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들은 이태호는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반가워. 이런 친구라면 당연히 환영이지.”신수연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정연 언니, 우리 형부가 그 호법을 죽였다는 걸 종문의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겠죠? 언니네 장로나 종주에게 들키면 큰일이에요. 그들이 찾아올까 봐 걱정이네요. 이 일은 아는 사람도 많지 않고 시간도 그렇게 오래 흘렀는데...”백정연은 이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난 당연히 말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애초에 태호 오빠도 나를 구하기 위해 그 호법의 아들을 죽였어요. 김석윤 호법이 이미 죽었으니, 나는 모르는 일이라 생각하면 돼요.”“자, 자, 정연아, 우리 안에서 들어가자. 모처럼 나왔으니, 기왕 온 김에 여기서 며칠 더 놀아. 지연이와 수민이에게 같이 구경시켜주라고 했어.”이태호는 웃으며 백정연에게 말했다.사실 백정연이 자신을 찾아온 걸 이태호는 매우 의외라고 느꼈다. 애초에 그는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그렇게 말했을 뿐이었다. 시간이 날 때 남운시에 놀러 오라고 했는데 뜻밖에도 이 미녀가 정말 찾아왔다.이태호는 잠시 생각한 후 다시 주의를 시키었다.“참, 정연아, 다음번에는 이렇게 나타나지 마. 정말 깜짝 놀랐어. 난 내 원수가 찾아온 줄 알았어!”백정연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헤헤, 이런 효과가 바로 내가 원하는 거예요. 연기가 좀 놀랍지 않다면 어떻게 오빠한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겠어요?”이태호가 어이없이 웃으며 말했다.“미녀야, 너 이거 놀라운 등장이 아니라 날 놀라 죽게 할 뻔했어.”하지만 곧 백정연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너무 과장된 거 아니에요? 7급 무황의 내공을 지진 강자를 다 죽일 수 있는 실력인데 내가 오빠를 놀라게 할 수 있겠어요? 오빠의 이런 내공은 우리 풍월종의 일부 장로들이나 종주들이 직접 오지 않는 한 오빠의 상대가 되지 못할 거예요.”이때 신수민이 잠시 생각하다가 백정연에게 물었다.“정연 씨, 마침 나와 이태호 그리고
백정연이 위층에서 쉬고 있을 때 이태호와 백지연, 신수민 세 사람은 정원으로 나와 산책을 했다.신수민은 생각 끝에 빙긋 웃으며 말했다.“정연 씨가 정말 우리를 보러 올 줄은 몰랐어. 나는 숨겨진 가문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높은 곳에 있으리라 생각했고, 우리 같은 세속 사람들을 무시할 거로 생각했어.”잠시 뜸을 들이던 신수민은 계속해서 말했다.“특히 정연 씨 같은 경우는 더 놀라워. 지난번에 정연 씨를 만났을 때만 해도 1급 무황의 내공이었는데 지금은 이미 3급 무황이야. 그러니 정연 씨의 수련에 관한 천부적인 재능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어. 이런 엘리트 제자가 우리를 무시하지 않고, 이렇게 평범하고 친근하게 다가오다니, 정말 드문 일이야.”백지연은 웃으며 말했다.“아마 오빠가 생명의 은인이기 때문이겠죠. 지난번 천홍주 천홍시의 성주도 전혀 안중에 두지 않던데, 정연 씨가 이렇게 몸을 낮추어 우리와 대화할 수 있는 건 태호 오빠가 생명의 은인이기 때문일 거예요.”백지연은 잠시 뭔가 생각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그것도 아니라면 이유는 하나뿐이에요.”“무슨 이유?”이태호와 신수민은 이구동성으로 말하며 백지연을 바라보았다.백지연이 음흉한 눈빛을 짓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정연 씨가 오빠한테 호감을 느끼고 있거나, 오빠를 좋아할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오빠 찾으러 여기까지 달려올 이유가 뭐 있겠어요?”이태호는 얼굴이 빨개져서 자기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지연아,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전에는 한성연이 나한테 관심이 있다더니, 지금은 백정연이 나한테 관심이 있다는 거야? 나랑 장청아도 잘 어울린다고 하더니, 네 눈에는 누구나 나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아 보여?”백지연은 여전히 자기 생각을 고집했다.“정말이에요. 내 말을 믿는 게 좋을걸요. 육감이 그래요. 오빠는 모르겠지만 여자의 육감은 종종 정확해요.”이태호는 곧 옆에 있던 신수민에게 말했다.“수민아, 너 그런 느낌 있어?”신수민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걸 내
