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는 들어가서 바퀴벌레를 잡고 나온 후, 다시 이윤설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윤설 씨, 바퀴벌레를 잡았고, 시체도 다 처리했으니 안심하고 샤워해도 돼요!”이윤설은 이태호를 흘겨보며 말했다.“가요, 빨리 나가요!”이태호는 그제야 밖으로 나갔고, 이윤설은 곧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방문을 잠갔다.문을 잠근 후, 이윤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앞을 가리고 있던 시트를 침대 위에 내동댕이쳤다.“아, 정말 짜증 나 죽겠어. 내 몸을 어떤 남자도 본 적이 없는데 저 자식만 눈 호강했네!”말을 마친 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만지작거리더니 말했다.“젠장, 작지도 않은데, 설마 그의 마누라가 아주 큰가, 미워!”이태호는 방으로 돌아온 후에도 머릿속에 여전히 아까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 장면은 정말 사람을 혼란스럽게 했다.그는 더는 생각하지 않도록 고개를 저은 후에야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한 시간 남짓 휴식한 후에야 이태호는 연단로를 꺼내어 연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3시간 동안 제련한 후 이태호의 손에 2품 고급 단약 10알이 더 생겨났다. 그간의 익숙함을 통해 정제된 단약의 품질도 이전보다 크게 향상되었다.연단로를 치우고 나자 이태호는 밖에서 노크하는 소리를 들었다.“들어와요!”이윤설은 그제야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들어오자마자 그녀는 갑자기 이 안의 그 진한 단약 향기에 매료되었다.오급 기사 내공을 지닌 이윤설은 숨을 깊이 들이쉬더니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어머, 이런 약의 향기가 너무 좋네요. 이게 단약의 향인가요? 설마 정말 단약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죠?”이태호는 담담하게 웃으며 눈에서 황금빛이 반짝였다가 순간 사라졌다. 그는 그녀의 내공을 알아차렸다.그는 손바닥을 뒤집고 일품 고급 단약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이윤설 씨에게 줄게요. 오후에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이건 이윤설 씨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요.”이윤설은 한동안 어이가 없었다. 지난 일은 언급하기 싫어서 되도록 없던 일로 하려고 했는데, 이태호라는
별장 문을 나서자마자 경호원 몇 명이 두 사람을 보았다.경호팀장 중 한 명이 바로 사람들을 데리고 다가왔다.경호팀장은 이태호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아가씨, 지금 외출하십니까? 우리가 함께 나가게 해주세요, 아가씨의 안전을 지킬 수 있습니다!”이윤설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태호 오빠가 나와 함께 나가면 충분히 안전해요!”경호팀장은 줄곧 이윤설을 짝사랑했고, 예전에는 항상 이윤설 곁에서 이윤설을 보호했다. 원래는 이윤설 곁에서 이렇게 한 남자가 따라다니는 것을 보고 마음이 불편했는데, 지금은 이윤설도 보호하지 못하게 되었다.그러자 그는 안색이 어두워지며 의심스러운 듯 이태호를 바라보며 말했다.“자식, 아가씨를 잘 보호할 수 있겠어? 내가 보기에 비실비실하는구먼, 허허, 기생오라비 같은 얼굴로 되겠어?”이태호는 상대방을 보고 저도 모르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이씨 가문 가주께서 내가 며칠 동안 아가씨를 보호하는 것에 동의하셨어. 나도 물론 그녀를 잘 보호할 수 있고!”“그래? 네 실력을 시험해 보고 싶군!”상대방은 차갑게 웃었고, 구품 기사의 내공을 지닌 그는 자랑스럽게 말했다.이씨 가문은 백산시에 있고, 삼류 세가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의 이런 내공은 사실 꽤 괜찮은 편이었다.“허허, 당신 내공이 너무 낮으니, 해볼 필요 없어. 나랑 같은 레벨이 아니야!”이태호는 허허 웃으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고, 상대방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상대방은 원래 이태호를 보고 기분이 언짢았는데, 이 말을 듣자 더욱 화가 나서 불끈 주먹을 쥐자 그 위로 영기가 솟구쳤다.“영철 씨, 뭐 하는 거야? 이분은 우리 집의 귀빈인데, 손찌검해서는 안 돼!”이 상황을 보고 이윤설이 황급히 소리쳤다.“아가씨, 이자가 사람을 너무 업신여겨요. 나는 본때를 보여 주어야겠어요. 그리고, 이 자식 혼자만 아가씨를 따라다니고 있으니, 우리도 안심할 수 없어요!”영철은 분노한 얼굴로 이태호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이윤설에게
