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령문의 제자 중 일부는 그 맹수를 애완동물로 키우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매번 누렁이를 마주칠 때면 황급히 도망갔고, 누렁이와 눈빛을 마주할 배짱도 없었다.그런데 젊은 청년 진서준이 누렁이를 애완동물이라고 하니 다들 깜짝 놀랐다.도관 사람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진서준은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내가 말하고 있잖아요. 안 들려요?”우레와도 같은 목소리에 도관 속 제자들은 깜짝 놀랐다.“들었어요, 들었어요...”제자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겁에 질린 얼굴로 진서준과 누렁이를 바라보았다.진서준의 뒤를 따르던 천경문 등 사람들은 어쩔 수가 없었다.현재 사부님이 없으니 아무도 감히 진서준의 심기를 건드릴 수 없었다. 그들은 진서준의 말에 따라야 했다.“진서준 씨, 여기 객방이 있으니 저희를 따라오시죠.”천경문은 서둘러 진서준을 객방으로 안내했다.진서준 등 네 사람에게 거처를 마련해준 뒤 천경문이 말했다.“진서준 씨, 또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저희가 최대한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그쪽 사부님이 빨리 출관하기만 하면 됩니다.”진서준은 덤덤히 말했다.“네, 제가 지금 사람을 뒷산으로 보내겠습니다.”천경문은 정중하게 말했다.“다른 일 없으면 전 이만 물러나겠습니다.”“잠시만요!”진서준이 천경문을 불러세워서 물었다.“여기 목욕할 때 쓸 나무 욕조가 있나요?”천경문은 흠칫했다. 그는 진서준이 왜 갑자기 나무 욕조를 찾는 건지 알지 못했다.그러나 그는 솔직히 대답했다.“네, 저희 목욕실에 나무 욕조가 있습니다.”“지금 당장 그곳에로 안내해 주시죠.”진서준은 용혈과가 담긴 박스를 들고 천경문을 따라 목욕실로 향했다.목욕실 안에는 나무 욕조 십여 개가 있었다.화령문 사람들은 평소 이곳에서 샤워를 했다.“깨끗한 나무 욕조는 없습니까?”진서준은 미간을 구기면서 물었다.그는 잠시 뒤 용혈과로 몸을 씻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반드시 깨끗한 나무 욕조가 필요했다.“네, 그 나무 욕조는
액체는 마치 붉은색의 작은 뱀처럼 진서준의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그 액체는 진서준의 체내로 흘러든 뒤 장철결의 궤적을 따라서 진서준의 온몸에 있는 경맥을 한 바퀴 돌았고, 마지막에는 혈액에 모여들었다.모든 과정에서 진서준의 몸에서 뚝딱거리는 소리가 뚜렷이 들렸다.진서준은 몸이 점점 더 무거워지는 걸 느꼈다. 마치 커다란 산이 그의 어깨 위를 짓눌러서 언제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다.욕조 안에 액체가 반쯤 남았을 때 진서준은 손을 뻗어 옆에 놓인 용혈과를 들어서 한입에 삼켰다.용혈과가 배에 들어가자 체내에서 불타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점점 더 강렬해졌다. 마치 누군가 그의 배 속에 불을 지른 것처럼, 오장육부가 뜨거워서 견디기가 힘들었다.몸을 단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쉬웠다면 화진에는 무도 종사가 아니라 횡련 종사가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몸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수련 과정에서 몸이 터져서 죽을 수도 있었다.진서준이 목욕하고 있을 때 밖에서는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보운산의 산허리 쪽에 네 명의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그 네 명은 줄곧 진서준의 뒤를 밟았던 혈운 조직의 네 명의 대성 종사였다.“이 산에 숨어 사는 화령문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예준섭은 고개를 들어 높은 산봉우리를 바라보면서 덤덤히 말했다.“그래요, 그런 문파가 있었던 거를 기억해요. 형님 말을 들어 보니 수백 년 전까지는 인재가 아주 많았는데 지금은 예전 같지 않은 것 같았어요.”변정선이 말했다.“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이 길 하나뿐이니, 오늘 그 자식은 절대 도망치지 못하겠네.”대화하는 사이 하신우가 손을 움직이자 채찍 하나가 그의 손에 들렸다.팍 소리와 함께 하신우가 갑자기 채찍을 휘둘러 등 뒤에 있는 나무를 때렸다.채찍이 휘둘러지자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그를 공격하려던 독사의 머리가 굴러 떨어졌다.나머지 세 명은 보지 못한 것처럼 천천히 산 위로 걸음을 옮겼다.호산대진은 이미 파괴되었기에 네 사람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예준섭 등 네 명이 화령문에 들어온 뒤 화령문의 제자들은 불청객인 그들을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았다.“당신들은 누구죠? 누굴 찾으러 온 거예요?”한 제자가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그의 눈빛에서 경계가 보였다.화령문의 제자들은 네 사람에게서 살기를 느꼈다.“서울에서 온 진 마스터더러 나오라고 해.”