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전왕님, 시간이 되시면 저희 집으로 가시죠. 이건 우리 집안의 방문장이니 꼭 받아주세요!"적지 않은 명문가는 순간 흥분하기 시작했다.서규산은 50살이 넘었지만 보기에는 여전히 위풍당당한 모습이었고 네모난 국자 모양의 얼굴은 생기로 흘러넘치고 기세가 매우 당당했다.그는 미소 지으며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적지 않은 젊은 여자들은 그의 모습을 보고 연신 비명소리를 지르며 흥분을 금치 못했다.서규산은 이내 뭇사람들의 앞에 다가왔다."여러분은 그만 배웅하고 몇몇 사람들만 따라오면 되오. 나 서규산은 이리 많은 사람들의 보호가 필요 없소!"서규산은 무기를 들고 있는 특수 부대를 보고 절로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의 중년 남자를 보고 말했다."알겠어요.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갈게요!"중년 남자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그제야 특수부대를 이끌고 자리를 떴다."백씨 집안사람은 어디 있소?"상대방이 떠나간 후 서규산은 소리 질렀다."여기요, 서전왕, 저는 태성시 성주부의 성주 백진수라 합니다!""여기는 내 동생 백진운이고요!"백진수는 백진운과 백지연을 비롯한 백씨 집안사람들을 이끌고 달려오더니 서전왕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는데 다들 감히 얼굴을 들지 못했다.백진운은 즉시 앞으로 다가와 서규산의 면전에 풀썩 무릎 꿇으며 말했다."서 전왕께서 제 아들딸들을 구해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서전왕께서 분부하신 일이라면 저 백진운은 칼 산에 오르고 불 바다에 뛰어들지라도 눈썹 한번 찡그리지 않을 거예요!"하지만 서규산은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저 국외 세력들이 확실히 좀 날뛰기는 했소. 게다가 나도 부탁을 받아서 사람을 구하러 간 거니 응당해야 하는 일에 불과하오!"말을 마친 서규산은 저도 모르게 사람 무리들을 보며 기웃거렸다."오늘 내 어린 친구 이태호가 왔는지 모르겠군!"백진수는 속으로 감탄하며 과연 서전왕이 이태호랑 아는 사이니까 오자마자 이태호의 소식을 묻는구나라고 생각했다.그는 즉시 저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저기 두
"서전왕님, 이건 백씨 집안 방문장이오니 누여겨 봐주셨으면 합니다. 가능하시면 식사와 잠자리를 저희가 안배할 수 있게 허락해 주시는 게 어떨까요?"백진수는 깍듯이 허리를 굽혀 방문장을 건넸다.태성에서 최고의 세력을 지닌 성주부의 주인으로써 서전왕이 방문장을 받아 들임과 동시에 단 한 번만이라도 식사를 함께 하거나 하룻밤을 백씨네에서 보내주면 그 또한 백씨의 위엄을 증명해 주는 자랑거리였다.그러나 서규산이 혹시나 본인이 건넨 방문장을 거절한 채 다른 집안 방문장을 받아 들이는 날엔 쪽팔리는 일이었으니 지금의 백진수는 몹시 긴장해하고 있었다.잠시 후 고민에 잠겨 있던 서규산이 넙쭉 방문장을 받아 왔다."그렇지 않아도 태성에서 며칠 묵어야 되는데, 그럼 이 기간 동안 성주부의 신세를 좀 져야 되겠네요,""저희가 더 영광입니다."백진수는 행복에 겨워 흥분한 나머지 말하는 목소리마저 떨리고 있었다.백지연도 흐뭇해졌다."다들 왜 아직도 무릎 꿇고 계세요? 어서 일어나세요."