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도 솔직하게 인정했다.“맞아! 내가 계획했어. 아쉽게도 성공하지 못했지만.”한지훈은 인상을 확 찌푸리며 섬뜩한 살기를 내뿜었다. 아직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우씨 가문 사람들은 경악하며 서로 눈치만 보았다.너무도 섬뜩하고 강렬한 기운이었다.이게 모 이류그룹의 데릴사위로 들어갔다던 자에게서 나오는 기세가 맞나 싶었다.현실과 너무 괴리감이 심해서 이질감이 들 정도였다.우경훈과 우경호는 살면서 갖은 풍파를 경험해 왔지만, 새파란 청년에게서 저런 섬뜩한 살기를 느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젠장! 정보에 오류가 있었던 건가?’‘저 자식 그냥 데릴사위가 아니었어?’우경훈과 우경호는 서로 굳은 표정으로 시선을 교환했다.한지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에 겁을 집어먹은 우정아가 더듬거리며 물었다.“너… 뭐 하자는 거야? 여기 우리 집이야. 여기서 날뛰어 봐야 죽음을 자초하는 길뿐이라고!”그녀는 완전히 당황했다.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남자의 눈이 너무 섬뜩했다.마치 폭풍우가 찾아오기 전의 고요함 같았다.한지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김태우와 김정필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얘기하는 거야? 김태우는 일부러 차 사고를 조작해서 내 딸을 목숨을 앗아가려고 시도했어. 그리고 내 딸의 목숨을 가지고 내 아내와 하룻밤을 보내자고 협박했지. 이런 자들을 살려둘 필요가 있을까? 설마 당신들 눈에 내 아내와 딸의 목숨은 목숨이라고 칠 수도 없는 거야? 그들이 무슨 죄가 있어서 그런 취급을 당해야 하지?”분노가 가득 실린 목소리가 저택 내부에 쩌렁쩌렁 울렸다.모두가 한지훈의 강한 카리스마에 압도당했다.우정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악에 받쳐 말했다.“그런 건 나한테 중요하지 않아. 과정이 어쨌건 내 아들과 남편이 네 놈의 손에 죽었어. 그래서 난 네 놈도 똑같은 아픔을 겪어봐야 한다고 생각해. 네 딸이랑 강우연, 내가 조사해 봤는데 그냥 비천한 출신이더라고. 죽어도 전혀 아깝지 않은 목숨들이야.”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었다.그녀는 한지훈이 너무
기세에 밀린 우씨 가문 가족들은 서로 눈치만 보았다.너무 강한 기운이었고 황당하지만, 너무 섬뜩한 선언이었다.감히 우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이 가문을 멸하겠다고 선언했다.우경훈은 처음에는 당황하다가 곧 큰 웃음을 터뜨렸다.“좋아! 패기는 봐줄 만하군. 수십 년을 M시에서 세력을 넓혀오면서 수많은 사람을 겪었지만 너처럼 오만방자하고 광기에 사로잡힌 녀석은 또 처음이야. 이 세상에서 우씨 가문을 사라지게 하겠다고? 네 놈이 무슨 수로 우리 가문을 사라지게 하는지 내 두 눈 뜨고 똑똑히 봐주지.”“거만한 녀석. 감히 그딴 헛소리나 지껄이다니. 우리가 여기서 전화 한 통만 해도 네 놈 목이 날아갈 거거든?”“웃기는 녀석이네.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아나 봐? 남영구 흑용 총사령관이 여기를 와도 가장 먼저 우리 가문을 방문했어. 네가 흑용 총사령관보다 더 높은 인물이야?”“웃겨 죽겠네. 어디 흑용 총사령관을 저런 녀석이랑 비교를 해?”우정아의 가족들은 너도나도 비웃음을 퍼부었다.한지훈은 말없이 친위대를 이끌고 현관을 나섰다.하지만 우경훈의 경호원들은 그들을 이대로 돌려보낼 생각이 없는 듯했다.그들은 이미 출입구를 물 샐 틈도 없이 포위하고 있었다.우경훈이 손을 흔들며 싸늘하게 말했다.“그냥 보내줘.”“아버지, 안 돼요. 저들을 왜 살려서 돌려보내요?”우정아가 다급한 비명을 지르며 우경훈의 팔목을 잡았다.우경훈이 웃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아비도 다 생각이 있어. 저 녀석이 저택까지 찾아와서 하루 뒤에 결전을 치르자고 선전포고를 하고 갔으니 우린 M시를 대표하는 데 가문으로서 한 번쯤은 관용을 베풀어 줘야지. 하루 더 기다리지 뭐. 내일 저 건방진 녀석을 끌고 태우와 사위의 무덤 앞으로 끌고 가서 죽음의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아버지가 이렇게까지 얘기하는데 우정아도 더 이상 억지를 부릴 수 없었다. 그녀는 표독스럽게 눈을 부릅뜨고 떠나는 한지훈 일행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저택을 나선 한지훈은 바로 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
