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역모 누명으로 가문과 함께 처형당한 황후 심월령. 죽음의 순간 그녀를 구하러 온 이는 남편인 황제가 아니라 냉혹한 섭정왕 위지헌이었다. 혼례 3년 전으로 회귀한 월령은 더 이상 황후가 되지 않기로 결심한다. 이번 생, 그녀는 자신을 죽인 황실을 무너뜨리기 위해 섭정왕의 손을 잡는다.
Lihat lebih banyak비가 내렸다.
그러나 비도 피 냄새만은 씻어 내리지 못했다.
젖은 흙이 피를 먹어 오래된 쇠처럼 비렸다. 돌계단 틈마다 붉은 물이 고였고, 빗방울이 닿을 때마다 잘게 부서졌다.
형장을 둘러싼 백성들은 숨조차 함부로 쉬지 못했다. 멀리 황궁의 붉은 담이 비안개에 잠겨, 아직 마르지 않은 상처처럼 서 있었다.
심월령은 그 담을 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무릎이 진흙에 반쯤 잠겨 있었다. 한때 대연에서 가장 고운 비단만 두르던 황후의 무릎이었다.
봉황을 수놓은 대례복은 오래전에 벗겨졌다. 금관도, 비녀도 없었다.
남은 것은 죄인의 흰 홑옷 한 벌. 빗물에 무겁게 달라붙은 머리카락. 목에 걸린 나무 죄패 하나뿐이었다.
죄패에는 먹으로 네 글자가 적혀 있었다.
역모 폐후.
먹은 비에 번졌으나, 그 네 글자만은 이상하리만치 선명했다. 누군가 온 나라의 눈에 그 이름을 새겨 넣으려 한 것처럼.
역모라니.
월령은 웃음이 날 뻔했다.
아버지 심도윤은 평생 북녘 변경의 북문을 지킨 장군이었다. 흑령산맥 너머 삭원의 기마를 막느라 세 번의 겨울을 변경에서 보냈고, 그 추위에 손가락 둘을 잃었다.
오라비 심각은 위명서가 즉위하던 날, 반란군의 화살을 등으로 막은 사람이었다. 어린 아란은 아직 비녀도 제대로 꽂지 못하는 아이였다.
그런 심가가 역모를 꾸몄다 했다. 그런 심가의 딸이 황제를 독살하려 했다 했다.
비가 돌계단을 두드렸다. 한 방울, 또 한 방울. 거짓을 세어 보는 소리 같았다.
"폐후 심씨."
높은 단 위에서 음성이 떨어졌다. 월령은 고개를 들었다.
황제 위명서가 그곳에 서 있었다. 금빛 용포에는 비 한 방울 닿지 않았다.
내관이 받쳐 든 검은 우산 아래, 그는 단정했다. 오늘 처형되는 사람이 한때 제 곁에서 밤을 지새우던 여인임을, 잊은 사람처럼.
저 얼굴을 사랑했었다.
이제는 남의 이야기처럼 아득했다.
그가 처음 손을 내밀던 날, 대연의 봄은 유난히 따뜻했다. 살구꽃이 바람을 타고 떨어지던 오후였다.
꽃그늘 아래, 그의 목소리는 햇살처럼 부드러웠다.
'그대가 곁에 있다면, 이 황궁도 외롭지 않겠소.'
그 한마디가 얼마나 가벼웠는지, 그녀는 너무 늦게 알았다.
그때의 살구꽃은 달았다. 눈앞을 희게 흐리고, 마음의 문턱을 소리 없이 넘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걱정도, 오라비의 긴 침묵도, 사람들이 낮게 삼키던 말들도 외면했다. 다정한 목소리 하나면 세상의 그늘을 다 가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게 황후가 되었다.
그리고 황후가 된 뒤에야 알았다. 붉은 담 안의 등불은 밤마다 고왔으나, 그 불빛 아래에서 누가 소리 없이 지워지는지는 아무도 보지 못한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는가."
