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어!"신수민이 허락하자 이태호는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흥분하지 말고 조심히 운전해!"신수민은 예쁘게 눈을 흘겼다. "요즘 너무 바빴어. 여보, 우리 돌아가면 외식하러 가자.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그러자!"이태호가 웃으면서 대답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도착했다."엄마, 엄마!"이태호와 신수민이 현관에 들어서자, 신은재가 웃으면서 달려와 신수민의 품으로 파고들었다.신수민은 신은재를 안아 들고 볼에 쪽 소리 나게 뽀뽀했다. "우리 은재 오늘 착했어?""착했어! 엄마, 오늘 아빠가 나 데리고 저기 놀이터에 놀러 갔는데 엄청 재밌었어!"신은재는 천진난만하게 말했다."응, 좋았겠다!"신수민은 딸이 이태호와 사이좋게 지내는 걸 보고 충족감을 느꼈다.자신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고 고집스레 견뎌낸 보람이 있었다.오늘의 일로 통해 신수민은 이태호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고 그가 절대 평범하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어느새인가 그의 마음은 이미 이태호를 받아들였다."아버지 어머니, 수민이가 외식하러 가자고 했어요. 우리 맛있는 거 많이 먹어요."이태호는 웃으면서 마중 나온 연초월과 이태식을 바라보며 말했다."허허 좋아! 그럼, 샤부샤부는 어떠냐? 날씨도 쌀쌀해졌고 먹은 지도 오래됐잖아!"이태식은 기분 좋게 웃으면서 추천했다.옆에 있던 연초월이 이태식에게 눈을 흘겼다. "샤부샤부를 그렇게나 먹고 싶었어요? 오늘은 수민이가 먹고 싶은 거로 먹어요."신수민은 웃으면서 말했다. "아버지 어머니, 샤부샤부 안 먹은 지 정말 오래됐네요. 갑자기 먹고 싶어졌어요!""봤지? 새아기도 샤부샤부를 먹고 싶단다!"이태식이 허허 웃었다.잠시 후 이태호네 가족은 화기애애하게 샤부샤부 가게로 향했다.같은 시각, 술에 잔뜩 취한 이영호는 얼굴이 잿빛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영호야, 무슨 일이야? 왜 술을 이렇게나 많이 마신 거야?"이영호가 들어오는 것을 본 이씨 집안 가주 이우천이 물었다.이영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버지
이영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오전에 신수민이 와서 계약을 해제시킬 때부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아직 흑자인 항목까지 중지시켰으니까요. 이제야 알겠어요. 그녀는 이미 다 알고 있는 게 분명해요!""영호야, 도대체 무슨 말이야? 파산이라니?"이우천은 얼굴을 굳혔다. 그는 아들의 실력을 믿고 이씨 집안의 산업을 거의 다 아들한테 맡겼다. 이영호가 오늘 갑자기 이런 말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영호는 인제야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아버지, 지금 제갈씨 집안, 용씨 집안, 성주부가 연합해서 우리 회사를 억압하고 있어요. 우리와 합작하는 사람이 없어서 많은 공정이 중지됐어요. 하청업자들도 몰려와서 결재해달라고 난리예요. 어디서 그 많은 돈을 구해와요!"이 말을 듣고 이우천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런 예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서로 이익 관계가 있으므로 우리 가문을 억압한다고 할 때 모두 다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언제 이 사람들을 건드린 거야? 어떻게 한꺼번에 백씨 집안, 제갈씨 집안, 용씨 집안의 미움을 모두 산 거야?"이우천은 이영호에게 물었다.아들이 상대방을 건드린 것 외에는 짐작 가는 다른 이유가 없었다.이영호는 억울했다. "아버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오후에 선물을 들고 방문해서 이유를 알아내고 싶었는데, 아예 만나주지를 않아요.""그럼, 최근에 미움을 산 사람이 있어?"이우천은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이렇게 되면 이씨 집안의 산업은 마비되고 자금 조달이 막혀서 파산될 것이다.한순간에 거지 신세가 되게 생겼다.얼마 전에 산업 규모를 확대하려고 새로운 공장을 건설했고 새로운 가게도 개점했다. 이렇게 되면 어디 살 길이 남았는가?이영호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버지 최근엔 딱 한 명만 건드렸는데, 신수민의 남편 이태호예요. 그 사람 빼고 다른 사람은 없어요!""그럴 리가? 그 가문들이 그 사람 대신 나설 수 있을 정도로 사이가 좋은 건가?"
