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죄송해요. 아까 우리 아들이 좀 심했죠? 하지만 그쪽 도련님께서 먼저 우리를 괴롭혔거든요. 혹시 먼저 자리에 앉아 얘기를 나눠봐도 될까요? 치료비는 드릴게요...”연초월이 다급하게 사정했다.“할망구, 미안한데 내 몸값이 어마어마하거든. 치료비 감당할 수 있겠어? 굳이 돈으로 해결하겠다고 해도 좋아. 20억 내놔.”연초월이 그 말을 듣자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20억이 웬 말인가?그 모습을 본 김건우는 건방을 떨며 웃음을 터뜨렸다.“펑!”경호원들이 손을 쓰기도 전에 이태호가 그들에게 발길질을 날렸다. 그들은 하나 같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쓰러졌다.“이럴 수가? 넷 다 용병 출신이라며? X발, 무슨 용병이 이렇게 쓸모없어?”김건우는 분노가 끓어올랐다.“도련님, 이 X끼는 대단한 실력을 갖춘 고수입니다. 저희가 상대할 수 없다고요.”대머리 사나이가 다리를 끌어안으며 고통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다른 한 사나이는 가슴팍을 움켜쥐며 말했다.“도련님, 제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습니다. 아악, 너무 아파요!”“X발, 너 여기서 딱 기다려.”김건우는 포기하지 않고 또 휴대폰을 들어 엄마에게 전화하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누가 나 괴롭혀요, 엉엉. 빨리 사람 많이 데리고 와주세요. 이 X끼 싸움 엄청 잘하거든요. 내 손이 다 부러졌어요. 참, 집안 경비팀장도 불러오세요. 새로 온 경호원 X끼들이 전혀 쓸모없어요. 참, 여기가 어디냐면...”그 말을 들은 이태호는 웃음을 터뜨렸다.방금 그가 상대한 네 명의 경호원들은 분명 실력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만약 보통 사람들이 그들에게 덤볐다면 뼈도 못 추렸을 것이다.하지만 어르신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이태호는 달랐다. 그와 비하면 네 경호원들의 실력은 개미보다도 못했다.전화를 마친 후 김건우는 이태호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이제 죽었어! 가자, 밖에 나가서 기다리자고. 저 X끼가 절대 빠져나가게 하면 안 되니까.”주눅이 든 김건우는 사람들을 데리고 레스토랑을 나섰다.레
”은재야, 먹고 싶은 거 마음껏 먹어도 돼. 아빠랑 말하면 아빠가 다 사줄게!”이태호는 귀여운 은재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빠, 고마워요!”신은재가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예의가 바르게 말했다.연초월과 이태식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자, 이 와인 마셔보세요. 감옥에는 이렇게 맛좋은 와인이 없답니다.”직원이 와인을 열어준 후 이태호는 신수민과 부모님에게 술을 붓기 시작했다.“엄마, 아빠. 많이 드세요.”신수민이 미소를 짓더니 연초월과 이태식에게 음식을 집어줬다.“너도 많이 먹어!”연초월이 웃으며 신수민에게 말했다. 갑작스럽게 생긴 며느리가 너무나도 예뻐 연초월도 신수민에게 음식을 집어줬다.명문 가문 출신 아가씨가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그들 부부와 사이좋게 지내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으니.“음, 음식이 맛이 좋구나.”연초월이 한 입 맛보고는 칭찬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결국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다.“좀 비싸긴 하네. 태호야, 너 돈도 많이 안 가지고 나왔잖아. 되겠어?”연초월이 제일 걱정하는 건 바로 이태호에게 계산할 돈이 없다는 것이다. 1억 2000만 원 현금 중 그들 부부가 6000만 원을 챙겼고 이태호가 나머지 6000만 원을 챙겼는데 모두 별장에 두고 나왔으니. 주문도 이렇게 많이 했는데 낼 돈이 없으면 안 되었다.“엄마, 걱정 마세요. 카드에 아직 돈이 있어요. 그리고 밥 한 끼 먹는 것뿐이니 마음 놓으세요.”이태호가 덤덤하게 말했다.“X발, 누가 감히 우리 아들을 건드린 거야?”한참 후, 어떤 40대 부잣집 사모님이 스무 명이 넘은 경호원들을 이끌고는 레스토랑 안으로 쳐들어왔다.김건우가 그녀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저기에요, 엄마. 저 구석에 앉은 X끼에요.”김건우는 이태호가 앉은 방향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X발,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나? 감히...”여인이 팔짱을 낀 채 성큼성큼 걸어왔는데 기가 무척 세 보였다.하지만 그녀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제자리
