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상황 살해 시도“태자비 마마, 최근 피곤하시니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시면 안됩니다.” 희상궁이 걱정하며 말했다.“괜찮아, 적당히 알아서 할 게.” 원경릉이 관자놀이를 만지며 마차에서 내리는데 가을 햇살이 머리에 내리쬐니 정말 졸리다.원경릉은 먼저 태상황에게 문안 드리고, 태상황은 기분이 많이 좋아지셨다. 원경릉이 깨어나고 상선 일이 있은 뒤로 깨달음이 있었는지 알아서 담뱃대를 높은데 올려 두고 술도 입에 데지 않았다.상선이 침 치료 후 입이 계속 돌아가 있는 게 아니라 간단한 말을 할 수 있어 여전히 예전처럼 태자비에게 문안하고, 태자비 마마 고생하십니다. 태상황 폐하 고생이 많으십니다 등등의 말을 한다.희상궁이 상선과 얘기하고 원경릉이 태상황을 부축해 돌계단으로 나가 볕을 쐤다.농담 중에 원경릉이 슬쩍 던지듯, “황조부는 당시 두 사람의 남강사람이 난입해 살해하려고 했던 일을 아직 기억하십니까?”태상황은 소맷부리에 올이 풀린 자수를 떼어내며, “그 일? 그렇게 오래 된 일을 과인은 그다지 생각이 나지 않는데, 이생에 살해 당할 뻔한 경험이 하도 많아서.”원경릉이 고개를 돌려, “무섭지 않으세요?”“무섭지. 무서워서 어디 해 먹겠어?” 태상황이 비웃으며, “제왕의 용상에 앉아 있으면 두려운 일이 많지. 내 목숨 생각하면 못 해, 무서워서 못 해”“황제란 것이…… 좋은 게 아니네요.” 원경릉이 마음속으로 좀 걸리는 게 있는데 태자인 우문호의 미래가 거의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라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이건 분명 원경릉도 우문호도 원하는 인생이 아니다.“좋은 거?” 태상황이 눈 웃음을 지으며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누가 너한테 황제가 좋은 거라고 했어?”“기왕 그렇게 안 좋고 힘든 거면 목이 잘릴 위험을 무릅쓰고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앞다퉈 그 자리에 달려 가는 거예요? 진짜 난해하네요 난해해.”“사람은 말야, 마음속에 보통은 욕망이란 게 있거든. 끊임없이 노력해서 올라서야 해. 황제가 안 좋은 건 해봐야 알 거든. 안 해보면
정집사건곤전에서 나와 원경릉은 황귀비에게 갔다.황귀비는 사람을 시켜 과자와 신음료를 내오게 했는데 원경릉은 신맛을 잘 먹는 걸 보고, 매운 맛은 딸이고 신맛은 아들이라, 황귀비는 마음 속으로 이 아이는 아들이구나 생각했다.“그 정집사라는 사람은 오늘 일찍 와서 무릎을 꿇고, 궁을 나가 아홉째 시중을 들고 싶다고 하더구나. 태도가 갑자기 바뀐 게 이상해서 일단 답은 하지 않고 너한테 먼저 물어보려고.”“정말요?” 원경릉이 놀라서 ‘너무 빨리 바뀐 거 아냐?’“그래, 반시진이나 꿇어 앉아 있길래 돌아가서 기다리라고 했어.”원경릉이 좀 생각해 보더니, “이렇게 하죠, 맞아요 어마마마. 궁에 최근 무슨 소문 도는 거 없어요? 예를 들면 남강에 관한.”황귀비 곁에 집사가 입을 열어, “태자비 마마, 있습니다. 궁중에 최근 누군가 남강왕의 딸이 경성에 있다고, 궁에서 나가 일을 보고 온 자가 듣고 와서 온 궁에 떠들썩합니다.”원경릉이, “일이 갈 수록 재미있어 지는데요.” “재미있어? 그 정집사란 사람은 전혀 재미가 없더라.” 황귀비가 원경릉에게 해바라기씨를 집어주며 평소처럼 말했다.“전 다시 보고 싶어요.”황귀비가 알았다고 하고 손뼉을 치며, “그 사람을 오게 해라, 넌 세세하게 물어 보렴.”원경릉이 막으며, “아뇨, 서두르지 마세요. 내일 다시 불러요, 제가 내일 다시 올 게요.”만아와 그녀를 만나게 해서 정집사가 대체 누구를 위해 출궁하는지 알아보자..만약 만아 때문이면 내일 정집사가 만아를 보고 분명 내색할 것이다.신중을 기하기 위해 다음날 원경릉은 미색, 손왕비, 요부인, 원노부인, 그리고 예친왕비와 같이 입궁하며 만아를 분장시켜 미색과 원노부인 사이에 있게 했다.원경릉의 호소력은 상당해서 초대 명함만 돌렸을 뿐인데 바로 응답이 와서 원노부인과 예친왕비까지 전부 입궁에 응했다.만아는 이유는 모른 채 태자비의 명령대로 궁에 들어와 계속 미색의 주변을 따라다녔다.여자들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원경릉이 황귀비에게, “맞아요, 전에 어마
