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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작가: 불언불어
“전 세계를 통틀어 10장뿐이라니!”

“자산이 2,000억이 넘는 사람도 소유할 자격이 없다고 했어!”

겁을 먹고 오줌을 지린 여성은 그 말을 듣고 다시 한번 오줌을 지렸다. 정신을 완전히 놓은 듯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 저러한 차림새에 머리도 헝클어져 거지 같아 보이는 청년에게 그렇게 많은 돈이 있을 수 있을까?

그녀는 대뜸 고개를 들더니 은행장에게 말했다.

“잘못 아신 것 아니에요? 저 카드가 가짜일 수도 있잖아요? 어쩌면 그냥 비슷하게 생긴 걸지도 모르죠. 저런 꼴을 한 사람이 저런 카드를 가질 수 있을까요? 그럴 자격이 있을 것 같아요?”

이태호는 그녀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자격이 없다고요? 그러면 당신은 자격이 있나요?”

이태호의 싸움 실력을 상기한 여자는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여전히 인정할 수 없었다.

은행장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이 카드는 저도 우연히 한 번 본 게 답니다. 얼마나 심심하면 가짜를 만들어 절 속이려 하겠습니까?”

말을 마친 뒤 그는 잘 보이려는 듯이 허리를 살짝 숙이며 이태호에게 미소를 지었다.

“고객님, 제가 직접 고객님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해도 되겠습니까? 앞으로 무슨 일 있으시다면 절 찾아 주십시오!”

사실 은행장도 그 카드가 가짜는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도박할 수 없었다. 도박에서 지고 이러한 인물에게 밉보이게 된다면 아마 은행에서 잘릴 것이다.

그리고 가짜일 리 없었다. 정말 가짜라면 업무를 처리할 때 곧바로 가짜라는 것이 티가 날 것이고 그때 다시 태도를 달리 해도 늦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이 카드 안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저도 모른다는 겁니다. 다른 사람이 준 건데 그냥 잔액 좀 확인해볼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제 전화번호를 연동시켜 거래내용통지 서비스를 신청할 생각이에요. 그렇게 하면 잔액이 얼마나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겠죠!”

이태호가 덤덤히 한 말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저 카드 가짜가 틀림없어요. 어떤 사람이 저런 카드를 그냥 주겠어요?”

귀부인은 그의 말을 듣더니 내심 기뻐하며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것 봐요, 청년. 당신 스스로 허점을 드러냈네요!”

“짝!”

그러나 이태호가 또 한 번 그녀의 뺨을 때렸다.

“무슨 쓸데없는 말이 그렇게 많아요?”

“여, 여자를 때린 거예요?”

귀부인은 억울한 얼굴로 다시 자리에 주저앉더니 울기 시작했다. 이태호는 인정사정없는 사람이었고 여자도 때렸다.

“알겠습니다. 그럼 고객님, 제가 안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은행장이 공손하게 물었다.

“이태호입니다.”

“이태호 님, 이름이 훌륭하군요. 패기도 있고 멋집니다. 이런 이름은 딱 봐도 출세할 이름입니다!”

...

몇 분 뒤, 이태호가 안에서 나왔다.

“이태호 님, 이건 제 명함입니다. 혹시 무슨 일 생기시면 저한테 연락하세요.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이태호 님을 도와드리는 건 제게 크나큰 영광입니다!”

은행장은 이태호의 뒤를 따랐다. 그의 허리는 조금 전보다 훨씬 더 굽어 있었다.

“이태호 님, 이건 제 명함입니다. 여유 있으시면 함께 차라도 드시겠어요? 저희 집에서 음식을 대접해 드릴 수도 있어요!”

여자인 부장은 그의 뒤를 졸졸 따랐다. 곧 있으면 호텔도 따라갈 기세였다.

귀부인과 두 경호원은 아직 떠나지 않았다. 그들의 태도에 귀부인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 상황을 보니 그 카드는 진짜인 듯했다.

밖으로 나간 뒤 손에 들린 카드를 보며 이태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어르신, 한 나라와 맞먹을 정도로 엄청난 거금이 들어있으면서 얼마 없다고 한 겁니까? 장난해요? 이 안에 있는 돈 때문에 하마터면 뇌출혈 올 뻔했다고요!”

