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진기한 모습이 나타났다. 동혁이 앉은 줄 앞이 모두 비어져 버린 것이다. 동혁과 김대이, 박용구 등의 몇 사람만이 계속 앉아있고 자리를 옮긴 적이 없었다. 동혁 앞에는 단 사람도 없었다. 반면 동혁의 뒤에는 사람들이 붐볐다. 동혁은 단숨에 임시총회의 중심이 되었다. 하지혜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따라 뒤로 가고 있었는데, 동혁이 여전히 자기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동혁, 모든 귀빈들이 뒤에 앉았는데, 네가 감히 맨 앞에 앉다니, 죽고 싶어서 그러냐!” 하지혜는 큰소리로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서경하와 육해진 등의 몇 명은 자리 이동을 서두르며 하지혜의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여기 앉는 것이 어때서? 내가 여기 앉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어?” 동혁은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고 처음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육해진은 화를 내며 말했다. “이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 같으니. 하 시장님과 다른 분들 앞줄에 네가 감히 앉는다고? 네가 누구라고 생각하냐? 당장 뒤로 꺼져!” 육해진이 곽상원 등의 친구들과 함께 와서 동혁을 끌어당겨 뒤로 밀쳐냈다. 탕! 하세량이 갑자기 테이블을 치며 일어서 화를 내며 말했다. “내 앞자리는 아무도 앉지 못하는 겁니까? 나 같은 시장이 특권을 누려야 하는 자리입니까? 그래서 꼭 맨 앞에 앉는 게 당연해요?” 하세량이 분노하자 회의장 전체는 갑자기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시장님, 죄송하지만 그런 뜻이 아닙니다. 그런 뜻이 아니라…….” 육해진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빨리 머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동시에 그들은 놀란 채로 동혁을 쳐다보았다. ‘어찌 된 일이야? 왜 하 시장까지 저 놈을 대신해서 나서는 거지?’ 다른 사람들도 놀라서 동혁을 쳐다보았다. ‘하 시장님이 이 바보 때문에 화를 냈다고?’ “그런 뜻이 아니라고요? 그럼 대체 무슨 뜻입니까?” 하세량은 뒷줄로 달려와 앉은 H시 각 부서의 부서장들을 가리키며 화를 냈다. “누가 당신들에게 내 뒤에 앉
동혁은 하지혜를 전혀 상대할 마음이 없었다. 동혁에게 지금 관심 있는 것은 주원풍의 행동이었다. 그때 사회자가 갑자기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임시총회가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 “내빈 여러분, 대표 여러분, 바로 오늘 새 건축자재협회가 창립되는 날입니다.” 사회자는 열정적으로 소개했다. 2천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무대 아래서 호응을 하며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이어서 건축자재협회의 비서실장으로서 서경하는 소개되어 무대에 올라 신 건축자재협회의 제도와 규정을 낭독했다. 모두 그저 형식적인 말들이었다. 이 순서를 마친 후, 서경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러분, 다음으로, 제가 여러분에게 신 건축자재협회의 이사 15명을 소개하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무대 위로 집중되었다. 사실 15명의 이사 명단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었다. 모두 H시의 암흑가의 악독한 두목들이었다. 15명의 암흑가 두목들이 함께 건축자재협회에 가입하여 이사가 되었다. 의심할 여지없이 최근 며칠 동안 H시에서 일어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가장 큰 사건이다. 그리고 가장 사람들이 흥미롭게 여기는 것은 주원풍 회장이 뜻밖에도 이 오만한 암흑가 두목들을 굴복시키고, 그들을 자신의 휘하에 두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들은 주원풍이 이제 H시에서 명실상부 암흑가의 황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휘하에 둔 부하 하나만 꺼내 들어도 모두가 겁을 먹는 암흑가 두목 중 하나야.’ ‘그러니 앞으로 누가 감히 주원풍에게 미움을 살까?’ ‘설령 그 몇 안 되는 상위 1% 명문가일지라도, 모두 이제 주원풍의 눈치를 봐야 할 거야!’ 이때 서경하가 소개했다. “첫 번째 박영찬 이사님이십니다. 여러분, 환영해 주세요!”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뻐드렁니가 튀어나온 남자 하나가 뒤에서 걸어 나왔다. 