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명과 고소연은 진서훈이 자기 후배를 밀어줘 특전대에서 경력을 쌓게 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이런 일은 군대에서 너무 흔한 일이었다.하지만 이번은 일반적인 상황과는 조금 달랐다.왜냐하면 가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 8대 특전대 중 하나인 설표 특전대였기 때문이다.진서준이 설표 특전대에서 경력을 쌓으려 한다고 해도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사령관이 진서준의 허약해 보이는 모습을 보면 틀림없이 그를 쫓아낼 것이기 때문이었다.현재 설표 특전대는 절박하게도 최상급의 인재가 필요했다.2년마다 대한민국의 8대 특전대는 대규모 경합을 벌였는데 설표 특전대는 이미 3번 연속 꼴찌를 기록했다.이번에도 꼴찌를 기록한다면 대한민국의 특수부대는 7개로 줄어들 가능성이 컸다.그렇게 되면 설표 특전대 인원들은 각 군구로 흩어져 재평가를 받은 후, 다른 7개 부대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이런 상황은 사령관뿐만 아니라 설표 특전대의 병사들에게도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그래서 설표 특전대 사령관은 체면을 무릅쓰고 진서훈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직접 찾았던 것이다.진서준과 허사연 자매는 설표 특전대의 두 부사령관을 따라 성도에 있는 군사 기지로 이동한 후, 그곳에서 군용기를 타고 대한민국 최북단에 위치한 군사 기지로 향했다.4월은 본래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었다.하지만 대한민국의 최북단은 여전히 얼음과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진서준과 허사연 자매는 반소매와 얇은 외투만 입고 있었다.비행기에서 내리자 자연스레 뼛속까지 스며드는 찬바람이 불어왔다.하지만 세 사람은 전혀 추위를 느끼지 않는 듯 태연한 자태를 유지했다.박준명과 고소연은 세 사람의 몸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두 사람은 진서준 일행이 추위에 벌벌 떠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설마 이 녀석, 진짜 고수인가?’“와, 눈이 이렇게 많이 쌓였어.”허윤진은 눈밭을 보며 신나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서울에서는 한겨울에도 눈이 쌓이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하지만
진서준은 훈련장을 대충 훑어본 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병사들의 수준이 너무 낮았다.훈련 중인 100명 중 절반은 무인이 아닌 일반인이었고 내공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게다가 병사들이 사용하는 권법은 허점투성이였다.심지어 진서준이 감옥에서 막 출소했을 때조차 이들 100명을 혼자 상대하는 것도 거뜬했을 것이다.훈련장을 지나 진서훈 일행은 세 층짜리 하얀 건물로 들어갔다.그 건물의 한 사무실 안에는 전투복을 입고 위엄 넘치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남자의 존재감은 호랑이와 같았고 몸에서 피가 끓는 듯한 기운이 느껴졌으며 체내에는 엄청난 힘이 숨겨져 있었다.딱 봐도 횡련 대종사가 분명한 인물이었다.남자는 바로 설표 특전대의 사령관 소정태였다.노크 소리가 울리자 소정태는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들어와!”박준명은 문을 열고 진서준 일행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소정태는 남자 하나와 여자 둘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그리고 위엄이 가득한 눈으로 박준명을 노려보며 물었다.“진 어르신이 약속한 교관은 어디에 있어?”보이지 않는 압도적인 기세가 박준명에게로 쏟아졌다.박준명은 그 기세에 눌려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박준명은 억지로 심호흡을 한 뒤 경례하고 나서 말했다.“사령관님, 이분이 바로 진 어르신께서 찾아주신 교관 진서준 씨입니다.”소정태는 순간 멍해졌고 자기 귀를 의심했다.박준명이 자기를 속일 리 없다는 걸 모른다면 아마도 박준명에게 귀싸대기를 날렸을 것이다.스무 살 조금 넘은 젊은 청년을 설표 특전대 교관으로 데려오다니, 이보다 더 어이없는 농담은 없을 것이다.“이분이 진 어르신이 추천한 교관이라고?”소정태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거의 고함을 지르듯 물었다.“맞습니다. 바로 이분이 진 어르신이 추천하신 교관입니다.”박준명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소정태는 그 말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진서준을 꼼꼼히 살펴보았다.반소매 차림인 걸로 보아 약간의 실력은 있는 듯했지만 진서준의 몸에서