"자기야, 당신 너무 아름다워!"이태호는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를 바라보며 마음속은 이미 불 지르듯 뜨거워 났다. 그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품으로 안았다.그가 돌아온 지 며칠 되어 신수민은 드디어 마음속의 경계를 내려놓고 그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신수민은 이태호에게 안기며 마음속으로는 무척 긴장되었다. 그도 이태호를 꽉 안으며 속삭였다."당신, 좀 이따 부드럽게 해!""걱정하지 마, 꼭 부드럽게 할게!"이태호는 부드럽게 웃는 얼굴로 침대 위로 누우며 신수민에게 말했다."나의 아내, 당신은 지금 한잔의 아름다운 술과 같아 천천히 자세히 음미해야 해!""아이참!"신수민은 볼이 빨개져 고개를 한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이태호는 그녀의 목에 입술을 내렸다.곧 방안의 달빛마저도 뜨겁게 달아올랐다.이튿날 아침, 이태호가 눈을 뜨자 이미 늦은 시간이었고 신수민은 여전히 그의 옆에 누워있었다.그가 참지 못해 그녀의 얼굴에 키스하자 그녀는 인제야 눈을 떴다.신수민은 눈을 뜬 후 입가에 달콤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 나쁜 놈, 어젯밤 두 번이나 괴롭혀서 너무 힘들어 일어설 수가 없을 것 같아!"이태호는 부끄러워하며 말했다."당신이 너무 아름답고 어젯밤 너무 편해서 참지 못 해 한 번 더 하게 됐어. 사실 나 지금도 하고 싶어!"신수민은 깜짝 놀라 말했다."아니, 지금 시간이 너무 늦었어, 나 조금 있다 일어날 거야. 아이, 오늘 회사에 별일 없어서 출근 안 할 거야. 하루 쉴 겸 은재랑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그래, 그럼 나 일어날게!"이태호는 벌써 열 시인 것을 확인하고 바로 일어났다.신수민은 이태호의 복근을 보고 멍때리며 말했다."네 이놈, 옷 입었을 땐 근육 별로 없는 것 같았는데, 옷을 벗으니, 근육이 참 많네!""어때? 자기 좋아해?"이태호는 달콤하게 웃으며 생각했다. 그땐 술에 너무 취하여 이튿날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비록 은재가 벌써 네 살이지만, 어젯밤이 둘 사이 진정한 의미의 한 몸이 되는 것이고,
이 시각, 하씨 집안은 난리가 났다."젠장, 하룻밤 사이에 이씨 집안 사람들 모두 도망갔어. 아직 결제 안 해준 돈이 엄청 많은데 그걸 다 어째?" 하현우의 아버지 하창민은 몹시 분했다.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것은, 하씨 집안이 오늘날 수억의 부를 창조해 낸 것은 모두 이씨 집안의 협조가 있어서였다. 그들은 이씨 집안의 대리 가공 공장과도 같은 곳인데 이씨 집안의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으니 하씨 집안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제일 관건이 되는 문제는 바로 적지 않은 돈이 이씨 집안에 있다는 것이다."아빠, 이게 뭔 상황이에요? 이씨 집안 사람들이 왜 갑자기 사라진 거예요?"하현우도 놀랐는지 얼굴이 창백해졌다. 요즘 킬러를 구하는 데 돈을 써 자금이 바닥났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이씨 집안과 정산하는 날짜라 그때 돈을 받으면 다시 숨 쉴 수 있는 구멍이 생긴다.그런데 이런 때 이씨 집안이 모두 달아나면 우리 하씨 집안은 완전히 망하는 게 아닌가?"용씨 집안, 제갈씨 집안, 백씨 집안이 갑자기 이씨 집안의 숨통을 조여오기 시작했어. 그러자 제갈씨 집안과 백씨 집안과 사이좋은 업체들이 갑자기 이씨 집안과의 합작을 포기했어. 그러다 보니 이씨 집안은 파산하게 되고 이 씨 부자는 어제 달아났지!"하창민은 입술을 꽉 깨물고 무언가를 고민하더니 뭐가 떠올랐는지 하현우 보고 말했다. "현우야, 우리는 어떡하지? 