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했든 안 했든 상관없어요. 큰일도 아닌데, 게다가 내가 일부러 사라 씨를 그들에게 넘겼으면 날 얼마나 탓했겠어요?" 예천우가 말했다.그 일을 다시 떠올리자, 유사라는 사그라졌던 분노에 불씨가 다시 붙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가 자초한 일이다, 잘못한 것도 그녀이다.그녀가 고개를 저었다."탓하지 않으면 다행이고요, 사실 궁금한 게 있어요. 내가 김선 씨를 회사에서 쫓아내서 날 미워하는 거예요?" 예천우가 갑자기 물었다."내가 왜 팀장님을 싫어합니까?" 유사라의 안색이 변했다."김선 팀장의 사람이었잖아요. 두 사람 긴밀했던 사이 아니었어요?""그렇긴 해요.""그럼 그녀가 회사에서 무슨 일을 벌였는지도 알겠네요?"유사라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팀장님이 확실히 방금 절 도운 것은 맞지만 전 팀장님 나쁜 말을 하지 말아주세요. 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예요." "그럴 리가요, 김선 씨가 어떻게 했는지 저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전 그저 김선 씨가 회사에서 쫓겨난 것은 응과응보라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에요.""그녀를 정말 잘 알고 있다면 내가 하는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겠죠."유사라는 잠시 침묵했다, 김선이 전에 했던 일을 떠올렸다. 비록 많은 것을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김선의 최측근은 장연희다. 그러나 유사라도 믿을만한 사람이다. 다만 유사라는 성격이 유순하고 착해 어떤 일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참, 임 대표님은 어떤 분이세요?" 예천우가 대화 주제를 돌렸다.유사라의 고개가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대표님은 당연히 아주 좋으신 분이에요. 회사의 개혁으로 직원들이 더 많은 기회를 잡았고 직원들의 마음도 잘 알아주셔서 저희도 대표님을 지지합니다.""그렇게 좋은 분인데 왜 반대편에 서는 겁니까?" 예천우가 다시 물었다."내가 그런 게 아니에요!" 유사라가 즉각 반박했다."하지만 김선 팀장님과 장연희가 대표님에게 반기를 든 거예요. 려 대표님과 전부 한통속이에요. 임 대
"네? 사장님도 모르는 비밀을 왜 저한테 알려주세요?""사라 씨 착한 사람이잖아요, 믿어요. 입에 발린 말이 아니에요, 나한테 매번 일깨워주는 것도 사라 씨가 착하기 때문에요.""이런 사람은 믿음직스럽죠."예천우가 입을 열었다.예천우에게 칭찬을 받은 유사라는 가슴이 뭉클해졌다.그녀는 절대 예천우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사실 유사라에게 말을 건 순간부터 예천우는 목적이 있었다. 김선에 관한 신뢰부터 깨트리는 것이다.그리고 임완유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 유사라에게 정신을 차리게 했다. 더는 려성한의 바둑알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어쩌면 려성한의 스파이가 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오늘 일은?""오늘 일은 안심하세요. 고두식에게 어떻게 말하든 내가 전적으로 협조할 테니까요." 유사라가 바로 대답했다."먼저 고맙다는 인사 해야겠네요.""별말씀을요. 제가 고마워해야죠. 내가 도와줄 것만 너무 바라지 마세요. 회사를 돕는 거지, 특정 누군가를 돕는 게 아니에요.""그걸로 충분합니다. 내가 필요한 게 바로 회사를 생각하는 그 마음이니까요. 그 마음만 계속 유지하면 앞날이 창창할 거예요." 예천우가 말했다."그러길 바라네요!"이게 유사라가 애초에 먹은 마음이다. 때로 김선의 행동이 눈에 거슬렸지만 뭐라고 말하기 곤란했다.회사에 도착한 뒤 예천우가 말했다. "먼저 내려요.""같이 안 올라가세요?" 유사라가 물었다."이런 일 없었으면 회사에 돌아가지 않았을 겁니다.""네!"유사라는 어쩔 수 없이 차에서 내려 예천우를 태운 차가 떠나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임완유가 어디서 저런 사람을 구해왔는지는 몰라도 그런 사람이 무술까지 잘할 줄 몰랐다.임완유가 안배한 사람이고 환급된 돈에 관한 소식은 틀림없을 것이다. 임완유가 배후에 안배한 것 같다.임완유가 있었기에 예천우처럼 평범한 사람도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이다.같은 시각, 려성한도 이 소식을 접한 뒤 격노했다. 너무 화가 나서 자신의
장연희가 잔뜩 흥분한 모습에 유사라가 차갑게 말했다. "려 팀장이 절 보내주라고 그들한테 얘기한 게 확실해요?"장연희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잠시 머뭇거렸다. "확실하고 말고요."장연희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유사라가 단번에 알아차렸다. "거짓말, 고두식이 그러는데, 자기는 아무한테도 지시를 받은 게 없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날 성폭행하려고 했다고요.""아, 그런 일이 있었어요? 내가 잘못 들었나 봐요." 거짓말을 들킨 장연희가 바로 변명했다."그래요?""정말이에요, 내가 사라 씨를 속일 리 없잖아요,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내가 그쪽을 속여요?""내 생각이 짧았네요." 유사라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의심을 참았다."그래요, 예천우가 어떻게 됐는지 안 알려준 것 같은데?" 장연희가 추궁하듯 물었다.유사라는 이 말을 듣자마자 순간, 마음이 싸늘하게 식었다. 