소정태의 얼굴은 물을 짜낼 만큼 어두워졌다.호국장군 진서훈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소정태는 방금 진서준에게 손을 대고도 남았을 것이다.설표 특전대 병사들이 아무리 약하다고 해도 그들은 소정태의 자식들이었다.부모의 눈앞에서 누가 감히 아이가 무능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그건 부모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방금 설표 특전대 병사들이 약하다고 말했어?”이 말은 소정태의 치아 사이에서 억지로 새어 나온 것 같았다.“맞아, 내가 그랬어.”진서준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의 직설적인 태도에 소정태는 화가 나서 웃음을 터뜨렸다.고소연과 박준명은 어느새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이건 소정태가 엄청난 분노를 터뜨리기 직전의 신호였다.이 진서준이라는 녀석은 이제 끝장났다고 볼 수 있었다.“그 병사들 앞에서 직접 그 말을 할 수 있겠어?”소정태는 웃음을 거두고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스쳐 지나간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당연하지.”진서준은 여전히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소정태는 더는 말을 하지 않고 바로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고소연과 박준명도 어쩔 수 없이 서로를 보고는 따라나섰다.“서준아, 그렇게 노골적으로 말하면 병사들의 자신감을 꺾을 수도 있잖아.”허사연이 우려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그 병사들에겐 약간의 충격이 필요해. 그렇지 않으면 무조건 성장할 수 없어.”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진서준은 소정태 일행을 따라 훈련장에 도착했다.“집합!”소정태의 우렁찬 외침이 하늘을 찔렀고 그 소리의 충격에 지면에 쌓인 눈이 떨리는 듯했다.훈련에 여념이 없던 백여 명의 병사들이 단 3초 만에 소정태 앞에 깔끔하게 정렬했다.모두의 표정은 비장했고 한 명 한 명이 마치 투창처럼 곧게 서 있었다.소정태는 자기 병사들을 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오늘 너희를 위해 특별한 교관을 초빙했어. 근데 이분이 내 사무실에서 너희 실력이 너무 약하다고 하더군.”소정태의 말에 병사들의
“만약 이분의 교관 자격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면 언제든 진 교관에게 도전해. 진 교관은 절대 거절하지 않을 거야.”소정태는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리며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진서준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태연하게 말했다.“여러분 사령관 말대로 앞으로 며칠 동안 저는 여러분의 교관입니다. 저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면 언제든 도전하세요. 하지만 제 시간이 많지 않아 이런 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여기 오기 전에 우리 할아버지께 약속드렸거든요. 여러분이 이번 8대 특전대 대회에서 우승하도록 훈련하겠다고요.”진서준의 말에 훈련장은 다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알고 보니 이 청년이 자기 할아버지의 추천으로 이곳에 온 것이었다.그러니 이 청년의 거만한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하지만 뒤에 나온 8대 특전대 대회 우승 이야기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병사들은 이건 분명 집안 어른들이 진서준의 경험이나 늘려주려고 이곳에 보냈다는 걸 이미 알아챘다.문제는 이번에 저 청년 집안에서 틀린 장소에 청년을 보냈다는 것이다.설표 특전대은는실력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 곳이었다.아무리 높은 신분이어도 실력이 없으면 이곳에서는 누구의 인정도 받을 수 없었다.“진 교관, 일단 저는 개인적으로 당신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설표 특전대의 인재 장서안이 앞으로 나섰다.진서준은 장서안을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다른 사람은 다 저를 인정하는 겁니까?”“우리는 전부 인정하지 못합니다.”백 명의 병사가 동시에 외쳤다.병사들의 목소리는 하늘을 울릴 만큼 강렬했고 먼 산까지 울려 퍼졌다.소정태는 얕은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그렇게 잘난 척하던 자식이 어떻게 해결하려나 보자.’자기를 인정하지 않는 병사들을 보고도 진서준은 전혀 화내지 않았다.병사들이 자기를 인정하지 않는 건 너무나 당연했다.오히려 처음부터 진서준을 인정했다면 이상한 일이었다.“저는 여러분과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괜히 여러분을 다치게 하면 훈련에 지장이 생길 테니까요.”진서준이
