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의사가 운전석에 앉는 순간 갑자기 온몸이 굳어져 버렸다.언제인지 모르게 수술용 메스 한 자루가 그의 목에 닿았기 때문이었다.“어이, 또 만났군!”하현이 뒤에서 고개를 내밀고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의사는 하현을 보는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자신과 얼굴이 똑같은 하현을 여기서 또 만날 줄은 몰랐던 것이다.의사는 얼른 오른손을 뻗어 콘솔박스 속에 있는 총을 잡으려고 했지만 하현은 재빨리 그의 손을 잡았다.“함부로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여러모로...”하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당신이 나인 척 위장하고 싶었다면 행동까지 꼭 빼닮았어야지. 난 함부로 총을 쏘지 않는데 말이야.”의사의 매서운 눈빛이 살의를 띠며 하현을 노려보았다.“당신을 죽일 생각은 없어.”“그런데 이렇게 우연히 만났으니 미안하게 됐군.”“당신도 함께 보내줄 수밖에.”“뭐? 나도 함께 보내준다고?”하현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떠올랐다.“이제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당신을 저세상으로 보내줄 수 있겠군, 안 그래?”“사실 당신이 브라흐마 아샴을 죽이든 뭘 하든 나와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어.”“그런데 이렇게 나한테 누명을 씌우려 하면 안 되지? 응?”하현은 방금 의사가 행동하는 전 과정을 목격했지만 그를 막지 않았다.어쨌든 다른 사람이 개의 털을 물어뜯든 뽑든 그것은 그와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다.의사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입을 열었다.“하 씨, 그래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날 생포할 건가? 설마 그러려고?”“왜? 내가 못 할 것 같아?”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아주 입만 살았군! 지금 아무리 입을 놀려 봤자 당신은 내 손끝에 힘만 조금 들어가면 죽는 거야!”“아니면 그렇게 억지를 부리면 내가 당장에라도 당신을 죽일 거라고 생각했나?”“그러기엔 당신이 좀 부족한 것 같군.”“안타깝게도 난 아직 당신을 죽이고 싶지 않거든.”말을 하면서 하현은 왼손을 뻗어 상대의 복부를 푹 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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