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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5화

Author: 은광수
“그럼 한번 가 봐.”

이영희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영희 앞으로 다가갔다.

“이모님, 그만 화 푸세요. 몸에 해로워요.”

내가 설득하자 이영희는 나를 매섭게 노려봤다.

“이제는 나까지 단속해? 정수호, 내 말 못 들었어? 지은이한테서 멀어지라니까, 전혀 귀담아듣지 않은 것 같네.”

“이모님, 이모님은 화를 너무 참아 병이 났어요.”

내 말에 이영희는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어디서 겁줘?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겁주는 게 아니라 진짜예요! 저 한의사라 얼굴 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어요.”

“제 생각이 맞다면 이모님은 자주 화내죠? 그리고 화를 참기도 하죠?”

“자주 화를 참으면 기혈이 막혀요. 그런 증상이 오래가면 다른 병도 올 수 있어요.”

“특히 유방 쪽 질병이요. 예를 들면 유방 결절, 유방 종양, 신경쇠약, 호르몬 불균형...”

이영희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졌다. 눈빛도 분노에서 서서히 불안함으로 변했다.

“됐어! 정수호, 일부러 나 겁주는 거야?”

이영희는 나를 노려봤다.

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이모님, 이런 건 검색하면 다 알 수 있는데, 제가 왜 겁주겠어요? 믿지 못하겠으면 인터넷에 검색해 봐요.”

이영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말을 이었다.

“저도 사실 이런 말 하지 않아도 돼요. 하지만 이모님은 지은 씨 이모이고 제 이모기도 하니까 아무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이영희는 또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내가 말했지? 난 자네를 인정하지 않아. 나를 이모라고 부를 필요도 없어.”

“네. 말했어요. 저를 인정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제가 이모님을 인정하는 것과 모순되지는 않잖아요.”

“흥. 지금 이런 방식으로 나를 흔들려는 건가? 그렇다면 꿈 깨! 난 남자를 안 믿으니까.”

나는 왠지 이영희가 남자에 불만이 가득한 것 같았다.

‘아무리 내가 싫어도, 윤 회장님도 있고 남편도 있을 텐데, 두 사람은 좋은 점이 하나도 없나?’

그렇다면 이영희가 남자한테 상처를 너무 받아 모든 남자를 혐오한다고밖에 할 수 없다.

