بيت / 도시 / 나는 재벌가 사위다 / Chapter 5161 -الفصل 5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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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1장

서울대학교의 건축 설계는 전반적으로 매우 세련되고 정교했다. 옛날부터 서울은 오랜 기간동안 한국의 수도였기에, 이곳의 문화적 깊이는 상당했다. 그래서 캠퍼스를 지을 때에도 서울대학교는 지역 특유의 문화를 충분히 반영했고, 조선시대 왕실 및 학술 문헌을 정리하고 연구하며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을 설립했다. 서울대학교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현대적인 가운데서도 고풍스럽고 장엄한 느낌이 살아 있었다. 그 때문에 릴리는 눈앞이 훤히 트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녀는 캠퍼스를 천천히 거닐다가, 문득 멀리 우거진 푸른 언덕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저기가 아마 관악산이겠지... 역시 이야기로 전해 듣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게 낫네...”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문득 무언가를 떠올린 듯, 아름다운 눈동자에는 어느새 희미한 슬픔의 안개가 드리워졌다.한편, 구영산 부부는 수많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으며 서울대학교 캠퍼스를 대략적으로 둘러보았다. 도중에, 구영산은 기회를 봐서 퇴임한 총장 오세정을 따로 불러내 조용히 말했다. “오 총장, 사실 이번에 내가 온 이유 중에 하나는 자네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서야.”이 말을 들은 오세정은 얼른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유, 구 선생님! 그런 말씀 마세요. 저는 정말 선생님께 늘 진심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서울대학교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늘 선생님의 도움 덕분이라 생각해왔고, 제 마음속으로 늘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그 도움에 보답할 기회가 없을까 늘 아쉬웠는데, 이렇게라도 뭔가 도와드릴 수 있다면 저는 당연히 최선을 다해야지요!”오세정은 비록 말재간이 뛰어나긴 했지만, 지금 이 말만큼은 진심이었다. 그는 이미 몇 년 전 총장직에서 내려왔고, 은퇴 후의 삶도 넉넉하고 풍요로웠다. 자식들도 잘되었기에 이제는 누구에게 아부할 필요도 없는 나이였다. 하지만 그는 구영산에게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특히 어려운 시절, 막대한 자금을 기부해 국내 대학의 발전을 도운 일은 매우 드문 경우였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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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2장

흥미로운 점은, 이 시각 입학처장은 마치 수행원이라도 된 듯 긴장한 모습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조금 전 시후가 앉아 있었던 소파 자리에는, 지금은 구영산 부부와 퇴임한 오세정 총장, 그리고 현직 총장인 류홍림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릴리가 들어오는 것을 본 구영산은 환한 웃음으로 말했다. “자, 여러분께 소개하겠습니다. 이 아가씨는 제 먼 친척 동생의 증손녀, 임소영이라고 합니다.” 그런 뒤 구영산은 릴리에게 말했다. “소영아, 이 분은 오세정 전 총장님, 류홍림 현 총장님, 그리고 이분은 입학처장님이시다. 인사 드리렴.”릴리는 세 사람을 바라보며 말없이 고개만 살짝 끄덕이며 목례를 했다. 다행히도 구영산은 미리 사람들에게 그녀의 성격이 내성적이며 말을 아끼는 편이라고 전해 두었기에, 아무도 그것에 대해 개의치 않았다.현직 총장 류홍림은 따뜻한 말투로 말했다. “임소영 학생, 류 처장이 서울대학교의 모든 학과 및 전공 소개 자료를 준비해 두었어요. 먼저 한 번 보고, 어떤 전공에 관심이 있는지 알려주세요.”임소영은 여전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 모습엔 부유한 집안 아가씨 특유의 고고함과, 세상을 내려다보는 듯한 거리감이 느껴졌다.하지만 구영산의 위세가 워낙 대단하기에, 그의 먼 친척 증손녀인 임소영 역시 절대 보통 집안 출신이 아니란 생각에, 모두가 그녀의 태도를 너그럽게 받아들였다.입학처장은 서둘러 클라우디아에게 줬던 그 전공 소개 자료를 다시 꺼내 임소영에게 내밀며 말했다. “임소영 학생, 이 안에 모든 자료가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막 정리한 것들이니 한 번 살펴보도록 하세요.”류홍림 총장은 옆에서 감탄하며 말했다. “우리 류 처장은 정말 성실하다니까. 자료도 이렇게 미리 정리해두고 말이죠.”입학처장은 겸손하게 웃으며, 속으로 다시 한 번 안세진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두 명의 외국인 학생들이 정말 우연히도 같은 날 입학하게 되었단 말이지... 안세진 부장이 미리 연락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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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3장