정집사와 10년전 자객미색도 관심을 보이듯, “고개를 들고 어디 좀 보자, 그 나이에 아홉째를 도와 집안 사무를 잘 살 필수 있겠느냐?”정집사가 미색의 말 대로 고개를 들어 스치듯이 미색을 흘끔 보고 이어서 만아의 얼굴을 봤다.원경릉이 보니 정집사의 몸이 분명히 딱딱하게 굳으면서 동공이 커지고 빛이 반짝했다. 비록 빠른 순간에 평정을 되찾았지만 원경릉은 정집사의 입술이 떨리고 두 손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하는 것을 느꼈다.정집사는 분명 만아를 알고 있다.하지만 만아는 정집사를 보고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이 알지 못하는 모습으로 시키는 대로 미색 곁에 서있다.“쇤네…… 쇤네 반드시 순왕 전하를 위해 제대로 일할 것입니다.” 정집사가 눈을 내리깔고 예를 취하더니 두 손을 앞으로 교차하는 동작을 취하며 긴장된 마음을 완화시켰다.원경릉이, “확실히 지금까지도 가장 좋은 사람을 고르지 못했네. 자네가 과거에 순왕 전하의 시중을 든 적이 있다니 순왕 전하의 뜻을 잘 알겠지. 그럼 그렇게 정하고 내일 자네는 일단 출궁해서 상황을 보도록 하게, 순왕부에 들어갈 때까지 바쁠 것이네.”“예, 쇤네 태자비 마마께 감사드립니다!” 정집사는 감동한 눈빛이나 최대한 꾹꾹 눌러 참았다.원경릉이 찻잔을 들고 지나가는 말처럼, “그렇지, 내가 전에 너에게 물었을 때는 출궁해서 순왕 전하의 시중을 들고 싶지 않다고 하더니 어째서 지금은 또 생각을 바꿨지?”정집사가, “태자비 마마께 아룁니다. 쇤네 전에는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제 능력이 부족해 순왕 전하를 제대로 모시지 못할까 두려웠던 것으로, 돌아가서 깊이 생각해 보니 귀빈 마마께서 예전에 쇤네에게 잘 해 주셨고 쇤네 힘이 있을 때 귀빈 마마를 위해 순왕 전하를 잘 모셔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태자비 마마 안심하세요. 쇤네 반드시 순왕 전하를 위해 순왕부 안팎의 일을 잘 처리할 것으로 결코 황귀비 마마와 태자비 마마께서 눈 여겨 봐주신 은혜 헛되이 하지 않겠습니다.”이 말은 감정기복 없이 마치 각본
죽은 남강인원경릉과 우문호가 서로 시선을 마주했다. 남강왕이라, 역시 남강왕을 위해 입궁했던 거다. 그렇다는 건 꼭 시해가 목적이었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 그들 두사람은 뭔가 남강 내부사정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다른 사람은 믿을 수 없고, 오직 입궁해서 황제 폐하에게 보고할 방법만을 생각했던 것이다.안타까운 것은 이 두사람은 죽임을 당해 그들은 남강왕이 누구 손에 죽었는지 안다고 해도 이제 알 방법이 없다.“그럼 그들이 입궁한 시기에 태상황 전에 쳐들어온 것 말고 뭔가 한 일은 없습니까?” 우문호가 물었다.나장군은 머리를 쥐어짜더니, “특별한 실마리는 없는데 아, 그렇죠, 당시 그들의 시체가 궁밖으로 내 보내져 남산의 시체더미에 버려졌는데 소신이 조사를 위해 시체에서 다시 실마리를 찾으려 했으나 누가 이미 시체를 가지고 간 것을 발견했습니다.”“가져갔다? 들개에게 먹힌 건 아니고?” 우문호가 말했다.“아닙니다. 소신이 다음날 남산 시체더미에 갔는데 시체는 들개에게 먹혔다 쳐도 옷이나 신발, 양말은 남아 있어야 하는데 없었습니다. 누군가 가져간 것이 거의 틀림없습니다.”“바꿔 말해 누군가 그들의 시체를 거둬서 장례를 치렀다?” 원경릉이 생각해 보더니, “만약 그렇다면 경성에는 분명 아직 그들 사람이 있겠군요. 그 뒤에 다시 추적조사를 하셨나요?”