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문에 연줄을 대려고 그렇게 애쓰던 사람들이 그 말을 들으면 무슨 표정을 지을까?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이미 이성을 잃은 동방풍은 자신이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조차 잘 모르는 듯했다.추미연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한지훈의 팔을 꽉 잡고 있었다. 그녀는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고 자신을 키워준 가문에 재앙을 불러오기 싫었다.가만히 있던 한지훈이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그는 싸늘하게 식은 얼굴로 앞으로 한걸음 다가섰다.동방풍은 입가에 조소를 머금고 비아냥거렸다.“뭐? 촌놈 주제에 내 앞에서 영웅놀이 해보고 싶어?”한지훈은 담담히 고개를 흔들고는 불쌍한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말했다.“넌 정말 죽어 마땅한 놈이네. 지금 내가 널 죽이면 여기가 더러워질 것 같고. 안 죽이자니 내가 기분이 참 나빠서 말이야.”“한지훈, 진정해!”추미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 하지만 지금 달려가서 그를 말려도 절대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날 죽여? 이게 무슨 웃기는 소리야? 너 동방 가문이 어떤 존재인지 알기나 하고 하는 소리야? 너 내가 누군지 알아?”동방풍은 어둠 속을 향해 소리쳤다.“나와서 이 새끼 좀 혼내줘야겠어! 명심해, 죽이진 말고 두 다리 병신 만들어서 거리에 던져버려.”어둠 속에서 싸늘한 얼굴을 한 사내가 걸어 나왔다.대략 50대 정도로 보이는 마른 체구의 사내에게서는 진한 살기가 풍기고 있었다.한지훈은 그저 싸늘한 눈으로 동방풍을 노려만 볼 뿐, 그 사내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추미연은 갑자기 나타난 사내를 보고 놀라서 소리쳤다.“동방풍, 경고하는데 거기까지 하는 게 좋을 거야!”동방풍은 추미연을 노려보며 포효했다.“내가 뭐 잘못했어? 너희 같은 벌레들에 비하면 난 존귀한 왕이지! 지금 당장 저 자식 다리 분지르고 저 자식 보는 앞에서 널 가질 거야. 당장 움직여!”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눈앞이 새카매지더니 무쇠주먹이 그의 안면을 강타했다.주먹이 코뼈에 닿는 순간, 동방풍은
“조심해!”추미연의 비명이 들리자마자 중년 남자의 주먹이 한지훈의 코앞에 담았다.그는 한방에 한지훈을 보내버리려는 마음으로 주먹에 살기를 담았다.담벼락도 무너뜨릴 수 있는 거대한 힘이 담긴 주먹이었다.하지만 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건지, 한지훈은 담담히 그를 힐끗 보고는 몸을 비틀어 왼손 주먹을 그대로 상대의 주먹으로 뻗었다.동방이산은 용경에서도 꽤 명성이 있는 존재였다. 그와 동방 가문은 오래된 주종 관계였다.동방풍은 동방 가문의 방계 일맥이고 가문 내에서 그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는 존재였다.동방이산은 어린 시절 거리를 떠돌다가 동방풍의 할아버지 동방원홍이 주워온 사람이었다.그런데 과거에 거지처럼 거리를 떠돌던 동방이산은 무공에 강력한 재능을 보였다. 그는 수십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수련에 매진했고 결국 무도 종사가 되었다.동방풍은 추미연을 쫓아 강중으로 오면서 동방이산도 같이 데려왔다. 가문의 으뜸가는 경호원이 자신의 옆에 있으니 강중은 그저 놀이터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강중에 오기 전 동방풍에게는 이미 계획이 다 있었다.추미연이 곱게 말해서 안 들으면 강제로라도 자신의 여자로 만들 생각이었다.그래서 한지훈의 앞에서 자신만만했던 것이다.동방이산은 어둠 속에서 상황을 관찰하고 있었다. 동방풍과 한지훈 사이에 언쟁이 벌어졌을 때도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젊은이들끼리 여자 하나를 두고 싸우는 건 흔히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동방풍이 한지훈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추미연을 강제로 끌고 가겠다고 했을 때에야 그는 비로소 어둠 속에서 밖으로 나왔다.가문의 경호원으로 일해온 그에게 이런 일은 한두번이 아니었기에 딱히 감흥도 없었다.한지훈의 다리를 부러뜨릴 생각이었는데 그가 움직이기도 전에 젊은 청년은 이미 모시는 도련님의 코뼈를 부러뜨리고 살기를 드러냈다.한지훈의 주변에서 풍기는 진한 살기에 동방이산도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동방풍은 원자일맥의 가문을 이어받을 미래의 후계자였다. 그런데 자신이 있는 곳에서 변을 당한다면