진서준의 속도는 이미 음속을 훨씬 넘어설 정도로 빨라 아무도 그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보지 못했다.심지어 눈 위에도 발자국 하나 남지 않았다.병사들이 정신을 차렸을 땐, 진서준이 이미 소정태의 바로 앞에 있었다.진서준이 모래 주먹 크기만 한 주먹으로 살짝 튕기는 듯한 동작을 하자 순식간에 수만 톤의 강력한 힘이 소정태의 가슴에 작렬했다.쿵!소정태는 곧바로 고속으로 달리는 기차처럼 공중으로 날아가며 고막을 때리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소정태가 날아간 방향에 따라 새하얀 눈밭 위로 엄청나게 긴 구덩이가 생겼다.멀리서 보면 초음속 전투기가 눈 위를 스치듯 비행하며 생긴 자국 같았다.소정태가 날아가는 동안 훈련장에 있는 장비들과 눈으로 덮인 나무들은 연달아 부서져 갔다.소정태는 수백 미터나 날아간 후에야 땅에 사나운 기세로 떨어졌다.순간, 훈련장은 완전히 정적에 빠졌다.하늘에서 내리던 눈송이조차 그대로 멈춘 듯이 공중에 멍하니 떠 있는 느낌이었다.모든 사람은 입이 떡 벌어져 사과 두 개는 들어갈 듯한 모습이었다.다들 도대체 뭘 본 거지?설표 특전대의 최고 전투력을 자랑하는 횡련 대종사가 겨우 손가락 하나를 맞고 이 지경으로 된 것이다.거의 평지가 된 훈련장과 숲을 보며 병사들의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휘둥그레졌다.소정태가 방심한 것도 같지 않았다.소정태가 아무리 방심했다 하더라도 진서준이 충분한 실력이 없었다면 소정태를 저렇게 멀리 날려 보낼 수는 없을 것이다.그리고 사실 소정태를 날려 보낸 게 아니라 진서준은 가볍게 튕겨 버린 것이다.하지만 그 충격은 개미가 코끼리를 넘어뜨린 것처럼 너무나 공포스러웠다.이제 병사들은 자연스레 공포에 사로잡힌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게 되었다.고소연과 박준명조차 이 상황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아무리 최강의 흑린군 사령관이라고 해도 소정태를 이 정도로 날려 보내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대박이야. 이 진 교관이라는 사람은 대체 무슨 사람이지?’“사람을 찾아서 병원에 보내. 이대로 두면 죽을 거야.
진서준의 말에 소정태는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진 교관님.”소정태는 감격해하며 한마디 더 보탰다.“진 교관님, 제 식구는 이제 진 교관님께 전적으로 맡기겠습니다. 부디 제대로 된 훈련 부탁드립니다.”소정태가 떠난 후, 진서준은 백여 명의 병사를 평온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아직도 날 못 믿겠다는 사람이 있나요?”“없습니다. 우리 모두 진 교관님을 믿고 따르겠습니다!”병사들이 일제히 외치는 모습을 보자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렇다면 특훈을 지금 바로 시작합시다.”진서준은 설교 특전대에서 주목을 받는 장서안을 가리켰다.“이리 와 보세요.”장서안은 바로 앞으로 나와 공손히 물었다.“진 교관님, 무슨 지시가 있으십니까?.”“아까 여러분이 연습한 그 권법을 한 번 더 보여줘요.”진서준의 말을 듣자 장서안은 망설임 없이 설표 특전대 특유의 열풍권을 선보이기 시작했다.열풍권이란 권법은 이름 그대로였다.모든 주먹과 발차기가 굉장히 빠르고 맹렬했으며 거의 내지를 때마다 상대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이 권법은 특전대 병사들의 직업 특성과도 관련이 있었다.특전대 병사들은 다들 국가를 지키고 전장에서 적을 처치해야 하는 군인이었다.한 방에 적을 죽이지 못하면 죽는 건 바로 병사들 자신일 것이다.이러한 절박함 때문에 열풍권은 빠르고 강렬하기는 했지만 방어 자세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그래서 상대가 자기와 동등한 실력이라면 열풍권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으나 상대가 더 강하다면 한 번의 공격 이후에 쓰러지는 건 오히려 아무런 방어도 없는 본인일 가능성이 높았다.진서준은 열풍권을 유심히 본 후 연신 고개를 저었다.“그 권법은 참 허점투성이군요.”“네?”진서준의 평가에 병사들은 전부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다.“이제 내가 그 권법을 개량해 줄 거니까 다들 집중해서 보세요.”진서준은 창욱 어르신의 가르침을 받는 3년 동안 권법, 발차기, 검술, 도법 등 다양한 기술을 익혔다.이렇게 여러 분야의
고소연은 설표 특전대에서 유일한 여성 종사였고 그 실력은 압도적이었다.장서안 같은 일반 대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부사령관인 박준명조차 고소연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허윤진과 고소연의 대결 전, 사실 대다수 병사는 허윤진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여겼다.진서준이 강하다고 해서 그의 여자친구도 강할 거란 보장은 없었다.병사들은 두 사람을 위해 넓은 공터를 마련했다.“허윤진 씨, 실례하겠습니다.”고소연은 허윤진에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저를 봐주지 말고 모든 실력을 보여주세요.”허윤진도 똑같이 예를 갖추어 답했다.그 말이 끝나자 고소연은 미세하게 다리를 굽힌 후 치타처럼 순식간에 허윤진을 향해 돌진했다.고소연의 속도는 너무 빨라서 주변에서 지켜보던 병사들의 시선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고소연이 자기 실력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허윤진의 눈빛에도 투지가 활활 불타올랐다.고소연은 허리를 낮춘 채 양손을 날카로운 발톱처럼 치켜들고 허윤진의 팔을 향해 덤벼들었다.고소연의 의도는 단순했다.허윤진을 다치게 하지 않고 제압하려고 했던 것이다.“마침 잘 왔네요.”허윤진은 체내의 영기를 모으더니 불꽃처럼 타오르는 기운이 그녀의 양손에 뿜어져 나왔다.이 광경을 본 병사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맙소사, 진 교관님의 여자친구도 종사였어?.”“세상에, 그래서 사모님이 고소연 부사령관님에게 대련을 신청했구나. 이제야 이해할 것 같네.”“사모님이라고? 야, 너 진짜 표현 잘한다.”곧 사모님이라는 호칭이 병사들 사이에서 퍼졌다.진서준은 그 단어를 듣자 얼굴이 어두워졌다.‘윤진은 내 처제가 아니야. 내 여자친구는 옆에 있는 사연이라고.’고소연은 허윤진도 종사라는 사실을 깨닫자 단전의 강기를 모아 기세를 더욱 끌어 올렸다.쾅...두 사람의 팔이 부딪히며 둔탁한 폭발 소리가 울려 퍼졌고 지면 위의 눈이 순간적으로 튕겨 나가며 사방으로 흩날렸다.허윤진은 제자리를 굳건히 지켰고 고소연은 일곱 발짝 이상 뒤로 물러나며 겨우 몸을 가눴다.
