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어멈과 시위 몇 명이 독주를 가지고 와서 기다리자 주명양은 극도로 화가 나서 어멈의 뺨을 때리고 분기탱천하더니 말했다. “다들 썩 비켜 나 나갈 거니까.”나이든 어멈은 집안일을 주관하는 자로 이미 주 씨 집안에서 일 한지 오랜 세월이 되었다. 심지어 재상도 어멈에게 상냥하게 대할 정도인데 따귀를 맞아본 적이 있을 리가.하지만 어멈은 원망하지 않고 주명양을 바라보며 평온하게 말했다. “첫째 황자비 마마, 나리의 명으로 쇤네 술을 가져왔습니다.”“나리는 무슨 나리? 무슨 술?” 주명양이 뒤에서 천천히 들어오는 시위 중 한 명이 술잔을 받쳐 들고 문지방을 넘어서는 것을 보고 죽일 듯이 노려보며 천천히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어멈은 주명양이 한 걸음 물러서자 앞으로 한걸음 다가섰는데 얼굴에는 손자국이 분명히 나 있지만 전혀 동요하지 않는 눈빛으로 말했다. “첫째 황자비 마마, 나리께서 이미 깨어나셔서 분부하신 것으로 마마께 술을 드리라고 하셨습니다.”주명양은 경악해서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나더니 말했다. “할아버지께서 일어나셨다고? 어의가 속수무책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무슨 술이야? 난 안 마실 거니까 가지고 가.”어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첫째 황자비 마마 두려워 마시지요. 이 술은 쇤네가 고른 것으로 드시고 난 뒤 큰 고통 없이 곧 길에 오르실 겁니다.”“꺼져, 꺼지라고!” 주명양이 몸을 돌려 의자를 어멈에게 휘두르다가 던지고 문으로 달려갔다.시위가 바로 막으며 팔을 잡아 끌어 안으로 넣었다. 주명양이 미친듯이 큰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을 치는데 두다리를 뻗대고 사람을 찼지만 이들은 집안의 법도를 관할하며 적지 않은 하인들을 벌 주었던 경험이 있어서 자신들의 방법으로 주명양을 안으로 끼워 밀고 그대로 의자로 눌렀다.그중 한 사람이 주명양의 입을 잡고 벌리는데 힘이 세서 주명양은 얼굴과 턱을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어멈의 그림자가 덮쳐오더니 담담한 표정으로 주명양 앞에 서서 분부했다. “나리의 명이시다. 깔끔하게
주재상과 소요공의 비밀 이야기어멈이 직접 주재상에게 이미 주명양을 처리했다고 보고했다.재상이 한동안 침묵하더니 고개를 들고 말했다. “초왕부에 서신을 보내 사람이 없어졌다고 해라.”“예!” 어멈이 물러났다.주재상이 천천히 침대 의자에 앉았다. 이 계획을 실시하기 전에 이미 주명양이 여기서 문제를 일으킬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이 순간 예상대로 되고 말았다.하인이 소요공을 모시고 왔는데 고개를 들어보고 다시 눈을 감고 살짝 한숨을 쉬었다.소요공이 하인들을 내보내고 문을 닫고 주재상 곁에 앉아 술 한 병을 건네며 말했다. “계획이 성공했네, 귀영위가 의심스러운 선비족 사람이 경성으로 온 것을 알아냈어, 체격으로 봤을 때 독고야. 지금 경성에 들고나는 건 전부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어, 임소 쪽도 철저하게 태자 전하께 씨가 말랐고 자네가 깨어나도 상관없네. 정보는 새나가지 않을 거야.”주재상이 눈을 뜨고 술을 받고 소요공도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 “십팔매(十八妹), 넌 사는 게 즐거워?”