사보다 보안 기준이 상대적으로 느슨하기 때문에, 범죄 조직들의 입장에서는 출국 보안 검색을 통과할 확률이 50% 정도 된다. 그러나, 도착지 공항의 입국 심사가 훨씬 엄격하다. 많은 국가와 지역들이 엄격한 입국 심사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일부 국가는 신선한 과일조차 반입을 금지할 정도로 입국 규제가 강력하다. 예를 들어, 승객이 비행기 안에서 먹으려고 가져간 사과 한 개를 먹지 않고 남겨뒀다가, 입국 심사에서 발견되면 무거운 벌금이 부과될 수도 있는 것이다.즉, 가장 어려운 관문은 입국 심
유나는 한순간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이었다. 가끔 그녀는 자신과 엄마가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다고 느꼈다. 서로 같은 주파수에서 소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엄마가 한 번 마음을 정하면 절대 바꾸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 설득하려 하지 않고, 그저 한 마디만 덧붙였다. "그럼 비행기 타고 이륙하기 전에 꼭 연락 주세요. 그래야 제가 안심할 수 있으니까요."윤우선은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알겠어. 너는 걱정하지 마. 그리고 은 서방한테 운전 조심하라고 전해줘. 그럼 끊을게." 그 말을 끝으로, 윤우선은 바로 영상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를 끊자마자, 그녀는 곧장 방금 올린 SNS 게시물을 확인했다. 그러나 확인한 순간, 그녀는 또 한 번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지난 번 개인 전용기를 탔을 때 올린 SNS 게시물처럼, 이번에도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윤우선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이 인간들, 남이 잘 되는 걸 절대 못 본다니까! 완전 재미없어! 진짜 너무한다니까?!" 그렇게 혼잣말을 하던 중, 갑자기 누군가 그녀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 윤우선은 얼른 확인했지만, 그 순간 더 큰 분노가 치밀었다. 왜냐하면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또 홍라연이었기 때문이었다.수많은 친구들 중에서, 홍라연의 ‘좋아요’는 윤우선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이었다.짜증이 폭발할 찰나, 홍라연이 갑자기 영상 통화를 걸어왔다.윤우선은 순간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릴까 망설였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어차피 오늘은 한껏 잘난 척을 해야 직성이 풀릴 텐데, 누구한테 하든 마찬가지지!' 그렇게 결심한 윤우선은 영상 통화를 받았다. 그리고 화면 속의 홍라연을 보며 가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머~ 형님, 무슨 일이죠?"홍라연은 서둘러 말했다. "동서, 나는 이제 막 일어났어. 조금 전에 SNS를 보니까 귀국한다고 하셔서 인사하려고 영
"렉서스 LM?" 홍라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대체 무슨 차야?"윤우선은 바로 답했다. "렉서스에서 나온 고급 승합차 중에서 가장 비싼 거라고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거! 한국에서도 최소 2억 이상은 줘야 할 걸요?!"홍라연은 깜짝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승합차를 하나 사는 데 2억이나 든다고?! 그 돈이면 일반 승용차를 몇 대나 살 수 있겠네! 그걸 줄줄이 세우면 얼마나 길겠어?! 그런데 이렇게 돈을 낭비하는 건 도대체 무슨 심보일까?!""형님은 아무것도 몰라요!" 윤우선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이게 바로 전형적인 가난한 사람의 사고방식이라는 거지 뭐. 부자들이 왜 수억 달러를 들여 개인 전용기를 사는지 이해 못 하겠죠? 그럼 당연히 몇 억짜리 고급 승합차를 사는 것도 이해 못 할 거라고요. 부자들의 세상은 딱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어요. 최고는 아니어도, 가장 비싼 것을 고르는 거죠!"