아주 익숙하게 모두에게 공손한 척 인사했다. 박영찬은 뻐드렁니 때문에 뻐드렁니 박이라고도 불렸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 외에는 아무도 감히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주원풍은 성큼성큼 무대에 올랐다. 주원풍은 무대 위에서 당당히 다른 이사들 맨 앞에 섰다. 열다섯 명의 암흑가 두목들이 모두 주원풍의 들러리가 된 모습이다. “주 회장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서경하는 사회자의 손에서 마이크를 뺏어 직접 주원풍의 손에 쥐어 주었다. 이것은 원래 사회자의 일이었는데, 서경하에게 역할을 빼앗겼다. 오늘 임시총회에서 건축자재협회 비서실장인 서경하가 가장 눈에 띄는 여자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난 조만간 상위 1% 명문가인 주씨 가문의 맏며느리가 될 거야.’ ‘미래에는, 아마 주씨 가문의 안주인이 되어 있을 테고.’ 서경하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리고 주원풍은 지금 무대 아래쪽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이 중에는 현지와 외지의 각 기업의 책임자, 상위 1% 명문가의 가주, 시 각 부서의 부서장들이 있었다. 그리고 하세량 시장, 시경찰서 조동래 경감도 있었다. 군부에서 온 두 명의 대령인 심홍성과 고동성도 있었다. ‘이 사람들은 모두 직접 와서 날 성원하고 있어!’ ‘오늘은 H시에서 주씨 가문이 일어나는 날이야!’ ‘나 주원풍이 인생 최고에 오른 날!’ 이때 주원풍의 마음에는 전에 생각지 않았던 당찬 계획이 생겼다. 주원풍이 마이크를 입에 대고 말했다. “연설문을 미리 준비해 뒀는데, 제 생각엔 필요 없을 것 같군요.” 주원풍은 들고 있던 연설문을 그대로 내던지며 동혁이 있는 쪽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모두 주원풍의 눈길을 따라가다가 갑자기 동정의 눈길을 드러냈다. 모두가 의식했다. 주원풍의 취임 연설은 뜻밖에도 동혁을 향해 공격하려는 것이었다. ‘일부러 저 이동혁을 공격해 다른 사람에게 경고하려는 것인가?’ ‘하지만 이동혁은 그저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일 뿐인데.’ ‘아무도 안중에도 없는 하찮은 사람인데, 주원풍이 굳이 저럴 필요까지 있을까?’ ‘이동혁을 너무 높이 평가하는 거 아니야?’ 사
주원풍의 지시와 함께 등뒤에 전면 벽의 큰 LED 디스플레이가 켜졌다. 화면에서 동영상 재생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공사 중인 대형 공사장이 나타났다. “태성그룹 공사장이야!” 즉시 누군가가 이 현장의 시공 프로젝트를 알아보았다. 태성그룹은 H시에서 최근 2년 동안 총투자금이 2조 원이 넘는 대형 쇼핑몰을 건설하고 있었다. 화면이 공사장 정문으로 바뀌었다. 정문에 걸린 선홍색 현수막이 확대되었다. “태성그룹 사업부, 건축자재협회 임시총회가 성공적인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현수막 아래에는 프로젝트 부서 직원들이 나란히 줄을 서서 일제히 손을 들며 축하하고 있었다. 화면에 표시된 시간을 보니 놀랍게도 실시간 생방송이다. 회의장의 사람들은 이틀 전 암흑가 두목 박영찬이 느닷없이 부하들을 보내 태성그룹의 공사현장을 막았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태성그룹 사업부장은 결국 성세그룹의 자재 사용을 중단하고 건축자재협회와 전면 거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금 보니, 소문이 확실히 사실이다. 하지만 생방송에 나오고 있는 사람들은 축하인사를 하는 것이 별로 달가워 보이지 않았고, 마치 누군가에게 강요받은 것 같았다. 공사장의 사람들 옆에는 아직도 깡패 같은 사람들이 서서 감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태성그룹의 공사장의 생중계가 끝나자마자 바로 화면이 작아지더니 또 다른 공사장의 생중계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공사장의 생방송 화면이 하나둘씩 화면에 추가로 나타났다. 앞서 태성그룹처럼 이들 공사장 입구에는 건축자재협회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습니다. “천화 저택 공사장…….” “블루월 공사장…….” “…….” 대형 스크린에서 생방송 화면이 계속 아래로 바뀌고 있었다. 무대 아래에는 쥐 죽은 듯 아무런 소리 없이 고요했다. 전후로 최소한 수백 개의 축하 방송이 연속해서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즉, 현재 H시에는 적어도 수백 개의 건설 현장이 있으며, 이미 건축자재협회의 협박에 굴복하여 그들과 거래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을 거야.’