“영철!”그 뒤에 있던 경호원들도 놀랐고, 그들도 엄청난 위압감을 느꼈다.다만, 그 느낌이 상대방에 의해 잘 통제되었고, 기본적으로 모두 영철에게 작용했기 때문에, 그들은 무릎을 꿇지 않았다.하지만 그들은 모두 위압감을 많이 받았다. 앞에 있는 이 남자는 높은 곳에 있는듯했고 반항할 수 없는 느낌을 줬다.“인, 인정해!”영철은 진정한 강자를 만난다는 것을 알고 황급히 소리쳤다.이태호가 담담하게 웃으며 눈빛을 거두자, 그 위압은 바로 사라졌다.영철은 털썩 주저앉더니 이내 안도감을 느꼈다.이태호는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윤설 씨, 그만 가요.”이윤설은 영철이를 한 번 보고 나서야 이태호와 함께 밖으로 걸어 나갔다.떠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영철은 멍하니 앉아 있다가 한참 뒤에야 일어났다.“이 사람, 도대체 무슨 내공이지? 방금 그 위압감이 너무 강했어!”“어쩐지 저 자식이 아가씨의 안전을 지키라고 했다고 하더라니, 이렇게 강했구나! 그가 곁에 있다면 우리 아가씨는 외출할 때 틀림없이 안전할 거야!”한 경호원은 말했다.영철은 상대방을 쳐다보다가 그제야 퉁명스럽게 한마디 뱉었다.“이 남자는 갑자기 나타났는데, 만약 색마라면? 그가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 누가 알겠어?”다른 경호원 몇 명이 눈을 마주치고는 마지못해 웃었다. 그들은 바보가 아니라 영철이 이태호를 질투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이윤설은 이태호를 데리고 곧 근처 광장으로 나왔다.앞에 있는 레스토랑을 가리키며 이윤설이 말했다.“태호 오빠, 이 레스토랑은 인테리어도 좋고 격식도 있어요. 나도 예전에 친구와 자주 와서 밥을 먹곤 했는데, 우리 그냥 여기서 먹으면 안 될까요?”이태호는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난 그렇게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에요. 나도 이쪽을 잘 모르니 이윤설 씨가 원하는 곳에서 먹도록 해요!”이윤설은 웃으며 이태호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하지만 레스토랑 앞에 도착한 그녀는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망했다, 그 망할 뚱보를 또 만나다니!
이윤설은 잠깐 생각한 뒤 말했다.“오늘 오후에 당신이 내 알몸을 보았으니 날 한 번 도와줘야 해요. 잠시 뒤 내게 협조해서 내 남자친구인 척해줘요. 그러면 우리 사이 빚은 다 갚은 셈 칠게요.”기가 막힌 이태호는 이윤설을 향해 나직하게 말했다.“말도 안 되는군요. 조금 전에 내가 1품 고급 단약을 한 알 주었는데, 그걸로 오후에 있던 일은 이미 정리된 거 아닌가요?”“그렇게 쉽게 넘어가려고 했어요? 흥, 아직 누군가에게 내 몸을 보인 적이 없는데 그냥 그렇게 어물쩍 넘어가려고요?”이윤설은 고개를 치켜들며 말했다. 다른 이들이 그들에게서 겨우 몇 미터 떨어져 있을 때였다.“윤설아, 언제 돌아온 거야? 왜 내게 얘기하지 않은 거야?”양진서는 다가와서 이윤설의 손을 잡은 뒤 미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이태호는 양진서가 억지로 이윤설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해 주려고 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 사이가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이윤설은 덤덤히 웃었다.“진서야, 난 오늘 오후에 비행기 타고 온 거야. 이제 막 도착해서 잠깐 쉬고 있다가 저녁에 밥 먹으려고 나왔어. 원래는 내일 너에게 얘기하려고 했어.”말을 마친 뒤 이윤설은 다른 이들에게 인사를 건넸고 이내 뚱뚱한 사람에게 말했다.“장규성, 오랜만이야.”장규성이라고 불린 남자는 이윤설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그제야 웃으며 말했다.“이윤설, 넌 점점 더 예뻐지네. 예전에 네가 크면 틀림없이 미녀가 될 거라고 했었는데, 역시 내 안목이 틀리지 않았어.”장규성은 말을 마친 뒤 이윤설 옆에 서 있는 잘생긴 이태호를 바라보며 덤덤히 말했다.“이윤설, 언제 경호원을 바꾼 거야? 그것도 왜 한 명만 데려왔어? 예전에는 여러 명을 데리고 다니지 않았어?”이윤설은 이태호가 아무 말 하지 않고 한 걸음 물러나자 이태호의 손목을 잡고 말했다.“진서야, 장형서, 장규성, 소개해 드릴게요. 이분은 제 남자친구 이태호 씨예요!”“남자친구라고?”남자친구라는 말에 장규성의 미소가 굳었고 안색 또한 서서히 어두워졌다.양진서의