릴리의 목소리를 들은 입학처장은 순간 동작을 멈추며 급히 물었다. “임소영 학생, 무슨 일 있나요?”릴리는 그가 들고 있는 신청서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거, 제가 좀 봐도 될까요?”입학처장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그래요!” 그러면서 신청서를 건네며 속으로 불평했다. ‘아니, 조금 전에는 안 보겠다더니... 요즘 애들은 참 변덕이 심해.’릴리는 클라우디아의 신청서를 받아 들었다. 겉으로는 개인정보를 훑는 듯했지만, 그녀의 시선과 집중은 전적으로 긴급 연락처 칸에 쏠려 있었다. 해당 칸에 적혀 있는 세 글자, ‘은시후’...! 그 아래에는 숫자가 기재되어 있었고, 릴리는 직감적으로 그것이 시후의 국내 휴대폰 번호임을 알아차렸다.그 순간, 그녀는 갑자기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늘 침착하고 차분하던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흥분과 긴장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그러다 보니 손바닥에서는 어느새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있었다.물론 여기에 쓰인 은시후라는 사람이 자신이 찾는 그 시후인지 아직은 단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국에 막 도착하자마자 이 이름을 보게 된 걸 보면, 이건 뭔가 운명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 사람이 분명히 자신이 찾고 있는 그 은시후라는 것을 거의 확신했다!릴리는 즉시 그의 번호를 머릿속에 새겨 넣었고, 몇 번이고 중얼거리며 완벽하게 외웠다. 그런 뒤 그녀는 클라우디아의 주소도 함께 기억해 두었다. 릴리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신청서를 입학처장에게 다시 건네며 말했다. “같은 유학생인데다 외국에서 온 친구니까, 친구가 하나라도 더 생기면 좋겠네요.” 그러고는 다시 물었다. “이 친구는 기숙사에 사는 건가요?”입학처장은 곧장 답했다. “기숙사 신청은 할 겁니다. 다만 한국에 친척이 있어서 대부분은 친척 집에서 지낼 것 같던데.”“그렇군요.” 릴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구영산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제 외증조부님이 한국에 집이 있긴 하지만... 제가 자주가면 민폐가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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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4장

릴리는 고개를 끄덕인 뒤, 곧장 문을 나섰다. 사무실을 벗어나자마자, 그녀의 입가엔 자연스레 미소가 피어났고, 양 볼엔 얕은 보조개가 드러나며 그녀의 얼굴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워졌다. 그러나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신청서에 기재되어 있는 시후가 자신이 찾고 있던 시후인지 마지막 확인 절차를 어떻게 밟을지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직접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듣는 거야. 내가 그의 목소리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가 한마디만 해도, 난 바로 알아챌 수 있어.’하지만 그녀는 곧 스스로 전화를 거는 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직접 전화를 걸면 내 목소리를 들은 그가 자신을 알아챌 수도 있고, 말을 안 하고 있어도 이상하게 여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결국 그녀는 한참 고민 끝에, 다른 사람을 시켜서 전화를 걸게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상대방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만한 자연스러운 핑계를 덧붙여야 했다.곧바로 릴리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공항에서 자신을 마중 나왔던 구영산 집안의 여성 집사를 찾았다.이 집사는 한국에 있는 구영산의 저택을 돌보는 책임자였고, 구영산의 아내가 한국 출신이라 특별히 한국인 집사 팀 중에서도 가장 꼼꼼하고 신뢰받는 사람을 데려온 것이었다. 릴리는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성실하고 솔직한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그래서 릴리는 그녀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을 건넸다. “한 집사님,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어요?”한 집사는 오십 대 중반의 중년 여성으로, 부산 출신이었다. 어릴 때 부모를 따라 KU 그룹에서 일했고, 지금까지 결혼도 하지 않은 채 KU 그룹에 헌신하고 있었다. 그녀의 가족은 거의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지만, 구영산이 그들을 말레이시아로 데려가 안정된 삶을 마련해준 덕분에 온 가족이 KU 그룹에 깊이 충성하고 있었다. 그녀의 여동생 역시 현재 KU 그룹에서 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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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5장