많은 사람들이 동혁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미 죽은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사람들은 주원풍이 이렇게 건축자재협회의 무서운 실력을 보여준 후에도, 이 바보가 여전히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러나 사람들의 생각이 틀렸다.“주원풍, 너는 나를 심판할 자격이 없어.”동혁은 여전히 자리에 차분히 앉아서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지금 동혁은 위세 있는 척하는 주원풍을 보고 있자니 더없이 우습기만 했다.주원풍은 말했다.“아직도 허세를 부리는군. 네 후원자인 성세 그룹은 이미 망했어. H시 갑부라는 황지강은 순 겁쟁이잖아! 오늘 임시총회에도 감히 참석하지 못했어.”“그리고 네 옆에 앉아 있는 김대이와 박용구, 그 두 쓸모없는 인간들이 뭐 대단한가? 나에게는 지금 그 놈들을 죽게 하는 것도 시간문제야. 그런데도 무슨 힘이 남아서 내게 허세를 부리는 거지?”“진씨 가문의 데릴사위 주제에 하하…….”주원풍은 웃음을 터뜨렸다. “진씨 가문은 그저 작은 가문일 뿐이야. 여기 이사 한 명만 보내도 진씨 가문의 그 진한영조차도 즉시 무릎을 꿇고 절을 해야 할걸? 진씨 가문에서 아무 지위도 없는 네 아내는 더 말할 것도 없지.”“지금, 아무도 너를 보호할 수 없어. 내가 너를 없애는 것은 개미 한 마리 죽이는 것처럼 아주 쉬운 일이라고!”회의장에는 주원풍의 오만방자한 목소리만 가득했다.하지만 주원풍은 오늘 오만한 이유가 있었다.주원풍은 건축자재협회의 회장이며, 휘하의 15명의 암흑가 두목들이 그의 명령을 듣는 암흑가 황제로서 군림하고 있었다.거기에 이제 상위 1% 명문가 주씨 가문의 가주였다.H시 경제계에서 그는 이미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서 있는 남자였다.그래서 주원풍은 오늘 오만할 자격이 있었다.주원풍에게 동혁은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갑부 황지강 조차도 안중에도 없었다.주원풍은 웃음을 거두고 갑자기 동혁을 쳐다보더니 화가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 짐승 같은 놈, 당장 무릎 꿇어!”
그 소리가 회의장에 울렸다. 회의장의 2 천명의 사람들이 모두 무의식적으로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이때 대형 스크린이 다시 태성그룹 공사장 입구의 생방송으로 전환되었다. 다만 이전에 축하하기 위해 나란히 서있던 직원들은 이미 흩어졌다. 바로 그때, 귀를 찌르는 사이렌 소리가 갑자기 스크린에서 흘러나왔다. 사이렌을 번쩍이는 경찰차 한 대가 화면 속에 등장했다. 그 뒤를 이어 군부의 큰 트럭이 몇 대 뒤따랐다. 제복을 입은 경찰관들, 심지어 무장을 하고 경찰차에서 내렸다. 군부의 트럭들에서 중무장한 병사들이 총알을 장전한 총을 들고 뛰어내렸다. “잡아라!” 경찰 쪽의 맨 앞의 사람이 손을 세게 흔들자 병사와 경찰을 막론하고 모두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1분도 안 돼서 한눈에 봐도 깡패 수백 명이 잡혔다. 일부 깡패들은 이미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린 채 죽은 개처럼 끌려 나와 특수 차량에 탔다. 무대 위에 서 있던 암흑가의 두목 박영찬은 깜짝 놀랐다. 박영찬은 발을 동동 구르며 외쳤다. “모두 내 부하들인데 왜 잡는 거지? 왜? 누가 감히 내 부하들을 잡으라고 명령하는 거야?”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고 모두가 그저 멍하니 계속 대형 스크린을 쳐다보았다. 스크린에서 경찰의 그 맨 앞에 섰던 남자가 갑자기 카메라 앞으로 달려와 경례를 했다. “지휘부에 보고합니다. 군경 합동 H시악질조직원소탕 1조, 태성그룹 공사장 검거 임무를 완료했습니다.” “이틀 전부터 태성그룹 공사장을 막아 정상적인 공사를 방해하고, 공사장 직원을 협박해 고가의 자재를 사들이게 한 조직폭력배 105명을 모두 검거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연행하겠습니다.” 보고 후 바로 몸을 돌려 손을 흔들자 순식간에 모든 경찰관과 병사들이 철수했다. 바람처럼 순식간에 도착하고 다시 떠났다. 이 전체 과정은 불과 2분을 넘지 않았다. 모두들 굳은 얼굴로 고개를 돌려 조동래를 바라보았다. 조동래는 무대 위에서 이미 멍하니 있는 박영찬에게 말했다. “아까 누가 감히 네
정적이 흘렀다. 회의장은 죽은 듯이 조용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고요한 회의장 안의 2천 명의 사람들의 마음은 지금 매우 들썩이고 있었다. 시경찰서 서대건 경위가 보고한 세 가지 숫자는 마치 세 번의 큰 북이 울리는 것처럼 모든 사람의 마음을 두드려서 한참을 진정할 수 없었다. ‘2300명이 넘는 깡패들은 건축자재협회의 15명의 이사 밑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겠지?’ ‘109개 공사장에 흩어져 있었는데?’ ‘5분도 안 돼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붙잡히다니.’ ‘시경찰서와 호아병단은 수만 명의 체포 인원을 동원했어.’ ‘대규모 검거 작전이라니.’ ‘H시의 역사에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야!’ 이 일과 관련해서는 아무도 소문조차 듣지 못했다. 건축자재협회 주원풍 회장의 멍한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주원풍은 아직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왜, 왜 그들을 잡는 거야?” 주원풍은 멍한 표정으로 심홍성과 조동래가 있는 쪽을 바라보며 계속 중얼거렸다. 15명의 암흑가 두목들과 2천여 명의 부하들이 주원풍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의 힘이 주원풍을 받쳐주고 있었다. ‘건축자재협회만이 성세그룹을 무너뜨릴 수 있어.’ ‘나 주원풍이야말로 암흑가 황제야.’ ‘우리 주씨 가문이야말로 상위 1% 명문가가 될 자격이 있어.’ 그런데 지금 갑자기 주원풍 자신의 기반이 모두 잡혔다. 조동래와 심홍성이 직접 검거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전에 상대방이 임시총회에 참석했을 때, 주원풍은 매우 기뻤다. 그들이 자신을 축하하러 온 줄 알았다.하지만 상대방이 자신의 조직을 해체하러 올 줄 누가 알았을까? 주원풍은 합동작전 지휘부를 코앞에 두고도 기뻐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정말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경하, 하지혜. 육해진, 곽상원, 천전, 차신우. 이들도 모두 당황한 채로, 무의식적으로 동혁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이 바보가 잡으라고 하니, 조동래랑 심홍성이 진짜 사람들을 검거하기 시작한 거지?’
“하지만 난 순순히 단념할 마음이 없어. 오늘 여기 회의장에는 2천 명의 사람들이 있어. 모두 각 방면에서 위신이 있는 사람들뿐이지. 밖에는 아직 우리 부하들이 있어. 우리가 이곳의 사람들을 납치해서 군경을 압박하여 우리를 놓아주게 하자!” “탈출 후 멀리 떠나자고. 우리의 능력이라면 어디든 재기할 수 있어!” 머리가 나쁜 건지, 아니면 본래 겁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이럴 때, 박영찬은 뜻밖에도 목숨을 걸고 모험을 하려 했다. 그의 말을 들은 14명의 암흑가 두목들 중 대다수는 겁에 질려 이미 두 다리에 힘이 빠져 포기했다. 소수의 서너 명만이 사나운 눈빛으로 박영찬과 함께 할지 갈등했다. 그나마 대다수 암흑가 두목의 머리가 정상인 것은 다행이었다. 그러나 박영찬은 그들이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모두를 대신하여 결정을 내렸다. 박영찬은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악랄하게 말했다. “우리 건축자재협회를 없앨 수 있다고? 꿈 깨! 현장의 우리 부하들을 잡았다고 해서 우리가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거 알아? 유니온빌딩 주변에도 부하들을 배치했지.” “조동래, 심홍성, 내가 명령만 내리면 밖에 있는 내 부하들이 즉시 쳐들어올 거야. 그때 잘못해서 몇 사람을 베어 죽이고 큰 소동이라도 일어난다면, 그때는 경찰서 경감으로서도, 호아병단 대장으로서도 모두 끝장이라고!” “지금 당장 우리를 여기서 보내줘. 그럼 다시는 H시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을 약속하지!” 박영찬는 먼저 자신의 비장의 카드를 보여준 다음 조건을 제시했다.심홍성과 조동래는 이내 표정이 험악해졌다. 그것은 두려움이 아닌 분노였다. ‘박영찬 따위가 우리를 협박하다니!’ 동혁도 웃었다. ‘이 깡패들, 세상 물정 모르는 놈들 같으니.’ “동성아, 움직여라.” 고동성은 군말 없이 휴대폰을 꺼내 백야특수부대의 작전 지휘부에 전화를 걸었다. “움직여!” 회의장은 다시 조용해졌고, 고동성이 말한 행동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의문은 불과
이 강 대표는 당연히 이전에 H시에 와서 세화를 만났던 강경영이다.거의 바닥에 엎드릴 듯한 자세의 우대평을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자격으로 H시상공회의소에 왔어. H시상공회의소를 재편성하고 분회로 만드는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서 말이야.”말을 하던 강경영이 소윤석 등을 힐끗 보고 무심한 듯이 물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모두 H시상공회의소의 회원이야? 거 참 공교롭네. 한 명씩 통지할 필요는 없는데.”강경영의 말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마치 H시상공회의소가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되는 문제는 이미 결정되었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에 전혀 아랑곳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눈알을 굴리던 우대평은 소윤석 등에게 망신을 주기로 했다.