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진은 그냥 한 인간을 추격해서 죽이려고 했는데 이태호란 살신(殺神)을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명해성이 죽었다는 소식이 온 성공 전장에 퍼진 후 모두 이태호가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3급 성자 경지의 내공으로 5급 성자 경지의 명해성을 격살해서 명씨 가문에서 추살령까지 내렸다고 한다.그래서 수많은 내공이 5급 성자 경지의 천교들은 모두 암암리에 옆에 있는 호위나 부하들에게 절대로 이유 없이 이태호와 맞서 싸우지 말라고 분부했다.5급 성자 경지였던 명씨 가문의 소주 명해성도 단숨에 이태호에게 격살당했으니 자기와 같은 보잘것없는 실력으로 더더욱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차분한 표정으로 허공에 서 있는 이태호가 여경구를 도와주려고 작심을 한 듯 여경구의 앞에 막아섰다. 이를 본 우여진의 아름다운 얼굴에 처음으로 험상궂은 표정을 지었다.뇌택의 땅에 있는 요족 수사로서 그녀는 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이지만 성공 거수를 조종하는 능력 덕분에 5급 성자 경지 수준의 전투력을 가졌다. 일반 적수라면 그녀는 절대로 안중에도 두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하필이면 눈앞의 상대가 이태호였다.최근 이태호의 명성에 대해 이미 족인들을 통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우여진은 떨리는 가슴을 추스리고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고 나서 고개를 들고 이태호를 바라보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도우, 저는 뇌택 구미호 일족의 성녀예요. 도우의 사제는 저희 호족의 중요한 보물을 빼앗아 갔으니 돌려주셨으면 좋겠어요.”그녀는 명성이 자자한 살신 이태호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거세게 몰아붙이지 못했다.게다가 방금 이태호가 눈앞의 여경구가 그의 동문 사제라고 하였다.이태호는 미간을 찌푸리고 표정이 약간 어색한 우여진을 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음, 내 사제가 요족의 무슨 보물을 빼앗아 갔단 말이오?”이에 우여진은 그대로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한 지도 때문에 여경구를 쫓아다닌 것이었다.그 지도는 200년 전에 그 신비로운 산수(散修)가 신선으로 비승한 후 성공
여경구라도 친분이 별로 없는 동문 제자를 위해 선뜻 나서서 남과 싸우지 않을 것이다.이런 생각에 여경구는 가슴이 무거워졌다.‘이 지도를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것 같군. 신선으로 되는 기연은 역시 2급 성자급 수사인 나에게 너무 과분해...’지금 목숨을 부지하려면 오직 이 물건을 이태호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어쩌면 동문의 정을 봐서 조금이라도 챙겨주겠지.그는 속으로 결정을 내린 후 고개를 들고 이태호에게 말했다.“태호 사형, 절대로 저 요녀의 말을 믿지 마세요.이 기연을 사형에게 드리겠어요.”우여진은 여경구의 말을 듣자 눈살을 찌푸렸고 눈에서 날카로운 살기를 내뿜었다.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지금 여경구는 이미 우여진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 죽었을 것이다. 우여진은 속으로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라서 바로 여경구를 찢어버리고 상대방의 정신기를 깡그리 빨아먹고 고통스럽게 죽이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이태호가 바로 앞에 있어서 그런 용기가 없었다.여경구의 말을 들은 이태호의 마음이 흔들렸다.‘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는 기연? 요족이 이렇게 중요시하고 기어코 뺏겠다는 물건이니 정말 비승하는 것과 관련된 기연이 아니더라도 높은 가치가 있겠지.’우여진은 이태호의 약간 관심이 생기는 듯한 표정을 보자 불시에 조급해졌고 아련하고 불쌍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도우, 소주와 성녀는 제가 임무를 완성하지 못하면 요골을 뽑아버리고 만 개의 화살로 가슴을 뚫는 가혹한 벌을 주겠다고 하셨어요... 이자를 저에게 넘기면 여진이는 이 도우의 어떤 부탁이라도 들어줄 수 있어요...”마지막에 우여진은 유혹적인 말을 하면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이태호를 향해 쑥스러운 듯한 미소를 날렸다.안타깝게도 이태호는 오랫동안 신수민, 백지연과 같은 절세의 미인과 같이 지내서 이미 미색에 대해 면역력을 갖고 있었다.우여진의 가식적인 모습은 그의 눈에는 방탕한 여우에 불과했다.이태호는 추호의 흔들림도 없는 표정으로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내 앞에서 불쌍한 척하지 마오.