서규산을 껄껄 웃으며 백진수를 따라 앞으로 걸어가다 보니경호원들로 인해 가로막히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방문장을 쥔 손을 뻗고 있었다.수많은 방문장들을 받아 줄순 있지만 어느 집에 방문할 지는 아직 정하지 못한 서규산은 담담하게 웃으며백진수에게 조심스레 물었다."일류 명문 집안의 방문장들은 예의상 몇개 정도는 받아야 하니 가르켜 주시면 감사하겠네요."백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서규산은 일류 명문 집안인 용씨네, 제갈네, 방씨네를 비롯해 또 예외로 세 장을 받아 들였다.어쨌든 본인 집에 방문해서 식사를 하던, 담화를 나누던, 뭘 하든 영광스러운 일이었으니, 그럴 회망이 있게 됐단 것만으로도 서규산에게 방문장을 건네 준 사람들은 흥분하기 그지 없었다.그렇게 이태호가 있는 곳까지 걸어온 서규산은신씨네 집안과 함께 손을 뻗고 있는 사람들이 수두룩 했지만그저 담담하게 웃으며 신수민 손에 있던 방문장을 넘겨 받고 백진수의 차에 올라탔다."여러분, 서전왕님께서 저희 백씨 집안 초
신수민은 한참 멍하니 서 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태호를 쳐다보았다."진짜야, 언니, 이거 진짜야! 몇몇 안 되는 방문장에서 우리가 뽑힐 확율이 높아지는 거잖아!"이태호가 답하기도 전에 신수연은 격분해하고 있었다."너무 잘 된 일이잖아, 우리꺼를 가져 갔다니! 받았다는 것만으로 성대한 일이야."처음 이러한 인물과 접해 보는 신수민도 펄쩍펄쩍 날뛰고 있었다.서전왕 같은 영웅이 방문한다고 하면 백여개의 도시가 존재하는 남군에서 자그마하기 그지 없는 태성시의 사람들은 물론이고설령 남군 군주라도 깍듯이 모셔야 하는 인물인 것이다.이 모든 걸 보고도 이태호는 그저 평온한 웃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서전왕이 소전의 스승이 바로 본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백가와 소령을 호송한다는 빌미로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서 찾아 왔다는 것과 소전도 몰래 자신을 찾아 뵈려고 왔다는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본인이 태성에 없었으면 서전왕은 얼굴을 비치지 않았을 것이고 제자인 소전도 슬금슬금 따라오지도 않았을 것이다."서전왕이 신씨네건 받으면서 우리건 안 받았다 이거지, 괘씸해 죽겠네."서전왕과 백씨네가 자리를 떠나자 서문옥은 화가 치밀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그러자 서지강이 입을 열었다."서전왕이 신수민의 얼굴에 반해서 받아 준거 아닐까? 제갈네와 용씨네 것도 제갈용녀와 용지혜 손에서 받아 왔잖아, 내가 볼땐 미녀를 좋아하는 남자의 심리는 다 똑같은 거야,"서지강이 얼떨결에 내뱉은 말에 서문옥은 얼굴색이 흐려졌다."그러니까 내가 못났다는 거야? 전에는 내가 쟤네들보다 훨씬 더 예쁘다며?""그럼, 자기가 저여자애들보다 훨씬 더 예쁘지!"말실수를 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서지강은 마음속으로는 사실 다른 명문 집안 아가씨들과 비교했을 때 서문옥은 말로 설명이 안 되는 묘한 느낌이 딸린다고 여기고 있었다.게다가 서문옥은 외모로는 훌륭하긴 하나 가슴이 평평하고 욱하면 화를 자주 내는 성질에 집안끼리 사업교류가 없었으면 진작에 다른 여자를 택했을 것이다.