전화기 너머의 시후는, 조금 전 이씨 아주머니와 이소분, 그리고 클라우디아를 위해 새집에서 사용할 디퓨저 몇 개를 사주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새 집들이 선물이란 원래 집안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주는 물건이 제격이고, 향초나 디퓨저처럼 좋지 않은 냄새를 제거하고 향기를 더하는데 적합했다. 그리고 아무래도 세 사람 모두 향기로운 선물을 받으면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여 구매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시후는 별 생각 없이 전화를 받으며 늘 그렇듯 가볍게 인사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그 순간,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사님 안녕하세요? 제가 지금 곧 외출해야 해서 택배를 직접 받을 수가 없어요. 택배는 문 앞에 맡겨 주시면 제가 나중에 찾아가겠습니다.”시후는 자연스럽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전화를 잘못 거신 것 같습니다.”“네?” 여성은 놀란 듯 말하며, “잠시만요... 어머, 정말 죄송해요. 제가 번호를 잘못 눌렀나 봐요. 실례했습니다!”“괜찮습니다.” 시후는 별다른 생각 없이 전화를 끊었다. 이렇게 잘못 건 전화는 흔한 일이었고, 상대방의 말투나 상황도 워낙 자연스러워서, 시후는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하지만 그 순간, 릴리는 완벽하게 시후의 정체를 완벽하게 확인했다. 그녀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일이 순조롭게 풀리고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노르웨이에서 출발해 여러 곳을 거쳐 한국에 도착했는데, 모든 게 이렇게 착착 풀릴 줄은 몰랐어. 은시후 씨의 신분을 밝혀냈고, 운 좋게 서울대학교에 오자마자 그의 전화번호를 손에 넣다니... 게다가, 그가 바로 내 미래의 동기인 클라우디아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니!’릴리의 머릿속엔 클라우디아가 적어둔 주소가 떠올랐다. 직접 그녀를 찾아가면 시후를 바로 만날 수는 없더라도, 클라우디아는 분명히 만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클라우디아를 만나게 되면 그녀와 시후는 결코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이다!그녀는 이 모든 상황을 되새기며, 벅찬 마음에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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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6장

릴리는 말했다. "좋아요. 출발하기 전에 구 씨에게 알려서, 공항에 사람을 보내 달라고 해요.""알겠습니다." 손주도는 대답했다. "제가 인맥을 좀 정리해 뒀습니다. 몇몇 분은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예전엔 말 한마디면 다 연락이 닿던 분들이지요. 그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아가씨께서 찾으시는 은시후라는 사람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 보려 합니다."릴리는 웃으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벌써 찾았거든요.""뭐라고요?!" 손주도는 놀라서 소리쳤다. "찾... 찾으셨다고요? 이렇게 빨리요?!""네." 릴리는 진지하게 말했다. "인생이란 게 그래요. 몇 가지 중요한 선택만 제대로 하면, 가만히 누워 있어도 인생이 확 바뀌거든요. 사람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죠." 그러고는 말을 이었다. "오늘 있었던 일은 꽤 흥미로웠어요. 손 씨가 서울에 도착하면 자세히 이야기해줄게요.""알겠습니다!" 손주도는 서둘러 말했다. "그럼 지금 바로 출발 준비하겠습니다!"릴리는 그 뒤로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구영산 부부도 교무처에서 사람들과 30분가량 대화를 나눈 뒤, 몸이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떴다. 부부는 학교 측 인사들의 배웅을 받으며 차량에 올라탔고, 차들은 천천히 서울대학교를 떠나 관악산으로 향했다.관악산은 면적만 해도 20㎢가 넘는다. 그 형태는 화강암이 드러난 암산이며, 바위가 많고 험준한 암릉이 특징이다. 동서남북의 길이는 대략 6킬로미터 안팎이며. 관음사, 호암산 연계 코스, 연주대, 전망대 등이 있다.구영산의 저택은 관악산을 조금 지난 서초에 위치하고 있었다. 구영산이 노른자 땅에 큰 토지의 저택을 소유할 수 있는 것은, 구영산이 일찍이 부동산에 투자를 했던 덕분이다. 당시 그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기부했으며, 그에 따라 높은 수익률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구영산이 가지고 있는 이 저택은 지난 20~30년간 서울 전체를 통틀어도 단 하나뿐일 정도의 크기를 자랑했다.차량 행렬은 관악산 동쪽의 내부 도로를 따라 움직였고, 일반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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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7장