나장군이, “부근을 한 바탕 찾았는데, 대략 3리(1.5km)정도 산 위에서 돌을 쌓아 화장을 한 흔적을 찾았습니다. 남강사람의 풍습이 사람이 죽으면 화장을 하는데 안타깝게도 당시 그들의 장례를 치른 사람을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화장 양식으로 보건 데 그 두사람의 신분은 평민 백성일리 없습니다.”“화장 양식?” 원경릉이 어리둥절해 했다.우문호가 설명해 주는데, “그래, 돌을 쌓은 것으로 신분을 알 수 있어. 만약 일반 백성이면 돌을 1층으로 쌓아 원형으로 두르고 시체는 원 안에서 화장하고, 귀족 관원 혹은 지방의 장로면 2층에서 5층까지 각기 다르게 쌓고 또 돌계단이 있어서 그것으로 신
황금 2천냥황후가 지금 궁중의 일에 관여하고 있지 않지만 명분은 여전히 내명부의 수장인만큼 황귀비가 황후에게 이 일을 보고했다. 황후가 다 듣더니 별 말 없이 황귀비에게 조사를 명했다.그런데 황후궁 사람이 퍼트린 소문에 순왕 전하가 팔황자에게 황금 2천냥을 주었다는 것이다.순친왕이 출정 후 황제에게 하사 받은 황금이 천냥으로 전부 팔황자에게 주었다고 해도 고작 천냥에 불과한데 어째서 2천냥이라고 하지?황후는 혐의를 피하기 위해 황귀비 사람을 불러 조사하게 한 결과, 팔황자의 황금이 뜻밖에도 천냥 전부가 내탕고의 인감이 찍혀 있었다. 팔황자는 동생이 자기에게 준 것이라고 궁 안에 사람에게 자신의 금에 손대지 못하게 하고, 미친듯이 사람을 쫓아내는 모습에 모두 기겁했다.황후는, “됐다, 이 금이 내탕고의 황금이든 아니든 전부 내가 메꾸도록 하마, 궁이 최근 태평하지가 못하구나. 내탕고에 도난사건이 있지를 않나, 황후궁에도 잃어버린 게 한 두개가 아니야, 심지어 팔황자 궁에도 물건이 여럿 없어졌는데 도둑놈의 심보를 알 수가 없구나. 금은 보석을 가져가는 건 그렇다고 치고, 장난감까지 가져가는 건 뭔가 특이한 취향이 있는 거 아닌가?”황귀비는 하는 수없이 사람을 순왕부로 보냈다. 궁에서 매년 사용하는 은자는 고정된 금액으로 황금 4천냥인데 이는 은괴 4만냥으로 바꿀 수 있으며 추석에 지출하는 비용도 이 안에 들어있다.따라서 없어진 금화를 되찾아 오지 않으면 황귀비는 회계를 제대로 하지 못한 혐의로 추석 때 지출하는 비용의 부족분을 메꿔야 한다.순왕부는 아직 난장판이었다. 원경릉이 만아, 사식이, 기라, 녹주 등을 데리고 와서 돕고 미색도 여럿을 데리고 왔지만 안주인이 없는데다 아홉째는 무관으로 집안일을 전혀 알지 못했다.궁에서 온 사람이 조사하는데 황후가 보낸 사람까지 있었다. 정집사도 사람들을 지휘하며 바쁘게 일하다가 사식이가 만아를 데리고 들어오는 것을 봤다.정집사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리더니, 잠시 동작을 멈칫하고 돌아서서 계속 명령을 내리는
순왕 도둑 사건이때 미색이 입구에서, “사식아, 만아야, 너희들 이리 좀 와봐.”두 사람이 대답하고 정집사와 스쳐 밖으로 나갔다.정집사가 멈칫하고 뒤를 돌아 만아와 사식이의 뒷모습을 암담하게 쳐다봤다.정집사는 핑계를 대고 기라에게, “아가씨, 방금 그 두 아이는 어느 집 사람입니까?”“만아와 사식 아가씨 말씀인가요?” 기라가 허리를 펴고 물었다.“예, 만아……” 입으로 이름을 중얼거리는 눈빛이 슬프다.“만아는 남강 노비로 비천해서 이집 저 집에서 막일 해요, 아무도 다룰 수가 없거든요.” 기라가 비웃으며, “하지만 만아는 분명히 막일 말고는 아무것도 못해요, 늘 주인을 화나게 해서 걸핏하면 두들겨 맞죠.”“맞아요?” 정집사 얼굴 근육이 팽팽해졌다.“안 그러겠어요?” 기라가 사방을 보더니 목소리를 낮춰 미소 띤 얼굴에 악의가 가득한 채로, “만아는요, 이름처럼 미련해서 맞아도 잘 참으니까 주인들이 기분이 나쁠 때 만아에게 화풀이를 하고 툭하면 때리는데, 그리고나서 상으로 고기를 먹여주면 좋다고 씰룩거려요. 어쨌든 만아한테 고기만 먹여주면 아무 때나 만아의 이목을 속일 수 있어요.”정집사는 눈이 커지며 갑자기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그 자리에 우두커니 있더니 여전히 표정 변화는 없으나 눈에 분노의 불꽃이 타오르며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그렇군요, 남강 노비는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죠.”