양진서는 곧바로 반응하며 이태호를 자세히 살펴보다가 말했다.“이태호?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네요. 우리 백산시에 있는 가문 중에 이태호라는 사람은 없지 않아요?”이태호는 그 말을 듣더니 덤덤히 웃었다.“그게 그렇게 중요한가요?”말을 마친 뒤 이태호는 상대방을 화나게 만들려고 일부러 한 손으로 이윤설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중요한 건 우리가 만난다는 거죠. 우리는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해요. 그렇죠, 윤설 씨?”이윤설은 처음엔 깜짝 놀라며 이태호가 이 틈을 타서 이득을 보려 한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그를 밀어낼 수도 없었기에 그녀는 그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럼요. 그게 중요하죠. 이태호 씨가 돈이 많든 적든, 도련님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아요!”그 말을 들은 양진서는 돌파구를 찾은 사람처럼 곧바로 반박했다.“어머, 말은 번지르르하네. 돈이 어떻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어? 만약 돈이 없다면 당신은 우리 윤설이랑 어울리지 않아요!”장형서가 튀어나와 맞장구를 쳤다.“그러니까요. 돈이 많으면 뭐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지만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정도 도리는 알고 있겠죠?”양진서는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자 간이 커져서 이태호를 조롱했다.“얼굴은 잘생긴 걸 보니 혹시 데릴사위가 되어서 덕을 보려는 건 아니겠죠?”장규성도 곧바로 이윤설에게 말했다.“윤설아, 윤설이 네가 남자친구를 사귀는 건 말리지 않겠지만 굳이 못난 놈을 만날 필요는 없잖아. 나보다 조금 잘생긴 걸 제외하면 나은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네가 대체 무슨 생각인지 정말 모르겠다!”이윤설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돈이 많든 적든 상관없어. 난 둘이 같이 있을 때 행복하면 돼!”양진서가 곧바로 말했다.“윤설아, 너 미쳤니? 너희 집안은 삼류 가문이야. 어찌 됐든 비슷한 집안의 도련님을 만나야 네 신분에 어울리지. 저렇게 돈도 세력도 없는 사람을 만나면 어떡해? 너랑 데이트할 때 밥 한 끼도 사
이윤설의 입가가 심하게 떨렸다. 그녀는 양진서가 함정을 파놓을 줄은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진서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희는 내 친구지, 태호 씨 친구가 아니잖아. 태호 씨는 오늘 너희를 처음 만났으니까 이건 내가 사야지.”이윤설이 제지하자 양진서와 장규성이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들은 눈앞의 이태호라는 남자가 잘생기기만 했지 돈은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윤설이 자기가 계산하겠다고 나설 리가 없기 때문이다.장규성이 바로 말했다.“윤설아, 겨우 밥 한 끼잖아. 설마 그 정도도 살 수 없는 거야? 그리고 두 사람 정말 사귀는 사이라면 네 친구가 저 사람 친구 아니야? 둘 사이에 그런 것까지 철저히 계산하는 거야?”장형서도 나서서 말했다.“장규성의 말이 맞아. 축하 파티라고 생각해. 남자친구가 네 친구들 밥 사주는 게 뭐 어때서? 결혼했으면 몰라도 지금은 그냥 사귀는 사이잖아. 이렇게 쪼잔하게 굴 거면 연애는 왜 한대?”이윤설은 순간 어떻게 대꾸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단지 장규성이 자신을 포기하길 바라서 이태호에게 남자친구인 척해달라고 했다.그런데 이태호가 이렇게 난처한 상황에 부닥치게 될 줄은 몰랐다.그러나 뜻밖에도 이태호는 덤덤히 웃었다.“저 사람들 말이 맞아요. 가요, 이곳에서 사면 되는 거죠?”“밥 사줘서 고맙네요. 하지만 잠시 뒤에 그쪽이 돈이 없어서 계산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네요. 그러면 너무 뻘쭘하잖아요. 정말 돈이 없으면 괜히 있는 척하지 말아요!”양진서는 기지개를 켜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돈은 내게 숫자에 불과해요.”이태호는 덤덤히 웃었다. 그가 보기에 그들은 광대와 다름없었다.레스토랑 안에 들어가자 그들은 이태호를 데리고 2층 룸으로 향했고 끊임없이 주문하기 시작했다.요리든 술이든, 양진서와 장형서 등은 전혀 사양하지 않고 가장 비싼 것만 골라서 시켰다. 의도가 아주 뚜렷했다.“진서야, 너무 많이 시킨 거 아냐?
