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강서이는 민도하의 청혼을 7년 동안 기다렸다. 그러나 돌아온 건 침묵뿐이었다. 결국 강서이는 결심했다. 이번엔 내가 먼저 민도하에게 고백하고, 청혼하겠다고. 하지만 그날, 우연히 듣게 된다. 민도하의 마음속에는 오랫동안 잊지 못한 첫사랑이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첫사랑을 위해서라면 자존심 따위 기꺼이 버리고, ‘내연남’이 될 각오까지 되어 있다는 걸. 이 세상은 거대한 첫사랑의 무대였다. 강서이는 민도하의 사랑을 조용히 인정하고 내려왔다.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자기 마음에 갇힌 ‘자기 자신’이라는 걸 깨달으면서. 모두가 말한다. “강서이, 또 삐졌네.” “조금 있으면 돌아오겠지.” “...” 민도하 역시 그렇게 믿었다. 7년 동안 길들인 ‘강아지’는 도망가지 않는 법이니까. 하지만 나중에야 깨닫게 된다. 도망칠 수 없는 쪽은 강서이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음을. 세상은 강서이를 두고 비웃는다. “7년 동안 공짜로 이용만 당했네.” “...” 하지만 민도하만 알았다. 정작 공짜로 이용당한 쪽이 자기라는 사실을.
Voir plus강서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하지만 급한 용건이라도 있는지 남유환이 다시 전화를 걸었다.이번에는 통화 버튼을 누르고 무슨 일인지 물었다.남유환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 불꽃놀이... 도하가 아리 기분 풀어주려고 준비한 거래요.]강서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정말 재수 없네.’강서이는 건성으로 고맙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SNS 게시물을 지우려고 앱을 열자, 누군가 이미 ‘좋아요’를 누른 것이 보였다.계정 이름은 ‘꽃샘추위’였다.민도하 쪽 사람만 아니면 상관이 없었다. 강서이는 그대로 게시물을 삭제했다.남유환은 다시 메시지를 보내 내일 몇 시에 B시로 돌아오는지 물었다.강서이는 업무상 급한 일이 있는 줄 알고 항공편 시간을 알려 주었다.그런데 다음 날 남유환은 정말 공항까지 마중을 나와 있었다.강서이가 물었다. “많이 급한 일이라도 있으세요?”“아니요.”남유환도 그럴듯한 핑계를 생각해 내지 못했다.결국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냥 마중 나오고 싶어서 왔습니다.”강서이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래도 남유환이 호의로 나온 만큼 매몰차게 거절하기는 어려웠다.두 회사가 함께 사업을 진행하는 사이이기도 했다.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했기에 강서이는 자연스럽게 남유환의 차에 올랐다.남유환의 차가 공항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노아리가 발견했다.차에 타려던 노아리의 움직임이 잠시 멈추더니 눈빛도 차갑게 식었다.민도하가 물었다. “왜 그래?”“아무것도 아니야.” 노아리는 곧바로 시선을 거두고 태연한 척 차에 탔다.민도하가 운전하는 동안에는 이예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남유환의 어머니 변수린 여사를 만났는지, 강서이에 관한 이야기도 전했는지 물었다.이예수가 답했다. [변 여사가 한동안 해외로 여행을 갔다가 어제 돌아왔어. 오늘 오후에 차 마시기로 했으니까 그때 얘기할게.]노아리는 재촉했다. [그럼 되도록 빨리 말씀해 주세요.]일이 늦어질수록 변수가 생길까 불안했다. 남유환이 강서이의 수
당시 강서이가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전아름은 남유환의 무릎에 앉아서 목을 감싼 채 진하게 입을 맞추고 있었다.남유환이 만났던 수많은 여자친구 중 하나였을 것이다.어떤 경위로 이 연회에 참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초대받은 것을 보면 평범한 신분은 아닌 듯했다.노아리도 그 점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민도하의 팔을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 “됐어, 도하야. 나 좀 피곤해. 우리 그만 가자.”상황을 크게 만들지 않으려는 점잖고 너그러운 태도였다.민도하는 날 선 기세를 빠르게 거두고 노아리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그제야 강서이는 구기민에게 인사하러 걸음을 옮겼다. 전아름 곁을 지나면서 무심코 한 번 더 바라보았다.전아름은 강서이를 향해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했다.강서이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쉰 살이 넘어 보이는 건장하고 배가 나온 남자가 다가왔다.곧바로 남자에게 달라붙은 전아름은 애교 섞인 목소리를 냈다.“자기야, 왜 이제 와? 여기 얼마나 재미없는지 알아? 우리 그만 가자. 너무 피곤해.”남자는 싱글벙글 웃으며 전아름을 달랬다. “그래, 그래. 우리 아름이 하고 싶은 대로 하자.”강서이는 구기민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구기민은 강서이를 붙잡고 잠시 얘기를 더 나눴다. 윤성미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알고 있는 듯, 강서이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강서이는 최선을 다해서 두 사람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고 답했다.인사를 마치고 떠나려는데 누군가 강서이를 불러 세웠다.뒤를 돌아보니 성이남이었다. 강서이의 눈에 의문의 기색이 스쳤다.성이남은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목소리가 크지는 않았지만 주변에 들리지 않을 정도도 아니었다.근처에 있던 여러 사람이 그 사과를 들었다.정작 강서이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성이남이 자신에게 사과한 것이 맞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도 미간만 찌푸릴 뿐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이 사람, 약을 잘못 먹었나? 아니면 다중인격인 건가?’‘왜 내 주변에는 이렇게 종잡을 수