우리 손에 있는 돈으로 직원들 월급 줄 수 있을까? 방법이 없으면 우리도 도망갈까?"계단을 내려오던 정희주가 부자지간의 대화를 듣더니 놀라서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하현우의 몸이 아직 완전히 치료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녀는 젊은 나이에 배우자를 잃은 신세가 되어 요즘 기분이 좋지 않았다.그런데 또 이런 소식까지 듣게 되니 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가까이 걸어가서 말했다. "아니죠? 우리 도망쳐야 할 정도예요? 아버님, 우리 돈 하나도 없어요?"하창민은 고개를 돌리더니 화가 난 얼굴로 정희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다 너 때문이
"그게 무슨 말이야? 어떻게 된 일이야?"그제야 하창민은 보배 아들이 이태호에게 따로 보복을 당했다는 걸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지켜보던 정회주는 되려 조롱하는 어조로 말을 붙였다."이 사람 앞으로 애도 못 낳아요, 아버지."정희주가 직설적으로 표달하진 않았지만 하창민은 그 말의 의미를 눈치챘다."이태호 이 자식, 뒤질라고 애를 쓰는구만."하창민은 허벅지를 두드리곤 이내 말을 이었다."그 놈이 실력이 너무나도 강해서 너 하나로는 감당이 안 될거야, 설령 우리 하씨 집안 경호원을 이끌고 간다고 해도 본전도 못 찾을 거고."하현우가 답했다."그래서 킬러들을 고용한 거잖아요, 아, 어제 아침에 이도련님이 킬러들이 벌써 다 도착한 상태라 이틀 내에 이태호를 잡으로 간다고 했어요, 킬러 조직에선 극히 공포스러운 존재로 불린다는 육급 킬러들로 모셨는 걸요, 저는 이태호 죽는 모습을 꼭 지켜봐야 분이 풀릴 것 같으니까 일단 도망가지 않고 기다릴 거예요."하창민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고정자산들을 모두 팔아버리도록 해, 그래야 파산을 당하더라도 빚의 어느 정도는 메울 수 잇고 비참한 처지는 모면할 수 있잖아, 참, 며칠 전에 너희들이 전액으로 구매한 별장도 싼 값에 내놓도록 해."절대 그의 말을 찬성할 수 없었던 정희주는 식식거리며 말했다."아버지,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그건 저와 현우의 신혼집이잖아요, 입주도 채 못 한 상황인데 어떻게 팔라는 말씀을 하세요? 팔아 버리면 우리는 이후에 어디서 살아요?""우린 월세든 전세든 먼저 얻어서 살아야지, 너희들 차도 팔아, 안 그러면 빚쟁이들이 우리를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경호원들과 하인들은 몇 명만 남기고 나머지는 월급을 전액 지원한 다음에 해고하도록 해."하창민은 계속 뒤처리를 지시하고 있었다."아버지, 그러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돈도 없는데다 빚만 왕창 떠 안게 되는 거예요? 우리 거지랑 뭐가 달라요? 아니 시집 와서 풍요로운 삶을 아직 누려보지도 못 했는데 이제부
비병소리와 함께 넘어진 정희주는 곧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서 하현우에게 노발대발했다."어떻게 여자를 때려? 그러고도 남자야? 참 찌질하기도 하지, 어휴, 널 선택한 내가 한심해 미치겠어, 그때 그냥 이태호를 골랐으면 오늘날 호화로운 인생도 살고 얼마나 평탄했겠어? 돈으로 내 생활의 질을 높여주지도 못하는 주제에 하다하다 여자까지 때려?"하현우는 그녀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내가 널 죽여 버리고 싶은 걸 참고 있는 중이거든, 그리고 전에 샀던 별장하고 정원에 세워 있는 저 외제차도 다 우리 집안 명의로 산 거니까 하나도 못 가져가, 그러니까 넌 몸만 챙겨서 빨리 꺼져.""너......"나갈 때 몇 천만원의 값어치가 되는 그 자동차를 운전하려고 했던 정희주는하현우의 말을 듣자 진저리가 날 정도로 화가 났다.