"언니, 형부, 얼른 할머니한테 가서 이 뜻깊은 소식을 전해 주자, 엄청 좋아하실 거야."신수연은 이태호와 신수민에게 감정이 고조된 어조로 말을 하고 있었다.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곤 곧장 신씨네로 향했다.같은 시간 민속촌에 있던 서의당의 당주 전창민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전다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아버지의 전화가 걸려 오자 전다민은 나씨 아줌마에게 물었다."어떡해요? 신전 주인님이 아버지한테 내가 납치된거라고 해라고 했었는데 그럼 전화를 받으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나씨 아줌마는 쓴웃음을 지었다."맞아, 신전 주인님의 명대로 해, 이따가 내가 전화할 테니까 너는 받지 않는 게 좋겠어, 오후에 심심하면 나가서 쇼핑하다가 저녁에 성문 앞에 가서 신전 주인님이 오기를 기다리면 돼, 당주님은 내가 모셔가도록 할 게."쇼핑해도 된다는 말에 전다민은 몹시 신났다."정말 나가 놀아도 돼? 태성에는 고대 건물이 많기로 유명하다는데 제대로 구경해 봐야지, 그럼 나 갈게."전다민은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부재중 음이 끝나자 나씨 아줌마는 전창민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아줌마, 어떻게 된 거야? 다민이가 전화를 안 받네? 휴대폰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거야?"전창민은 나씨 아줌마의 전화를 받고 나서 조급한 마음으로 딸의 안부를 묻고 있었다.나씨 아줌마는 담담하게 웃었다."당주님, 큰 일 났어요, 이태호 실력이 장난이 아니에요, 저보다도 훨씬 강해요, 어제 저를 죽이지 않고 중상만 입혀 놓았어요, 근데 불행한 소식은 다민이가 잡혀 갔어요.""뭐!"전창민은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아줌마 목숨을 살려 두면서 왜 내 딸을 납치해 간 건데?"그는 뭔가가 떠오른 듯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우리 딸이 젊고 예뻐서 나쁜 짓이라도 하려는 거 아니야? 틀림없이 여자를 밝히는 그런 쓰레기 일거야, 우리 딸 처녀몸도 잃고 인생이 끝나 버리게 됐잖아."별 상상을 다 하는 당주님의 말을 듣고 진땀이 나던 아줌마는과한 걱정을 덜어 주려고 이내 위로하고 있었다."
전창민은 화가 치밀어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그 놈 감히 내 딸을 납치하는 것도 모잘라 나를 협박하다니 간댕이가 많이 부은 모양이구나, 그래, 사람들 데려가서 본때를 보여주도록 하지."비록 위풍당당한 말을 남기긴 했지만 여전히 걱정이 앞섰다."근데 나더러 구출하라고 했으니까 목숨이야 살려 두겠지만, 외모도 특출난 내 딸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잖아."이런 망측한 말을 신전 주인이 듣기라도 했으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아줌마는 어이가 없었다. 신전 주인님을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는 거야?어젯 밤 한 번밖에 뵙진 못했지만 주인님은 그런 늑대와는 거리가 먼 정의로운 사람이었다."아줌마, 실력이 어느 정도야? 삼급 기사인 아줌마도 상대가 안 되는 거면 대체 몇급정도인거야?"전창민은 재차 묻고 있었다.그러자 아줌마가 답했다."어제의 결전으로 봤을 땐 저보다 조금 강한 사급 기사나 오급 기사의 실력 정도였어요, 분명 저를 단번에 죽일 기회도 있었는데 일부러 도망가게 해 놓고 얼마든지 사람들 불러서 들이 닥치라고까지 했었어요, 자꾸만 찔끔찔끔 와 가지고 성가시게 귀찮으니까 한꺼번에 다 몰려 와 덤비라면서 당주님한테 꼭 전해 주라고 했었어요."전창민은 얼굴에 그늘이 졌다."혈인당의 죽이라는 강요만 아니었어도 박력이 넘치는 그 녀석과 잘 지내고 싶군, 아무튼 내 딸 몸에만 손을 안 대면 목숨도 살려 줄수 있어, 어차피 실력이 너무 강해서 놓쳤다고 뻥치면 혈인당에겐 적이 하나 더 늘어나게 되는 거기도 하니 우리한테는 이득이지."아줌마가 답했다."당주님 말씀이 옳아요, 다만 지금 하시는 말씀은 누구도 들어서는 안 돼요, 혹여 못된 심보를 가진 놈의 귀에 들어가 혈인당에게로 전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잖아요."전창민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지금은 내 방안에서 통화를 하는 거고 옆에 누구도 없어, 걱정 안 해도 돼, 상대가 사급기사나 오급기사 정도이니까 내가 몇몇 장로들을 이끌고 가도록 할 게, 내 딸 몸에 손을 안 댔으면 호락호락하게 넘어 가
