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욱은 거만한 얼굴로 이번 예선 통과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렇게 자신 있어? 예선을 통과할 수 있다고?” 동혁은 약간의 미소를 지며 말했다. ‘이놈들 봐라?’ ‘많은 사람들이 이번 선발을 오해해서 국외 전장 파견 자격을 얻으면 자신들이 승승장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보네.’ 동혁은 이런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기로 결정했다. ‘이럴 때는 본보기가 필요하지.’ ‘눈앞의 이 도현욱이라는 놈이 아주 좋겠어.’ “나는 우리 특수부대의 에이스야. 가문에서도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어서 실력에 더해 연줄도 있지. 그러니 예선 통과는 당연하지.” 도현욱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의 가문에서는 이미 그를 위해 안배를 해두었다. 그래서 그가 적당히 실력발휘만 한다면 예선을 통과하는 것은 거의 확실한 일이었다. 그다음 있을 몇 차례 선발 경쟁 역시 가문에서 당연히 힘을 쓸 것이다. “그럼, 곧 알게 되겠네. 현실이 얼마나 가혹한지.” 동혁은 도현욱의 말을 무시하며 설전룡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예선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 있다가 내가 가서 한번 보자.” [예? 형님은 결선을 하면 오시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설전룡이 의아해했다. 동혁이 말했다. “진짜 좋은 인재가 예선에서 탈락할까 걱정돼서.” 동혁은 자신이 이전에 선발 경쟁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역시 이득이 있는 곳은 어디든 부패가 있기 마련이니까.’ [그럼, 형님이 오시면 시작하겠습니다.] 설전룡도 눈치가 있어서 동혁이 단순히 예선을 참관하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하하!” 동혁이 휴대폰을 내려놓자 육문재 등이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먼저 군부 주둔지에 들어가고서 그런 얘기를 해라. 한번 가봐. 그곳이 무슨 네 집처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인 줄 알아?” “대체 어떻게 자신이 이 전신인 척할 수 있지? 뭐? 좋은 인재가 탈락할까 봐 걱정돼?” “자기 코가 석자라고, 그게 딱 너 같은데? 지금 남 걱정할 시간에 네 걱정부터 하시지.”
동혁의 말을 듣고 육문재 등의 안색이 변했다. “이럴 때도 허세나 부리다니,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너와 놀아줄 시간이 없네. 우선 선발 예선부터 참관하고 와서 다시 너와 천천히 결판을 내주지. 오늘 너를 죽여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절대로 그 약속을 지켜주마.” 육문재 등은 더 이상 동혁을 상대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걸어 운전기사를 불렀고 차들이 바로 그들을 데리러 달려왔다. 현소는 이 명문가 도련님들의 거만에 격노했다. “너희들 왜 이렇게 거만하지? 우리 형부가 정말 그곳으로 못 갈 거 같아? 지금 내가 너희들에게 보여 주마!” 현소는 화가 나서 휴대폰을 꺼내 아빠인 장영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예선을 참관하러 가고 싶다고 애교를 부렸다. 물론 그녀는 그것이 동혁을 위해서라고는 감히 말하지 못했다. [무슨 계집애가 예선 참관을 하겠다고 이래? 알았어, 내가 연락해서 알아볼게.] 장영도는 지난번에 근무일에 술을 마셔서 자신과 자신의 상관까지 함께 벌을 받았다. 하지만 그 후 문제를 잘 처리해서 이미 풀려나 있었다. 장영도는 금방 방법을 찾았다. “고마워요, 아빠.” 현소는 육문재에게 휴대폰을 흔들어 보였다. “이렇게 전화 한 통이면 선발 예선을 참관할 수 있는데, 당신들은 뭐가 대단하다고 그리 득의양양해하는 거지?” “흥, 어린 계집애 주제에 재주가 좀 있네.” 육문재 등은 현소 때문에 체면을 구겼지만 그녀와 더 따지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바로 참관을 위해 모두 각자 출발했다. 동혁은 떠나면서 수소야에게 남아 태성쇼핑센터의 인수 업무를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곧바로 군부 주둔지 근처의 한 훈련장에 도착했다. “저놈을 왜 여길 데려왔어?” 현소를 마중 나온 온 장영도는 동혁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지난번 동혁의 신고로 장영도를 도와준 상관인 백선풍은 처벌을 받았고 석훈에게 따로 벌까지 받았다.그 일로 백선풍이 장영도를 한바탕 호되게 꾸짖기도 했다. 그래서 장영도는 지금 동혁이 죽도록 미웠다. “아빠, 이동혁이 오고
