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혁은 갑자기 나타난 도순희를 힐끗 바라보다가, 흥미로운 듯 시선을 예진에게 옮겨 반응을 지켜봤다.예진은 순간 멍해졌다. 몇 년간 몸에 밴 반사적인 습관이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뭔가 말하려다 멈췄다.‘왜 내가 설명해야 하지?’곧 정신을 차린 예진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나랑 부윤제는 이미 끝났어.’‘부윤제 본인도 관심 없는 일을, 내가 왜 신경 써야 하지?’‘전 시어머니 눈치를 볼 이유가 없잖아.’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예진의 표정이 서서히 차가워졌다.“사모님, 말씀 좀 조심하시죠. 첫째, 저와 사모님의 아들, 부윤제 씨는 이혼 절차 진행 중이에요.”“제 사생활은 이제 부윤제 씨와 전혀 상관없고, 당연히 사모님과도 무관해요. 만약 계속 간섭하신다면, 그건 제 사생활을 침해하시는 겁니다.”“둘째, 지금 저와 이 분 사이에 뭔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에 대한 증거라도 있으신가요?”“있다면 제시해 주시죠. 없다면 그건 명백한 명예훼손이고, 저희 둘 다 사모님을 법적으로 고소할 수 있어요.”예진의 단호한 말에 도순희는 순간 얼어붙었고, 곧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목소리를 한층 더 높였다.“너... 지금 나한테 뭐라고 했니?”그러고는 테이블을 ‘쾅’ 하고 내리쳤다.“세상이 진짜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날 고소하겠다고? 지금 제정신이야?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말하면서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도순희는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잔을 들더니 예진 쪽으로 들이부으려 했다.예진은 순간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맞겠네...’그런데 어쩐 일인지, 커피는 예진의 얼굴에 닿지 않았다.도순희의 손목은 허공에 멈춰 있었고,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민혁이 날쌔게 그녀의 손을 움켜쥐고 있었다.“뭐 하는 거야?! 이 손 놔! 내 며느리 내가 혼내겠다는데, 왜 당신 같은 외부인이 끼어들어?”도순희는 손을 빼려 했지만, 민혁의 손에 잡힌 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사모님, 사모님 댁 집안일에 제가 끼어들 입장은 아니지만, 이건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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