함영식은 목소리가 크지 않았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그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심지어 대전 안에서 의논하고 있던 천경문 등 네 사람도 그 목소리를 들었다.네 사람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대전에서 나갔다.예준섭 등 네 명을 본 천경문은 미간을 구겼다.“당신들은 누구예요? 왜 우리 화령문에 온 거죠?”함영식 등 사람들은 대답하지 않고 상대방을 위아래로 훑어봤다.“술법 마스터네. 선영경에 도달하지도 못하다니, 화령문도 정말 몰락하긴 했어.”예준섭이 불쌍하다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상대방이 자신의 실력을 바로 알아보자 천경문 등 사람들은 안색이 달라졌다.그들은 분명 악의적이었다.“딱 한 번 더 말하죠. 지금 당장 우리 화령문을 떠나요. 그렇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요!”천경문이 총채를 꺼내면서 차갑게 그들을 보았다.“나도 한 번 더 말하지. 화령문 안에 숨어있는 진 마스터더러 나오라고 해!”마지막 몇 글자에서 변정선은 갑자기 목청을 돋우었다.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에 적지 않은 제자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들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심지어 천경문의 사형제들도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그는 무려 대성 종사였다.방 안에서 짐을 정리하던 권해철은 그 목소리를 듣고 곧바로 달려가서 대전 앞에 섰다.그동안 권해철은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면서 변정선 등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었다.그는 그 네 명이 혈운 조직의 종사라는 걸 곧바로 알아봤다.예전에 진서준이 만월호에서 유혁수를 죽였을 때, 권해철은 진서준이 분명 혈운 조직에 노려질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혈운 조직이 이때 복수하러 찾아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게다가 한 번에 네 명이나
조금 전 진서준이 목욕하러 갔을 때, 권해철이 그를 한 번 찾아갔었다.천경문이 권해철에게 진서준이 수련하고 있는 것 같으니 아무도 방해하게 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이대 혈운 조직의 네 종사가 진서준의 위치를 찾았다면, 진서준은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다.“원래 당신들을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당신들이 너무 멋모르고 날뛰네.”함영식이 등 뒤에서 반짝이는 은빛 검 두 개를 꺼냈다.그것은 갈혈도였다.갈혈도에는 두 개의 긴 용이 새겨져 있었다.갈혈도는 피를 묻힌 뒤 며칠 지나면 그 위의 피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긴 용의 무늬를 전부 채워서야 서서히 사라진다고 한다.제자가 네 명에게 죽임당하자 천경문은 화가 나 미칠 것만 같았다.함영식이 먼저 검 두 개를 꺼내니 천경문도 더는 참고 있을 수 없었다.그래서 천경문은 자신의 총채를 꺼냈다. 그는 본인이 함영식의 상대가 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곧장 함영식에게로 달려들었다.“죽으려고!”다가온 천경문을 본 함영식은 차갑게 웃었다.함영식은 내력을 운용하였고 붉은색 강기가 그의 두 검을 감쌌다.그는 검 두 개를 휘두르면서 아주 빠르게 움직였다. 마치 공기까지 찢어버릴 듯했다.천경문은 감히 방심하지 못하고 분노에 차서 고함을 지르며 체내의 진기를 미친 듯이 운용했다. 곧 그의 옆에 12개의 자줏빛 번개가 나타났다.번개는 순식간에 함영식을 공격했다.그와 동시에 천경문은 함영식의 두 검을 향해 들고 있던 총채를 휘둘렀다.천경문응 이를 악물었다. 이 순간 그는 사력을 다했다.맹렬한 공세를 퍼붓는 천경문의 모습에 함영식의 눈빛이 차가워졌다.검 두 개를 든 그는 한 검으로는 천경문의 육중한 총채를 막아냈고 다른 한 검으로는 12개의 자줏빛 번개를 베었다.쿠구궁...총채와 칼날이 부딪히자 두 사람의 발밑에서 바닥이 갈라지면서 거미줄 같은 균열이 사방으로 뻗어져 나갔다.이와 동시에 12개의 번개 또한 코앞까지 왔다.함영식이 든 긴 검이 공중에서 움직이며 1초 사이에 12번 휘둘러졌다.공기 속의 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있다.화령문의 네 장로와 혈운 조직의 네 종사가 싸울 때 전해진 여파를 화령문의 제자들은 감당할 수 없었다.적지 않은 제자들이 제때 뒤로 물러나지 못해서 멀리 날아가 입에서 피를 토했다.권해철도 다가가서 도와주고 싶었으나 호산대진 안으로 들어갔을 때 호산대진으로 인해 크게 다친 터라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은 상태였다.지금 도와준다고 나서봤자 오히려 천경문 등 사람들에게 짐이 될 것이다.누렁이는 호시탐탐 예준섭 등을 바라보았다. 누렁이의 눈동자에서 두려움이 보였다.맹수는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인간보다 훨씬 더 뛰어났다.게다가 누렁이는 진서준의 검으로 인해 다친 적이 있었다. 