전창민이 고수들 모시러 혈인당으로 향하던 그때 이태호는 신수민과 신수연을 데리고 신씨네로 가고 있었다.같은 시각 정원에서 왔다갔다 서성거리는 어르신과 신씨네 가족들은 하나같이 덤덤해 보이지만사실상 서전왕이 방문장을 받긴 했는지가 궁금해 다들 조마조마해하며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돌아왔구나!"이태호가 돌아오자 신씨네 가족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르르 몰려왔다.소지민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어떻게 된 거야? 방문장을 건네 줬어?"신민석은 옆에서 찬물을 끼얹었다."오늘 방문장을 주러 간 사람들만도 백여명은 되는데 그 중에서 기껏해야 열 장이나 받았을라나? 우리 방문장을 받을 겨를이 있기나 하겠어? 뭐가 기대된다고 그렇게 들떠 있는 거야?"그러자 신수연이 히죽히죽 웃으며 답했다."히힛, 누구냐에 따라 결과가 다른 거 아닐까? 눈부시게 아름다운 나하고 언니가 직접 나섰는데 기대하는 건 당연하거지.""설마 성공한 거야?"그녀의 말에 눈이 번쩍 뜨인 어르신은 흥분한 어조로 물었다.신수민이 고개를 끄덕였다."우리가 운이 좋았는지 마지막으로 내 손에 쥐어진 방문장을 받아 갔어요.""대박이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소지민은 마음이 한없이 설레었고어르신도 한결 들떠 있었다."너희들 수고가 많았다, 축하 기념으로다 집사한테 시켜서 수민이하고 수연이 너희 둘한테 한 사람당 이억원의 소비돈을 입금해주마.""정말이에요! 나도 주는 거예요? 우와 사랑해요 할머니, 할머니가 짱이에요."돈에 몹시 민감하신 할머니가 본인에게까지 용돈을 허락하자 신수연은 뜻밖의 횡재를 얻은 것마냥 흥분해서 펄쩍펄쩍 뛰고 있었다.신민석은 시큰동하게 말을 껴얹었다."할머니도 참, 신수민의 방문장을 받아 간거지, 신수연은 한 것도 없어 보이는 구만 돈을 왜 주는거예요? 그냥 한 명한테만 주면 되잖아요."어르신이 야단치고 있었다."알긴 뭘 알아? 둘이서 함께 언성 높여 소리를 지르지 않았으면 서전왕의 귀에 들리지도 않았을 거야, 더욱이 예쁜 여자 둘이 떡하니 서 있으니 더
말실수를 했다는 걸 눈치 챈 신수연은 어색하게 웃으며 해명했다."에이, 설마 그런 뜻으로 내가 말을 했을까? 우리 할머니가 줄곧 통쾌하시고 너그러운 분이셨는데 이번엔 너무 과하게 챙겨 주니까 감동스러워서 그랬던 거지.""으이구, 역시 눈치는 빨라 가지고."그녀의 속셈을 훤히 꿰뚫고 있는 어르신은 그저 웃으며 넘겨 버렸다."휴, 방문장을 꽤 많이 받아서 한 두집이나 들를 가 말까 할텐데, 우리 신씨네로 오긴 올까나?"신민석은 여전히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다.그러자 이태호가 확신에 찬 말투로 답했다."걱정하지 마, 내일 아니면 모레 여기로 들를 수도 있으니까."자신 있어하는 이태호를 보며 신민석은 비웃고 있었다."참나, 내일 모레는 무슨, 서전왕이 열장 정도는 받았으니 두 집을 방문하게 되면 이십프로의 확율 밖에 안 되는 이 상황에서 이제야 박차고 올라 온 이류 명문인 신씨네를 알지도 못 할텐데 대체 무슨 근거로 온다고 하는 거야?"이태호는 고민을 하다 신민석에게 말했다."어디 한 번 내기하던가.""내기?"이길 확율이 높다고 생각한 신민석은 이태호와 너무나 맞붙고 싶었지만끝내는 꾹 참으며 답했다."내가 지금 주머니에 돈이 있어야 너랑 내기를 하던 할 거 아니야.""하하!"신씨 집안에서 제멋대로 활보하던 놈이 이 지경에 이르자 통쾌해진이태호는 껄껄 웃고 있었다."우리 함께 기도하며 좋은 소식을 기다려 보자고."어르신이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참, 백씨네로 축하 인사를 가야 하니까 선물을 준비하도록 해, 가서 서전왕에게 인상을 깊게 남기려면 접촉할 기회도 되도록 많이 만들어야 해, 그래야 우리 집으로 방문할 확율이 높아 질거니 말이야.""그럼요, 그거야 말로 지금으로선 최대 임무죠, 뭘 준비하는 게 좋을 까요?"신승민은 연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어르신이 노심초사하다 다시 말을 붙였다."지금은 백씨네와 여러모로 왕래가 많아진데도 지연 아가씨도 저번에 술에 취해 이태호에 대한 진심을 표하기도 했으니 선물을