예천우의 말처럼 장연희는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다.고두식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는 말을 듣고도 장연희는 그녀를 관심하기는커녕 예천우가 어떻게 됐는지만 걱정하고 있었다. "사라 씨, 왜 이래요? 날 왜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거예요? 내가 거짓말했다고 여기는 거예요?" 장연희가 물었다.'여긴다고?'유사라는 아직도 뻔뻔하게 구는 장연희가 무슨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눈치를 챘다. 그녀가 말했다. "멀쩡합니다!""어째서? 어떻게 아무 일도 없어요?""어떻게 그게 가능해요? 미리 정보를 흘린 게 아니에요?"장연희의 안색이 변했다. 그녀가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유사라는 장연희가 이렇게 흥분할 줄 몰랐다. "그 사람이 멀쩡한 게 내 탓이에요? 왜 내가 중간에서 정보를 흘렸다고 여기는 거예요? 날 줄곧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어요?""그게, 그게 아니라!"장연희는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부인했다. "그런 게 아니라, 내가 너무 흥분해서 말실수를 했어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려줄 수 있어요?"유사라는 그녀의 속내를 이미 꿰뚫었다. "고두식이 사람을 미리 보냈고 모두 악랄한 사람이었
"그거라도 알아서 다행이네요."장연희는 이 말을 남기고 얼굴이 굳은 채 발걸음을 옮겼다. 원래 이번 기회에 예천우를 제대로 처리할 줄 알았으니 예상치 못한 결과가 초래됐고 그녀는 이번 일로 여간 실망한 게 아니었다.유사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는 더는 이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자기의 업무를 잘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았다.예천우는 회사를 나와 곧장 천궐1호별장으로 향했다. 오늘 제대로 수련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저녁 8시 반이 넘자마자 예천우의 휴대폰이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하니 임완유였다.반 시간 전에 둘째 할아버지 가족이 찾아와 임완유에게 애원하며 자신들의 손자와 손녀의 일을 해결해달라고 했다.손자와 손녀가 밖에서 밥을 먹던 중 양 회장의 4대 금강 중 하나인 장진관의 부하를 불쾌하게 했다가 붙잡혔다는 것이다.지금 아주 위험한 상황이다. 그들은 3시간 안에 40억 원의 배상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자는 손발을 잘린 채 버려질 것이고, 여자는 사창가에 버려질 것이다.유은수는 이 말을 듣자마자 입을 열었다. "그럼 어서 돈을 마련해야 하는 거잖아요, 우리를 왜 찾아온 거예요?"둘째 할아버지 고뇌에 찬 얼굴로 말했다. "지난번에 유걸에게 투자를 했다가 큰 손실을 보았어. 이 돈까지 쓰면 우리는 미래가 없어.""그렇다고 손자 손녀들을 팔아 넘길 거예요?""아니, 지난번에 임선호가 사고를 치는 바람에 장진관이 직접 찾아왔다는 말을 들었어. 그러나 임씨 가문의 영향력에 깜짝 놀라 물러섰다지. 그러니 완유야, 날 한 번만 도와다오." 임완유가 눈살을 찌푸렸다. 장진관은 양대복의 절대적인 측근이며 양대복 못지않게 권위를 가진 사람이다. "완유야, 이 할아버지를 도와주지 않겠니? 설마 아직도 지난번 일을 마음에 두고 있는 거야?" "지난번에 내가 귀신에게 홀렸다고 사과했잖아."둘째 할아버지는 임완유에게 허리를 굽히며 사과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 했다.임완유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얼른 할아
임완유는 잠시 멍해 있다가 임선호의 말을 듣고 즉시 한 사람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그 당시 자리에 있던 사람은 전부 임 씨 가문 사람들이다. 유걸을 빼면 예천우 뿐이다.그리고 선호가 최근 들어 예천우를 많이 따르는 것 같은데 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으니 십중팔구는 예천우가 맞다.다만 예천우는 어떻게 장진관이 그의 체면을 세워주게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불가능한 일이었다.“선호야, 뜸 들이지 말고 어서 말해보거라.”임국진이 즉시 기대에 차서 물었다.임선호는 머리를 끄덕이고는 더는 뜸 들이지 않고 바로 말했다. “저의 매형 예천우요.”“누구?”“예천우?”“선호야, 여기서 아무 말이나 막 하면 못써.”유은수가 듣더니 펄쩍 뛰었다. “그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이 그런 재주가 어디 있다고, 너 요즘 도대체 왜 이래?”그러고는 임국진에게 말했다. “숙부님, 숙부님께서는 잘 모르실 거예요. 선호 얘가 요즘 마가 꼈는지 예천우를 얼마나 떠받드는지 몰라요. 참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임국진도 헛웃음을 지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예천우는 건들건들하고 산에서 온 미개인이 아닌가.그가 무슨 재주가 있어서 양대복의 오른팔 장진관이 그의 체면을 봐준단 말인가.임선호도 답답해서 큰소리로 말했다. “그럴 리가요. 작은할아버지, 기억 안 나세요? 그때 벌써 예천우가 유 씨 가문은 망할 거라고 말했었죠. 그 후에는 또 식구들에게 주식 너무 일찍 팔지 말라고도 했었고요.”“예천우의 말을 안 들으면 꼭 안 좋은 일이 있었어요.”이 말을 듣자 임국진이 멈칫했다.자세히 생각해 보니 정말 그랬다. 그가 정말 미래를 보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 딱딱 들어맞았다.임완유도 좀 놀랐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이 전부 우연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천우라면 어쩌면 정말 방법이 있었을 것 같기도 했다. 예천우가 양 씨 가문과 두터운 친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양체은을 구해서일 뿐이 아니다. 그것보다도 양대복이 예천우를 사윗감으로 생각
