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버스 타고 다니지, 맞지? 건우 씨는 월급이 400만 원이고 아빠가 회사 임원이셔. 그러는 넌? 낮에는 출근하고 점심에는 택배 배달해서 매일 땀 냄새를 가득 풍기며 돌아오는데 한 달에 고작 몇십만 원밖에 못 벌잖아. 너희 부모님은 뭐 하는 분들이야? 아마 촌구석에서 지내고 있겠지. 우리가 결혼한 반년 동안 넌 감히 부모님 얼굴도 보여주지 않았어. 서울에 오면 길을 잃을까 봐? 아니면 내가 그분들을 얕잡아볼까 봐 두려웠던 거야? 어디다 대고 내 남친을 폐인이라고 욕해? 거울 좀 봐, 이 쓰레기 같은 놈아! 너 같은 건 이번 생에 BMW가 아니라 그냥 차 자체를 못 사. 임서우 넌 그냥 거지 운명을 타고났어, 인정해.”허민서는 임서우에게 갖은 욕설을 퍼부은 후 박건우의 팔짱을 끼고 일부러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여보, 가요 우리.”박건우도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민서야, 아무리 그래도 거지 운명이 뭐야? 물론 네 말도 틀린 것 없지만 앞으로 이런 거지새끼를 마주치면 그냥 피해서 가.”비겁하고 치졸한 두 남녀가 임서우 앞에서 꼴값을 떨었다.두 남녀가 빨간색 BMW z4쪽으로 걸어갈 때 멀리서 우렁찬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곧이어 대형 SUV 벤츠 지바겐이 쌩하고 날라오더니 브레이크도 밟지 않은 채 허민서가 자랑스러워하던 BMW 스포츠카를 가뿐히 짓밟아버렸다.빨간색 BMW 스포츠카는 그 자리에서 고철로 깔렸다.한껏 멋스럽던 스포츠카가 어느덧 김빠진 공이 돼버렸다.옆에 서 있던 박건우와 허민서는 어안이 벙벙했다.대량 개조한 대형 SUV 벤츠 지바겐 G63은 길이 6미터, 중량 3톤에 6.2리터의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을 지니고 있다. 판매가가 무려 12억에 달하는 이 녀석은 강철같이 탄탄한 맹수와 다름없다.벤츠 지바겐은 빨간색 BMW 스포츠카가 납작해질 때까지 여러 번 깔아뭉갠 후에야 공격을 멈췄다.차 시동이 꺼지고 문이 열리자 살색 스타킹을 신은 늘씬한 다리의 여인이 밖으로 나왔다.그녀는 군복 원피스를 입고 차에서 내려왔는데 환상적
좀 전까지 김서윤의 눈부신 외모와 화끈한 몸매에 푹 빠져있던 박건우는 그녀의 맹비난에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애지중지 아끼던 BMW가 납작하게 깔린 걸 다시 보자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이제 막 화내려 할 때 김서윤이 하얗고 늘씬한 다리를 내뻗으며 그에게 걸어왔다.박건우는 과언이 아니라 지금까지 이런 미인을 본 적이 없다.그는 김서윤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김서윤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고 박건우는 입을 쩍 벌린 채 침까지 흘러나올 것 같았다.김서윤은 그의 앞에 다가가 가볍게 웃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붙였다.“계속 그렇게 쳐다보면 눈알을 뽑아서 개나 줘버리는 수가 있어!”비록 웃으며 한 말이지만 박건우는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났다.그녀의 말은 신성불가침의 위엄을 지닌 것 같았다.박건우는 결국 눈길을 피했다.김서윤은 더는 그를 거들떠보지 않고 이번엔 허민서 앞으로 다가갔다.그녀는 가늘고 긴 손가락을 내밀어 허민서의 턱을 살짝 치키며 농락하듯이 한참 훑어보다가 쓴웃음을 짓고는 비난과 야유 조로 쏘아붙였다.“오빠가 애초에 나한테 그러더라고. 