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철은 음흉한 기색을 드러내며 사악하게 말했다. 심지어 말하다 보니 점점 흥분되어 들뜬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이 빌어먹을 영감아, 넌 죽어야 해. 당신 어떻게 자기 손주의 손주보다 더 어린 여자애에게 그런 더러운 마음을 품어? 천현문은 전부 다 죽어 마땅해.”장기철 장로는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그러나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동굴 안으로 여러 명이 날아들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이는 다름 아닌 천현문 제자들이었다. 바닥에 쓰러진 제자들은 죽었는지 아무 반응이 없었다.뒤이어 한 사람이 천천히 동굴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소유정과 한소희는 그 사람을 보자마자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놀랐다.“도현 오빠...”이 순간, 소유정과 한소희는 한없이 행복하면서도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이도현이 정말 자신을 구하러 오다니.두 사람은 여기로 끌려왔을 때부터 이도현이 안 올 거라 확신했다.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닌데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하러 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두 사람이 말했던 것처럼, 고작 서너 번 만난 정도이니 보통 친구라 하기도 어려웠다.서너 번 밖에 안 만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불구덩이로 뛰어들어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요구라 느껴질 뿐이다.설사 가족이라 해도 이렇게 용감한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다들 선 긋기 바쁠 텐데. 하물며 이도현은 딱히 친분도 없는 사이인데.현실 세계에 영웅이 존재하긴 하지만,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감동적인 영웅 이야기는 소설이나 드라마에만 있지 현실에서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하지만 지금, 그 불가능한 일이 현실로 되었다. 소유정과 한소희가 꿈에 바라던 이도현이 정말로 자신을 구하러 왔다. 두 사람은 마음이 벅차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순간만큼은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놀라움에서 겨우 정신을 차린 장기철은 이도현을 보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이도현? 네가 바로 이도현이야? 이 빌어먹을 녀석, 너 드디어 왔구나.”이도현은 장기철을 대꾸하지 않고 소유정과
“목숨만 잃는 게 아니라, 죽기 전에 아주 특별한 대접을 받을 건데 괜찮아? 방금 너희도 들었잖아. 우리 천현문 제자가 너희처럼 예쁜 여자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이도현이 안 오면 내 제자들은 너희에게 화풀이할 건데 그래도 괜찮아? 고생이 심할 거야... 물론 너희도 즐기면 괜찮지만.”장기철이 의미심장하게 말하더니 주름진 얼굴에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음탕한 미소를 띠었다.“상도덕이 없어...”소유정은 장기철의 노골적인 시선에 화가 치밀었다.“상도덕이 없다고? 하하하. 이 순진한 계집애야, 세상에는 성공과 실패밖에 없어. 도덕 따위 개나 줘버려. 강자들 눈에는 그런 거 없어. 우리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은 죽이면 그만이거든. 죽은 자를 상대하는데 무슨 도덕이 필요하겠어? 게다가 도덕이 무엇이지? 강자에게 정말 도덕이 필요할까? 강자가 하는 말이 곧 규칙이 되는데. 예를 들어 내가 이 세상의 지배자가 됐어. 그럼 내 말이 곧 규칙이야.”“그러니까 도덕이든, 영예든, 치욕이든, 다 사람이 정한 거고 오랜 시간 지켜온 문명일 뿐이야. 강자가 그것들을 바꾸고 싶다? 며칠밖에 안 걸려. 너희들은 내가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고 했지만, 내가 충분히 강대했다면 그 눈빛은 감상이었어. 그리고 너희들은 내 눈빛 하나에 기뻐했겠지. 이제 잔말 말고 이도현이 구하러 오기를 기다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천현문 제자들이 너희 몸을 마음껏 갖고 놀다가 나중에 기녀로 만들어버릴 테니까. 상도덕이 없는 삶이 어떤 건지 제대로 한번 느껴보게 해주마.”아무도 없는 자리에서 장기철은 더 이상 가식을 부리지 않았다. 두 여자에게 가장 악랄한 말투로 이도현에 대한 증오를 퍼부었다.“비겁하고 무례한 놈. 꿈 깨. 우리를 전부 죽여도 네 뜻대로 안 될 거야. 도현 오빠는 절대 이곳에 오지 않을 거든.”소유정이 큰소리로 외쳤다.“맞아. 도현 오빠가 정말 오신다면 너희들 다 죽었어. 밖에서 도현 오빠를 이기지 못하면 여기서도 똑같아. 만인이 동경하는 천현문도 이제 보니 온통 도둑놈들
