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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이 깨어났다
전신이 깨어났다
Author: 우주멍

제1화 목욕

Author: 우주멍
“여보, 이렇게 씻겨 주는 것도 이게 마지막이야…….”

“우리 결혼한 지 3년이나 됐는데도 아직…….”

“이혼하기 전에 내 처음을 당신과 함께 하고 싶어…….”

세화는 욕조에 앉아 있는 이동혁의 뒤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가느다란 손으로 남편의 몸을 정성을 다해 씻겼다.

물에 흠뻑 젖은 두 사람의 모습이 아주 선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세화는 남편 동욱의 건장한 몸에 바디워시를 칠하기 시작했다. 탄탄한 복근이 손끝을 스치지나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나 동혁의 얼굴을 보는 순간 콧날이 시큰거리더니 결국 두 눈에서 주르륵 눈물이 떨어졌다.

너무나도 잘 생긴 외모였다. 하지만 눈에는 초점이 없었고, 비뚤어진 입가를 따라 침까지 흐르고 있었다.

정교하게 빚었다가 찌그러뜨린 점토 공예품과 같다고 할까.

“여보, 도대체 지난 3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세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흐느끼기만 했다.

3년 전,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린 첫날밤에 남편 이동혁이 갑자기 사라졌다. 영문도 모르게.

하룻밤 사이에 신랑이 도망쳤다고 소문이 나면서 세화의 친정인 진씨 집안은 H시 전체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진씨 가문 최고 어른인 진한영이 강제로 이혼을 시키려고 했지만, 세화는 남편을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동혁이 말도 없이 떠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라 믿으며. 그리고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는 것도.

크게 노한 진한영은 세화의 가문 내 모든 자격과 권리를 박탈했다. 그 뿐만 아니라 세화의 가족을 진성그룹에서 쫓아냈다.

그런데 3개월 전, 동혁이 세화의 집 앞에 던져졌다. 당시 모든 기억을 잃었고, 말은커녕 침만 질질 흘리는 완전 바보가 된 상태로.

울고 싶은데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기막힌 상황에도 세화는 매일 동혁을 데리고 병원을 오갔다. 남편이 하루빨리 회복되길 바라며.

이 사실이 알려지며 진씨 집안의 체면은 더 말이 아니게 되었다. 그러자 진한영은 또다시 세화에게 당장 이혼하라는 협박과 회유를 일삼았다.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나날들이었다.

“동혁 씨, 나 정말…… 못 버티겠어…….”

“이제 진씨 집안에서 완전히 쫓겨나면 정말 길 바닥에 나앉게 될 지경이야…….”

“예정된 투자도 춸회되고, 회사 자금줄도 이제 곧 끊길 거야…….”

“당신과 이혼하지 않으면, 할아버지가 우리 가족의 모든 수입을 끊으시겠지…….”

“그러면, 당신 병원비도 낼 수가 없어…….”

“하지만 이혼하기 전에 내 처음을 당신과 함께 하고 싶어!”

얼굴을 붉히며 동혁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세화의 손가락이 그의 복근을 따라 점차 아래로 내려갔다…….

그때, 세화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어댔다.

“세화야, 너 어디니!”

전화기 속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나…… 밖에 있어, 바빠요.”

다급한 세화가 거짓말로 둘러댔다.

“너, 어디 엄마를 속이려고 들어? 물소리 다 들려! 너 또 그 바보 목욕시키러 달려갔지?”

기대가 높았던 딸의 망가진 모습에 치를 떠는 엄마의 음성이 아주 날카로웠다.

“세화야, 너 어째서 아직도 그 화근 덩어리를 붙잡고 있는 거니? 너한테 매달리는 그 많은 부자들 중에 너 마음에 드는 인물이 하나도 없어?”

“주씨 집안의 주태진은 H시 일류 가문의 후계자야. 키도 크고 잘 생겼는데, 왜 거절하는 거니?”

“엄마…… 그만 해요.”

세화가 눈썹을 찌푸리고 어쩔 수 없다는 투로 말했다.

“엄마가 말 몇 마디 하는 것도 못 참고, 너 이제 엄마 말은 무시하겠다는 거야!”

