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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네, 네. 잘 기억해 두겠습니다.”

임운기는 매니저를 보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내 친구를 때린 것을 너희 사장에게 알려줄 거야. 그가 너를 어떻게 처리할 지는 알아서 하겠지.”

말을 끝낸 후, 임운기는 뚱보와 함께 호텔로 돌아갔다.

‘……사장님께 알린다고?’

매니저는 임운기의 말을 듣고, 놀라서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만약 호텔 사장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는 반드시 해고당할 것이다.

……

호텔에 들어온 후.

“유 사장님, 이 일을 청운 호텔의 사장에게 보고하세요.”

임운기가 유보성에게 말했다.

“예, 지사장님.”

유보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임운기는 뚱보를 바라보았다.

“뚱보야, 방금 화 다 풀었지?”

“물론이지. 다 너 덕분이야. 너가 없었다면 난 절대 복수를 하지 못했을 거야. 나한테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니 속이 후련하네.”

뚱보는 한껏 흥분한 표정이었다.

뚱보는 예전에는 억울해도 참아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임운기가 있으니까 그는 더 이상 참지 않아도 된다.

……

임운기가 귀빈 휴게실로 돌아온 지 얼마되지 않아 호텔의 사장이 달려와 임운기와 뚱보에게 사과하고 매니저를 이미 해고했다고 보고했다.

……

연회장 안.

연회가 시작되기까지 약 20분이 남았다.

연회장에는 이미 4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고, 초대받은 귀빈들도 기본적으로 이미 다 도착했다. 연회의 규모는 원래 크지 않았다. 연회에 초대받은 자는 대부분 화정그룹과 협력 관계가 있는 회사들뿐이었다.

연회가 아직 정식으로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사장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잡담을 하고 있었다.

한 테이블.

어떤 중년 남자가 짙은 화장을 한 젊은 여자와 함께 앉아 있었다.

만약 임운기가 여기에 있다면, 그는 한눈에 이 짙은 화장을 한 여자를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바로 전날 뚱보가 술집에서 임운기에게 소개시켜 준 곽효영이기 때문이다.

당시 곽효영은 임운기에게 화정그룹 연회의 초청을 받았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곽효영의 곁에 있는 중년 남자는 바로 그녀의 아버지였다.

“효영아, 이번 새로 부임한 지사장이 매우 젊다고 들었는데, 조금 있다가 연회가 끝난 뒤에 기회를 찾아 그와 한 번 만나 봐야겠어. 너도 열심히 노력해봐. 만약 그 지사장과 친해진다면 우리 집안은 앞으로 탄탄대로를 걸을 거야.”

곽효영의 아버지가 말했다.

곽효영 아버지의 뜻은 매우 확고했다. 그녀더러 새 지사장을 꼬시라는 소리였다.

“아빠, 걱정하지 마요. 전 최선을 다할 거예요.”

곽효영도 매우 기대하고 있다.

곽효영 가문의 회사는 아주 평범한 작은 회사로서 규모가 장호기의 회사보다 더 작았다. 그녀도 당연히 미래 화정그룹 창양지사의 회장을 꼬시면 인생이 탄탄대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그 새로 부임한 지사장이 임운기인 것은 아직 모르고 있다.

……

귀빈 휴게실.

“회장님, 천성건재회사 사장이 뵙고 싶어합니다.”

유보성이 말했다.

“무슨 일이죠?”

임운기가 물었다.

“아마 저희 회사와 협력에 대해 상담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저희도 마침 건재 협력사 자리가 하나 비어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 회사는 규모도 작아서 가격 면에서 아무런 이점이 없습니다.”

유보성이 말했다.

“그러면 유사장님께서 가서 상담하세요. 저는 가지 않겠어요.”

임운기가 손을 흔들었다.

“네.”

유보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갔다.

유보성이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뚱보는 숨을 헐떡이며 귀빈 휴게실로 뛰어들었다.

“운…… 운기야, 내가…… 내가 연회에서 누구를 보았는지 맞혀봐.”

뚱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아주 흥분한 상태로 말했다.

“누구를 만났는데?”

임운기가 웃으며 물었다.

“어젯밤 레스토랑에서 대신 결제해준 그 여자를 기억해?”

뚱보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뭐? 설마 진짜 여기에 있어? 진짜야?”

임운기가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맞아. 바로 연회장에서 말이야. 내가 직접 봤어.”

뚱보는 웃으며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인연이 있구나.”

임운기는 웃음을 지었다. 그는 어젯밤 그 여자를 다시 만나 그녀에게 빚진 돈을 돌려줄 수 있는 기회가 있길 바랐다. 이름도 연락처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녀를 다시 만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 당장 그녀를 만날 수 있다니…….

“가보자. 그녀를 만나러 가자. 어제 그 밥값을 돌려줘야지.”

임운기는 말을 마치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

……

연회 홀 안의 한 구석.

흰 자켓에 청바지를 입고 청순미가 흘러 넘치는 한 미인이 여기에 서 있다. 그녀가 바로 어젯밤 성연 레스토랑에서 임운기를 대신해 돈을 계산한 여자, 황예나이다.

황예나는 아버지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

“아빠, 어떻게 됐어요? 화정 새 지사장님을 만났어요? 우리와 협력하기로 했어요?”