북양 총사령관의 분노는 한 개 도시를 통째로 집어삼키고도 남았다.“그리고 용이는 직접 M시에 주둔 중인 허인봉 장관을 찾아가서 전해. 북양 총사령관이 하는 일에 방해하지 말라고. 한 명의 병사라도 움직임이 있으면 북양 전체를 적으로 돌릴 거라고 말이야.”말을 마친 한지훈의 눈에는 싸늘한 살기가 번뜩였다.“네!”잠시 후, 그들을 태운 차는 우씨 가문 저택을 떠나 그들이 잠시 묵고 있는 호텔에 도착했다.십여 분이 지난 뒤, M시의 각 기업과 정치인들은 낯선 전화 한통을 받았다. 통화 내용은 간단하고 명확했다.모든 기업과 정치인은 우씨 가문과의 협력관계를 하루 안에 청산한다. 내일 우씨 가문은 M시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며, 경고를 무시한 자는 명령 불이행으로 간주하고 참수에 처한다는 내용이었다.순식간에 M시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각 업계의 상회와 기업 연맹, 정치인들까지 모두 모여 긴급회의를 소집했다.M시의 하늘이 바뀔 징조였다.상대의 실력을 가늠할 수는 없지만 정확하게 기업과 정치인들에게 선전포고를 한 이상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그들은 회의실에 모여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이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요. 아무도 우씨 가문의 입지를 뒤흔들 수 없어요. 그냥 장난전화 같은데요?”“그야 모르지! 정보원이 입수한 소식에 따르면 이미 M시 반경 20키로 이내에 갑자기 무장 부대가 나타났어. 무려 3만이나!”“그 소문은 나도 들었어요. 어제 시장님과 M시를 대표하는 기업가가 오밤중에 급급히 공항으로 행차하셔서 신비의 인물을 마중 나갔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어제 이후로 5대 가문의 가주가 전부 문을 걸어잠그고 외부인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어요.”비슷한 토론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심지어 조폭 연맹마저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이 사건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M시를 장악하고 있는 모든 인물과 세력의 대부분은 누군가가 우씨 가문의 뿌리를 제거한다는 이 경고를 무시하기로 했다.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단호하게 우씨 가문과의 협력 관계를 정리했
우경호는 담배를 길게 빨아들이고는 말했다.“내가 걱정하는 게 바로 이런 점이에요. 이 한지훈이라는 자는 우리가 찾아낸 정보와 괴리감이 있어요.”우경훈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당장 한지훈에 대해 자시 조사해 와. 놈의 진짜 신분을 알아야겠어!”“이미 애들 시켜서 조사하고 있어요. 곧 연락이 오겠죠.”우경호가 담담히 말했다.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한 부하가 문을 노크하고 들어오더니 서류 한 뭉치를 우경호에게 건넸다.“어르신, 형님, 이건 S시에서 전해온 긴급 소식입니다.”문서를 건네받은 우경호는 신속히 훑어보았다. 점차 읽어 내려갈수록 그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지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어떻게 이럴 수가. 그자가 바로….”그 모습을 본 우경훈은 재빨리 동생의 손에서 서류를 낚아채고 훑어보고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역시, 우리가 처음에 받았던 정보에 오류가 있었어. 한지훈이라는 자가 북양에서 퇴역한 장병이었을 줄이야! 재밌네. S시 길씨 가문에서 곧 군단장으로 승진 예정이던 인물이 한지훈을 건드렸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잖아! 동원구의 총사령관이 직접 행차하셨다니… 경호야, 이 한지훈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까다로운 상대였어.”우경호의 표정도 싸늘하게 식었다. 조금 전의 기세와는 다르게 그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형님, 그러니까 지금 북양의 누군가가 우리 가문을 흔들려는 수작인 거죠?”잠시 고민하던 우경훈이 말했다.“그럴 리 없어. 그건 절대 불가능해. 우린 북양과 수천 키로 떨어진 곳에 있어. 한 번도 북양의 사람을 건드린 적 없다고.”말을 마친 그는 한지훈에 관한 최신 정보가 담긴 서류를 짜증스럽게 구기더니 말했다.“그런데 이 한지훈이라는 자의 신분이 걸리는구나. 북양에서 퇴역한 장병이라… 내 기억이 맞다면 북양의 총사령관은 자기 병사를 무척이나 아낀다고 들었어. 아무리 퇴역한 장병이라도 내 새끼처럼 아낀다더군. 그렇다면 우리도 원래 계획을 좀 수정해야겠어
