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속, 아들을 구하려다 온몸에 화상을 입은 고예진. 하지만 남편은 그녀를 외면한 채, 아들과 함께 자신의 첫사랑을 품에 안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기적처럼 살아난 고예진은 망설임 없이 이혼을 선언했다. “이혼하고 나면, 아들 얼굴 볼 생각도 하지 마.” 처음엔 그냥 그런 협박일 뿐이었다. “그만 좀 해. 이혼 타령, 이제 지겹거든?” 한 달 후엔, 비웃음까지 들려왔다. 하지만 6개월 뒤, 고예진 곁에 새로운 남자가 나타나자, 전남편과 아들은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여보, 우리가 잘못했어. 아이도 당신을 그리워해.” 그러나 돌아온 건 단 하나, 싸늘한 대답. [저기요, 아이 핑계 대며 불쌍한 척은 이제 그만하시죠. 제 아내는 더 이상 그런 말에 흔들릴 사람이 아닙니다.] 죽음에서 돌아온 고예진은 더는 예전의 그녀가 아니다. 이제 그녀의 인생에, 그 뻔뻔한 부자를 위한 자리는 없다.
ดูเพิ่มเติม송승예는 겨우 눈물을 멈추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예진은 그 틈을 타 복도로 나가 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변호사님... 저 오늘, 휴가 좀 내도 될까요?”민혁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분했지만, 살짝 장난기 섞인 말투였다.[인턴 기간에 휴가라... 아직 수습도 안 끝났는데?]예진은 순간 당황했다.‘안 되는 건가...? 아니, 그냥 사정 얘기할까?’‘근데 또 집안일까지 말하는 건 좀... 그렇지.’입술을 꾹 깨문 채, 예진은 조용히 말했다.“정말 급한 일이라서요. 안 되면... 그냥 월급에서 까주세요.”민혁은 순간 전화를 들고 웃음을 참았다.‘저번에 그렇게 만취한 와중에도 시급 계산하던 사람이 스스로 월급 깎아도 된다고?’‘진짜 급하긴 급한가 보네.’[그래요. 그럼 오늘은 그렇게 하고요. 혹시 도움 필요하면, 망설이지 말고 연락해요.]“네... 감사합니다.”예진이 전화를 끊고 다시 수술실 앞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문이 ‘철컥’ 열리는 소리가 났다.예진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선생님! 저희 아버지는요?”“괜찮으신 건가요?”송승예와 예진이 거의 동시에 달려가듯 물었다.담당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행히 도착이 빨라서 심장 우회로 수술로 잘 넘겼습니다. 지금은 위험한 고비는 지났고, 다만 당분간은 절대 무리하거나 큰 스트레스가 없어야 합니다.”‘다행이다... 진짜 다행이야.’예진은 긴장이 풀리자 무릎이 꺾일 뻔했다.송승예도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잠시 후, 고환일은 병실로 옮겨졌다. 입원은 당분간 불가피해 보였다.송승예를 부축하며 병실에 자리를 잡은 예진은 잠시 짐을 챙기러 나왔다.‘침구류랑 세면도구, 생수에 간단한 먹을 것까지...’‘그래도 다행히 병원 1층에 마트 있던데.’예진은 가방을 메고 병원 로비를 내려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이제부터 내가 챙겨야지.’‘아빠가 지켜주던 세상에서 살았지만 이젠 내가 부모님을 지킬 사람이 됐으니까.’...예진은 기저귀 패드 몇 장과 세숫대야, 세면도구와 간단한
식사가 끝나고 나자, 영호는 더 머물기 민망한 듯 자리에서 조심스레 일어섰다.“이제... 저 먼저 가볼게요. 너무 폐 끼친 것 같아서...”현관문 앞에서 신발을 신던 영호는 고개를 들고 말했다.“서은주 씨... 카톡 친구 추가좀 해도 될까요? 아까 그 쓰레기통이랑 소파... 얼마인지 알려주시면, 꼭 보상할게요.”예진과 민혁이 조용히 지켜보는 가운데, 은주는 의외로 망설이지 않고 핸드폰을 꺼냈다.“뭐, 손해 본 건 맞으니까... 받아두는 게 예의겠죠.”두 사람은 조용히 카톡 친구로 서로를 추가했고, 영호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문을 나섰다.문이 닫히자마자, 은주는 입꼬리를 씰룩이며 예진과 민혁을 향해 돌아섰다.“예진아, 오빠, 재하 오빠랑 선아 씨한테 전해줘. 어제 우리가 건 내기... 내가 이겼다고! 예영호가 먼저 카톡 달라고 했다니까?”민혁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곧장 은주의 귀를 잡아당겼다.“야, 너 요즘 하는 짓 보니까 점점 겁이 없어지네? 술에 잔뜩 취한 남자 데려다 집에서 재우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아이, 오빠! 진짜 아파!! 나도 좋은 마음으로 하루 재워준 거라니까! 진짜 그런 줄 알았으면 절대 안 데려왔지!”“네가 그런 걸 판단해? 너 아버지가 이 사실 아시면 너 다리 똑 부러진다.”‘진짜, 우리 아빠 그러고도 남을 분이지.’예진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웃었다.은주가 제일 무서워하는 존재가 바로 아버지였다.은주는 입을 삐죽이며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나 잘못한 거 인정하니까... 제발 아빠한텐 비밀로 해줘. 진짜 아빠가 아시면... 나 최소 3일은 집 밖 못 나갈걸?”민혁은 귀를 놓아주며 단호하게 말했다.“다음에 또 이런 일 생기면... 나 진짜 가만 안 있어. 그땐 아빠보다 내가 먼저 손을 봐줄 수도 있어.”은주는 순식간에 예진 뒤로 숨었다.“예진아, 너희 사장님 진짜... 악마야, 악마!”민혁은 소매를 걷어 올리며 또다시 다가갔다.“뭐? 악마라고?”“으아아악!!”은주는 소리를 지르며 오빠에