심사숙고 끝에 그녀는 가방에서 차키를 꺼내 땅에 던져 버렸다."어이가 없어서 원, 웬만한 남자들을 홀릴 외모를 가진 내가 뭐가 아쉽다고 그깟 차를 대수로워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너 아니여도 돈 많은 남자는 널리고도 널렸어."정희주는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아 바로 자리를 떠났다.그래도 혹시 하현우가 또 한 번 발로 걷어 찰게 신경 쓰였던 그녀는 발길을 옮기면서도 뒤를 힐끔힐끔 쳐다 보았다."가주님, 큰 일 났어요."정희주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집사인 중년 남자가 뛰어 들어왔다.하창민은 뜻밖에도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며 쓴웃음을 지었다."나도 알아, 우리가 망했다는 거, 팔 거 있으면 다 팔아 버려, 이씨네가 너무 괘씸하기도 하지, 어쩜 한마디도 없이 그렇게 나몰라라 튈 수가 있어, 분명 모든 유동자금을 미리 빼돌렸을 거야."그러나 집사는 다른 이야기를 일렀다."제가 말하려는 건 그게 아니에요, 이씨네가 도망친 것 외에 구씨네 사람이 용의당 손에 참살당했대요, 하인과 경호원들만 살려 두고 구씨네 자산을 몽땅 점령해 버렸대요.""쓰읍!"하창민은 숨을 한 번 들이켰다."헉, 사실이야? 용의당이 왜 갑자기 구씨네를 노린 거지
"응, 그래."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곤 신씨네 집 방향으로 운전하고 있었다.곧장 신씨네로 도착했다.그 시간 거실에서는 신승민과 신민석은 물론이고신수연, 신영식 그리고 소지민을 포함한 다른 가족들 모두 모여 있었다."행동 좀 빨리 빨리 하지? 우리 모두가 너희들만 기다리고 있었잖아."이태호를 보자 신민석은 귀찮은 어조로 입을 열었다.그날 밤 이태호가 파 놓은 구렁텅이에 뛰어 들었으니 당연히 기분이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다음 날 가영에게 전화를 해서 따져 물었는데 그녀가 하는 말이 술에 너무 취해 화장실에 쓰러져 있었고 휴대폰은 배터리가 다 돼서 전화를 못 받은거라고 했다.이게 다 거짓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신영신은 그냥 넘어가야만 했다.허나 이태호에게서 구천만원을 받은 그녀는 의리는 있어가지고 한 팀인 다른 여자들에게 구백만원을 주머니에 넣어 주며 비밀로 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양심에 찔리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다영과 소영은 구백만원이라는 돈이 떡하니 생겼으니 자연스레 기분이 좋아졌던 것이다.다만 요며칠 신영식은 돈도 없는데다 그날 밤 이태호의 함정에 빠졌는데 본전도 못 찾은 건 그렇다 쳐도 이태호와 신수민에 대한 어르신의 믿음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게 더 불만이었다.더욱이 제갈용녀와 연락이라도 닿을려고 온갖 수를 다 써봤지만 돌아오는 건 무시였다. 여자의 등을 뽑아 먹으려는 희망도 짓밝혀 버렸으니 더더욱 불쾌했던 것이다.이태호는 그날 밤일로 뼈에 사무치게 약이 올라 있는 신영식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어르신에게 입을 열었다."할머니, 저 때문에 다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너무 죄송해요, 조금 먼 곳에서 쇼핑하고 있던터라 빨리 오질 못했어요."신씨네 어르신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괜찮네, 저쪽에 자리가 있으니까 얼른 가서 앉게, 다들 온 지 몇분도 안 됐는데 뭐, 천천히 해도 돼."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수민과 신은재를 데리고 자리에 착석했다.앞쪽에 배치돼 있는 자리를 보니 본인들이 신씨 집안에서의 지위가 어느정도