위명서의 목소리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다정하게 들리도록 태어난 목소리였다.
월령은 갈라진 입술을 열었다. 혀끝에 피와 빗물이 함께 고였다.
"아버지는, 역모를 꾸미지 않았습니다."
군중이 술렁였다. 위명서의 눈썹이 희미하게 움직였다.
"오라비도, 아란도, 심가의 누구도 폐하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하라."
"폐하께서 그 사실을, 모르실 리 없습니다."
빗소리가 커졌다. 어쩌면 군중이 한꺼번에 숨을 들이켜는 소리였는지도 몰랐다.
위명서는 한참을 월령을 내려다보았다. 곤원전에서 밤늦도록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던 사내는, 그 눈 안에 없었다.
거기에는 황좌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태울 수 있는 군주만 있었다.
"그대는 끝까지 짐을 실망시키는군."
월령은 그제야 웃었다.
목 안쪽이 찢어져 피 섞인 숨이 새어 나왔다. 그런데도 입가가 조금 올라가는 것만으로, 형장의 사람들이 더 깊이 얼어붙었다.
"그대가 가만히 있었다면, 심가의 어린 목숨 하나쯤은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아란.
그 이름은 혀끝까지 올라오지 못했다.
대신 별궁의 연기가 먼저 떠올랐다. 불타는 처마, 재 냄새, 뒤돌아보지 못하고 끌려가던 제 팔. 불길 쪽으로 달려가던 작은 등 하나.
내관들은 그녀의 팔을 붙잡았고, 위명서는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날부터 월령은 밤마다 조금씩 비어 갔다.
오늘 형장에 오른 것은, 그 빈 껍데기의 마지막 조각이었다.
염로는 눈 위에서도 소금 냄새가 났다.길이 하얀 것이 눈인지 소금인지 알 수 없었다. 소금이 나가고 군량이 들어오던 길에 수레 자국이 얼어 있었고, 그 위에 흑령 본대가 앉아 있었다.위지헌이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천막이 길을 따라 늘어섰고, 말들이 눈을 파고 풀을 찾았다."본대입니다, 왕야. 척후 말로는 사백입니다."강무진이 붉은 것이 마른 붕대를 그대로 감은 채 아뢰었다."저희 두 배입니다.""눈이 소리를 먹는다. 언덕 밑에 닿을 때까지 저쪽은 모른다. 염로를 도로 잡는다. 오늘.""예. 그런데 왕야가 또 앞에 서시면—""선다. 명서는 오른쪽이다. 스물로 수레 길을 막는다. 본대가 밀리면 수레 길로 빠진다. 거기서 막아라. 쫓지 말고 막기만 해라."정무가 고개를 한 번 숙이고 위명서에게 그 명을 전하러 갔다.*위명서가 수레 길 옆 바위 뒤에서 그 명을 받았다.스물이 그 뒤에 엎드려 있었다. 박돌쇠가 국자를 허리에서 뺐다. 이번에는 위명서도 그 국자를 왜 빼는지 알았다."오늘도 국자냐.""칼은 삼전하가 드시고 국자는 제가 듭니다요.""삼전하, 오늘은 앞에 서지 마십쇼. 왕야가 서시니까요. 왕야가 서시면 다들 뒤에 서는 겁니다요. 열 해 그랬습니다.""안다.""아신다니 됐습니다요. 국자는 칼보다 낫습죠. 머리를 치면 안 죽고 쓰러지니까요. 쓰러진 놈은 뒤에서 누가 마무리합니다요."