다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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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와 동시에 다시 젊었을 때로 돌아간 것 같아 뿌리치고 싶지 않았다.그때 손광민은 항상 터프하게 이영희를 와락 껴안았었다. 그렇게 사랑받던 느낌은 그녀에게 오랜 여운을 남겼다.아쉽게도 언제부터인지 이영희와 손광민은 점점 멀어지고 어색해졌다.그리고 무슨 영문인지, 예전에 느끼던 요구마저 사라졌다.결국 이영희는 내가 손을 잡는 걸 묵인했다.손광민과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다른 남자한테서 과거의 즐거움을 잠시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당연히 이영희의 마음을 알 리 없는 나는 진지하게 맥을 짚었다.“이모님, 맥이 좀 혼란스러운데 혹시 당황하셨어요?”내가 의아해서 묻자 이영희는 찔리는 구석이 있는 듯 고개를 돌리며 뻔뻔하게 말했다.“자네 때문에 화가 나서 그래.”“어... 저는 그저 이모님 한번 봐드리려고 한 거예요. 우선 화내지 말고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그렇지 않으면 맥이 정확하지 않아요.”내 말에 이영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을 열었다가 말실수라도 할까 봐 걱정됐으니까.잠시 뒤 내가 말했다.“이모님, 기혈이 부족한 데다 기가 좀 약해요.”“기가 부족하다는 게 뭐지?”이영희의 질문에 내가 설명했다.“기운이 없다는 뜻이에요.”“그게 기혈이 부족한 거 아니야?”나는 고개를 저었다. “달라요. 기혈이 부족한 건 안색으로 드러나는데, 보통 얼굴이 누렇거나 빈혈이 심해요. 하지만 기가 부족한 사람은 기운이 없어 사람이 무기력해져요.”이영희는 내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요즘 이영희는 무슨 일을 하든 기운이 나지 않았다. 마치 삶에 대한 희망을 잃은 것처럼.힘든 결혼 생활은 정말 한 여자의 모든 에너지를 소모할 수 있다.이영희가 지금 그랬다.“그럼 무슨 방법이 있어?”이영희가 물었다.나는 웃으며 말했다.“이모님이 저를 협조하기만 한다면 무조건 치료할 수 있어요.”“어떻게 협조하면 되는데?”“그게... 이모님, 제가 드릴 말씀이 조금 대답하고 무례할 수도 있지만 경솔하게 말하는 게 아니에요. 그저 이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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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일이 끝난 뒤 나와 윤지은은 서로 끌어안았다.“어때요?”나는 웃으며 물었다.윤지은은 웃으며 내 품을 파고들었다.“그러는 넌?”윤지은이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우리는 속궁합이 참 잘 맞았다. 나 역시 아주 만족했다.어쨌든 지금은 많은 걸 생각할 필요가 없고 남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그저 둘만의 시간을 보내면 그만이었다.“애교 씨는 어때?”윤지은이 갑자기 애교 누나를 언급했다.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암세포가 퍼지는 걸 막고 있기는 한데, 결과가 어떨지는 아직 몰라요. 정 사장님 때처럼 됐으면 좋겠어요.”만약 정 사장님이 교통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정상인처럼 사모님과 함께 살 수 있었을 것이다.그리고 나와 사모님 사이도 이렇게 껄끄러워지지 않았을 거다.하지만 현실은 현실일 뿐, 세상에 만약이라는 건 없었다.이미 벌어진 일을 바꿀 수 없기에 우리는 앞을 내다보며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가요. 너무 오래 나와 있어 이제 돌아가야 해요.”우리는 한참 누워 있다가 손을 잡고 돌아갔다....윤해철과 곤솽민은 돌아오지 않았고, 이영희와 이영미는 함께 웃고 떠들고 있었다. 다만 손연주는 뭘 하러 갔는지 알 수 없었다.나는 이영희의 눈빛을 무시한 채 윤지은의 손을 계속 꼭 잡고 있었다.이영희는 나를 한번 째려보더니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나도 그걸 봤지만 못 본척했다.이영희가 억지로 나와 윤지은을 갈라놓지만 않는다면, 난 그녀의 경고를 무시하면 그만이다.어쩼든 나와 윤지은만 원하면 남들은 우리를 막을 수 없다.“다른 사람은 왜 아직 안 와? 곧 식사 시간인 거 몰라서 그런대?”이영희의 말투는 쌀쌀맞았다.그러자 이영미가 말했다.“내가 우리 그이한테 전화해서 물어볼게.”이영미는 말하면서 핸드폰을 꺼내 윤해철에게 전화했다.“곧 돌아온대. 그런데 제부랑 함께 안 있나 봐. 네가 전화해서 얼른 돌아오라고 해.”“싫어.”이영희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러자 이영미가 다급히 말했다.“이것 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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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있으면 남의 감정을 고려할 필요도 없고, 많이 생각할 필요도 없다.내가 한창 돌아다니고 있을 때, 갑자기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나는 이곳에서 강민주를 만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강민주도 나를 이곳에서 만난 게 놀라웠는지 잠깐 멍해 있다가 이내 웃으며 다가왔다.“수호 씨, 혼자 왔어요?”“아니, 약혼녀 가족과 함께 왔어.”나는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저번에 놀러 갔을 때 강민주가 나에게 아첨한 이후로, 항상 저런 태도로 나오는 게 몹시 이상했다.마치 나한테 일부러 잘 보이려고 저러는 것 같았다.나는 이 여자가 연소희와의 모든 악감정을 내려놓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경계심을 내려놓지 않았다.강민주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그래요? 약혼녀 가족은 어디 갔어요?”“일이 있어서 잠깐 혼자 둘러보는 중이야. 뭐 더 물어볼 거 있어? 없으면 이만 갈게.”나는 이 여자와 더 엮이고 싶지 않아 그대로 돌아섰다.강민주는 ‘네’라고 짧게 대답할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강민주를 한번 살폈다. ‘대체 무슨 꿍꿍이지?’사실 강민주는 연소희 가족을 몰래 미행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를 만날 줄은 몰랐다.강민주는 연소희가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나를 꼬신 뒤 연소희 심기를 건드리려고 했는데, 내가 윤지은과 약혼한 후로 그런 생각을 버렸다.하지만 오늘 다시 나를 만나니, 다른 생각이 마음속에서 싹텄다....나를 이용해 연소희 심기를 긁을 수 없으니 연소희한테 직접 손을 쓸 생각이었다.하지만 연소희 가족은 연소희를 너무 잘 보호해 손쓸 틈이 없었다. ‘정수호가 만약 연소희와 무슨 일이 생기면, 연소희 가족도 소희를 지키지 못하겠지?’‘정수호는 지금 윤씨 가문 사위니까.’‘윤씨 가문 사위도 빼앗으려 한다면, 연씨 가문이 윤씨 가문에 뭐라고 할 건데?’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강민주는 갑자기 나를 싸늘하게 노려봤다.그도 그럴 게, 이미 나와 연소희를 어떻게 상대할지 생각이 떠올랐으니까..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682화