느닷없이 아명으로 불려도 소요공은 전혀 개의치 않고 바닥에 앉아 양반다리를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재상 자리에서 물러난 뒤로 즐겁지. 몇 년간 조정 일에는 별로 관여를 안 했잖아, 매일 꽃 재배하고 짐승 키우고 사람이랑 같이 안 지내니까 안 좋을 리가 있어?”“진작에 물러났어야 했어. 그런데 지금은 때가 아닌 거 같아.” 주재상이 술을 한 모금 하더니 강렬한 술이 목을 타고 흘렀다. “어릴 때부터 매일 그림자 속에서 살았어, 주 씨 집안이 소위 야심찬 대계를 위해 내 목숨을 희생하려고 했을 때 적성루가 날 구했지. 하지만 그때 우리들은 목숨을 부지하는 것 만도 얼마나 힘들었나? 전장에서 살아남아 공을 세우려고 몸부림을 쳐도 살얼음판 같아서 몇 번이고 목숨을 잃을 뻔하지 않았나, 작은 기쁨과 사소한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았어. 겨우 세상이 안정되자 너랑 나는 또 조정에서 반평생을 바치고 이제 다 늙어서 이렇게 앉아 돌이켜 보니……”
주명양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 차이“사람은 항상 약한 고리가 있는 법이지!” 주재상이 말하며 일어나더니 말했다. “가세, 궁에 들어가자고. 극이형이 기다린지 오래됐어. 우리 알차게 한 잔 해야지.”소요공도 웃으며 말했다. “맞아, 가서 제대로 한 잔 하면서 그때 일도 얘기하고 맞다, 세자 전하는 아직 자네 집에 있나? 좀 어떠시지?”“아직 여기 계시네, 좋아지셨다고는 하는데 불러서 같이 궁으로 갈까?”“그것도 좋지!”주부에서 초왕부로 서신을 보내 첫째 황자비가 급사했음을 알렸다.우문호는 없고 사식이가 이 일을 원경릉에게 알리자 원경릉이 다 듣더니 사식이에게 사람을 보내 주명양 일은 주재상 쪽에서 설명하고 대외적으로도 무마시켜야 한다고 전했다.사람을 보낸 뒤 사식이가 원경릉과 같이 앉아 마주 보는데 좀 믿을 수가 없어서 말했다. “주명양이 정말 죽었을까요?”“그랬겠지. 주씨 집안에서 그녀를 보호할 이유가 없으니.” 원경릉의 마음도 기쁘지 않았다.만아가 밖에서 들어오며 이 일을 듣고 표정이 굳어졌다.“만아야, 괜찮아?” 사식이가 만아가 정신을 못 차리는 걸 보고 물었다.만아가 앉으며 고개를 흔들더니 말했다. “전 괜찮아요, 단지 둘째 아가씨가 이지경까지 갈 거라곤 생각 못 했어요.”“시기의 문제였지. 그 여자는 날뛰지 않으면 죽을 거야.” 사식이는 한이 풀렸다. 주명양이 얼마나 간악하고 못됐는지가 아니라 이기적인 게 금수만도 못하다는 것으로 자기만 아는 정도가 아니라 기고만장해서 다른 사람을 괴롭혔다.만아는 주명양의 시중을 든 적이 있으므로 써 준 은혜도 있어 마음이 사식이처럼 그렇게 통쾌하지 않고 심지어 조금 가슴이 아프고 슬펐다.사식이가 말했다. “너 주명양 때문에 괴로워하지 마. 그 여자가 전에 네 주인이었지만 너에게 잘 못했고 걸핏하면 욕설과 매질을 했어. 그리고 널 내쫓아서 하마터면 굶어 죽을 뻔했다고, 넌 기억을 못 하는 거야 안 하는 거야, 우리는 그런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사람이 아니야.”만아가 사식이
요부인 집에 훼천이사식이가 요 부인의 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리고 안에서 훼천이 비질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 물었다. “당신이 왜 여기 있죠? 요부 인께서는?”이 남자가 비질을 하는 게 의아하다 싶기도 하고 무공이 그렇게 엄청난 사람이 두 손에 칼을 휘두르며 사람을 죽이는 쪽이지 아무리 봐도 비질을 하는 건 아니다.훼천이 고개를 들고 담담한 눈으로 말했다. “부인께서는 물건을 사러 가셨는데 무슨 일로 찾는지?”사식이가 주저하며 말했다. “나가셨다고요? 