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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남미가 우리 부부에게 효도하려고 준 돈을 도로 가져가려고? 뻔뻔하기도 하지. 남준이 곧 결혼해. 그 돈은 남준이 집 사는 데 보탤 테니까 꿈도 꾸지 마. 한 푼도 못 줘!”

뚜--

통화는 그대로 종료되었다.

천도준은 완전히 멍해졌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건가?

“너 미쳤어?”

오남미는 미친 여자처럼 천도준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댔다.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내가 부모님께 돈 드린 게 죄라도 돼?”

천도준은 눈시울을 붉힌 채 막연한 표정으로 오남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 동생의 집 사는 일이 우리 엄마 목숨보다 더 중요해?”

“닥쳐!”

오남미는 천도준의 몸에서 손을 떼더니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거실은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오남미는 눈물 콧물을 쥐어짜며 소파에 앉아 울부짖었다.

“천도준 나쁜 자식, 난 왜 너 같은 자식과 결혼해서는. 당신 엄마한테 들어간 돈이 아직도 부족해? 여태 월셋집에서 살면서 고생했는데 넌 나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남준이 내 동생이지만 당신 동생이기도 해. 결혼한다는데 누나가 돼서 도와주지도 못해?”

“도와줘?”

천도준은 기가 막혔다.

“우리가 결혼한 지 3년이야. 3년 동안 그 모자란 자식 적게 도와줬어?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된 건 다 당신 집안사람들 때문이야!”

“내 동생 함부로 욕하지 마!”

오남미는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천도준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왜 안 되는데? 대학교 동기 임신시켰을 때도 내가 내 돈으로 해결해 줬고, 차 사달라고 억지 부려서 결국 내가 사줬어. 3년 동안 내가 당신 집안에 가져다준 돈이 적어? 당신 남준이 그 자식 노예라도 돼? 당신이야말로 내 생각 한 적 있어?”

“으악! 그 입 다물어!”

오남미는 미친 듯이 뒹굴며 비명을 질렀다.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이혼하고 싶어?”

“우리 엄마 목숨값을 빼돌려서 그 모자란 자식한테 집을 사준다는 데 당신이야 말로 이혼하고 싶은 거야?”

결국 천도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이혼하자.”

순간 오남미의 얼굴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뭐, 뭐라고?”

결혼한 지 3년, 천도준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이런 식으로 말한 적 없었다.

“이혼하자고.”

천도준이 말했다.

“당신 말이 맞아. 왜 나 같은 것과 결혼했어? 난 당신한테 한없이 모자란 사람이야. 당신 집안, 더는 감당 못 하겠어.”

말을 끝낸 천도준은 그대로 몸을 돌려 나가버렸다.

천도준은 끝이 확실하고 깔끔한 성격이다.

가난하게 살다 보니 천도준은 3년 동안 오남미에게 미안했고 그런 죄책감 때문에 한 번 또 한 번 양보했었다.

하지만 더는 참을 수 없다.

천도준이 떠난 뒤에야 오남미는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당황한 채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서럽게 울부짖었다.

“엄마...... 천도준이 이혼하겠대요.”

“그 자식이 감히 그런 말을 했다고?”

오남미의 엄마는 전화기 너머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혼하겠다면 그렇게 해! 가난한 주제에 자신감은 아주 하늘을 찌르는구나? 어차피 돈은 네가 다 가져왔으니 이혼해 버려! 나중에 후회하지 말라고 해!”

같은 시각, 천도준은 집에서 나와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밤하늘에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면서 그의 몸을 천천히 적셨다.

천도준은 짜증스럽게 머리를 긁적이며 길가의 고인 물을 걷어찼다.

돈, 돈, 돈. 그놈의 돈!

오남미와도 사이가 틀어졌는데 그 돈을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끼익......

바로 그때, 롤스로이스 팬텀 한 대가 천도준 옆에 멈춰 섰다.

이내 차창이 내리더니 개량 한복차림을 한 노인이 미소를 지으며 천도준을 바라보았다.

“천도준 도련님 맞으십니까? 차에 타시죠. 이율 병원으로 모시겠습니다.”

도련님?

천도준은 멍한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수용이라고 부르는 이 노인을 사람들은 이수용 어르신이라고 부른다.

이수용은 자상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머님은 이미 병원에서 간이식 수술을 받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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