윤우선은 잠시 뜸을 들인 후, 다시 거만한 어조로 말했다. "게다가, 몇 억짜리 차가 그 사람한테 뭐 대수겠어요? 은행에 예치된 수십억 달러의 재산만 해도, 하루 이자로 그 돈보다 더 벌 텐데!""정말 대단하네..." 홍라연은 감탄하며 물었다. "동서, 어떻게 그렇게 돈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었던 거야? 수십억 달러면 1조가 넘는 거잖아?!"윤우선은 흐뭇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미국에서 사귄 친구인데, 미국에는 한국인들도 많고, 이래저래 친해진 사람들도 많았죠 뭐."홍라연은 부러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와, 역시 외국에 나가야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나 봐! 동서, 미국 한 번 다녀온 것만으로 이렇게 대단한 인맥을 쌓다니! 상류층 세계의 안목과 인맥이 한순간에 확장된 거네?!""당연하죠!" 윤우선은 더욱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 "그래서 사람이 더 높은 곳을 향해 가야 하는 거라고요. 물이 아래로 흐르듯, 사람도 점점 더 발전해야지!"홍라연은 연신 맞장구를 쳐댔다. "맞아, 동서! 나랑 자네의 차이가
그녀는 눈앞의 여경을 당황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네, 맞는데요? 무슨 일이죠?"여경은 계속해서 확인했다. "당신은 한국에서 온 윤우선이고, 이번에 캐세이퍼시픽 CX845편을 타고 뉴욕에서 홍콩으로 가려고 하는 게 맞습니까?""네 맞아요..." 윤우선은 더욱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제 비행기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요?"여경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항공편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수하물에 문제가 있습니다! 수사를 위해 저희와 함께 가주시죠."윤우선은 황급히 말했다. "제 짐이 뭐가 문제라는 거죠? 거기에는 제 개인 옷들과 뉴욕에서 받은 식재료뿐이에요. 리튬 배터리 같은 위험한 물건은 절대 넣지 않았다고요..."그러자 여경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쓸데없는 변명은 그만하세요. 이곳에는 다른 승객들도 있습니다. 그들의 비행 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조용히 따라오시죠." 그러면서 허리춤에서 수갑을 꺼내며 경고했다. "잘 들으세요.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은 법정에서 당신에게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으며, 재판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면 국선 변호사가 배정될 것입니다. 이 권리를 이해했습니까?"윤우선은 즉시 패닉에 빠졌고 당황한 나머지 소리를 질렀다. "이게 무슨 짓이야?! 나는 퍼스트 클래스 승객이라고! 대체 누가 감히 나를 체포하는 거야?! 그리고 무슨 죄를 지었다는 건데?!"여경은 냉정하게 말했다. "윤우선 씨, 같은 한국인으로서 충고하는데, 여긴 미국입니다! 여기서 함부로 저항을 시도하지 마세요. 손해 보는 건 당신뿐입니다!"윤우선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욕설을 퍼부었다. "그 따위로 나에게 이야기하지 마! 헛소리는 집어치우라고! 내가 얼마나 정직하게 살아왔는데, 니들이 감히 날 체포해? 어디를 가도 난 경찰들 별로 안 무서워! 미국이면 뭐? UN 경찰이면 어쩔 건데?! 내가 눈 하나 깜짝할 것 같아?!"여경은
그 백인 경찰은 한국어를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윤우선이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한 말의 일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윤우선이 I'm your mother라고 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 열이 확 오른 그는 일부러 무릎에 더 힘을 주어 윤우선의 등을 더욱 강하게 짓눌렀다.윤우선은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통을 느꼈다. 이로 인해 그녀는 숨을 제대로 쉴 수도 없을 정도로 답답한 압박감이 몰려왔다. 