은주는 한참이 지나서야 전화를 받았다. 숨소리부터가 심상치 않았다.[헉헉... 여보세요...]예진은 바로 긴장했다.“왜 그래? 어디 다친 거야?”‘설마... 술 먹고 사고 친 거야? 아니면 진짜 이상한 놈한테 물리기라도 한 건가?’그 순간, 은주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문제 생겼어. 아주 큰 문제. 너네 지금 당장 좀 와줘야 돼.]뚝-전화를 끊자마자 예진은 민혁과 함께 연회장을 떠나 바로 대리운전을 불러 은주의 집으로 향했다.예진은 은주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기에, 도착하자마자 문을 열고 들어갔다.들어서는 순간, 올라오는 알 수 없는 냄새에 예진은 잠깐 숨을 멈췄다.‘이 냄새 뭐야, 소주랑 라면이랑... 페브리즈 섞인 느낌?’그리고 바로 보인 광경.거실 바닥 한가운데, 영호가 쓰러질 듯 말 듯 쓰레기통을 품에 안고 눈물을 머금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소파엔 은주가 팔짱을 끼고 앉아 있었고, 표정은 말 그대로 극혐.예진과 민혁이 들어오자, 은주는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예진에게 와락 안겼다.“예진아... 나 진짜 죄값 치르는 기분이야... 저거 봐봐. 나 그 쓰레기통, 이번 시즌 한정 LV 컬렉션이란 말이야. 근데 쟤가 거기에 대고 토했어!”그러더니 바로 손가락으로 소파를 가리켰다.“그리고 저 소파! 내가 유럽에서 배로 공수해온 최상급 가죽이야. 근데 저기다 또 토했어. 하... 진짜 눈물 난다...”예진은 꾹 참고 은주의 어깨를 토닥였다.‘어떻게 위로해야 하지...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민혁은 옆에서 팔짱을 끼고 한쪽 눈썹을 올렸다.“그러게. 누가 낯선 남자 술 먹이고 집에 들이래?”“야! 나도 마음 약해서 그런 거지! 얘가 집 없다고 하니까 그냥... 하루 재워준 건데, 하필 왜 오늘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냐고!”예영호는 그런 말을 다 듣고 있었다. 힘겹게 쓰레기통을 안은 채 일어나려다 말고 말했다.“죄송합니다, 저 진짜... 크읍...!”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는 다시 토했다. 은주는
“이 여자는 애초에 춤도 못 추는데.”윤제가 또다시 빈정거리며 다가오자, 예진의 눈가에 머물던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또 시작이네. 언제쯤이면 남이 된다는 걸 인정할까.’민혁은 아예 대놓고 눈을 돌리며, 한쪽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이래서 예진 씨가 이혼하자는 거예요. 남보다도 못하게 굴면서, 뭘 얼마나 알고 있다고 입을 놀리세요?”“너...!”윤제는 할 말을 잃은 듯 씹어 삼키고, 억지로 냉소를 흘렸다.“고예진, 춤 못 추는 건 창피한 게 아니야. 근데 못 추면서 잘난 척하다가 망신당하면 그게 더 웃긴 거지.”예진은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내가 원래 이런 걸로 승부 보려는 사람은 아닌데... 굳이 자꾸 건드리네?’예진은 말없이 민혁의 손을 살며시 잡고 일어섰다.“우리 가요. 괜히 말로 시끄럽게 하지 말고, 직접 보여주죠.”둘은 조용히 무도장 가운데로 나섰고, 윤제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얼굴빛이 확 변했다.‘하지 마... 가지 마...’입은 비아냥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속으론 애타게 외치고 있었다.“흥, 쇼는 잘하네. 한 번 실수하면 차마 못 봐줄 텐데, 두고 보자.”그 옆에서 아린은 입술을 꾹 다물며 예진을 노려봤다.‘저 표정... 부윤제가 저런 얼굴로 나를 본 적 있었나?’‘안 되겠어. 고예진을 완전히 무너뜨리려면... 나도 더 세게 나가야 해.’한편, 무대 중앙.민혁과 예진은 마치 오래전부터 호흡을 맞춰온 파트너처럼, 딱딱 맞는 스텝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예진의 붉은 드레스는 조명 아래서 더욱 선명하게 빛났고, 피부는 마치 백지처럼 투명하게 반사됐다.‘진짜 예쁘다.’주변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멈춰 섰다. 음악은 흐르고 있었지만, 이제 무도장의 중심은 오직 둘뿐이었다.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한발 물러서며, 두 사람의 춤을 감상하기 시작했다.윤제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믿기지 않았다.‘저렇게 웃던 사람인가...’‘고예진이 저렇게까지 환하게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나?’심지어는 선재마저 멍하니 무도장 가운데를 바