“그건 이동혁이 무슨 일을 저질렀느냐에 달려 있겠지.” 장영도가 재차 말했다. “큰 죄를 졌다면 군부 사람이 아니라도 형벌을 받아야 하고 작은 죄를 졌어도 조금의 교육은 필요하지 않겠어?” “게다가 저 바보는 허세도 엄청 부리잖아. 아마 이번에 또 그러면 한바탕 얻어맞고 정신 좀 차리지 않겠어? 사법부의 저 사람들은 절대 호락호락한 사람들이 아니야. 괜히 고분고분하지 않고 고집부리다가 더 혼만 날 거야.” 현소가 이 말을 듣자 작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매형이 제발 말대꾸하지 않고 얌전히 조사받아야 할 텐데.” 천화도 걱정이 태산이었다. “하하하, 오자마자 사법부에서 마중을 나오다니, 죽을 곳에 스스로 찾아온 꼴이잖아.” “너희들 생각에 이동혁이 감히 사법부 사람들에게 대들 수 있겠어? 만일 정말 그러면 난 그놈이 아주 혼이 제대로 날것이라고 장담하지.” “이동혁 이 바보 같은 놈, 정말 그놈 때문에 웃겨 죽겠어.” 육문재 등은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다. “군부에서 하는 선발이 언제부터 일반인의 참관을 허용했지? 아주 난장판이 됐네. 당장 사실 조사해. 처리할 거 다 처리하고.” 이때 동혁은 굳은 표정으로 사법부 사람들에게 지시했다. 그는 가는 도중에 이 사실을 알렸다. “예!” 사법부 사람들이 식은땀을 흘렸다. “그리고 내가 듣자 하니, 이번 선발에 명문가들이 뒤에서 자기 가문의 자제를 위해 준비를 해 두었더군. 그것도 조사해!” 동혁은 또 지시했다. “예!” 사법부의 사람들은 지금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전신께서 이렇게 직접 지시를 하시다니, 그렇다면 규율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건데 우린 이제 죽었어.’ 야외 훈련장. 구름처럼 운집한 군인들이 한마디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이번 선발에 참가한 군인들은 가지런히 바둑판 모양으로 줄지어 있었다. 모두가 침묵하고 있을 때. 위장색의 오픈 지프 한 대가 훈련장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깃대에 앞에 서 있는 대도독 설전룡은 H시 군부의 간부들과 함께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구경하던 곳에서 내려왔다. 육문재는 한바탕 저항하며 발버둥을 치다가 결국 끌려 내려왔고 분노하여 얼굴이 달아올라 소리쳤다. “당신들 지금 뭐 하는 거야. 이거 못 놔? 난 Z시 육씨 가문의 육문재야.” 짝! 헌병 대장은 이런 명문가 자제가 제일 짜증 나서 손바닥으로 뺨을 때렸다. “네가 무슨 육씨 가문이든 아니든, 누가 너희 일반인들이 이곳에 오는 것을 허락했지? 여기가 군사 금지 구역인 줄 알고는 있어? 당신 손에 든 거 그거 뭐야? 이리 내놔!” 육문재가 품에 안고 있던 망원경을 빼앗겼다. “이거 군용 망원경 아니야? 너 스파이야?” 한 무리의 헌병들이 육문재 등을 에워싸고 즉시 그들의 몸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난 스파이가 아니야. 그저 이 전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어서 그런 거니, 모함하지 마.” 육문재가 화가 나서 소리쳤다. ‘내가 왜 스파이야?’ “이 전신의 생김새를 똑똑히 보고 싶다고? 이건 정탐할 때 쓰는 망원경이야. 거기다 전신의 스케줄은 기밀이라 우리도 모르는데 그걸 어떻게 알았지? 그런데도 네가 스파이가 아니고? 모두 잡아들여! 전부 데려가 조사해!” 헌병 대장이 손을 흔들자 육문재 등이 모두 붙잡혔다. “뭐야, 우리가 왜 갑자기 스파이가 된 거야?” 육문재 등은 너무 놀라서 정신이 없었다. 심지어 몇몇의 찌질한 도련님은 겁이 나 바로 울었다. ‘우린 그저 이 전신을 보러 온 거뿐인데, 말도 안 돼 스파이라니?’ “조용히 해!” 저항하는 몇 명의 도련님들이 각각 한 대씩 맞았다. 그제야 모두 얌전해졌다. 육문재 등 구경하던 일행이 모두 헌병에 의해 끌려갔다. “망원경을 빌리러 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야.” 현소와 천화는 놀라서 안색이 창백해졌다. 현수는 더 놀라서 벌벌 떨며 울었다. “너희 세 명 배운 적 없어? 무슨 이 전신을 보겠다고 여길 와? 여긴 너희들이 마음대로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우리와 함께 가서 부모님이 와서 데려가길 기다려.” 헌병 대장이 다가와서
도현욱은 동혁이 자신을 발견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걱정이 현실이 되었다. 동혁이 마침 그를 본 것이다. 대열 안에서 모두가 고개를 높이 치켜세우며 동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가장 또렷한 정신 상태를 동혁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 순간 단 한 사람만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동혁의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도현욱은 동혁과 같은 군복으로 갈아입어서, 동혁은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한 채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거기 병사, 고개를 숙이고 지금 뭐 하고 있지? 고개 들어!” 쓱! 순간 도현욱은 자신을 향해 무수한 시선이 꽂히는 것을 느꼈다. 지금 도현욱은 죽고 싶은 심정을 느꼈다. 그는 긴장한 나머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보, 보고 합니다. 전신님, 제, 제가 무서워서 그만...” 