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4691 - Chapter 4700

4790 Chapters

제4691화

명우는 차를 몰아 미친 듯이 달렸다.가는 내내 희유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처음에는 받지 않았고 나중에는 아예 전원을 꺼버렸다.이토록 단호할 줄은 몰랐다.희유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명우는 전혀 몰랐다.그런데 하필 이런 때에, 자신을 두고 떠나 다른 여자와 결혼해야 한다고 하니 희유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거대한 공포와 혼란이 명우의 생각을 집어삼켰고, 누군가 심장을 세게 움켜쥔 듯 숨이 막혔다.피가 온몸으로 돌지 않는 것처럼, 신경 하나하나가 굳어버렸다.‘기다려 줘. 제발 기다려 줘. 희유야, 제발 이렇게까지 잔인해지지 말아 줘.’명우는 속도를 더 올렸다.그러나 병원에 도착했을 때, 수술실 복도에는 우한만 서 있었다.우한은 명우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고 얼굴에는 자책과 괴로움이 가득했다.“명우 씨, 늦었어요.”“도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예요? 왜 이렇게 며칠씩이나 돌아오지 않은 거예요?”“내가 못 막았어요. 미안해요. 설득을 못 했어요.”우한은 희유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긴 했지만, 아이를 포기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희유는 그만큼 명우를 사랑했으니까.“희유는 어디 있죠?”명우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이미...수술방으로 들어갔어.”명우는 그대로 굳어섰고 심장은 총에 맞은 것처럼 쿵 내려앉았다.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고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았다.명우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굳게 닫힌 수술실 문을 바라보았다.명우가 문 쪽으로 달려가려는 순간, 수술실 불이 꺼졌는데 이는 마치 자신의 삶에서 유일한 등불이 꺼진 것만 같았다.문이 열리고, 간호사가 침대를 밀고 나왔다.“진희유 씨 보호자분 누구시죠? 수술 끝났습니다.”우한은 눈물을 훔치며 달려갔고 희유의 손을 붙잡고 울먹였다.“희유야...명우 씨 왔어. 왔는데...왜 조금만 더 기다리지...”희유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고 눈빛은 텅 비어 있었다.희유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명우가 다가가 희유의 얼굴에 손을 올리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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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2화

희유는 길고 깊은 잠에 빠졌다.어젯밤보다 오히려 더 고요하고 단단한 잠이었다.마음이 완전히 타버리고 나자 더는 기대도, 망설임도, 갈등도 남지 않았다.그저 다시 혼자가 되었다.아무것에도 매이지 않은 채,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만 남았다.해 질 무렵, 문득 눈을 떴을 때는 창밖에 붉게 물든 노을빛이 스며들고 있었다.희유의 눈동자는 흐릿했고 그 속에는 생기 대신 적막이 가득했다.아무리 따뜻한 빛이라도 이제는 닿지 않는 듯했다.“희유야.”문가에서 낮고 잔잔한 목소리가 들렸다.희유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하석유가 서 있었다.석유는 조용히 희유를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안타까움과 깊은 슬픔이 어렸다.“어쩌다 이렇게 됐어?”희유는 멍하니 석유를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석유 언니.”이와 동시에 눈물이 터져 나왔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언니, 내 아이가 없어졌어요.”“내가 죽였어요.”“내 손으로 죽였어요.”석유가 다가와 희유를 끌어안았다.희유의 몸은 깃털처럼 가벼웠고 금세라도 바람에 흩어질 낙엽 같았다.석유는 더 세게 안자 희유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그 떨림 속에서 깊은 슬픔과 절망이 전해졌다.이에 석유의 눈시울도 붉어지더니 갈라진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사라졌다는 건 애초에 인연이 아니었다는 뜻이야.”“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희유야, 조금만 더 버텨.”...희유는 한참을 울었고 정신도 흐릿해졌다.수술 직후라 몸이 버티지 못할까 걱정한 우한은 의사와 상의한 뒤, 수액에 진정제를 조금 넣었다.그제야 희유는 다시 천천히 잠에 들었다.석유는 병실을 나와 주강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안녕하세요, 저 하석유라고 하는데 오늘 강성에 왔거든요. 오늘 밤 희유는 집에 안 들어갈 것 같아서 연락드렸어요.”주강연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고 어딘가 불안한 기색이 묻어났다.[희유는요?]석유는 잠시 말을 골랐다.“우한이랑 같이 있어요. 밖에서 자는 거 걱정하실까 봐, 대신 전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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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3화