정집사가 뒤를 도는데 살짝 떨고 있는 것이 보이고 어깨에 애써서 힘을 주고 있었다.이때 한 무더기 축하 선물 속에서 내탕고 인감이 찍힌 황금 2천냥 찾아냈고, 팔황자의 물건도 있었는데 순왕부가 기록한 선물 목록을 찾아보니 누가 보낸 건지 알 수 없다. 각 궁과 각 부에서 보낸 물건은 전부 기록해 두었는데 유독 그것만 기록이 없다.황후가 보낸 사람은 바로 궁으로 보고하려고 하는데 황귀비 사람이 이 일을 원경릉에게 보고 하자 원경릉이, “순왕부에는 보내온 곳에서 직접 보내준 선물 목록이 있을 테니, 다시 각 궁과 각 부에서 선물을 보낼 때 첨부하여 보낸 증정
누명을 벗기다“찾았네.” 원경릉이 선물 목록을 한 장 펼치며 사람들 앞에 내놓고, “흠, 황후 마마 궁에서 보내온 것인데 황금 2천냥, 전체 목록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팔황자의 선물 목록에는 써 있군. 봐라, 선물 목록 위에 황후 마마의 인감이 있구나.”오상궁이 깜짝 놀라 달려와 자세히 보는데 그 선물 목록에 진짜 황금 2천냥이라고 써 있고 또 팔황자가 보낸 장난감 선물마다 명세서가 전부 붙어있고 바닥에는 황후의 인장이 찍혀 있다.내탕고에서 잃어버린 황금 3천냥을 여덟째 전하 쪽에서 천냥을 찾았고, 여기서 2천냥을 찾았으니 금액도 딱 맞아 떨어진다.오상궁이 하얗게 질려서 어떻게 이런 일이?원경릉이 아무렇지도 않게, “모든 게 명확해졌구나. 내가 순왕 전하를 대신해 황후 마마의 크신 사랑에 감사드리네. 순왕 전하께서 출궁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여러 모로 지출이 많은데 은자가 부족하지 않도록 챙기시는 마마의 인자함에 감동하고 말았네.”목록과 인장이 증거로 나오니 오상궁은 할 말을 잃고 변명도 하지 못했다.황귀비 사람이 목록을 받아들고 예를 취하며, “그럼 쇤네들은 이미 물러갑니다.”“천천히 가시게!” 원경릉이 미소를 머금고 전송한 뒤 눈을 치켜 뜨고 오상궁에게, “상궁은 아직 가지 않았느냐?”오상궁이 감히 다시 거들먹거리지 못하고 복잡한 눈빛으로 원경릉을 보더니 예를 취하고 갔다.원경릉이 표정을 가다듬고 궁중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봤다.미색이 얼음장 같은 눈빛으로, “뭐 하는 짓이야? 아주 질리지도 않는구나.”“그만해, 못살게 굴지 마. 황후 마마도 얼마 못 가셔.” 원경릉이 담담하게 말했다.“히히, 이제 황금 3천냥의 소재가 황후한테로 넘어갔네.” 미색이 말했다.원경릉이 나가서 가을 태양 아래 서 있는 우문천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그건 저희가 걱정할 일 아니죠, 마마는 어쨌든 무료하고 답답한 나날을 보내고 있으니 전하께 재미를 찾으려는 걸지도요.”우문천이 예를 취하며, “두분 형수님께서 제 결백을 밝혀 주시니 감사합니다.”원경
만아를 챙기는 정집사만아는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좀 우울했다. 오늘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다들 자기한테 안 좋게 대하고 사식 아가씨와 녹주는 자기를 무시하고 험하게 말하기까지 했다.이제 다들 밥을 먹으러 갔는데 자기만 혼자 여기 남겨졌다. 일을 더하는 건 아무렇지도 않지만 혼자 남겨진 것에 상처받았다.정집사가 만아를 보고 특별한 감정을 담은 눈빛으로 천천히 다가가는데 원경릉이 문간에서 부르며, “정집사? 이리 좀 와봐요, 설명할 게 있으니까.”정집사는 살짝 주먹을 쥐고 잠시 뜸을 들였다가 원경릉에게 한결같은 순종의 눈빛으로, “태자비 마마 분부하실 일이 있으십니까?”“이리 와봐요, 설명할 게 있어요.” 정집사가 참고 원경릉에게 갔으나 막상 가보니 원경릉이 분부한 건 전부 자질구레한 것들로 자신이 아니어도 아무 하인이 해도 될 일이다.