몇몇 제자가 배시시 웃으며 두 여자를 향해 추잡스럽고 저속한 말을 늘어놓고 있을 때 장기철이 걸어 들어왔다.“닥쳐. 준비 다 끝났어? 경고하는데 이번 일은 아주 중대한 사안이야. 누가 이 일을 망치면 그땐 내 직속 제자라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다.”장기철이 자리를 찾아 앉았다. 눈빛에는 살기와 냉기가 가득했다.천현문은 최근 큰 타격을 입었는데 모두 이도현과 관련이 있었다.이도현을 죽일 수 있을지 없을지는 이번이 관건이다.만약 이번에 이도현을 제거할 수 있다면 천현문은 이름을 날리고 이도현의 모든 보물을 차지할 수 있다. 그리고 장기철은 천현문의 공신이 될 것이다.하지만 만약 이도현을 죽이지 못한다면 천현문은 또 한 번의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다.만단의 준비를 마치는 것이 이번 작전의 관건이다.장기철은 지금 이도현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데 제자들은 여자에게 정신이 팔려 다른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아이고. 한심한 것들...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때인데 여자와 놀 생각이나 하고...’장기철은 못난 제자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네.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장로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제 이도현이 오기만을 기다리면 됩니다. 그놈이 오기만 하면 절대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겁니다.”한 제자가 급히 대답했다.“흥. 정말이지?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러 번 말했으니 더 이상 반복하지 않겠다.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라. 이제 여기는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 다들 내려가서 준비하라. 그리고 산문을 지키는 제자에게 이도현이 도착하거든 바로 뒷산으로 데려오라고 전해라.”장기철이 엄숙한 말투로 지시했다.“예. 장로님.”제자들은 명령을 받들고 도망치듯 동굴을 빠져나왔다.곧 동굴에는 장기철과 소유정, 한소희만 남았다.“얘들아, 그런 눈빛으로 나를 보지 마라. 나도 이러고 싶지 않지만, 너희들이 이도현의 여자인 걸 어떡해. 우리가 밖에서 그 녀석을 죽일 수 없으니까 이곳으로 유인하는 수밖에. 우리를 너무 원망하지 마. 이게 다 너희가 잘못된
“조상님, 물론입니다. 두 여자가 우리 천현문에 있다는 사실을 이미 가족에게 알렸고, 손녀를 살리고 싶다면 삼일 안에 이도현을 천현문 뒷산으로 보내라고 했습니다. 그 녀석, 곧 올 겁니다.”장로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음, 잘했구나. 그 녀석 손에서 용골과 음양탑을 얻거든 너도 뒷산에서 수련하여라.”조상이 흡족한 어투로 말했다.“감사합니다, 조상님. 조상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이 일을 반드시 잘 처리하겠습니다. 제가 그 녀석을 진법에 가둘 테니 조상님께서 나서서 처단해 주십시오.”장로는 기쁨을 참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채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그는 선반에서 떨어진 떡을 주워 먹는 듯한 기분이었다.뒷산에서 수련할 기회는 흔치 않았다. 천현문의 역대 장로는 모두 뒷산에 자기만의 수련 동굴을 장만하고 싶었다.장로는 이토록 진귀한 기회가 자신에게 주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래. 이 일을 잘 처리하면 너는 우리 천현문의 공신이 되는 거야. 그때가 되면 수련 자원도 최고급 동굴도 네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네.”조상이 덧붙여 말했다.“예. 감사합니다, 조상님. 정말 감사합니다.”장로는 감격에 겨워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이 행동 말고 어떻게 지금의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을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장로는 동굴에서 나오고도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좋아. 너무 좋아.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찾아오다니. 내 팔자에 평생 사당만 지킬 줄 알았는데 뒷산에서 수련할 날도 온다니. 정말 꿈만 같구나. 하하하...”장기철 장로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 시각 그는 몇십 살을 젊어진 사람처럼 의기양양하고 마음이 한껏 들떠 있었다.장로는 문뜩 술이 당겼다.‘오늘 같은 날에 축하주 한잔해야 하는데...’하지만 아직 축하하기 이르다. 이도현을 뒷산에 설치된 진법으로 유인해서 죽이고 모든 보물까지 차지해야만 일이 전부 끝난다. 그래야 이 모든 걸 누릴 수 있다.장기철은 설레는 마음을 가까스로 억누른 뒤 이도현을 잡으려고 준비한 진법으로
