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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진서준은 엄마를 보더니 몸에 스친 살의가 일찌감치 사라졌다.

“엄마, 내가 감방에서 아주 대단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분이 내게 무술과 의술을 가르쳐줬어요. 엄마 얼굴에 난 상처랑 부러진 다리까지 전부 치료해 드릴게요.”

가슴이 움찔거렸던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네가 이런 마음을 지닌 건 고맙지만 엄마는 네가 참 걱정이구나! 절대 두 번 다시 사고 치지 말아. 일자리 찾아서 이씨 일가에 진 빚을 다 갚고 우리 열심히 살아보자꾸나.”

진서준이 엄마를 다독이며 대답했다.

“네, 엄마 말 들을게요. 지금 바로 나가서 일자리 찾아볼게요.”

“그래, 일찍 돌아오너라. 이따가 서라한테 전화해서 퇴근하고 올 때 너 먹일 영양제 좀 사 오라고 해야겠어.”

조희선은 마음속에 어렴풋이 희망이 생겨났다.

집을 나선 진서준은 깊은 눈동자 속에 서늘한 한기가 스쳤다.

‘지난날의 피맺힌 원한을 오늘 반드시 백 배로 갚게 해 줄 거야!’

...

“아빠, 조금만 버텨요. 병원 거의 다 왔어요! 언니, 좀 더 빨리 몰아!”

창백한 얼굴에 겨우 숨을 몰아쉬는 아빠를 보며 허윤진이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울지 마, 윤진아. 아빠 괜찮아.”

허성태가 간신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콰당!

전력 질주하던 마이바흐가 갑자기 급정거했고 뒤에 앉은 허성태 부녀가 화들짝 놀랐다.

허윤진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쏘아붙였다.

“언니, 왜 갑자기 급정거해?”

운전하던 허사연이 안전벨트를 풀고 허둥지둥 차 문을 열었다.

“나 사람 쳤어!”

“뭐?”

허 씨네 세 부녀가 함께 차에서 내렸다.

진서준은 안 그래도 화가 나 있었는데 차에 부딪히기까지 하니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운전 어떻게 하는 거야? 똑바로 못 해?!”

그는 버럭 고함을 질렀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제가 병원 모시고 가서 검사시켜 드릴까요?”

허사연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의 진심 어린 태도에 진서준은 분노가 많이 가라앉았다.

한편 뒤에 서 있는 허윤진은 팔짱을 끼고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언니, 이딴 사람에게 왜 사과해? 보면 몰라? 일부러 삥뜯으려고 이러는 거잖아! 몸에 다친 곳 하나 없다고.”

허윤진의 말에 진서준은 또다시 분노가 차올랐다.

“지금 누가 삥뜯는다는 거죠?”

진서준이 미간을 구기고 분노 조로 쏘아붙였다.

허윤진은 그를 사납게 노려보며 되물었다.

“그냥 인정하시죠!”

허성태가 기침을 세게 하며 상태가 더 나빠졌다.

허사연은 안색이 돌변하여 싸늘한 말투로 얼른 말다툼하는 두 사람을 말렸다.

“두 사람 그만 해요. 아빠 병원으로 모셔야 한단 말이야!”

허윤진은 차가운 시선으로 진서준을 쳐다보다가 가방에서 400만 원 현찰을 꺼내 그의 앞에 내던졌다.

“이 돈 갖고 꺼져!”

진서준은 돈을 본 게 아니라 이제 곧 생을 마감할 허성태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이분 병원 가도 치료 못 해요. 10초 뒤에 무조건 내상이 발작하고 3분 안에 죽을 겁니다.”

말을 마친 진서준은 더는 상대와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아 몸을 홱 돌리고 자리를 떠났다.

다만 허윤진은 그의 말이 왠지 일부러 아빠를 저주하는 것처럼 들렸다.

“거기 서!”

그녀는 재빨리 진서준 앞으로 다가가 그를 노려보더니 힘껏 밀쳤다.

“야 이 새끼야, 네가 뭔데 감히 우리 아빠를 저주해!”

이때 허성태가 갑자기 가슴팍을 움켜쥐고 괴로운 얼굴로 바닥에 쓰러졌다.

“아빠!”

이를 본 허사연은 식겁하여 비명을 질렀고 허윤진도 재빨리 아빠 곁으로 달려갔다.

허사연은 좀 전에 진서준이 한 말이 떠올라 서둘러 그에게 물었다.

“정말 우리 아빠를 구할 수 있어요?”

진서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당연하죠. 근데 내가 왜 구해야 하죠?”

허윤진은 그에게 소리치고 밀치기까지 했다. 진서준은 천사가 아니다.

그의 심기를 건드렸으면 분노를 가라앉게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세계 갑부가 와도 선뜻 나서서 구하지 않을 테니까.

허사연의 표정이 살짝 변하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우리 아빠를 살려주시면 20억을 드릴게요!”

“그게 다예요?”

진서준이 허윤진을 쳐다봤다.

“그럼 뭘 더 원하는데요?”

허윤진이 충혈된 두 눈으로 진서준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아직도 그녀는 거만한 태도로 진서준을 째려보고 있었다.

아빠의 안색이 점점 더 창백해지자 허사연이 마음속으로 아주 놀랄 만한 결정을 내렸다.

“그쪽이 만약 우리 아빠를 구해주신다면 제가 그쪽과 결혼할게요.”

허윤진이 흠칫 놀라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언니, 이런 남자가 언니한테 가당키나 해?”

그녀는 진서준을 쳐다보며 분노 조로 말했다.

“우리 언니 함부로 넘보지 말아요! 그쪽이 우리 아빠 구하면 내가 그쪽이랑 결혼할게요!”

진서준의 눈가에 야유가 살짝 스쳤다.

“두 사람 모두 내게 시집온다면 지금 바로 구해줄게요.”

두 자매는 놀랍기도 하고 화나기도 했다.

젊은 청년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풉!

바닥에 누워있던 허성태가 갑자기 피를 한 모금 토했다.

허사연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그쪽 요구대로 할게요.”

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구창욱 어르신이 준 은침을 꺼내 허성태의 가슴팍에 꽂았다.

순간 진서준의 기질에 천지개벽의 변화가 일어났다.

그는 마치 아무도 감히 모독할 수 없는 신명처럼 짙은 위엄이 드리운 가운데 천하를 불쌍히 여기는 자비가 서려 있는 것만 같았다.

얼굴이 창백했던 허성태는 눈에 보이는 속도로 혈색이 돌아오고 괴로운 표정도 서서히 사라졌다.

“방금 그 약속 아직 유효하죠?”

진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허사연 자매는 정신을 차리고 두 눈에 경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가 진짜 아빠를 살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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