당신은 심성이 착하고 얼굴도 예뻐서 이렇게 좋은 여자가 극히 드물다며 알고 지낸 지 반년 만에 혼인 신고했대. 오빠가 당신 때문에 얼마나 많은 중요한 일들을 지체했는지 알아? 결혼한 지 반년밖에 안 됐는데 왜 이렇게 이혼하지 못해 안달이야? 당신 참 못됐어!”허민서는 김서윤이 뭐라 말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녀가 이렇게 자신의 턱을 들고 있는 것이 너무 싫었다.허민서는 본능적으로 뒤로 몇 걸음 물러나려 했다.하지만 이제 막 걸음을 내디디려 할 때 김서윤이 가차 없이 그녀에게 싸대기를 날렸다.“빌어먹을 년!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우리 오빠한테 시집오고 싶어서 밀고 난리인지 알아? 오빠가 너랑 결혼해준 걸 조상에 감사해도 모자랄 판에 이 결혼을 소중히 다루지도 못할뿐더러 감히 오빠가 가난하다고 싫증 내? 우리 오빠랑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몰래 딴 남자들이랑 집적거리고 있었어? 이거 완전히
말을 마친 김서윤은 대량 개조한 벤츠 G63쪽으로 걸어갔다.그녀는 차 트렁크에서 정교한 포장 박스를 꺼내 허민서 앞에 내던졌다.박스 안에는 에르메스, 루이뷔통, 구찌, 샤넬 로고가 박힌 20여 개의 한정판 명품 백이 가득 들어있었다.평소 명품 매장에 자주 들러 가방을 구경하는 허민서에게 이것들의 진위를 구별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오늘 새벽까지 내가 직접 너 주려고 이 가방들을 준비했어.이건 전부 VVIP 고객들을 위해 만든 한정판이라 전 세계에 하나뿐이야. 둘도 없는 리얼 한정판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너에게 묻고 싶네. 허민서, 네가 이걸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김서윤은 또다시 트렁크에 가서 고급 향수를 한 박스 꺼냈다.이 향수들은 포장이나 디자인으로 볼 때 전부 개인 맞춤 제작형 최고급 프리미엄 향수였다.김서윤이 대충 몇 병 꺼내도 박건우의 BMW와 맞바꿀 수 있는 정도였다. 그녀는 가차 없이 향수 포장을 뜯고 뚜껑을 열어서 두 박스에 모조리 쏟아부었다.이어서 옷에서 지포 라이터를 꺼내더니 불을 붙이고 박스에 휙 내던졌다.향수에 불길이 닿자 순간 몇 마리 용이 하늘을 치솟는 것처럼 활활 타올랐고 식겁한 허민서와 박건우는 연신 뒷걸음질 쳤다.김서윤은 그런 허민서를 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그래도 제 주제는 아네. 너도 네가 이렇게 귀한 물건들과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봐.”김서윤은 또다시 그녀가 타고 온 초대형 벤츠 SUV 앞에 서서 범퍼를 두드리며 허민서에게 말했다.“이건 최신형 벤츠 G63이야. 가격은 10억대이고 벤츠 오리지널 개인 맞춤형 개조 키트까지 더하면 최소 20억 원 이상이야. 게다가 이건 돈 있다고 아무나 살 수 있는 게 아니야. 벤츠 오리지널 개인 맞춤 제작은 전 세계에 구매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마 열 명도 안 될걸.”김서윤은 벤츠를 지나 또다시 허민서에게 다가가며 야유 조로 말했다.“후회해? 듣자 하니 너 어젯밤에 우리 오빠가 준 선물을 그냥 버렸다던데 그 상자 안에 뭐 들어있는지 알아? 바로
