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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이 두 병은 각각 신생과 시원 웨이브가 제공한 샘플입니다. 노 대표님께서 차이가 있는지 없는지 한 번 판단해 보시죠.”

그녀는 두 손을 높이 들었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그녀의 손에 있는 병을 볼 수 있었다.

“차이가 있으면 어떻고, 차이가 없으면 또 어떻습니까?”

노형원은 눈을 가늘게 뜨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심사위원들조차 성분과 향이 비슷하다고 하는데 이게 뭘 증명할 수 있지?"

“왜 이긴 쪽이 신생인지 증명해 줍니다. “

한소은은 이어서 말했다.

"노 대표님은 내가 시원 웨이브의 작품을 훔쳤다고 단언하지 않았나요? 도둑질이고 차이점이 있다면 당연히 원본의 품질이 더 좋겠죠. 당신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이상 지금이 동료와 언론 앞에서 증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지 않을까요."

그녀는 줄곧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고, 말소리도 부드럽고, 지난날의 우스갯소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한소은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의 웃음 앞에서 너무 가혹한 말을 할 수 없었다.

노형원은 눈살을 찌푸리고 그녀를 보고 있는데,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건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오늘 한소은은 도대체 무슨 약을 잘못 먹었는지, 여기서 이렇게 소란을 피우며 그의 말을 듣지도 않았다.

"아, 노 대표님은 전문 조향사가 아니니 확신이 없는 것도 당연하겠네요. 하지만 강시유 씨가 '첫사랑'을 직접 제조했다고 하니 모를 리 없겠죠?”

노형원의 뒤에 있던 강시유를 곁눈질하며 한소은이 말했다.

손에 든 술잔을 움켜쥐고 있던 강시유는 마음속의 당황스러움을 억눌렀다.

'첫사랑'이 어디서 왔는지 그녀는 잘 알고 있다.

한소은이 갑자기 이곳에 와서, 또 이름을 불러 그녀에게 분별하라고 시키니, 그녀의 속셈을 정말 알 수가 없었다.

강시유는 입술을 오므린 채 말했다.

"오늘 콘테스트가 이렇게 된 것은 신생도, 시원 웨이브도, 체면치레도 아니에요. ‘첫사랑’의 레시피가 유출됐는데 진짜와 가짜를 가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한소은, 어쨌든 우린 친구고 같이 일하니까 ‘첫사랑’은 이제 따지지 않을게."

말을 마치자 그녀는 멋있게 몸을 돌려 치맛자락을 들고 내려가려 했다.

"그런데 따지고 싶은데 어떡하지?"

청아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는 그녀에게 퇴보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강시유는 걸음을 멈추고 갑자기 몸을 돌려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소은, 적당히 해!”

그러자 노형원은 목소리를 낮춘 뒤 고개를 돌려 아래 카메라를 피하며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호통을 쳤다.

"이건 너무하지 않아?"

그러자 한소은은 차갑게 웃으며 그 두 병을 탁자 위에 놓고 마개를 뽑은 뒤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여러분, '첫사랑'의 구상은 남녀 간의 미묘한 감정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영감의 원천이며 동시에 이 향기로 사람들의 그리움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싶었습니다.”

"달콤한 향에 살짝 떫은 느낌이 나겠지만, 마지막엔 또다시 달콤한 향이 납니다. 이 두 향수의 차이는……베이스 노트에 있어요.”

이미 궁금한 사람은 앞으로 가서 냄새를 맡았고, 시향지를 맡아 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향이 비슷해서 똑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베이스 노트가 뭐가 다르다는 거죠?”

향수는 휘발 시간이 있고, 베이스 노트를 기다리는 것도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지금 다들 호기심이 생겨나는데, 그걸 기다릴 인내심이 어디 있겠는가.

한소은은 웃으며 대답했다.

"베이스 노트 구별은 사실 다들 해보셨어요.”

"언제 했다는……”

"방금 전 몸! 아까 그 냄새 말이죠!”

