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가 수술실로 밀려들어 갈 때, 사람들 뒤쪽에 서 있는 심명을 보았다.남자의 품에는 붉은 장미 두 다발이 안겨 있었고, 멀리서 손을 흔들며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소희는 몇 해 전 강성대학교 정문 앞에서의 장면이 떠올라, 무심코 입가를 살짝 올렸다.의사가 책임 동의서를 들고 와 구택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조항 하나하나를 자세히 말할수록 구택의 미간은 점점 더 깊이 찌푸려졌다.의사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서둘러 덧붙였다.“이런 상황들이 발생할 확률은 아주 낮습니다. 하지만 절차상 반드시 설명해 드리고, 사인을 받아야 합니다.”구택은 손에 쥔 펜을 세게 움켜쥐며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만약 제가 말하는 건 어디까지나 만약의 경우인데, 어떤 상황이 닥쳐도, 어떤 결과가 있더라도, 제 아내의 안전만은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합니다.”의사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사장님, 안심하십쇼. 제 남은 평생의 의사 인생을 걸고 약속드립니다. 산모님은 반드시 무사히 출산하실 겁니다.”구택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동의서에 사인했다.옆에 있던 의사도 잘 알고 있었다. 이 동의서는 절차일 뿐이라는 것을.만약 소희가 자신의 수술대 위에서 사고라도 당한다면, 백 장의 면책서도 자신을 지켜주지 못할 터였다.수술실의 문이 닫히자 복도에는 단숨에 적막이 내려앉았다.이날 오전은 특별 수술실에서 소희와 성연희, 단 두 건의 제왕절개 수술만이 잡혀 있었기에 넓은 복도와 대기실에는 임씨 집안과 성씨 집안 가족들뿐이었다.강재석과 도경수는 대기실에 앉아 있었고, 임시호는 옆에서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모든 준비는 끝났어요. 소희도, 아이들도 무사할 테니 너무 염려 마세요.”강재석의 눈빛에는 평소의 태연함과 온화함이 사라졌었다.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마음속의 무거움은 숨기지 못했다. 이는 생명과 직결된 일이니 당연했다.임시호 역시 속은 불안으로 들끓었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는 대신 대화를 이어갔다.“어르신, 제가 아이 이름을 미리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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