이태호는 카드에 돈이 많이 들어있으리라 생각했다. 미친 어르신은 대단한 인물이었고 그런 그의 카드 안에 돈이 적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0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잠시 고민하던 이태호는 우선 미용실부터 들렸고 옷을 사러 가서 조금 꾸몄다. 그런 뒤 원주 호텔로 향해 용우진과 밥 한 끼 먹을 셈이었다.

용우진이 신분도 높고 지위도 높은 사람이라는 건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이런 꼴로 그런 곳에 가는 건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았다.

길고 헝클어진 머리를 자르니 준수하고 다소 강인한 얼굴이 드러났다. 거기에 활력 넘쳐 보이는 짧은 머리가 더해지니 더욱 잘생겨 보였다.

“이제 제대로 된 옷 몇 벌 사면 멋있어지겠어!”

이태호는 백화점 입구 유리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며 잘난 척했다.

그러나 옷을 사러 가던 중 그는 헬멧을 쓰고 스쿠터를 타는 여자 한 명이 한 아파트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

뒷모습만 보였지만 검은색 머리카락, 스쿠터를 타는 모습을 보는 순간 이태호는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그 여자네!”

그렇다. 어제저녁 그의 집에 돈을 보냈던, 몰래 그의 부모님을 돕고 있던 여자였다.

이태호는 갑자기 강렬한 호기심이 생겼다. 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 왜 자신을 도와주는 건지 궁금했다!

그래서 상대가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자 이태호는 곧바로 거리를 두고 그녀의 뒤를 쫓았다.

아파트는 조금 낡아 보였다. 여자는 스쿠터를 건물 아래 세우더니 헬멧을 벗고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이태호는 결 좋은 머리카락과 아름다운 옆태를 바라보며 살짝 놀랐다. 여자는 아주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는 그 여자가 누군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그녀가 자기 친척이나 친구라 자신을 돕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 보니 그건 아닌 듯했다.

여자는 작은 케이크를 들고 재빨리 위층으로 올라갔다.

이태호는 소리소문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는 마치 귀신처럼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았다.

여자는 3층에 도착해 3층 방문을 열고 들어섰다.

“은재야, 나 왔어!”

“와, 케이크도 있네요. 고마워요, 엄마. 케이크를 먹을 수 있겠네요!”

방 안에서 조금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자의 딸인 듯했다.

상대에게 딸이 있다는 걸 안 순간 이태호는 왠지 모르게 조금 실망했다.

사실 조금 전 옆태를 봤을 때 여자는 흠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게다가 그녀는 그동안 자발적으로 그의 부모님을 도와주었으니 적어도 마음씨가 착한 여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만약 그녀가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이태호는 그녀와 결혼해 그녀에게 행복을 줄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보니 여자의 딸은 세, 네 살 정도 돼 보였다.

방으로 들어선 여자의 손에는 케이크 말고도 다른 것들이 있어 곧바로 문을 닫지는 못했다. 그녀는 발을 이용해 문을 끌어당겼는데 방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손가락만 한 틈이 남았다.

이태호는 문밖에 서서 그 틈을 통해 여자의 정면을 보고 싶었다. 여자의 정면을 본다면 그녀를 떠올릴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여자는 장을 본 물건을 주방 위에 올려놓은 뒤 걸어 나와 동그란 얼굴을 가진 귀여운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은재야, 저번 은재 생일 때 엄마가 너무 바빠서 은재 생일을 까먹었잖아. 그래서 오늘 엄마가 하루 휴가 내서 은재랑 같이 은재 생일 보낼 거야. 케이크도 준비했고. 어때, 기뻐?”

“고마워요, 엄마. 은재 너무 기뻐요!”

은재는 아주 행복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은재는 곧 미간을 찌푸리더니 입을 비죽이며 애교를 부렸다.

“엄마. 아빠는 언제 돌아와요? 언제면 아빠도 은재랑 같이 케이크 먹을 수 있어요?”

그 말에 여자의 얼굴에서 미소가 차츰 사라졌다. 그녀는 겨우 미소를 쥐어 짜내며 자신의 앞에 선 여자아이에게 말했다.

“엄마가 말했었잖아? 아빠는 돈 벌러 갔어. 아빠가 돈을 엄청 많이 벌어오면 은재도 엄마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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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바보가 되어 돌아온 프리즌 황제   제256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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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바보가 되어 돌아온 프리즌 황제   제256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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