유은수가 씩씩거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던 임완유가 입을 열었다. "전화해서 물어볼게."그녀가 이 일을 처리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자신 엄마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라도 물어봐야 했다. '그 사람이 어떻게 해결하겠어?'유은수는 임완유의 말에 기가 막혔다. 하지만 임완유를 뜯어말리지 않았다. 자기 무덤을 기어코 파겠다는 데 그녀가 말릴 이유가 없었다.이번 기회에 예천우의 진짜 모습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속지 않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을 것이다.임선호의 얼굴에 흥분이 가득해졌다. 드디어 그토록 고대하던 기회가 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제발 힘 좀 써줘. 안 그러면 더는 도울 방법이 없다고.'임완유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예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예천우는 수련 중 갑자기 걸려 온 전화 때문에 훈련을 멈추고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 무슨 일이야?"임완유의 얼굴이 붉어졌다. 갈수록 선을 넘는 예천우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옆에서 듣고 있는 사람이 많았기에 어쩔 수 없이 무시하며 말했다. "부탁할 일이 있어.""무슨 일이야? 말만 해, 반드시 해결해줄게."예천우가 즉시 대답했다."왜 이렇게 자신감이 넘쳐?""자신감이 아니라 당신 일이니까 최선을 다하는 거야.""점점 막 나가는구나." 임완유는 말을 마친 뒤에야 가족들의 시선을 느끼고 얼굴을 붉히며 본론을 꺼냈다. "장진관을 알아?"예천우가 의아한 얼굴로 생각했다. '설마 양대복의 수하 중 한 명?'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 "아니!""모르는구나."임완유의 말에 둘째 할아버지는 실망했다.임선호의 얼굴도 잔뜩 풀이 죽었다.유은수는 예상했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예천우가 얼마나 허세를 부리는 녀석인지 제대로 알리게 되어 오히려 속이 후련했다. "응, 확실히 모르는 사이야. 그 사람이 가족들을 괴롭힌 거야?" 예천우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장진관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설치고 다니는 건가?'"괴롭히는 것까지는 아닌데, 둘째 할아버지
임완유가 전화를 끊자, 가족들은 임완유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그녀의 입에서 희망찬 소식이 나오길 간절히 바랐다.예천우가 모른다고는 말했기에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장진관의 연락처를 알아갔다.임완유가 쓴웃음을 지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알아보겠다고 하는데, 장담할 수 없어." 그녀는 아직 보장할 수 없었다."알아보겠다고 했다고?""걔 허풍을 아직도 믿어?""5분 뒤에 다시 전화 와서 알아봤는데 안 될 것 같다고 할걸?"유은수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러니까, 걔가 정말 해결할 수 있었다면 애초에 연락처를 알고 있어 우리한테 묻지 않았을 거다." 둘째 할아버지의 아들이 얼굴을 구기며 말했다."어떡해요, 얼른 돈부터 마련해요." 그의 며느리가 애가 탄 듯 말했다.둘째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체해야겠구나."바로 이때, 임완유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확인하자 방금 둘째 할아버지가 건네준 그 번호였다."누구야?"사람들의 이목이 임완유의 휴대폰으로 향했다."장진관 같은데."임완유가 두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뭐?'사람들은 그녀의 말에 깜짝 놀랐고 둘째 할아버지는 임완유의 휴대폰에 나온 발신자를 확인하고 흥분에 겨워 소리쳤다. "정말이잖아!"임완유가 고개를 끄덕이며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스피커로 할 테니 말실수하는 게 있으면 알려주세요.""그래!"둘째 할아버지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임완유가 전화를 받았다. 그녀가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상대가 깍듯하게 말했다."대표님, 안녕하세요! 장진관입니다!" 임완유가 멍해서 휴대폰을 부여잡았다.다른 사람들도 장진관의 예의 바른 모습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유은수가 당황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사칭한 사람 아니야?'"여보세요? 대표님?" 장진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들립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임완유가 서둘러 사과를 했다."아, 아닙니다. 사과해야 할 건 저입니다. 그들이 임씨 가문 사람인 줄 모르고