    이영희는 늘 차가운 표정이라 나는 방금 그녀의 표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보니 이영희의 눈빛에는 확실히 분노가 서려 있었다.다만 그 분노가 나 때문인지 손광민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지금의 이영희는 마치 털을 바짝 세운 고양이나 다름없어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온천욕을 끝낸 뒤 이영미는 미용원에 가자고 제안했고, 여성 멤버 네 명은 함께 웃으며 미용원으로 향했다.모두 떠나간 뒤 윤해철은 손광민의 어깨를 감싸안았다.“뭐 별것도 아닌 거로 싸우고 그래? 예전에 사이가 얼마나 좋았어? 단 한 번도 싸운 적 없었던 거로 아는데.”손광민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현재 그는 너무 마음이 쓰라리고 무기력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제삼자가 보는 건 그저 겉면일 뿐이고, 제삼자가 보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부부의 진정한 생활이다.다만 손광민과 윤해철은 동서지간이라 뭐든 터놓고 말할 수 없었다. 손광민은 무거운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 저 혼자 산책 좀 하고 올게요.”“그래. 가 봐. 기분 전환 좀 해.”손광민은 얼른 뒤돌아 떠나갔다.그가 떠나가자마자 윤해철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이만 가지. 우리 남자끼리 돌아다니자고.”“네.”나는 윤해철과 함께 있는 게 좋다. 윤해철이 거드름을 피우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그가 나를 아득한 후배로 생각하지도 않고, 아랫사람 보듯 하지 않기 때문이다.이런 사람과 지내면 마음마저 편해진다.나는 윤해철과 건강이나 자기관리와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그 덕에 분위기는 아주 가벼웠다.“수호 오빠...”그때 등 뒤에서 갑자기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려 보니 다름 아닌 연소희였다.나는 깜짝 놀랐다.“소희야, 여긴 어쩐 일이야?”소희 뒤에는 그녀의 할아버지 연상철과, 아버지 그리고 계모 심계화가 서 있었다.심계화는 눈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야릇한 눈빛을 보내왔다, 이에 흠칫 놀란 나는 얼른 시선을 피했다.소희는 기분 좋은 듯 달려와 내 팔짱을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681화

    ‘욕할 테면 나를 욕하지 왜 남자들을 모두 욕하는 거지?’“이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나는 얼른 해명하고 싶었다.하지만 이영희는 쌀쌀맞은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그래 말해 봐. 대체 어떤 말을 하나 보자고.”사실 나는 머리가 복잡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아, 아니에요. 아까는 제가 잘못했어요.”나는 설명할수록 이상해질까 봐 설명을 포기했다.이영희는 차가운 얼굴로 나에게 다가오더니 쌀쌀맞게 쏘아붙였다.“네가 어떤 놈인지 딱 보면 감이 와. 경고하는데, 지은이한테서 떨어져!”“두 사람이 아무리 약혼했어도, 난 자네가 마음에 안 들어. 지은이와 결혼하는 건 더더욱 반대고.”나는 미간을 팍 구겼다.고작 이모면서 뭘 이렇게까지 참견하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이모님, 전 이모님 존경해요. 하지만 무슨 자격으로 저랑 지은 씨 일에 참견이세요?”“아버님과 어머님도 이렇게 말한 적 없는데, 이모님이 무슨 자격으로 이렇게 말해요?”이영희가 나에게 무례하게 굴며 존중해주지 않으니, 나 역시 그녀를 존경해 줄 필요가 없다.“정말 이해가 안 돼요. 왜 이렇게까지 참견이세요?”이영희는 화를 내기는커녕 피식 냉소했다.“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이 결혼 못할 수도 있는 거 아나?”이 점에서 나는 확실히 자신이 없었다.이영희의 눈빛과 자신만만한 태도에 그 불안감은 더해졌다.나는 얼른 말투를 누그러뜨렸다.“이모님...”이영희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내 말을 잘랐다.“됐어. 아무 말도 할 것 없어. 자네가 뭐라고 하든 들을 생각 없으니까.”“자네는 우리 지은이한테 안 어울려. 눈치 있으면 알아서 물러나. 만약 내가 나서면 아주 난처해질 테니까.”이영희는 말을 마친 뒤 나에게 해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그대로 뒤돌아섰다.‘이 여자 뭐야?’‘누굴 겁주는 거야?’‘난 이런 거에 겁 안 먹거든?’나도 더 이상 이영희를 상대하기 싫어 마음을 추스르고 온천으로 향했다.이영희는 내가 따라오는 걸 보더니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내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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