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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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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바보가 되어 돌아온 프리즌 황제 제2988화
백가운은 곧장 앞으로 걸어가 신전 안의 이들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여러 선배님께 인사드립니다.”종주 자음은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부드러운 청풍 한 줄기가 일어나 백가운의 몸을 떠받치듯 들어 올렸다.자음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가운 도우, 너무 격식 차리실 것 없습니다. 우리는 함께 조신에 맞섰던 동맹 아닙니까. 제가 어찌 감히 선배라 불리겠습니까?”자음 특유의 너스레에, 신전 안에 감돌던 무거운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졌다.자리에 앉은 대제사장 백운산은 곧장 윤고현에게 전음으로 말을 건넸다. “윤 도우, 엽 도우는 어디 계십니까?”“허허, 급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주인공은 원래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지요.”윤고현이 그의 속내를 모를 리 없었다. 그는 아랫수염을 쓸어내리며 태연하게 웃었다.백운산은 씁쓸하게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더는 캐묻지 않았다.바로 그때， 태일성지 산문 밖에서 갑자기 공간이 찢어지듯 갈라지며 하나의 통로가 열렸다. 그 끝에서 발우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가, 조용히 부서지며 사라졌다.그 위에는 두 명의 승려가 서 있었다. 두 사람의 보상은 장엄했고, 인상에는 자비가 어려 있었다.머리 위로는 불광이 드리워졌고, 주위로는 낮고 은은한 불경 소리가 흐르고 있었다.선두에 선 승려에게서는 웅대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그 몸에서는 반선의 기운이 희미하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뒤편의 승려는 자줏빛 금가사를 두른 채, 발아래에 9급 청련 형상의 영보를 띄우고 있었다. 굵은 눈썹과 부릅뜬 눈매는 전설 속 부동명왕을 연상케 했다.서역 뇌음사의 성승, 법명과 홍광이었다.“형님, 태일성지가 대체 무슨 수를 쓰려는 겁니까?” 홍광은 산문 앞을 가득 메운 인파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일단 지켜보자. 이번 천지대겁 이후, 창란 세계의 아홉 성지 가운데 남은 곳은 우리와 태일성지뿐이다. 같은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떠 있을 수 없다는 말도 있지 않으냐.” 보상이 단정한 법명은 고개를 저었다.그 말
딸바보가 되어 돌아온 프리즌 황제 제2987화
이튿날 새벽, 본원 공간에서 폐관 수련 중이던 이태호에게 성선 전례가 곧 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그가 천천히 눈을 뜨자, 눈동자 깊은 곳에서 섬뜩한 광채 두 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전신에는 수많은 법칙의 흐름이 맴돌았고, 화려한 빛이 구름처럼 피어올랐다.그 기세는 뜨겁고도 웅대했다. 마치 하늘의 황제가 강림한 듯, 천지 자체를 짓누르는 압박감이 퍼져 나갔다.이태호는 고개를 들어 멀리 바라보았다. 태일성지 입구는 이미 북적이기 시작했고, 창란 세계 전역의 대 세력들도 전부 도착해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이태호가 나설 때가 된 것이다.며칠 전 마음속에서 정리해 두었던 계획들이 떠올랐다. 그의 시선은 마치 세계의 태막을 꿰뚫고, 무한한 혼돈의 바다를 지나 두 개의 거대한 세계를 비추는 듯했다.“선왕이라... 내가 창란 세계의 모든 자원을 손에 넣고 통합해 버린다면, 선왕이라 한들 감히 나를 어찌하겠나.” 이태호는 싸늘한 눈빛으로 낮게 중얼거렸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태호의 모습은 본원 공간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한편, 태일성지의 종문 광장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대리국, 강허명 노조 도착!” “뇌택 요족, 팔미 요왕 도착!” “천남 요지성지, 임영화 도착!” “...”하늘에서 긴 무지개가 잇따라 떨어졌고, 그에 맞춰 접객의 우렁찬 안내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다.이번 성선 전례에는 창란 세계에서 이름이 알려진 세력이라면 예외 없이 초청장을 받았다.일부는 성선 소식에 의심하였고, 혹시 태일성지가 허세를 부리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천지대겁 이후, 태일성지는 두 명의 반선을 잃었고 나머지 반선들 역시 중상을 입었다. 창란 세계의 성지들은 줄줄이 무너졌으며, 그나마 극서 지역의 불문 뇌음사만이 큰 피해 없이 건재했다.그래서 지금 창란 세계 최강의 세력을 꼽자면, 뇌음사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이러한 상황 때문에 사람들은 태일성지가 과연 여전히 예전의 위세를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다.바로 그때,