그래서 당신은 여기서 청소를 하고 있고?”“개 밥도 줍니다.” 훼천이 문간에 엎드려 있는 개를 흘끔 보더니 말했다.사식이가 ‘에’하고 순간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는데 훼천이 불러서 말했다. “부인을 무슨 일을 찾지? 금방 오시지는 않을 텐데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기다릴까?”사식이는 둘만 안에 있으면 이상할 거 같아 겸연쩍어서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별거 아녜요. 그냥 주명양이 죽었다고 말해 주려던 거 뿐이라.”“알았어. 안 기다릴 거면 내가 전하지.”“에…” 훼천이 계속 비질을 하는 것을 보는데 동작이 상당히 숙련된 게 봐도 봐도 이상하다. 물론 전에 원언니가 의미심장한 말을 한 적이 있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사식이는 훼천을 다시 한 번 보고 나가려고 하는데 훼천이 불러 세우더니 말했다. “기다려.”사식이가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왜요?”“내가 요 부인 집에 있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사식이가 ‘헉’하며 말했다. “이상하……”훼천의 눈빛이 순간 싸늘해지는 걸 보고 얼른 말을 바꿔 말했다. “이상한 거 없는데요, 옆집인데 개 밥도 주고 청소 같은 것도 도와주고 그러는 게 정상이죠.”훼천이 빗자루에 기대서 말했다. “나랑 요 부인은 아무 일도 없었으니 돌아가서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고. 난 괜찮지만 부인의 명성을 해칠까 봐 걱정돼서.”“알아요.”사식이가 다시 가려는 데 말했다. “부인 집에 시녀가 돈을 훔쳐서 달아났어. 부인도 몸이 좀 안 좋으
요부인이 초왕부에 안 오는 이유“기왕 그럴 거면 안에 들어가서 탁자도 좀 닦고 옷도 좀 빨아. 나한테 옷은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는데 부인이 또 아파서.” 사식이는 요 부인이 가슴 아프고 안타까워 더욱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안으로 들어가니 며칠째 빨지 않은 옷이 쌓여 있는데 깨끗한 옷은 몇 벌 되지 않았다. 사식이는 우물에서 물을 길어와 옷을 빨았다.요 부인은 평소 검소하게 입고 수수한 색이 대부분이고 천도 전부 이름난 것들이 아닌데 전에 부인이 입던 옷은 전부 고급 비단이었다. 전에 보니 요 부인 안색이 평안한 게 수수한 색에 담백한 느낌의 옷을 입고 있어 적절하다 싶었다. 그런데 지금 옷을 빨면서 보니 속옷 질이 낮은 게 겉옷만 약간 체면을 차렸을 뿐 지난날의 왕비가 이제 영락해서 평민과 다를 바가 없는 모습에 사식이는 탄식이 절로 났다.막 옷을 다 널고 나니 훼천이 사식이를 주방에 가서 요부인에게 줄 죽을 끓여 달라고 했다. 사식이가 알았다고 하고 좁쌀을 한 줌 냄비에 넣고 불을 피워 끓이기 시작했다.사식이도 금지옥엽으로 자란 아가씨 출신이나 어릴 때부터 방임되어 자라고 서일에게 시집간 뒤에 비록 집에 시녀가 있어 일을 담당하지만 사식이도 요리를 좋아해서 희상궁, 기상궁에게 요리 솜씨를 익혀서 가끔 서일에게 맛있는 걸 해주며 신혼부부가 깨가 쏟아지고 있다.주방에 신선한 재료들이 있는 걸 보고 기왕에 요 부인 드시게 담백한 요리도 두 개 해냈다.막 요리를 마칠 때 요 부인의 허탈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집 청소할 필요 없다고 했잖은가. 내가 알아서 할 수 있다고.”“제가 한 게 아닙니다,” 훼천이 평소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식 아가씨가 와서 청소도 하고 옷도 빨고 지금은 주방에서 밥도 짓고 계세요.”사식이가 나가며 앞치마 자락에 손을 닦고 두 눈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부인, 돌아오셨어요?”요 부인이 의아한 눈으로 사식이를 보며 얼른 다가가서 말했다. “사식아, 어떻게 날 위해 이렇