박돌쇠가 닦을 것도 없는 국자를 눈 한 줌으로 닦았다."칼 손잡이는 닦으셨습니까요.""닦았다. 네가 준 헝겊으로.""그건 검어졌을 테니 두 번째 조각은 제가 갖고 있습죠. 필요하시면 말씀만 하십쇼."위명서는 소매 안의 검게 마른 헝겊 조각을 만졌다. 초소에서 칼을 닦은 것이었다.*북경군이 소리 없이 언덕을 내려갔다.눈이 발소리를 먹어서, 흑령이 그것을 본 것은 언덕 밑에서였다. 천막이 흔들리고 말이 뛰고 사백이 일어섰다.위지헌이 앞에 있었다. 검은 대창포에 옥관, 털지 않아 흰 것이 앉은 어깨였다.소금길 위에서 칼이 부딪치자 흰 길
"제 글씨가 아닙니다, 대감."허도겸이 등잔이 아직 꺼지지 않은 새벽에 호부 고방 문 앞에서 그렇게 답했다.호부 상서가 순검 넷을 데리고 그 앞에 서 있었다. 허도겸보다 열 살 위인 늙은 사람이었다. 삼십 년을 제 밑에서 장부와 산 사람을 보는 눈이 오늘은 장부를 보는 눈이었다."자네 글씨가 아니면 누구 글씨인가. 획이 자로 잰 듯하고, 먹을 두 번 누르고. 호부에 그리 쓰는 사람이 자네 말고 있나.""없습니다. 그러니 흉내입니다.""흉내를 누가 내는가. 무엇 하러."허도겸이 답하지 못했다. 답은 있었다. 눈앞의 상서가 그 답이었다. 그런데 그 답을 상서 앞에서 입 밖에 내면 그것은 답이 아니라 죄가 됐다."염로 물표 열한 장이 자네 이름으로 나갔네. 군량이 그리로 샜고, 북에서 사람이 죽고 있네. 옥에 가 있게. 국청이 열릴 때까지."순검이 허도겸의 팔을 잡았다. 허도겸은 뿌리치지 않았다. 대신 고방 안을 한 번 돌아보았다. 대장 여섯 권과 발행부와 붓과 자가 거기 있었다.자는 두고 갔다.*윤백이 먹 심부름꾼 옷을 입고 고방 문 옆에 서서 그것을 다 보았다.순검이 허도겸을 데리고 나갈 때 고개를 숙이고, 숙인 채 눈으로 세었다. 순검 넷에 상서 하나, 고방 문에 자물쇠 하나, 그 자물쇠의 열쇠는 상서 허리에 있었다.윤백은 왕부까지 뛰었다."마마님, 낭중 어른이 옥에 갇혔습니다. 새벽에 잡혀갔습니다."월령이 봄 곁에 앉은 채 그 말을 들었다. 아이가 요 위에서 한쪽 어깨를 들고 다리를 차더니 처음으로 한 번에 넘어갔다. 엎드린 채 돌아오지 못하고 울어서 월령이 아이를 도로 눕혔다."상서가 직접 왔던가요.""예. 순검 넷을 데리고요. 고방은 잠갔습니다. 발행부가 그 안에 있고, 열쇠는 상서 허리에 있습니다.""잠근 것이 아니라 태울 거예요. 국청이 열리기 전에요."윤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말이 맞아서였다.*곤원전에서 황후가 그 말을 들었다.월령은 아이도 청아도 없이 혼자 왔고, 늙은 상궁이 문을 지켰다."호부
호부 고방은 먹 냄새보다 곰팡이 냄새가 먼저였다.허도겸이 자녕궁 향방이 탄 날부터 닷새째 그 안에 앉아 있었다. 앞에 군량 물표 발행 대장 여섯 권을 펴 놓고 삭원 염로로 나간 것만 추리고 나니, 스물아홉 장이었다.그 스물아홉 장 중 열한 장이 도성 안에서 발행됐다. 소금은 삭원에서 오고 물표는 소금이 있는 데서 찍으니, 염로 물표가 도성 안에서 나갈 까닭이 없었다. 그런데 청릉이 봉인된 뒤에 흩어진 셈방 손들이 도성 안 어딘가에 앉아서, 열한 장을 도성 안 셈방에서 찍어 냈다.허도겸이 붓으로 열한 장의 날짜를 자로 잰 글씨로 한 줄에 옮겨 적고, 날짜 밑에 찍힌 인장을 옮겨 그리다가 붓이 멈췄다.