비록 진서준이 치료해 주긴 했지만 아직 격렬한 운동을 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상처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권해철 어르신,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 사람들은 다 누구예요?”허윤진이 달려왔다. 혈운 조직의 네 종사를 본 그녀는 의아한 얼굴이었다.“그들은 혈운 조직의 종사예요. 진 마스터님께 복수하러 온 사람들이죠.”권해철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뭐라고요? 혈운 종사라고요?”허윤진은 겁을 먹고 깜짝 놀라서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우리가 보운산에 있다는 걸 그 사람들이 어떻게 안 걸까요?”“아마도 줄곧 우리 뒤를 밟은 것 같아요.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고요.”권해철은 탄식하며 말했다.혈운 종사가 가장 잘하는 것이 바로 미행과 암살이었다.진서준 등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미행하는 것은 그들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진서준 씨는요? 어디 있어요?”허윤진은 불현듯 진서준이 그곳에 없다는 걸 발견했다.권해철은 서둘러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진 마스터님은 지금 수련하고 계세요.”수련하고 있을 때가 방어력이 가장 약할 때였다.만약 혈운 조직 사람들이 진서준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게 되면 진서준은 분명 죽을 것이다.“뭐라고요? 왜 이럴 때 수련하고 있대요?”허윤진은 초조해 보였다.쿵!한 사람이 싸우는 와중에
그 제자들은 앞날이 창창했다.이렇게 이곳에서 죽게 된다면 장로들은 앞으로 무슨 면목으로 화령문의 역대 장문인을 마주한단 말인가?“너희들은 오늘 한 명도 떠날 수 없어!”변정선은 사장로와 다른 제자들에게 차갑게 웃었다.“오늘은 화령문의 모든 이들의 목숨을 빼앗아 우리 혈운 조직을 모욕해서는 안 된다는 걸 세상 사람들에게 전부 알릴 것이다.”퍽퍽퍽!세 번의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천경문 등 세 사람도 공격받고 날아가서 바닥에 세게 쓰러졌다.세 사람 모두 크게 다쳤다. 그중에서도 천경문의 상처가 가장 심각했다. 그가 입고 있는 도포는 다 찢겨나갔고 온몸에 검에 베인 흔적과 피가 가득했다.반대로 예준섭 등 네 명은 상처 하나 없고 숨조차 헐떡이지 않았다.그 광경에 사람들은 마음이 가라앉았다.천경문 일행은 그들에게 상처 하나조차 남기지 못했다. 그러니 그들의 제자들은 더더욱 불가능했다.혈운 조직 앞에서 천경문 일행은 아무런 승산도 없었다.“우리 제자들은 보내줘. 대신 진서준 씨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지!”천경문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천경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특히 권해철과 허윤진은 심장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이때 진서준의 위치가 노출된다면 진서준은 틀림없이 죽을 것이다.“그럴 필요 없어. 당신들을 다 죽이면 천천히 찾아봐도 되니 말이야.”변정선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하나뿐이야. 그 자식이 날개라도 달리지 않은 이상 도망칠 수는 없어. 그리고 그 자식 여자 친구도 이곳에 있잖아?”허윤진이 그곳에 있으니 예준섭 등 사람들은 진서준이 나타나지 않고 몰래 도망치지는 않을 거로 생각했다.“당신들...”천경문은 예준섭 일행이 화령문 사람들을 전부 죽일 정도로 이렇게 악랄할 줄은 몰랐다.“크억!”뒤에서 계속 관전했던 누렁이가 갑자기 으르렁거리면서 펄쩍 뛰었다.그리고 몸 전체가 갑자기 커지기 시작하면서 털이 붉은색으로 변했다. 누렁이는 마치 운석처럼 하늘에서 추락하며 예준섭 일행을 덮
석벽에 파묻힌 누렁이를 본 허윤진은 두 손으로 자신의 옷깃을 꽉 쥐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걱정스러움이 가득했다.누렁이가 처음에는 허윤진에게 많은 공포를 가져다줬었지만, 진서준이 누렁이에게 어수인을 남긴 뒤로 누렁이는 마치 애완견처럼 온순해졌고, 그로 인해 허윤진은 누렁이를 자신의 애완동물로 여겼다.그런데 그런 누렁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알 수 없으니 허윤진은 무척 초조해졌다.“그렇게 저 짐승이 걱정돼?”허윤진을 바라보는 변정선의 눈동자에서 음욕이 보였다.혈운 조직의 종사와 다른 무인들은 큰 차별점이 있었다.그들에게는 실력이 가장 주요했다. 그들은 약자들을 학살하면서 자신의 공허하고 무료한 생활을 채우려고 했다.살인, 강간, 악행이란 악행은 모두 저질렀다.네 종사의 나이를 다 더하면 200살이 넘지만, 다들 여자라면 사족을 못 썼다.“짐승이 아니에요. 이름 있어요. 제 애완동물이에요!”허윤진은 이를 악물고 반박했다.“애완동물?”변정선의 표정이 더욱 음흉해졌다.“그러면 너도 내 애완동물 해. 지금보다 훨씬 더 편하게 살 수 있을 거야.”변정선의 더러운 발언에 허윤진은 화가 나서 몸을 덜덜 떨었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그녀는 많은 무인들을 만났었고 다들 하나같이 고상했다.