이태호에게 아무 수단도 방법도 통하지 않는 것을 보자 우여진의 마음이 무거워졌다.그녀는 종래로 실패한 적이 없는 매혹술이 효과가 없는 걸 알아채자 가련한 척한 표정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고 냉혹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그녀는 어두운 안색으로 이태호를 바라보면서 다시 성공 거수의 등 위에 서서 말했다.“이 도우, 정말 저런 2급 성자급 때문에 우리 요족과 적이 될 생각이에요? 이 도우가 명해성을 죽인 후 지금 명씨 가문에서 이미 추살령을 내렸어요. 심씨 가문도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황천성지에서 이 도우가 그들의 진전 제자 주용수를 죽인 것을 알고 엄청나게 진노했다는 말도 있다고요.”우여진은 여경구를 내놓으라고 이태호를 설득하려고 애썼다.여경구가 가진 그 지도는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가 남긴 전승과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성공 고전(古殿)을 여는 단서와도 관련이 있으며 신선을 비승하는 기연과도 관련이 있다.이 지도를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요족 성녀의 자리를 넘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반대로 이 지도를 가지지 못하고 요족으로 돌아가면 벌을 받을 수 있다.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발밑에 있는 성공 거수는 갑자기 난폭하게 포효를 하였고 천둥과 같은 포효소리가 별하늘에 울려 퍼졌다.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여경구는 우여진의 말을 듣고 온몸이 경직해졌다.‘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이태호가 명씨 가문의 소주 명해성과 황천성지의 진전 제자 주용수를 죽였다고? 이 두 사람은 모두 5급 성자급 천교가 아닌가? 이태호가 언제 이런 강자들을 죽일 수 있는 실력을 가지게 되었지? 성공 전장에 들어올 때 기껏해야 3급 성자 경지 초기가 아니었나?’속으로 이렇게 구시렁대는 여경구는 매우 곤혹스러웠다. 그러나 우여진의 표정을 보면 거짓은 아닌 것 같아서 그는 7~8할 정도는 믿게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이 이태호를 본 순간 그렇게 당황하고 대경실색하지 않았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여경구의 마음에 거센 파도가 일어났고 호흡도 멈춘 듯하였다. 그는 눈을
이태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우여진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그녀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고 벌레를 먹는 것처럼 괴로워했다.“좋아요. 이 도우가 저런 사람을 위해 우리 요족과 척지겠다고 하니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요.”그녀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면서 쏘아붙였다. 가슴이 오르내리는 것이 분명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분노를 꾹 참고 있는 것이었다. 다만 이태호의 무서운 전투력 때문에 덤비지 못하고 으름장만 놓을 수밖에 없었다.“우리 요족과 원수가 되면 제명에 죽지 못할 거예요.”말을 마친 우여진은 결인을 하자 크기가 산만 한 성공 거수는 곧바로 멀리 날아갔다.잠시 후에 그녀와 성공 거수는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우여진이 떠난 것을 보자 얼굴이 백지장처럼 새하얗고 입가에 피를 흐르며 생명이 위태로워진 여경구는 탁한 기운을 내뱉은 후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원래 이태호가 자기를 구하기 위해 요족과 같은 대세력과 척지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었다.그와 이태호는 친분이 별로 없는 일반 사형제의 관계였으니까.허무맹랑한 신선으로 될 수 있는 기연이라도 자신이라면 심사숙고했을 것이다.정신을 차린 여경구는 이태호를 향해 공손하게 포권을 취하면서 허리를 굽혔다.“목숨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형이 나서지 않았다면 지금 저는 백골로 되었을 겁니다.”여경구는 거짓이 아닌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우여진의 내공이 자기보다 두 경지나 높은 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이고 또 두 부하와 성공 거수가 옆에 있어서 이제 내공을 완성한 2급 경지인 그로서는 절대로 반항할 수 없었다.여경구의 감사에 이태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상대방을 향해 손을 휘젓자 보이지 않는 힘이 허리를 굽힌 여경구를 부축해서 일으켰다.“괜찮소. 같은 동문 사형제 사이에 상부상조해야죠.”이태호는 미소를 머금고 사물 반지에서 상처 치료용 단약 두 알을 꺼내고 여경구에게 던졌다.이태호의 단약을 받은 여경구는 바로 입에 넣었다.순식간에, 순수한 약효가 팽배한 영력으
