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8년 전! 골수를 기증하여 강설미를 구해준 이도풍은 강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었으나, 강씨 가문은 은혜를 원수로 갚아 이도현의 척추를 도려내고 시체를 황야에 유기한다. 그리고 8년 후의 강설미의 두 번째 결혼식 날, 완전히 달라진 이도현이 돌아오는데. 지금부터 강세의 길이 열리기 시작한다.
View More이도현은 대답 대신 고개를 숙여 한지음의 이마에 살며시 입맞춤했다. 그러자 한지음은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물론 이런 일에서 이도현은 절대 차별하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등자월의 이마에도 부드럽게 입맞춤했다.등자월은 얼굴이 사과처럼 빨개졌고 감격의 눈물까지 흘렸다.두 여자가 행복에 흠뻑 젖어 있는 사이 이도현은 그녀들을 안고 산 정상에 도착했다. 그들이 착지한 곳은 바로 예전에 이도현이 뛰어내렸던 그 평지였다.두 여자는 땅에 발을 딛고 나서도 여전히 행복에 겨워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지음아, 자월아,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내가 나머지 두 분도 데리고 올게.”“알겠어요. 그런데 절대 그 두 사람한테 뽀뽀하면 안 돼요.”한지음이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사랑 앞에서 사람은 이기적이다. 특히 방금 그 달콤한 순간을 맛본 후 한지음은 더욱 이기적으로 변했다. 비록 불가능하다는 걸 알지만, 그녀는 이 행복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지 않았다.이도현과 같은 남자에게 한두 명의 여자만 있을 리 없었다. 그러니 어느 여자도 이도현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는 없었다.이도현을 선택한 이상 다른 여자와 그의 사랑을 나눌 각오도 함께 해야 했다.“당연하지. 내가 그럴 사람이야?”이도현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오빠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지만, 그 두 사람은 모르는 거니까요. 오빠, 꼭 자신을 잘 지키셔야 해요. 절대 그 두 여자에게 틈을 주면 안 돼요.”한지음이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그녀는 정말 이도현을 믿지만, 소유정과 한소희를 믿지 못했다.한지음은 그 두 여자가 시시각각 자기 남자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느꼈다. 마치 굶주린 늑대처럼 조금이라도 틈만 생기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들어 이도현을 통째로 집어삼킬 기세였다.“말이 되는 소리를 해...”이도현은 무안한 듯 중얼거리고는 몸을 날려 아래로 뛰어내렸다.올라갈 땐 천천히 올라갔지만, 내려갈 땐 속도가 훨씬 빨랐다. 이도현은 금세 다시 산기슭에 도착했다
한지음의 얼굴에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이 스쳤다.‘이 두 사람, 절대 내 남자를 놓지 않을 것 같은데... 게다가 나부터 공략하고 있잖아.’한지음은 이동 내내 이 두 사람을 떨쳐낼 방법을 생각해보았지만, 딱히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이 문제를 여덟째 선배와 둘째 선배에게 맡기기로 마음먹었다. 아니면 아홉째 선배와 열째 선배에게 맡겨도 되었다. 선배들이라면 이 두 여자를 단번에 해결할 거라 생각했다.이렇게 생각하자 한지음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소유정과 한소희에게 팔짱을 끼어도 마음이 찝찝하지 않았다. 특히 두 여자의 풍만한 가슴이 자기 팔을 스쳐도 예전처럼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 것보다 사이즈가 작다고 속으로 기뻐하기까지 했다.그러다가 한지음은 또 앞으로 어떤 자세로 이도현을 안아야 상대가 더 편할지 생각했다.어느덧 한지음은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오빠, 어서 우리를 데리고 가주세요.”이윽고 이도현은 네 명의 여자를 데리고 태허산 정상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사실 정상까지 길이 없었다. 한지음은 비록 수련의 길에 발을 들였지만, 아직 인급 경지밖에 안 되었다. 그래서 대부분 이도현이 한지음을 안고 이동했다.반면 이미 지급 경지에 이른 소유정과 한소희는 가벼운 몸 기법 정도를 다룰 수 있었다. 그래서 이도현이 속도만 늦추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었다.하지만 소유정과 한소희는 현재 이도현의 품에 안겨 행복한 표정을 짓는 한지음이 너무나도 부러웠다.‘만약 나도 무공이 없었다면... 지금쯤 지음 언니처럼 도현 오빠의 품에 안겨 이동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이 순간만큼 소유정과 한소희는 처음으로 무공을 배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하지만 부러워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눈이 빠지도록 두 사람을 바라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두 여자의 질투심이 거의 폭발할 때쯤 드디어 태허산 산기슭에 도착했다.“유... 유정 씨, 소희 씨, 두 분은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먼저 지음이랑 자월이를 데리고 올