무의식적으로 도현욱이 이 말을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말이 군인들 사이의 큰 금기를 어겼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동혁의 얼굴에 분노의 표정이 나타났다. “내가 뭐가 무섭다는 거야? 당장 고개 들어!” 동혁의 목소리는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도현욱은 놀라서 그대로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그때 머리 위의 모자가 벗겨져 떨어지며 그대로 멍하니 동혁을 바라보았다. ‘알고 보니 이 녀석이었군.’ 동혁은 잠깐 웃다가 갑자기 표정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내가 무서워?” “저는...” 도현욱은 너무 놀라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동혁이 콧방귀를 뀌더니 갑자기 노호했다. “설전룡, 이런 겁쟁이가 어떻게 예선 참가 자격을 얻었지?” 갑자기 수많은 경멸의 시선들이 도현욱에게 쏠렸다.“정말 세상에 별일을 다 보네. 이 전신의 모습에 놀라 땅바닥에 주저앉다니. 나는 신병 훈련소에서도 저런 겁쟁이를 본 적이 없어.” “전신님 말씀이 맞아. 저런 인간이 어떻게 예선에 참가할 자격이 있는 거지? 뭔가 수상한데?” “저 쓸모없는 자식과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우리에 대한 모욕이야. 제발
모든 병사들 사이에서 정적이 흘렀다. 국외 전장이 얼마나 잔혹한지 설전룡 몸의 흉터들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다시 입어.” 동혁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제군들 방금 보았나? 너희들의 대도독들은 왜 아직도 독신일까? 옷만 벗어도 상대 여자를 놀라게 할까 봐 두렵기 때문이야.” 마치 조롱하는 것 같이 들렸다. 그러나 아무도 웃을 수 없었다. “국외 전장은 기회의 땅이 아니야. 그곳에 간다고 해서 출세가 보장되지도 않아. 목숨을 걸고 필사적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곳이 국외 전장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출세를 하고 부자가 되고 싶으면 다른 곳으로 가. 목숨이 아깝고 죽음이 두렵다면 이곳에 들어오지 마라.” 동혁은 진지한 음성으로 이 말을 남기고 몸을 돌려 갔다. 훈련장. 모든 병사들이 오랫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그동안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형님, 갑자기 너무 엉뚱하신 거 아닙니까? 이번에 어린 저놈들에게 알몸까지 보여주고 제 이미지가 말이 아니에요.” 설전룡이 옷을 입고 쫓아오며 말했다. 방금 전 동혁이 명령을 내리자, 설전룡은 병사들 앞이라 두말없이 옷을 벗었다. 그리고 이제야 동혁을 원망하는 소리를 했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동혁이 설전룡을 장난스럽게 발로 찼다. 요 몇 년 동안 동혁은 줄곧 천화의 얼굴에 발랐던 그 신약을 동료들에게 사용하도록 권했다. 설전룡의 경우 오래된 상처는 다 나았지만 그 위로 새로운 상처가 생겨서 좀 무서워 보인 것뿐이었다. 사실 그것도 조만간 다 회복될 수 있었다.이때 설전룡이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끊고 설전룡이 웃으며 말했다. “천화와 형님 사촌 여동생이 사법부 애들에게 끌려가 지금 놀라서 엉엉 울고 있다는데요?” “내가 데리러 가야겠군.” 동혁은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두 사람은 군부 주둔지로 들어갔다. 막 사법부 밖에 도착했을 때였다. 여러 사무실들 중 한 사무실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우리 Z시 육씨 가문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명문가로 조상
“가자, 내가 너희들을 데리고 군부 견학을 시켜주마. 이번에는 정식으로 보고했으니 여기로 다시 붙잡혀 오지 않을 거야.” 설전룡이 천화의 머리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는 동혁을 존경했고, 동혁의 가족을 각별하게 대했다. 그래서 천화를 마치 친동생같이 여겼다. “저희를 이렇게 도와주러 와주셔서 고마워요.” 천화는 순간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이내 다른 걱정이 들었다. “아, 형님. 저희 매형은요? 매형이 저지른 일이 심각한 건가요?” “그분이 무슨 일을 저질렀어?” 설전룡은 당황해하며 말했다. 현소가 물었다. “그럼 사법부 사람이 어떻게 형부를 찾아온 거죠?” “그러게 상황 파악을 좀 해야겠는데?” 설전룡은 대충 말을 얼버무렸다. “그럼 이동혁이 우리를 신고해서 우리가 잡혀온 거 아니야?” 현수가 갑자기 작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설전룡은 그를 노려보았다. “네놈은 네 매형에게 좀 더 예의가 있어야지. 다음에 또 그런 식으로 말하면 내 이 손으로 널 따끔하게 혼내줄 거야.” ‘요 장현수가 형님을 엄청 싫어하나 보네.’ 현수는 겁에 질려 안색이 하얗게 변했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천화가 말했다. “아, 알겠다. 매형이 그 도련님들을 신고한 거야. 그래서 이번에 그 사람들이 잡힌 거라고. 그래야 다시는 우리를 괴롭힐 수 없을 테니까.” “맞아. 그놈들이 계속 설치게 놔두면 나중에 당해도 아무 소리도 못하잖아.” 현소도 화를 내며 작은 주먹을 휘둘렀다. 사실 육문재 등이 붙잡히면서 현소 등도 덩달아 붙잡혔을 뿐이었고 동혁은 설전룡에게 현소 등을 도와주라고 시켰다. 그 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이동혁, 네가 우리를 신고했지?”다른 사무실. 동혁이 들어서자 육문재 등이 책상을 내리치며 그를 성난 눈으로 쳐다보았다. “어? 넌 육문재? 몰골이 왜 그래?” 동혁은 한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는데 여러 번 자세히 살펴보고 나서야 그가 육문재인지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육문재의 얼굴은 이미 잔뜩 부어올라