관인이었다.호부 관인인데 낭중의 것이 아니라 상서의 것, 그가 삼십 년을 그 밑에서 장부를 산 사람의 인이었다.허도겸은 붓을 놓고 오래 앉아 있었다. 숫자로 안 떨어지는 것 앞에서 그는 늘 그랬다.*왕부 마루에서, 월령이 그 종이를 받았다.윤백이 곁에 서고, 청아가 차를 내오다 기침을 한 번 하고 삼켰다. 연기 마신 지 닷새라 목소리가 아직 갈라져 있었다."…상서의 인장이 찍혀 있으면요, 마마님, 셋 중 하나입니다."허도겸이 말했다."상서가 찍었거나. 상서의 인을 누가 훔쳐 찍었거나. 인 자체가 가짜거나. 소신은 셋째는 아니라고 봅니다. 인주 색이 호부 것이라서요. 호부 인주는 남쪽 것을 안 씁니다.""그럼 둘 중 하나군요.""예. 그런데 둘 다, 소신이 잡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상서라서요."월령이 그 종이의 열한 장 날짜를 보았다. 첫 날짜가 청릉 봉인 이레 뒤였으니, 셈방이 봉인되자 손들이 도성으로 들어와 호부 안에 앉아서 관인을 빌렸고, 빌린 것인지 산 것인지는 종이가 안 말했다."…부군이 계시면요.""상서를 그 자리에서 잡으셨겠지요. 그런데 안 계십니다. 섭정왕 없는 조정에서 왕비마마가 호부 상서를 치면, 종친부가—""압니다."월령이 종이를 접지 않고 반으로만 굽혔다."낭중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내일 대장을 다시 봅
삭원 초입에 눈이 왔다.첫 눈이었다. 도성은 아직 서리가 멀었을 때인데, 여기서는 새벽에 말 등에 흰 것이 얇게 앉았다. 손으로 쓸면 없어지는 것을 군사들이 쓸면서, 아무도 눈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여기서는 그것이 눈이었다.강무진이 왼팔의 붕대를 갈고 있었다. 도성에서 다 나은 팔이었는데, 도성에서만 나은 팔이었다."…왕야. 이거 또 감습니다. 윤백이 붕대를 넉넉히 넣어서요.""누가 다치랬느냐.""안 다쳤습니다. 말이 미끄러졌습니다. 눈이라서요."위지헌은 그 팔을 보지 않고 지도를 보았다. 염로 초소 둘 가운데 하나는 재가 됐고, 하나에는 흑령이 앉아 있었다.*위명서가 군사 스물을 데리고 왔다.이번엔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제가 앞에 서고 스물이 뒤에 섰다. 박돌쇠가 그 스물 중 맨 뒤에서 국자를 허리에 찼는데, 군사 스물의 국을 뜨는 사람이 늘 그였다."…숙부. 초소 하나는 재가 됐다고요.""그렇다.""남은 하나에 흑령이 몇입니까.""서른. 안팎.""제가 갑니까."위지헌이 조카의 매화 소맷단을 보았다. 북영을 떠난 뒤로 한 번도 안 턴 소매에, 마른 것이 그대로 있었다."…내가 앞에 선다. 너는 스물을 데리고 왼쪽. 초소 뒤 골짜기로. 앞에서 내가 치면, 뒤로 빠지는 놈을 막아라.""예.""막는 거다. 쫓는 게 아니라.""…예, 숙부."정무가 아무 말 없이 위명서 뒤에 섰다. 자리를 잡는 것으로 답했다.*초소는 언덕 위에 돌로 쌓은 낮은 담이었고, 담 안에 흑령 서른이, 담 밖에 눈이 있었다.위지헌이 말에서 내려 걸어서 올라갔다. 검은 대창포에 흰 것이 앉았으나 털지 않았다. 북경군이 그 뒤를 소리 없이 걸었고, 눈이 소리를 먹었다.담 위에서 화살이 하나, 둘 왔는데도 위지헌은 걸음을 안 바꿨다. 강무진이 그 옆에서 붕대 감은 왼팔로 방패를 올렸다."…왕야. 앞에 서지 마시라고 열 번은—""열한 번째다."담이 가까워지자 위지헌이 칼을 뽑아 담을 넘었다.*골짜기에서, 위명서는 담 너머 소리를 들었다.쇠 소리와
