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식사 후에 성연이 학교로 갔다.모처럼 졸지 않아서 어젯밤에 일찍 잤는데 지금은 별로 졸리지 않았다.그리고 마침 월례 시험이었다.이윤하는 모두에게 시험지를 나누어 주었다.그리고는 정중한 어조로 말했다.“시험을 열심히 보길 바랍니다. 어떤 요행심리도 가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떻게 시험을 치르든 성적은 여러분들의 것이야. 부정행위를 하지 마세요. 부정행위를 하지 마. 만약 내가 너희들이 부정행위를 하는 것을 발견하면 바로 시험 자격을 폐지한다. 됐어. 어서 문제들 풀어.”시험지가 배부되자 모두들 펜을 들고 답안지를 채점하기 시작했다.결국 두 문제를 보고 나니 모두들 어리둥절해졌다.이번 문제 때문에 너무 어려웠다.어떤 문제는 초고난도의 것으로 평소 배운 적이 없는 것이었다.주위에서 학생들이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와, 이 문제 사람이 낸 거야? 난 글자는 보이는데 연속된 글자는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르겠어.”“그러게, 이건 정말 우리의 살길을 막는 거 아니야? 선생님, 저희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거 아니에요? 우리가 정말 이런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이건 북성남고에서 출제되었던 문제 중에서 제일 어려운 거죠? 인생에 회의감이 들 정도야. 친구가 없을 정도로 어려워.”평소에 반에서 성적이 좋은 몇몇 학우들도 문제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이 문제는 자신들이 푼다 해도 겨우 4,50% 정도밖에 풀 수 없었다.다른 것은 아예 엄두가 나지 않았다.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렸다.성연도 고개를 숙인 채 문제를 보았다이번 달 시험에 출제된 문제는 확실히 이전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이윤하가 교탁을 두드렸다.“조용히 해, 모두 조용히.”어떤 학우들은 원망의 말을 하고 싶은 눈치다.그러나 이윤하의 위엄에 눌려 누구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교실 안에는 점차 소리가 사그라들며 조용해졌다.아이들이 모두 조용해지는 것을 본 이윤하는 비로소 이 상황을 설명했다.“올림피아드 대회를 앞두고 있어서 월례 시험 문제는 주로 너희들의
시험 시간은 두 시간이었다.성연은 40분에 걸쳐 문제를 풀고 바로 답안지를 제출했다.이윤하는 성연이 답안을 다 풀었는지 염려되었다. 묻고 싶었지만 또 빈틈없는 학생을 기분 나쁘게 할까 봐 참을 수밖에 없었다.설사 성연이 지금 성적이 좋다고 해도 바꿀 수 없다. 성연의 성질은 그리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니까.참으로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다.그녀의 얼굴이 바로 다음 순간 바뀔지 누가 알겠는가?이윤하는 좀 겁이 났다.가까스로 시험을 마쳤다.이윤하는 최대한 빨리 교무실로 돌아와 성연의 시험지를 뒤져보았다.그리고 그녀는 성연이 문제를 절반쯤 풀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성연은 모두 가장 도전적인 문제만 골라 풀었다.그리고 모두 정답이었다.앞의 것들은 모두 기초 문제였다.이렇게 어려운 문제들을 풀 수 있다니.저 간단한 것들은 당연히 말할 것도 없을 테고.아마도 성연은 그 간단한 것들을 대답하는 것은 그녀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그래서 생략하고 풀지 않았을 것이다.이윤하는 흥분했다. 성연은 정말 가능성이 무궁한 인재였다.성연이 부정행위를 했다고 하는 건 불가능했다.자신이 전 과정 내내 예의 주시하고 있었으니까.교실에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있어도 성연이 혼자만 풀었다. 그러니 부정행위의 가능성은 더욱 희박할 수밖에.성연이 지난번 토론대회에서 이긴 후 이윤하는 더 이상 성연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정말 대단한 아이야.’수업이 끝나자 선생님들은 모두 교무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모처럼 이윤하의 저런 표정을 보았다.주위의 몇몇 선생님들이 보더니 호기심에 다가왔다.“이 선생님, 무엇을 보고 계세요?” 한 선생이 물었다.이윤하는 숨기지 않고 성연의 시험지를 직접 꺼내 보여주었다.시험지가 아주 깨끗했다.답안은 정확할 뿐만 아니라 매우 간결하고 글씨체가 예쁘다.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웠다.같은 교무실에 있던 선생님들은 모두 수학 담당이었다.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던 선생들이 성연의 시험지를 바로 칭찬했