석유는 얼굴이 창백하게 굳은 채 돌아서서 곧장 명우를 찾아가 따지려 했다.“가지 마요.”우한이 석유를 붙잡았다.“희유도 분명 원하지 않을 거예요.”우한은 병실 안에서 잠든 희유를 한 번 바라보았다.“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곁에 있어 주는 거예요. 몸부터 회복하게 해야 하잖아요. 그리고 아까...”말을 잠시 멈추었다가 이어갔다.“명우 씨가 큰돈을 보냈어요. 희유 잘 돌봐 달라고요.”이에 석유는 냉소했다.“희유가 그 사람 돈이 필요하대요?”우한의 얼굴이 무거워졌다.“나는 명우 씨가 희유를 배신했다고 믿지 않아요. 이 일에는 분명 오해가 있는 거예요.”조금 전, 우한은 명우의 표정을 직접 보았다.그토록 처절하게 아파하는 사람이 사랑하지 않을 리 없었다.3일 후현공사.이른 아침, 청소를 마친 어린 승려가 운해스님의 방으로 갔다.“어젯밤 한 젊은이가 절 밖에 와서 무릎을 꿇고 있어요. 지금까지 계속 그러고 있죠. 스님을 뵙겠다고 하네요.”운해스님의 얼굴에 연민이 스쳤다.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절 밖에 이르렀을 때, 무릎 꿇고 있는 남자를 보자 저절로 불호가 흘러나왔다.이전의 냉정하고 침착하던 모습은 사라졌었다.남자는 고베사막의 메마른 후양나무처럼 앉아 있었다.생기는 모두 빠져나가고, 바람에 시달린 줄기만 남은 듯 외롭고 황량했다.운해스님이 다가오자 남자는 곧게 세운 등허리를 조금 숙였다.한 자 한 자 직접 필사한 경전을 두 손으로 받쳐 스님 앞에 내려놓았고, 목소리는 쉬어있었다.“경을 돌려드리러 왔어요. 스님, 부탁드려요.”이곳에 오기 전, 명우는 묻고 싶었다.정성껏 경을 필사했는데도 왜 자신과 희유는 이런 결말에 이르렀는지.그러나 이 자리에 무릎을 꿇고, 바람에 흩날리는 경전을 보던 순간 깨달았다.이것은 천도를 위한 경전이었다.자신이 주사로 써 내려간 한 글자 한 글자는, 두 사람의 아이를 위한 천도였다.인연이 닿지 못한 아이를 이렇게라도 마지막으로 보내 주는 것이었다.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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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4화