“아까 전에 날 때린, 그래, 너 개X식, 내가 저놈도 똑같이 때려야 계산이 끝나는 거야.” “내가 누군 줄 알아? N도 도지사의 아들, 곽진한이야. 그런데 너희들이 감히 나를 이렇게 대해? 반드시 H시 군부가 이번 일에 대해 내게 분명히 해명해야 할 거야.” 한 무리의 윤문재 등이 소란을 피웠다. 곽진한조차 도지사의 아들로서 점잖게 굴던 태도는 어디로 갔는지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도 아까 전 다른 사람 못지않게 많이 맞았기 때문이다. ‘도지사의 아들로서 한 번도 당한 적 없는 이런 굴욕을 당하다니.’ 그때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곽진한, 내가 네 아버지에게 여기로 너를 데리러 오라고 할까?” “네놈이 뭔데? 우리 아버지께서 얼마나 업무가 많으신데 여기까지 날 데리어 오실 필요가 어디 있어? 그래, 이 일은 설전룡이 직접 내게 해명하도록 해야 할 거야.” 곽진한은 동혁을 신경 쓰지도 않았다. 곽원산은 설전룡과 함께 최고위 공무원이다. 하나는 한 도를 책임지고, 다른 하나는 큰 군부를 장악하고 있다. 물론 근무처가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지위에서 누가 높고 누가 낮다고 말할 수 없었다. “현욱아, 예선 다 치렀어?” 바로 그때 갑자기 육문재가 사무실 밖을 향해 소리쳤다. 그는 도현욱이 사법부로 들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역시 현욱이야. 우리가 이곳에 갇혀 있는 걸 알고 데리러 오다니.” “그러게 현욱이네. 예선을 통과한 게 틀림없어. 거기다 뒤쪽에 사람들까지 데려 오다니.” 그들은 도현욱의 뒤로 몇 명의 장교들이 따라오는 것을 보고 그가 사람들을 시켜 자신들을 데리러 온 줄 알았다. “현욱아, 이동혁 그 개X식도 여기 있어. 빨리 이리로 와서 이놈 손 좀 봐주고 우리 복수를 해줘.” 육문재 등은 반가운 기색을 하며 도현욱에게 동혁의 위치를 가리키며 알렸다. 이 말을 들은 도현욱이 순간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동혁이 사무실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악!” 그는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
‘스타공익재단 이 자식들은 일부러 도시락을 숨기고 나눠주지 않았어. 구조대원들을 굶기려고.’빨리 구조대원들에게 도시락을 먹여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동혁은 바로 조동래에게 이들을 체포하라고 연락했을 것이다.“뭐야, 일부러 도시락을 숨기고 안 나눠준 거야?”“이 개자식들, 이건 고의로 우리에게 보복한 거야. 우리가 배를 곯게 말이야!”“너희들 왜 이래? 일은 안 하더라도 엉망으로 만들진 말아야지!”동혁의 말에 화가 난 구조대원들이 달려와서 스타공익재단사람들을 겹겹이 에워쌌다.여자 구조대원들은 화가 나서 눈물마저 흘렸다.충돌은 곧 폭발할 것만 같았다.동혁은 자신에게 붙잡힌 직원을 바라보며 말했다.“말해봐, 너희들 스스로 도시락을 나눠줄 거야, 아니면 내가 너희들이 나눠주게 만들까?”“우, 우리가 나눠줄게!”격앙된 군중을 보자, 좀 무서워진 주태하가 창백해진 표정으로 말했다.“나를 놔줘. 정말로 도시락을 감추고 나눠주지 않은 게 아니야!”“밥차도 온 지 몇 분 밖에 안 됐어. 우리 직원들이 아직 도시락을 집계하는 중이라...”“그럼 빨리 나눠줘!”이 작자의 허튼소리도 듣기 귀찮아서 동혁이 바로 풀어주었다.“가! 차에 가서 도시락을 옮겨!”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동혁을 힐끗 본 뒤, 주태하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도시락을 옮기러 갔다.그 사이 틈을 타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삼촌! 그 이동혁이 또 소란을 피우고, 저도 때렸어요. 아저씨가 제 화를 좀 풀어주세요!”그의 삼촌인 주상화는 스타공익재단의 부회장이자 우시연의 오른팔로, 스타공익재단의 일상 사무를 책임지고 관리했다.시 전체의 구조대원들에게 도시락을 일괄적으로 나눠 주는 업무도 바로 스타공익재단에서 담당하는 것이다.지금 조카의 말을 듣자 곧바로 가장 먼저 달려오겠다고 했다.“이동혁 이 자식 기다려. 우리 삼촌이 도착하면 끝까지 책임을 지게 만들겠어!”주태하는 매섭게 욕을 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도시락을 옮겨야 했다.‘지혜로운 사람은 불리한 상황에 손해를 보지
