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분 후.곽명원은 급해서 물었다.“찬물에 한참 담갔는데 왜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 거지. 네가 찾은 사람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어?”“오는 중인데 길이 막힌대. 냉장고에 얼음을 다 꺼내서 물에 넣어.”“가뜩이나 위가 안 좋은데 얼음까지 넣으면 춥겠어.”“어쩔 수 없지, 먼저 급한 것부터 치료해야지.”몇 사람이 허둥대는 사이에 방문이 열렸다.안혜원이 송미진을 데리고 들어왔다.얼음물에 누워있는 육문주를 본 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희들 얘를 죽이려고 그러냐. 이 약에 중독되면 누구도 피할 수 없으니 이런 어리석
허연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지난번에 한 사람을 구하셨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왜 안 되죠?”“지난번에 그 여자애는 약을 먹고 나서 혼자 버텼어요. 피를 많이 흘린 후에야 나한테 보내졌는데 그때에는 약효가 많이 약해졌어요. 그 사람은 연후씨도 알 거예요. 그때 연후씨가 나한테 판막 수술을 부탁했어요.”허연후는 놀라며 물었다.“조수아?”“맞아요, 바로 그 여자예요. 연성빈쪽에서 그녀를 데리고 왔어요. 상황이 아주 심각하고 피도 많이 흘렸어요. 저는 그 약을 먹고 혼자 버티는 사람을 처음 봤어요.”이 말을 들은 모든 사람은
전화벨 소리가 한참 울리고 나서야 그쪽에서 전화를 받았다.조수아의 차가운 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려왔다.“문주 씨, 무슨 일이야?”육문주는 겨우 정신을 다잡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저 네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조수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문주 씨, 재밌어? 지겹다고 한 게 누군데 이제 와서 매달려? 도대체 뭐가 더 남은 거야? 날 괴롭히지 않으면 안 돼?”그녀의 말투는 쌀쌀하면서도 약간의 짜증이 섞여 있었다.육문주는 고통스럽게 눈을 감고 한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조 비서,
조수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할머니, 죄송해요. 저는 못 도와줄 것 같아요. 그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저 말고도 많으니까 제가 하기 싫은 일을 강요하지 마세요.”조수아가 이렇게 말하자 허수경은 화를 발끈 냈다.“예전에 문주가 너한테 그렇게 잘해줬는데 양심을 어디가 버린 거니? 어머니, 우리 그냥 미진이한테 부탁해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요.”허수경의 한마디는 조수아를 배은망덕하고 사람이 죽어도 구하지 않으려는 사람으로 만들었다.연성빈은 조수아를 한 손에 잡아당기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한마디를 내뱉기는 건 육문주에게 너무나도 어려웠다.그는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사과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그는 조수아를 품에 꼭 안고 이 몇 글자를 계속 중얼거리고 있다.몇 번을 더 말하면 조수아가 꼭 용서할 것 같았다.조수아은 그를 보면서 가슴이 너무 아파졌다.그러나 그녀가 받은 상처의 골은 너무 깊어서 몇 마디 미안하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만약 육문주가 조수아에게 믿음이 있었다면, 마음을 더 줬다면 이 정도까지 사이가 틀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조수아는 영원히 자기에 피바다가 되어 누워있을 때 육문주가 그
그러고는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이렇게 말하곤 했다.“왜 인제야 왔어, 배고파 죽겠어.”이런 조수아를 두고 육문주는 달아올라 어쩔 줄 몰라 했다.종종 밥을 먹기도 전에 육문주는 조수아를 덮치곤 했다.육문주는 이제야 이런 게 행복이었구나, 자신이 원래 이런 행복을 가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육문주는 자기의 행복을 스스로 망쳤다.이런 옛일들을 떠올릴 때마다 그의 가슴은 아파졌다.그는 허리를 구부리고 얼굴이 창백하여 백시율을 쳐다보았다.“형, 왜 아직 안 죽었어?”백시율은 동생다운 모습은 커녕 건방지게 비웃었다.
진영택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아니고 진료소에 대표님을 놓고 갔어요.”육문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진료소에 돌팔이 의사한테 맡겼다고?그는 조수아 그가 이렇게 매몰차게 그를 멀리할지 몰랐다.진영택은 대표님이 화가 나서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것을 보고 마음이 아프기는커녕 속으로 고소해했다.그가 육문주를 여러 번 일깨워 주었지만 늘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조수아가 육문주를 멀리하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진영택은 육문주가 애타게 조수아한테 쫓아다니는 모습을 즐기고 있었다.진영택은 위로하는 척 말했다.“대표님, 조비
조수아는 한때 나를 그렇게 사랑했는데 왜 이렇게 변한 거야?’바로 이때 조병윤은 접시를 들고 주방에서 나왔다.조병윤은 거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수아는 안 돌아왔나요? 금방 목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육문주는 서성거리다가 조병윤의 손에서 물건을 건네받은 뒤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올라가서 옷을 갈아입는다고 했어요. 제가 좀 있다가 부르러 갈게요.”조병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아니에요, 둘이 헤어졌으니 직접 수아 방에 가는 건 불편할 거에요.”조병윤은 육문주를 매우 좋아하고 조수아도 육문주에게 깊은 애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