왔다 갔다 심부름을 시키는 통에 점심시간이 지나고 정집사가 부랴부랴 주방에 갔을 때 남은 게 있어서 일일이 찬합에 싸서 들고 창고로 갔다.창고에는 만아 외에 다른 사람이 아무도 없고 다른 사람들은 밖에서 새집을 구경하고 주인과 계집종이 한데 뭉쳐 웃고 떠들고 있었다.정집사가 몰래 창고에 들어가니 만아가 여전히 물건을 정리하고 있고 누가 들어오자 만아가 고개를 들고 정집사에게 배시시 웃었다.정집사가, “자네가 만아인가?”“예, 정집사님, 제가 만아입니다!” 만아가 허리를 펴고 등을 쭉 뻗자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데 만아는 챙피해서 고개를 숙였다.정집사가 한숨을 쉬더니 찬합을 탁자에 내려놓고, “음식이 조금 있으니 와서 먹어요.”만아가 얼른 손을 젓고, “안돼요, 제가 집사님 걸 먹으면 집사님은 뭐 드시게요? 전 배 안 고파요, 먼저 드세요.”“와서 먹어요!” 정집사가 복잡한 눈빛으로, “저 혼자 다 못 먹으니 낭비하지 않게.”만아가 배를 만지며 목을 길게 빼고 힐끔 보더니 음식 냄새만 맡고도 침이 꿀꺽 넘어가서 정집사가 나눠 주기를 기다렸다.정집사가 음식을 전부 꺼내고, “어서 먹어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
사건은 결국 크게 번져지고 말았다. 의도가 불순한 사람들이 소요공 일행에게 해명하라고 했지만, 그들은 이미 신시의 유명한 목호에 도착한 뒤였다. 목호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댓글이나 메시지를 볼 시간조차 없었다.지금 추 어르신은 노인이 시를 읊고 글을 짓는 데만 정신이 팔려, 어디를 가든 꼭 한 편의 시를 남긴 후, 돌아가서 희 상궁에게 보여주려고 했다.그들에게 있어 인생은 이미 반 이상 지나온 것이었다. 과거에 300년을 살겠다고 다짐한 만큼, 수많은 일을 겪고 수많은 적을 마주했기에, 이번에 만난 유아독존은 그냥 한 번 겨루었을 뿐이기에 바로 잊혀졌다.목호 여행을 마친 뒤, 그들은 차로 독고 도로로 향했다.그들은 캠핑카를 타고 북쪽으로 쭉 올라가며 길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영상도 많이 찍었지만, 편집할 시간이 없어 업로드는 하지 못 했다. 편집으로 추 어르신의 시간을 많이 빼앗었다 보니, 그가 그동안 풍경을 놓치는 일도 많았었다. 눈도, 손도 한 쌍뿐인 데다, 다른 두사람은 편집을 전혀 몰랐기에 북당의 수보인 추 어르신 혼자 애써야 했다.그래서 영상 업데이트는 잠시 미루고, 길가의 풍경을 잘 감상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들은 짧은 영상 제작에 정신을 빼앗겨 소중한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초심을 잃고 싶지도 않았다.하지만, 그들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팬들과 여행 중인 배낭 여행객, 캠핑카 족들이 줄줄이 따라붙으며 영상을 빨리 올리라며 재촉했다.댓글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쫓아와서 소리치며 재촉하는 모습에 추 어르신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내심 이렇게 자신들을 좋아해 주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저녁, 추 어르신은 무상황과 십팔매에게 대결을 시켰다. 그리고 편집 없이 원테이크로 촬영해, ‘사나이로 태어나서’라는 배경음악과 함께 바로 영상을 올렸다.영상에 무상황이 처음 등장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등을 돌리고 있었다. 무상황의 무공은 소요공만큼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기술이 다양해서