김건우가 다급하게 여인을 재촉했다.머릿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대 경호원들을 보며 연초월과 이태식은 겁에 질렸다.“짝!”하지만 이때, 여인이 갑자기 김건우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부잣집 사모님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예의를 갖춰 물었다.그 모습을 본 김건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태호예요.”이태호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자, 건우야. 당장 이태호 씨한테 사과드려.”부잣집 사모님이 고개를 휙 돌고는 아들에게 말했다.“엄마, 진, 진심이세요?”김건우는 아직 믿지 못한 얼굴이었다. 복수하기 위해 엄마를 불렀는데 사과가 웬 말인가?“그래, 얼른 사과드려.”부잣집 사모님이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죄,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를 용서해주세요.”억울했지만 김건우는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했다. 아마도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다는 예감이 들었다.“꺼져! 열까지 셀 테니까 사람들을 데리고 당장 이 레스토랑에서 나가. 아니면 부처님도 너를 구할 수 없을 거야.”이태호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이태호가 숫자를 세기도 전에 김건우는 사람들을 데리고 줄행랑을 쳤다.레스토랑을 나서고서야 김건우가 엄마에게 물었다.“엄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왜 저를 때리시고 또 저 X끼한테 사과하라고 했어요?”“인마, 저 사람이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아도 절대 네가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이야. 저 사람은 최소 2000억이 들어있는 은행카드를 가지고 있었다고. 그리고 돈이 문제 아니야. 전 세계에도 그 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열 명밖에 없는데 그중 한 장을 저 사람이 갖고 있잖아!”부잣집 사모님이 안도의 한숨을 푹 쉬고는 말을 이어갔다.“우리 같은 부잣집은 물론, 태성시 일류 명문 가문에서도 그 은행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어, 이제 무슨 뜻인지 알겠어?”“네,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고요?”김건우는 마른침을 삼키며 식은땀을 흘렸다.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제대로 건드린 모양이다
”X발, 또 그 자식이네.”헤벌쭉 웃으며 와인을 마시는 이태호를 보고 정희주는 분노가 끓어올랐다.“안돼, 복수해야겠어!”하현우도 두 주먹을 꽉 쥐더니 표독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오늘 호텔에 있을 때 우리 하씨 집안에서 한 주먹 하는 경호원들이 다 안 왔거든. 지금 전화해서 사람을 더 부를 테니까, 이태호, 너 이 자식, 오늘 죽었어!”하지만 이때, 옆에 있던 서문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누굴 닮아서 그렇게 어리석어요? 무슨 일이든 주먹으로 해결할 생각인가요? 이 레스토랑 사장이 누군지 생각해보라고요.”하현우가 잠깐 멈칫하더니 활짝 웃으며 물었다.“문옥 씨, 혹시 생각난 좋은 수가 있어요?”서문옥이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무슨 배짱으로 내 레스토랑으로 왔는진 모르겠지만 식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게 만들어야죠. 그리고 쥐구멍에 숨어들 정도로 창피를 줘야죠.”그 말을 들은 정희주가 코웃음을 쳤다.“문옥 씨, 아마 그 방법이 통하지 않을걸요. 문옥 씨 레스토랑은 비싸기로 소문났잖아요. 보통 사람들이 감히 감당할 수 없다고요. 그런데 이태호 이 X끼가 오늘 우리 정씨 가문에서 거의 3억을 가져갔거든요. 옷이나 똥차를 샀다고 해도 돈이 어느 정도 남았을 거예요.”정희주가 잠깐 멈칫하더니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주문도 이미 끝냈잖아요. 밥값을 낼 돈 정도는 남겨놓지 않았을까요?”하지만 서문옥은 다시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 X끼가 먼저 내 사촌 동생을 건드렸으니 본때를 보여줘야죠.”그러고는 웃으며 정희주를 봤다.“걱정하지 마요. 온 가족이 명품을 쫙 빼입었잖아요. 아마 오늘 돈 받아서 막 써서 2억도 안 남았을 거예요. 내가 사장이 음식 가격은 내 마음대로 정하는 거 아닌가?”“누나는 정말 똑똑해! 나 대신 복수해줘서 고마워. 드디어 이태호 혼쭐낼 수 있겠네!”연진욱은 잔뜩 신이 났다.서문옥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이어갔다.“흠, 더 좋은 방법이 떠올랐어. 이태호 이 자식에게 창피를 줄 방법 말이야.”“그게 무슨 말이야?