그러나 변정선은 그저 나이만 먹은 양아치였고 종사로서의 기품은 전혀 없었다.권해철은 화를 내며 말했다.“변정선, 입 간수 좀 잘해. 진 마스터님께서 나오면 네 입을 찢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변정선은 그 말을 듣자 같잖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그러니까 진 마스터 보고 빨리 나오라고 해. 안 그러면 진 마스터 여자 친구를 가만두지 않을 테니 말이야.”권해철은 바짝 긴장해서 낮은 목소리로 허윤진에게 말했다.“허윤진 씨, 어서 가서 진 마스터님을 찾으세요. 제가 이 네 사람을 붙잡아둘게요!”“다들 조심해요. 지금 당장 진서준 씨를 불러올게요!”허윤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몸을 돌려 목욕실로 달려갔다.허윤진이 몸을 돌려 도망쳤
예준섭은 상황을 보고 천천히 말했다.“남주성의 권해철은 풍수살술에 능통하다는 말은 들어봤었는데, 이게 바로 당신의 비장의 무기죠?”권해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현재 말할 힘도 없었다.조금 전의 뇌전비검으로 그는 많은 진기를 소모했다.만약 보운산의 영기가 짙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 풍수살술을 다시 쓰지 못했을 것이다.천경문 일행은 그때야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더니 곧이어 체내의 마지막 남은 진기를 사용하여 풍수살술을 설치했다.이 풍수살술은 화령문의 절학이었다.실력이 엇비슷한 상황에서 무도 종사가 풍수살술을 마주하게 된다면 죽을 수밖에 없었다.네 사람이 힘을 합쳐 포진하고 나니 곧 풍수살술의 진법이 나타났다.이 풍수살술은 기운을 물체처럼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의 감각을 매혹시키는 수단이 있었다.“방심해서는 안 돼.”예준섭이 나머지 세 명에게 당부했다.“알아요. 하지만 저자들은 이미 심하게 다친 상태예요. 이 풍수살술의 위력 또한 크게 줄어들 거예요.”변정선이 덤덤히 말했다.말하는 사이 네 사람 앞에 갑자기 안개가 피어올랐다. 하나는 뱀이고 하나는 호랑이였는데 거의 3미터는 될 법한 흰색의 맹수가 등장과 동시에 울부짖었다.뱀과 호랑이는 겉모습이 흉악하고 실력도 예사롭지 않았다. 발톱으로 살짝 긁었을 뿐인데 바닥 석판이 소리가 나면서 부서져 산산이 조각났다.“둘이 하나씩 없애.”예준섭 일행은 동시에 두 개의 안개로 된 맹수를 향해 달려들었다.흰 안개 속에서, 풍수살술을 포진한 권해철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보지 못했다.그저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울음소리가 은근히 들려올 뿐이었다. 적지 않은 제자들이 그 소리에 귀청이 째질 듯한 기분을 느껴 서둘러 손으로 귀를 막았다.“파괴되어라!”예준섭은 장검을 들고 조금은 흐릿하게 보이는 흰 뱀의 머리를 잘랐다.그 순간 흰 뱀은 울음소리를 냈고 머리 위 비늘이 산산이 조각났다. 검기가 뱀의 머리에서부터 시작해 그것의 온몸으로 퍼져나갔다.흰 뱀은 순식간
성미영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매년 혼자서만 집에 가다 보니 성미영에게 이성 친구가 있을 리 만무했다.성미영도 이제 3년만 지나면 서른이었기에 집에서는 성미영의 결혼 문제가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그런데 오늘 갑자기 이성 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이 들리자 가족들이 당연히 남자친구라고 착각한 것이다.그래서 기어코 성미영에게 진서준을 집으로 데려오라고 난리였다.“그냥 사실대로 말하면 되잖아?”진서준이 태연하게 말했다.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런 사소한 일이었다.“그게 통했으면 내가 지금 너한테 전화했겠어?”성미영이 짜증 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뭘 어쩌라는 거야? 설마 내가 직접 가서 해명하라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되물었다.“꼭 와야 해. 안 그러면 부모님이 날 가만히 안 둘 거라고.”성미영이 명령조로 말했다.“이봐, 지금 부탁하는 입장인데 말투가 그게 뭐야? 장난해?”진서준이 한마디 귀띔했다.“야, 진서준. 너 적당히 해. 지금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돼?”성미영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소리쳤다.“오후에 내가 너 안 도와줬어? 지금은 네가 나 도울 차례라고. 아니야?”진서준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정정하자면 너 없어도 난 하경범을 충분히 잡아 올 수 있었어. 오히려 너 배려해서 너희 성씨 가문 구역에서 난리 안 친 거라고.”“헛소리 작작 해!”성미영이 분노에 이를 갈았다.진서준의 말이 사실 틀린 말은 아닌데 왜 이렇게 재수 없게 들리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럼 끊는다?”진서준이 전화를 끊으려 했다.“끊지 마. 내가 지금 데리러 갈 거야. 오늘 밤에 확실히 설명하고 가. 안 그러면 부모님이 나 귀찮게 해 미칠 것 같다고.”성미영이 다급하게 말했다.“그럼 부탁해야지. 부탁할 땐 부탁하는 태도가 있는 법이거든.”진서준이 태연하게 말했다.사실 일부러 성미영을 약 올리는 건 아니었다.그냥 이 여자가 맨날 윗사람처럼 굴었고 매번 자기가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양, 가르