유아독존은 깜짝 놀라 기절할 뻔했다.그는 링 위에서 인생을 마감할 것 같은 공포를 느꼈고, 평생 이렇게 큰 공포를 느낀 적 없었다. 눈앞의 이 노인은 공격할 때, 눈빛에 살기가 서려 있었던 데다가, 전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인 장군과도 같은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어, 그저 한 번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였다.그는 다시는 이런 공포를 겪고 싶지 않아졌다.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박수 소리 속에서 그는 자신의 거만함과 어리석음, 그리고 비열함 때문에 앞으로 모두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소요공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살려달라고 빌지 않겠다면, 그냥 일어나거라. 난 어린애랑 진지하게 겨룰 생각이 없으니."처음에는 소요공도 유아독존이 꽤 대단한 인물이라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저 밥이나 축내는 무능한 자였다. 이런 사람이 수백만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는 게 어이없을 정도였다. 자신의 팔로워 수가 그보다 적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괜히 기분까지 상했다.유아독존은 수치와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소요공의 표정에 갑자기 불쾌한 기색이 드러나자, 다시 겁에 질리고 말았다. 그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터벅터벅 무대를 내려갈 뿐이었다.소요공은 이번 대결로 엄청난 스타가 된 반면, 유아독존은 몰아치는 욕설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더 이상 아무런 영상도 올리지 않았다. 팬들은 그의 이전 영상이나 D을 통해 사과를 요구했다. 유아독존은 과거 소요공의 영상에 댓글로 욕설을 퍼부었지만, 그는 이 점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았고, 마치 죽은 사람처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며칠 동안 여러 매체가 어르신들에게 연락을 보내 방송 출연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DM도 보지 않고, 어떤 연락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들은 철저하게 신비주의를 유지하며 인기를 이용하지 않았다.게다가, 이 일로 일정을 늦추지도 않았다. 새로 올라온 영상을 보고 나서야, 팬들은 그들이 이미 새로운 도시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영상에는 그
붉은 피가 아치형을 그리며 공중에서 뿜어져 나왔고, 두 개의 이가 튀어 나가 버렸다. 그에게 전해진 강한 힘 때문에, 유아독존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바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관객들은 모두 비명을 지르며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박수를 치는 것도 잊어버렸다.발목이 묶여 있는데도 이렇게 유연하게 뛰어올라 무릎으로 유아독존의 턱을 가격하고, 착지까지 안정적으로 해내다니!이 모든 것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하지만 곧이어 더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소요공은 간신히 몸을 일으킨 유아독존을 향해 다시 뛰어올랐다. 이번에는 무려 3미터 높이까지 뛰어오른 후, 세 바퀴를 돌며 내려와 두발로 유아독존의 뺨을 쳤다.