더군다나 어떤 간 큰 놈이 감히 장진관을 사칭할 수 있다는 말인가? 장진관을 사칭을 한 게 들키면 남는 것은 죽음뿐이다.유은수는 멍하게 굳었다.'정말 예천우가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라고?''전화 한 통에 장진관이 두려워할 정도로?'그녀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분명 자기가 모르는 속사정이 있을 거라고 여겼다.한편, 임선호는 고대하던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자 가슴이 웅장해졌다.역시 그의 예상대로 예천우가 나서자 모든 일이 일사천리 하게 해결되었다.일이 잘 해결되었을 뿐만 아니라 험상궂기로 소문난 장진관이 예의를 깍듯하게 차리는 장면은 상상 이상으로 놀라웠다.그는 예천우에 대한 동경이 더욱 커졌다.임완유가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희 가족이 실례를 범했습니다, 뵙기 어려운 분이라 사칭하는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괜찮습니다, 대표님만 절 기분 나쁘게 여기지 않으면 다른 것은 상관없습니다."장진관이 예의를 차리며 말했다."실례지만 질문 하나 드려도 될까요?" 임완유는 장진관이 임선호를 붙잡아뒀던 그날이 떠올랐다."궁금한 게 있으면 뭐든지 물으세요." 장진관이 답했다."그날 제 동생이 선생님 기분을 상하게 했잖아요, 그런데 왜 물러서신 겁니까? 예천우 때문이에요?" 임완유가 물었다.장진관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했다. 오늘 예천우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 임씨 가문 사람을 건드는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의 아내가 기분 나빠한다는 말에 장진관은 겁에 질렸다.임완유가 예천우의 정체를 알고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사람들을 풀어주자마자 곧장 임완유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한 것이다.그러나 임완유는 예천우의 정체를 모르는 것 같았다.임선호는 매우 기대했다. 예천우가 처리한 것 같았지만, 확증이 없었다.유걸이 그를 구해줬을 가능성보다 예천우가 구해줬을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임완유는 말이 없는 장진관에게 물었다. "대답하기 곤란하세요?""대표님도 어느 정도 알고 계실 거라고 여깁니다." 장진관은 감히 자기 입으로 진실을
원래는 분명히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예천우는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동의 행동은 분명 호감 가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일부는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동도 아주 나쁘거나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단지 그도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무엇보다도 이신향은 아버지를 꽤 존경하고 있다는 걸 예천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동도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해버리면 이신향이 분명 상처받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았다.‘그래. 그냥 나중에 신향 씨가 직접 아버지에게 말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어차피 예천우는 또다시 가짜 남자 친구 역할을 하며 불려 다닐 여유 따윈 없었다.조신우 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고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그리고 그건 당연했다.오늘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들이었고 식당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최고급 요리였다.이재동 가족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입에 넣는 순간부터 반응이 달랐다. 그야말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그중에서도 이신향은 가장 들떠 있었고 기분도 최고였다.특히나 부모님이 오랜만에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그녀는 아버지와 그리고 예천우와 연거푸 술잔을 주고받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이재동의 주량은 꽤 대단했다.마오타이를 한 병 비운 뒤엔 더는 예천우의 귀한 술을 손대지 않았다.그 대신 이런 좋은 술은 아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일반 백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런 걸 올리게 둘 리가 없었다.결국 종업원은 또 다른 비싼 술인 페이톈 마오타이를 내왔다.그렇게 술잔