차 안.도지아는 직접 복수를 마친 뒤, 속이 어느 때보다 한결 더 시원했다.하지만 곧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진서준에게 물었다.“나중에 하경범이 복수하면 어떻게 하지?”“그럼 그냥 지옥에 보내버리면 돼. 너무 걱정되면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죽여버릴까?”진서준이 태연하게 말했다.어차피 그런 쓰레기는 살아 있을 가치도 없었다.진서준이 하경범을 바로 죽이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금단 현상이 올라올 때의 고통을 직접 맛보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죽여버리는 것보다 살아서 끔찍한 경험을 하게 하는 게 더 잔인한 법이었다.“아니야, 죽이는 게 오히려 그 녀석에게 자비를 베푸는 일이야.”도지아가 고개를 저었다.그 한마디로 도지아가 하경범을 얼마나 증오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경범은 도지아의 미래를 망가뜨렸고 행복했던 가족을 박살 내버렸다.이제 도지아는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도지아는 막막하기만 했다.호텔로 돌아오자 진서준이 물었다.“여기서 계속 있을 순 없잖아. 앞으로 어디로 갈 생각이야?”도지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예은에게 가볼까 해. 걔 집 넓잖아.”“그것도 괜찮네. 황예은은 돈이 넘치니까 황예은한테 붙어 있으면 먹고사는 걱정은 없겠네.”진서준이 장난스럽게 말했다.한편, 성현도가 빠르게 정보를 통제한 덕분에 하경범이 진서준에게 끌려갔다는 사실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하씨 가문 쪽에서도 하경범이 강제로 마약을 먹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집으로 돌아간 하경범은 곧장 본인이 키운 삼생파의 두목 이시언에게 연락했다.“하 도련님, 무슨 일입니까?”전화를 받은 이시언은 조금 의아해했다.하경범이 직접 연락해 오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마지막으로 연락했을 때도 사람을 납치하라고 시켰을 때였다.“당장 나한테 와.”하경범의 목소리가 얼음처럼 차가웠다.“네, 바로 가겠습니다.”이시언은 하경범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즉시 출발했다.30분 후, 이시언은 부하들을 데리고 하경범의 저택에 도착
“그럼 이제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 왜 굳이 날 물고 자빠지는 건데?”하경범은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너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이 납치당할 일도 없었겠지. 그럼 내 동생도 마약과 접촉할 일도 없었을 거잖아. 네 더러운 욕망만 아니었어도 우리 가족이 이렇게 풍비박산 날 일이 있었겠어?”도지아의 분노는 점점 극에 달했다.“내가 겪은 이 모든 고통은 전부 다 네 탐욕과 욕망 때문이야. 오늘 넌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해.”하경범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이제야 도지아가 진짜 죽을 각오로 덤비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내가 방금 조상규 삼촌에게 연락했어. 곧 도착할 거야. 삼촌이 오기 전까지는 너희가 아직 살아남을 기회가 남아 있어.”하경범은 이런 상황에서도 협박하기 시작했다.“그러니 함부로 날 건드리지 마. 날 손대는 순간, 너희 셋 다 살아서는 못 나갈 줄 알아.”“그 사람은 올 수 없어.”진서준이 느닷없이 말했다.“무슨 뜻이야?”하경범이 움찔하며 눈꺼풀을 떨었다.“이미 죽었거든. 이해했어?”진서준이 담담하게 대꾸했다.“뭐, 뭐라고?”하경범은 흠칫 떨더니 곧바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헛소리하지 마. 그럴 리 없어! 조상규 삼촌은 대종사야. 네놈 따위가 무슨 수로 대종사를 죽일 수 있어?”하경범은 조상규의 무도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예전에 습격당했을 때도 조상규가 나서서 하경범을 구해줬다.당당한 대종사인 조상규가 진서준 같은 애송이에게 당했을 리가 없었다.“못 믿겠으면 직접 전화해 봐. 전화 받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보지 그래?”진서준이 시큰둥하게 말하자 하경범은 급히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들려오는 건 통화 연결음뿐이었다.하경범은 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또다시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젠장, 전화 받아! 전화를 받으란 말이야!”하경범은 이제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졌다.“통화가 안 되지?”진서준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대체 왜 조상규 삼촌이 너 따위한테 당했는데?