희유의 긴 속눈썹이 가볍게 떨리더니 고개를 숙인 채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굳이 와서 말할 필요 없어요. 나랑 그 사람은 이제 아무 관계도 아니니까요.”본희가 미소 지었다.“비웃으러 온 게 아니에요. 유변학은 당신을 좋아한다는건 나도 알아요.”희유의 입꼬리가 비틀리듯 올라갔다.“그럼 더 기쁘겠네요. 나를 좋아해도 결국 당신이랑 함께할 테니까요.”본희의 선명한 붉은 입술이 올라갔다.“희유 씨, 우리랑 같이 가요.”희유가 눈을 들자 본희가 말을 이었다.“유변학은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우리랑 같이 갈 수 있어요.”“유변학을 잃지 않아도 돼요. 여전히 함께할 수 있으니까요. 단지 다른 곳에서 사는 것뿐이에요.”“예전에도 말했죠, 난 신경 쓰지 않는다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지금보다 더 좋은 생활을 보장할 수도 있어요.”“정말 그 사람을 사랑한다면,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다른 건 상관없지 않아요?”본희는 애써 희유를 설득하려 했고 눈빛은 진심인 듯 보였다.희유의 눈동자는 밤처럼 검었고 조용히 본희를 바라보았다.이해하지 못하는 듯,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그러고는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아마 난 당신만큼 깊이 좋아하지 않았나 봐요. 그래서 그렇게까지 관대해질 수는 없어요. 다른 사람과 함께 그 남자를 나눌 수는 없고요.”본희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유변학도 똑같은 말을 했어요. 역시 당신을 잘 아네요.”그 말은 바늘처럼 찔렀고 희유가 물었다.“할 말은 다 했나요?”본희가 말했다.“정말 생각 안 해볼 거예요? 난 당신에게 적의가 없어요. 진심으로 초대하는 거예요. 우린 공존할 수 있어요. 유변학이 당신을 더 사랑해도 난 상관없어요.”그러나 희유의 태도는 차가웠다.“당신의 진심은 나를 더 역겹게 만들 뿐이에요.”이에 본희가 한숨을 쉬었다.“고집 센 사람이 꼭 옳은 건 아니에요.”“우린 길이 달라요. 더 말할 필요 없고요.”희유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본희가 돌아서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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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5화

명빈의 얼굴에 흉포한 기색이 스쳤다.명빈은 몸을 틀어 자신에게 달려드는 남자를 비켜섰다.곧장 희유 앞을 가로막으며 희유를 해치려던 자를 발로 차 날려 버렸다.동작은 매서웠고 길고 힘 있는 다리가 번개처럼 움직였다.남자는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진 채 뒤에 세워진 차량에 세게 부딪혔다.손에 쥐고 있던 단검도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명빈이 움직이자 동시에 석유도 달려들었다.다만 명빈보다 한 박자 늦었다.석유는 몸을 틀어 그대로 회전하며 발차기를 날렸고, 석유의 발이 남자의 얼굴을 강하게 가격했다.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곧바로 다시 한번 발이 날아들었다.다른 두 사람은 동료가 쓰러진 것을 보고 상황을 파악했다.희유 곁에 있는 이들의 실력을 과소평가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뒤로 두 걸음 물러나더니 입에서 기묘한 휘파람 소리가 흘러나왔다.잠시 후,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동서남북으로 세워져 있던 차량들에서 십여 명이 동시에 내렸다.그러자 곧 포위 형태로 세 사람을 에워싸기 시작했다.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석유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희유 쪽으로 다가와 몸을 옆으로 틀어 뒤에서 감쌌다.“총 있어.”희유의 표정은 고요했고 누가 자신을 죽이려 했는지 짐작하고 있는 듯 했다.검은 가죽 재킷을 입은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짙은 피부에 각진 이목구비, 길고 가느다란 눈에는 잔혹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팔다리는 탄탄했고 단련된 사람임이 한눈에 보였다.그 여자가 나타나자 다른 이들이 곧장 양옆으로 모여 섰는데 우두머리임이 분명했다.여자는 희유를 한 번 훑어본 뒤 명빈을 바라봤다.“우리는 저 여자 목숨만 필요하니까 알아서 비켜.”명빈의 비스듬한 눈빛에는 싸늘한 냉기가 가득했다.“나한테 명령하는 거야? 네가 그 자격이 있긴 있어?”여자는 은색 권총을 꺼내 명빈을 겨눴으나 목소리는 거칠고 차가웠다.“비켜.”“여긴 강성이야.”명빈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발끝으로 바닥을 차자 떨어져 있던 단검이 튀어 올랐다.단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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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6화