이때 병사들이 몰려와 허윤진에게 칭찬과 존경을 연신 쏟아냈다.“사모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렇게 젊으신데 벌써 종사라뇨.”“이런 대단한 사모님이 계시니 저희도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주변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사모님이라 부르자 허윤진은 부끄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허윤진은 허사연을 힐끗 쳐다보고는 서둘러 사람들을 정정했다.“저는 사모님이 아니에요. 저분이 사모님이고 저는 저분 동생이에요.”처제를 사모님으로 착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다들 아부하려다 큰 실수를 한 셈이었다.사람들은 급히 허사연 곁으로 가서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저희가 착각했어요. 마음에 두지 마세요.”“사모님, 저희 때문에 교관님과 다투지 마세요.”“진 교관님, 정말 죄송합니다...”진서준의 얼굴이 잔뜩 굳어지더니 병사들에게 소리쳤다.“다들 한가한 모양이지? 어서 가서 권법 연습이나 해.”백여 명의 병사들은 재빨리 진서준이 개량한 열풍권을 연습하러 뛰어갔다.“진서준, 방금 내 실력 어땠어?”허윤진은 깡충깡충 뛰어 진서준 앞으로 오더니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그러자 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칭찬했다.“정말 강하던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실력이 훨씬 늘었어.”“당연하지. 내가 누군데.”허윤진은 한껏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좋아, 너희는 알아서 구경하고 있어. 난 소정태의 상태를 좀 보고 올게.”소정태에게 중상을 입혔으니 진서준은 당연히 확인하러 가야 했다.진서준이 군구 병원에 도착했을 때, 간호사가 소정태에게 붕대를 감고 있었다.“진 교관님!”진서준이 오자마자 소정태는 벌떡 일어나 경례를 올렸다.“크게 다쳤는데 얼른 앉으세요.”진서준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한쪽에 있던 간호사는 놀라운 눈빛으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소정태가 어떤 사람인지 군구 전체가 다 알고 있었다.심지어 군구 최고 책임자를 마주해도 소정태는 항상 당당했다.그런 소정태가 이제 겨우 스무 살 넘은 청년에게 먼저 경례를
성미영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매년 혼자서만 집에 가다 보니 성미영에게 이성 친구가 있을 리 만무했다.성미영도 이제 3년만 지나면 서른이었기에 집에서는 성미영의 결혼 문제가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그런데 오늘 갑자기 이성 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이 들리자 가족들이 당연히 남자친구라고 착각한 것이다.그래서 기어코 성미영에게 진서준을 집으로 데려오라고 난리였다.“그냥 사실대로 말하면 되잖아?”진서준이 태연하게 말했다.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런 사소한 일이었다.“그게 통했으면 내가 지금 너한테 전화했겠어?”성미영이 짜증 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뭘 어쩌라는 거야? 설마 내가 직접 가서 해명하라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되물었다.“꼭 와야 해. 안 그러면 부모님이 날 가만히 안 둘 거라고.”성미영이 명령조로 말했다.“이봐, 지금 부탁하는 입장인데 말투가 그게 뭐야? 장난해?”진서준이 한마디 귀띔했다.“야, 진서준. 너 적당히 해. 지금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돼?”성미영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소리쳤다.“오후에 내가 너 안 도와줬어? 지금은 네가 나 도울 차례라고. 아니야?”진서준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정정하자면 너 없어도 난 하경범을 충분히 잡아 올 수 있었어. 오히려 너 배려해서 너희 성씨 가문 구역에서 난리 안 친 거라고.”“헛소리 작작 해!”성미영이 분노에 이를 갈았다.진서준의 말이 사실 틀린 말은 아닌데 왜 이렇게 재수 없게 들리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럼 끊는다?”진서준이 전화를 끊으려 했다.“끊지 마. 내가 지금 데리러 갈 거야. 오늘 밤에 확실히 설명하고 가. 안 그러면 부모님이 나 귀찮게 해 미칠 것 같다고.”성미영이 다급하게 말했다.“그럼 부탁해야지. 부탁할 땐 부탁하는 태도가 있는 법이거든.”진서준이 태연하게 말했다.사실 일부러 성미영을 약 올리는 건 아니었다.그냥 이 여자가 맨날 윗사람처럼 굴었고 매번 자기가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양, 가르