다시 한번 핏줄기와 함께 이빨이 튀어나왔고, 유아독존은 또다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짧은 정적 후, 경기장 천장을 날릴 것 같은 큰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이전까지 유아독존을 지지했던 네티즌들은 소요공의 첫 번째 영상이 특수효과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소요공은 이 싸움을 통해 직접 특수효과가 아니라 진정한 무예라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생방송 채팅창에는 소요공을 향한 칭찬의 댓글이 연이어 쏟아졌다."탄성을 자아내는 광경!""라이브가 아니었다면 믿을 수 없었을 거야!""이게 진정한 무술이구나!""아니, 이건 무공이야!""무협 영화를 보는 것 같아!""어르신, 최고!""어르신 최고!"그 이후 채팅창은 하나같이 '어르신 최고'로 도배되었다.그리고 칭찬을 한 몸에 받는 소요공은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밧줄에서 벗어났다. 그의 손목과 발목을 묶고 있던 밧줄은 힘을 받고 끊어지고 말았다. 그는 무상황과 추 어르신을 바라보며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그는 눈빛으로 무상황에게 명대로 상대의 이를 부러트렸다고 전했다.추 어르신은 무표정으로 생각했다.‘역시 허세가 많아, 또 경공을 선보였군.’무상황은 아주 기쁜 듯 소요공에게 잘했다며 손짓을 보냈다. 어차피 오늘 밤 이후로 그들은 인기가 치솟을 것이었기에,
유아독존은 여전히 소요공에게 거만하게 말했다."노인네, 항복할 준비나 해요. 절대로 봐주지 않을 테니까!”무상황은 그의 거만하고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보며, 소요공의 귀에 속삭였다."저 누런 이빨을 모조리 부숴버려라. 이것은 명령이다!""명 받들겠습니다!"소요공은 쉬운 일이라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리를 곧게 폈다.생중계되는 대결이라, 카메라는 이미 링을 비추고 있었다. 잠시 후 사회자가 몇 마디 하며 관객들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며, 무술은 건강을 위한 것이지 싸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계속 강조했다.이 말은 소요공이 사회자에게 부탁한 것이었고, 추 어르신이 따로 소요공에게 이런 말을 부탁해달라고 시켰다.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자, 이내 양측 선수를 소개해주었다.유아독존이 먼저 링에 올랐는데, 방금까지 거만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용감하고 바른 자세로 이번 대결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노약자를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라, 무술이 허울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했다.그리고 자신이 연세가 지긋한 소요공을 봐주겠다고 약속했다.번지르르한 말만 골라 하는 그의 모습에, 관객들은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소요공은 한쪽에서 그의 말을 듣고 있었는데, 누렇게 변색한 유아독존의 이빨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이번 대결은 별다른 제한 없는 자유 무술로 진행된다. 무기만 사용할 수 없을 뿐 손발은 물론, 머리 정도는 쓸 수 있었다. .대결 시작 전, 소요공은 무상황에게 자신의 두 손을 묶어달라고 부탁했다.유아독존에게 전하는 모욕과도 다름없는 행동에, 관객들은 충격에 빠졌다.