양진서의 입가가 심하게 경련했다. 그녀는 이태호를 난처하게 만들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그에게 조롱당했다.“자, 자, 자. 우리 다 같이 축하하자고!”장형서가 술잔을 높이 들고 말했다.“좋아, 오랜만에 함께 술을 마시네. 오늘 좋은 술을 많이 시켰는데 다들 실컷 마시자고!”장규성은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태연한 척하며 술잔을 들고 말했다.이내 그들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그렇게 잠깐 마시던 장규성은 일부러 이태호에게 물었다.“이태호 씨, 이렇게 큰돈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쓰다니, 집에 돈이 많은가 봐요!”이태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런 편이에요. 그쪽 집안보다 돈이 훨씬 더 많을걸요.”장규성은 입가가 파르르 떨렸고 안색도 나빠졌다. 그는 이태호가 이렇게 거만할 줄은 몰랐다.“하하, 큰소리는 저도 칠 수 있어요. 태호 씨는 술을 얼마 마시지 않은 것 같은데 설마 벌써 취한 건가요?”양진서는 곧바로 웃으며 말했다.“장규성은 우리 백산시 이류 가문의 도련님이에요. 이류 가문 알죠? 백산시에서 이류 가문이라면 자산이 2조는 넘어요. 어떻게 그쪽이랑 비교하죠?”이태호는 덤덤히 웃었다.“굳이 그와 비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저랑 같은 레벨이 아니니까요!”“당신...”장규성은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태호에게 카드 잔액을 보여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옆에 있던 이윤설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이태호가 큰소리치는 걸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이태호는 적어도 7, 8급 무왕 내공이었다. 이 정도 강자라면 밥 한 끼 사지 못할 정도로 돈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이태호가 이 한 끼를 사줄 수만 있다면 오늘 체면을 구길 일은 없을 것이다. 기껏해야 오늘 돌아가서 이태호에게 돈을 계좌이체 해주면 그만이었다.장형서가 냉소를 흘렸다.“이태호 씨, 당신이 그렇게 돈이 많은 걸 우리는 왜 모르고 있었죠? 이 백산시에 장규성보다 돈이 많고 세력이 강한 사람은 얼마 없어요. 다들 우리가
양진서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저렇게 믿음직스럽지 못한 남자를 만난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장규성 같은 훌륭한 가문의 남자는 별로야?”양진서가 끊임없이 이태호를 헐뜯자 줄곧 온화하던 이윤설은 결국 화를 참지 못했다.그녀는 안색이 어두워진 채로 말했다.“양진서, 내가 어떤 사람이랑 만나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알아. 네가 쓸데없이 걱정할 필요 없다고. 너 오지랖 너무 넓은 거 아냐?”양진서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윤설이 불쾌해하자 그녀는 그제야 한결 누그러진 어조로 다급히 설명했다.“윤설아, 우리는 널 걱정해서 그러는 거야. 다들 비슷한 집안 사람끼리 만나야 한다고 그러잖아. 너도 알지? 지금 쓰레기 같은 남자가 하도 많아서 네가 속기라도 할까 봐 걱정돼서 그래.”그러나 뜻밖에도 레스토랑 지배인이 초조하게 달려왔다.“여러분, 죄송합니다. 이곳을 대관한 손님이 계셔서 자리를 옮겨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곳에 가서 식사하시죠.”지배인이 달려와서 말했다.“대관이라고요? 장난해요? 누가 그렇게 거만한 거죠?”장규성은 곧바로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눈치 없어요? 이분은 이류 가문 장씨 집안 도련님, 장규성이에요. 장규성을 알아보지 못한 거예요? 우리 다 먹지도 못했는데 지금 내쫓는 거예요?”양진서가 차갑게 대꾸했다.그러나 지배인은 이렇게 말했다.“정말 죄송합니다. 오늘 대관하신 분이 성주부 아들이거든요. 오늘 대단한 분을 모셔야 해서 여러분들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주길 바란다고 하셨어요.”지배인은 거기까지 말한 뒤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참, 방 도련님께서 계산은 본인이 다 하겠다고 하셨어요.”“아, 방 도련님이었군요. 그러면 이만 가야겠네요. 어차피 거의 다 먹었거든요. 술은 보관시키면 되고. 다음에 다시 와서 마실게요!”성주부의 방 도련님이란 말에 장규성은 성질을 죽였다. 성주부의 아들은 그가 건드릴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그 방 도련님이라는 자는 아주 음험하고 살벌한 인간이었다. 혹시라도 그에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