“아!”도민현은 예천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용왕님, 그게...”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시켜 움직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무리 상상해도 그는 믿기 어려웠다.‘용문을 이끄는 용왕님에게 또 다른...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신분이 있었다니…’예천우가 용문 용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 이건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수십 년 역사에 빛나는 용도에서 손꼽히는 네 개의 최고 명문 중 하나...’그 존재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도민현이 자리를 뜨자 남아 있던 이재동과 그의 가족들 또한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또 뭐야...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운 신분이야?’예씨 가문이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건 확실했다.특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대하던 걸 보면 그 위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재동은 감히 따져 묻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저... 천우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눈이 어두워서 네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 못했어. 괜한 말을 했고 또 멍청한 짓까지 해서 널 곤란하게 했구나... 그... 사과의 뜻으로 내가 술 석 잔 자진해서 마시겠으니 부디 용서해다오.”이재동은 급히 잔을 들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특히 아까 딸을 절대 예천우에게 줄 수는 없다면서 오직 조신우만이 이신향의 가장 적합한 혼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만약 예천우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했다면 이신향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재동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 인생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절실했다.‘이건 우리 가족 운명을 바꿀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
“뭐... 뭐라고요?”조신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안이... 멸문을 당할 위기라고? 도대체 누구한테?’그리고 그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다.‘용왕님?’조금 전 도민현이 예천우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았다.‘설마... 설마 진짜 저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조신우는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그... 용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정체가 뭐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조태영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차분히 말했다.“용왕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야. 나도 용왕님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용왕님은 용문이라는 조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거야. 지금 도민현조차 용왕님의 명령을 받들고 있잖아.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용왕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리다고 하더군...”조태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신우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다.‘젊고 강하고... 도민현도 복종하는 인물이라고...’그리고 조신우는 방금 도민현이 예천우를 향해 말했던 호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용왕님... 그러면... 그렇다면... 설마?’조신우는 몸을 덜덜 떨며 예천우를 바라봤고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버지, 설마... 제가 건드린 사람이 그... 그 용왕이라는 분...은 아니겠죠?”수화기 너머로 조태영은 날이 서도록 몰아쳤다.“지금 네 말투가 심상치 않네. 신우야, 제발 네가... 용왕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겠지?”조신우는 그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그게... 제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조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조태영은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조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올려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