감탄을 마친 릴리는 한 집사와 함께 꼭대기 마당으로 향했다. 그녀가 그 마당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조금 전 상상했던 것보다 이곳이 훨씬 더 마음에 든다는 것을 깨달았다.이곳은 벽돌 하나하나, 기와, 한 포기 잔디까지도 정성이 깃들어 있었고, 돌이 깔린 마당 바닥에는 오랜 세월이 만들어낸 이끼까지 자라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정교하게 설계된 노천 온천탕이 있었는데, 온천탕에서 바라볼 수 있는 인공 바위는 마치 실제 산처럼 섬세했고, 그 주변엔 여러 분재들이 조화를 이루며, 마치 축소된 진짜 산을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한 집사가 옆에서 설명했다. “릴리 아가씨, 이 온천탕은 지하의 온천수를 끌어 올려 만들었습니다. 온천수는 지하 배관을 통해 이곳까지 끌어올리고 있는데, 여름철에는 그대로 사용해도 될 만큼 따뜻하고, 겨울엔 배관 중간에서 온도가 조금 떨어지지만, 아래 설비실에 보조 가열 장치를 설치해 두어 한겨울에도 야외에서 쓸 수 있답니다.”릴리는 놀란 듯 물었다. “천연 온천수를 끌어왔다고요? 이곳에?”“네.” 한 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중히 말했다. “진짜 천연이고 몸에 좋은 온천수입니다. 유황 성분도 적당하고, 미네랄 함량도 풍부하며, 수질도 아주 좋죠. 예전 우리 주인 어르신께서 사모님을 위해 특별히 이 배관을 따로 연결하신 거예요. 다만 이 꼭대기 마당은 아직 한 번도 사용하지 않답니다. 주인 어르신 내외분은 연세가 많으셔서 이 위층까지는 올라오지 않고 대부분 아래층에서만 지내시거든요.”릴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말했다. “안쪽 방도 한번 보고 싶네요.”한 집사는 재빨리 말했다. “릴리 아가씨, 이쪽으로 오세요.” 그녀는 릴리를 데리고 세 채의 기와집 앞으로 다가갔다. 멀리서 보면 가운데가 높은 2층집, 양옆이 낮은 단층집으로 세 채가 나란히 있는 구조였지만, 실상은 중앙의 2층 기와집이 정문이고, 양쪽의 방은 실내에서 연결된 구조였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릴리는 안쪽 구조가 무척 우아하고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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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8장

무엇보다 한 집사는 이 높은 단에 건축한 안뜰을 주인 어른이 얼마나 중시하는지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곳에 누구든 들여보낼 때 반드시 자신이 따라붙도록 지시한 이유도, 어느 누구 하나라도 이곳의 배치나 인테리어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그런데 지금, 구영산이 이 공간을 아무런 망설임 없이 릴리에게 내어주었다는 사실은 그녀에 대한 그의 신뢰와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증거였다.이때 릴리가 한 집사에게 물었다. “여기 일하는 분들은 총 몇 명이죠?”한 집사는 대답했다. “가사 도우미가 16명, 경호원 4명, 운전기사 2명, 도합 22명입니다. 저까지 포함하면 총 23명이에요.”릴리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도우미만 16명이나 된다고요?”“네, 맞아요.” 한 집사가 자세히 설명했다. “빨래와 식사를 전담하는 분이 4명, 각 구역의 청소와 유지 관리를 맡은 명이 8명, 정원 관리만 전담하는 명이 4명 있어요. 다만 필요한 경우엔 역할을 융통성 있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릴리는 다시 물었다. “이분들은 다 어디서 오신 거죠?”“모두 말레이시아 출신입니다. 제가 이곳에 처음 올 때, 성실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만 골라 데려왔어요.”“알겠습니다.” 릴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는 안심했다. 이 사람들이 전부 말레이시아에서 온, KU 그룹에서 오래 일한 가정부들이라면 신뢰도는 매우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한국에는 이런 ‘가정부’의 개념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동남아에서는 여전히 재벌가에서 ‘가정부’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동남아의 진짜 재벌가에서는, 가족 구성원 수보다 가정부가 더 많은 경우도 흔했다. 이런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15~16살 정도의 나이의 소녀를 가정에 들여 꾸준히 교육시키고, 수십 년간 같은 집에서 일하게 하여 가족처럼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노년에 접어들면 가문에서 은퇴와 생계까지 책임지는 식으로 안정을 보장해주는 것이다.대부분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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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9장