차 안.도지아는 직접 복수를 마친 뒤, 속이 어느 때보다 한결 더 시원했다.하지만 곧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진서준에게 물었다.“나중에 하경범이 복수하면 어떻게 하지?”“그럼 그냥 지옥에 보내버리면 돼. 너무 걱정되면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죽여버릴까?”진서준이 태연하게 말했다.어차피 그런 쓰레기는 살아 있을 가치도 없었다.진서준이 하경범을 바로 죽이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금단 현상이 올라올 때의 고통을 직접 맛보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죽여버리는 것보다 살아서 끔찍한 경험을 하게 하는 게 더 잔인한 법이었다.“아니야, 죽이는 게 오히려 그 녀석에게 자비를 베푸는 일이야.”도지아가 고개를 저었다.그 한마디로 도지아가 하경범을 얼마나 증오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경범은 도지아의 미래를 망가뜨렸고 행복했던 가족을 박살 내버렸다.이제 도지아는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도지아는 막막하기만 했다.호텔로 돌아오자 진서준이 물었다.“여기서 계속 있을 순 없잖아. 앞으로 어디로 갈 생각이야?”도지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예은에게 가볼까 해. 걔 집 넓잖아.”“그것도 괜찮네. 황예은은 돈이 넘치니까 황예은한테 붙어 있으면 먹고사는 걱정은 없겠네.”진서준이 장난스럽게 말했다.한편, 성현도가 빠르게 정보를 통제한 덕분에 하경범이 진서준에게 끌려갔다는 사실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하씨 가문 쪽에서도 하경범이 강제로 마약을 먹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집으로 돌아간 하경범은 곧장 본인이 키운 삼생파의 두목 이시언에게 연락했다.“하 도련님, 무슨 일입니까?”전화를 받은 이시언은 조금 의아해했다.하경범이 직접 연락해 오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마지막으로 연락했을 때도 사람을 납치하라고 시켰을 때였다.“당장 나한테 와.”하경범의 목소리가 얼음처럼 차가웠다.“네, 바로 가겠습니다.”이시언은 하경범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즉시 출발했다.30분 후, 이시언은 부하들을 데리고 하경범의 저택에 도착
“그럼 이제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 왜 굳이 날 물고 자빠지는 건데?”하경범은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너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이 납치당할 일도 없었겠지. 그럼 내 동생도 마약과 접촉할 일도 없었을 거잖아. 네 더러운 욕망만 아니었어도 우리 가족이 이렇게 풍비박산 날 일이 있었겠어?”도지아의 분노는 점점 극에 달했다.“내가 겪은 이 모든 고통은 전부 다 네 탐욕과 욕망 때문이야. 오늘 넌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해.”하경범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이제야 도지아가 진짜 죽을 각오로 덤비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내가 방금 조상규 삼촌에게 연락했어. 곧 도착할 거야. 삼촌이 오기 전까지는 너희가 아직 살아남을 기회가 남아 있어.”하경범은 이런 상황에서도 협박하기 시작했다.“그러니 함부로 날 건드리지 마. 날 손대는 순간, 너희 셋 다 살아서는 못 나갈 줄 알아.”“그 사람은 올 수 없어.”진서준이 느닷없이 말했다.“무슨 뜻이야?”하경범이 움찔하며 눈꺼풀을 떨었다.“이미 죽었거든. 이해했어?”진서준이 담담하게 대꾸했다.“뭐, 뭐라고?”하경범은 흠칫 떨더니 곧바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헛소리하지 마. 그럴 리 없어! 조상규 삼촌은 대종사야. 네놈 따위가 무슨 수로 대종사를 죽일 수 있어?”하경범은 조상규의 무도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예전에 습격당했을 때도 조상규가 나서서 하경범을 구해줬다.당당한 대종사인 조상규가 진서준 같은 애송이에게 당했을 리가 없었다.“못 믿겠으면 직접 전화해 봐. 전화 받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보지 그래?”진서준이 시큰둥하게 말하자 하경범은 급히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들려오는 건 통화 연결음뿐이었다.하경범은 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또다시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젠장, 전화 받아! 전화를 받으란 말이야!”하경범은 이제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졌다.“통화가 안 되지?”진서준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대체 왜 조상규 삼촌이 너 따위한테 당했는데?