천현문 뒷산의 금지 구역, 한 동굴 안.사당을 지키던 천현문 장로가 동굴에 자리 잡고 앉아있는 노자 앞에서 공손히 무릎을 꿇었다.“조상님, 이도현이라는 놈이 우리 천현문에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신물을 믿고 우리 천현문을 거의 멸망시키고 있습니다. 이미 현문주를 폐인으로 만들었고 두 명의 뛰어난 소문주를 아예 살해했습니다. 우리 천현문의 뛰어난 인재이자 휘황한 미래였는데 말입니다. 성역 사람 모두가 알다시피, 다음 세대는 우리 천현문이 이끌 예정이었습니다. 특히 큰애는 천재라 불러도 모자랄 정도였습니다. 만약 그 아이가 무사히 자랐다면 다음 세대의 성역은 모두 우리 천현문의 명령을 따르고 우리 천현문을 우두머리로 받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도현 때문에 이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되었습니다. 심지어 패왕창 조상님도 그놈의 신물과 계략에 빠져 목숨을 잃었습니다. 조상님, 저희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반드시 그놈을 죽여 원수를 갚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천현문은 성역에서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습니다.”장로는 자기 조상 앞에 무릎을 꿇고 울먹이며 호소했다. 마치 억울한 일을 당한 아이가 아버지 앞에서 참지 못하고 서운함을 토로하는 듯했다.“우리 천현문에도 이런 재앙이 찾아오는구나. 세 대의 장문이 살해당하고 수많은 고수가 목숨을 잃다니. 이런 일이 우리 천현문에서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노자는 아무 표정 변화 없이 차분하게 말했다. 분노도 슬픔도 없이 가벼운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음양탑과 음양검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고? 게다가 용골까지 모두 그 애송이 손에 있다는 말이냐?”조상이 물었다.“네, 조상님. 전부 사실입니다. 이 이야기는 이미 성역에 쫙 퍼졌습니다. 그 녀석은 음양검, 음양탑, 용골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곤륜옥의 비밀까지 얻었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이 얘기들이 전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 그 애송이의 실력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 녀석이 도급경지의 강자를 무 베듯 죽여버릴 수
“네. 진법 설치는 완료되었어요. 총 아홉 개의 진법이고 이건 그 설계도예요. 제가 떠나면 선배는 나머지 선배들을 모두 여기로 불러온 후 진법을 작동해 주세요. 진법이 일단 작동되면 아무도 이곳에 쉽게 못 들어와요. 강제로 돌파하려 해도 몇 달은 걸릴 거예요. 게다가 선배들에게 음양부채까지 있으니 아주 안전할 거예요.”이도현이 웃으며 말했다.그러나 인무쌍은 진법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소매로 이도현의 이마를 닦아주며 부드럽게 말했다.“땀을 왜 이렇게 많이 흘렸어? 어서 가서 세수나 해. 열째는 주방에서 밥하고 있어. 도현 후배, 조금이라도 먹고 가.”인무쌍의 다정한 모습은 더 이상 선배가 아니라 아내였다.“알겠어요. 선배는 앉아 계세요. 제가 얼른 세수하고 올게요...”이도현은 선배의 다정한 모습에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이것이 바로 가족의 따뜻함인가?그도 계속 집에 있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을 구하기 위해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탄식만 날 뿐이었다.세 사람은 웃고 떠들며 식사를 마쳤지만, 마음속으로는 근심이 태산 같았다. 두 선배는 이도현이 성역에서 위험한 처지에 놓일까 봐 걱정되었다.어찌 됐든 이도현은 지금 성역에서 공공의 적이 되었다. 7대 세력은 물론이고 성역 전체에서 그를 찾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의 손에서 보물을 얻고 곤륜옥의 비밀을 알아내려 한다.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는지라 성역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목적을 달성하려 들 것이고 그럴수록 이도현은 더욱 위험할 것이다.옛말에 강자도 강물에 발목 잡힌다는 말이 있듯이 사소한 유혹이나 음모가 한 사람을 망칠 수도 있다.비록 두 선배는 이도현의 실력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가 누군가의 교묘한 계략이나 음모에 걸려들까 걱정되었다.하지만 이도현을 보내지 않을 수는 없었다. 설사 이도현에게 소유정과 한소희를 구하러 가지 말라고 요구할 수는 있더라도 절대 한지음을 구하러 가지 말라고 요구할 수는 없었다. 절대로.이도현이 떠난 후 인무쌍은 이도현의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