이윤하는 처음으로 자신의 입이 가벼운 게 마음에 안 들었다. 하지만 성연이 문제를 풀려 한 것은 여전히 희망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그래서 한가한 틈을 타서 다른 과목의 선생님들에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성연이 올림피아드에 참가할 수 있도록 말이다.이윤하의 입으로만 말한다면 성연은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이렇게 많은 선생님들이 중간에서 도와준다면 성연이 체면을 좀 세워줄 수 있지 않을까?선생님들이 서로 쳐다보더니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이 선생님, 우리가 당신을 돕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에요. 송성연 학생은 당신도 잘 알잖아요? 스스로 원하지 않는데 어떻게 우리 말을 들을 수 있겠어요?”“바로 그거예요, 이 선생님. 이 일은 우리가 도울 수 없을 것 같아요.”“만약 송성연이 기분 나빠서 우리 과목 시험도 보지 않으면 어떻게 해요?”선생님들은 분명히 이 일을 돕고 싶어하지 않았다.비록 성연이 도리를 모르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자신들도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은 것.이윤하는 이를 악물었다.“유 선생님, 지난번에 제 캐비닛 속의 커피 원두를 꽤 마음에 들어하셨죠? 도와주시면 선생님께 원두 다 드릴게요.”호명된 유 선생님은 순간 눈을 휘둥그레 떴다.“정말이요?”유 선생님이 다른 건 좋아하는 게 없지만 유독 커피를 좋아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이윤하는 바로 지금 류 선생님의 취향을 저격한 발언을 한 것이다.“정말이예요.” 이윤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제가 꼭 도와드릴게요.” 유 선생님은 아주 흔쾌히 대답하셨다.뒤에 있는 몇 명 선생님들도 모두 이 기회를 틈타 이윤하를 홀랑 털어먹었다.평소에는 비교적 사나운 이윤하가 한턱 낼 기회는 거의 없었다.이번에 간신히 자신들에게 붙잡혔으니 당연히 이윤하의 출혈이 상당할 터였다.다른 선생님들도 모두 동의했다.그래서 이후 며칠 동안 성연은 무릇 수업을 할 때마다 올림피아드에 참가하라는 선생님들의 의미심장한 권유를 들어야만 했다.어떤 선생님들은 비교적 완곡하게
한 무더기의 교과서가 겹쳐 올려졌고 모두 두껍기만 했다.이윤하가 문제집을 주며 성연에게 말했다.“돌아가서 문제들을 풀다가 모르는 곳이 있으면 언제든지 나에게 물어봐. 반 톡방이 있잖니? 거기에 나를 초대하면 돼. 서로 교류하기 편리하게 말이야.”성연은 이 문제집 더미를 보면서 머리가 다 커졌다.그녀는 즉시 후회가 되었다.“선생님, 아니면 그만둘래요. 다른 학우들을 참가시키면 난 어떻게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만약 그녀가 이 문제들을 다 풀게 한다면 그녀는 더 할 게 없을 것이다.성연이 승낙한 이상 후회해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그녀는 즉시 말했다.“송성연, 선생님은 네가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자신을 얕보지 마. 이 올림피아드 대회의 명단에 네가 빠지면 안돼.”말이 끝나자 이윤하는 즉시 성연에게 반응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성연은 한 무더기의 문제집들을 끌어안고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손으로 가늠해 보면, 이 문제가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다.엠파이어 하우스에 도착했다.무진이 교과서로 뒤덮인 성연을 보고 다소 놀랐다.“무슨 교과서가 그렇게 많아? 학교에서 새로 사용하는 거야?”말하면서 그는 성연에게서 문제집들을 받았다.그렇게 무거워서 그는 성연의 손을 눌러 부러뜨릴까 봐 걱정했다.받은 후에 그는 표지에 적인 성연의 글씨체를 보았다.뜻밖에도 모두 올림피아드 수학 문제와 관련된 것들이다.성연도 사양하지 않고 바로 그 무더기를 무진에 넘겨버렸다.어차피 무진 같은 남자가 그까짓 것에 눌려 쓰러지지는 않을 테지.무진의 물음에 성연은 자신이 함정에 빠져 대회에 참가하게 된 일을 말했다.선생님들의 계획이었던 셈이다.매일같이 부지런히 권하는 말에 짜증이 나서 승낙해 버렸다는 거였다.다 들은 후 무진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그 선생님 성연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괜찮아. 만약 대회 성적이 좋으면 대학에 수시 지원할 수도 있어. 이건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일이야.”성연이 입을 삐죽거렸다