“뭐가 두려워?”하경범은 자신만만했다.여긴 하씨 가문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르벨이었다.하경범은 진서준이 이곳에서 자기를 건드릴 용기가 있을 수 없다고 확신했다.“그럼 따라와 봐.”진서준이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경범아, 저 녀석 꽤 강해. 조심하는 게 좋아.”성현도가 목소리를 낮춰 경고했다.“걱정 마.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하경범은 가볍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진서준이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지 두고 보자는 심정이었다.차에 올라타자 하경범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의외네, 넌 여자들한테도 제법 인기가 많은 모양이구나. 황예은과 도지아만 있는 게 아니라 이번엔 또 새로운 여자가 곁에 있네.”하경범은 옆자리의 허사연을 힐끔 쳐다보며 능글맞게 웃었다.“아가씨, 저 녀석 따라다녀 봤자 아무런 미래도 없어. 나랑 함께하는 게 어때? 내 여자가 되면 평생 호화롭게 살게 해줄게. 명품, 스포츠카, 대저택, 뭐든 원하는 만큼 줄 수 있어.”허사연은 그 말에 쌀쌀하게 웃으며 대꾸했다.“그럼 네 목숨을 원한다면 줄 수 있어?”하경범 같은 부잣집 도령이 얼마나 많은 가정을 파탄 냈을지 모른다.진서준의 얘기를 들은 후, 허사연도 이 쓰레기를 당장 없애버리고 싶었다.“내 목숨을 달라고?”하경범은 어이없다는 듯 멍하니 있다가 곧 박장대소를 터뜨렸다.“날 죽이겠다고? 그래, 해봐. 근데 네 가족이 우리 하씨 가문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을까?”하경범의 목소리엔 살기가 서려 있었다.“거참 쉬지도 않고 조잘대네.”진서준은 쉴 새 없는 하경범의 멘트에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흥, 얼마 안 가 네가 내 앞에 무릎 꿇고 날 다시 보내게 될 거야. 내가 장담하지.”하경범은 눈을 가늘게 뜨며 진서준을 비웃었다.“오히려 네가 나한테 무릎 꿇고 목숨을 구걸하게 될걸?”진서준은 태연하게 받아쳤다.곧이어 진서준은 차를 한 폐기된 공장 앞에 세웠다.차에서 내리자 하경범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한곳에 걸터앉아 휴대폰
“뭐라고? 불법적인 일이 우리 가게에서 일어난다고? 말도 안 돼.”성현도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넌 전신전 소속이잖아. 그런데 네 오빠인 내가 어떻게 법률을 어기는 일을 하겠어?”“그럼 이 사람들은 왜 부른 거야? 집단 폭력도 불법이거든.”성미영은 차가운 시선을 보이며 성현도와 따졌다.“미영아, 이건 내가 싸우려던 게 아니야. 저 녀석이 일부러 시비 걸러 온 거라고.”성현도는 진서준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이놈이 일부러 우리 찻집에 난입해 행패를 부리고 상철을 두들겨 패서 머리에 혹이 다 나버렸어. 난 단순히 정당방위를 위해 부른 거라고.”성미영이 등장하자 성현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솔직히 실력만 놓고 보면 성현도는 성미영보다 한참 부족했다.게다가 성미영은 전신전 소속인지라 저 남녀가 군부 조직인 전신전을 적으로 돌릴 리 없었다.군대를 건드리는 순간, 무조건 좋은 결과는 있을 수 없었다.“진서준, 도대체 무슨 일이야?”성미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라? 너희 둘이 아는 사이야?”성현도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방금 내려놨던 마음이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난 사람을 찾으러 왔어. 하씨 가문 하경범이 이 위층에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어.”진서준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그리고 또 하나, 저 위에서 불법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도 하더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어.”이 말에 성현도의 표정이 단숨에 험악해졌고 즉시 반박에 나섰다.“헛소리 마. 우리 가게는 단순한 찻집이야. 불법적인 일 따윈 없어. 근거없는 소문을 왜 털어놓고 난리야?”“미영아, 저 녀석한테 속지 마. 난 네 사촌 오빠야. 내가 그런 불법적인 짓을 할 사람이겠어?”성미영이 곧바로 진서준에게 물었다.“진서준, 너 증거 있어?”“직접 올라가 보면 다 알게 될 거잖아?”진서준이 가볍게 말했다.“오빠, 위층으로 가자.”성미영이 단호하게 말했다.“그, 그건 좀 곤란해. 위층엔 귀