본희의 눈빛이 번뜩였다.본희는 희유를 바라보며 말했다.“사과할게요. 하지만 이건 내 본심이 아니에요. 내가 이런 일을 일부러 벌일 이유도 없고요.”희유의 얼굴은 차가웠다.“사람들 데리고 가요.”“미안해요.”본희는 다시 한번 사과하고는 고개를 돌려 후진을 매섭게 노려봤다.“더 이상 나 망신 주지 말고 사람들 데리고 당장 떠나.”후진은 고개를 숙였다.억울한 기색은 남아 있었지만 본희의 명령을 거스를 수는 없었기에, 짧게 대답하고 본희의 뒤를 따랐다.곧 차량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빠져나갔고 주차장은 금세 다시 조용해졌다.명빈은 고개를 돌려 희유를 바라봤다.평소의 가벼운 기색은 사라지고 표정이 무거워졌다.“형수님, 형 일은 우리도 정확히 몰라요. 하지만 짐작은 돼요. 형 대신 사과할게요. 형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요.”석유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그 말은 명우 씨가 직접 해야죠.”그러자 명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석유를 바라봤다.“누구세요?”석유는 차갑게 말했다.“그게 무슨 상관이죠?”명빈의 말투도 거칠어졌다.“난 형수님한테 말한 거예요.”석유는 희유의 손목을 붙잡고는 음울한 눈빛으로 명빈을 노려봤다.“한 생명이 고작 사과 한마디 값인가요?”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그래요. 그 아이는 당신들 명씨 집안 핏줄이었겠죠. 가볍게 여겨도 되는 것도 당신들 명씨 집안 사람이고요.”명빈은 순간 말을 잃었고 처음엔 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곧 깨달았다.그리고 충격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더니 희유를 바라보는 눈빛이 순식간에 변했다.이에 희유는 담담하게 말했다.“이미 지나간 일이에요.”그리고 석유의 손을 거꾸로 잡았다.“가요.”명빈의 가슴이 세게 조여 들었고 희유가 돌아서는 옆모습을 보며 말했다.“언제든 난 형수님이라 부를 거예요. 앞으로도 명씨 집안 사람으로 생각할 거고요.”희유는 목이 메었고, 명빈을 돌아보지 못한 채 석유와 함께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명빈은 한참 동안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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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7화

한편 본희는 한 별장 앞에 차를 세우고 내렸다.후진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간 뒤, 사람이 없는 곳에 이르자 몸을 돌려 다시 한번 여자의 뺨을 세게 때렸다.“누가 멋대로 진희유를 죽이라고 했어?”문후진은 고개를 숙였지만 표정은 여전히 거칠고 반항적이었다.“저는 아가씨의 전담 경호원이에요. 아가씨를 위해 모든 장애물을 제거할 책임이 있죠.”본희의 화려한 얼굴에 날 선 기색이 번졌다.“희유를 죽이면 유변학이 마음을 접을 거라고 생각했어? 오히려 거리낄 게 없어져서 미친 듯이 보복할 거야.”“멍청한 것.”후진은 눈썹을 찌푸린 채 더 깊이 고개를 숙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에 본희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내일 돌아가. 오늘 당장 사람들 데리고 부족으로 복귀해. 더 이상 일을 키우지 마.”“돌아가면 아버지를 잘 달래. 의심하지 않도록.”문후진은 공손히 대답했다.“네.”“가.”본희는 짧게 말한 뒤 먼 곳을 바라봤다.표정은 포커페이스였다가 의미심장하게 가라앉았다.내일 새벽까지는 12시간이 남았고 강성을 떠나기까지는 18시간이 남은 시점이었다.그 이후 이곳의 모든 일은 끝날 것이다.다음 날, 강성에는 드디어 초겨울 첫눈이 내렸다.잘게 부서진 눈송이는 땅에 닿자마자 녹아버렸고 공기 또한 축축해졌다.검은 구름은 짙게 드리워져 마치 하늘 끝에서 내려앉을 듯했다.정오가 가까워서야 비로소 땅 위에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날씨가 나쁘다고 해서 모든 것이 멈추는 것은 아니었다.일해야 할 사람은 여전히 출근했고 학생들은 수업을 들으러 갔다.지하철은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고 비행기도 예정대로 이륙했다.신서란은 방 안에서 반나절을 보내다가 환기하려고 창문을 열었다가 마당에 있는 희유를 발견했다.희유는 감나무 아래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었다.머리와 어깨 위에는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고,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얼마나 오래 그 자리에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이에 신서란은 놀라 창문을 열고 불렀다.“희유야.”차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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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8화