조급해진 엄마가 화를 냈다.

“너 지금 당장 돌아와! 30분 내로 내 눈 앞에 안 나타나면 네 다리를 확 부러뜨려 버릴 거야! 내일이 할아버지 칠순 생신인데 선물 준비도 좀 해야지. 만약 할아버지의 환심을 사게 되면 지금 같은 고생은 더 이상 안 해도 되잖아!”

엄마의 말이 끝나자마자 통화가 뚝 끊어졌다.

세화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할아버지 생신은 당연히 기쁜 일이지만 우리 집에 선물 살 돈이 어디 있다고?’

“동혁 씨, 나 먼저 갈게…….”

엄마의 채근에 더 이상 남아있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엄마가 병원으로 쫓아와 어떤 행패를 피울 지 알 수 없었다.

세화가 떠난 지 얼마 후,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고 있던 동혁이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두 눈을 부릅뜬 채 숨을 헐떡이며 식은땀을 흘렸다.

“내가 왜 여기 있지?”

‘쾅!’

다음 순간, 머리가 심하게 아프면서 파도처럼 기억이 머릿속으로 밀려들었다.

……

“이동혁, 우리 가문에서 직계 자손 한 명은 반드시 전쟁터에 나가야 해. 하지만 천금 같은 둘째 도련님이 나갈 수는 없잖아. 그러니 비록 첫째지만 가문에서 쫓겨난 네가 전쟁터에 나가서 그 천한 목숨을 바치는 것이 옳아!”

“네가 순순히 전쟁터에 나가면, 혹시 알아? 구차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하지만 감히 거절한다면, 너와 네 신부의 가족까지 목숨을 장담할 수 없어!”

……

“전신, 3년 간의 혈전에서 드디어 적군을 물리치고 우리가 승리했습니다!”

“전신은 천하무적이다! 전신은 위대하다!”

……

“큰 형님, 저 대신 전쟁터에서 3년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하지만 형님이 전쟁터에서 죽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어째서 다시 돌아온 겁니까?”

“결국 손을 써서 독을 먹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군요. 나를 탓하지 마세요. 형님을 제거해야 비로소 내가 이씨 집안의 명실상부한 첫째 상속인이 될 테니까요!”

“걱정 마세요. 죽이진 않을 겁니다. 마누라한테 곱게 돌려보내서 개처럼 살게 해 줄테니……. 하하하하…….”

……

동혁은 본래 경원도 최고 가문인 이씨 집안의 장자였다. 하지만 18세가 되던 해, 가문 내의 후계자 다툼에 말려 중소도시 H시까지 쫓겨났었다.

H시에서 수년간 고군분투하며 자리를 잡은 동혁이 드디어 결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결혼식 날, 이씨 집안에서 찾아와서는 그를 전쟁터로 몰아넣었다.

3년 동안 혁혁한 전공을 세운 동혁은 결국 ‘전쟁의 신’, ‘전신’으로 불렸다.

그런데, 군복을 벗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사촌동생이 나타나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 계략으로 동혁에게 독을 먹일 줄은 미처 몰랐다……. 강인한 체력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뇌에 심각한 손상을 입고 바보가 되어 버렸다.

아내 세화가 매일 찾아와 끊임없이 자극을 주었고, 그 덕에 동혁의 정신이 드디어 돌아온 것이다.

정신이 돌아온 그 순간, 동혁은 손톱이 살 속에 깊이 파고들 때까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손바닥에 혈흔이 생길 정도로.

“대단한 이씨 가문에 대단한 사촌 동생이군!”

“요 몇 년 동안의 빚은 제대로 계산해 줘야겠지!”

“애석하게도 이 몸이 ‘전신’이라는 사실은 극비로 되어 있으니, 너희들은 꿈에도 모르겠지. 아니면 화근을 뿌리 뽑기 위해 무조건 날 없애려 했을 테니까!”

잠시 후, 냉정을 되찾은 동혁의 가슴은 씁쓸함과 양심의 가책으로 가득했다.

‘세화.’