”좋은 방법이네요!”하현우는 부러진 손가락을 보더니 화가 잔뜩 치밀어올랐다. 만약 계획이 정말 성공한다면 속이 후련할 것인데 말이다.무엇보다도 신수민의 아름다운 얼굴과 완벽에 가까운 몸매를 생각하면 하현우는 저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안돼요!”정희주가 듣더니 바로 반대했다.“그럼 저한테도 창피를 주는 거잖아요.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남편이 다른 여자랑 있는 걸 두 눈으로 지켜보라고요? 그것도 몰래 사진을 찍어야 한다니. 문옥 씨라면 그렇게 할 수 있어요?”하지만 하현우가 진지하게 말했다.“희주야, 멀리 봐야지. 오늘 이태호 그 자식이 얼마나 건방을 떠는지 못 봤어? 네가 건네준 2억 넘는 돈을 생각하면 난 울화가 치밀어. 내 손가락 좀 봐. 복수하고 싶지 않아?”정희주는 오늘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다.“복수하고 싶은 건 맞아. 그렇다고 남편이 다른 여자랑 함께 있는 걸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잖아.”정희주는 연진욱을 힐끔 보더니 잠시 흠칫했다.“그러니까 왜 굳이 오빠가 가야 하냐고? 연진욱한테 시키면 되잖아.”연진욱조차도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는 그저 복수하려는 마음에 신이 났다.지금 정희주의 말을 들어보니 그는 한껏 흥분한 채 말했다.“그래, 내가 갈게. 나도 남자잖아.”하현우의 얼굴에는 실망스러움이 드리웠다.신수민 같은 여자랑 한 번 자는 게 뭇 남성들의 꿈이었는데 이런 좋은 기회를 연진욱에게 넘겨줘야 했으니.만약 정희주가 없었더라면 그는 절대로 연진욱에게 이 기회를 내주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정희주가 이 자리에 있는 한 그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듯했다.“어머, 나도 깜빡할 뻔했네. 현우 씨는 와이프가 있죠. 진욱이는 어쩜 아직 여자친구도 없어.”서문옥이 말했다.하지만 하현우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다.“진욱이가 가면 되겠어요? 얘 엄청 뚱뚱하잖아요. 신수민이라는 여자가 그래도 삼류 명문 가문 출신인데, 아무리 쫓겨났다고 해도 진욱이랑 함께 있겠어요? 저 살집을 보면 나 몰라라 도망가면
“현우 오빠, 선은 넘지 마. 진욱의 말이 맞는다고 생각해. 내 앞에서도 다른 여자를 탐낼 생각하는데 나 없었으면 무슨 짓을 더 했을지 어떻게 알아?”정희주는 연진욱의 말에 넘어가더니 씩씩거리며 하현우에게 말했다.오늘 결혼식을 망친 바람에 그녀는 마음이 울적했다. 그런데 하현우가 이런 생각까지 품고 있었으니 그녀는 더없이 치욕스러웠다.정희주가 화를 내자 하현우가 다급히 설명했다.“희주야, 진욱이 말은 믿지 마. 나 정말 복수하려고 그래. 나도 부잣집 도련님이야, 곱게 자랐다고. 그런데 내 손가락 좀 봐. 이렇게 부러졌잖아. 그러니 내가 복수 안 하고 싶겠어?”옆에 있던 서문옥이 참다못해 하현우를 쏘아보며 말했다.“됐어요, 아직 계획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왜 우리끼리 싸우고 그래요. 서두르지 않으면 이태호가 계산하고 간다고요.”“누나, 그럼 우리 두 사람 중에 도대체 누가 가?”연진욱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서문옥을 바라보며 말했다.서문옥이 하현우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아무래도 현우 씨는 이미 결혼했기에 현우 씨를 보내는 건 마땅치 않은 것 같네요. 희주 씨 생각도 해야죠. 진욱이가 가도 대신 복수해줄 수 있잖아요.”하현우는 서문옥의 말을 반박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문옥 씨 말이 맞네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정희주가 아직 뾰로통한 얼굴로 있자 하현우는 바로 그녀를 달랬다.“화 풀어, 내일 루이비통 가방 하나 사줄게.”“흥, 그건 괜찮네.”루이비통 가방을 사준다는 하현우의 말에 정희주는 그제서야 마음이 풀렸다.“뒷문으로 들어가죠. 이태호가 보면 알아챌까 봐요.”서문옥은 사람들을 데리고 뒷문으로 향했다.레스토랑으로 올라간 후 서문옥은 홀 매니저에게 일을 당부했다.이때 하현우가 또 물었다.“문옥 씨, 이태호가 출소하더니 싸움을 엄청 잘하더라고요. 혹시나 몰라 경호원 불러야 하는 거 아닌가요?”정희주도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명색이 삼류 명문 가문인데 경호원들이 싸움 엄청 잘하겠죠?”서문옥이 피