릴리는 태생적으로 내성적인 성격에다, 속으로는 차가운 자존심까지 겸비한 소녀였다. 그녀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기지 않았고, 혼자 집에 틀어박혀 책을 읽고 차를 음미하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점을 치는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그렇기에 구영산이 마련해둔 이 대저택은 릴리에게 뜻밖의 기쁨을 주었다. 강행군을 이어온 터라, 릴리는 이곳에서 한동안 몸과 마음에 휴식을 취하며 예전처럼 느긋한 생활 리듬을 되찾고 싶었다. 게다가 개학 전까지는 시후와 얽히지 않겠다고 이미 결심한 터라, 당분간 여기서 수양에 힘쓰고 가끔 변장을 하고 나가 서울의 명소들을 돌아보는 것이 그녀에게 가장 좋은 계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필요한 물품 목록을 작성해 한 집사에게 맡겼다. 목록에는 고서 100권, 향 재료 10가지, 차 5종, 그리고 여러 종류의 붓·먹·종이·벼루 등이 적혀 있었다.한 집사는 목록을 받아 들고 조심스레 물었다. “릴리 아가씨, 다른 건 알겠는데 고서 100권은 구체적인 책 제목이나 작가를 정해두신 겁니까...?”“아니요.” 릴리가 미소 지었다. “서울에 있는 골동품 시장에 가서 진짜 고서라면 무엇이든 사 오면 돼요. 읽을 수 있는 상태라면 충분해요. 비용은 구영산 어르신께 직접 받으세요.”한 집사는 놀랐지만 직업적 소임상 더 묻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아가씨. 곧 준비하겠습니다.”점심 무렵, 릴리는 구영산 부부와 함께 저택 1층 연회실에서 풍성한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빠르게 달려온 손주도가 도착했다.미리 사람을 보냈음에도 그가 혼자 나타나자, 구영산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했다. “주도, 어떻게 경호원 하나 없이 왔나?”손주도는 태연히 웃으며 답했다. “아가씨를 뵈러 가는데 인원이 많으면 위험 요소만 늘어납니다. 가급적 조용히 움직여야죠.”구영산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자네를 이렇게 홀로 보내줄 리가 있나?”손주도는 슬며시 웃었다. “사실 총을 꺼내긴 했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을 겨눈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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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0장

“아니요, 아직은 없어요.” 릴리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가, 곧 말을 이었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있긴 해요.” 그러고는 더 이상 말을 아끼지 않고, 구영산과 그의 아내를 향해 말했다. “이번에 제가 한국에 온 목적은, 은시후라는 남자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노르웨이에서 제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에요.”이어서 릴리는 노르웨이에서 있었던 일들을 두 사람에게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릴리에게 있어 구영산 부부는 손주도와 마찬가지로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자신이 한국에 올 수 있었던 것도 전적으로 이 부부의 지원 덕분이었기에, 그녀는 그들에게는 사실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이야기를 다 들은 구영산 부부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릴리가 시후의 신분을 하나하나 추적해 알아낸 과정에 대해 설명하자, 구영산은 놀라서 외쳤다. “아가씨의 생명의 은인이... 그가 바로 안산 회장의 외손자라고요?!”릴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안산 회장을 아세요?”“알지요.” 구영산은 곧장 답했다. “예전 Samson 그룹에서 미국에서 고무 사업을 할 때 제가 함께 일한 적이 있어요. 그쪽에서 필요한 고무는 전부 제가 공급했으니까, 나름 개인적인 친분도 있었죠.” 그는 옛일을 회상하듯 감탄했다. “안산 회장의 큰 딸, 안예선이라는 그 친구는 정말 대단했어요. 그 당시에 세상을 쥐락펴락하던 인물이었죠.”릴리는 웃으며 말했다. “구 씨는 Samson 그룹을 알고, 손 씨는 LCS 그룹을 알고, 은시후 씨는 내 목숨을 구했고... 결국 우리 모두 그 분과 묘한 인연이 있는 셈이네요.”옆에 있던 손주도가 급히 물었다. “그런데 아가씨,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은시후를 찾아낸 겁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지 않아요...”구영산 역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덧붙였다. “뭐라고요? 은시후를 찾으셨다고요?! 도착한 지 얼마나 됐다고요? 우리 이제 막 한국에 온 거 아니었습니까?”릴리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조금 전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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