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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매일 버스 타고 다니지, 맞지? 건우 씨는 월급이 400만 원이고 아빠가 회사 임원이셔. 그러는 넌? 낮에는 출근하고 점심에는 택배 배달해서 매일 땀 냄새를 가득 풍기며 돌아오는데 한 달에 고작 몇십만 원밖에 못 벌잖아. 너희 부모님은 뭐 하는 분들이야? 아마 촌구석에서 지내고 있겠지. 우리가 결혼한 반년 동안 넌 감히 부모님 얼굴도 보여주지 않았어. 서울에 오면 길을 잃을까 봐? 아니면 내가 그분들을 얕잡아볼까 봐 두려웠던 거야? 어디다 대고 내 남친을 폐인이라고 욕해? 거울 좀 봐, 이 쓰레기 같은 놈아! 너 같은 건 이번 생에 BMW가 아니라 그냥 차 자체를 못 사. 임서우 넌 그냥 거지 운명을 타고났어, 인정해.”

허민서는 임서우에게 갖은 욕설을 퍼부은 후 박건우의 팔짱을 끼고 일부러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여보, 가요 우리.”

박건우도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

“민서야, 아무리 그래도 거지 운명이 뭐야? 물론 네 말도 틀린 것 없지만 앞으로 이런 거지새끼를 마주치면 그냥 피해서 가.”

비겁하고 치졸한 두 남녀가 임서우 앞에서 꼴값을 떨었다.

두 남녀가 빨간색 BMW z4쪽으로 걸어갈 때 멀리서 우렁찬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곧이어 대형 SUV 벤츠 지바겐이 쌩하고 날라오더니 브레이크도 밟지 않은 채 허민서가 자랑스러워하던 BMW 스포츠카를 가뿐히 짓밟아버렸다.

빨간색 BMW 스포츠카는 그 자리에서 고철로 깔렸다.

한껏 멋스럽던 스포츠카가 어느덧 김빠진 공이 돼버렸다.

옆에 서 있던 박건우와 허민서는 어안이 벙벙했다.

대량 개조한 대형 SUV 벤츠 지바겐 G63은 길이 6미터, 중량 3톤에 6.2리터의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을 지니고 있다. 판매가가 무려 12억에 달하는 이 녀석은 강철같이 탄탄한 맹수와 다름없다.

벤츠 지바겐은 빨간색 BMW 스포츠카가 납작해질 때까지 여러 번 깔아뭉갠 후에야 공격을 멈췄다.

차 시동이 꺼지고 문이 열리자 살색 스타킹을 신은 늘씬한 다리의 여인이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군복 원피스를 입고 차에서 내려왔는데 환상적인 몸매는 군복으로도 가려지지 않았다.

박건우는 여전히 분노에 차 있었다.

‘대체 어느 미친놈이 내 사랑 BMW를 반복해서 깔아뭉갠 거야?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나?!’

다만 그는 벤츠 지바겐에서 화끈한 몸매의 여자가 내려오는 걸 본 순간 동공이 확대되고 침을 꿀꺽 삼켰다.

아쉽게도 군복 차림의 여자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늘씬한 다리를 드러내며 곧게 임서우 앞으로 다가갔다.

“잘 계셨습니까 드래곤...”

그녀가 막 말을 꺼내려 할 때 임서우가 머리를 내저으며 신분을 밝히지 말라고 곁눈질했다.

“서윤아,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

김서윤은 머리를 끄덕이며 가볍게 웃더니 섬섬옥수 같은 손으로 임서우의 팔짱을 꼈다.

그녀의 이 행동은 임서우도 예상치 못했다.

김서윤은 시선을 올리고 하찮다는 표정으로 맞은편에 서 있는 박건우와 허민서를 흘겨봤다.

“오빠! 나 두 사람 결혼사진을 본 적이 있어서 이분이 허민서 씨인 건 알겠는데 그 옆에 땅콩은 뭐죠?”

그 옆에... 땅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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