신씨 가족들은 이태호가 지연이와 결혼해 백씨네와 돈독한 관계를 이어 가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걸 신수민도 바보가 아닌 이상 다른 명문들조차도 꿈에 그리는 백익무해한 일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러니 백지연의 취중고백 이후 깊은 고뇌에 빠졌던 것이다. 필경 감옥까지 다녀온 이태호가 아가씨의 환심을 사게 될 줄은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이 세상에서 수많은 권력과 재력을 가진 명문 집안의 도련님들은 아내와 첩을 원하는 만큼 둘 수 있다는 게 바로 현실이다. 다만 워낙 승부욕이 강한 신수민은 쥐뿔도 없는 이태호가 자신과 결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복에 겨운 거라고 믿고 있었다.허나 세월이 지나 실력을 키워 오던 이태호가 천천히 쌓아 올린 인맥 덕분에 신씨네 사업이 확연히 눈에 띄게 급부상하게 되었고구씨네 산업마저 신씨네 손에 짊어지게 되었으니며칠 동안 고민에 잠겨 있던 신수민도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 놓고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태호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만 확고하고 딸을 보호할 능력만 충분하다면 백지연이 시집을 온다 해도 허락하려고 했었다.그러나 어르신이 먼저 그 말을 꺼냈다는 게신수민은 조금은 의아했지만 이내 답했다."지연 아가씨가 뭐든 직설적으로 내뱉는 시원시원한 성격이라 누구에게나 사랑을 듬뿍 받을 여자인 건 충분하죠, 이렇게 착하고 좋은 아가씨가 태호에게 시집 온다면야 거절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다만 제가 처음으로 태호와 혼약을 맺었으니 정부인 자리는 제가 앉을 거예요, 그러니 백씨 신분을 갖고 있는 아가씨가 첩의 자리를 받아 들일 수 있다면 전 괜찮아요."신수민의 말에 이태호는 멍해졌다.사실 마음속으로 다소 불편할 지언정 신씨네와 본인 미래를 위해 타협을 하기로 결정한 속도 깊고 착한 신수민 같은 와이프를 얻었다는 생각에이태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정도로 감격스러웠다."진짜야? 아가씨가 태호를 좋아하는 마음이 엄청나게 깊어 보이던데 첩이라도 넙쭉 받아 들일걸? 성주님에게는 따님이 하나라 나중에
이태호는 또 사물 반지에서 오도방석을 꺼내서 오심조천(五心朝天) 하는 자세로 앉았다. 몇 시진 후에 온몸의 기운이 충족하고 최고의 상태로 끌어올린 후 그는 강진단을 입에 넣었다.단약이 목구멍으로 넘은 순간, 순수한 약효가 그의 온몸으로 퍼졌다.그의 사지와 뼈, 경맥 등은 온천에 감싼 것처럼 말할 수 없는 편안함과 상쾌함을 느꼈다.이런 팽배한 약효가 온몸으로 퍼졌고 그는 빠르게 공법을 운행하였으며 온몸이 점차 밝은 빛을 발산하였다.몇 호흡 할 시간이 지나자, 연공실을 가득 채운 천지의 영기는 안개처럼 되었고 너무 짙어서 흩어질 수 없는 상태로 되었다.동시에 요광섬의 상공에도 작은 산만한 영기 소용돌이가 나타났다.잠시 후 이 광경은 태일종에 있는 다른 제자들의 시선을 이끌었다.“영기 소용돌이? 또 요광섬 방향이야!”“이태호 사형이 또 돌파하고 있나?”“세상에. 이제 한 달 넘게 안 봤는데 성공 전장에서 돌아오자마자 또 돌파하기 시작하다니. 이런 천부적 재능이 정말 부럽다.”“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듣자 하니 이 사형이 성공 저장에서 선연을 얻었대. 