곧바로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공교롭게도 강 대표님이 오시기 전에, 이 100명이 넘는 회원들이 마침 이 세 가주의 인솔 하에 단체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했습니다.”“지금의 H시상공회의소는 사령관인 저 우대평 한 사람만 남았습니다!”우대평은 체면이 깎이는 것도 마다 않고 거침없이 나불거렸다.세 가주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서,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앞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그러나 우대평은 소윤석 등이 갑자기 회원들과 함께 집단적으로 탈퇴했다는 사실을 강경영이 알게 하려는 것이다.‘사해상공회의소가 곧 H시상공회의소를 합병하려는 마당에 말이야,’‘그럼 고의로 사해상공회의소에 대항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겠지.’우대평의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주가 뛰어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이 능청스러운 말을 듣자, 강경영은 곧바로 표정이 무거워지면서 냉소했다.“허허, 재미있네, 재미있어.”“누군가 일부러 우리 사해상공회의소와 손을 잡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야?”“우 회장, 방금 누가 앞장섰다고 했지?”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세 사람을 쓸어본 우대평이 흥분을 억누르며 말했다.“H시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입니다. 소윤석, 오종천...”“됐어, 됐어
그 말을 듣고도 우대평이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면, 정말 나이를 헛먹은 것이다.‘소씨, 오씨, 정씨 이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이 결국 이동혁만 신뢰하고 그 말을 따른다는 거야!’지금 우대평은 이미 진상을 알았지만, 왜 그런 지는 때려 죽여도 알 수가 없었다.“나는 불복해! 받아들일 수 없어!” “너는 새파란 양아치에 불과한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네 말을 따르는 거야?”비통한 표정으로 일어선 우대평이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 개자식, 세 가문이 네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대단한 거야?” “나 우대평의 머리 위에 올라타고 사람을 마구 업신여기겠다고?”“웃기지 마!”“그리고 소윤석, 오종천 이 개X끼들, 나 우대평이 늙어서 쓸모가 없다고 멋대로 내 얼굴을 때렸지?”“너희들은 나를 너무 얕본 거야!“내가 전력을 다해 추진해서, H시상공회의소가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기나 해?” “나는 앞으로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돼!”“이 신분이 있는데, 무슨 일류 가문이나 투자개발회사 모두 쥐뿔도 아니야!”“이동혁 저 개자식하고 나를 때린 이 개X끼들,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해!”우대평은 미친 듯이 모두를 향해 고함을 쳤다.먼저 이동혁이라는 한 새파랗게 어린 놈에게 미친 듯이 따귀를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직접 부른 회원들에게 따귀를 맞았기에, 우대평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났다.그러나 우대평의 이 말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다.사해상공회의소라는 이 말을 듣자, 세 가주를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던 회원들 모두 표정이 갑자기 변했다.‘사해상공회의소, 그건 재계에서 두말이 필요 없는 거두야.’‘N도 재계 전체에 공포스러운 영향력과 통치력을 가지고 있지!’일부 S시 명문 가문의 핵심 구성원들도 모두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다. 예를 들어 S시 사씨 가문의 가주 사세충처럼.이런 거대 단체는 H시처럼 작은 곳에서는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지금 우대평이 자신이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될 거라