”그렇구나!”정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챘다.서씨 가문도 그냥 수단으로 삼류 명문으로 가문으로 된 게 아니었다.오늘 이태호에게 복수할 방법도 서문옥이 생각해냈으니 말이다.사람들이 준비를 마치고.부잣집 사모님이 떠난 후 이태호와 연초월은 드디어 한시름을 놓았다.음식과 와인도 주문했으니 맛있게 먹는 일만 남았다.“여기요, 계산이요.”식사가 거의 끝나자 이태호가 직원에게 손을 저었다.이때 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주문 노트를 이태호에게 건넸다.이태호가 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잘못 가져온 거 아니에요?”직원이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아닙니다, 틀림없습니다.”사장님의 지시였기에 그녀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이태호가 피식 웃더니 주문 노트를 테이블 위에 툭 던졌다.“그러면 저도 양보할 수 없어요. 절대 계산하지 못해요.”“태호야, 너 돈이 있다며?”연초월이 깜짝 놀라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이태호가 왜 계산을 안 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신수민의 얼굴색도 어두워졌다.“태호 씨, 그렇게 많은 돈이 없으면 우리를 여기로 데려오지 말았어야죠. 부담할 수 있는 레스토랑을 가도 저는 하나도 창피하지 않단 말이에요.”신수민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올랐다.“계산하지 않겠다고요? 나 신수민은 단 한 번도 이런 무례를 범한 적이 없어요. 창피하게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이태호가 신수민에게 말했다.“나 정말 계산 안 할 거예요. 가격 좀 봐요, 이 사람들이 돈을 떼먹으려고 얼마나 작정했는지.”신수민은 그제서야 주문 노트를 보더니 얼굴색이 더 어두워졌다.“제가 기억한 게 맞는다면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2000만 원쯤이었던 것 같은데 왜 여기에 2억이라고 적혀있죠? 음식마다 가격 뒤에 0이 하나 더 붙었네요, 맞죠?”“2억?”연초월은 그제야 이태호를 오해했다는 걸 알아챘다.주문 노트를 보더니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아가씨, 잘못된 거 아니에요? 어떻게 2억이 나올 수가 있
”누가 누굴 뜯어낸다는 거야? 돈 없으면서 우리를 모함해?”매니저가 피식 웃으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메뉴판에 가격이 다 적혀있는데 우리가 왜 네 돈을 떼먹어?”“그래? 그럼 아까 그 메뉴판 좀 가져와 볼래?”이태호가 씨익 웃더니 그에게 물었다.“맞아요, 우리가 아까 보던 메뉴판이랑 다른 메뉴판이잖아요, 아까는 이 가격이 아니었다고요.”연초월이 맞장구를 쳤다.“가서 메뉴판 가져와. 고집을 부리긴.”매니저가 직원에게 말했다.직원이 곧 메뉴판을 가지고 왔다. 그 위에 적혀있던 가격은 분명 달라졌다.메뉴 전체가 가격이 10배 올랐다.“아까 그 메뉴판 아니잖아요. 전에 메뉴판은 낡았었는데 이건 새로 만든 거네요.”신수민이 메뉴판을 보고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하지만 매니저가 코웃음을 쳤다.“다 같은 메뉴판이거든요. 그러게 왜 부담하지 못할 음식을 먹었어요? 정확히 2억 3600만 원이 나왔으니 얼른 돈 물어요.”“꿈도 꾸지 마. 어디서 감히 내 돈을 뜯어내려고 해? 우리 이만 갈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이태호가 얼음장처럼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여기 진상 손님이 있어. 주방 뒤에 있는 애들 불러와.”매니저가 씨익 웃더니 다른 직원에게 말했다.“흥, 일이 점점 재밌어지네.”이태호는 누군가 일부러 자신을 물고 늘어졌다는 걸 눈치챘다.‘하지만 이 레스토랑의 사장이 도대체 누구지? 왜 이렇게 나를 괴롭히지 못해 안달인 걸까?’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주방에서 뛰어나왔다. 그들은 레스토랑에서 먹고 자는 깡패들이었다. 어떤 이는 빨간 머리를 염색했고 어떤 이는 초록색 머리를 염색했다. 어깨에 문신한 걸 보니 착한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은 아닌 듯했다.“겁도 없어. 감히 우리 레스토랑에 와서 음식을 먹고 돈을 안 내려고 해?”그중 금니를 한 사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X끼야, 얼른 돈 내. 돈이 없으면 확 팔을 잘라버린다?”다른 한 사내가 쇠파이프를 들며 말했다.“너희들로 되겠어?”이태호는 그들을 하찮게 여겼다. 심지어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