약재가 없다“원래 폐를 깨끗하게 해서 기침을 멎게 하는 약을 지으러 갔는데 한약방 사람이 나한테 그러는 거야. 상엽(桑葉), 연교(連翹), 금은화(金銀花), 판람근(板藍根) 같은 평범한 한약이 물건이 없다고. 자기들도 며칠째 물건을 못 받고 있다는 거야. 약방을 몇 곳이나 다니면서 물어봐도 전부 같은 상황이라 아무래도 좀 이상해. 얼른 돌아가서 태자비에게 알려서 어떻게 된 일인지 조사해 보라고 해.”“저 약들은 늘 쓰이는 건데 어떻게 없을 수가 있죠? 혜민서 의원들에게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부인이 기침을 하는데 얼굴이 빨갛게 되도록 하다가 한참 후, 겨우 진정돼서, “혜민서는 조정에서 운영하는 거라 자기만의 공급책을 가지고 있을 것이지만 틀림없이 구입 가격이 턱없이 올라갔을 거야. 민간에서는 지금 이 약을 구하지 못하니까. 지금 환절기라 전염병이 돌기 쉬운데 이 약들이 없으면 큰일이야.”“좋아요, 바로 가서 원 언니에게 알리겠어요. 사람을 시켜서 조사해 보라고. 어서 앉아서 죽 좀 드세요. 반찬도 2개 했어요.”“내가 먹을 게, 먼저 가봐.”“예, 그럼 전 갈게요.”사식이가 나가는데 훼천이 이미 빗자루를 복도 끝에 세워 뒀다. 사식이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잠시 부인을 좀 살펴 드리세요.”“응!” 훼천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사식이는 훼천과 얘기하는 게 약간 기운 빠진다 싶어서 더는 말을 섞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초왕부로 돌아오니 원경릉이 보이지 않아 만아에게 물어보니 말했다. “네가 가자마자 안왕부에서 사람이 와서 태자비 마마를 청했어. 안 왕비 마마 아이가 갑자기 젖을 심하게 토한다고. 태자비 마마께 와 달라고 하셨어.”사식이가 놀라서 말했다. “그런데 넌 왜 안 따라갔어? 안왕부가 얼마나 위험한데.”“회 왕비 마마께서 마침 오셔서 같이 가셨어, 난 따라올 필요 없다고.” “그나마 다행이네, 회 왕비 마마는 원 언니를 보호할 수 있으니까. 난 먼저 목욕하고 옷 좀 갈아입고 올 게, 방금 요부인 집에서 밥을 했더니
약재 매점매석혜민서에도 상소가 올라오지 않았다며 말했다. “민간에 물건이 없다고 이틀 전에 들었습니다. 혜민서는 오늘도 물건을 발주했고 혜민서 약재는 아직 좀 있어서 저희가 받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이 혜민서가 쓰는 약을 전담해서 제공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인데 거의 외부 판매를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약재를 공급받는 곳이 있습니다.”“그럼 상인들에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 봐주게.” 서일이 말했다.“서 장군님 안심하십시오. 내일 제가 직접 조사해보겠습니다.” 혜민서 주부(主簿)가 말했다.서일이 혜민서 재고 보유량을 다시 한번 묻자 주부가 말했다. “재고는 많지 않은 게 혜민서는 매일 대량의 병자들을 보기때문에 며칠에 한 번씩 물건이 들어오는 것이, 그렇게 많이 쌓아 둘 수 없기 때문으로 둘 자리가 없습니다.”