금요일 저녁, 소희와 임구택은 두 아들을 데리고 장시원네 집에 저녁 모임을 하러 갔다.시원의 아들이 아직 어려서 최근 모임은 모두 그 집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날씨가 추워 저녁을 먹고도 소희 일행은 곧장 청원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거실 벽난로를 둘러싸고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넓고 안락한 소파, 부드러운 카펫, 김이 모락모락 나는 후식, 그리고 공기 속에 퍼진 버터와 구운 밤 향기까지 더해져 한겨울임에도 공간은 유난히 포근하고 여유로웠다.소희는 소파에 앉아 우청아의 아들을 안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구택에게 말했다.“얌전하네. 윤후 어릴 때랑 닮았어.”구택이 피식 웃었다.“기억 못 할 줄 알았는데.”윤후는 태어날 때부터 거의 구택의 품에서 자랐고 퇴근 후 집에만 오면 아이와 관련된 일은 모두 구택이 도맡았다.소희는 구택의 장난 섞인 말투를 알아듣고 웃으며 답했다.“우리 임구택 사장님께서 고생이 많으셨네.”구택의 미소가 한층 부드러워졌다.“시원이한테도 힘들었는지 물어봐.”요요의 성장 과정을 놓친 탓에, 이번에는 우청아가 임신했을 때부터 지금 아들이 여섯 달이 되기까지 시원은 모든 일을 직접 챙겼다.사소한 것 하나까지 빠짐없이 청아를 챙겼다.마침 시원이 탕을 들고 와 청아에게 건네며 웃었다.“너 소희한테 충성 맹세하려고 나까지 끌어들이는 거야? 마음껏 말해. 나도 좀 배워보게.”구택은 몸을 기울여 소희 품에 안긴 아기를 살짝 놀려주다가 시원을 흘겨봤다.“따라 할까 봐 말 안 하는 거야.”시원은 콧방귀를 뀌듯 웃으며 청아의 옆에 앉고는 가락을 들고 부드럽게 말했다.“자기야, 입 벌려.”청아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더니 숟가락을 받아 들고는 아무 말 없이 탕을 마셨다.소파 등받이에 기대 앉은 청아는 넉넉한 일상복을 입고 있었지만 여전히 날씬했다.다만 얼굴은 조금 더 살이 올라 부드러워졌고 피부는 더욱 희고 고왔다.탕을 마시며 편안한 표정으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밤 케이크가 다 구워지자 요요가 조각을 잘라 접시에 담아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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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9화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유민이 돌아오면 내가 말해볼게. 아마 문제없을 거야.”이에 청아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예전엔 소희가 유민의 과외했는데 이제 유민이 요요를 가르치네.”시원이 청아를 바라보며 온화하게 웃었다.“모르겠어? 이것도 계승이지.”모두 웃었지만 요요만은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보충 수업 안 하면 안 돼요?”‘겨울방학에도 공부라니. 이게 말이 돼? 내 편은 아무도 없나?’시원이 요요를 안고 웃었다.“걱정하지 마. 유민 오빠는 그렇게 엄격하진 않을 거야.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고. 힘들면 아빠한테 말해.”그러자 청아는 어이없다는 듯 소희를 보았다.“이제 왜 그렇게 과외를 붙여도 요요 성적이 안 오르는지 알겠지?”시원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딸은 원래 예뻐해 주라고 있는 거야.”그러고는 구택을 향해 물었다.“구택, 내 말 맞지?”구택은 담담히 시선을 들어 시원을 보았다.“지금 실컷 예뻐해. 몇 년 지나 요요가 커서 남자친구 생기면 네가 예뻐해 줄 자리도 없을 거야.”그 말에 시원의 얼굴에서 웃음이 조금 옅어졌다.“넌 딸은 낳지 마.”구택은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었다.“안 낳으면 되지. 어차피 요요는 내 딸이나 마찬가지야.”시원이 코웃음을 쳤다.“언제까지 버티는지 보자.”소희와 청아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그 두 유치한 남자들의 논쟁에 끼고 싶지 않았다.한동안 조용하더니 오늘은 유난히 한가한지 또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었다.물론 요요는 아직 6학년이라 남자친구를 사귈 나이까지는 한참 남았다.그 생각에 시원은 잠깐의 복잡한 마음을 털어내고 금세 다시 기분을 회복해 요요를 다정히 달랬다.구택과 소희는 두 아이를 데리고 밤 열 시가 되어서야 시원 집을 나섰다.윤후는 졸음이 쏟아져 구택 어깨에 엎드린 채 잠이 반쯤 든 얼굴로 인사했다.“시원 삼촌, 청아 이모, 안녕히 주무세요.”금 말에 눈 녹듯 마음을 녹이는 모습에 구택의 가슴 한쪽이 저릿하게 풀렸다.시원은 윤후를 자기 아이처럼 아꼈다.“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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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0화