“1연대는 운해호텔을 포위하고 3연대와 5연대는 조폭 세력의 아지트를 친다. 명령에 저항하는 놈들은 전부 죽여도 좋아.”“남은 병력은 전부 우경훈의 저택을 포위한다.”“예!”용이가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그 시각, 무려 천 명이 넘는 무장 조폭들이 호텔 주변을 물 샐 틈도 없이 포위했다.검은색 벤틀리가 주차장으로 들어왔다.차에서 내린 우경호는 싸늘한 살기를 내뿜으며 부하들에게 다가갔다.M시와 인근 도시의 조폭 세력까지 장악한 우두머리로서 상당히 카리스마가 넘치는 모습이었다.“형님!”호텔 앞에 대기하고 있던 인원들이 갑자기 환호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그들은 손에 칼과 야구방망이를 든 채, 경외심 가득한 얼굴로 보스의 지시를 기다렸다.우경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말했다.“지금 당장 안으로 쳐들어가서 한지훈 일행을 끌고 내 앞에 데려와!”“예, 형님!”순간 건장한 사내들이 칼을 휘두르며 호텔에 침입했다.하지만 10분 뒤, 잠입했던 자들은 최상층에서 유리창을 깨고 아래로 추락하고 말했다.추락한 자들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즉사했다.순식간에 분위기는 싸하게 가라앉았다.남은 인력들은 산산조각이 난 동료의 시체를 보고 분노에 찬 함성을 질러댔다.“형님, 저희가 올라가겠습니다!”“맞아요! 그냥 숫자로 밀어붙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건 너무하지 않습니까!”“형님, 한마디만 해주십시오. 저희가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겠습니다!”부하들의 분노한 목소리에 우경호의 얼굴은 점점 더 음침하게 굳었다.“망할 자식! 감히 나 우경호가 보는 앞에서 내 부하를 죽여? 다들 나와 같이 호텔에 쳐들어간다! 보이는 자는 전부 찔러! 특별히 한지훈, 그 놈은 사지를 찢어서 내 앞으로 가져와!”분노한 우경호의 외침이 주차장에 울려퍼졌다.“가자!”“아우들 복수하러 가자!”수백 명의 무기를 든 조폭들이 순식간에 호텔로 쳐들어갈 준비를 마쳤다.하지만!진한 살기와 함께 무거운 발소리가 입구에서 들려오더니 싸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
“우경호, 지금 날 죽이겠다고 했어?”지옥의 목소리를 닮은 소리가 현장에 울려 퍼지자 조금전까지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조폭들이 입을 다물었다.그들은 이미 기세에서부터 압도당하고 있었다.불빛을 빌어 호텔 정문 입구에 나타난 두 명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모두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검은색 전포 밑으로 살아 숨쉬는 것 같은 금용 전포…이게 어떻게 된 거지?용국의 열병 의식에서나 나올 법한 사령관 의복이 아닌가?숨 막히는 공포가 몰려왔다.찰나에 조폭들은 아연실색하며 겁에 질린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무형의 한기가 현장을 집어삼켰다.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이 두 사람, 용국 전쟁부에서 나온 사람이란 말인가?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맨 앞에 선 우경호였다.그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숨을 쉬는 것조차 잊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눈앞의 한지훈은 분명히 금용 전포를 몸에 두르고 있었다.“넌… 도대체 누구지? 네가 왜 금용 전포를 두르고 있지?”당황한 우경호가 식은땀을 흘리며 물었다.그가 입은 이 군복 하나로 현장의 모두를 압도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목인 우경호가 갑자기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 애원할 정도는 아니었다.그들의 가문에도 장군을 두 명이나 배출했고 그들은 최소 2성 전신급 장교였다.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한지훈의 뒤에 선 용이도 군복을 입고 있었다. 그의 어깨에는 3성 상관의 휘장이 빛나고 있었다.“3성 상관?”우경호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3성 상관이 이 자리에 있다니!우빈과 동일한 위치에 있는 장교였다.하지만 더 두려운 건 3성 상관이 한지훈의 뒤에 서서 공손한 자세로 그를 보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두려움이 몰려왔다.3성 상관이 한지훈의 오른팔이라니!순간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북양…한지훈은 북양에서 퇴역한 군인 출신이라고 했다. 3성 상관의 보필을 받을 정도라면 그가 북양에서 얼마나 높은 위치에 있는 인물인지 유추해 볼 수 있었다.설마…아니야!그럴 리
이런 인물 앞에서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개죽음을 당할 것 같았다.한지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바로 북양의 총수다. 총수가 앞에 있는데 감히 두 다리로 서 있을 것이냐?”북양의 총수!그가 바로 북양의 총수였다.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의 몸에서 섬뜩한 살기가 뿜어져 나와 현장을 압도했다. 그것은 무형의 칼날처럼 사방에서 날아들었다.찰나, 천 명을 오가는 조폭들은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힘없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현장이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뒤늦게 떨리는 우경호는 다리에 힘이 풀리고 온몸이 덜덜 떨려왔지만 자신의 부하들이 하나둘씩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고 악에 받쳐 소리 질렀다.