“뭐가 두려워?”하경범은 자신만만했다.여긴 하씨 가문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르벨이었다.하경범은 진서준이 이곳에서 자기를 건드릴 용기가 있을 수 없다고 확신했다.“그럼 따라와 봐.”진서준이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경범아, 저 녀석 꽤 강해. 조심하는 게 좋아.”성현도가 목소리를 낮춰 경고했다.“걱정 마.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하경범은 가볍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진서준이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지 두고 보자는 심정이었다.차에 올라타자 하경범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의외네, 넌 여자들한테도 제법 인기가 많은 모양이구나. 황예은과 도지아만 있는 게 아니라 이번엔 또 새로운 여자가 곁에 있네.”하경범은 옆자리의 허사연을 힐끔 쳐다보며 능글맞게 웃었다.“아가씨, 저 녀석 따라다녀 봤자 아무런 미래도 없어. 나랑 함께하는 게 어때? 내 여자가 되면 평생 호화롭게 살게 해줄게. 명품, 스포츠카, 대저택, 뭐든 원하는 만큼 줄 수 있어.”허사연은 그 말에 쌀쌀하게 웃으며 대꾸했다.“그럼 네 목숨을 원한다면 줄 수 있어?”하경범 같은 부잣집 도령이 얼마나 많은 가정을 파탄 냈을지 모른다.진서준의 얘기를 들은 후, 허사연도 이 쓰레기를 당장 없애버리고 싶었다.“내 목숨을 달라고?”하경범은 어이없다는 듯 멍하니 있다가 곧 박장대소를 터뜨렸다.“날 죽이겠다고? 그래, 해봐. 근데 네 가족이 우리 하씨 가문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을까?”하경범의 목소리엔 살기가 서려 있었다.“거참 쉬지도 않고 조잘대네.”진서준은 쉴 새 없는 하경범의 멘트에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흥, 얼마 안 가 네가 내 앞에 무릎 꿇고 날 다시 보내게 될 거야. 내가 장담하지.”하경범은 눈을 가늘게 뜨며 진서준을 비웃었다.“오히려 네가 나한테 무릎 꿇고 목숨을 구걸하게 될걸?”진서준은 태연하게 받아쳤다.곧이어 진서준은 차를 한 폐기된 공장 앞에 세웠다.차에서 내리자 하경범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한곳에 걸터앉아 휴대폰
“뭐라고? 불법적인 일이 우리 가게에서 일어난다고? 말도 안 돼.”성현도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넌 전신전 소속이잖아. 그런데 네 오빠인 내가 어떻게 법률을 어기는 일을 하겠어?”“그럼 이 사람들은 왜 부른 거야? 집단 폭력도 불법이거든.”성미영은 차가운 시선을 보이며 성현도와 따졌다.“미영아, 이건 내가 싸우려던 게 아니야. 저 녀석이 일부러 시비 걸러 온 거라고.”성현도는 진서준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이놈이 일부러 우리 찻집에 난입해 행패를 부리고 상철을 두들겨 패서 머리에 혹이 다 나버렸어. 난 단순히 정당방위를 위해 부른 거라고.”성미영이 등장하자 성현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솔직히 실력만 놓고 보면 성현도는 성미영보다 한참 부족했다.게다가 성미영은 전신전 소속인지라 저 남녀가 군부 조직인 전신전을 적으로 돌릴 리 없었다.군대를 건드리는 순간, 무조건 좋은 결과는 있을 수 없었다.“진서준, 도대체 무슨 일이야?”성미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라? 너희 둘이 아는 사이야?”성현도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방금 내려놨던 마음이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난 사람을 찾으러 왔어. 하씨 가문 하경범이 이 위층에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어.”진서준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그리고 또 하나, 저 위에서 불법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도 하더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어.”이 말에 성현도의 표정이 단숨에 험악해졌고 즉시 반박에 나섰다.“헛소리 마. 우리 가게는 단순한 찻집이야. 불법적인 일 따윈 없어. 근거없는 소문을 왜 털어놓고 난리야?”“미영아, 저 녀석한테 속지 마. 난 네 사촌 오빠야. 내가 그런 불법적인 짓을 할 사람이겠어?”성미영이 곧바로 진서준에게 물었다.“진서준, 너 증거 있어?”“직접 올라가 보면 다 알게 될 거잖아?”진서준이 가볍게 말했다.“오빠, 위층으로 가자.”성미영이 단호하게 말했다.“그, 그건 좀 곤란해. 위층엔 귀