딸바보가 되어 돌아온 프리즌 황제 제2986화
윤고현이 그를 대신해 성선 전례를 열어주겠다고 한 것은, 이 소식을 천하에 공식적으로 알리기 위함이었다.그래야만 그걸로 다른 성지들의 뒤틀린 속셈도 단박에 잠재울 수 있을 터였다.그제야 이태호는 깨달았다.자신은 혼자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그는 창란 세계라는 거대한 영역의 자원과 인구를 쥐고 있는 계주였다.괜히 겁나서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오히려 각 세력을 묶어 힘으로 삼는 편이 훨씬 현명했다.“스승님도 이미 반선이 되셨으니, 이번 기회에 몇 명이라도 차례로 성선을 이루게 밀어붙일 수만 있다면... 대세계 융합이 닥칠 때, 나 역시 훨씬 단단한 기반을 다질 수 있겠지.”“게다가 나라고 잘하는 게 없진 않지. 내 최대의 장점은 바로 이 창란 세계 전체를 품고 있다는 것! 이렇게 많은 인구와 자원이라면 진선에 도움 될 만한 보물도 몇 개쯤은 찾을 수 있겠지.”과거 창란 세계에서도 적지 않은 선인들이 선계로 비승해 갔다. 그들이 남긴 도통과 경문, 그리고 전해 내려온 보물들 가운데에는 어쩌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것들이 있을지도 몰랐다.초조함과 불안으로 뒤숭숭하던 마음을 잠시 정리한 이태호는, 곧바로 스승 윤고현에게 회신을 보냈다.성선 전례를 여는 일에 동의한다는 뜻이었다....한편, 태일성지 종문 신전에서 종주 자음은 상석에 앉은 노조 윤고현을 애타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조신은 전락했고, 천지대겁도 이미 소멸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태일성지가 입은 손실이 적었던 것은 아니었다.그래서 제1성지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자음은 이태호가 진선 중엽에 올랐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자고 건의했었다.아울러 종문에서 성선 전례까지 열어, 서역 불문의 뇌음사나 천남의 요지성지 같은 곳들의 뒤틀린 속셈도 확실히 눌러두자는 판단이었다.태일성지는 두 명의 반선이 낙하했고, 제자들의 희생 또한 컸다.그런데도 태일성지는 여전히 쉽게 가라앉을 배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이태호의 회신이 없자,
딸바보가 되어 돌아온 프리즌 황제 제2985화
이태호의 안색은 먹구름처럼 짙게 가라앉았다.그는 단지 지구의 공간 좌표를 찾기 위해 천심낙인을 사용했을 뿐인데, 뜻밖에도 천심낙인 사이의 감응이 활성화되어 창란 세계가 선계를 향해 날아가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이 속도라면 두 세계가 완전히 융합되기까지 기껏해야 2, 3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다.계주로 된 후, 이태호는 상고시대의 대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과거 창란 선역이 전욱 천제의 천의일도에 의해 세 조각으로 나뉘어졌고 각자 자신의 세계를 형성하였다.창란 세계의 한계는 소천세계의 규모로서 아마 이 세 세계 중에서 가장 약할 것이다. 선계나 마계와는 절대로 비교할 수 없었다.다만 천심낙인의 조각을 융합한 후, 이태호는 창란 세계 안에서 자신의 전투력은 내공을 완성한 진선 경지와 견줄 만 하다고 느꼈다.이것은 그가 세계의 본원 공간을 완전히 익히지 못한 상황이고, 그것을 완전히 제련하면 준선왕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세계의 융합에 대해 그는 불만이 있지만 기연이 위험보다 더 크다고 생각했다.천심낙인이 전해준 정보에 따르면, 당시 창란 선역이 붕괴되어 완전한 천심낙인도 부서졌다. 이번에 세계가 융합하고 창란 선역이 다시 탄생한다면 중생의 머리 위에 억눌렸던 천지의 규칙이 다시 상고시대로 돌아가서 완전해질 것이다.그때 되면 중생들은 지금보다 더 빨리 수련할 수 있고 성황 수사라도 쉽게 천지의 규칙을 따내어 진선으로 비승할 수 있을 것이다.무대가 커지면 기회도 많아지는 법.동시에 이태호에게도 좋은 점이 있었다. 그는 천심낙인의 한 조각을 가진 계주로서 선역이 융합될 때 소천세계에 대한 통제를 잃으면 천지의 보상을 받게 되는데, 그때 선왕 경지로 돌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그 후에 완전한 천심낙인을 얻을 수 있다면 선왕은 물론 과거 전욱 천제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기회도 있을 것이다.다만 이태호가 유일하게 걱정한 것은 지난번에 혼돈의 허공에서 야차왕의 분신을 죽여서 그의 미움을 샀다는 점이었다. 세계가