비교적 풀기 쉬운 문제들은 거의 1분 만에 답을 적었다.후반부에 가서 한 문제를 마주한 성연이 다소 고민을 했다.연이어 몇 번을 계산해도 답이 나오지 않고 이 문제에 막혀 한참을 시간을 끌었다.성연이 막 포기하려던 차에 옆에 앉아 있던 무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 문제는 방법을 한 번 바꿔 봐. 꼭 통상적인 방법으로만 풀 필요는 없어.”그런 뒤에 무진이 그 방법을 말했다.성연이 돌아보니 무진의 눈은 여전히 서류에 꽂혀 있었다.성연의 눈이 온통 경이로움으로 가득 찼다.“무진 씨는 동시에 두 가지가 가능해요?”무진이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말했다. “꽤 간단한 문제니까.”그저 한 번 보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무진의 머릿속에 바로 정답이 떠올랐다.성연은 할 말이 없었다. 스스로 충분히 똑똑하다고 생각해왔었다.그런데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더니.‘공신은 무슨 공신이야. 진짜 공신은 바로 앞의 이 분구만.’두어 마디 대화를 나눈 성연이 무진이 제시한 단서를 따라 시도했더니 막혔던 문제가 바로 풀렸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든 성연이 몇 문제를 연이어 다시 물었다.아예 무진 옆으로 바짝 다가왔다.“이 몇 문제도 잘 모르겠어요. 좀 가르쳐 줘요.”성연이 문제들을 내미니 당연히 무진은 기꺼운 마음으로 설명했다.하지만 이 상황을 이용해 성연에게 장난을 치고 싶은 마음에 물었다.“내가 널 가르쳐주면 나에게 무슨 이득이 있는데?”“이득이 있어야만 가르쳐 줄 거예요?” 성연이 눈썹을 추켜세웠다.강무진, 진짜 욕심이 끝도 없는 것 같다.“물론. 공짜로 가르쳐 줄 순 없지.” 무진이 턱을 살짝 들어올렸다.성연이 일부러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럼 됐어요. 내일 학교에 가서 직접 선생님께 여쭤보면 돼요.”말하는 동시에 성연이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미간을 살짝 좁힌 무진이 불러 세웠다.“잠깐, 농담이야. 앉아, 가르쳐 줄게.”이번에는 성연이 무진을 잡고 놀렸다.“진짜요? 이득이 없어도?” 일부러 말을 길게
저녁 시간 잠들기 전까지 문제를 풀던 성연은 아직 여운이 남았지만 내일 학교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문제집을 덮었다.무진 역시 내일 출근을 해야 하니 다시 물어보기도 미안해서 문제집을 가방에 넣었다.첫날 저녁에 이렇게 많은 문제를 풀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이튿날, 교실에 막 들어선 성연을 찾아온 이윤하가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물었다.“성연아, 풀지 못한 문제는 없었어? 안 풀리는 게 있으면 선생님에게 말해, 도와줄 테니까.”이번에 자신이 성연에게 건네준 문제집의 몇 문제는 아주 어려웠다.그래서 성연이 자신을 찾아와 도움을 청하길 기대했다.그러면 성연이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지난 번 토론 대회도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성연은 거절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다른 학생을 찾으려고 해도 이미 늦은 상황이었니까.책임감을 가진 성연이 선생님들을 난처하게 하지는 않으리라는 걸 이윤하는 잘 알았다.그와 동시에 문제 푸는 걸 도와주며 성연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었다.두 사람 사이의 오해를 풀면서.이건 이윤하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뜻.성연이 대답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성연의 대답을 들은 이윤하가 미간을 찡그리며 내심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였다.“성연아, 너 집에 가서 문제를 풀어보지 않았니?”일부 문제들은 성연의 성적이 아무리 좋다 해도 몇몇 해법을 터득하지 않으면 풀 수가 없었다.바로 수학 올림피아드의 상투적인 해법.성연이 이전에 올림피아드를 접해본 적이 없는 한 풀 수가 없을 터.그러니 성연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건 오직 한 가지를 의미할 것이다.그것은 성연이 문제를 풀지 않았다는 것.성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풀었는데 확인해 보시겠어요?”말하면서 성연이 가방을 열고 문제집을 꺼내 이윤하에게 건넸다.이윤하는 반신반의하며 문제집을 받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모두 살펴본 이윤하는 완전히 얼이 나간 것 같았다.성연이 모두 맞혔기 때문이다.수학 올림피아드 경향에 맞춘