순간, 장내는 숨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모든 시선이 진서준에게 쏠렸고 사람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다들 진서준을 그냥 얼굴만 반반한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진짜 고수였다.성현도의 부하 중 최고 실력자조차 상대가 되지 않았다.성현도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렸고 상철을 향해서 욕설을 날렸다.“쓰레기 자식, 이런 애송이 하나도 못 이겨?”부하가 지면 망신당하는 건 결국 성현도 자신이었다.이대로 체면을 구긴 채 끝낼 수는 없었다.이대로 넘어가면 앞으로 르벨 재벌 2세들 사이에서 조롱거리가 될 게 뻔했다.“이봐, 네 실력이 괜찮은 건 인정할게.”성현도가 싸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근데 너 혼자서 백 명을 상대할 수 있어? 천 명은? 잘 들어. 내 부하는 수도 없이 많아. 너 같은 놈 하나 처리하는 데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해.”진서준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했다.“다시 말하지만 난 그냥 하경범을 찾으러 온 거야. 그 녀석만 넘기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해주지.”“없던 걸로 한다고?”성현도가 그 말에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너 지금 누굴 상대로 협상하려 드는 거야? 난 성씨 가문의 직계야. 날 건드리면 상대해야 할 건 나 하나가 아니라 우리 가문 전체라고.”그때,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검은색 전투복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이 남자들은 전부 성씨 가문의 경호원이었고 실력도 만만하지 않았다.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무려 50명 이상이었다.한순간에 텅 비어 있던 로비가 사람들로 꽉 찼다.“저 자식 끝났네. 이 정도 성씨 가문 인원이라면 아무리 강해도 버틸 수가 없지.”“그러게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없잖아.”“왜 쓸데없이 성현도를 건드린 거지? 스스로 무덤을 판 거잖아.”구경꾼들은 이 광경에 각자 다른 감정을 보였다.누군가는 동정을, 누군가는 아쉬움을, 또 누군가는 짙은 흥미를 보였다.“사연아, 넌 좀 쉬어. 이놈들은 내가 처리할게.”진서준이 앞으로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키가 거의 2미터에 달하는 거구의 사내가 찻집 안으로 들어왔다.남자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상철아, 저놈 다리 하나 부러뜨려서 내던져.”성현도가 진서준을 가리키며 명령했다.“알겠습니다.”상철은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진서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서준아, 내가 할게.”허사연의 눈에는 불꽃 같은 전투욕이 타올랐다.“조심해. 저 녀석은 횡련 종사야.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진서준이 조용히 귀띔했다.“알았어. 설령 못 이긴다고 해도 어차피 네가 있잖아?”허사연이 장난스럽게 웃었다.진서준이 곁에 있는 한, 허사연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이봐, 사내자식이 여자 뒤에 숨는 게 말이 돼?”상철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봐, 껑충이. 여자를 얕보지 마. 일단 이기고 나서 말해.”허사연이 상철을 도발했다.“아가씨, 그런 기생오라비 말고 날 따르지 그래? 밤마다 널 천국으로 보내줄 수 있는데?”상철이 음흉하게 웃었다.“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얼굴이 싸늘해진 허사연이 주먹을 날렸다.강렬한 펀치가 공기를 가르며 폭발음을 일으켰고 그 위력은 철판도 뚫을 수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상철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가만히 서 있어도 넌 날 어쩔 수 없어.”“닥쳐!”허사연이 분노에 차 주먹을 그대로 상철의 얼굴로 내리꽂았다.상철은 일부러 머리를 숙이며 대머리 정수리로 받아냈다.쿵!둔탁한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주먹이 상철의 머리를 강타했으나 대머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허사연이 몇 걸음 물러섰다.순간 손에 뜨거운 통증이 밀려왔고 뼈가 부서질 것 같았다.손을 확인하자 하얀 피부였던 손등이 새빨갛게 부어올랐다.상철은 자기 머리를 한번 쓸어내리더니 빙그레 웃었다.“아가씨, 이제 내 실력을 알겠지?”그 모습에 허사연의 승부욕이 다시 불타올랐고 콧방귀를 뀌며 다시 달려들었다.이번에는 다리를 높이 들어 올려 상철의 머리를 내려찍었다.‘머리가 단단하다고 자랑하