어떤 사람이 먼저 반응을 보였다.

한쪽에 있던 강시유의 얼굴에 당황이 스쳐 지나가자, 그녀도 반응했다.

그 이상한 냄새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짜증이 난 채로 한소은을 보았고, 설마 그녀가 첫사랑 샘플에 손장난을 친 건가?

한소은은 빙그레 웃으며 그녀를 돌아보았지만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맞았다, 그녀가 이연을 시켜 샘플에 재료를 넣으라고 했는데, 그 기능은 베이스 노트 때 생선 같은 비린내가 난다는 것이다.

강시유는 출세하기 위해 첫사랑 샘플을 자신에게 뿌릴 것이고, 시간을 따져보면 베이스 노트의 휘발이 딱 들어맞았다.

“어쩐지 비린내가 나는 것 같더라니.”

"탑노트가 이렇게 비슷하고 베이스 노트가 이렇게 차이가 날 줄 전혀 몰랐어요.”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어떤 사람이 의문점을 제시했다.

“하지만 표절이든 도둑질이든 똑같으면 안 되는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거지?”

"누군가가 음해하려는 게 명백해."

노형원은 고개를 돌려 한소은을 한 번 쳐다본 후 강시유의 곁에 가서 말했다.

"조향에 실수를 해도 이렇게 큰 병폐는 없을 건데 말이죠. 더구나 강시유 씨는 이 작품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고 시행착오를 거듭했어요.”

"만약 진짜 표절이고 도둑질이라도, 어떤 사람이 할 짓이 없어서 작품의 레시피를 바꾸고 작품에 흠집을 내겠습니까? 그래니 답은 분명합니다, 누군가가 첫사랑의 레시피를 훔쳤고, 우리 샘플에 손찌검을 해서 일부러 음해한 게 분명해요.”

여기까지 말하고 난 노형원의 눈빛은 유난히 날카로웠고, 눈빛은 날카롭게 한소은을 향해 있었다.

"한소은 씨, 요 몇 년 동안 회사에 공로가 없고 고생이 많았던 점을 생각해서 깊이 따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적반하장으로 사람을 몰아붙인다면, 내가 법을 이용해 나와 강시유 씨의 명예를 지킨다고 탓하지 마세요."

"오늘 일은 여기까지 합시다. 나중에 고소를 진행할 텐데 신생 쪽에서 이런 도둑을 감싸면 신생까지 고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당당하게 서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모두가 시원 웨이브가 진짜 피해자라고 믿게 만들었다.

“파렴치한 같으니라고!”

"대회를 확실하게 준비해야지, 심사위원을 어떻게 뽑은 거야?!”

"이런 사람은 여기 서 있을 자격도 없으니 빨리 꺼져버려!”

대중의 감정이 격분하고, 설령 신생의 뒤에 환아가 있다고 해도, 사람들이 불러일으키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

이미 기자들은 원고를 기다릴 수 없어 직접 생방송을 시작했고, 이 큰 폭로를 플랫폼에 올리려고 한다.

귀빈실에 있던 김서진은 눈을 가리고, 몸에서는 노여움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그는 상업계에서 여러 해 동안 지내면서 사람을 수도 없이 보았고 천한 사람도 많이 보았는데, 이렇게 파렴치한 천한은 정말 보기 드물었다.

그의 새 아내가 무대 위에 서 있는 것을 보았고, 그녀의 얇은 옆모습은 너무나 고립되어 있어서, 그는 소매의 단추를 잠그고, 손을 뻗어 방문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손가락이 문에 닿자마자 낭랑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맞아, 레시피는 내가 바꿨고 샘플 또한 내가 바꿨어."

김서진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대형 스크린에는 한소은의 살짝 치켜든 얼굴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조금도 당황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고, 온몸에 침착함이 묻어났으며, 그녀의 자신감 있는 눈빛을 보고 김서진은 손을 거둬들였고, 아마도 그는 그녀를 좀 더 믿어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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