순간, 장내는 숨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모든 시선이 진서준에게 쏠렸고 사람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다들 진서준을 그냥 얼굴만 반반한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진짜 고수였다.성현도의 부하 중 최고 실력자조차 상대가 되지 않았다.성현도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렸고 상철을 향해서 욕설을 날렸다.“쓰레기 자식, 이런 애송이 하나도 못 이겨?”부하가 지면 망신당하는 건 결국 성현도 자신이었다.이대로 체면을 구긴 채 끝낼 수는 없었다.이대로 넘어가면 앞으로 르벨 재벌 2세들 사이에서 조롱거리가 될 게 뻔했다.“이봐, 네 실력이 괜찮은 건 인정할게.”성현도가 싸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근데 너 혼자서 백 명을 상대할 수 있어? 천 명은? 잘 들어. 내 부하는 수도 없이 많아. 너 같은 놈 하나 처리하는 데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해.”진서준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했다.“다시 말하지만 난 그냥 하경범을 찾으러 온 거야. 그 녀석만 넘기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해주지.”“없던 걸로 한다고?”성현도가 그 말에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너 지금 누굴 상대로 협상하려 드는 거야? 난 성씨 가문의 직계야. 날 건드리면 상대해야 할 건 나 하나가 아니라 우리 가문 전체라고.”그때,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검은색 전투복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이 남자들은 전부 성씨 가문의 경호원이었고 실력도 만만하지 않았다.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무려 50명 이상이었다.한순간에 텅 비어 있던 로비가 사람들로 꽉 찼다.“저 자식 끝났네. 이 정도 성씨 가문 인원이라면 아무리 강해도 버틸 수가 없지.”“그러게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없잖아.”“왜 쓸데없이 성현도를 건드린 거지? 스스로 무덤을 판 거잖아.”구경꾼들은 이 광경에 각자 다른 감정을 보였다.누군가는 동정을, 누군가는 아쉬움을, 또 누군가는 짙은 흥미를 보였다.“사연아, 넌 좀 쉬어. 이놈들은 내가 처리할게.”진서준이 앞으로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키가 거의 2미터에 달하는 거구의 사내가 찻집 안으로 들어왔다.남자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상철아, 저놈 다리 하나 부러뜨려서 내던져.”성현도가 진서준을 가리키며 명령했다.“알겠습니다.”상철은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진서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서준아, 내가 할게.”허사연의 눈에는 불꽃 같은 전투욕이 타올랐다.“조심해. 저 녀석은 횡련 종사야.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진서준이 조용히 귀띔했다.“알았어. 설령 못 이긴다고 해도 어차피 네가 있잖아?”허사연이 장난스럽게 웃었다.진서준이 곁에 있는 한, 허사연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이봐, 사내자식이 여자 뒤에 숨는 게 말이 돼?”상철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봐, 껑충이. 여자를 얕보지 마. 일단 이기고 나서 말해.”허사연이 상철을 도발했다.“아가씨, 그런 기생오라비 말고 날 따르지 그래? 밤마다 널 천국으로 보내줄 수 있는데?”상철이 음흉하게 웃었다.“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얼굴이 싸늘해진 허사연이 주먹을 날렸다.강렬한 펀치가 공기를 가르며 폭발음을 일으켰고 그 위력은 철판도 뚫을 수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상철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가만히 서 있어도 넌 날 어쩔 수 없어.”“닥쳐!”허사연이 분노에 차 주먹을 그대로 상철의 얼굴로 내리꽂았다.상철은 일부러 머리를 숙이며 대머리 정수리로 받아냈다.쿵!둔탁한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주먹이 상철의 머리를 강타했으나 대머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허사연이 몇 걸음 물러섰다.순간 손에 뜨거운 통증이 밀려왔고 뼈가 부서질 것 같았다.손을 확인하자 하얀 피부였던 손등이 새빨갛게 부어올랐다.상철은 자기 머리를 한번 쓸어내리더니 빙그레 웃었다.“아가씨, 이제 내 실력을 알겠지?”그 모습에 허사연의 승부욕이 다시 불타올랐고 콧방귀를 뀌며 다시 달려들었다.이번에는 다리를 높이 들어 올려 상철의 머리를 내려찍었다.‘머리가 단단하다고 자랑하