예상치 못했던 말이었지만 내심 가졌던 의문이 말끔히 해소된 이윤하가 성연을 칭찬했다.“괜찮은 가정 교사가 있는 것 같구나.”이윤하가 볼 때, 이 필체는 성연의 것이 분명했다. 설령 본인이 푼 건 절반밖에 안된다 해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생각했다.어쨌든 송성연은 수학 올림피아드 대회 초보자였으니까.성연은 이윤하의 표현이 상당히 재미있게 들렸다. 확실히 무진은 꽤 괜찮은 ‘가정교사'였다.무진이 이 호칭을 어떻게 느낄지 궁금했다.이윤하가 바로 앞에 있음을 의식한 성연은 얼굴에 아무런 표도 내지 않았다.그저 이윤하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선생님 말씀이 맞아요. 아주 괜찮은 가정교사에요.”이윤하가 성연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열심히 해. 상금과 우승이 네 가까이 있어, 힘내.”성연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인사했다.“고맙습니다, 선생님. 최선을 다할게요.”저녁에 학교가 파하고 집에 돌아온 성연은 저녁 식사 후 문제를 들고 무진 가까이 다가갔다.어쩐 일인지 아침에 이윤하가 자신에게 말한 ‘가정교사’라는 호칭이 머리에 떠올랐다.무진을 바라보던 성연이 가볍게 기침을 하며 나긋나긋한 음성으로 무진을 불렀다. 호칭을 ‘선생님’으로 바꾸어서. “선생님, 이 문제를 잘 모르겠는데 가르쳐 줄 수 있어요?”무진의 눈동자가 짙어졌다.“뭐라고 불렀어?”아직 위기를 감지하지 못한 성연.무진이 왜 다시 물었는지 그저 알 수가 없었다.‘방금 목소리 꽤 크지 않았나? 무진 씨가 제대로 못 들었을 리가 없을 텐데?’열심히 자신을 지도하려는 무진을 보며 체면을 좀 세워주고 싶었던 성연이 조금 전의 호칭으로 다시 한번 불렀다. “선생님.”무진이 바로 고개를 내려 성연의 입술을 덮었다.영문을 모른 채 피하려 발버둥치려던 성연을 무진이 단단히 붙들었다.성연은 점점 무진이 주는 따뜻한 감각에 빠져들어 갔다.성연이 더 이상 발버둥치지 않고 조용하자 무진은 성연의 어깨를 붙들었던 손을 내려 허리를 당겨 안았다.한참이 지난 후 무진이 손을 풀
옆에 서 있던 손건호는 눈물이 앞을 가렸다.한밤중에 이 무슨 닭 털 날리는 애정행각인지.그야말로 자신을 감정도 없는 로봇정도로 여기는 것일까?수하 직원들은 인권을 가질 자격도 없단 말인가.솔로의 설움을 참으며 또 자기 보스를 위해 누가 오나 안 오나 망까지 봐야 하는 신세라니.손건호는 자신이야 말로 비극의 주인공처럼 느껴졌다.정말 비참하기 그지없는 자신이었다!그곳에서 즐거움을 느낀 후, 성연은 자신이 문제 푸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음을 깨달았다.거의 시간이 날 때마다 그녀는 문제를 풀었다.한 문제 한 문제 풀어나가며 느끼는 그 성취감은 다른 어떤 느낌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학교에서 많은 학생들이 이것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여기며 화제에 올렸다.예전의 교실에서는 성연이 책상 위에 엎드려 자는 모습만 볼 수 있었다.그러나 이제 창가를 지나갈 때면 책상 위의 놓인 자료 위에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성연을 보게 되었다.하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특히 이윤하와 송성연의 부드러워진 관계는 토론의 대상이 되었다.더욱 토론을 받다.어떤 아이들은 아예 게시판에다 토론방을 만들었다.이름하여 ‘이윤하 선생님과 송성연의 애증에 찬 세월'이었다.아래에 댓글을 단 아이들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일이 커지든 말든 뭐든 마음대로 떠들어댔다.[이윤하가 송성연에게 미혼탕을 먹인 거 아냐? 안 그러면 송성연이 어떻게 갑자기 저렇게 열심일 수가 있어? 전혀 송성연답지 않게.][안 자면 안 자는 거지, 너무 딱 잘라 그러지 마라. 너희들 못 봤어? 열심히 문제를 푸는 송성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오늘이야 말로 송성연의 외모가 더 없이 빛난 날이야.][설마 이윤하가 송성연의 무슨 약점 같은 걸 잡고 있는 건 아니겠지? 송성연을 협박하려고 말이야. 그러지 못하게 할 수는 없어?][이윤하가 어떻게 송성연의 약점을 잡을 수 있겠어? 있었다면 이전에 진즉 꺼냈겠지. 너희들 좀 더 좋은 생각은 할 수 없어? 송성연이 스스로 열심히 한다든지, 학교의 영예를
‘그런 예민주가 이렇게 몰락할 줄 누가 알았겠어?’‘결국 5년 동안이나 무진 씨 애인 노릇에 만족해 있었다니!’‘심지어는 오늘 같은 이런 악랄한 짓까지 저지를 정도가 되었으니. 스승님이 아시면 얼마나 섭섭하시겠어.’“송성연, 너 지금 미쳤어! 완전히 미쳤어!”예민주가 언제 이런 억울한 일을 당했을까? 연거푸 따귀를 맞은 데다가, 지금은 또 성연의 냉소와 신랄한 조롱을 들어야 했다.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예민주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원래의 정돈된 헤어 스타일과 잘 차려 입은 옷차림은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다.온몸에 지금 낭패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회의실. 두 시간의 긴 회의가 마침내 끝났다. 무진이 회의실을 나서자마자 당황한 표정의 손건호가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왔다.무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짜증스러운 표정이었다.‘평소라면 손건호가 절대 이렇게 침착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텐데...’“보스, 예민주 씨가 맞았습니다!”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손건호가 급히 보고했다.“뭐라고?” 무진이 되물었다.