다음 날, 소희 가족은 임씨 저택 본가로 돌아갔다.마당에서 임유진의 아들 구준혁을 만났다.세 아이는 매주 한 번씩 만나니 자연스레 친했고, 보자마자 금세 어울려 함께 놀러 갔다.노정순은 소희가 들어오자 손을 잡아끌며 거실로 향했다.“소희야, 좋은 거 보여줄게!”소희가 둘러보았다.“유진이는요?”준혁이 여기 있다면 유진과 은정도 함께 있을 터였다.‘혹시 또 아들을 맡기고 둘이서 시간을 보내러 간 건가?’노정순은 돌아보며 자애롭게 웃었다.“유진이 몸이 좀 안 좋아서, 은정이가 병원에 검사하러 데려갔어.”“몸이 안 좋아요?” 소희가 걱정스레 물었다. “어디 가요?”노정순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별건 아니고 아마 임신한 것 같아.”소희는 그제야 이해했다.‘그렇구나.’두 사람이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우정숙이 다가와 소파에 앉았다.잘 관리된 얼굴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방금 은정이랑 전화했어요. 유진이가 정말 임신이래요. 의사가 이번엔 쌍둥이라고 했대요.”아마 유진이 쑥스러워 직접 전화하지 못하고 은정에게 집에 알리라고 한 모양이었다.“정말?” 노정순이 연달아 기뻐했다. “쌍둥이라니? 확실한 거야?”“검사 결과가 다 나왔대요. 틀릴 리 없죠.” 우정숙이 부드럽게 웃었다.소희도 기뻤다.‘서인이 또 아빠가 된다니. 그것도 한 번에 둘이나. 유진이는 정말로 서인의 복덩이네.’모두 기쁨에 잠긴 그때, 곧 구은태도 전화를 걸어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곧 임씨 저택으로 와서 임시호와 함께 몇 잔 하겠다고 했다.몇 년이 지나 이제 구은태는 집에서 생활하고 있었다.요즘 가장 큰 일은 손자를 돌보는 것이다.유진의 덕분에 은정과 구은태의 관계도 많이 완화되었다.이제 구씨 집안에 또 경사가 생겼으니, 부자가 완전히 화해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햇빛이 거실 안으로 스며들어 따뜻함이 감돌았다.소희는 맑게 갠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도 한층 가벼워졌다.그해 겨울방학은 금세 찾아왔다.유민이 집에 도착했을 때,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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