영상이 공개되기 전까지도 성이남은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굳게 믿었다.‘윤 여사가 강서이를 저렇게까지 믿는 이유가 뭘까?’‘아마 강서이의 말에 넘어간 것이리라...’‘강서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속이 시커먼 사람이었어.’하지만 영상으로 진실이 드러나자 성이남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CCTV에는 강서이가 카펫에 발이 걸린 데다가, 하이힐까지 신고 있어서 중심을 잃고 앞으로 넘어지는 모습이 또렷이 찍혀 있었다.구기민은 예의와 반사적인 구조 본능으로 강서이를 붙잡았을 뿐이었다.강서이가 자세를 바로잡자 두 사람은 곧바로 떨어졌다.처음부터 끝까지 선을 넘는 행동은 전혀 없었다.성이남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으면서 굳게 다문 입술에는 힘이 들어갔다.윤성미만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했다.진실을 확인한 이상 더는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었다. 윤성미는 곧장 축객의 뜻을 밝혔다. “성 대표님, 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더 모시기 어렵겠네요. 이만 돌아가 주세요. 약속하신 대로 강 대표한테 직접 사과하시길 바랍니다.”성이남의 표정은 아주 좋지 않았다. 그래도 약속한 이상 아무리 내키지 않아도 지켜야 했다....리셉션이 끝나 갈 무렵, 강서이도 구기민에게 인사를 건넨 뒤 돌아갈 생각이었다.하지만 먼저 다가선 사람들이 있었다.민도하와 노아리였다.노아리는 저녁 내내 기다린 끝에 겨우 구기민과 이야기할 기회를 잡았다.작별 인사를 하러 온 자리였지만 일부러 대화를 조금 더 이어 갔다.구기민의 태도는 여전히 무심하지도 다정하지도 않은 정도였다.노아리는 힘이 빠졌다. 아무리 애를 써도 뜻대로 되지 않는 듯한 답답함이 밀려왔다.민두해를 대할 때도 비슷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었다.민도하는 노아리를 달래려는 듯 눈길을 건넸다.구기민에게 작별 인사를 할 기회를 보던 강서이는 자연스럽게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서로만 보인다는 듯 눈빛을 주고받는 모습도 고스란히 들어왔다.그 와중에 노아리는 도발하듯 강서이를 흘겨보았다.강서이도 사양하지 않
“두 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강서이가 건넨 약속이었다.두 사람은 한동안 더 이야기를 나눴다.윤성미가 몹시 지쳐 보이자, 강서이는 먼저 대화를 마무리하고 얼른 쉬라고 권했다.방을 나온 강서이는 밖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던 성이남과 마주쳤다.두 사람 모두 표정이 좋지 않았고, 상대를 한 번 더 바라보는 것조차 싫어했다.서로를 업신여기고 못마땅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다만 자리를 떠나는 강서이의 발걸음은 눈에 띄게 가벼웠다.비서는 윤성미의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 가능하면 다른 날 다시 방문해 달라고 성이남에게 설명했다.그럼에도 성이남은 윤성미를 꼭 만나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난처해진 비서는 안으로 들어가 윤성미에게 상황을 전할 수밖에 없었다.2분 뒤, 성이남은 마침내 윤성미를 만났다.“성 대표님, 먼저 사과할게요. SH테크 인수 합병을 맡기고 싶은 분을 이미 정했어요. 괜히 성 대표님 시간을 빼앗고 싶지는 않네요.”성이남은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조금 전 강서이가 가벼운 걸음으로 나가던 모습을 떠올리자 곧 사정을 짐작했다.눈빛을 가라앉힌 성이남은 그래도 윤성미에게 경고해야겠다고 판단했다. “혹시 마음에 두신 분이 강서이 대표입니까?”윤성미는 부인하지 않았다.성이남은 경멸 어린 웃음을 흘렸다.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강 대표는 능력이 검증된 사람도 아니고 학력도 내세울 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정말 그런 사람에게 SH테크를 맡기실 생각이십니까?”편견과 공격성이 고스란히 묻어난 말에 윤성미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성 대표님은 강 대표에 대한 편견을 갖고 계신 것 같네요. 두 분 사이에 무슨 오해라도 있나요?”성이남의 표정에는 드러나는 경멸 대신 차가운 비웃음이 짙어졌다. “오해는 없습니다. 저도 강 대표님과 친하지는 않습니다만, 몇 가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람 됨됨이가 바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윤성미는 허리에 쿠션을 받치고 뒤로 기대 앉았다. 성이남을 바라보는 눈길이 한층 싸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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