그 순간 윤우선은 '뚜둑'하는 소리를 들었고, 더욱 강렬한 통증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녀의 갈비뼈 중 하나가 부러진 것이었다! 윤우선은 식은땀을 비 오듯 쏟으며, 울부짖었다. "내 갈비뼈! 갈비뼈가 부러졌어!! 제발 도와줘요!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아요...!!" 그녀는 절망에 빠진 채, 필사적으로 여경을 향해 애원했다. "제발...! 멈추라고 하세요! 안 그러면 정말로 저 죽어요...! 이게 미국에서 퍼스트 클래스 승객을 대하는 방식인가요?!"하지만 여경은 냉정했다. 그녀는 비웃으며 말했다. "너 같은 마약 밀매범은 처음 봐. 퍼스트 클래스 티켓 한 장 샀다고 사법 면책권이라도 생긴 줄 알아?!"윤우선은 순간 얼어붙었다. 놀란 눈으로 여경을 바라보며, 더듬거리며 물었다. "뭐... 뭐라고요? 마약 밀매범...?"여경은 비웃으며 대답했다. "시치미 떼긴. 우리 세관 요원이 네가 부친 수하물 중 하나에서, 180온스가 넘는 신종 합성 마약을 발견했다. 알고는 있나? 그 정도 양이면 넌 미국 감옥에서 평생 못 나오는 양이다.""뭐...?!!!" 윤우선은 순간 머리가 새하얘졌고 온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럴 리가 없어...!! 나는 법을 잘 지키는 시민이라고요! 내 가방에 그런 게 있을 리 없어요! 난 그런 물건 본 적도 없고, 생김새도 몰라요!"이렇게 말한 뒤 순간적으로 떠오른 이름이 있었다. 그건 바로 구지화였다. 그 때 윤우선의 머릿속이 쾅 하고 터지는 듯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얼마나 거대한 함정에 빠졌는지. 그녀는 완전히 무너져 내
윤우선은 급히 말했다. "저는 한 푼도 받지 않았어요! 저는 그냥 친구로서 도와준 것뿐이에요..." 이 말을 하면서도 윤우선은 사실 죄책감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이 구지화의 짐을 맡은 이유가 그 여자가 약속한 렉서스 LM300과 함께 홍콩에서 며칠 즐겁게 놀자고 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우선은 구지화가 아무리 그런 말을 했다고 해도, 실제로 돈을 받은 적은 없으니 경찰이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여경은 조금은 동정 어린 시선으로 윤우선을 바라보며, 곧 동료들과 함께 윤우선을 공항 옆 경찰서로 데려갔다.윤우선은 갈비뼈가 부러져서 아픈 탓에, 내내 울며 치료를 받으려고 했지만 여경은 "갈비뼈 하나가 부러진 것뿐이니 병원에 갈 필요 없습니다. 우리 측에 의사가 곧 와서 간단하게 고정하고 경구 항염제를 처방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윤우선은 울부짖으며 말했다. "너무 비인도적이지 않아요?! 난 당신들을 모두 고소할 거예요! 아니, 반드시 소송을 걸 거라고! 내가 보상을 받아야 이 일은 끝날 거야!" 그러다 윤우선은 뭔가 떠오른 듯 소리쳤다. "몇 년 전, 한 베트남계 미국인이 비행기에서 강제로 퇴출 당한 사건 알죠? 인터넷에 따르면 그 사람은 결국 1억 4천만 달러를 보상받았다고요!"여경은 차분하게 말했다. "우선, 그 사건은 항공사와 승객 간의 분쟁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것은 미국 경찰이 마약 밀매범을 체포하는 형사 사건이에요. 당신이 체포될 당시 반항했기 때문에, 경찰은 강제력을 사용할 권리가 있었어요. 게다가 우리 모든 체포 과정은 촬영된 영상이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우리의 집행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면, 변호사에게 얘기해보세요. 그 변호사가 당신을 도와줄 겁니다."윤우선은 자신의 갈비뼈가 부러졌는데도 여경이 전혀 흔들리지 않자, 이 일이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깨닫고, 급히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경찰관님... 저 정말 억울해요... 저를 어떻게 하면 무죄를 증명할 수 있죠?"여경