“보스, 빨리 사무실로 가 보십시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방금 회의가 끝나갈 때, 손건호는 자료를 찾으러 먼저 회의실에서 나왔다.뜻밖에도 부리나케 달려온 비서실의 비서가 이 일을 알려주었다.무진의 눈동자가 어두워지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아무도 막지 않았어?”무진이 왜 아무도 막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손건호도 대답하기가 곤란했다.‘막고 싶어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지요!’ ‘대표실은 원래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게다가 사모님(!)이 갑자기 뛰어들어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대비도 하지 못했어요.’‘안에서 예민주의 비명 소리가 들려서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안에서 문을 잠궜기에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그러나 결국 손건호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표실 앞으로 다가간 무진의 귀에 울음 소리와 함께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리게 되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아이의 몸에 난 상처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그리고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성연은 범인이 바로 예민주라고 생각했다.‘방금 전에도 애들 앞에서 그렇게 헛소리를 지껄였어. 눈앞에 두 아이만 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지.’‘그런 여자가 뭘 못하겠어?’‘이 순하기만 한 두 녀석은 엉뚱한 짓을 한 적이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어.’‘충분히 사랑을 받았지만, 그걸 믿고 교만했던 적은 없었어.’‘밖에서는 더 영리하고 깜찍해서 누구나 좋아해. 척 봐도 좋아할 수밖에 없어.’‘그런데 여기에 와서 온몸에 멍이 들다니!’성연의 가슴에서 다시 분노가 폭발했다.딸아이를 가볍게 내려 놓은 성연은, 여전히 따뜻한 눈빛으로 사무를 보면서 말했다.“동생을 잘 보고 있어. 너희가 당한 억울한 일을 엄마는 절대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엄마, 저 아줌마는 나쁜 사람이야! 엄마가 반드시 혼내줘!”여전히 품에 안긴 채, 사진은 재빨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두 눈에 가득한 억울함을 지금 열심히 엄마에게 표현하려고 했다.“걱정 마. 엄마가 저 여자를 혼내줄게!”바로 일어선 성연이 성큼성큼 예민주 쪽으로 걸어갔다.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예민주는 성연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서한기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예민주가 어떻게 훈련으로 단련된 남자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놔! 너희들 뭐 하려는 거야?”예민주의 눈빛에는 걱정과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불안한 마음에 가슴은 두근거리면서 발걸음마저 비틀거렸다.짝! 짝!“이건 네게 주는 교훈이자 경고야. 내 아이는 절대 네가 건드릴 수 없어!”“네가 뭔데? 무진 씨 옆에 이미 5년이나 있었지만, 아직도 내 자리를 대신하지 못했지.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어!”“이건 첫 번째이자 마지막 경고야! 아이들은 바로 내 마지노선이야. 네가 또 손을 대면 절대 지금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아!”성연은 목소리는 마치 서릿발 같았다. 온몸에서 뿜어내는 싸늘한 기운에 무더운 날씨조차 얼음 세상으로 변하는 듯했
“오빠, 아빠가 정말, 정말로 우리를 안 받아들일까? 우리가 방금 아빠를 찾았는데.”작은 얼굴에 슬픔을 가득 담은 채, 사진은 간절한 시선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예민주는 지금 자신의 말을 자화자찬하며 한껏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팔짱을 낀 채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승자의 기운이 가득했다.잠시 후 자신에게 벌어질 참상을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겠지만...대표 집무실 바깥.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성연은 결연한 눈빛으로 대표실을 향해 다가갔다.쾅-단숨에 집무실 문 앞에 선 성연은 아무런 노크도 없이 바로 방문을 열었다.