라이브로 보고 있던 네티즌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 노인네, 제정신이야? 손을 묶으면 발로만 싸우겠다는 거야?”하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그가 두 발까지 묶어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허수아비처럼 링 위에 곧게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그 모습을 보고 다들 그의 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심판, 경기장 주인, 중계 사이트 관계자들 모두 당황
두사람의 대결은 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고, 이내 인기 화제가 되어, 검색어 상위에 올르며, 대립적인 의견을 불러일으켰다.일부 사람들은 유아독존이 어르신을 힘들게 한다고 했다. 그저 어르신이 퇴직 후의 삶을 기록하려 영상을 찍었을 뿐, 굳이 그가 대역을 썼는지 깊게 파고들 필요가 없고, 다들 영상도 재밌게 봤으니, 그만이다는 생각이었다.반면, 또 다른 사람들은 퇴직한 삶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것은 괜찮지만, 무술을 더럽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심지어 첫 번째 영상에서 소요공이 특수 효과를 사용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영상 속 행위가 워낙 위험해 보였기에, 젊은이들도 해낼 수 없고, 노인이라면 더더욱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무협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물론 이 사람들은 소요공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닌, 소요공 뒤에 있는 회사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수백만 명의 팬을 가진 계정은 대개 회사가 운영하고 있기에, 노인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너무 지나치다고 여긴 것이었다.청조 영상 사이트는 이번 독점 생중계 권한을 얻었다.추 어르신은 이번 대결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기분 좋아했다. 무술에 관한 주제가 사람들 입에 자주 입에 오르고 있으니, 무술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들은 그들이 이곳에 존재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곳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다.원경릉의 오빠와 부모님도 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괜히 걱정되었다. 그들은 유아독존의 영상을 보고, 상대가 꽤 강한 사람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주진이 바로 그들을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세요, '유아독존' 백 명이 와도 상대가 되지 않아요."이상하게 믿음이 가는 주진의 말에, 두 사람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하지만 신중히 처리하기 위해, 그들은 차를 타고 소요공 일행과 합류하러 길을 나섰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의사인 그들이 제때 응급처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드디어 대결의 날이 왔다.대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