이태호도 고개를 끄덕이며 채유정의 말에 동의하였다. 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담담하게 말하였다.“채 도우의 말에 일리가 있어요. 지금은 요족 수사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방금 여경구가 신선으로 비승하는 기연이 있다는 말에 이태호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참,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는 기연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요족 수사의 추격까지 받았어요?”옆에 있는 채유정도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다.그녀는 전에도 명씨 가문의 추격을 받았는데 이태호의 도움으로 살아났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은 이미 죽었을지 모른다.그녀가 명씨 가문의 추격을 받은 이유는 성공 전장에 들어온 후 우연히 지난번에 성공 전장이 열릴 때 들어온 명씨 가문 제자가 남긴 사물 반지를 발견했고 그중에서 유리선금과 관련된 단서를 얻었기 때문이다.성왕급 대능력자도 눈독을 들이는 유리선금이기에 채유정은 명씨 가문의 추격을 받게 된 것이다. 지금 눈앞의 여경구도 분명히 그때의 자기와 비슷한 상황이었다.그녀는 속으로 여경구가 발견한 기연이 자기가 당시에 얻은 유리선금과 관련된 기연과 크게 뒤지지 않으리라고 추측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요족이 끈질기게 추격하지 않았을 것이니까.더더욱 살신 이태호을 알아보고도 이태호에게 여경구를 내놓으라는 압력을 넣지 않았을 것이다.여경구는 자신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선을 느끼자 바로 사물 반지에서 옥간 하나를 꺼냈다.그는 공손히 이 자주색 옥간을 이태호에게 주면서 말했다.“태호 사형, 제가 성공 전장에 들어올 때 우연히 뇌택의 땅에서 온 요족 수사를 만났어요. 그 수사는 내공이 높지 않지만 많은 보물을 가지고 있어서...”이태호는 여경구의 이야기를 통해 이 옥간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여경구의 운도 정말 폭발적으로 좋았다.그가 성공 전장에 들어온 후 우연히 우시월이란 요족 수사를 만났는데 뇌택의 땅에 있는 청구 구미호 일족의 소주였다.뇌택의 땅에서 사는 요족은 인간 세계와 완전히 다른 질서를 갖고 있다.그쪽은 혈맥의 힘을 가장 중요시했
호족은 이번에 성공 전장에 들어온 후 몰래 그 지도를 통해 기연을 찾으려고 했는데 성공 전장에 들어서자마자 여경구를 만났고 그에게 빼앗겼다.여경구는 지도를 얻은 후 3대 성역에 들어가서 찾으려고 했지만 청구 호족의 추격을 받게 되었다.여경구의 말을 들은 후 이태호는 여경구의 폭발적으로 좋은 운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아무나 만난 요족 수사에게서 이런 기연을 얻을 수 있으니.그를 더욱 흥분하게 만든 것은 여경구의 말에 따르면, 이 기연은 수백 년 전에 창란 세계를 뒤흔든 신비로운 산수가 남긴 것이라는 것이었다.그는 태일종에서 나봉과 얘기할 때 수백 년 전에 창란 세계를 뒤흔든 신비로운 산수가 바로 그의 스승인 미친 어르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그는 자신과 대장로 등을 데리고 창란 세계에 온 소흑초도 아마 이 성공 전장에서 나온 것이고 심지어 선계와 관련이 있을 것이고 의심했다.이런 생각에 이태호는 지체할세라 이 자주색 옥간을 이마에 바짝 대고 지도에 있는 정보를 확인하였다.잠시 후에 이태호의 입술을 타고 짙은 숨결이 흘러나왔다.옥간 위에 새겨진 글씨체를 보자, 그는 단번에 이 옥간은 확실히 어르신이 남긴 필기라는 것을 알아챘다.옥간의 기록에 따르면 어르신은 북두 고성(北斗古星)에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는 기연을 찾을 수 있는 물건을 두었다고 한다. 당시에 그는 바로 이 물건을 빌어 기연을 얻고 신선으로 비승했다는 것이다.“북두 고성, 성공 고전... 보아하니 성공 전장에 많은 비밀이 숨어 있군.”이태호는 머리를 흔들고 사색을 멈춘 후 정중하게 옥간을 사물 반지에 넣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상처를 치료 중인 여경구를 보면서 차분하게 말했다.“확실히 큰 기연이네요. 여 사제, 빨리 상처를 치료하고 같이 북두 고성으로 갑시다. 보물을 발견하면 한몫 챙겨줄게요.”이태호는 절대로 탐욕스러운 사람이 아니었다. 천재지보를 발견하면 자기는 큰 몫을 챙기고 채유정과 여경구에게는 작은 몫이라도 챙겨줄 것이다.이 기연은 여경구가 발견한 것이고 자