이렇게 예쁘고 섹시한 여자가 싸움 실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완전 여성판 이소룡이었다.“너, 너희들 정말 너무 대담한 거 아니야? 여기가 어디인지 알기나 해? 어디서 대놓고 싸움질이야?”종업원은 순간 놀란 뒤 분노에 찬 얼굴로 진서준와 허사연을 가리켰다.찻집이 문을 연 이후로 이렇게 난동을 부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진서준과 허사연이 첫 사례였다.주변의 구경꾼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싸움 좀 하면 뭐해? 여긴 성씨 가문의 구역이야. 성씨 가문에서 한마디만 하면 저 남녀는 오늘 밤중으로 사라지겠지.”“어휴, 저 여자 너무 아까워. 저렇게 예쁜데 왜 죽지 못해서 안달이지?”“여자는 살 수도 있겠지만 남자는 무조건 죽을걸.”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리며 이미 진서준과 허사연의 결말을 예상하는 듯했다.“그럼 네 말대로라면 내가 널 때린다 해도 얌전히 맞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허사연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종업원에게 다가갔다.“오지 마!”종업원은 겁에 질려 연신 뒷걸음질 쳤다.“어떤 미친놈이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그 순간, 2층에서 한 사람이 내려왔다.모두가 일제히 시선을 돌려 그 사람을 확인하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성현도가 오늘 여기 있었네?”누군가 그 청년을 알아보았다.“저 둘 끝장났네. 성현도는 악명 높은 냉혈한이야.”그 청년은 바로 찻집의 사장인 성현도였다.성현도는 르벨 재벌 2세 사이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친구에게는 무조건 의리를 지키지만 적에게는 무자비했다.성현도의 고문 방법은 수도 없이 많았고 게다가 무인으로서 무공 실력도 상당했다.“사장님, 저 남녀가 와서 난동을 부렸어요.”종업원은 성현도를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장이 나온 걸 확인한 허사연은 주먹 한 방에 종업원을 기절시켜 버렸다.“뭐야?”성현도의 눈이 가늘어졌고 표정이 험악해졌다.자기 앞에서 대놓고 부하를 때리다니, 이건 너무나도 명백한 도발이었다.“아가씨, 우리 처음 보는 사이 맞지? 우리
그리고 오후 2시가 되자 진서준은 허사연을 데리고 조호가 말한 천국찻집으로 향했다.겉모습만 보면 이 찻집은 진짜 전통찻집 같았고 규모도 꽤 컸다.하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1층과 2층까지는 정말 평범한 찻집처럼 꾸며져 있었고 누가 봐도 이상한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하지만 3층으로 올라가려면 회원권이 있어야 하거나 사장이 직접 허락한 사람만 출입할 수 있었다.“손님, 아가씨,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진서준과 허사연이 차를 마시러 온 줄 안 종업원이 빠르게 달려와 안내하려 했다.“그럴 필요 없어. 난 하경범을 찾으러 왔거든.”진서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종업원이 순간 얼어붙었다.“혹시 하씨 가문의 하 도련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맞아.”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손님은 누구신지...”종업원이 신중하게 물었다.진서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냥 복수하러 왔다고 전해.”그놈 아버지라고 하는 건 자기를 모욕하는 것과 같았고 친구라고 하기도 기분이 더러웠다.그 말에 종업원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손님, 여기서 장난치지 마세요.”하경범은 르벨에서 유명한 재벌 2세였다.이 찻집의 사장과도 막역한 사이였고 여기서 일하는 직원이라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왜? 못 믿겠어?”진서준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손님, 하 도련님에게 복수하려던 사람은 단 하루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종업원이 경고하듯 말했다.“그런 농담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그 말을 듣자 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전해. 그 하경범이 두들겨 맞고 나자빠지게 했던 진서준이 왔으니 당장 기어 나오라고 말이야.”진서준의 뻔뻔한 태도에 종업원은 어이가 없었다.“좋습니다. 손님이 그렇게 죽고 싶다면 제가 기꺼이 도와드리죠.”종업원은 바로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문제 발생했습니다. 난동자가 있습니다.”쿵! 쿵!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건장한 남자 스무 명이 들이닥쳤다.전부 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