그 자리에 있던 구조대원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모두 분노했다.그러나 그 직원은 여전히 개의치 않은 채 심지어 눈을 희번덕거리기도 했다.“하기 싫으면 하지 마. 어차피 나를 구조하는 것도 아닌데 뭐.”확실히 그 직원을 도와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만약 긴급구조가 아니라면, 구조대원들은 정말 화를 참지 못하고 바로 레드 재킷을 벗어 던지고 가버렸을 것이다.멀지 않은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동혁도, 이제는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다.곧바로 앞으로 걸어가서 차가운 목소리로 그 직원에게 말했다.“3분 동안 시간을 주겠어. 모든 구조대원에게 도시락을 나눠 주도록 해. 하나라도 적다면 따귀를 때릴 거야!”“어, 동혁 오빠, 왜 또 돌아왔어!”“우리와 함께 구조하려고 다시 돌아온 거야?”“잘됐어! 동혁 씨는 별일 없을 줄 알았어!”갑자기 다시 눈앞에 나타난 동혁을 보고 구조대원들은 놀라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했다.비록 함께 지낸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서로 이미 두터운 전우애를 맺었다.동혁을 알아본 스타공익재단의 직원들도 갑자기 표정이 바뀌었다.앞서 천용훈을 쫓아냈던 이 남자에게 모두 깊은 인상을 받았다.그러나 이전의 일을 떠올린 직원은 여전히 콧방귀를 뀌었다.“이동혁, 당신은 해고된 사람인데 무슨 자격으로 내 앞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야?”“능력이 있으면, 우리 우시연 회장님 앞에 가서 떠들어!”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회장이다.앞서 우시연은 모든 사람들 앞에서 직접 동혁을 해고했다.그래서 스타공익재단 직원들도 모두 믿는 바가 있기여, 동혁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우시연? 내가 이미 쫓아냈어.”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만약 또 이렇게 고집을 피우고 도시락을 나눠주지 않겠다면, 너도 꺼지게 해 줄게!”“우시연 회장님을 네가 쫓아냈어? 허!”동혁의 말을 전혀 믿지 않은 직원이 냉소하며 말했다.“어차피 내가 할 말은 다 했어. 도시락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먹고 싶다고? 기다려!”짝!말이 끝나자마자 동혁이 따귀를 한 대 갈겼
세화가 목적을 말하자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수재의연금을 내겠다고 했다.모두들 H시의 시민이고, 게다가 H시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H시가 빨리 정상을 회복하고 일상이 정상 궤도에 오르는 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그래서 모든 회원들의 목적은 단순했고 열정도 대단히 높았다.세화가 생각지도 못한 것은 엠퍼러의 사장인 임홍성이 뜻밖에도 그 자리에서 백억 원이나 내겠다고 한 것이다.세화가 재빨리 만류했다.“임 사장님, 형편대로 내시면 됩니다.” “모두 엠퍼러의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적게 내셔도 됩니다.” “이런 일은 원래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하니까요.”임홍성은 줄곧 겸손하고 사업에만 전념하는 사람이라서 우대평에 비할 수가 없었다. 세화는 이 노선배를 마음속으로부터 존경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임홍성에게 권고했다. 모두 임홍성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모두 내가 이렇게 많이 기부한다고 만류할 필요 없어요.”임홍성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사실대로 말하자면 엠퍼러는 이미 더 이상 지속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미 인수하려는 구매자와 접촉하고 있으니, 여러분은 엠퍼러가 팔렸다는 뉴스를 곧 보게 될 겁니다.”“이렇게 여러 해 동안 몸부림쳤지만, 저도 지쳐서 이젠 고향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네요.”“나중에 제가 돈을 보내지요. 고향을 위한 제 마지막 공헌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이 말을 마치고 임홍성은 바로 나갔다. 모두에게 쓸쓸한 뒷모습만 남긴 채.세화는 숙연하게 경의를 표했지만, 마음도 좀 언짢았다.세화가 재빨리 이 새로운 신분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자, 동혁은 아주 만족스러웠다.H시상공회의소에서 나온 동혁은 구시가지의 구조 현장으로 갔다.어젯밤에 밤새도록 구조 작업을 펼쳤고, 오늘 또 반나절 동안 작업을 계속했다. 갇혀 있던 시민들도 마침내 긴급 대피를 마칠 수 있었다.그러나 도로에는 여전히 물이 차서 진흙탕이었다. 구조대원들은 여전히 열기가 대단해서 식사 시간도 나눠서 작업할 정도였다.