“회장님, 실망하실까 봐 미리 말씀드립니다. 이 아름다운 분은 오늘 제 파트너입니다.”민혁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예진은 민혁의 팔에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며, 조금도 피하지 않고 유지강 회장을 향해 웃었다.“맞아요. 그리고 전 이미 부 대표님과 이혼 절차를 밟고 있어요. 곧 법적으로도 남남이 되겠죠. 부 대표님께서 다른 분을 동반하셨길래, 저도 굳이 혼자일 필요 없다고 생각했어요.”‘어차피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누구나 다 아니까.’‘나는 숨을 게 없고, 당신만 민망하면 그만이야.’예진의 한 마디에, 연회장의 공기는 다시 한번 출렁였다.‘이혼 진행 중?’사람들의 표정은 놀라움과 흥미가 뒤섞였고, 윤제의 얼굴은 눈에 띄게 굳어졌다.유지강 회장은 특유의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오호, 그럼 뭐... 원만하게 정리되면 좋은 거죠. 요즘 젊은 사람들 일에 내가 굳이 끼어들 건 없겠네요. 다들 오늘은 그냥 즐기자고요.”유 회장은 분위기를 능숙하게 정리했다.그 말 한마디에 사람들은 흩어지기 시작했고, ‘이혼’이라는 민감한 단어는 금세 파티장 여기저기서 속삭임으로 번져갔다.예진은 민혁의 팔에 기대어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둘의 뒷모습은 나름대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윤제는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지금 가자니 내가 뭘 하러 왔는지도 모르겠고...’‘계속 남아있자니 체면을 완전히 구기는 거고...’윤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입술만 질끈 깨물었다.‘여기서 바로 가버리면 유 회장한테도, 예진한테도 지는 거 같잖아.’건우와 태현은 눈빛을 주고받더니, 서둘러 윤제 옆으로 다가왔다.“어떡해? 그냥 나갈까?”분위기는 이미 수습이 불가능했고, 아린 역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윤제의 팔을 조심스럽게 잡았다.“오빠... 우리 그냥 가자. 나 너무 민망해...”그 말에 윤제는 민혁과 예진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예진은 민혁과 나란히 서서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환하게 웃는 얼굴, 윤제가 기억하는 어느 순간보다도 예뻤다.
윤제는 이를 악물고 민혁을 노려봤다.그 눈빛은 당장이라도 민혁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한 기세였다.‘이 자식... 감히 내 앞에서...’두 사람이 금방이라도 주먹다짐이라도 할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예진이 조용히 앞으로 나섰다.민혁의 옷깃을 살짝 잡아당기자, 그제야 민혁은 윤제의 손목을 놓았다.퉁-중심을 잃을 뻔한 윤제는 아린이 잡은 손에 기대어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오빠... 나 진짜 괜찮아. 우리 그냥 돌아가자.”하지만 윤제는 눈에 핏발을 세우며 예진을 향해 다시 한번 쏘아붙였다.“우리 아직 법적으로 이혼도 안 끝났는데, 당신 이렇게 벌써 딴 남자랑 데이트하러 나와? 그 꼴로 감히 아린이한테 손까지 대? 진짜... 역겹지도 않아?”‘저 사람이랑 살면서, 내가 몇 번이나 참았는데...’‘이제 와서 나한테 ‘역겹다’고?’민혁이 다시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예진이 조용히 그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놔둬요. 이건 제가 직접 끝내야 할 일이에요.”민혁은 그 말에 잠시 멈칫하다가, 한 발 뒤로 물러났다.그리고 묵묵히 예진의 등 뒤에 서서 그녀를 보호하듯 자리를 지켰다.예진은 차분한 눈빛으로 윤제를 바라보다, 이내 시선을 아린에게로 옮겼다.“우릴 더럽히지 마. 나랑 서 변호사님, 아무 사이 아니야. 그러는 당신들은? 그렇게 깨끗하다고 자신할 수 있어?”‘어젯밤 그 일까지 드러나면... 아무 말 못할 텐데?’잠깐, 윤제의 눈빛이 흔들렸다.‘젠장...’그 시선이 한순간 옆으로 피하는걸, 예진은 놓치지 않았다.예진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이 여자가 나한테 맞았다고 하니까, 당신은 무슨 정의의 사도인 양 문제를 끌고 올라와? 부윤제, 당신의 머리로 대표 노릇을 한다는 게 난 더 놀라워.”“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예진은 비웃듯이 말했다.“화장실 복도에 CCTV 있어. 가서 확인하면 되겠네. 누가 누굴 때렸는지, 금방 알 테니까.”그 말을 들은 순간, 아린의 얼굴에 미세한 긴장감이 스쳤다. 하지만 곧 표정을 바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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