팔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그는 온몸이 굳어버릴 것 같았다. 그가 알맞은 시기에 피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 무시무시한 힘은 그의 팔을 아작냈을 것이다.옆에 있던 동방풍은 동방이산이 나서면 한지훈은 죽은 목숨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그는 믿을 수 없었다.“내가 말했지. 내가 죽이려는 인간은 아무도 막지 못한다고!”한지훈이 입을 열자 이미 두려움에 정신이 나가버린 동방풍은 두 다리를 부들부들 떨었다.“안 돼! 도련님한테 그러지 마!”동방이산은 극심한 통증을 참으며 온힘을 다해 소리쳤다.“내가 지금 장난하는 거로 보여? 사람 말을 못 알아듣나?”한지훈은 다리를 들고 동방풍의 가슴을 힘껏 짓밟았다.“그분은 동방가문 원자일맥의 도련님이자 미래의 후계자야. 저분을 죽이면 동방가 원자일맥을 적으로 돌리는 거야.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같아!”동방이산이 다급히 소리쳤다.“죽음을 자초하는 거라고? 처음 듣는 소리인데.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건가?”한지훈은 싸늘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냉소를 지으며 동방이산에게 말했다.“그런 거라면 미안하게 됐군. 난 협박을 가장 싫어해서 말이야!”말을 마친 그는 있는 힘껏 동방풍의 오른팔을 짓밟았다.우드득 하는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섬뜩하게 들려왔다.동방풍은 오른팔을 붙잡고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한지훈은 바로 그의 가슴을 짓밟는 대신, 발로 그의 오른 팔목을 짓밟아 버린 것이다.소리가 들리는 순간에 그의 오른팔은 이미 뼈가 산산이 부서졌고 아마 평생 팔을 쓰지 못하게 될 것이다.현대의학이 발달하긴 했지만 의수를 장착하게 하는 게 최선일 것이다.“아까 네가 뭐라고 했지? 내 다리를 분질러버린다고 했었나? 내가 배로 돌려주지. 난 네 사지를 병신으로 만들 거야. 내가 너무한 건 아니지?”그 말을 들은 동방이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고통도 잊고 사력을 다해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비록 한쪽 팔을 못쓰게 되었더라도 동방이산은 무도 종사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었다.하지만 조금 전 팔을
이토록 젊은 고수는 전혀 인간으로 표현할 수 없다! 이때, 땅에 쓰러진 동방풍은 골절된 팔을 감싸고 큰 소리로 울부짖고 있었고, 동방이산을 쳐다보려 애쓰며 소리쳤다. “동방이산, 우리 동방 가문이 수십 년 동안 널 키웠는데, 네가 개가 되는 한이 있어도 저 자식을 물어뜯어야지!”동방이산은 동방풍의 말을 듣고는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차갑게 외쳤다.“동방풍, 죽고 싶지 않으면 그 입 닥쳐!”동방이산은 무도 종사가 된 이후로 이렇게 화를 내는 일은 드물었지만, 이제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토록 어리석은 동방 가문의 도련님은 정말 처음 보았다! 그는 동방 가문의 사람들이 자신을 개처럼 무시한다는 걸 줄곧 알고 있었고, 그도 동방 가문을 위해 기꺼이 개가 될 의향이 있었지만 이는 자신의 생각이며, 이제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그는 이제 사오십 세가 되었는데, 어쨌든 동방풍의 삼촌뻘이니 이토록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이는 동방이산을 몹시 화나게 했고, 어리석은 도련님은 지금까지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스스로 죽음에 뛰어들고 있었다. 물론, 동방이산은 이를 견딜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동방이산은 즉시 떠났을 테지만, 지금은 다르다.결국 그는 동방 가문의 도련님이자 미래의 가주였으니, 반드시 그의 생명을 보호해야 했다! 한지훈은 그들의 대화를 신경 쓰지 않고 동방풍을 차갑게 바라보며 물었다. “계속 대답해. 방금 네 사지를 없애버리겠다고 했는데, 과하지는 않지?”동방이산은 한지훈의 말을 듣고 겁에 질렸지만, 더 이상 그에게 저항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의 실력은 이미 종사를 능가했다! 동방 가문의 몇 안 되는 어르신이 나서지 않는 한 그를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어느 누가 동방 가문의 방계 도련님 하나 때문에 이런 젊은 천왕 강자에게 미움을 사겠는가? 이는 그야말로 악몽이다! 한지훈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동방이산, 당신은 옳
이 말을 들은 동방풍은 팔짱을 낀 채 비웃고 있는 한지훈을 보자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그리고 그의 시선이 옆에 있는 추미연에게 향했을 때, 눈동자는 원한으로 가득 찼다!이 망할 여자가 계속 거절만 하지 않았어도, 이 먼 강중까지 올 일은 없었을 텐데!그랬다면 이렇게 심하게 두들겨 맞지도, 팔 하나가 부러지지도 않았을 것이다!아니, 이제 그는 두 팔이 모두 부러질 테지!모든 것이 저 빌어먹을 년 때문이야!동방풍은 자신의 실수를 전혀 깨닫지 못하고, 대신 모든 책임을 추미연에게 돌렸다!“도련님, 죄송합니다!”동방이산은 발을 들어 동방풍의 관절을 무겁게 짓밟았다!동방이산의 양팔도 여러 군데 부러졌기 때문에 더 이상 힘이 없었고, 이런 거친 방법으로 그의 팔을 부러뜨릴 수밖에 없었다.이런 식으로 난폭하게 짓밟는 것과 직접 손으로 부러뜨리는 것은 느낌이 아예 달랐다.후자의 경우 기껏해야 병상에서 3-4개월 동안 회복하면 아물 정도로 뼈는 큰 손상을 입지 않지만, 발에 짓밟히면 뼈가 분쇄되는 수준으로 골절되어 후속 수술이 매우 어려워진다!동방풍은 고통스러워하며 비명을 지르더니 눈을 희번덕이며 기절했다.계속되는 심한 통증으로 숨이 가빠지고 몸이 한계에 이르렀다!“꺼져라,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한지훈은 그들이 있는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동방이산은 기절한 동방풍을 힘겹게 등에 업었다.한지훈은 동방 가문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데 흥미가 없었으며, 곧장 한편에 멍하니 있던 추미연을 데리고 호텔로 들어갔다.