김서윤은 허민서를 한바탕 비웃은 후 다시 임서우 곁으로 돌아갔다.그녀는 손 내밀어 임서우의 팔짱을 끼면서 나지막이 물었다.“더 킹, 나 표현 괜찮죠?”임서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와 함께 벤츠 G63쪽으로 걸어갔다.허민서는 줄곧 임서우가 운전할 줄 모른다고 여겼는데 이제야 깨달았다. 그는 운전할 줄 알뿐만 아니라 운전실력이 아주 뛰어났다.그녀는 임서우가 초호화 벤츠 SUV를 몰고 멀어져가는 엔진 소리를 들으며 제자리에 서서 한참 동안 멍하니 넋 놓고 있었다.이때 불쑥 그녀는 옆에서 똑같이 넋 놓고 있는 박건우에게 물었다.“건우 씨, 서우 쟤 지금 연기하는 거 맞죠? 분명 전 재산을 날리고 미녀 단역배우를 찾아서 차까지 빌리며 내 앞에서 연기한 걸 거예요. 이렇게 해서라도 내 마음을 되돌리고 다시 제 옆으로 돌아가게 하고 싶었나 보죠. 안 그래요?”박건우도 임서우의 한바탕 쇼에 어안이 벙벙해졌다.허민서의 분석을 들은 그는 순식간이 머리가 맑아졌다.“그래, 민서야, 바로 그거야. 내 기억에 어느 한 국산 차 브랜드에서 만든 SUV가 벤츠 지바겐이랑 너무 비슷해서 로고만 바꾸면 아예 구분을 못 한다고 했어. 그리고 방금 그 명품 백이라고 하는 것들도 우리가 단지 포장만 봤을 뿐인데 그 여자가 바로 불태워버렸어. 어쩌면 안에 고철이나 쓰레기가 담겨있을지도 몰라!”허민서와 박건우는 서로 맞장구를 쳤고 그녀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건우 씨 말이 맞아요. 그 가방들 전부 가짜일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왜 그렇게 빨리 태웠겠어요. 내가 명품 매장을 자주 다녀서 그 가방들이 정품인지 짝퉁인지 바로 보아낼 수 있어요. 그 여자는 내가 이 가방들이 가짜인 걸 알아챌까 봐 내 앞에서 일부러 불태운 거예요.”두 사람은 좀 전에 김서윤의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주눅 들었는데 지금은 정작 그녀가 임서우의 초대를 받고 온 단역배우라고 여겼다.허민서는 임서우의 작은 꼼수를 바로 알아채고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까 임서우와 재결합하려던 걸
김도현이 살짝 뜸 들이다가 일부러 큰소리로 외쳤다.“설마 점심밥 먹을 돈을 아끼려고 일부러 회사 나와서 점심을 해결하려는 건 아니죠? 대단하네요. 매일 그렇게 바삐 돌아치고 배달일까지 병행하는데 점심 먹을 돈이 없다고요?”김도현의 말에 주위 동료들이 배를 끌어안고 폭소를 터트렸다.이 회사에서 임서우를 깔보지 않는 사람이 얼마 없다. 왜냐하면 다들 배달원과 같은 라인인 것을 수치스러워하니까.이 건물의 다른 회사 직원들도 휴식 타임에 자주 모여 하는 말이 귀사가 택배회사냐고, 왜 배달원까지 모집하냐고 묻는 말뿐이다.하여 다들 임서우와 같은 회사라는 게 너무 창피했다.그들은 고고한 사무직 직원이라 임서우와 같은 가난뱅이와 함께 있는 걸 꺼렸다.뭇사람들은 임서우가 배달을 하는 것이 회사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다들 회사에서 임서우를 볼 때마다 일부러 그에게 맹비난을 해대는데 목적은 바로 그를 회사에서 내쫓기 위함이다.오늘 이 동료들은 드디어 꿈을 이루었다.임서우가 자신의 책상 위의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으니까.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도현은 계속 그를 난처하게 굴었다.“서우 씨, 회사 관두는 거예요? 설마 택배 배달로 부자 되셨나요?”김도현은 옆에 있던 동료들에게도 말했다.“다들 여기 좀 보세요. 내가 말했잖아요, 배달 일이 아무리 힘들고 종일 땀 냄새가 진동해도 이거 분명 돈 버는 일이라니까요! 서우 씨가 전형적인 예잖아요! 택배 배달로 돈 벌어서 이제 곧 회사를 관두고 우리 드래곤 네이션의 부자 차트에 진격하나 봐요!”뭇사람들은 김도현의 야유에 배를 끌어안고 웃어댔다.일개 배달원이 드래곤 네이션 부자 차트에 진격하다니, 이는 올해 사무실에서 가장 웃긴 에피소드로 남을 것이다.이때 남 비웃는 게 취미인 한 동료가 한술 더 뜨면서 임서우 앞으로 다가와 심심한 경례를 올리며 키득거렸다.“임 대표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나중에 성공하시거든 저희 이 옛 동료들을 잊지 말아 주세요. 여유 되시면 저에게 새 자전거를 선물해주시죠. 제