딸바보가 되어 돌아온 프리즌 황제 제2984화
“하 도우, 무슨 일이오?”야차왕은 하경의 이상한 움직임에 어리둥절했다.하경은 대답하지 않았고 눈을 감은 채 미간을 향해 누르자 공포스러운 대도의 힘을 내뿜었다.곧이어 낙익과 같은 물건이 천천히 그의 손에 나타났다.하경의 손에서 미묘하게 떨리는 천심낙인을 본 야차왕은 곧바로 무슨 일인지 알아챘다.그는 얼굴에 희색을 띠고 포권을 취하며 말하였다.“하하, 하 도우, 축하하오. 하 도우는 정말 신통방통하시네. 그놈이 정말 천심낙인을 융합했소! 이제 세 낙인이 모두 나타났으니 창란 선역이 다시 나타날 것이고 그때 계해가 사라지면 우린 다시 선계를 침공할 수 있겠소.”수백만 년이 지나면서 야차왕은 벌써 이족에게 항복하였다. 그는 이족이 얼마나 강한지 누구보다 깊이 체감했기 때문이었다.과거 전욱 천제조차 이족의 침공을 막아내지 못했는데 순양, 조화 같은 선왕들이 무슨 수로 이족을 막아내겠는가?더군다나 이족에 괴이한 두 괴물이 존재하는데 소문에 따르면 실력은 준선제 전욱과 견줄 만하다고 하였다.야차왕의 축하에 하경은 입꼬리를 올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야차 도우, 이건 우리에게 모두 경사이오. 이제 몇 년 지나면 세 세계가 융합할 것이고 그놈도 다시 나타날 테니 야차 도우도 분신을 위해 복수할 수 있을 것이오.”이 말에 야차왕은 민망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자신은 당당한 선왕인데 진선 중기의 분신을 내보냈다가 막 진선으로 돌파한 놈에게 격살당했다니... 그동안 그는 이족에게 적지 않은 비웃음을 당했다.이 일은 이족의 다른 7대 선왕들 사이에 퍼져서 야차왕은 큰 망신을 당하게 되어 이태호에 대한 증오가 더욱 깊어졌고 하루빨리 죽이고 싶었다.그러나 창란 세계는 혼돈의 바다에 위치해 있어서 그가 선왕이라도 진정한 공간 좌표를 찾을 수 없었다.야차왕의 눈에 스쳐 지나간 살의를 본 하경은 일어나 덤덤하게 말하였다.“이제 세 번째 천심낙인이 나타났으니 몇 년 안에 서로 융합할 것이오. 일단 계도 등과 계획을 세워야겠소.”말을 마친 하경은
딸바보가 되어 돌아온 프리즌 황제 제2983화
선계.구중천 위, 별빛이 총총한 하늘에서.휘황찬란한 선궁 안에서 명황색 제왕의 곤복을 입었고 머리에 십이일월면관을 쓴 평범한 외모에 미간에 세 번째 눈을 가진 중년 남자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그가 눈을 뜬 순간, 마치 대천세계가 환히 밝아진 것 같았고 눈동자에 해와 달이 솟아오르는 듯하며 천지가 환호하고 대도가 출렁인 듯하며 눈 속에서는 더욱 광대한 우주가 새롭게 태어나는 듯하였다.특히 그의 미간에 있는 세 번째 눈은 무한한 신성한 빛을 발산하였고 위로 구천성하를 볼 수 있고 아래로 선계의 십지까지 굽어살필 수 있으며 눈동자가 시간의 강에서 일어난 황금빛 물보라를 꿰뚫고 천기를 엿보고 있는 것 같았다.그 순간, 중년 남자는 온 선계에서 발생한 모든 일을 추론해 냈다.순양선왕은 고개를 들어 세계 태막 밖의 무한한 혼돈의 세계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이건 천심낙인의 기운이야. 수백만 년이 지났는데 드디어 세 번째 조각이 나타난 것인가?”순양선왕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미간을 살짝 누르자 눈부신 노을빛을 발산한 낙인 조각이 세 번째 눈에서 빠져나왔다.그는 손바닥에 들어온 천심낙인이 미묘하게 떨리는 것을 느끼면서 흥분과 불안이 뒤엉킨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세 번째 천심낙인이 세상에 나오면 마계를 점령한 역외 이족도 느끼겠지. 이제 몇 년 만에 과거 창란 선역의 조각이 변한 세계가 서로 부딪히면서 융합할 것이고 전욱 천제가 깨뜨린 천지가 다시 모이게 될 것이야.”순양선왕은 이렇게 말하고 나서 침묵에 잠기며 침울한 기운에 휩싸였다.선역이 부활하면 그에게 위기이자 기회였다.과거에 전욱 천제가 선역을 깨뜨려서 삼천 대도의 법칙이 불완전해졌다. 지금 선계에서 기껏해야 선왕 경지까지 수련할 수 있었고 준선제 경지로 돌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선왕이 혼돈의 바다에 들어갈 수 있다면 일말의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혼돈의 바다는 매우 위험하였고 이족이 외부에서 지키고 있었기에 혼돈의 바다로 간다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창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