뜻밖에도 신수민이 고개를 돌려 이태호 보더니 말했다.“그 미인들이 너를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너 같은 남자가 매력이 넘치는 건 사실이야.”“어!”이태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신수민을 향해 한마디 했다.“수민아, 그렇게 칭찬할 필요 없지 않을까?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자랑스러워지려 해.”신수민이 대답했다.“외모로 따지면 젊고 잘생겼고, 공로로 따지면 더 말할 것도 없어. 게다가 너는 2급 고급 연단사야. 이런 연단사는 어딜 가든 다 인기가 많아. 이렇게 많은 장점을 다 모았으니, 너한테 눈독을 안 들이는 여자가 있을 것 같아? 널 못마땅하게 여기는 건 모두 눈이 먼 사람들이야.”“됐어, 너희 둘 나를 치켜세우지 마.”이태호는 깜짝 놀라 황급히 말했다.“너희들이 계속 추켜세우면 내가 들뜰지도 몰라.”“하하, 나는 오빠가 들뜬다는 걸 믿지 않아요. 오빠는 보통 침착한 사람이 아니에요.”백지연이 입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이태호는 잠깐 생각한 후 신수민에게 말했다.“참, 수민아, 너한테 말하는 걸 잊었어. 난 이제 2급 고급 연단사가 아니야. 난 이미 3급 저급 연단사야. 그리고 이 레벨에 이른지 이미 한참 지났어. 아마 며칠만 지나면 3급 중급 단약을 만들기 시작할지도 몰라.”“설마, 너, 네가 벌써 3급 저급 연단사라니? 쯧쯧, 이렇게 되면 네가 만든 단약은 무황의 내공을 지닌 강자에게도 효과가 있는 거 아니야?”신수민은 그제야 자신의 남자가 연단사로서의 또 다른 돌파구를 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3급 저급 연단사가 되었다는 일이 알려지면 사람들은 깜짝 놀랄 것이다.이태호는 무덤덤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신수민의 이런 표정에 이미 익숙해진 것 같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일은 절대 말하지 마. 부모님도 포함해서 말하지 않을 수 있는 한 말하지 마. 이 일이 알려지면 용성연합국이 발칵 뒤집힐 거야. 그때쯤이면 많은 강자나 대단한 산수가 나를 찾아와서 단약 같은 것을 얻으려 할 거야.”신수민은 고개를 끄덕
상황을 본 신수민은 미간을 구기며 백지연에게 물었다.“구용주의 주주가 어떻게 그 일을 알고 있는 거야? 지연아, 어제 네가 밖에서 겪었던 일을 얘기해줬을 때 그 일은 말하지 않았었잖아?”백지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수민 언니, 저희는 외출했을 때 너무 많은 일을 겪었어요. 어제 전 진짜 많은 얘기를 했었고 또 너무 피곤해서 돌아가기 직전에 겪었던 일은 그냥 생략했죠. 너무 귀찮았거든요.”신수민은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그런가? 어제 네가 정말 생생하게, 또 재밌게 얘기해준 덕에 우리 부모님께서 정말 흥미진진하게 들으시더라고. 그러니까 당연히 더 듣고 싶을 수밖에 없지. 헤헤, 그러면 이젠 그 주주에 관한 일을 얘기해줄래?”백지연은 그제야 말했다.“사실 별거 없어요. 그날 천우당의 당주가 죽임당했잖아요? 그 뒤에 그 사람 딸이 자기 몸을 팔아서 성주부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성주부의 성주와 장로들이 전부 태호 오빠에게 죽임당했죠.”거기까지 말한 뒤 백지연은 뜸을 들이다가 이어서 말했다.“생각해 봐요. 구용주의 주주부도 구용시에 있잖아요. 게다가 구용시 성주는 구용주 주주가 추천한 사람이었죠. 두 사람은 줄곧 사이가 꽤 좋았어요. 그런데 우리 태호 오빠가 성주를 죽였으니 주주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은 거잖아요.”이해관계를 알게 된 신수민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구나. 그래서 구용주의 주주가 그 일이 있고 난 뒤에 사람들을 데리고 시비를 걸려고 찾아왔었어?”백지연이 웃으며 대답했다.“그건 아니에요. 그들도 쉽게 저희에게 시비를 걸지는 못하죠. 아무래도 오빠는 성주부의 많은 고수를 손쉽게 죽였으니 말이에요. 그들도 자신이 이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체면을 구긴 건 사실이니 분명 불만을 품고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겉으로는 따지러 온 것처럼 군 거죠.”거기까지 말한 뒤 백지연은 뜸을 들였다가 계속해 말했다.“수민 언니도 알겠지만 태호 오빠는 너그러운 사람이에요. 게다가 상대방은 주주니까 당연히 그