“당장 일어나! 저건 북양 총수가 아니야! 너희가 다 속았어! 저놈은 마누라한테 용돈이나 타 쓰는 백수에 불과하다고!”우경호의 비명과 함께 부하들은 잠깐 정신이 돌아왔지만 여전히 주저하고 있었다.북양의 총수, 용국 최강의 총사령관이었다.누가 감히 그의 말에 반기를 들 수 있을까?우경호는 분노한 목소리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소리쳤다.“나까지 속을 뻔했네! 북양 총수? 가문을 잃고 백수 신세로 전락한 네가? 감히 북양 총수를 사칭해? 네 신분은 오기 전에 이미 조사를 마쳤다! 넌 그저 사고에서 운 좋게 살아남아 스스로 살아갈 능력이 없어서 강운그룹에 데릴사위로 들어간 무능한 녀석이잖아! 아, 북양에서 퇴역한 장병이라고 들었어. 그런데 감히 자신의 상관을 사칭해?”“다들 잘 들어. 한지훈은 북양 총수가 아니다. 그는 그저 퇴역한 군인일 뿐이야. 평범하기 그지없는 녀석이라고! 저놈의 말빨에 속지 마. 당장 일어나서 놈을 잡아!”“놈의 사지를 절단 낸 자에게 2억을 주겠다. 놈의 목을 따서 가져온 자에게는 10억을 준다!”우경호가 미친 사람처럼 소리쳤다.돈 앞에 이성을 잃은 건지, 수십 명의 칼을 든 조폭들이 함성을 지르며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순식간에 피가 현장에 흩뿌려졌다.수십 쌍의 손목이 바닥을 나뒹굴었다.한지훈에게 달려들었던 놈들은 팔목
천명이 넘는 호랑지사 정예부대원들의 노기가 하늘을 찔렀다.행군의 물결은 호텔 밖까지 이어졌다.실탄을 장전한 무장 군인들이 싸늘한 한기를 내뿜으며 점점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찰나에 우경호를 비롯한 조폭들은 당황하더니 생생한 공포를 느끼며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포위된 건가?“사격 준비!”또 한번의 외침이 울려퍼졌다.천이 넘는 장병들이 총을 들고 조폭들을 향해 겨누었다.하늘을 찌르는 살기가 조폭들을 엄습했다.겁에 질린 우경호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한지훈과 용이를 바라보며 물었다.“너… 북양 총사령관이라는 게 사실이었어?”왜 일이 이렇게 된 거지?가문의 철천지원수가 그 명성 하나로 용국 전체를 압도하는 존재였다니!어떻게 된 거지?왜?우경호는 혼란스러웠다. M시 조폭 세력의 우두머리로 군림해온 그마저 두 다리에 힘이 풀리고 눈에 두려움이 가득 찼다.‘북양의 총사령관이었다니!’8개 국의 백만 대군조차 기세로 몰아내는 인물이었다.그의 한마디로 가문 전체가 M시에서 존재마저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그런 인물이 직접 M시까지 행차하셨다니…한지훈은 싸늘한 시선으로 겁에 질린 우경호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맞아. 내가 바로 북양의 총사령관이야.”철렁!우경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하고 두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렸다.‘어떡하지? 우리 가문 이대로 망하는 건가?’“우경호, 사령관님 앞에 당장 무릎 안 꿇을 거야?”한지훈의 뒤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던 용이가 서슬퍼런 장검을 빼들고 살기를 내뿜으며 그를 재촉했다.그 말이 끝난 순간에 우경호는 하늘을 찌르는 살기와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아직 뒤에서 관망하고 있던 그의 부하들마저 정신을 차리고 바닥에 털썩털썩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그들과는 완전히 딴 세상을 사는 존재였다.천 명의 정예병사들은 족히 한 개 군단을 소멸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자들이었다.동네에서 싸움 좀 한다는 양아치들로 구성된 그들의 집단과는 동일 선상
이 둘과 비교하면, 기자인 그녀는 마치 한 줌 모래처럼 미미한 존재였다.임설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오르자, 유 씨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 사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지금의 용국은 이미 몇 년 전의 용국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내 뒤에는 오대 명산이 있단 말이지.”“우리 오대 명산이 널 지지하는데, 뭐가 두려운 것이냐? 설령 용국 조정이라도 감히 우리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그날의 대화는 줄곧 내가 한 말이었으니 잡으려면 나를 잡는 거지, 널 잡을 일은 없다.”임설은 그 말을 듣고 다소 안심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만…… 유 씨 어르신, 그건 전부 어르신의 추측일 뿐이에요. 우리 손엔 아무 증거도 없잖아요!”“증거? 