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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바로 이때 요란한 스포츠카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빨간색 BMW z4 쿠페가 허민서 옆에 도착했고 차 문이 열리자 외눈박이에 얼굴에 온통 주근깨가 박힌 극심한 대머리의 남자가 안에서 내려왔다.

임서우는 이 외눈박이를 알고 있다.

그는 임서우와 허민서와 한 회사에 다니는 박부장의 아들 박건우이고 올해 나이 33살이다.

박건우는 태어날 때부터 한쪽 눈이 멀었다.

얼굴은 못생겼지만 집안 조건이 좋아 업무 능력이 별로임에도 아빠 덕분에 회사에서 지금까지 버텨왔다.

하지만 줄곧 결혼하지 못했다.

박건우는 차에서 내려와 곧게 임서우 앞으로 다가가더니 들뜬 얼굴로 그의 손을 잡으며 거만을 떨었다.

“민서 전남편 되시죠? 고마워요, 이 반년 동안 우리 아내 극진히 보살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물론 딱히 보살펴준 것도 없지만 아무튼 민서는 인제 내 사람이니 마음 놓고 지내세요. 내가 우리 민서 어여쁜 꽃으로 보듬어줄 테니까. 나랑 함께 지내거든 교통 버스 탈 일도 없고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힐 거예요. 최선을 다해 민서에게 가장 좋은 생활을 안겨주려고요. 우리가 함께하면 민서는 분명 전보다 행복하고 즐거울 테니 전남편 씨는 걱정할 거 아무것도 없어요.”

박건우는 히죽히죽 웃으며 임서우에게 말했다. 고마움을 표한다기보다 야유와 비난에 더 가깝고 제 자랑도 잔뜩 늘려놓았다.

임서우는 그를 신경 쓰지 않은 채 의아한 얼굴로 허민서를 쳐다봤다.

그는 줄곧 허민서가 예쁘장하게 생겨 적어도 그보다는 젊고 돈 많은 사업가를 만날 줄 알았는데 고작 돈만 밝히는 여자였다니.

외눈박이 박건우는 임서우보다 돈만 좀 더 많아 보일 뿐 외모는 눈 뜨고 지켜볼 수 없을 지경으로 역겨웠다.

“이 사람 때문에 나랑 이혼한 거야?”

임서우가 허민서에게 물었다.

허민서는 조금 난처한 듯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였다.

다만 그녀는 곧장 머리를 쳐들고 용기 내어 큰 소리로 말했다.

“맞아, 바로 건우 씨 때문이야. 건우 씨는 나한테 엄청 잘해주고 항상 제일 좋은 것만 선사해줘. 건우 씨는 나한테 진심이야. 난 절대 돈 밝히는 여자가 아니야. 건우 씨는 내게 시간을 들이고 마음을 써가며 잘해주고 있어. 내 마음속에 건우 씨는 너보다 백배는 더 나아.”

그녀는 어쩌면 고함을 지르는 방식으로 돈만 밝히는 속내를 숨기고 임서우에 대한 미안한 감정도 숨기려 했을 것이다.

“전남편 씨, 당신이 민서를 너무 사랑해서 손 놔준 걸 알아요. 남자는 당연히 그래야죠. 능력 있는 남자는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여자를 보살펴줘요, 나처럼 말이죠. 당신처럼 능력 없는 남자는 손을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해요. 민서가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놓아주는 거죠.”

박건우는 말을 내뱉으며 임서우에게 갖은 거만을 떨었다.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손을 놓아주는 법도 배워야 해요. 임서우 씨는 아주 잘하고 있어요.”

임서우는 그를 거들떠보지 않고 재차 허민서를 바라보며 실망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날 버린 이유가 고작 이런 폐인 때문이었다니? 너 진짜 너무 실망이야.”

그의 말은 허민서의 정곡을 찔렀다. 그녀는 울화가 치밀어 이미지는 뒷전이고 당장에서 버럭 고함을 질렀다.

“네가 뭔데 내 남편을 폐인이라고 욕해? 이 사람은 BMW를 타고 다니는데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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