“일리 있는 말인 것 같네요. 오빠는 그저 그에게 3품 저급 단약 한 알을 줬을 뿐이지, 그게 오빠가 3품 저급 연단사라는 걸 설명하는 건 아니니까요.”백지연은 생긋 웃으며 말했다.“그때 가서 주운 거라고 하거나, 어떤 비밀스러운 노인이 선물로 준 거라고 하면 되니까요!”이태호는 그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그 단약은 구용주 주주가 이미 써버려서 내가 인정하지만 않으면 돼. 내가 3품 저급 단약을 준 적이 없다고 하면 그들도 어쩔 수 없어.”백지연과 신수민은 그 말을 듣고 눈을 빛냈다.“헤헤, 역시 우리 자기 똑똑하네.”신수민은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밤의 장막이 천천히 드리워졌다.신씨 집안 사람들은 백정연의 신분을 알고 난 뒤로 다들 흥분했다.그들은 일찌감치 이 세상에 비밀 세력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비밀 세력 중에는 군신보다 더 강한 강자들도 있고, 심지어 통령보다 더 무시무시한 존재들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백정연이 바로 속세를 벗어난 종문의 엘리트 제자였다.“정연 씨, 정연 씨 종문에서는 많은 보물을 가지고 있겠죠? 제자는 많아요? 장로는 내공이 어느 정도예요?”백정연과 호텔로 와서 술을 두 잔 한 뒤 신민석은 궁금한 게 뭐가 그리 많은지 백정연에게 연신 질문을 해댔다.백정연은 그의 질문에 미간을 구기며 난색을 보였다.이태호는 그 모습을 보고 곧바로 신민석에게 귀띔해 줬다.“그런 질문은 아주 민감한 문제야. 그런 거에 막 대답할 수는 없어. 그리고 호구 조사하는 것도 아니고, 실례라고 생각하지 않아?”신민석은 멋쩍은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하하, 정말 죄송하네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벌주로 세 잔 마실게요!”말을 마친 뒤 신민석은 곧바로 술을 따라 마셨다.옆에 있던 신수연이 신민석에게 물었다.“오빠, 설마 그 일들을 오빠 팬에게 얘기할 생각은 아니죠? 그러면 정말 괘씸한데요!”신민석은 곧바로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아냐, 아냐. 난 팬들 늘리려고 그런 짓은 안 해. 그냥 순전히 궁금해서
신민석은 거기까지 말한 뒤 뜸을 들였다가 이어서 말했다.“매부가 아니었으면 내게 오늘 같은 날은 오지 않았을 거야.”이태호는 신민석이 이렇게 많이 달라질 줄은 몰랐다. 그는 이태호가 벌을 줬던 일로 앙심을 품지 않았고 심지어 이태호에게 고마워했다.이태호 또한 술잔을 들며 웃었다.“하하, 그냥 얻어걸린 거지, 뭐.”“잠시만요, 무슨 얘기를 하는 거예요? 전 이해가 안 가는데요?”옆에 있던 백정연은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제 말이 맞는다면 신민석 씨는 이태호 씨와 내기했다가 져서 벌을 받았는데 그로 인해 인플루언서가 되었다고요?”신민석은 이내 멋쩍은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하하, 사실이에요. 전 인플루언서가 돼서 돈이 부족하지 않아요. 게다가 최근에는 한 감독님이 제게 연기해 볼 생각 없냐면서 제안해 줬어요. 하하, 그건 제 오래된 꿈이었는데 이렇게 제 꿈을 이룰 기회가 생길 줄은 몰랐어요.”신민석에게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는지는 중요치 않은 듯했다. 연기 자체가 그에게는 즐거운 일이었기 때문이다.백정연은 쓴웃음을 지었다.“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왜 벌을 받았는데 인플루언서가 된 거라니?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너무 궁금해졌어요.”신민석은 멋쩍은 얼굴로 대답했다.“정연 씨, 흠. 이 일은 말로 설명하기 좀 어렵네요.”신수연은 입을 가리고 웃었다.“앱 다운받아서 신민석 검색해 봐요. 가장 위에 있는 영상을 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백정연은 싱긋 웃었다. 속세를 벗어난 종문의 엘리트 제자인 그녀도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다. 결국 백정연은 휴대전화를 꺼내 앱을 다운받은 뒤 그 영상을 찾았다.모자이크 처리가 된 영상을 본 백정연은 웃음을 터뜨리더니 살짝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 신민석 씨에게 이렇게 대담한 모습이 있을 줄이야, 정말 대단하네요.”신민석은 멋쩍게 웃으며 잠깐 고민하다가 참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말했다.“정연 씨, ‘좋아요’ 누르는 거 잊지 말아요. 아, 참. 그리고 저 팔로우 해주세요. 헤헤,