##제5화 여대표의 격려##오피스 구역에 서서 뭇사람들을 질책하는 이 여인은 바로 신수아이고 올해 고작 25살이다.그녀는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아주 섹시하다.지금 심플한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하고 있지만 프로모델다운 분위기를 한껏 내뿜었다.회사의 적잖은 남자들이 사석에서 모두 그녀를 의논하곤 한다.다들 그녀 같은 완벽한 몸매의 여자친구를 바라고 있다.다만 이 남자들도 그저 사석에서만 의논할 뿐이다.왜냐하면 신수아는 예쁜 얼굴에 섹시한 몸매를 지닌 동시에 이 회사의 여대표이니까.그녀의 호통에 오피스 구역의 모든 직원이 잇따라 고개를 푹 숙이고 속으로 임서우를 욕했다.임서우가 하필 이때 회사에 돌아와서 그들의 오전 급여를 깎아버렸으니까.신수아는 사무실을 쭉 둘러보다가 결국 여전히 짐 정리 중인 임서우에게 시선을 멈췄다.“임서우 씨, 사무실 따라와.”신수아가 진지한 얼굴로 임서우에게 말했다.마침 임서우도 그녀에게 사직서를 내려던 참이었다.그는 수중의 일을 내려놓고 신수아를 따라 대표 사무실에 들어갔다.임서우는 은은한 장미 향으로 가득 찬 대표 사무실에 들어왔다.신수아는 그를 자리에 앉힌 후 서류장에 가서 서류를 뒤졌다.그녀는 서류장 밑의 서랍을 열었는데 서랍 위치가 조금 낮아 어쩔 수 없이 허리를 숙이고 뒤졌다.허리를 숙인 탓에 그녀의 치맛자락이 타이트하게 달라붙었지만 신수아는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임서우는 무심코 둘러보다가 타이트해진 그녀의 치마를 발견했다.더 아래로 내려다보니 스타킹에 감싼 그녀의 늘씬한 다리가 훤히 드러났다.임서우는 순간 목이 살짝 타들어 갔다.바로 이때 신수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주 자연스럽게 그에게 물병을 건넸다.“사직하려고?”신수아가 물었다.임서우는 물 한 모금 마시고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신수아는 방금 들어올 때 임서우가 개인 물건을 정리하는 걸 보면서 그가 곧 떠날 거라고 추측했다.임서우는 신수아도 그의 사직 이유를 그동안 회사 동료들의 끊임없는 비난과 야유 때문이라고 생각할 줄
하지만 임서우의 짤막한 한마디에 그녀의 자신감이 와르르 무너졌다.“대표님이 좋게 봐주는 건 감사하지만 난 이미 회사를 관두기로 했어.”신수아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임서우가 그녀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을 텐데.다만 임서우는 그녀를 단호하게 거절했다.막 이유를 물으려 할 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신수아는 휴대폰을 들고 문밖에 가서 전화를 받았다.임서우는 전화기 너머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신수아의 목소리는 너무 잘 들렸다.“장 사장님,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전에 제가 몇 번이나 확인했잖아요. 분명 이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해서 저도 모든 자금을 투입시킨 건데 프로젝트가 절반 진행된 상황에서 투자를 멈추겠다니요? 이런 장난이 어디 있어요?”