증거가 그렇게 중요해?”유 씨 노인은 냉소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무종 전체가 내 말에 동의한다면, 그게 바로 증거지!”비록 천릉자가 대량산에서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한지훈의 명예를 실추시키기만 한다면 국왕은 가장 중요한 의지를 잃게 된다.바로 이때, 국왕의 자리를 노린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이때, 산성시.산중에 위치한 호화로운 별장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젊은 여인에게 말했다.“선아, 며칠 전 장 도령께서 놀란 일이 있었단다.”“우리 천산 장씨 가문과는 대대로 교류가 깊었지. 어떤 의미에서든, 넌 가서 한 번은 그를 봐야 하지 않겠니?”“그리고 네 신분도 좀 자각해야 해. 진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어찌 그리 속된 백성들처럼 옥기점 같은 데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냐!”이 중년 남자의 이름은 진천국, 산성 진씨 가문의 가주였다!진천국이라는 이름은 산성 전체에서 거의 군왕이나 다름없는 존재다.특히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진천국의 사문은 현재 산성 최대의 종문인 천앙종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은 지금 천산 장씨 가문과 우호 관계를 다져가며, 혼인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만일 혼인이 성사된다면, 진씨 가문은
사실, 한지훈이 산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미 유 씨 노인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오대명산과 무종 사람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어찌 한지훈이 모를 수 있을까!최근 이 시기 동안 천릉자의 기세가 드높다는 건, 곧 오대명산이 천릉자를 내세워 한지훈이 용국에 세운 공적을 지우려는 의도임을 뜻한다.게다가 이 기회에 국왕의 지위마저 위협하려는 것이었다.개인의 영예나 치욕 따위는 한지훈에게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지만, 누구든 국왕의 권위를 흔드는 일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오대명산의 계략을 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천릉자의 기세가 가장 드높을 때 정면으로 한방 먹이는 것이었다!그리고, 천릉자가 살해당한 사건은 과연 큰 파장을 일으켰다!그 전에 오대명산은 이 일을 공개적으로 보도하게 하려고 수많은 언론 기자들을 초청했다.하지만 정작 결과는,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장에 와 있던 언론사 수가 너무 많았고, 모두가 생중계로 현장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수많은 인플루언서들까지 합류하며 정보를 봉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이 사건은 마치 다리가 달린 듯, 하룻밤 사이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흥! 정말 웃기는군. 그 따위가 어찌 한지훈과 견줄 수 있단 말인가? 한지훈보다 깨달음이 뛰어나다고? 타고난 자질이 낫다고? 결국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죽어버렸잖아!”“흥, 내 보기엔 그냥 날뛰는 광대였을 뿐이지!”“날뛰는 광대? 그래도 광대는 멀쩡한 머리를 잃진 않겠지! 하하하…”온라인에서는 조롱이 난무했고, 항산의 사람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한순간에 오대명산의 기세는 급격히 꺾이고 말았다.그 뒤 한 달 동안, 모든 이들의 화제는 이 사건에 쏠렸다.오직 한지훈만이 조용히 천생서문에 기록된 내용을 따라 진지하게 약제를 조합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그에게는 강우연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이런 화제들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게다가 천하 정세는 이미 크게 변하고 있었고,