연이어 뺨을 네 대나 맞자, 우대평은 완전히 멍해졌다.뒤에 있던 백 명 가까운 회원들도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세 가문의 가주와 류진광을 보았다.이어서 눈빛은 홀 뒤편의 소파로 향했다.찻잔에서 조용히 김이 올라오고 차의 향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같은 세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짝!한 회원이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와서 우대평의 따귀를 때렸다.“나는 H시상공회의소를 탈퇴합니다!”“나도 탈퇴합니다!”“탈퇴합니다...”한 마디씩 울릴 때마다 한 대씩 뺨을 맞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10여 차례나 뺨을 맞은 우대평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그의 늙은 얼굴은 이미 맞아서 흐물흐물해질 정도였다.‘다른 회원들이 계속 앞으로 나오는데, 이대로 가면 우대평은 정말 산 채로 맞아 죽을 거야.’자기도 모르게 우대평을 동정한 소윤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여러분도 한 사람만 때리지 마세요. 옆에 두 사람이 더 있지 않습니까?”‘뭐, 두 사람?’우시연과 나건성이 설마 하면서 주저하는 사이에 한 사람이 앞으로 다가왔다.짝!손바닥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이어서 여기저기서 낭랑한 따귀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매를 맞은 두 사람이 울면서 용서를 빌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따귀를 때리는 건 계속되었다.모든 회원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뺨을 때리고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한다고 선포했다.우시연과 나건성 두 사람은 죽은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얼굴에는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이!‘이건 진짜 맞아서 흐물흐물해진 거야!’비록 두 사람을 나눠 때리느라 한 사람이 50대도 안 되게 따귀를 맞았다 해도, 이 역시 정상적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지금 두 사람은 마치 영혼이 가출한 듯 절망하면서 허공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우대평도 멍하니 앉아 있었다.“우 회장, 이게 바로
거의 100명에 달하는 회원들은 모두 H시 각 업계의 선두주자들이다.소씨, 오씨, 정씨의 3대 가문 가주의 인솔하에 일제히 H시상공회의소 본부로 몰려들었다.H시상공회의소가 설립되었을 때에도 이렇게 떠들썩하지는 않았다.이런 장관인 장면을 보자, 늙은 우대평의 마음은 큰 위안을 받았다. 흥분해서 피에 묻은 수염이 마구 떨릴 정도로!거들먹거리는 우시연과 나건성도 오늘처럼 의기양양했던 적이 없었다.우대평이 눈짓하자 나건성이 앞으로 나섰다.“회원 여러분, 오늘 여러분을 부른 이유는, 덕망 높으신 회장님이 뜻밖에도 자신의 근거지인 H시상공회의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맞았기 때문입니다!”“여러분, 회장님의 얼굴을 보세요. 모두 저 새끼가 때린 겁니다.” “연세도 많은 회장님인데, 저놈은 노인에게 이렇게 무자비하게 손을 댄 겁니다!”“여러분 중에 우리 회장님과 연세가 비슷한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오늘 만약 저놈이 참혹한 대가를 치르지 못하게 한다면, 앞으로 저놈은 점점 더 심하게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여러분을 업신여기지 않겠습니까!”“저런 흉악하고 악랄한 극악무도한 흉악범은 바로 눌러서 일벌백계해야 합니다!”나건성은 더없이 슬프고 분개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선동했다.단 몇 마디 말로 동혁을 극악무도한 흉악범으로 만든 것이다.“맞아요, 바로 눌러버려야 해요!”우시연도 튀어나와서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저희 큰아버지는 H시의 1세대 기업가입니다. 1세대 갑부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서, H시 재계의 발전을 위해서 헤아릴 수 없는 발전을 이루었습니다.”“저 이동혁이 저희 큰아버지에게 불경한 짓을 한 건 바로 H시상공회의소를 도발한 겁니다.”“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 회원들을 도발하는 겁니다. 절대 쉽게 용서할 수 없습니다!”“큰아버지가 여러분이 한 사람씩 이동혁의 뺨을 때리라고 하셨어요. 얼굴이 문들어질 때까지!”“소씨, 오씨, 정씨 세 가문의 가주들께서 먼저 모범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우시연은 선두에 선 소