“어?”순간 생기가 없어진 우대평의 눈빛에서 광채도 사라졌다.‘이동혁이 이렇게 절대적이고 포악한 방식으로 행동해서 나를 이 H시상공회의소 회장에서 쓸어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하지만 이제 어떻게 할 수 있겠어?’‘H시상공회의소의 회원들이 모두 이동혁의 말에 따라서 움직이는데.’‘게다가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인 강경영은,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끊임없이 자신의 따귀만 때리고 있어.’우대평은 절망했다.동혁의 이 한마디는 바로 우대평의 운명을 가르는 선고였다.반항할 기회조차 없었다!“네 조카딸과 졸개를 데리고 꺼져.”우대평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동혁은 한 마디를 던지고 바로 강경영에게 갔다.지금 사람들을 등지고 있는 강경영의 얼굴은 퉁퉁 부었고 입가에선 피가 흘렀다.그러나 동혁이 멈추라고 하지 않았기에 잠시도 멈출 수가 없었다.“이제 됐어.”바로 그때 뒤에서 동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경영에게는 천상의 목소리나 다름없었다.시큰시큰한 손을 내려놓은 강경영이, 동혁을 향해 퉁퉁 부은 얼굴을 내밀면서 말했다.“이 선생님, 또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차 명의 변경은 어떻게 됐어?”동혁이 차를 마시면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강경영이 굽실거리며 대답했다.“아직, 아직 하고 있습니다. 이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결국 백억 원 이상 하는 슈퍼카라서 처리에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얼렁뚱땅 넘어가지 않는 게 좋을 거야.”웃으면서 쳐다보던 동혁은, 강경영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손짓했다.“너도 꺼져.”강경영 혼자라서 동혁이 더 이상 혼을 내기도 어려웠다.“이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 선생님, 감사합니다!”일어난 강경영은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떠났다.H시상공회의소 본부에서 나오자마자, 1초라도 더 머물게 될까 싶어서 바로 도망쳤다.“여러 선배님들, 이번에 100년 만에 닥친 엄청난 폭우로 H시의 피해가 심각합니다. 우리 H시상공회의소에서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그래서 회장
강경영마저 무릎을 꿇자, 우대평의 마음속에는 이미 동혁에게 계속 대항할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그러나 동혁은 우대평을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그리고 중앙에 우뚝 서서, 세 가주와 100명에 달하는 전 H시상공회의소 회원들을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이 선생님을 뵙습니다!”백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이 한마디를 외쳤다.이 장면을 본 세화는 눈시울을 붉혔다.‘예전에 동혁 씨는 H시에서 여전히 모든 사람들이 업신여기는 폐물 데릴사위였어.’‘그런데 지금은 H시의 가장 뛰어난 기업가들이 동혁 씨한테 이렇게 예의를 갖추다니.’“여보, 오늘 너무 멋있어!”입을 가린 채 세화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뒤에 있는 아내의 말을 듣지 못한 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오늘 여러분께서 이동혁의 체면을 세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이렇게 많은 H시 재계의 친구분들도 알게 되었습니다.”“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사람들이 분분히 말했다.동혁의 손짓에 장내가 다시 조용해지자, 동혁이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여러분이 다시 H시상공회의소에 가입하셔서, 제 체면을 세워주시기를 바랍니다.”‘응?’동혁의 말을 듣자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앞서 동혁과 우대평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고, 모두가 그 자리에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하기로 했다.‘지금 이동혁이 다시 H시상공회의소에 가입할 것을 요구하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그러나 어쨌든 체면은 반드시 세워줘야겠지.’“우리 소씨 가문은 즉시 H시상공회의소에 새로 가입하겠습니다!”“오씨 가문도 새로 가입하겠습니다!”“정씨 가문도...”세 가문의 가주들이 태도를 표명하자,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따라서 가입했다.무릎을 꿇은 우대평은 이 말에 크게 기뻐했다.“이 선생님은 정말 대인이십니다. 이 늙은이가 이렇게 미움을 샀는데도, 이전의 원한을 따지지 않으시는군요.” “H시 재계의 발전을 생각하시는 모습에 정말 제가 부끄럽습니다!”무릎을 꿇은 우대평이 동혁에게 계속 아부 멘트를 날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들먹거리면서, 세 가문의 가주들조차 인정하지 않고 폄하했던 강경영!그랬던 그가 지금 뜻밖에 동혁의 말 한마디에 깔끔하게 무릎을 꿇었다.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결말!“헛!”세화조차 믿기지 않아서 입을 딱 벌렸다.