‘그 자만 아니었다면, 세화가 이렇게 힘들게 살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세화는 나를 원망한 적이 없었어. 버리지도 않았고.’

‘이런 아내가 있는데 남편으로서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휴…….’

숨을 깊이 내쉰 동혁의 의식이 점점 더 맑아졌다.

“이제 정신이 돌아왔으니, 세화 넌 더 이상 이런 고생하지 않아도 돼.”

“반드시 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게. 내가 맹세해!”

생각에 잠겼던 동혁은 한쪽 서랍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기억하고 있는 암호화된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전화가 바로 연결되면서, 맞은편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룡…… 나야.”

동혁의 목소리에 한 가닥 그리움이 실렸다.

‘설전룡’, 동혁 휘하의 여덟 장군 중 한 명이자, 그가 가장 신임하는 수하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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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신이 깨어났다   제1449화 말썽을 일으키려는 거야

    H시상공회의소에서 최근에 발생했던 몇 차례의 위기들을 동혁은 모두 순조롭게 해결했다.그래서 회원들의 마음속에 동혁은 여전히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다.세화가 동혁의 말을 전하자, H시상공회의소의 상황은 잠시 진정 모드로 돌입했다.밤새 별다른 얘기가 없이 지나갔다.이튿날, 세화가 막 출근하려고 할 때 동혁이 붙잡았다.“여보, 오전에 휴가 좀 내. 이따가 나하고 어디 좀 같이 가게.”“당신, 또 나를 데리고 가서 무슨 말썽을 일으키려는 거야?”워크홀릭인 세화는 휴가를 내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H시상공회의소에 또 이런 일까지 생긴 마당이기에!사람들이 자신을 의심할수록, 세화는 자신을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려고 했다!“여보, 내가 당신 마음속에 그런 이미지야?” 동혁의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당신 말도 틀리진 않았어. 오늘 당신을 데리고 가서 말썽을 일으키려는 거야.”동혁이 손을 꼭 붙잡고 있어서 세화는 벗어날 수가 없었다.세화도 동혁이 무슨 말썽을 부릴지 좀 궁금해졌다.“알았어, 그럼 같이 보러 가.”세화는 자신이 점점 더 동혁을 멋대로 놓아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동혁이 무슨 말썽을 일으키는지 따가 가서 볼 정도까지 되었으니...예전 같으면, 이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차에 탄 후, 동혁은 곧바로 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차는 H시 컨벤션 센터 주차장으로 들어갔다.“엠퍼러 투자 경매?”컨벤션 센터에 걸린 거대한 현수막을 보자 세화는 엠퍼러의 경매가 바로 오늘 이곳에서 열린다는 걸 알게 되었다.세화는 좀 걱정이 되었다.“동혁 씨, 나를 데리고 와서 깽판을 치려는 건 아니겠지?”엠퍼러의 투자 경매 뉴스는 어제 이미 온 세상을 뒤덮을 정도로 널리 알려졌기에, 세화도 당연히 이번 경매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전국 각지의 투자계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였겠지.’‘더군다나 지금 엠퍼러의 전국적 인기도 폭발할 정도로 좋으니까.’‘동혁