해시가 가까워질 무렵, 남쪽 연못에는 안개가 내려앉았다.봄밤의 안개는 사람을 해치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얇고 희어서, 손을 뻗으면 손바닥 위에서 곧장 풀어질 듯했다.그러나 그 안에 오래 서 있으면 숨이 조금씩 낮아졌다.물 위의 달도,버드나무 아래 그림자도,멀리 별채 처마에 걸린 등불도 한 겹씩 지워졌다.소리가 먼저 숨었다.벌레 우는 소리는 물가의 돌 틈으로 잦아들었고, 회랑 아래 고인 밤공기는 젖은 약재처럼 싸늘했다.월령은 회랑의 어둠 속에 서 있었다.흰 장삼 위에 짙은 남색 겉옷을 걸쳤다. 밤 안으로 스며
그 말은 아직 공중에 있었다.그대가 내 곁에 있다면.이 황궁도 외롭지 않을 것 같군요.위명서의 목소리는 살구꽃잎처럼 가볍게 내려앉았다.너무 가벼워서, 처음 듣는 사람은 그것이 칼집에 숨은 소리라는 것을 모를 터였다.한때의 월령도 몰랐다.그녀는 그 말을 오래 품었다. 황궁의 붉은 담 안에 한 사람의 온기를 들이면, 그 외로움이 조금은 녹을 줄 알았다.높은 처마와 긴 회랑과 밤마다 닫히는 문들 사이에 자신이 봄을 들일 수 있을 줄 알았다.이제는 안다.황궁의 외로움은 사람 하나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었다.사람 하나를 삼
"월령 언니, 여기 계셨어요?"문밖의 목소리는 봄비처럼 부드러웠다.심서윤은 늘 저렇게 말했다. 조심스럽게. 다정하게. 마치 자신이 누군가를 해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해 본 적 없는 사람처럼.그때의 월령은 그 목소리를 좋아했다. 친자매처럼 가까운 사촌이라 믿었고, 어머니의 방 앞에 흰 천이 걸린 뒤에는 서윤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운 적도 있었다. 등을 토닥이던 작은 손의 감촉은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그리고 황후전의 어느 밤, 비녀함 안쪽에서 밀서를 꺼내던 그 손도.그 손등에 비치던 차가운 등불도.그래도 월령은 그 손을 기억할
살구꽃 향이 났다.빗물에 젖은 진흙 냄새도, 목 안쪽을 태우던 비린 독향도 아니었다. 부드럽고 희미했다. 오래 닫혀 있던 창문 틈으로 먼 봄이 숨을 죽이고 들어오는 듯했다.심월령은 숨을 들이켰다.그리고 곧바로 기침을 토했다."아가씨!"누군가 비명을 질렀다.월령은 손으로 목을 움켜쥐었다. 칼날이 닿기도 전부터 속을 태우던 열기가 아직 목 안쪽에 남은 것 같았다. 피와 비가 뒤섞이던 형장의 냄새가 혀끝에 되살아났다.아니.칼이 아니었다.그녀를 끝까지 붙들고 놓지 않던 것은 칼날보다 조용한 것이었다. 탕약의 밑바닥에 가라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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