윤우선이 가족에게 연락하려 하자, 여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습니다. 당신은 가족에게 연락할 권리가 있고, 가족들이 당신을 위해 형사 사건 전문 변호사를 구해줄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 뒤 여경은 윤우선의 핸드폰을 꺼내어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 "기억하세요, 당신은 오직 가족이나 변호사에게만 전화할 수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공범에게 연락해서 정보를 주면, 죄가 가중될 뿐이에요!"윤우선은 울며 말했다. "당신은 사람이 말을 못 알아들어요?! 제가 이미 말했잖아요, 저는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누가 저를 속였어요! 무슨 공범이 있단 말이에요?!"여경은 차분하게 말했다. "당신이 억울하다고 해서,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당신이 말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닙니다. 법정에서 판사가 판단할 일이죠."윤우선은 화가 나서 여경을 쳐다본 후, 바로 핸드폰을 들고 유나에게 전화를 걸었다.유나는 전화를 받자, 첫 마디로 윤우선에게 물었다. "엄마, 비행기 탑승했어요?"윤우선은 딸의 목소리를 듣자, 마음속의 억울함과 두려움이 폭발하며 울면서 말했다. "유나야... 내 좋은 딸... 제발 엄마 좀 구해줘... 엄마 이대로 미국에서 죽을지도 몰라..."유나는 급히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 무슨 일이에요?"그러자 윤우선은 울면서 말했다. "내가 만난 그 친구, 지영 언니가 소개한 사람인데... 그 사람이 내게 짐 하나를 홍콩으로 가져가 달라고 부탁했거든. 그런데 비행기도 타기 전에 경찰이 날 체포했어. 내 짐에서 많은 마약이 발견됐다고 하고, 무려 5천 그램 넘게 들었다고 하는 거야... 지금 날 체포하다가 갈비뼈 하나도 부러뜨렸어... 지금은 변호사에게 연락하라고만 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윤우선은 자신의 무력함에 절망하며 울었다. "유나야, 제발 은 서방에게 얘기해서 빨리 좋은 변호사 좀 찾아줘... 제발! 이 엄마가 미국에서 감옥에 갇히면 안 되잖아!""뭐라고요?!" 유나는 혼란스러워하며 정신을 못 차
시후가 입을 열어 말했다. "장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무서워할 필요도 없어요. 이 일은 반드시 원만하게 해결될 겁니다. 다만, 조금 번거로울 수도 있어서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은 조금 참으셔야 해요."윤우선이 울면서 물었다. "살려줘, 은 서방! 나 너무 무서워... 이 일이 잘못되면, 나는 종신형을 받을 수도 있대... 예전에 구치소에 갔던 적이 있어서 거기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자네는 모를 거야..."시후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모님, 걱정 마세요. 제가 보장합니다. 종신형을 받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그리고 이 문제는 유나 씨가 졸업하기 전에 반드시 해결될 겁니다. 그때가 되면 장모님께서도 저희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윤우선은 급하게 물었다. "진짜야, 은 서방이야? 지금 유나가 졸업하고 귀국할 때까지 고작 한 달 반 정도밖에 안 남았어..."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저는 한 말은 반드시 지킵니다!"시후의 단호한 어조를 들은 윤우선은 공포로 인해 극도로 긴장됐던 신경이 그제야 조금 풀렸다. 그녀는 울면서 말했다. "은 서방, 내 남은 인생은 다 자네에게 달려 있어... 제발, 제발 절대 약속 어기면 안 돼..."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장모님, 이번 일을 겪고 나면, 꼭 깊이 반성하세요. 절대절대 남을 쉽게 믿지 말고, 작은 이익을 탐하려고만 하지 마시라고요. 그렇지 않으면 큰 화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윤우선은 전화기 너머에서 마치 병아리처럼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흐느껴 말했다. "알았어... 이번에 자유를 되찾을 수 있다면, 앞으로는 금덩이와 은덩이를 눈앞에 쌓아 놓더라도 탐을 내지 않을 거야..." 이 말을 하면서 윤우선은 문득 예전에 자신이 시후의 카드를 훔치려고 하다가 경찰에 잡혔던 일을 떠올렸다. 그녀는 스스로를 두들겨 패고 싶을 만큼 후회하며 속으로 욕했다. '이 윤우선, 윤우선아! 이 멍청아! 전에도 그렇게 큰 교훈을 얻었으면서, 이번에도 또 이런 바보 같은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