그들은 화기애애하게 식사했고 신씨 집안 사람들도 아주 기뻐했다.그러나 뜻밖의 일이 발생했다. 그들이 식사를 마치고 그곳을 떠나려고 할 때, 신수민의 할머니가 갑자기 이태호에게 말을 건넸다.“태호야, 너랑 수민이, 그리고 지연이는 잠시 뒤에 내가 지내고 있는 별장으로 찾아와. 너희에게 해줄 얘기가 있다.”이태호와 신수민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두 사람의 눈동자에서 의아함이 보였다.이제 신씨 집안은 남군의 군주부가 되었으니 예전과는 지위가 전혀 달랐기에 대화를 미룰 수가 없었다.그리고 신수민의 할머니는 오랫동안 신씨 집안 일에 관여하지 않고 여유롭게 살았다.그런데 왜 오늘 갑자기 그들에게 할 얘기가 있다고 하는 걸까?“알겠어요, 할머니.”비록 세 사람 모두 어리둥절했지만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이내 그들은 집으로 돌아왔고 각자의 별장으로 쉬러 돌아갔다.그리고 이태호와 신수민, 백지연은 신수민의 할머니가 살고 있는 별장에 도착했다.“할머니, 저희는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신수민은 잠깐 생각한 뒤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먼저 물었다.신수민의 할머니는 싱긋 웃더니 말했다.“수민아, 태호야, 그리고 지연아. 너희도 알다시피 예전에 우리 신씨 집안은 스스로가 잘난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작은 태성시에서나 그랬지. 심지어 우리는 그때 고작 삼류 가문이었어. 지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지.”거기까지 말한 뒤 신수민의 할머니는 감개하며 말했다.“우리 신씨 집안이 이렇게 빨리 발전할 수 있었던 건 주로 태호 덕분이야. 태호가 재능이 출중해서 그렇지. 나는 태호에게 큰 포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이태호는 미간을 좁히며 어르신에게 물었다.“할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오늘 저녁 저희를 이곳으로 부른 건 단순히 제 칭찬을 하기 위해서는 아니시죠?”
신수민의 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널 칭찬하려고 부른 거 아니야. 이 속세는 너에게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지. 내 말은 우리 신씨 집안의 지위만 안정시키면 네가 뭘 원하든 다 하라는 뜻이야.”거기까지 말한 뒤 그녀는 잠깐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어갔다.“이 풍월종은 너에게 좋은 기회야. 넌 연단사고 백정연과도 아주 가까운 사이지. 백정연은 아마 풍월종에서 꽤 좋은 대우를 받을 거야. 만약 백정연이 널 추천해서 네가 풍월종에 들어간다면 넌 그 종문의 제자가 될 수 있을 거야. 게다가 넌 그들의 호법을 죽일 정도의 실력도 갖추고 있으니 어쩌면 그들의 장로가 될 수도 있어. 넌 어떻게 생각하니?”신수민과 백지연은 이상한 표정으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신수민의 할머니가 그들을 부른 건 이태호를 풍월종에 가입시키기 위해서였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신수민의 할머니는 실망할 것이다. 예전에 그들도 이태호에게 같은 제안을 한 적이 있었지만, 이태호는 그들이 안중에도 없는 건지 전혀 흥미가 없어 보였었다.이태호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궁금한 듯 물었다.“할머님, 풍월종에 가입하라고 절 설득하실 생각이었다면 저만 불렀으면 됐을 텐데, 수민이랑 지연이는 왜 부르셨어요?”신수민의 할머니는 웃으며 대답했다.“수민이랑 지연이는 내공이 조금 낮은 편이지만 넌 연단사니까 얘들이 널 따라간다면 분명 내공을 많이 쌓을 수 있을 거야. 네가 풍월종에 가입해서 장로가 된다면 수민이랑 지연이를 파벌에 가입시키는 건 문제 되지 않을 거야.”백지연이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풍월종에 들어가든 들어가지 못하든 전 상관없어요. 저는 그냥 태호 오빠가 가는 곳에 갈 생각이에요. 전 평생 태호 오빠 여자니까요. 어쨌든 전 태호 오빠에게 딱 달라붙어 있을 거예요.”백지연은 신수민을 보며 말했다.“전 수민 언니도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해요.”신수민은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전 평생 태호 씨의 여자니까 뭐든 태호 씨의 말에 따를 거예요