이도현은 여자들을 데리고 전송진을 통해 태허산 근처의 산맥으로 돌아왔다.집에 돌아온 듯한 안도감에 이도현은 비로소 한숨을 돌렸다. 그는 어디를 가든 이곳만큼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은 없었다.이도현은 태허산에서 새로운 삶을 얻었기에 이곳에 마음도 내줄 수 있었다.산에서 내려가기 전까지만 해도 이도현이 이 세상에 마음 붙일 만한 곳은 태허산밖에 없었다. 그 당시 만약 스승이 안달복달하지 않았다면 그는 절대 태허산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모든 것이 달라졌다. 태허산에서 내려온 이후 그에게 지키고 싶은 사람이 생겼고 아무리 멀리 떠나 있어도 꼭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이 생겼다.비록 이도현은 지금 일반인을 능가하는 존재가 되었지만, 오히려 그에게 일반인의 끈끈한 정과 기반이 생겼다.그게 바로 이도현의 집이다. 모두가 더욱 잘되도록 가꾸고 옹호하고 그런 곳이다.“드디어 돌아왔네요. 그런데 여기가 어디예요, 도현 오빠? 원시림인가요?”한지음이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원시적인 산천과 초목이 한눈에 안겨 왔고 인적이 전혀 없어 보였으니 그렇게 물을 만도 했다.“여긴 태허산이야. 내 스승님이 바로 저 산에 계셔. 나도 저기서 8년을 살았어. 이곳은 나의 또 다른 집이기도 해.”이도현이 감회에 젖어 말했다.“태허산? 여기가 바로 태허산이군요. 그 말로만 듣던 태허산이라니...”등자월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사방을 살피며 말했다.고전 무술 왕족 출신인 등자월은 태허산의 전설을 모를 리 없었다. 무사라면 누구도 감히 태허산 가까이 가지 못하는데 지금 자기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 등자월은 몹시 흥분되었다.소유정과 한소희는 아무 말 하지 않고 그저 양쪽에서 한지음의 팔을 꼭 끼고 놓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친자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저희 저기 들르나요? 스승님이 바로 저기에 계시는데 인사드리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건 너무 실례치 않아요? 게다가 제가 도현 오빠와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했는데 아직 스승님께 정식으로 인사도 못 드렸잖아요.”한
“저의 눈에 두 분이야말로 선녀 같은 분들이에요. 제가 감히 말도 걸지 못하는 사람들이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두 분의 롤모델이 되겠어요? 두 분은 그냥 그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으셨던 것뿐이에요. 만약 두 분도 시도하셨다면 저보다 훨씬 더 잘하셨을 거예요. 제가 어찌 두 분을 가르치겠어요.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한지음이 웃으며 말했다.한지음처럼 똑똑한 여자가 소유정과 한소희의 속셈을 알아채지 못했을 리 없었다.한지음의 곁에 남아서 가르침을 받고 싶다는 말은 전부 핑계일 뿐 속으로는 자기 남자를 빼앗겠다는 속셈이 뻔히 보였다.한지음이 몇 마디 달콤한 말에 넘어가 자기 남자를 내어줄 사람으로 보이는가?천만에. 한지음은 그렇게 단순하고 어리석은 여자가 아니었다.“아이고. 지음 언니, 아직도 우리한테 서운하신 건가요? 저희 진짜 도현 오빠하고 아무런 사이도 아니에요. 그냥 친구 사이예요. 도현 오빠는 저희 목숨을 여러 번이나 구해준 은인이에요. 우리 마음속엔 도현 오빠에 대한 고마움밖에 없어요.”소유정이 일부러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맞아요. 지음 언니, 오해하지 마세요. 저희는 도현 오빠의 이 은혜를 평생 잊지 않을 거예요. 절대 다른 마음 따위 품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도현 오빠에게 지음 언니처럼 아름답고 현명하며 유능한 아내가 계시는데 어찌 다른 여자가 눈에 들어오겠어요? 지음 언니, 정말 걱정하지 마세요.”한소희가 맞장구를 쳤다.“목숨을 구해준 은인에게 몸으로 갚을 생각은 없어요?”등자월이 콕 집어 물었다.그러자 소유정과 한소희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이것은 모두가 뻔히 아는 사실이지만, 아무도 입 밖에 내지 않고 은근슬쩍 넘어가기로 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렇게 정면으로 물으니 상황이 확 뻘쭘해졌다.“혹시 이 언니는 누구신가요?”한소희가 웃으며 물었다.“저요? 저는 도련님의 하녀예요.”등자월이 앞장서서 대답했다.“도현 오빠는 정말 복도 많으시네요. 이렇게 예쁜 언니를 하녀로 두다니. 좀
