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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Author: 주광
하지만 최근 이어진 사건들을 겪으면서, 예진은 하나의 진리를 더 확실히 깨달았다.

예진이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강자라고 해서 변호사의 도움을 못 받는 게 아니야. 다만, 이 차가운 사회에서 너무 많은 피해자들이 정당한 판결조차 받지 못하니까, 그 사람들에게 더 절실히 변호사가 필요할 뿐이지.”

성민은 대꾸하지 못했지만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민혁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입가에 번지는 미소가 점점 깊어졌다.

은주는 속으로 통쾌했다.

‘잘했다, 친구야!’

옆에서 괜히 흥분한 듯 영호의 손을 몰래 꼭 쥐었다.

잠시 동안 공기가 얼어붙은 듯한 침묵이 이어졌다.

그때 사장이 새로 구운 안주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성민이 닭날개 꼬치를 하나 집어 예진의 접시에 올려주며 말했다.

“됐어, 이런 얘긴 그만하자. 대신 많이 먹어. 이거, 학교 다닐 때 네가 제일 좋아하던 거잖아.”

예진은 대꾸하지 않았다.

민혁이 곧바로 매운맛 끝판왕이라는 닭날개를 집어 예진의 접시에 얹었다.

그러곤 성민이 놓아둔 꼬치를 집어 들더니, 아무렇지 않게 씹어 먹었다.

“예진 씨는 닭날개 좋아해요. 근데 원래는 매운맛밖에 안 먹죠.”

성민은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먹기만 했다.

예진은 조금 의아했다.

‘민혁 씨가 이런 것까지 알다니... 설마 은주가 얘기한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별로 대단할 것도 없었다.

잠시 후, 성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예진아, 사실 오늘 이렇게 나온 건 부탁이 있어서야.”

그는 주머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예진 앞으로 내밀었다.

민혁의 눈길이 명함을 스쳐 지나갔다. 명확히 적혀 있는 건, 로펌의 이름과 주소.

예진이 명함을 받아 들자, 성민이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직접 로펌을 차렸어. 그래서 널, 우리 로펌으로 초대하고 싶어.”

민혁의 눈매가 순간 차갑게 가라앉았다.

‘내 앞에서 대놓고 스카우트라니... 이건 좀 선 넘은 거 아닌가?’

은주와 영호는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한 채, 조심스럽게 민혁의 반응만 살폈다.

하지만 민혁이 말을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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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594화

    말을 마친 PD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고예진 씨, 혹시 카톡으로 연락해도 괜찮을까요? 다음에 제가 밥 한 번 살게요.”예진은 바보가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남자들이 얼마나 이런 수법으로 접근해 왔는지 모른다.예진은 정중히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 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 함께 식사할 시간도 없을 것 같아요.”그때 민혁이 핸드폰을 들고 나오자, 예진이 자연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남자친구가 마중 나왔네요. 별일 없으면 먼저 갈게요.”이렇게 분명하게 거절하면 양식 있는 사람에게는 다 통한다. 고개를 돌려 민혁을 발견한 PD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고, 어색하게 웃으면서 자리를 떴다.공교롭게도 그 장면을 민혁이 전부 다 보고 있었다.‘방금 전에는 여자들이 나한테 카톡을 달라고 해서 삐쳤는데...’‘곧바로 예진이한테 치근덕거리는 인간이 달라붙었네.’ 그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민혁은 아까 예진처럼 입술을 삐죽거렸다. 예진이 핸드폰을 받으려고 손을 뻗자, 민혁은 입을 삐죽거리며 핸드폰을 건네고는 차에 올랐다.그 모습을 본 예진은 왜 그러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조수석에 앉은 예진도 장난기 섞인 말투로 민혁의 말을 따라 했다.“아이 참, 그런 사소한 일로 신경 쓰지 마세요, 변호사님. 어차피 제 얼굴이 있으니 앞으로도 저한테 꼬일 사람은 많을 거예요. 근데 제가 못생겼다면 저를 데리고 다니지도 못하겠죠?”민혁은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이 했던 말에 그대로 역공당한 기분이었다.“흥, 상관없어요. 앞으로 예진 씨가 어디 가든 날 데리고 가야 해요. 안 그러면 내가 안심이 안 돼요.”웃음을 터뜨리던 예진이 핸드폰을 보니 윤제에게서 온 메시지가 와 있었다. 활짝 웃고 있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민혁도 호기심에 예진의 핸드폰을 들여다보니 윤제가 보낸 건 동영상이었다.영상을 재생하자, 병상에 누워 있는 이안이 카메라를 향해서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하고 있었다.“엄마, 이안이 예전에 잘못했던 거 알아. 내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593화