‘동혁 씨가 블루라군 별장에 간 다음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떻게 강경영이 동혁 씨를 이렇게 두려워하지?’우대평은 그야말로 똥 씹은 표정이었다.새 가주들도 멍한 표정이었다.다른 H시상공회의소 회원들도 마찬가지로 멍한 표정이었다.‘강경영은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잖아.’‘사해상공회의소라는 거대 단체를 배경으로 N도 전체를 거침없이 누빌 수 있는 존재인데, 이렇게 이동혁에게 무릎을 꿇었단 말이야?’“이 선생님, 우대평이 무릎을 꿇으라고 한 겁니다. 저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지금 강경영은 주위의 의아해하는 시선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울상을 지으면서 절박한 목소리로 동혁에게 소리쳤다.여기에서 동혁을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강경영은 놀라서 자빠질 지경이었다.‘블루라군 별장 사건의 전체 과정을 목격한 사람만 이 남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고귀한 가문 태생인 사성우조차도 인간의 모습이 아닐 정도로 이동혁에게 호되게 시달렸어.’‘강경영 내가 뭐라고...’세화 옆에 앉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어나지 않았던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원래 이 변화를 조용히 지켜보고, 사해상공회의소가 어떤 큰 그림을 그리는지 알고 싶었지.”“네가 들어온 뒤 쓸모 있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시치미를 떼는 말만 할 줄은 몰랐네.”“강 대표, 아주 잘난 척하던데?”놀란 강경영은 곧 울음을 터뜨릴 듯이 부들부들 떨었다.“아, 아닙니다. 이 선생님 앞에서 제가 어떻게 감히 잘난 척할 수 있겠습니까!”“안 그랬어?”동혁은 코웃음을 쳤다.“세 가문의 가주님들은 모두 나의 오랜 친구분들인데, 네가 인간쓰레기라고 했잖아?”세 가문의 가주들은 줄곧 동혁의 편에 확고히 서 있었다.제씨와
이 강 대표는 당연히 이전에 H시에 와서 세화를 만났던 강경영이다.거의 바닥에 엎드릴 듯한 자세의 우대평을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자격으로 H시상공회의소에 왔어. H시상공회의소를 재편성하고 분회로 만드는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서 말이야.”말을 하던 강경영이 소윤석 등을 힐끗 보고 무심한 듯이 물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모두 H시상공회의소의 회원이야? 거 참 공교롭네. 한 명씩 통지할 필요는 없는데.”강경영의 말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마치 H시상공회의소가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되는 문제는 이미 결정되었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에 전혀 아랑곳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눈알을 굴리던 우대평은 소윤석 등에게 망신을 주기로 했다.곧바로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공교롭게도 강 대표님이 오시기 전에, 이 100명이 넘는 회원들이 마침 이 세 가주의 인솔 하에 단체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했습니다.”“지금의 H시상공회의소는 사령관인 저 우대평 한 사람만 남았습니다!”우대평은 체면이 깎이는 것도 마다 않고 거침없이 나불거렸다.세 가주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서,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앞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그러나 우대평은 소윤석 등이 갑자기 회원들과 함께 집단적으로 탈퇴했다는 사실을 강경영이 알게 하려는 것이다.‘사해상공회의소가 곧 H시상공회의소를 합병하려는 마당에 말이야,’‘그럼 고의로 사해상공회의소에 대항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겠지.’우대평의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주가 뛰어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이 능청스러운 말을 듣자, 강경영은 곧바로 표정이 무거워지면서 냉소했다.“허허, 재미있네, 재미있어.”“누군가 일부러 우리 사해상공회의소와 손을 잡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야?”“우 회장, 방금 누가 앞장섰다고 했지?”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세 사람을 쓸어본 우대평이 흥분을 억누르며 말했다.“H시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입니다. 소윤석, 오종천...”“됐어, 됐어
