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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그녀가 스스로 인정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고, 노형원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어리둥절했다.

“노 대표님이 '첫사랑'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시유 씨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것이라고 단언하셨으니, 당신이 그렇게 잘 아시는 이상 강시유 씨가 제가 레시피에서 무슨 수를 썼는지, 어떤 것을 바꿨는지 구별해 보는 게 어때요?"

"저……”

그러자 강시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지난 2년 동안 거의 실험실에 들어간 적이 없고, 이전에 배웠던 지식을 모두 잊어버리지 않았다고 해도, 각각의 향수와 사용하는 레시피, 원료, 심지어 분량 등에도 차이가 있었다.

이 향수가 개발되었을 때, 그녀는 매일 노형원과 함께 지냈다.

그를 사로잡기만 하면 어떤 명예도, 어떤 트로피도 손에 넣을 수 있지 않은가? 이런 실험 때문에 매일 골머리를 앓을 필요도 없고 말이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노형원의 옷자락을 움켜쥐고 입을 오므렸다.

노형원은 그녀가 긴장했다는 걸 감지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강시유를 자연스럽게 뒤에서 보호했다.

“네가 바꾼 레시피를 시유가 어떻게 알 수 있겠어. 네가 이미 바꿨다고 인정했으니 이 일은 더 이상 쟁의할 게 없어 보이는데, 그만……”

"레시피를 바꿨다는 것만 인정했을 뿐 훔쳤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레시피는 내 거예요, 저는 자연스럽게 바꾸고 싶은 대로 고칠 수 있어요. 강시유는 '첫사랑'에 그렇게 익숙하고 자신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왜요, 자신이 제조한 향수에 익숙하지 않은 건가요?”

“아니면, 도둑이 제 발을 저리는 건가? 역시 원래부터 적반하장이었던 거죠? 강시유야말로 남의 레시피와 성과를 훔치는 사람이 아닙니까?”

한소은은 조금도 거리낌 없이 그녀를 폭로했고, 아무것도 숨김없이 모두 다 말하며 그녀와의 정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런 자리에서 비난이 쏟아지자 그녀는 반박할 힘이 없었고, 더더욱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강시유는 화가 나서 손가락을 들어 한소은을 향해 말했다.

"잔인 한 년! 너……”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뒤로 넘어졌다.

"아......”

“시유야!”

가장 가까이에 있던 노형원은 비명을 지르며 쓰려지려는 그녀의 몸을 부축했다.

"죄송합니다만, 강시유 씨의 몸 상태 때문에 저희 시원 웨이브는 먼저 자리를 뜨겠습니다."

노형원은 고개를 돌려 사회자에게 정중하지만 딱딱하게 말했다.

이어 그는 한소은을 돌아보며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일을 이렇게 모욕을 당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한소은은 눈썹을 치켜세웠고, 노형원은 강시유를 번쩍 들어 안고는 빠르게 대회장을 나갔다.

쯧쯧, 역시 강시유, 연기를 너무 잘한다니까.

변명도 못하고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니 기절하는 수법으로 피해 가다니.

비록 너무 뻔한 수법이었지만, 그래도 효과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적어도 지금 이 난국은 일단 피한 것이기 때문이다.

시원 웨이브의 이탈로 해프닝이 일단락된 셈이니 상을 줘야 했고, '첫사랑'에게 주는 상은 논란이 있어 일단 제쳐둔 것이다.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었지만 대회장을 나설 때 역시나 한소은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한소은 씨, 오늘 일은 당신이 일부러 계획한 것입니까?"

"2년 동안 조향사 업계에서 모습을 감추신 건 2년 전 그 대회 때문인가요?"

"한소은 씨는 어떻게 신생과 계약하게 됐나요? 방금 전 노 대표님이 당신은 시원 웨이브의 직원이라고 하셨는데, 그럼 이직하신 건가요, 아니면 계약 위반인 건가요?”

" 한소은 씨, 시원 웨이브의 노 대표님과 연인 관계라는 소문이 있는데, 이번엔 보복인가요?"

그들의 질문은 하나 둘 날카로워졌고, 한소은은 옅은 미소를 머금으며 달려드는 악의를 털끝만큼도 피하지 않았다.

"시간이 원하는 답을 줄 겁니다.”