어르신이 하는 말을 들은 사람들 모두 통일된 동작으로 이토록 높은 고견이 있는 신수민에게 눈길이 닿았다.신수민은 그저 미소를 지었다."아, 할머니 그건 백씨네 아가씨와 이태호가 사이가 좋으니까 우리한테 혹여 불통이 튈까 미리 통보를 해 준거에요."어르신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런 거였구나, 백씨네와 우호한 관계를 맺는 건 아주 좋은 일이지."이태호도 웃으며 말했다."그럼요, 그냥 일반적인 우호 관계를 넘어서서 끈끈하기까지 한 걸요, 제 전화 한 통이면 백성주님이 한 걸음에 달려 올 수도 있어요.""큰 소리 치긴!"신민석은 이태호를 경멸스럽게 쳐다보며 말을 덧붙였다."칭찬 좀 받았다고 너무 기어오르는 거 아니야? 백씨 아가씨가 눈이 멀어 너한테 마음이 있다고 한 들 성주님이 뭐 허락할 것 같아? 신분과 지위의 차이가 퍽이나 큰데다 감옥도 갔다 온 너까짓게 백씨 아가씨와 어울릴 것 같아? 니 처지가 어떤 지나 보면서 큰 소리 쳐."이태호는 썰렁하게 비웃고 있었다."아이고, 적어도 아가씨가 내가 좋다고 주동적으로 따라다니기라도 하지, 누구는 얼굴에 철판을 깔았는지 제갈네 아가씨가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데도 뒤꽁무늬로 쫓아 다니니 그게 더 쪽팔린 거 아닌가?""너, 무슨 헛소리야? 내가 언제?"체면이 깎인 신민석은 변명에 나섰다.이태호는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정말 그런 적 없어? 오늘 아침에 아가씨가 신민석이라는 사람이 잠에서 깨났냐는 둥, 잠에 들었냐는 둥, 밥을 사주겠다는 둥, 가방을 사주겠다는 둥 하면서 자꾸 질척거려가지고 짜증나 죽겠다고 막 푸념을 늘어 놓았거든, 이 장본인이 너 아니야?""너..."신민석은 자신은 본체만체하면서 문자도 읽씹하던 아가씨가 이태호에게는 뭐든 다 털어 놓으니 너무 화가 나 이를 악물었다."그만들 해, 이씨네 집안일은 이쯤하면 끝났고 다음으로는 구씨네에서 벌어진 일이네."어르신이 그들의 말다툼을 끊으며 말을 이었다."무슨 이유 때문인지 용의당 사람들이 어제 하인과 투항한 경호원들을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마어마한 기운이 밀물처럼 주변 수십 리의 구역을 뒤덮었다.이어서 얼어붙은 공간 내에 갑자기 높이가 수 장(丈)이나 되는 공간 틈새가 나타났다.은백색의 보선(寶船)이 공간 틈새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그다지 크지 않은 보선의 앞머리에는 해, 달, 별, 구름 등 문양이 수놓인 흰 장포를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나이는 예순 정도로 보이고 백발이지만 혈기왕성해 보였다.이 노인이 바로 태일성지의 대장로 연장생이었다.그가 성지 종문의 대전 내에서 이태호가 선연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곧바로 자음진인에게 천남에 와서 이태호를 보호하겠다고 청했다.태일성지에서 출발한 후 그는 수십 만리나 넘을 수 있는 전송진을 거쳐서 천남 지역에 도착했다.천남에 이른 후 연장생은 신식을 방출해서 성공 전장에서 천남에 내려오는 착륙지를 수색하다가 마침 육무겸과 풍석천이 이태호를 협공한 장면을 포착해서 주저하지 않고 공간을 찢고 나타난 것이었다.다행히 그는 이태호가 다치기 전에 도착했다.다채로운 보선을 조종해서 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은 살기등등한 풍석천이 이태호의 코앞까지 접근한 것을 보자 안색이 음침하기 그지없었다.다음 순간, 그의 몸에서 천지를 압도하는 공포스러운 위압을 발산했고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를 붕괴하게 할 수 있는 기운이 퍼져 나왔다.