중년 남자는 암담한 눈빛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만나지 못 했어. 유보성 사장님이랑 이야기했어. 내가 최선을 다했지만 유 사장은 거절하고 말았지.”

그의 말에 황예나의 예쁜 얼굴에 실망과 슬픔이 가득했다.

“아빠, 슬퍼하지 마세요. 사업이란 원래 이런 거죠. 화정그룹도 당연히 이윤을 내기 위해서 더 좋은 재료 공급업체를 선정하려고 할 거예요. 다만 우리가 너무 규모가 작고 경쟁력이 없어서…….”

황예나는 아버지를 위로했다.

“알아.”

중년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비록 말하지 않았지만, 황예나는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잠시 후 연회가 끝난 후에, 화정의 새 지사장을 붙잡고 다시 열심히 설득해야 겠다고.

왜냐하면 이번이 그녀 집안 회사의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이다. 성공하지 못하면 회사가 파산되고 말 것이다.

“안녕하세요, 또 만났네요.”

바로 이때, 황예나의 뒤에서 다소 익숙한 목소리가 울렸다.

황예나가 고개를 돌려 보니 바로 임운기와 뚱보가 서 있었다.

연회에 있는 사장들은 임운기를 거의 보지 못했기에 그들은 임운기가 바로 화정의 새 지사장이라는 것을 몰랐다.

“또 만났군요.”

황예나는 임운기와 뚱보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다만 그녀는 조금 경악했다.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다시 만난 줄이야. 이번에 꼭 돈을 갚을 게요.”

임운기가 웃으며 말했다.

“저도 다시 만난 줄을 몰랐어요.”

황예나는 빙그레 웃었다.

그녀의 웃음은 심장이 녹아버릴 정도로 매우 아름다웠다.

“다시 만났다는 건, 우리가 인연이 있나 봐요.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는 저에게 이름을 알려줄 수 있을까요?”

임운기도 미소를 지었다.

“음…… 네. 그러죠. 황예나라고 합니다.”

황예나는 잠시 생각한 후에 그녀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황예나, 예쁜 이름이네요.”

임운기가 중얼거렸다.

“참, 황예나 씨, 계좌번호 좀 주세요. 돈을 이체해 드릴 게요. 현금이 많이 없어서…… 사기꾼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죠. 어제는 정말 지갑을 도둑맞았어요.”

임운기가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당신이 사기꾼이 아니라는 것을 믿어요. 어제 저녁은 제가 사는 걸로 하죠.”

황예나가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그 돈을 돌려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예나야, 누구야?”

옆에 서 있던 황예나의 아버지가 물었다.

“아빠, 어제 식당에 봤던 사람이에요. 어제 식당에서 문제가 생겨서 도와줬어요.”

황예나가 말했다.

“예나야, 쓸데없는 일에 관심 꺼. 넌 여자애인데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해?”

황예나의 아버지는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네.”

황예나는 고개를 숙이고 아버지의 가르침을 순순히 따랐다. 그녀 집안의 가정교육이 엄격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버님 안녕하세요, 저는 임운기라고 합니다.”

임운기는 황예나의 아버지에게 손을 내밀었다. 황예나의 아버지도 거절하지 않고 임운기와 악수를 했지만 그의 태도는 뜨뜻미지근했다.

임운기는 다시 황예나를 바라보았다.

“참. 예나 씨는 여기에 어떻게 오셨죠?”

“당연히 연회에 참가하러 왔죠.”

황예나가 말했다.

“어? 그렇다면 화정그룹과 업무상 거래가 있으세요? 혹시 어느 쪽과 거래하고 있는지 알려줄 수 있나요?”

임운기가 궁금해했다.

“저희도 화정그룹과 거래하고 싶지만…… 저희 회사는 규모가 너무 작아서 화정그룹과 거래를 못 하고 있어요.”

황예나는 표정이 굳어졌다. 옆에 있는 뚱보는 입을 막고 몰래 웃었다. 만약 황예나가 화정의 새 지사장이 임운기라는 것을 알면 어떤 반응을 할지 참 궁금했다.

임운기가 계속 물었다.

“예나 씨네 회사 이름을 알려줄 수 있나요?”

“천성건재입니다.”

황예나가 말했다.

“천성건재?”

임운기는 깜짝 놀랐다. 그는 이 이름을 들은 후 순식간에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났다. 조금 전 방금 유보성이 자신에게 천성건재유한회사의 사장이 자신을 만나러 오고 싶다고 보고했었다.

황예나는 호기심에 임운기에게 물었다.

“참, 그런데 왜 여기에 계세요? 혹시 화정그룹의 거래사에서 근무하시나요?”

임운기가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빚 갚으라고 하느님이 저를 여기로 보냈나 봐요.”

그는 일단 자신의 신분을 그녀에게 알려주지 않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황예나는 임운기의 말을 듣고 입을 가리고 몰래 웃었다. 그런 그녀의 아버지의 표정은 어두워 보였다.

“이봐요. 지금 제 앞에서 제 딸을 꼬시는 겁니까?”

황예나의 아버지는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게…….”

임운기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황예나도 얼굴이 빨개졌다.

“아버지, 그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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