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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이진기! 너 조금만 기다려, 이렇게 끝낼 수는 없어!”

하윤정은 그에게 독한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섰다.

씩씩거리며 문을 나서는 하윤정의 뒷모습을 쳐다보는 이진기의 두 눈은 매우 공허했다.

그녀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어!

저녁 무렵, 날이 점점 어두워졌다.

이진기는 자신의 방에서 전생의 기억을 더듬으며 돈을 많이 벌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 기억이 희미해지면 안되기 때문이다.

누군가 그의 집 문을 끊임없이 두드렸다.

이진기가 문을 열었다. 그의 방문 앞에는 하윤정과 하윤도 그리고 그들의 어머니 주란옥 세 사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란옥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이진기가 자신의 집 현관문을 열자 그녀는 그에게 삿대질을 하며 언성을 높였다.

“이진기! 성실하고 착한 사람 같아 우리 딸과 교제하는 걸 허락했더니 감히 내 딸을 버려? 넌 사람도 아니야!”

이진기는 눈에 띄게 눈시울이 붉어진 하윤정을 쳐다보았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주란옥을 보며 말했다.

“서로 동의하에 헤어졌으니까 말 조심해 주세요.”

“헛소리하지 마!”

하윤도가 이진기의 어깨를 밀치며 소리를 질렀다.

“우리 누나가 우는 거 안 보여? 변명하지 마. 우리 집에 쓰는 돈이 아까워서 이러는 거잖아.”

“엄마, 내가 전에도 말 햇잖아요. 농촌에서 자란 새끼 포부가 이렇지 뭐. 집에서 보고자란 것도 없으니 이런 거 아니겠어요? 어떻게 우리 누나와 비겨요?”

주란옥도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내가 진짜 미쳤지. 그때 내가 왜 동의했을까. 내 아들 말이 맞아. 천한 부모가 길러 낸 자식도 천한 사람이지. 이깟 돈 몇 푼으로 사람을 거르는 거야.”

“우리 딸 인생을 몇 년이나 낭비해 놓고 떠나겠다고? 꿈도 꾸지 마! 5500만 원은 네가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에게 줘야 돼!”

이진기는 막무가내로 자신을 협박하는 주란옥 가족들을 무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돈 없어요.”

주란옷이 픽 웃으며 말했다.

“돈이 없다고? 돈이 없으면 너희 어머니 아버지가 지금 사는 집을 팔면 되겠네?”

“그러니까!”

하윤도가 주란옥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집을 팔고 월세를 맡아서 살거나 밭에서 자면 되지. 한 평생 밭에서만 일한 사람들이니까 밭이 더 편할 거 아니야.”

하윤도는 이진기의 집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 집도 나에게 넘겨. 나 이번 년에 결혼하는데 내 신혼집으로 쓰면 딱이겠다. 그러면 내가 우리 누나를 설득해서 다시 잘해보라고 할게.”

하윤도의 말을 들은 주란옥은 드디어 길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아들이 큰 사고를 쳐 5500만 원도 배상금으로 갚아야 하고 그 여자와 결혼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집을 마련해 주지 못해 걱정이었는데 자신의 아들이 좋은 의견을 말해주었다. 이렇게 집이 하나 나왔잖아?

“맞아. 우리 윤도 신혼집으로 딱이네.”

주란옥도 집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탐욕스러운 모자를 쳐다본 이진기는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저희 엄마 아빠 집도 팔고, 저희 엄마 아빠까 평생 모으신 돈으로 저에게 사준 이 신혼집도 내놓으라고요?”

“미친 새끼가!”

하윤도가 이진기를 보며 짜증을 냈다.

“우리 엄마와 내 동의가 없는데 누가 시골 촌놈에게 시집을 가겠대? 네가 이 집에서 뭘 하는데? 신혼집이라며, 집을 우리에게 주면 우리가 이 집을 예물로 받고 잘 생각해 볼게.”

하윤정도 하윤도의 말에 힘을 실었다.

“그래, 진기야. 나는 동생 하나밖에 없어. 우리 엄마와 내가 이렇게 하는 것도 다 윤도를 위해서야. 그러니까 어머니 아버지가 사는 집을 팔고, 이 집도 내일 윤도 집으로 명의도 다 바꾸면 내가 용서해 줄게. 그리고 결혼도 다시 생각해 볼게.”

“진짜 미쳤어?”

이진기는 하유정의 가족들을 사나운 눈길로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너희 집에 빚이라도 졌어? 아니면 내가 말을 어렵게 했니? 오후에 너 한 사람만 꺼지라고 했지, 이제는 가족들과 함께 꺼져줘. 하윤정, 나 너랑 끝났어. 근데 왜 여기서 난리를 피우는데?”

이진기의 말을 들은 주란옥은 화가 나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이진기를 노려보며 말했다.

“은혜도 모르는 개 같은 놈.”

“이진기!”

하윤정이 소리를 질렀다.

“우리 엄마 화나셨잖아. 빨리 사과해! 나에게 고백하며 말했던 약속 잊었어? 이렇게 작은 일도 해결해 주지 않고.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하, 강아지처럼 우리 누나 뒤를 따라다니더니, 이제 와 내빼겠다? 이진기 진짜 너희 가족들까지 죽여...”

하윤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진기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여긴 내 집이야. 마지막으로 말하는데 당장 꺼져!”

말을 마친 이진기가 현관문을 쾅 하고 닫았다.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주란옥은 몸을 떨었다.

“엄마, 죄송해요. 이진기가 이런 사람일 줄 몰랐어요...”

하윤정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하윤도의 안색도 좋지 않았다.

“엄마, 나 이제 어떡해? 저 새끼가 집을 팔지 않으면 나 콩밥 먹는 거야? 내 인생 이렇게 망칠 순 없어. 그리고 나 신혼집은 어떡해?”

주란옥은 방문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지금 무슨 말을 해도 이미 늦었어. 집으로 가자. 이 배은망덕한 자식 꼭 천벌을 받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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