소유정과 한소희는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었다. 얼굴이 예쁘면 옷을 입어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고 안 입어도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특히 방금 소유정과 한소희처럼 어중간하게 옷을 걸치는 경우 정말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웠다.“도현 오빠, 우리 준비됐어요.”소유정이 이도현에게 말했다.방금 옷을 갈아입으면서 소유정과 한소희는 이미 마음을 추스르고 돌아왔다. 부끄러운 기색이 온데간데없어지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그러면 이제 돌아가자.”이도현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말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지음 언니, 저희 둘도 언니와 같은 도시에서 자랐어요. 비록 예전에 지음 언니와 마주칠 일이 별로 없었지만, 언니의 이름을 오래전부터 정말 많이 들었어요.”“맞아요. 지음 언니는 우리 또래인데 우리가 아직 학교에 다닐 때 이미 대표님이 되셨죠. 그래서 저의 부모님과 할아버지께서 저를 가르칠 때마다 꼭 지음 언니 이야기를 꺼내셨어요.”“저의 할아버지도 늘 그러셨어요. 저와 나이가 비슷한 지음 언니는 이미 여러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님이 되셨는데 저는 언제 철들 거냐고 채찍질하셨어요.”“그러니까요... 지음 언니와 비교당할 때마다 저는 자신이 너무 하찮아지더라고요. 언니는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슈퍼우먼이었요. 저는 멀리서 지음 언니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언니를 저의 롤모델로 삼았어요. 지음 언니, 앞으로 저희를 좀 잘 가르쳐 주세요.”“맞아요. 저 이제부터 지음 언니 곁에 꼭 붙어 있을 거예요. 절대 저를 귀찮게 여기시면 안 돼요.”소유정과 한소희는 각각 한지음의 한쪽 팔을 잡고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칭찬을 퍼부었다.두 사람 역시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이들은 이미 이도현의 곁에 남고 싶다면 주변 사람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전략을 꿰뚫고 있었다.이도현 곁에 있는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이도현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즉 이도현보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지음 언니. 저희가 이 동굴에서 며칠을 지냈는데 너무 덥기도 하고 오는 사람도 없어서 옷차림이 조금 부적절했어요. 방금 도현 오빠가 무사히 돌아온 걸 보고 너무 기뻐서 옷차림을 신경 쓰지도 못했네요. 지음 언니, 못 본 거로 해주세요.”소유정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떳떳하게 말했다.이렇게 말하고 나니 부끄러운 것도 많이 사라졌다. 소유정은 한지음의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는 이번 생에 이도현의 여자가 되기로 굳게 마음먹었다.자신의 행복과 사랑을 위해 누가 뭐라 하든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도현 오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저희가 곧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올게요.”말을 마치자마자 소유정과 한소희는 동굴 안으로 달려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그들도 이도현 외 다른 사람에게 그런 옷차림을 보이니 매우 쑥스러웠다. 이도현만 보는 건 괜찮지만, 다른 사람도 있으면 말이 달라진다.화끈한 몸매의 두 여자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이도현은 어쩐지 창피함을 느꼈다.특히 한지음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죄책감까지 느꼈다. 분명 자기와 전혀 관계없는 일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뒤숭숭한지 몰랐다.“그... 지음아...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마. 나 정말 아무 짓도 안 했어. 우리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야.”이도현은 한지음의 뜨거운 눈빛에 마음이 찔려 본능적으로 해명하기 시작했다.“그래요? 정말 아무 사이 아니에요?”한지음이 미소를 머금고 장난스럽게 물었다.이 말투와 눈빛만으로도 이도현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마치 큰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진짜야. 믿어줘. 우리는 정말로 그냥 친구 사이야.”이도현이 다시 한번 설명했다.“흠... 그냥 친구인데 옷도 제대로 입지 않고 오빠의 품에 뛰어들어요? 저는 이런 친구를 처음 봐요. 자월아, 너는 본 적이 있어?”한지음이 비꼬듯이 말했다.“아니요, 저도 본 적이 없어요. 도련님, 그냥 인정하세요. 저희도 이해해요. 도련님처럼 훌륭한 남자 주변에 여자가 당연히 많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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