이렇게 예쁘고 섹시한 여자가 싸움 실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완전 여성판 이소룡이었다.“너, 너희들 정말 너무 대담한 거 아니야? 여기가 어디인지 알기나 해? 어디서 대놓고 싸움질이야?”종업원은 순간 놀란 뒤 분노에 찬 얼굴로 진서준와 허사연을 가리켰다.찻집이 문을 연 이후로 이렇게 난동을 부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진서준과 허사연이 첫 사례였다.주변의 구경꾼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싸움 좀 하면 뭐해? 여긴 성씨 가문의 구역이야. 성씨 가문에서 한마디만 하면 저 남녀는 오늘 밤중으로 사라지겠지.”“어휴, 저 여자 너무 아까워. 저렇게 예쁜데 왜 죽지 못해서 안달이지?”“여자는 살 수도 있겠지만 남자는 무조건 죽을걸.”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리며 이미 진서준과 허사연의 결말을 예상하는 듯했다.“그럼 네 말대로라면 내가 널 때린다 해도 얌전히 맞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허사연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종업원에게 다가갔다.“오지 마!”종업원은 겁에 질려 연신 뒷걸음질 쳤다.“어떤 미친놈이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그 순간, 2층에서 한 사람이 내려왔다.모두가 일제히 시선을 돌려 그 사람을 확인하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성현도가 오늘 여기 있었네?”누군가 그 청년을 알아보았다.“저 둘 끝장났네. 성현도는 악명 높은 냉혈한이야.”그 청년은 바로 찻집의 사장인 성현도였다.성현도는 르벨 재벌 2세 사이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친구에게는 무조건 의리를 지키지만 적에게는 무자비했다.성현도의 고문 방법은 수도 없이 많았고 게다가 무인으로서 무공 실력도 상당했다.“사장님, 저 남녀가 와서 난동을 부렸어요.”종업원은 성현도를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장이 나온 걸 확인한 허사연은 주먹 한 방에 종업원을 기절시켜 버렸다.“뭐야?”성현도의 눈이 가늘어졌고 표정이 험악해졌다.자기 앞에서 대놓고 부하를 때리다니, 이건 너무나도 명백한 도발이었다.“아가씨, 우리 처음 보는 사이 맞지? 우리
그리고 오후 2시가 되자 진서준은 허사연을 데리고 조호가 말한 천국찻집으로 향했다.겉모습만 보면 이 찻집은 진짜 전통찻집 같았고 규모도 꽤 컸다.하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1층과 2층까지는 정말 평범한 찻집처럼 꾸며져 있었고 누가 봐도 이상한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하지만 3층으로 올라가려면 회원권이 있어야 하거나 사장이 직접 허락한 사람만 출입할 수 있었다.“손님, 아가씨,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진서준과 허사연이 차를 마시러 온 줄 안 종업원이 빠르게 달려와 안내하려 했다.“그럴 필요 없어. 난 하경범을 찾으러 왔거든.”진서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종업원이 순간 얼어붙었다.“혹시 하씨 가문의 하 도련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맞아.”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손님은 누구신지...”종업원이 신중하게 물었다.진서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냥 복수하러 왔다고 전해.”그놈 아버지라고 하는 건 자기를 모욕하는 것과 같았고 친구라고 하기도 기분이 더러웠다.그 말에 종업원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손님, 여기서 장난치지 마세요.”하경범은 르벨에서 유명한 재벌 2세였다.이 찻집의 사장과도 막역한 사이였고 여기서 일하는 직원이라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왜? 못 믿겠어?”진서준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손님, 하 도련님에게 복수하려던 사람은 단 하루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종업원이 경고하듯 말했다.“그런 농담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그 말을 듣자 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전해. 그 하경범이 두들겨 맞고 나자빠지게 했던 진서준이 왔으니 당장 기어 나오라고 말이야.”진서준의 뻔뻔한 태도에 종업원은 어이가 없었다.“좋습니다. 손님이 그렇게 죽고 싶다면 제가 기꺼이 도와드리죠.”종업원은 바로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문제 발생했습니다. 난동자가 있습니다.”쿵! 쿵!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건장한 남자 스무 명이 들이닥쳤다.전부 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