    생각이 끊긴 민혁의 시선이 여자의 얼굴을 향하면서, 예의 바른 미소를 지었다.“안녕하세요.”여자는 수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변호사님, 혹시 카톡 아이디 좀 받을 수 있을까요? 나중에 방송국에서 인터뷰 연락을 드릴 수도 있어서요...”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의도를 알아차린 민혁이 말을 잘랐다.“괜찮아요. 저는 인터뷰 잘 안 하거든요. 그리고 카톡은 좀 곤란하네요. 제 여자친구가 질투가 좀 심해서요. 가정 교육이 좀 엄해서 그런가 봐요.”너무나 단호한 거절에 여자는 잠시 멍해졌다.“여, 여자친구요?”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예진 쪽을 바라봤다.“맞아요. 오늘도 여자친구 일 때문에 같이 온 거예요.”민혁의 시선을 따라서 무대 쪽을 본 여자는 예진을 본 순간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었다.“죄, 죄송해요. 제가 방해했네요.”그녀는 얼굴이 붉어진 채 허겁지겁 자리를 떴다.무대 위에서 준비 중이던 예진은 살짝 민혁 쪽을 훔쳐봤다.무슨 상황이었는지는 말 안 해도 알 수 있었다. 민혁이 분명 거절했을 거란 건 알지만,‘그래도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그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여자들이 들끓는단 말이야.’‘진짜 피곤한 인간이야.’인터뷰가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오자, 민혁이 준비해 둔 물컵을 내밀었다.예진은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받지 않았다.그때 무대에서 내려오던 사회자가 두 사람의 분위기를 눈치채고 웃었다.“고 변호사님, 일도 사랑도 다 잡으셨네요. 두 분 결혼하시게 되면 꼭 청첩장 보내주세요.”그 말이 끝나자, 예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민혁이 먼저 대답했다.“물론이죠. 나중에 결혼하게 되면 모두 초대하겠습니다.”방송국을 나와서도 예진은 계속 입을 삐죽 내밀고 있었다.민혁은 그 이유를 단번에 알아차렸다.“어라, 우리 고 변이 삐지신 건가요?”조수석에 앉은 예진은 시선을 돌린 채 말했다.“바쁘시더라고요? 미녀랑 이야기하느라 제 기분 따위는 신경 쓸 시간도 없었겠죠.”처음 보는 예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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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591화

    아린은 윤제의 부하들이 들어와서 자신을 끌어내도 그저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바깥의 햇빛은 너무나도 눈부셨다. 눈이 따갑게 시려오자, 아린은 본능적으로 눈을 감아버렸다.그리고 힘없이 거실 바닥에 내던져진 채, 마치 녹아내린 진흙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눈부심에 조금 익숙해진 아린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마주한 건... 차갑고 무정한 윤제의 얼굴이었다.남자의 시선은 마치 오래된 장난감을 바라보는 듯했다. 연민은 전혀 없고, 남은 건 오로지 혐오와 증오뿐이었다.윤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서, 그저 그렇게 아린을 꿰뚫듯 노려보았다.아린은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이 와중에 나를 보러 올 시간은 있는 모양이네. 보아하니 그 꼬마 수술이 잘 끝난 모양이지. 내 짐작이 맞다면, 네 엄마도 깨어났겠지?”윤제는 여전히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아린은 확신했다. ‘사람의 눈은 거짓말을 못 해.’윤제의 눈빛엔 자신을 향한 증오와 혐오만이 가득했다. 슬픔 따윈 전혀 없이.아린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면서 비웃듯이 말했다.“역시 마음이 약한 사람은 큰일을 못 해. 그때 네 엄마를 좀 더 깔끔하게 끝냈어야 했어. 그 꼬마한테도 간식을 좀 더 먹였어야 했는데.” “둘 다 빨리 죽었더라면, 내가 이런 꼴은 안 당했을 거야.”윤제는 그 말을 듣자 분노가 치밀었지만, 애써 침착을 유지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지금까지도, 아직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는 거야?”아린은 미친 사람처럼 크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 윤제조차 순간 당황했다.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웃고 나서야, 웃음을 멈춘 아린이 눈을 들고 윤제를 노려보았다.“후회? 내 인생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퇴로가 없었어. 내가 믿을 건 오직 나 자신뿐이었지.”“내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어. 굳이 후회한다면... 그때 더 잔인하게 굴지 못해서, 너희한테 틈을 준 게 그게 유일한 후회야.”아린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조금만 더 가면, 정말 코앞이었는데. 너희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590화