북두 성역. 어느 캄캄한 허공의 틈새 앞에서 무수한 구천강풍과 공간 난류가 부서진 공간에서 쏟아져 나왔고 주변에 무시무시한 지수풍화(地水風火)로 구성된 장막을 형성하였다.지금 허공의 틈새 앞에서 우여진이 땅에 엎드려 있었다. 그녀는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었고 지극히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주변에 10여 명의 짙은 요기를 내뿜은 요족 수사들이 태연스러운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있는 우여진을 훑어보았다.이 중에 무표정으로 바라보는 자가 있고 조소와 멸시로 찬 눈빛으로 바라보는 자도 있었다.하지만 예외 없이 나서서 그녀를 도와주는 자가 없었다.일시에 현장의 분위기기가 아주 기괴하였다.우여진이 무릎을 꿇은 지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고 있을 때 매력적이면서도 굵은 목소리가 허공 틈새에서 전해왔다.“실패했어?”이어서 준수한 외모에 이마에 뿔이 달린 남성이 허공 틈새에서 난폭하게 휘몰아친 구천강풍과 공간 난류를 무시하고 느긋느긋하게 걸어 나왔다.이자는 키가 8척이고 체구가 건장하며 얼굴의 윤곽이 뚜렷하고 날카로운 눈썹과 별처럼 밝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사람의 마음을 꿰뚫을 수 있는 것처럼 예리했다.그는 황금빛 장포를 휘둘렀고 구름이 수놓은 장화를 신었으며 금발은 비취 비녀로 가볍게 올렸고 몇 오리의 머리카락은 이마 앞에 드리워졌는데 바람에 가볍게 흩날렸다. 진중하고 의젓한 걸음걸이에서 지위가 높은 권력자의 기세를 느낄 수 있었다.우여진의 앞에 도착한 후, 오수혁은 앉아서 그녀의 턱을 살짝 잡으면서 실망스러운 듯한 말투로 말했다.“정말 실망이군. 고작 2급 성자 경지의 수사도 잡아 올 수 없다니. 네가 정말 청구 호족의 천교라는 것이 믿기 어렵군.”“이태자, 저의 잘못이 아닙니다. 중간에 이태호가 갑자기 나타나서 간섭을 한 바람에 저희 청구 호족의 두 자제도 죽었습니다...”우여진은 얼굴에 공포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눈앞의 오수혁이 얼마나 냉혹한지 알고 있었다.지금 뇌택의 땅에서 젊은 세대, 심지어 윗세대도 오수혁을 따랐다.
요족에서 지위의 격차가 바로 이렇게 분명하게 나타났다.강대한 실력이 있으면 모든 요족을 통치하는 요황으로 될 수 있다.하지만 실력이 없다면 요황의 발밑에 엎드려야 하고 고개를 들 자격조차 없을 수 있다.우여진이 놀란 토끼처럼 벌벌 떨고 있는 것을 보자 오수혁은 입꼬리를 올리면서 상대방의 매끈한 턱을 가볍게 어루만지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응? 이태호?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름이네.”그의 말이 끝나자 옆에서 우람한 체구에 산처럼 건장한 남자가 나서서 말했다.“이태자, 얼마전에 황천성지의 주용수와 명씨 가문의 소주 명해성을 죽인 수사입니다. 이 인간이 3급 성자 경지의 내공으로 5급 성자급 수사를 죽여서 성공 전장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고 합니다.”이 말을 듣자 오수혁은 그제야 생각났다는 표정을 지었다.“그 사람이었어?”그래서 다시 고개를 돌려 우여진을 바라보면서 싱긋 웃으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그렇다면 오늘 네 요골을 뽑지는 않을게.”요골을 뽑는 것은 요족 수사에 대한 가장 가혹한 형벌과 다름없었다. 이런 혹형을 감당할 수 있는 요족 수사가 없을 것이다. 요골을 뽑은 요족 수사는 내공이 정체되고 영원히 정진할 수 없게 된다.참혹한 형벌을 피한 우여진은 드디어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작은 입을 벌리면서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셨다.그러나 오수혁의 목소리가 우여진의 귓가에 울려 퍼졌을 때 그녀는 상고 시대의 빙원에 있는 것처럼 아름다운 얼굴이 순식간에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고 이마에서 콩알만 한 식은땀이 맺혔다.“그러나 호족은 성공 고전에 관한 단서가 있으면서 보고하지 않았어. 청구 호족이 딴마음을 품고 있으니, 내가 어찌 안심할 수 있겠는가?”오수혁은 담담한 말투로 말하면서 우여진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황금색 눈동자는 뱀처럼 지극히 차가운 빛을 발산했고 7급 성자 경지의 기운은 난폭한 태풍처럼 무자비하게 우여진을 향해 덮쳤고 짓눌렀다.아연실색한 우여진은 공포에 질려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면서 빌었다.“이, 이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