그 말을 듣고도 우대평이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면, 정말 나이를 헛먹은 것이다.‘소씨, 오씨, 정씨 이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이 결국 이동혁만 신뢰하고 그 말을 따른다는 거야!’지금 우대평은 이미 진상을 알았지만, 왜 그런 지는 때려 죽여도 알 수가 없었다.“나는 불복해! 받아들일 수 없어!” “너는 새파란 양아치에 불과한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네 말을 따르는 거야?”비통한 표정으로 일어선 우대평이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 개자식, 세 가문이 네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대단한 거야?” “나 우대평의 머리 위에 올라타고 사람을 마구 업신여기겠다고?”“웃기지 마!”“그리고 소윤석, 오종천 이 개X끼들, 나 우대평이 늙어서 쓸모가 없다고 멋대로 내 얼굴을 때렸지?”“너희들은 나를 너무 얕본 거야!“내가 전력을 다해 추진해서, H시상공회의소가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기나 해?” “나는 앞으로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돼!”“이 신분이 있는데, 무슨 일류 가문이나 투자개발회사 모두 쥐뿔도 아니야!”“이동혁 저 개자식하고 나를 때린 이 개X끼들,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해!”우대평은 미친 듯이 모두를 향해 고함을 쳤다.먼저 이동혁이라는 한 새파랗게 어린 놈에게 미친 듯이 따귀를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직접 부른 회원들에게 따귀를 맞았기에, 우대평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났다.그러나 우대평의 이 말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다.사해상공회의소라는 이 말을 듣자, 세 가주를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던 회원들 모두 표정이 갑자기 변했다.‘사해상공회의소, 그건 재계에서 두말이 필요 없는 거두야.’‘N도 재계 전체에 공포스러운 영향력과 통치력을 가지고 있지!’일부 S시 명문 가문의 핵심 구성원들도 모두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다. 예를 들어 S시 사씨 가문의 가주 사세충처럼.이런 거대 단체는 H시처럼 작은 곳에서는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지금 우대평이 자신이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될 거라
연이어 뺨을 네 대나 맞자, 우대평은 완전히 멍해졌다.뒤에 있던 백 명 가까운 회원들도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세 가문의 가주와 류진광을 보았다.이어서 눈빛은 홀 뒤편의 소파로 향했다.찻잔에서 조용히 김이 올라오고 차의 향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같은 세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짝!한 회원이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와서 우대평의 따귀를 때렸다.“나는 H시상공회의소를 탈퇴합니다!”“나도 탈퇴합니다!”“탈퇴합니다...”한 마디씩 울릴 때마다 한 대씩 뺨을 맞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10여 차례나 뺨을 맞은 우대평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그의 늙은 얼굴은 이미 맞아서 흐물흐물해질 정도였다.‘다른 회원들이 계속 앞으로 나오는데, 이대로 가면 우대평은 정말 산 채로 맞아 죽을 거야.’자기도 모르게 우대평을 동정한 소윤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여러분도 한 사람만 때리지 마세요. 옆에 두 사람이 더 있지 않습니까?”‘뭐, 두 사람?’우시연과 나건성이 설마 하면서 주저하는 사이에 한 사람이 앞으로 다가왔다.짝!손바닥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이어서 여기저기서 낭랑한 따귀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매를 맞은 두 사람이 울면서 용서를 빌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따귀를 때리는 건 계속되었다.모든 회원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뺨을 때리고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한다고 선포했다.우시연과 나건성 두 사람은 죽은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얼굴에는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이!‘이건 진짜 맞아서 흐물흐물해진 거야!’비록 두 사람을 나눠 때리느라 한 사람이 50대도 안 되게 따귀를 맞았다 해도, 이 역시 정상적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지금 두 사람은 마치 영혼이 가출한 듯 절망하면서 허공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우대평도 멍하니 앉아 있었다.“우 회장, 이게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