다행히 차는 한 모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시연의 얼굴은 망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큰아버지, 저 개자식이 감히 끓는 물을 나한테 끼얹었어요. 저 자식을 죽여요! 죽여버려요!”우시연은 감히 더 이상 동혁에게 소란을 피우지 못한 채, 멀찌감치 숨어서 우대평의 팔을 잡아당기며 소리를 질렀다.우대평은 냉혹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연아, 걱정 마라. 회원들이 도착하면 바로 저 나쁜 놈은 죽어!”“우리 H시상공회의소는 H시 최고의 기업가들을 망라하고 있지. 저놈은 그게 얼마나 공포스러운 힘인지 전혀 몰라!”우시연을 달래면서 동시에 동혁을 협박하는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단지 여유롭게 앉아서 진득하게 세화에게 차를 끓여 주었다.“회장님, 전화 다 했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건성이 핸드폰을 들고 달려왔다.우대평은 동혁을 일끗 보고는 일부러 침착하게 물었다.“오고 싶지 않다는 회원이 있으면 바로 노트북에 기록해 둬.” “저 이가 놈 양아치를 해치운 뒤에, 내가 바로 그자들과 결판을 내겠어. 몽땅 다 H시상공회의소에서 쫓아낼 거야!”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그 역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지 알고 싶었다.이는 자신의 체면과 관계된 중대한 일이기에.“회장님, 노트북에 기록할 필요도 없어요!”나건성이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말했다.“제가 일단 몇몇 일류 가문의 가주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동혁이 H시상공회의소에서 또 소동을 피우고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가주들 모두 두말없이 즉시 달려오겠다고 했습니다.”“H시에 있는 다른 회원들도 모두 두말하지 않고 곧바로 출발했습니다.”“가까운 곳에 있던 회원들은 아마 벌써 도착했을 겁니다!”“하하하...”나건성의 말에 우대평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거들먹거리면서 동혁을 노려보던 우대평이 이를 갈며 말했다.“나쁜 자식, 들었지! 이게 바로 나 우대평의 체면이야! 이게 바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인 내 권위야!”“
“어? 이 늙은이가, 이제는 체면도 내팽개쳤네. 아예 필요 없다는 거야?”동혁은 오히려 이전과 다름없이 침착했고 심지어 웃기도 했다.“다행히 나는 진작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어. 네 뺨을 때리면, 이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개X끼, 이제 보니 이게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었어!”손으로 입가의 혈흔을 닦아낸 우대평이 이를 갈면서 동혁을 노려보았다.“방금 나를 때린 행동이 네게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올지 알려주겠어!”지금 우대평은 이미 동혁을 평생 가장 증오하는 사람으로 여겼다.만약 동혁의 무서움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우대평 자신의 손으로 동혁의 가죽을 벗기고, 동혁의 살을 씹어 먹고 피를 마시고 싶을 정도였다!“재앙? 이번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와 비교할 수 있겠어?”갑자기 앞으로 나간 동혁이 우대평을 집어서 한쪽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몸을 돌려 세화에게 손을 흔들었다.“여보, 이리 와.”“왜?”동혁의 속내를 알 수 없었지만, 세화는 그래도 동혁에게 다가왔다.“우대평 저 늙은이는 기본적인 예의도 몰라. 당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서 있는데도, 자리도 마련하지 않고 말이야.”“이제 이 자리가 당신 자리야, 앉아!”동혁은 다짜고짜 세화를 우대평이 앉았던 소파에 앉게 했다.이 자리는 바로 H시상공회의소의 우대평 회장 자리다.“목마르지, 내가 차를 끓여 줄게.”동혁은 옆의 쟁반에 있던 주전자를 들고 찻잔을 데운 뒤에 차를 추가했다. 곧 우롱차 한 주전자를 끓여서 두 사람의 잔에 따랐다.우대평 일행은 모든 과정을 빤히 지켜보았다. 두 눈에서는 불을 뿜었지만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동혁의 발이 우대평의 가슴을 계속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들 모두는 동혁이 조심하지 않아서 우대평을 산 채로 밟아 죽일까 봐 두려웠다!그제서야 동혁은 우대평의 가슴에서 발을 뗀 뒤에 찻잔을 쥐고 세화의 옆에 앉았다.“이 차는 괜찮네.”동혁은 천천히 한 모금 음미한 뒤 고개를 들고 우대평을 힐끗 보았다.“내게 재난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