동방이산은 한지훈의 뒷모습을 석연찮은 듯 바라보며 조용히 떠났다.추미연을 위층으로 보낸 한지훈은 방에 들어가지 않고 문 앞에 선 채 말했다.“시간이 늦었으니 일찍 쉬도록 해.”추미연은 방금 전 상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듯해 보였고, 오늘은 확실히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인 날이었다!“들어와서 차 한잔하지 않을래?”추미연은 한지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고, 이런 문제들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이 매우 불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군용 차량이 옥룡대에 도착했다. 현재 옥룡대 부근 5미터에는 모두 계엄령이 내려졌고, 완전 무장한 특수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옥룡대 천 미터 안에도 천자각의 고수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지훈이 군용 차량에서 내렸을 때, 그는 자신의 주변에 사령관 강자보다 더 높은 경지에 있는 자들의 숨결을 느꼈고, 줄곧 경계 태세를 유지했다. 심지어는 네 명의 천왕계 강자의 기운도 느낄 수 있었고, 한지훈이 차에서 내리는 몇 초 만에 기운이 사라졌다. 한지훈은 근처에 있는 경비병들을 힐끗 쳐다본 뒤, 앞서가는 장교들을 따라 곧장 옥룡대의 정자로 향했다. 한편, 정자 안에는 국왕이 코트를 입은 채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기침을 몇 번 하며 몸이 좋지 않은 듯했다. 가을이 되니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고 있었다. 한지훈이 정자에 들어섰고, 국왕은 뒷짐을 진 채 먼 곳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왔구나.”국왕이 조용히 말하며 돌아서서 기침을 몇 번 했다. 한지훈은 국왕의 안색이 좋지 않을 걸 보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국왕 폐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그러자 국왕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나도 나이가 들었으니 몸이 예전 같지 않은 거지, 고질병이네.”국왕은 한지훈에게 앉으라고 손짓하더니 차 한 잔을 따르며 말했다. “자, 들게나.”한지훈은 찻잔을 집어 들고 한 모금 마신 후 물었다. “국왕 폐하, 무슨 일로 이렇게 급하게 용경에서 직접 강중으로 찾아오신 겁니까?”차를 한 모금 들이켠 국왕은 표정이 엄숙해지더니, 옆에 있던 부관에게서 문서를 받아 한지훈에게 건네주었다.“이건 오대주국의 새로운 계획일세. 작전부에서 오대주국을 새롭게 7대 전역구로 나눈다고 하지. 당연히 북양 전역구는 변동이 없고 말이야. 주로 서부 전쟁부 쪽에서 두 개의 독립된 전역구로 나뉠 거고, 남령해 쪽도 새로운 전역구로 구분될 걸세.”한지훈은 서류를 유심히 보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국왕 폐하, 어째
“국왕 폐하!”한지훈의 얼굴에 감동의 빛이 어리며, 국왕을 빤히 바라보았다.국왕은 몇 번 기침을 하더니 허리춤에서 금용령을 꺼냈고, 영패 전체는 순금으로 만들어졌으며 다섯 개의 발톱을 가진 황금 용이 조각되어 있었다!그는 손에 쥔 금용령을 보며 물었다.“자네는 이 금용령이 무엇인지 아는가?”한지훈은 국왕의 손에 있는 영패를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국왕 폐하께서 명시하여 주십시오.”국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것은 바로 용국 대원수의 영패이다! 한때 이 영패는 네 할아버지의 것이었지! 하지만 후에 그 사건으로 인해 네 할아버지는 용국에서 다시는 대원수의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였지!”“하지만 이제, 짐은 다시 직접 용경 전역구 외의 6대 새로운 전역구를 책임질 대원수의 자리를 만들려 한다네!”“한지훈 사령관! 이 금용령을 이제 자네에게 넘겨줄 걸세! 오늘부로 자네가 우리 용국의 새로운 대원수이네!!!”두둥!국왕의 말에 한지훈은 온몸을 떨며 다급히 말했다.“국왕 폐하,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어찌 제가 대원수의 자리에 오를 수 있겠습니까…”하지만 국왕은 고개를 저으며 확신에 찬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지훈 사령관, 거절하지 말게나. 짐은 이미 결정을 내렸으니, 받으시게.”국왕은 금용령을 한지훈에게 건네며 말했고, 한지훈은 이를 받으며 황급히 경례했다 “저 한지훈, 결코 국왕 폐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그러자 국왕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한지훈 사령관, 비록 금용령이 자네에게 주어졌지만 이 일은 대외적으로 발표하지 않을걸세. 반드시 필요할 때에만 이 금용령을 꺼내 6대 전역구에 명령을 내리고 국가를 보호해야 하네!”“만일 언젠가 용국이 존망의 기로에 처했을 때, 새로운 국왕이 국법을 어긴다고 해도 자네는 이 금용령을 통해 6대 전역구의 주력을 동원하고, 지하 궁전의 용검을 취해 군주의 목을 베고 용국을 지켜야 하네! 내 말을 이해했는가?”국왕은 매우 심오한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예, 알겠습니다!”“참, 북양 전역구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국왕이 묻자, 한지훈은 잠시 생각한 뒤 대답했다.“유청에게 맡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유청?”