그들은 누군가가 도중에 강탈할 거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령풍이 자소화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는 약속대로 천릉자에게 져주지 않을 가봐 걱정됐다. “여러분, 드디어 가장 관건적인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됐을지 함께 알아봅시다!”한 인터넷 BJ는 생방송을 켜고는 팬들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1분 1초가 흘렀고, 모두들 손꼽아 승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산 길에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걸어 나왔다. 다만,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의 종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죠? 장 사부님이랑 천릉자 사부님은 왜 여태까지도 나오지 않는 거죠?”임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이 너무 격렬하게 싸운 나머지 모두 중상을 입어 전혀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는 않을 거야. 필경 모두 동문 사람이기에 두 사람이 한판 붙게 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둘 거야!”유 씨 어르신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알다시피 이번 대결은 5대 명산이 함께 손을 잡고 벌인 판이다. 게다가 천산 장 씨 집안도 이 계획에 얽혀있었기에, 절대 어떠한 실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위에는 또 수많은 고수들이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의외의 사고란 발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유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산길에서는 어두운 안색의 항산 제자 4명이 단대 하나를 들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이내 카메라들은 일제히 그 단대에 초점을 뒀고, 모든 기자들은 순간 숨을 죽였다. 단대 위에는 머리 없는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고 옆에는 웬 동그란 물건이 놓여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천릉자의 머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한편, 몇 명의 장 씨 집안 자제들 역시 단대 하나를 들고는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장령풍
그러나 한지훈은 장령풍을 투명 인간 취급한 체 눈 깜짝할 사이에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여전히 깊은 공포 속에 빠져 있었다. 사실 천릉자는 실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방금 그와의 정면승부에서, 그는 천릉자의 털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두 사람의 실력은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천릉자의 촘촘한 검망을 깨뜨려 그의 머리를 아작 낸다는 건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최선을 다해봤자 기껏해야 천릉자에게 상처만 입힐 거라 확신했다. 천릉자를 죽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더욱 어려웠다. 모두들 알다시피 검망 아래에서는, 수천 갈래의 검의 습격을 마주해야 했다. 그 검망을 피해 사람을 죽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검방을 피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설사 2성 천신계 강자라 하더라도 밀집된 검망을 마주하게 되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게 되고 더욱이는 천릉자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오직 나뭇잎 하나만으로, 마치 어린애 장난처럼 닥치는 대로 나뭇잎을 던져 천릉자의 머리를 아작 냈다. 지금 이 순간, 산 전체는 비할 데 없이 조용했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줄곧 조용히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감히 고개 한번 들어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장령풍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한지훈의 자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는 비로소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장령풍, 오늘 벌어진 일을 소문내면 장 씨 집안은 멸망하게 되는 줄 알아!”“네... 저는... 아무것도 못 본겁니다!”크게 놀란 장령풍은 벌벌 떨었다. 한지훈의 경고는 그에게 있어서 성지였다. 한지훈은 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용경과는 80리 정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오직 용국을 위해 복수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