그래서 중주성지의 장로님까지 이 사형을 보호하기 위해 태일종에 오신 거래.”“헉. 어쩐지 요 며칠 동안 봉주들이 열심히 종문의 대전으로 달려가더라. 종주님의 가르침을 받으려고 찾아간 줄 알았는데 중주 성지의 장로님이 우리 종문에 오셨구나.”“헐. 이 사형이 정말 선연을 얻었다는 게 사실입니까?”“이건 여경구 사형한테서 들은 거야. 여경구 사형은 직접 성공 전장에 갔다 왔는데 가짜일 리가 있어?”“...”여기저기서 경악과 감탄이 이어지고 있었고 태일종의 9대 산봉우리의 제자들은 모두 놀랐다.연장생이 종문에 오면서 눈치가 빠른 사람은 상대방의 실제 신분과 선우정혁, 이태호, 연장생이 같이 종문으로 돌아온 사실과 연관을 맺었다.논리에 따라 추리하다 보면 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게다가 오늘 요광섬의 상공에 천지의 이상 현상이 나타나자 사실을 안 제자들은 더 이상 감추지 못하고
연장생의 눈은 영기를 운행하는 사이에 허공을 꿰뚫어서 볼 수 있기에 요광섬의 진법으로 당연히 그의 날카로운 눈빛을 차단할 수 없었다.그는 강진단에서 발산한 기운을 통해 단번에 고급 7급 단약임을 알아챘다.이태호가 연단사라는 것을 진작에 알았지만 그의 실력을 직접 보니 마음속으로 기뻐하면서도 다소 놀라워했다.“천부적 재능이 대단하구나. 우리 태일성지가 9대 성지의 우두머리로 될지도 모르겠군.”이태호가 대전을 떠난 지 불과 한 시진 만에 단도의 경지가 진급되었다.앞으로 이태호가 성지로 들어가면 실력이 얼마나 빨리 성장할지 연장생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그는 입이 귀에 걸리게 웃으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옆에 있는 선우정혁도 같이 웃으면서 입이 마르도록 이태호를 칭찬했다.“대장로님, 태호가 단도에 드러난 천부적 재능은 우리 천남에서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태일종에 방금 입문했을 때 5급 연단사에 불과했는데 후에 단탑에서 기연과 깨달음을 얻어서 반년 만에 빨리 성장했습니다...”...지금 이태호는 종문 대전에 있는 연장생은 자기에 대해 무척 만족해하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강진단을 성공적으로 정제한 후 연천로 앞에 앉아 있는 이태호는 웃으면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뇌겁을 겪고 있는 강진단을 보면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은 후 감탄하였다.“역시 고급 7급 단약이야. 내 단도 실력으로 하마터면 실패할 뻔했어.”그는 중급 연단사 7급이고 7급 단약을 정제하는 수준은 이미 제6봉의 봉주 윤하영과 거의 비슷하지만 단도에 대한 깨달음에 아직 차이가 있었다.그럼에도 방금 강진단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이태호는 실패할 뻔했다.마지막 중요한 순간에, 그가 체내에 있는 천지의 힘을 동원해서 강제로 단약을 응결시키지 않았다면 이번에 강진단을 정제하는 데 실패했을 것이다.콰르릉.영기를 회복하는 두 단약을 복용한 후 그는 고개를 들고 허공을 바라보았다. 먹장구름과 무시무시한 번개의 세례를 반은 후, 여러 개의 황금색 광택이 흐른 강진단의 표
지금 이태호가 선연을 얻어 성지 장로의 눈에 들어갔고 머지않아 그는 온 창란 세계에 이름을 떨칠 것이다.아마 백 년 안에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도 있다....이태호는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신수민 등 아내들과 말하고 나서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다.이번에 그는 먼저 연단술을 진급시킨 다음 내공의 경지를 돌파하고 마지막으로 단탑에 가서 제9층에 있는 보물을 가져오기로 결정했다.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신식을 사물 반지로 방출한 후 손을 가볍게 흔들자 보물 내에 있던 수십 개의 영약이 순식간에 그의 앞에 나타났다.20여 가지의 7급 영약은 다양한 빛을 발산하였고 은은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은월초, 만년주과, 옥수영액이었다.