    그게 진짜 ‘당연한 일’이었다.건우는 윤제의 얼굴에서 점점 기운이 빠져나가는 걸 보자, 더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그저 짧게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야, 내가 이런 말까지 하는 건... 너한테 뭐라도 깨닫게 해주고 싶어서야.”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너 예진이한테 진 빚이 한두 개가 아니잖아. 그래도 다행인 건, 아직 늦진 않았다는 거야. 고예진, 아직 재혼 안 했잖아.”윤제가 고개를 들었다.건우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그럼 된 거야. 아직 네가 쫓아갈 기회는 있는 거야. 그 사람이 널 위해 그렇게 많은 걸 포기했는데, 이제라도 네가 조금은 용기 내야지. 놓지 못하겠으면, 붙잡아. 끝까지.”그 말만 남기고, 건우는 손을 가볍게 흔들며 병실을 나섰다.윤제는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붙잡으라니... 이제 와서 내가 무슨 낯으로.’가슴속에서 오래된 후회가 천천히 피어올랐다....다음 날 아침, 이안이 천천히 눈을 떴다.침대 옆에서 윤제가 앉아 있었다.이안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익숙한 얼굴이 보이지 않자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아빠... 엄마는 안 왔어?”작은 목소리였다.윤제는 밤새 고민했다.어떻게 말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아이가 덜 상처받을지...하지만 막상 이안의 실망한 눈을 마주하자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그는 조심스레 죽을 떠서 아들의 입에 넣어주며 말했다.“이안, 우리가... 엄마 마음을 많이 아프게 했잖아. 그래서 엄마가 지금 좀 속상한 거야.”“하지만, 이안이 진짜로 엄마가 보고 싶으면... 아빠하고 같이 가서 사과하자. 같이 미안하다고 하고, 엄마 기분 좋게 만들어 주자. 응?”이안은 눈을 크게 뜨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응, 좋아!”그런데 곧 고개가 다시 툭 떨어졌다.“근데 아빠... 저번에 유치원 운동회 때, 엄마 옆에 다른 애가 있었잖아. 그럼... 엄마는 이제 이안 안 좋아하는 거야? 이안이 필요 없는 거야?”윤제는 아무 말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589화

    요즘 들어 윤제는 모든 걸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고 있었다.누구에게도 제대로 털어놓지 못한 채, 혼자 버티고 있었던 나날들.그런데 건우가 먼저 말을 꺼내자, 윤제는 더 이상 숨기지 못했다.긴 한숨이 터져 나왔고, 결국 아린의 일까지 모두 털어놓았다.건우는 잠시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그런데 예상과 달리, 놀라기는커녕 왠지 담담한 표정으로 미소까지 지었다.“뭐야, 그 반응은?” 윤제가 인상을 찌푸렸다.건우는 어깨를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야, 사람이라는 게 그래. 안에서 있을 때는 아무것도 안 보여. 밖에서 보면 다 보이거든.”건우의 말투는 가볍지만, 눈빛은 진지했다.“솔직히 말해서, 네가 예진 씨하고 이혼했을 때부터 난 알았어. 너는 절대로 못 놓는다는 걸.”윤제는 말없이 시선을 돌렸다.건우는 그를 흘끗 보며 말을 이었다.“그리고 아린이 말인데... 넌 걔를 ‘좋아했다’기보단, 그냥 어떤 미련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아. 진짜 사랑이라면, 지금 이 상황에서 분노보다 슬픔이 먼저였을 거야.”‘분노보다 슬픔이라...’그 말이 윤제의 마음 깊은 곳을 콕 찔렀다.건우는 오래전부터 윤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친구였다.어릴 때부터 같은 학교, 같은 동네, 같은 인생의 굴곡을 함께 겪어온 사이였다.예진과 이혼했을 때, 윤제는 처음엔 태연한 척했다.“예진이 나를 떠날 리가 없어.”그 말을 윤제는 입버릇처럼 했다.하지만 예진이 진짜로 떠나자, 윤제의 표정은 눈에 띄게 무너졌다.건우는 그 모든 걸 다 봤다. 결국 아린과 결혼한 것도, 일종의 반항이었다.윤제가 예진에게 마지막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괜찮은 척’, 그게 오히려 모든 걸 망쳤다.윤제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을 맞잡았다.건우는 그 모습을 보면서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그래, 이번엔 진짜 무너졌구나.’윤제가 이렇게 고개를 숙인 모습을 건우는 처음 봤다.그는 살짝 목소리를 낮췄다.“너희 어머니하고 이안은 어때?”윤제는 잠시 머뭇거렸다.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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