지금 이태호가 선연을 얻어 성지 장로의 눈에 들어갔고 머지않아 그는 온 창란 세계에 이름을 떨칠 것이다.아마 백 년 안에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도 있다....이태호는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신수민 등 아내들과 말하고 나서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다.이번에 그는 먼저 연단술을 진급시킨 다음 내공의 경지를 돌파하고 마지막으로 단탑에 가서 제9층에 있는 보물을 가져오기로 결정했다.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신식을 사물 반지로 방출한 후 손을 가볍게 흔들자 보물 내에 있던 수십 개의 영약이 순식간에 그의 앞에 나타났다.20여 가지의 7급 영약은 다양한 빛을 발산하였고 은은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은월초, 만년주과, 옥수영액이었다.이 세 가지 8급 영약은 모두 8급 파성단을 정제하는 원재료이었다.이태호가 성왕 경지로 되려면 아직 멀었다.그는 이 세 가지 8급 영약들을 잘 보관한 후 20여 개의 7급 영약 중에서 7급 고급 단약 강진단(降塵丹)을 정제하는 원재료들을 골라냈다.강진단는 태을 영단과 비슷한 약효를 가졌고 모두 성자급 수사가 경지를 돌파할 때 사용한 영단이었다.많은 중급 연단사 7급이 연단술을 높이기 위해 강진단을 정제하였다.7급 영약들을 모으고 나서 그는 왼손을 가볍게 휘젓자 단전 내에 있는 연천로를 꺼냈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연천로가 바닥 위에 나타나자 청련 이화가 순식간에 달려갔다.찌르륵.큰불이 단로를 감싸자 단로가 순식간에 달아올랐고 주변에 뜨거운 열기가 번졌다.단로가 거의 준비되자 이태호는 손을 뻗어서 만근이나 무거운 뚜껑을 향해 잡는 시늉을 하자 뚜껑이 허공에 떠 있었다.그러고 나서 신식으로 영약들을 조종해서 단로 안에 넣은 후 뚜껑을 닫았다.연천로 안의 영약은 영화에 의해 한순간에 순수한 영액으로 되었다. 이태호는 한눈도 팔지 않고 신중한 표정으로 연천로를 바라보았다.이렇게 두 시진이 지난 후 연천로 앞에 앉은 이태호는 두 손으로 결인을 하면서 큰소리를 질렀다.“응결하라!”곧이어 그는 단로를 향해
이태호가 연장생에게 나쁜 인상을 남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연장생은 개의치 않았고 심지어 이태호가 태일종에 더 오래 있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이 광경에 선우정혁은 어안이 벙벙해졌고 동시에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다급히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허허. 대장로님께서 원하신다면 태일종에 좀 더 오래 계셔서 못난 봉주, 장로들에게 가르침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이에 연장생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웃었다.“알았네. 자네의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태일종은 어쨌든 우리 태일성지의 세력이니까. 만 년 전에 제9맥의 곽운정 사형이 성지를 떠나 천남에 와서 태일종을 세운 후로, 우리 두 곳은 그동안 자주 연락을 해왔지. 내가 모처럼 천남에 왔으니 당연히 문하 제자들에게 조언을 해줘야지.”이 말을 들은 선우정혁은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태일종은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이지만 천남은 외진 곳에 있어서 성지의 고수들이 오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만 년 전에 종문을 세울 때도 조사(祖師)가 있는 제9맥의 사람들이 많이 왔다.그 후로 종문 내의 천교 제자들은 성지에 가서 수련할 자격이 있으나 자질이 특별히 출중한 제자 외에 기타 사람들은 성왕 경지로 돌파하면 다시 천남으로 돌아와서 신임 종주나 장로로 되었다.천남은 중주에 비하면 산간벽지라 할 수 있고 영기의 농도도 매우 옅기에 성지는 천남을 개발하는 데 그다지 열정적이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일성지의 역대 종주들은 태일종을 독립시킬 생각은 없었다.적어도 지금의 상황에서 성지는 그들을 지키고 있었다.신소문처럼 독립된 종문으로 된다면 성왕이 죽어도 복수해 줄 사람이 없었다.이태호는 이런 복잡한 상황을 몰랐고 연장생이 허락한 것을 보고 마음이 놓였다.그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 중주로 갈 생각이었다.지금 그는 머지않아 곧 돌파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른다.그는 연장생을 향해 포권을 취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양해해 주셔서 감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