“물건을 받으면 좀 더 비축해 두게, 아마 누군가 못된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주부가 놀라며 물었다. “못된 짓이요? 누가 그런 짓을? 조정에서 엄명이 있어서 민간 백성들 약 사용에 영향을 준다고 약재는 대량으로 비축할 수 없습니다.”“그래도 조심하는 편이 좋겠어. 악덕 상인이 아니라 다른 의도가 느껴지니까 말이야.” 서일은 이제 상당히 명석해 져서 하나를 보면 열을 알게 되었고 특히 약초 건은 환절기의 목숨을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이질이나 독감 같은 것이 유행하면 곤욕이다.주부는 지금 정세가 밝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주목하며 약속했다. “서 장군님 안심하세요. 이 일은 제가 반드시 정확하게 조사하겠습니다. 내일도 우선 약재를 비축하고 적어도 황실과 관리에게 가는 약초는 충분할 것을 약속 드리겠습니다.”서일이 이 말을 듣고 마땅하지 않았으나 단순하기 때문에 순간 잘못을 집어내지 못하고 나왔다.다음날 해질녘 주부 대인이 초왕부에 보고하러 왔다.약초 건 때문으로 우문호도 원경릉을 서재로 들라 해서 같이 들었다.“오늘 소신이 사람을 데리고 가서 조사하니 경성의 모든 약방이 전부 같은 상황으로 다
사라진 약우문호가 이렇게 원경릉을 진정시키며 속으로 짚이는 구석이 생겼다. 경성은 인구가 많아 부근 약이 다 팔렸으면 옆 지역에서 끊임없이 경성이란 큰 손에 약을 공급하러 몰려들 것이고, 시장 가격보다 2할 높은 가격을 쳐주면 누구나 돈을 벌고 더 벌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인근 지방에도 경성에 공급할 수 있을 만큼 약이 여유분이 있을 거란 보장이 없다.따라서 이렇게 많은 약을 대략으로 방대하게 구매한다는 건 결코 적은 돈이 드는 일이 아니며 적어도 천만 냥 심지어 그 이상이 들 수 있다. 재고를 비축해 둘 상인이 있으면 이질이 발생했을 때 가격을 올려 팔 수 있으므로 전에 그런 사람이 있었지만 조저의 대응도 만만치 않아 이 사람들은 전부 중벌을 받아 아예 꿈도 꾸지 못하게 했지만 여전히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특히 현재의 혼란한 정국을 틈타 한몫 잡아보자고 생각하는 상인이 국난을 자신의 배를 불리는 호재로 삼는 일도 드문 일이 아니다.그리고 지금 북당은 대주와 무역을 진행 중이고 대월국과 대흥국 쪽도 점점 화물을 서로 교역하는 정책에 합류하는 추세라, 다른 나라 상인이 북당에 와서 큰돈을 벌어 대량의 약재나 황금으로 바꿔 갈 가능성도 충분하다.하지만 어떻든지 간에 이 일은 소리소문없이 암암리에 진행되었으며 주도하는 세력이 거대한 게 반드시 반드시 독고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짐작되며 적어도 독고를 빼고 생각할 수 없다.다음날 원경릉은 이 약재 책을 들고 한의학의 최고 권위자인 할머니를 만나러 의대에 갔다.할머니가 보시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약은 독감과 일반 감기 양쪽 다 쓸 수 있는 것들인데 그 중에 몇 가지 약은 호흡기 감염에 쓰일 때 가장 효과가 좋은 것들이고, 또 열을 떨어뜨리는 이런 약도 리스트에 있구나, 얘야, 지금 이 계절에 이 약재들은 없어서는 안 돼. 반드시 구입할 방도를 생각해 내야 한다. 다른 곳은 차치하고서도 우리 의대만 해도 최근 몇 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열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