이 세 가지 8급 영약은 모두 8급 파성단을 정제하는 원재료이었다.이태호가 성왕 경지로 되려면 아직 멀었다.그는 이 세 가지 8급 영약들을 잘 보관한 후 20여 개의 7급 영약 중에서 7급 고급 단약 강진단(降塵丹)을 정제하는 원재료들을 골라냈다.강진단는 태을 영단과 비슷한 약효를 가졌고 모두 성자급 수사가 경지를 돌파할 때 사용한 영단이었다.많은 중급 연단사 7급이 연단술을 높이기 위해 강진단을 정제하였다.7급 영약들을 모으고 나서 그는 왼손을 가볍게 휘젓자 단전 내에 있는 연천로를 꺼냈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연천로가 바닥 위에 나타나자 청련 이화가 순식간에 달려갔다.찌르륵.큰불이 단로를 감싸자 단로가 순식간에 달아올랐고 주변에 뜨거운 열기가 번졌다.단로가 거의 준비되자 이태호는 손을 뻗어서 만근이나 무거운 뚜껑을 향해 잡는 시늉을 하자 뚜껑이 허공에 떠 있었다.그러고 나서 신식으로 영약들을 조종해서 단로 안에 넣은 후 뚜껑을 닫았다.연천로 안의 영약은 영화에 의해 한순간에 순수한 영액으로 되었다. 이태호는 한눈도 팔지 않고 신중한 표정으로 연천로를 바라보았다.이렇게 두 시진이 지난 후 연천로 앞에 앉은 이태호는 두 손으로 결인을 하면서 큰소리를 질렀다.“응결하라!”곧이어 그는 단로를 향해
이태호가 연장생에게 나쁜 인상을 남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연장생은 개의치 않았고 심지어 이태호가 태일종에 더 오래 있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이 광경에 선우정혁은 어안이 벙벙해졌고 동시에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다급히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허허. 대장로님께서 원하신다면 태일종에 좀 더 오래 계셔서 못난 봉주, 장로들에게 가르침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이에 연장생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웃었다.“알았네. 자네의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태일종은 어쨌든 우리 태일성지의 세력이니까. 만 년 전에 제9맥의 곽운정 사형이 성지를 떠나 천남에 와서 태일종을 세운 후로, 우리 두 곳은 그동안 자주 연락을 해왔지. 내가 모처럼 천남에 왔으니 당연히 문하 제자들에게 조언을 해줘야지.”이 말을 들은 선우정혁은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태일종은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이지만 천남은 외진 곳에 있어서 성지의 고수들이 오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만 년 전에 종문을 세울 때도 조사(祖師)가 있는 제9맥의 사람들이 많이 왔다.그 후로 종문 내의 천교 제자들은 성지에 가서 수련할 자격이 있으나 자질이 특별히 출중한 제자 외에 기타 사람들은 성왕 경지로 돌파하면 다시 천남으로 돌아와서 신임 종주나 장로로 되었다.천남은 중주에 비하면 산간벽지라 할 수 있고 영기의 농도도 매우 옅기에 성지는 천남을 개발하는 데 그다지 열정적이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일성지의 역대 종주들은 태일종을 독립시킬 생각은 없었다.적어도 지금의 상황에서 성지는 그들을 지키고 있었다.신소문처럼 독립된 종문으로 된다면 성왕이 죽어도 복수해 줄 사람이 없었다.이태호는 이런 복잡한 상황을 몰랐고 연장생이 허락한 것을 보고 마음이 놓였다.그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 중주로 갈 생각이었다.지금 그는 머지않아 곧 돌파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른다.그는 연장생을 향해 포권을 취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양해해 주셔서 감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