이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 풍석천은 대경실색했고 목소리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떨렸다.“성...성황?!”성왕급 수사인 자신으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낄 수 있고 공간을 봉쇄할 수 있는 것은 성황급 대능력자가 틀림이 없었다.지금 천남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선우정혁도 7급 성자급 수사에 불과했다.그리고 상대방의 말에서 눈앞의 은발 노인은 태일성지의 사람이 분명했다.순식간에 풍석천의 등골에 식은땀이 났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그가 육무겸과 손잡아서 이태호를 공격하는 것은 태일성지가 움직이기 전에 이태호가 대능력자로 성장하지 못하게 죽이려는 것이었다.그러나 태일성지의 움직임이 이렇게 빠를
선우정혁은 이제야 비로소 육무겸과 풍석천의 속셈을 꿰뚫어보았다.그는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감히 우리 태일종의 제자에게 손을 대다니. 죽을 작정이로군! 지금 이태호는 태일성지의 제자인데 네놈들이 그의 털끝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신소문과 풍씨 가문은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거야!”선우정혁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갑작스레 공격을 진행한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일반적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에 먼저 친분을 쌓기 위해 너도나도 친한 척하지 않은가.진선 정혈을 얻은 이태호는 백년도 안 된 사이에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두 사람은 친분을 쌓기는커녕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주변에 있는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어리석다는 듯 흘겨보았다.육무겸은 선우정혁의 말을 듣고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우리 신소문만 이태호를 죽이려는 게 아니다. 이놈은 하늘이 높은 줄도 모르고 여러 성지에 미운털이 박혀서 내가 대신해서 처리해 주는 거야.”이에 선우정혁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붉은 빛이 번쩍이는 최상급 영보를 손에 쥐었다.한편으로, 허공 통로에서 막 걸어 나온 이태호는 선우정혁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강렬한 살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느꼈다.이어서 무서운 성왕급 기운이 밀물처럼 자신을 향해 엄습해 오면서 마치 큰 산의 제압을 받은 것 같았다.그가 반응했을 때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은 싸늘하게 웃으면서 덮쳐왔다.‘위험해!’위험을 느낀 이태호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현황봉과 청광순, 그리고 성왕 호신부를 꺼냈다.이미 눈앞에 다가온 풍석천은 이를 보고 하찮게 여기는 표정으로 말했다.“고작 방어 영보로 성왕급 수사의 공격을 막겠단 거냐?”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주먹은 이미 현황봉을 향해 날아갔다.펑. 풍석천이 날린 주먹 한 방에 현황봉이 바로 날아갔다. 예전부터 줄곧 철벽 같은 방어장벽을 만들던 현황봉에 주먹 자국이 생겼고 빽빽한 균열이 나타났으며 원래 넘쳐흘렀던 영광은 순식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