그녀는 이 말을 담담하게 내던지고 신생 사람의 호위를 받으며 차에 올랐다.

문이 닫히고 바깥의 빛과 소음이 삽시간에 차 밖에 갇혔다.

차 안의 냉기는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오싹할 정도로 차가웠고, 몇 초 뒤 체온을 머금은 외투가 이미 그녀의 어깨 위에 걸쳐져 있었다.

"아직 안 갔어요?"

한소은은 화들짝 놀랐다, 그녀는 이미 그가 벌써 떠난 줄 알고 있었다.

"이렇게 멋지게 나왔는데 어떻게 다 안 볼 수가 있겠습니까."

손을 떼자 김서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안타깝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네요.”

그러자 한소은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직 결과가 안 나왔는데요, 이제 시작이죠.”

"네?"

"원래 내 것이었던 건 더 이상 양보하지 않을 거예요.”

예전의 그녀는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던 바보였다.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받기는커녕 바보 취급만 받았다.

만약 오늘까지 그녀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방금 대회장에서 노형원이 보여준 행동은 이미 그녀의 마음속에 있던 약간의 미련까지 모두 없애주는 것이었다.

노형원은 '첫사랑'이 그녀의 심혈이라는 것을 알았고, 오랫동안 그녀가 얼마나 많은 상과 영예를 포기했는지 알면서도 그는 '도둑'으로 그녀를 몰았다.

강시유를 위해서 그는 정말 해냈다!

휴대폰이 주머니에서 울렸고, 이연인 것을 보자 바로 전화를 받았다.

“이연아.”

겨우 이름을 불렀는데, 전화기 너머에서 기뻐 날뛰는 큰 웃음소리가 났다.

“아주 통쾌해! 하하하, 소은, 어떻게 그렇게 멋있게 할 수 있어! 오늘 밤 정말 너무 잘했어, 하하!"

전화 너머의 오이연의 웃음소리에 휴대전화가 떨렸다.

한소은은 잠시 거리를 두고 김서진을 바라보다가 어색한 듯 가볍게 기침을 했다.

"흠, 이연아, 이렇게까지 웃을 필요는 없지 않아?"

"당연히 필요하지!"

이연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노형원에게 평생 먹혀 죽을 줄 알았는데 재료를 넣으라는 게 이런 역할인 줄 몰랐어. 강시유가 나한테서 샘플을 받아 갔을 때 얼마나 얄미웠는지 모르는데, 생방송에서 한 방 먹는 모습을 보는데 어찌나 통쾌하던지!”

이연은은 흥에 겨워 속사포 같은 말을 내뱉어 끼어들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한소은, 네가 이렇게 그들과 사이가 틀어진다면, 더 이상 이 회사에 있을 생각이 없지 않아? 보니까 신생으로 직정을 옮겼던데? 언제 들어간 거야, 믿을 만한 거니? 조건은 다 맞췄고?

한소은의 볼이 뜨거워졌다.

그녀가 전화를 걸었을 때, 비록 김서진은 그녀를 보지 않고 시선은 차창 밖으로 떨어졌지만, 그는 모든 대화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기연이기도 해."

그녀가 김서진과의 첫 만남을 기억했을 때, 그가 그녀를 돕고 싶다고 했을 때, 그리고……그 둘이 부부가 된 것 모두 기연이었다.

"이연아, 그건 둘째치고 오늘 일로 노형원이 분명 너를 귀찮게 할 거야. 그러니까 물어보면 모른다고 하고 다 내 핑계를 대, 알았지?”

"걱정 마, 난 그 사람 안 무서워.”

오이연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그녀는 노형원이 항상 당연하다는 듯 대하는 태도를 진작부터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한소은 본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잠자코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넌 어떻게 해? 사이가 틀어졌으니 분명 널 귀찮게 할 건데, 아니면 오늘 밤 돌아가지 말고 내가 있는 곳에서 지내도 좋아.”

한소은이 막 입을 열려고 하자, 김서진의 얼굴이 갑자기 돌아서는 것을 보았고 그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아니, 괜찮아. 난 다른 일이 있어서 일단 이렇게 하고 내일 다시 연락할게.”

그녀는 말을 마친 뒤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만약 오이연이 언급을 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오늘 밤이 그들의 결혼식 첫날밤이라는 걸 잊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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