“너 이 새끼, 정말...”아이 앞에서 거침없이 내뱉는 예민주의 말이 성연의 귀에 몹시 거슬렸다.“예민주, 뭐 하는 거야!”자신의 아이들이 눈물 자국이 가득한 채 구석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엄마의 본능이 단숨에 뿜어져 나왔다.“내 애들에게 무슨 짓을 했어!”단숨에 앞으로 나아간 성연은 두 손으로 예민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한 손으로 멱살을 쥔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바로 예민주의 따귀를 때렸다.“네가 뭔데 내 아이를 혼을 내?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성연의 차가운 눈빛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온몸의 분노가 곧 폭발할 듯이!잇달아 따귀를 때렸지만 때리는 소리는 오히려 점점 더 커져갔다.“엄마!” 성연이 다시 손을 들고 예민주의 뺨을 때리려고 할 때, 문득 익숙한 여린 목소리가 들렸다.순간 성연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잠시 멈칫하던 성연은 계속 두드려 맞느라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예민주를 밀쳐낸 뒤 딸아이를 품에 안았다.“아가,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성연은 두 손으로 사진을 꼭 껴안은 채 자책했다. 지금 마음속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방금 전 예민주를 때릴 때의 그 무시무시한 기세도 모두 사라졌다.슬퍼하는 성연을 보면서, 사무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그러나 엄마가 온 뒤에는 그래도 많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자신이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에.성연이
사진은 눈앞의 이 여자가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절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예민주의 말은 걸러서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역시 어린아이였다.“오빠, 우리 아빠가 정말 우리를 이렇게 싫어해?”눈물이 그렁그렁한 여동생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당신은 어른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어린아이와 말다툼을 하는 겁니까? 당신이 뭔데, 여기서 우리 아버지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겁니까?”지금 예민주 때문에 완전히 분통이 터진 사무는, 온몸에 철갑을 두른 듯한 기세로 똑바로 예민주를 노려보았다.사무의 눈빛에 대해서 예민주는 처음부터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매번 저 자식의 눈을 볼 때마다, 정말 무진 오빠의 눈빛과 너무나도 닮았어. 무진 오빠하고 그야말로 판박이야.’사무가 거기에 서 있을 때는 그야말로 무진의 축소판이었다. 무진의 모습뿐만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에도 성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몇 번 사무 저 새끼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정말 아이러니했어.’‘처음 만났을 때 빨리 도망칠 걸. 정말 후회가 되네.’‘5년 전에 분명히 전혀 상관이 없는 사이가 됐는데, 왜 두 사람 사이에 애가 있는 거야?’‘송성연은 왜 이 두 아이를 낳았지? 무진 씨에게 이미 버림받았는데, 해외에서 편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아?’‘그 여자의 능력이라면 낯선 나라에서도 여전히 잘 지낼 수 있어.’‘왜 운성시에 미련이 남은 거야?’“나를 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 결국 예민주는 참을 수가 없었다.사무는 아직 그런 내막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전히 분노한 상태였다.“내 여동생에게 사과하세요!”“이 새끼, 너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예민주는 태연한 표정으로 사무를 조롱했다.“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생아 주제에, 아직도 여기서 나한테 이렇게 날뛰다니!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것 아니야?”“이 못된 아줌마!”사진은 지금 지쳤지만 이 여자와 오빠가 이렇게 싸우는 소리를 듣자,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따라서 외쳤다.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