“나도 알아요. 이 프로젝트는 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았죠. 하지만 그건 사장님을 믿기 때문이잖아요! 우리 쪽에 자금이 곧 끊길 텐데 인제 와서 투자를 안 하겠다면 나더러 어떡하라는 거예요?”“장 사장님, 한번... 여보세요? 장 사장님? 여보세요? 개자식이!!!”신수아는 눈앞이 캄캄해 두어 걸음 휘청거리다가 콰당하고 휴대폰을 떨어트렸다.그녀는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고 휴대폰을 주웠다.“다행히 보호막만 깨졌어...”그녀는 휴대폰 액정을 살펴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휴대폰을 아껴서 그런다기보다 일단 고장 나면 장 사장과 연락이 안 닿으니까.신수아는 긴 한숨을 내쉬며 다시 사무실 문을 열고 임서우에게 말했다.“어디 가지 말고 나 올 때까지 기다려.”임서우는 성급히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그는 어제 사무실에서 동료들의 수다를 엿들었는데 회사에서 전에 맡은 프로젝트가 자금 운용이 원활하지 않아 신수아가 장 사장에게 투자를 부탁했다고 한다.장 사장은 그녀의 말을 듣고 흔쾌히 동의했지만 두 회사는 이번 프로젝트로 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았다.장 사장은 그녀의 믿음을 이용하여 일단 프로젝트를 활성화하도록 자금을 대라고 했다. 그러고는 이틀 안에 무조건
임서우는 제 자리에 앉아 신수아가 돌아오길 기다렸다.또한 이제 곧 이 회사의 최대 주주가 되는 것도 기대했다.그러나 신수아가 돌아오기 전에 허민서와 박건우가 먼저 회사에 왔다.허민서가 막 회사 로비에 들어설 때 김도현이 씩씩거리며 그녀를 질책했다.“허민서 씨, 드디어 왔네요. 당장 돈 갚아요! 젠장! 임서우 그 개자식이 뒤에서 몰래 신 대표님께 우릴 고자질했어요. 그 바람에 동료들 모두 오전 급여가 삭감됐다고요. 더 말할 것도 없어요. 당장 돈 갚아요!”김도현은 다짜고짜 허민서에게 고함을 질렀고 그녀는 문 앞에 서서 어안이 벙벙해졌다.한참 후에야 그녀도 주변 동료들의 질책 속에서 방금 사무실에 일어난 일을 파악하게 되었다.허민서도 몹시 짜증 났다. 이미 임서우와 이혼했는데 이 거지 같은 녀석이 아직도 회사에서 그녀의 얼굴을 깎아내리고 있으니 말이다.그녀는 홧김에 가방에서 이혼신고서를 꺼내 머리 위로 번쩍 쳐들며 사무실 동료들에게 말했다.“다들 똑똑히 봐요. 난 이미 서우랑 이혼했어요. 이건 이혼신고서에요. 지금부터 나랑 임서우는 남남이니 더는 우리 사이를 엮지 말아요!”시끌벅적하던 사무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허민서와 임서우의 갑작스러운 이혼 소식이 모두를 충격에 빠트렸다.김도현은 그녀 손에서 이혼신고서를 홱 뺏어가 자세히 들여다봤다.“헐! 진짜 이혼했어요? X발! 그것도 오늘에?”허민서는 이혼신고서를 다시 가방에 넣고 속상한 듯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여러분은 회사에서 서러움을 당하면 바로 날 찾아오지만 난 속상할 때 누굴 찾아가죠? 임서우랑 결혼한 이 반년 동안 쥐구멍만 한 집에서 지내고 싸구려 옷만 입고 다녔어요. 외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고요. 그럼에도 매일 당신들의 푸념을 들어줘야 했죠. 서우가 이 건물에서 배달 알바를 하는 것 때문에 종일 나만 놀렸잖아요. 난 이 서러움을 어디 가서 풀어요? 아까 구청 앞에서 이혼 절차를 마치고 나올 때도 허세 부리는 거 있죠. 돈 주고 여자 단역배우를 찾아서 짝퉁 차를 몰고 오더니 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