  • 전신이 깨어났다   제1448화 탈퇴 압박

    [이동혁 그 인간은 H시가 마치 자기 구역인 양 법도 우습게 여기면서 날뛰지요.][또 암흑가의 세력과 결탁해서 정상적으로 경쟁에 참여하려는 투자자를 압박했습니다!][심지어 우리 임홍장 사장님 같은 어른도 악의적인 보복을 당해서 병원에 입원했어요!][이동혁 그 인간의 인품은 정말 비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우리 엠퍼러는 양심적인 민족브랜드 기업입니다. 이동혁의 원화투자회사하고 엠퍼러는 영원히 합작하지 않을 겁니다.][그리고 이동혁 같은 비열하고 파렴치한 소인배와 철저히 선을 긋기 위해서, 우리 엠퍼러는 지금부터 이동혁의 아내가 회장을 맡고 있는 H시상공회의소를 탈퇴할 겁니다.] [상공회의소 회장이 바뀌지 않는 한 말이지요!]카메라 앞에서 곽경신은 엄숙한 표정으로 위엄 있게 말했다.무표정하게 핸드폰을 보고 있는 동혁의 눈빛은 싸늘했다.현재 엠퍼러가 인터넷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곽경신이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이렇게 말함으로써 원화투자회사의 엠퍼러에 대한 투자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한 셈이다.설사 앞으로 상황이 반전되어 원화투자회사가 엠퍼러에 투자하게 되더라도, 여전히 온갖 추측과 의문이 난무하게 될 것이다.그렇게 되면, 원화투자회사가 엠퍼러를 증시에 상장한다 해도 주가 상승도 제한적일 것이다.‘이게 바로 곽경신 등이 원하는 효과겠지.’‘이런 식으로 원화투자회사가 투자할 길을 철저히 막겠다는 거야.’곧이어 안색을 누그러뜨린 곽경신이 웃으면서 말했다.[아 참, 재미있는 얘기를 하나 해 드리지요. 앞서 이동혁 씨가 제게 전화를 해서 자기한테 부탁하러 오지 말라고 위협하더군요.] [하지만 지금 이 기회를 빌어서, 저도 한 마디 하고 싶습니다.]고개를 젖힌 곽경신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말했다.[이동혁 씨, 당신이 직접 내 앞에 와서 당신이 한 말에 대해서 사과하기를 바랍니다. 그럼 용서를 고려해 보겠습니다!”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싸늘하게 카메라를 응시하며 곽경신이 말했다.이어서 화면이 바뀌자, 동혁도 더이상 보고

  • 전신이 깨어났다   제1447화 인터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저녁 무렵.오늘 모처럼 집에서 쉬게 된 동혁과 세화는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저녁을 먹은 뒤, 어린 녀석들은 각자 놀러 갔고, 류혜진도 진창하를 데리고 산책을 하러 나갔다.세화와 함께 설거지를 하던 동혁은 장가연의 전화를 받았다.[이 사장님, 뉴스 보셨어요?]장가연의 분노가 목소리에 그대로 전해졌다.동혁은 접시를 닦으면서 말했다.“또 무슨 일이 생겼어요?”[엠퍼러가 갑자기 공개 경매 방식으로 투자 유치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수십 명의 투자자들이 초청을 받았는데, 유독 우리 원화투자회사만 제외되었어요!][지금 엠퍼러에서 일을 너무 극단적으로 벌였어요... 됐어요, 제가 지금 뉴스 동영상을 보냈어요.]딩동!곧이어 장가연이 보낸 동영상이 도착했다.“여보, 무슨 일 있어? 나머지는 내가 씻을게.”세화는 동혁의 앞치마를 풀어주면서 주방에서 내보냈다.동혁이 동영상을 재생하자, 화면에는 엠퍼러의 신임 부사장 곽경신의 취재 장면이 담겨 있었다.[곽 부사장님, 엠퍼러처럼 이번에 공개 경매 방식으로 하는 투자 유치는 아직 드문데요. 투자자들의 이견이 없을까요?”정장 차림의 곽경신은 카메라 앞에 서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당연히 이견이 없을 겁니다. 앵커께서도 보신 것처럼, 우리 엠퍼러는 지금 투자 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투자 방안을 제출한 투자자들이 정말 너무 많아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모두 성의를 보여 주셔서 저희가 선택하기가 어려웠어요.] [이렇게 마냥 미루는 것도 방법이 아니라서 이런 방식을 사용한 겁니다. 사실 저희가 여러 투자자들에게 초청장을 보내자, 투자자들도 인정해 주셨습니다.]동영상이 방영되는 짧은 시간 동안 동혁의 핸드폰에는 엠퍼러와 관련된 알림이 여러 통 도착했다.모두 이번 투자와 관련된 뉴스였다.동혁은 바로 알게 되었다.‘엠퍼러가 이번에 천용훈 사건으로 전국적 인기를 얻었지만, 결국 나쁜 영향도 가져왔어.’‘원래 사장이던 임홍성이 자리에서 밀려난 뒤, 새로운 고위층은 이미 방향성을 잃어버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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