국왕은 이 말을 듣고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너무 이르지 않은가, 우선 부사령관으로 임명을 한 뒤 그를 잘 이끌도록 하거라. 그도 훌륭한 인재이니 말이야.”“알겠습니다.”한지훈이 대답한 뒤, 옥룡대를 떠났다. 한지훈이 떠난 후 국왕은 옥룡대 안에 서서 먼 곳의 풍경을 바라보았고, 그 뒤로 용 선생이 다가와 말을 꺼냈다. “국왕 폐하, 바람이 부니 들어가서 쉬도록 하시지요. 찬 바람에 병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국왕은 기침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인 후 돌아서서 용 선생의 옆을 지나갔다. 하지만 순간, 국왕은 걸음을 멈추고 용 선생을 곁눈질하며 말했다. “용 선생, 오늘 일을 무신종이 알고 있는가?”그의 말에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며, 천둥소리가 하늘을 가르는 듯한 기세로 울려 퍼졌다!! 용 선생은 얼른 몸을 굽히고 몸을 떨며 땅에 무릎을 꿇은 뒤 말했다. “국왕 폐하! 소인은 폐하께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그런가?!”국왕은 씩 웃더니 성큼성큼 앞으로 나가 말했다. “용 선생이 한 말을 지켰으면 좋겠군.”국왕이 떠난 후 용 선생은 떨리는 가슴을 움켜쥐며 일어섰고,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국왕이 그를 의심하기 시작했다!용 선생의 안색은 몹시 안 좋았지만, 곧 국왕을 바짝 뒤쫓았다. 한지훈은 별장으로 돌아온 후, 금용령을 꺼내 굳은 얼굴로 몇 번 쳐다보았다.국왕께서는 탁고를 하신 것이 아닌가.보아하니, 용국에 뭔가 큰 일이 일어날 것만 같군! 그는 생각을 한 뒤 곧장 용운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용운, 신룡전 사람들을 비밀리에 귀국시켜라! 언제든지 내 명령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예! 용왕님!”전화 너머로 용왕이 대답했고, 재빨리 그의 명령을 신룡전 본부에 전달했다. 3일 후, 신룡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
이소비의 말에, 호텔 지배인은 순간 멍해졌다. 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설령 지배인이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여 그들을 법정에 세운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며칠 동안 구류될 뿐이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놈들은 뱉은 대로 얼마든지 실행한 사람들이었다. 일시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온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니. 때가 되어 수많은 종문들을 찾아가 용서를 빌더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묘당이 현재 무종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지만, 그것도 단지 큰 범위에서뿐이었다. 지배인 같은 일반인은 묘당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그렇게 지배인이 망설이는 사이에 한지훈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지배인에게 말했다. “저희가 예약한 방, 지금 입주할 수 있나요?”한지훈의 말에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육천릉이였다. 잇달아 이소비 일행도 한지훈을 향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방금 이소비가 말했듯이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호텔은 이미 그들의 손에 장악되었는데 한지훈은 뜻밖에도 이 상황에 입주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소비는 바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지훈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경비원이 서 씨로부터 일격을 당하여 살해될 당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한지훈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그가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를 뱉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 허겁지겁 도망쳤지만 한지훈은 줄곧 침착하고 태연자약했다. 이는 한지훈이 필연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소비는 굳어진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천산 장 씨 집안사람인가?”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한지훈은 천산 장 씨 집안의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 경비원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서 씨가 손을 들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비원은 순식간에 7~8미터 밖으로 날아가 피를 토하며 죽었다.단 한 방에 동료가 죽게 된 것을 목격한 다른 한 경비원은 깜짝 놀라 거듭 뒤로 물러섰다. 감히 다시 앞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당... 당신들 어떻게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 이 세상은 아직 무종의 천하는 아니야, 용국의 국법을 따라야 한다고!”호텔 지배인은 눈앞에서 경비원이 살해되자, 벌컥 화를 냈다. 무종의 세력은 비록 강하긴 하지만, 현재로서 용국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묘당이었다.그렇기에 무종이 막무가내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됐다. 방금 그들이 행패를 부린 것 또한, 이미 국법을 위반한 행위였다.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호텔은 우리가 전세 낼 테니까 즉시 사람들 치워버려!”이소비는 지배인을 차갑게 쳐다보며, 그가 방금 한 위협은 조금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당신...”“왜, 당신네 사장님의 배후가 그렇게 든든해? 우리 천산 운검각보다도 더 강하냐고?” 이소비는 다리를 꼬고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지배인은 갑자기 멍해졌다. 한편 서 씨는 차가운 눈빛으로 다른 경비원을 쳐다보았고, 그러자 경비원은 놀라서 급히 뛰어나갔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이 다섯 글자는, 그야말로 신과도 같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주숙객들은 곧이어 짐을 챙기고는 급히 프런트로 달려가 체크 아웃했다. 로비에서 입주를 기다리던 다른 손님들도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얼마 안 되어 호텔 로비 전체는 텅 비어버렸다. 영기가 소생한 이후로 무종은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5대 명산의 각종 원과 종문을 역시 세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천산이 새로 설립한 천산 운검각은 가장 극악무도한 조직의 대명사였다. 운검각에는 사실 부유한 상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천산과 그들의 관계도
그 말에 육천릉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호텔에도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 양산시는 호텔은커녕,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비는데 대체 어디 가서 묵으라는 거지? 육천릉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 씨 집안은 천산과는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전과는 달리, 무종 세력은 이미 세속 곳곳에 스며들었다. 육천릉은 사업가로서 이루어낸 성과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러 큰 명산들 앞에서 그의 재부는 조금도 볼품없는 먼지와도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산은 얼마든지 세속의 자신들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었다. 육천릉이 멍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채 전혀 체크아웃할 의사가 없어 보이자 이소비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육 대표, 당신 내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 없다는 거야?”“아니면, 육씨 집안은 이젠 우리 천산을 안중에 두지도 않는다는 건가?”그 말에 육천릉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이소비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면, 그 후과를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감히 천산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소상인일 뿐인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천성 갑부가 이소비의 앞에 서있더라도 감히 큰소리를 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새 이소비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의 몇몇 사람들까지도 모두 좋지 않은 눈빛으로 차갑게 그를 보고 있었다. 이소비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하나 기세가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방금 가장 먼저 입을 연 그 여자는, 전혀 상상도 못 할 거물의 여자 친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라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육천릉 같은 사람 하나는 쉽게 끌어내릴 수 있었다. “도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육천릉이 말을 떼기도 전에 양복을 걸친 한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누가 날 찾는 거야?”중년 남자는 무리 앞에 다가와 이소비 일행을 힐끗 보았다. “당신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